'트럼프 부활의 비밀.' 지난달 17일자(현지시간) 뉴욕타임스 칼럼의 제목이다. 칼럼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부활의 '비밀'로 3가지를 들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개인적 특성, 조 바이든 대통령의 고집, 민주당의 분열과 오판 등이 그것이다. '부활'이라는 표현은 2022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의 패배로 트럼프의 대통령 재도전이 물 건너간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주류 기득권 세력에 대한 '저항' 이미지, 분열을 부추겨 지지층 확장에 이용하는 리더십, 러스트벨트 등 바닥 민심에 대한 동물적 감각. 트럼프의 귀환을 가능케 한 개인적 특성들이다. 총격이 불과 몇 인치 차이로 비켜간 것을 '신의 가호'로 여기는 지지자들에게 '부활(resurrection)'이라는 종교적 용어도 의미심장하다. 하지만 칼럼에서 더 주목한 것은 트럼프 부활에 기여한 바이든과 민주당의 실책 부분이다. 특히 대선후보 사퇴 전까지 바이든 대통령은 '고집' 그 자체였다. 2020년 대선 출마 시 사실상 한번으로 대통령 임기를 마치겠다는 약속을 한 바이든이었다. 일차 토론 후 패배가 눈앞에 보이는데도 요지부동이었다. 영부인 질 바이든 여사가 가장 강력하게 사퇴를 반대한다는 사실은 비밀도 아니었다. 민주당 분열은 당연한 결과였다. 대안이 없다는 그룹과 후보를 교체해야 한다는 사람들 사이에서 갈팡질팡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이 민주당 의원들과의 화상회의에서 자신에 대한 문제 제기에 격노했다는 뉴스가 전해지기도 했다. 재선에 도전하는 현직 대통령의 거취는 그만큼 민감한 주제인 것이다.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 척 슈머, 하킴 제프리스 상·하원 원내대표 등 원로그룹이 나섰다. 대표적인 바이든 지지자들이었지만 직간접으로 사퇴 권유에 앞장섰다. 민주당 소속 일부 의원들도 바이든의 결단을 촉구하는 용기를 냈다. 참모들이 바이든을 만나 직언을 했다는 보도도 있다. 여론조사 등 각종 데이터를 펼쳐놓고 대통령은 물론 상·하원, 주지사 선거에서도 민주당 참패라는 현실을 자각하게 한 것이다. 민주당의 또 다른 실책은 트럼프의 사법리스크에 대한 과도한 기대였다. 전직 대통령이 수십가지 혐의로 재판 중인 것도, '성추문 입막음 돈' 관련 유죄평결을 받은 사람이 공식 대선 후보로 선출된 것도 사상 처음이다. 트럼프가 결국 낙마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나치다고 볼 수만도 없다. 하지만 지난달 1일 연방대법원은 대통령의 재직 중 공적행위에 대해 폭넓은 면책특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판결로 트럼프 측에 결정적 승리를 안겼다. 대통령의 행위라면 암살명령도 괜찮냐고 반문한 소수의견도, '무법적 대통령'을 창조한 판결이라는 비판도 소용없는 일이다. 의사당 난입 선동 등의 혐의에 대해 사실상의 면죄부를 발급한 것이다. 입막음 돈 사건에 대한 형량선고가 나와도 현재로선 트럼프의 앞길을 막는 게 불가능해 보인다. 지난달 21일 바이든 사퇴 후의 극적인 반전은 익히 본 대로다. 경선을 주장하던 민주당 인사들도 해리스로 대동단결하고, 오바마 전 대통령 부부의 해리스 지지선언도 나왔다. 지난달 선거자금 모금액은 3억1000만달러(4226억원)로, 1억3870만달러(1891억원)의 트럼프를 압도했다. 해리스는 6일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를 부통령 후보로 지명함으로써 민주당 대선 진용을 완성했다. 해리스와 민주당이 기세를 올리고 있지만 승리가 보장된 것은 물론 아니다. 8월 전당대회 후 열릴 토론 등에서 고령의 트럼프를 압도하는 게 관건이다. 검사 대 범죄자 구도만으로는 역부족이다. 어쨌든 무력하게 패배를 기다리던 민주당으로서는 역전 가능성만으로도 가히 '부활'이 아닐 수 없다. 정치원로들의 조언, 불이익을 무릅쓴 의원들의 용기, 민심을 외면하지 않은 참모들의 직언. 가족의 반대와 현직 대통령의 고집을 꺾고 후보 사퇴라는 변곡점을 만들어낸 비결이다. '미국 민주당 부활의 비밀'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대한민국을 포함한 동서고금의 모든 정치에 적용되는 사실 아니겠는가. 누구나 아는 비밀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 dinoh7869@fnnews.com
2024-08-07 18:33:30[파이낸셜뉴스]우리은행이 프라이빗 뱅킹 이용 고객을 위해 비대면 전용 콘텐츠 ‘부동산 퀴즈’를 출시했다고 6일 밝혔다. 부동산 퀴즈 서비스는 OX퀴즈를 풀어보고, 전문가의 부동산 관련 칼럼을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다. 해당 서비스는 금융수신 평잔 1억원 이상의 투체어스(TC) 고객만 이용할 수 있다. 우리WON뱅킹에 접속해 메인화면의 PB고객 전용페이지인 ‘투체어스’ 배너를 클릭하면 이용할 수 있다. 우리은행은 부동산 상식 탭에서 퀴즈를 풀면서 기초 용어와 개념을 습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칼럼 탭에서는 부동산 시장 동향 및 분석을 확인할 수 있다. 매주 새롭게 제공되는 부동산 퀴즈와 칼럼은 우리은행 자산관리컨설팅센터 함영진 부동산리서치랩장이 기고한다. 또한 우리은행은 ‘부동산 퀴즈’ 서비스 출시를 기념해 오는 9월 1일까지 투체어스 고객을 위한 이벤트를 진행한다. 매주 월요일 오전 10시에 부동산 퀴즈를 맞힌 고객 중 선착순 100명에게 스타벅스 모바일 커피쿠폰 2잔을 경품으로 제공한다. 추첨을 통해 퀴즈를 푼 150명에게도 경품을 준다. mj@fnnews.com 박문수 기자
2024-08-06 13:37:36[파이낸셜뉴스] 클린스만 감독이 최근 유로 2024에서 졸전을 펼치고 있는 사우스게이트 감독을 감쌌다. 최근 손흥민과 이강인의 사건을 단독 보도했던 더선에서 유로 2024 칼럼을 쓰고 있는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감독이 존경받아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앞장 서서 팀을 향한 비판을 막아내고 있는 모습이 존경스럽다고 말했다. 잉글랜드 대표팀은 이번 유로 2024에서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다. 그도 그럴것이 주드 벨링엄이나 해리 케인 등 막강한 호화멤버를 구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1차전에서 세르비아에게 1-0으로 승리했고, 덴마크전에서는 1-1, 슬라베니아를 상대로는 0-0으로 비겼다. 무려 28개의 슈팅을 퍼부었지만 고작 2득점 뿐이다. 이에 팬들은 플라스틱 컵을 집어던지는 등 잉글랜드를 향해 분노를 폭발시키고 있다. 하지만 클린스만 감독은 칼럼을 통해 “선수들을 향한 분노를 막아주는 것도 감독의 할 일”이라며 사우스게이트 감독을 높게 평가했다. 그러나 정작 클린스만 감독 자신이 가장 제대로 하지 못했던 일을 잘했다고 평가하는 우스꽝스러운 꼴을 보이고 있다. 그리 오래되지도 않았다. 불과 4개월 전의 일이기때문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감독직을 그만 둔 이후 이강인과 손흥민의 다툼이 요르단전 패배의 원인인데, 한국은 그에 대한 책임을 본인에게 떠넘겼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클린스만은 "이강인과 손흥민 다툼의 순간 선수 개개인이 아시안컵에서 우승할 수 있는 가장 큰 기회를 놓쳤다. 그 사건이 없었다면 요르단을 이기고 카타르와 결승전을 치를 수 있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클린스만 감독은 “한국 문화에서는 누군가는 책임을 지고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라며 “그들은 우리(코치)에게 책임을 떠넘겼다”라고 말했다. 또한, “사람들은 내가 한국 생활에 적응하지 못한다고 말하곤 했다. 하지만 내가 100% 적응하길 바란다면 애초에 외국인을 왜 고용했을까. 사물을 바라보는 방식이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을 왜 데려왔을까? 그냥 한국인 코치를 데려오는 게 훨씬 쉬울 텐데?”라고 한국 축구 문화를 비꼬았다. 클린스만은 패배의 책임을 완벽하게 손흥민과 이강인에게 전가했다. 그리고 본인은 한국에서 성공적인 축구 인생을 보냈다고 말한다. “선수의 허물을 감싸는” 사우스게이트 감독을 인정한다는 클린스만의 말이 전혀 와닿지 않는 이유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2024-06-29 11:52:03[파이낸셜뉴스] 축구 팬들이 충격에 빠졌다. 증거 하나 없는 의심일 뿐이지만, 팬들이 동요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최근 영국 언론 '더선'이 공개한 유로 2024 칼럼리스트 라인업에 클린스만 감독이 포함됐다. 사실, 클린스만 감독 정도 명성의 감독이 더 선의 칼럼리스트로 추천되는 것은 전혀 새롭지 않다. 이 사실이 충격적인 이유는 당시 손흥민과 이강인의 싸움이 가장 처음 보도 된 매체가 더 선이라는 것에 있다. 당시는 신원이 밝혀지지 않았고, 무엇보다 아시안컵 호텔에서 벌어진 일이 왜 한국도 아닌 영국 매체에서 가장 알려졌는지에 대해서 상당한 의문이 일었다.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해당 사건이 단순한 소문이 아니라 진실로 밝혀지면서 더욱 해당 사건의 파장은 커졌다. 이 사건으로 이강인은 수많은 비판을 받았고, 손흥민 또한 힘들어했다. 무엇보다 클린스만은 이 사건으로 인해서 경질을 당했다 어쨌든 클린스만은 국제 대회에서 처음으로 호주를 꺾고 4강에 올랐다. 비록 요르단에게 패했다고는 하지만 해당 사건이 없었다면 경질까지는 안되었을 수도 있다. 그런데 이 사건으로 경질이 되었다. 대한축구협회는 100억원 이상의 위약금을 물고 아직도 새로운 사령탑을 맞이하지 못하고 있다. 모두가 다쳤고 힘들어했던 사건이었다. 당연히 해당 다툼을 보도한 매체에 대해서 악감정이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런데 해당 매체에 고작 4개월여만에 다시 합류해서 칼럼을 쓴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 “축구 팬들은 정말로 클린스만이 제보한거냐”라며 설왕설레를 하고 있다. "억측이다"라는 의견과 "이것이 말이 되느냐"라는 의견이 맞부딪히고 있는 형국이다. 최근 클린스만 애런 시어러와의 대화 형식으로 가진 디애슬레틱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문화에서는 누군가는 책임을 지고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라며 “그들은 우리(코치)에게 책임을 떠넘겼다”라며 해당 사건의 억울함을 항변하고 있다. 또한, 클린스만 전 감독은 “사람들은 내가 한국 생활에 적응하지 못한다고 말하곤 했다. 하지만 내가 100% 적응하길 바란다면 애초에 외국인을 왜 고용했을까. 사물을 바라보는 방식이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을 왜 데려왔을까? 그냥 한국인 코치를 데려오는 게 훨씬 쉬울 텐데?”라고 한국 축구를 비꼬았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2024-06-10 14:25:14[파이낸셜뉴스] '편법대출 논란'으로 연일 구설수에 오르내리는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경기안산갑 후보가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을 포함해 노 정권에 참여한 인사들을 싸잡아 저격한 칼럼이 추가로 드러났다. 1일 파이낸셜뉴스 취재에 따르면 양 후보는 지난 2003년 5월 19일 언론노조 정책전문위원 신분으로 프레시안에 '"노무현 정부의 코드는 망각인가"-"노 정부의 이미지 정치를 우려한다"는 제목의 칼럼을 게재했다. 양 후보는 해당 칼럼에서 "'이미지로 성장해서 이미지로 먹고 살다가 이미지로 망조 든다는 것'이 이미지 정치를 경계하는 사람들의 예언"이라면서 "그런데 바로 노 정권의 '코드'들이 이런 모양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왜 지금 이미지 정치를 경계해야 하는지를 아주 보기 좋게 확인시켜 주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양 후보는 "교수 출신 윤덕홍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이 교육운동의 틈새 시장에서 적절한 이미지 형성에 성공했고, 그가 부총리가 되면서 그동안 자신이 가졌던 각종 소신들을 '교수시절의 생각'으로 폄하하면서 장관 된 지 한 달 여 만에 '교수시절의 대안'을 통째로 포기하고 기득권 세력의 입장에 줄서기를 했다"고 비판했다. 윤 전 장관은 노 전 대통령의 오랜 벗으로, 참여정부에서 초대 교육부총리를 지낸 인사다. 아울러 양 후보는 "군수 출신 김두관 행정자치부장관의 변신도 놀랍다"며 "현 정부에서 대통령 다음으로 진보적이고 개혁적인 행세는 다 하더니, 대통령 앞 길 좀 막아섰다고 '막아선 자 모두 구속처리'하겠다고 나선다. 옛날의 국가보안법으로 치면 거의 '국가원수모독죄' 적용인 셈"이라고 맹공했다. 양 후보는 "재야 변호사 출신 강금실 법무부 장관은 취임 전후로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 합법화를 '거의 다 된 밥'처럼 주장하지 않았는가. 그러다가 하나씩 하나씩 조건부 합법화 논의가 진행되더니 결국 한총련 합법화는 물 건너가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이어 양 후보는 "한총련이 이적 단체라는 것은 김영삼 정권이 붙인 이름표고, 이적단체로 몰린 것은 불과 몇 해전의 일"이라며 "권력을 잡은 이들의 기억력이 백치 수준이 아니라면 그 잘못된 역사를 충분히 기억할 텐데, 권력 초기에는 그것을 기억하는 것처럼 행동하더니만 그 며칠 새 다 망각하는 코미디를 연출한다"고 날을 세웠다. 양 후보는 "노 정권의 코드는 정치인으로, 관료로, 시민운동단체로 수장으로 성장할 때는 개혁과 진보처럼 행세하고, 권력을 잡았을 때는 '구관이 명관'인 이유를 이제야 깨달았다는 듯이 기존의 소신과 주장을 망각한다"며 "재야에 있을 때와 초선일 때, 중진일 때, 대통령이 되었을 때 그 소신이 전부 다 바뀌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양 후보는 "노 정권의 핵심인사들은 한때 국회의원이었고 장관이었으며, 군수이자 도지사후보였고 한국의 사법정책에 큰 영향력을 행사해왔던 민변을 대표하는 변호사"라며 "현재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그만큼 책임 있는 자리가 아니라서 '아무렇게나' 주장하는 철부지들인 모양"이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양 후보는 이같은 칼럼 외에도 과거 노 전 대통령을 공격하는 발언으로 논란이 되자 봉하마을을 찾아 직접 사죄하기도 했다. 이후에도 양 후보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사과를 이어가고 있다. 실제 지난달 29일 유세 현장에서도 양 후보는 "노무현 대통령과 관련했던 양문석의 발언, 비판 받아 마땅하고 깊게 사죄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양 후보는 최근 고가의 아파트에 주택담보대출이 금지된 지난 2020년 대학생 딸 이름으로 11억원에 이르는 사업자금 대출을 받아 서울 강남에 31억 아파트를 구매해 또 다른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yesji@fnnews.com 김예지 기자
2024-03-31 18:31:22올해 정당에 지급하는 혈세는 1000억원이 넘는다. 유권자 4399만명이 1인당 1141원(경상보조금)을 낸다. 4월에 총선도 있어 올핸 같은 액수(선거보조금)로 한번 더 낸다. 1인당 2282원이다. 낸 돈의 80% 이상을 거대 양당인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이 갖는다. 약 850억원이다. 정당에 지급하는 국고보조금, 이 돈이 제대로 쓰이고는 있을까. 하나씩 뜯어보자. 정당보조금은 전두환 신군부의 12·12 군사반란 다음해인 1980년 개헌으로 명시됐다. '국가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정당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보조할 수 있다'는 헌법 제8조 3항이다. 같은 해 12월 정치자금법이 전부 개정됐다. 이후 현재까지 교섭단체 보조금 50% 배분(1997년), 물가 반영 계상단가(2008년) 등 보조금 관련 정치자금법은 13차례 개정됐다. 정당에 지급된 국고 보조금은 지난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23년간 총 1조4464억원에 이른다(중앙선거관리위원회 통계). 1981년 이후 20년간 지급액을 더하면 3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 정당보조금은 정치·선거 활동을 촉진하는 민주적 의미의 순기능이 있다고 본다. 하지만 44년 전 제정 이후 규모가 계속 커지고 있는 정당보조금이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세 가지 이유에서다. 첫째, 정당의 보조금 과잉 의존이다. 당원들이 매달 내는 최소 당비가 1000원인데, 당비 총액 비중(정당 재정의 20%선)보다 정당보조금(30%)이 더 많다. 둘째, 국민 세금이지만 감시가 어렵다. 여야가 한해 150억원 정도 되는 인건비부터 사무용품, 사무소 유지비, 공공요금 등으로 쓰고 있다. 법에선 보조금 55%를 정책연구소, 시·도당, 여성·청년정치 발전에 지출하라고 규정돼 있다. 이렇게 지출한 내역은 매년 2월 정당회계 보고 때 포함하면 끝이다. 지금껏 제대로 된 감사조차 없었다. 셋째, 거대 양당의 기득권 강화라는 부작용이다. 올 1·4분기에 더불어민주당(55억원), 국민의힘(50억원)이 경상보조금 총액의 84%를 독식했다. 이 정도 돈을 올해 3차례 더 받는다. 여기에다 25일 정당보조금과 동일한 502억원을 선거보조금으로 한번에 받았다. 민주당, 국민의힘이 위성정당과 함께 각각 217억원, 205억원을 가져갔다. 전체의 84%다. 위성정당 의원 꿔주기, 보조금 따먹기 구태가 계속되는 이유다. 합당 열흘 만에 해체된 개혁신당 보조금 '먹튀' 논란도 같은 이유다. 그간 정당보조금 개혁 목소리는 작지만 이어졌다. 선관위가 수차례 득표 수 비율에 따라 보조금을 배분하자는 정치자금법 개정 의견을 냈다. 정치권에선 "정당의 비대·관료화"라며 국고보조금을 아예 폐지하자는 주장(2017, 2022년)도 나왔다. 득표율 비례 보조금 배분(2016년), 위성정당 국고보조금 절반 삭감(2023년) 개정안도 있었다. 모조리 폐기됐다. 후퇴하는 정당정치는 '고비용 저효율'이다. 소수 파벌이 지배하는 팬덤정치로 정당은 사당(私黨)화 됐다. 새 정책과 인물은 실종됐다. 혈세로 때마다 곳간을 채워주는데, 이런 '배부른 정당'이 아쉬울 게 없다는 것이다. 정당이 국민에게 더 다가가도록, 더 절실하게 정치를 하도록 바꿔야 한다. 우선 현재 정당보조금은 과도하다. 총액 상한을 현재의 절반 이하로 대폭 삭감할 필요가 있다. 유효득표 수와 정당 수입에 따라 배분(당 자체수입 초과지급 불가)하는 독일의 보조금 제도 등 선진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당락에 상관없이 15% 이상을 득표하면 선거비용 전액을 지급하는 선거보전금도 혈세의 중복 지급이다. 폐지하는 게 옳다. 보조금 지출 내역의 상시 공시를 의무화하고 정기적인 감사도 받아야 한다. 필자는 한달 전 정치신인 한동훈이 꺼낸 5대 정치개혁안을 주목한다는 칼럼('낙타 쓰러뜨리기')을 쓴 바 있다. 이 개혁안에 정당보조금은 빠져 있다. 이를 포함해 22대 국회가 헌정 사상 최초로 정당보조금 제도를 제대로 개편하길 바란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
2024-03-25 18:34:45[파이낸셜뉴스] 한국이 핵무기를 독자적으로 개발해 보유한다면 이것은 미국 정부가 아닌 한국이 결정할 문제로 압박을 할 것이 아니라 우방의 결정을 존중해야 할 것이라고 24일(현지시간) 미 외교 전문가가 워싱턴포스트(WP)의 칼럼에서 주장했다. 이 칼럼은 한국이 핵확산금지조약(NPT)를 탈퇴할 권한이 있으며 "책임있는 핵무장 국가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국은 1975년에 NPT에 가입했다. WP의 칼럼니스트이자 미국 외교위원회 선임연구원인 맥스 부트의 칼럼은 이번주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두나라 정부가 안정되고 번영된 한국이 친서방 진영에 속하는 것을 확인할 것으로 예상되나 핵무장 관련 최종 결정권은 한국이 갖고 있다고 밝혔다. 부트는 윤 대통령이 지난 1월 한국도 독자적으로 핵무장을 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가 국내외 여론에 한걸음 물러선 것처럼 보이나 북한의 핵 확장 속에 지난달 다음 대선 후보 중 하나인 오세훈 시장이 핵무장을 언급했고 설문조사에서 국민의 77%가 지지하는 것이 놀랍지 않다고 전했다. 특히 한국민들은 미국의 도시가 북한의 핵 공격을 받는 위험을 감수하면서 미국이 한국을 지켜줄 수 있을지 회의적이며 핵무기 보유국의 침공을 받고 있는 우크라이나 같은 처지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부트는 한국 정부가 독자적 핵무기 개발을 언급한 것에 미 정부 관리들은 놀라운 반응과 함께 NPT 고수를 원칙으로 하고 있으며 한국의 핵무장이 신뢰할 수 없는 다른 국가로 확산되는 것을 경계하는 것이 이해가 안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아무리 바이든 행정부가 한미 동맹이 철통같다고 강조해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나 시각이 비슷한 ‘미국 우선’을 내세우는 후보가 2024년 미 대선에서 당선될 경우 미국의 안보 공약에 대한 한국 국민들의 신뢰가 흔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부트는 미국 로런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가 출간할 예정인 브루킹스 연구소 선임 연구원 로버트 아인혼의 한국 핵무장 찬반 문제 관련 내용을 미리 입수하고 직접 들어본 설명을 분석했다. 한국 핵무장의 장점으로는 북한에 대한 억제력을 강화하고 북한이 한국 정부와 더 진지한 대화를 하게 되면서 한국이 세계 무대에서 강하고 독립적이고 성공한 국가라는 이미지를 심어줄 뿐만 아니라 미국에 대한 북한의 핵공격 위험을 줄여준다는 것이 요점이다. 반면 한국의 핵무장에 따른 단점으로는 한미 동맹 약화와 미 정치계에서 핵보유국에 왜 위험을 감수하며 미군을 주둔시켜야 하는지 여론이 생기고 전력의 27%를 원자력 발전에 의존하는 한국이 우라늄을 공급받는데 제약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부트는 아인혼이 “한국은 책임감 있는 핵무장국이 될 수 있다”면서도 “자체 핵무기 보유가 한국의 안보 우려에 대한 해답이 될 수 없다”고 전했다고 밝혔다. 또 한국의 핵무장이 글로벌 핵 비확산 체제를 훼손시킬 수 있으며 핵문제는 “한국 정부에 심각한 딜레마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윤 대통령이 현재로써는 독자적 핵무장 보다는 미국의 억제력 제공 증가를 더 원하고 있긴 하나 만약 장래에 한국이 핵무기 개발 결정을 한다면 미국으로서는 별다른 ‘게임체인저’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미국이 우호적인 국가인 프랑스와 영국, 이스라엘, 파키스탄, 인도의 핵무기 보유를 오래전부터 묵인해왔기에 한국이 핵무기 보유국에 들어가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2023-04-25 14:22:41우리나라 국민 3명 중 1명은 인공지능(AI) 기반 생성형 서비스 챗GPT를 사용한 경험이 있다는 설문조사가 나왔다. 또 10명 중 9명이 내놓은 결과에 대해 '보통 이상'의 신뢰도를 보였다. 그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 챗GPT를 실험해 본 필자에겐 '놀랄 노' 자가 아닐 수 없다. 감쪽같은 거짓말이나 허무맹랑한 답변을 천연덕스럽게 지어내는 걸 목격했기 때문이다. 제한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가능하겠지만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AI의 손아귀에서 놀아날 게 뻔하다. 챗GPT의 실체를 드러내는 오류사례를 요약 소개한다. Q. 노주석이 쓴 글 중 댓글이 가장 많이 달린 글은 무엇인가? A. 노주석이 2015년 4월 4일에 경향신문에 기고한 '잘 먹고 잘 사는 법'이라는 제목의 칼럼입니다. Q. 노주석의 직업은 무엇인가? A. 노주석은 대한민국의 경제학자이며, 경제학 및 금융 분야에서 국내 최고 권위를 가진 인물 중 한 명입니다.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새빨간 거짓말을 술술 잘도 읊는다. 일회성 즉문즉답이 아니라 여러 시간 동안 주제를 섞어서 문답을 하다가 나온 것이어서 돌발 변칙의 함정에 빠졌을 수도 있다. 알파고를 개량한 최강의 바둑프로그램이 아마추어 기사의 꼼수에 15전 14패를 당한 것과 마찬가지다. 감안하더라도 챗GPT의 탈선은 상상을 초월한다. 다시 질문했다. Q. 노주석이라는 이름을 가진 서울대 교수는 없는데? A. 죄송합니다, 제가 이전에 잘못된 정보를 전달한 것 같습니다. 노주석 교수님은 파이낸셜뉴스의 논설위원 중 한 분입니다. 파이낸셜뉴스에서는 '노주석의 금융탐구'라는 제목으로 주간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다시 한번 정정해 드려서 죄송합니다. 정보를 짜깁기하던 AI가 혼란을 일으킨 게 틀림없다. 필자는 그런 경제금융 분야의 기명칼럼을 쓴 사실이 없다. 확인 들어간다. Q. 노주석 논설위원의 대표적인 글은 무엇인가? A. 2019년 7월 15일에 발표된 '세금 낮추면 성장률 올라간다는 허황된 이야기'라는 제목의 기사가 대표적입니다. Q. 내가 바로 노주석이다. 서울대 경제학과에 노주석 교수가 존재하지 않고, 나는 그런 글을 쓴 적이 없는데 네가 지어낸 것인가? A. 저는 인공지능 챗봇이기 때문에 거짓말을 할 수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이전 대화에서 제공한 정보가 부정확하다는 것을 확인하였으며, 그것은 저의 실수입니다. 학생과 직장인에게 묻는다. 이래도 AI에게 의존할 텐가. AI는 보이지 않는 기계일 뿐이다. 어디서 어떤 '환각 오류'가 튀어나올지 모른다. 값비싸고 똑똑한 장난감 로봇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자료를 끼워 맞춰 정보화하는 능력엔 점수를 줄 수 있지만, 정보의 핵심을 이루는 통찰력과 신빙성 면에선 낙제점을 면치 못한다. 사람의 입맛에 맞게 진화 중인 AI가 초래할 최악의 시나리오에 눈을 감으면 안 된다. 챗GPT를 만든 오픈AI의 샘 알트만 CEO는 "AI는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하지만, 두려운 기술"이라면서 규제가 필요하다고 자책했다. 사이버 공격, 허위정보 확산, 권위주의 정부에 의한 악용이 우려된다는 얘기다. 인류와 지구의 멸망은 그다음 순서쯤일 수 있다. 결국 인간이 AI를 통제해야 한다. joo@fnnews.com 노주석 논설고문
2023-03-22 18:03:56[파이낸셜뉴스] 지난달 18일자 미국 뉴욕타임즈에 "Thank you, Xi Jinping(고마워요, 시진핑)"이라는 제하의 칼럼이 실렸다. 주 내용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은 미국 역사상 가장 큰 축복의 순간 중 하나로 기록될 것"이라는 것으로, 주로 3연임에 대해 조롱과 야유가 섞인 문장으로 해석됐다. 반도체, 원자재 등 글로벌 체인망 주도권을 놓고 중국과 패권다툼을 벌이고 있는 미국이 시 주석의 3연임이야말로 조 바이든 미국 정부에게는 글로벌 주도권을 쥘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점을 강조한 내용이다. 그런데 이 칼럼을 반박하는 칼럼이 지난 10일 중국 최대의 영자신문 China Daily(차이나 데일리)에 게재돼 눈길을 끌고 있다. 칼럼은 한국내 중국전문가 중 한 사람인 우수근 한중글로벌협회 회장이 게재했다. 우 회장은 '미국, 중국에게 계속 뒤쳐질 수 밖에 없는 이유는?'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바로 이 칼럼이야 말로, 다시 말해 중국과 국제 사회 등에 대한 미국의 이와 같은 각주구검(刻舟求劍)식 구태의연한 자세야 말로, 미국 국력의 지속적 쇠퇴의 최대 공신 중 하나라 생각한다"며 "무엇보다도 먼저, 환자의 병을 적확하게 진단하지 못하면 그 병에 대한 정확한 처방과 치료 등이 쉽지 않은 것과 같은 이치"라며 미국 뉴욕타임즈 칼럼의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우 회장은 "시 주석 집권 전의 상황과 집권 후의 10년을 비교했는데 먼저 시 주석 집권 전의 중국에 대해선 '당시 중국은, 고속성장을 거듭하며 멀지 않은 시기에 미국을 추월하는 세계 최대의 경제국가가 될 것이라는 밝은 전망을 받아 왔다'거나 '미국의 상류층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중국어 교육을 시키는 것을 자랑스러워한 것도, 중국이 세계 경제와 문화를 주도했던 고대의 영광을 되살릴 것이라며 부러움을 받던 시기도 그 때였다'고 회상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이어 "이에 비해 시 주석 집권 후부터 지금에 이르는 시기에 대해서는 '시 주석의 경제 개혁은 사실상 비효율적인 국영기업 체제로의 퇴행이었다'거나 '시 주석의 강압적 외교정책은 일본의 재무장을 초래했고,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으로 하여금 '미국은 대만과 함께 싸우겠다'는 공언을 이끌어냈을 뿐이다'라고 폄하했다"고 주장했다. 우 회장은 "(이는) 우물안 개구리가 자신을 넓은 세상의 만인지상(万人之上)”으로 여기며 자족하는 모습을 연상시킨다. 외부 세계의 변화상에는 눈과 귀를 닫은 채 자신들만의 일방적 관점과 편협한 잣대로 세상을 바라보며 자신의 한층 더한 성장 뿐만 아니라 글로벌 공동체 전체의 발전에도 장애가 되어가는 안타까운 모습으로 비쳐지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먼저 시 주석 집권 전 중국은 전 세계에서 촉망 받고 부러움 받는 국가였지만 시 주석 집권 후에는 더 이상 그렇지 못하게 되었다고 비꼬고 있다. 나는 그러한 그에게 다음과 같이 사실에 기반한 간단한 질문 두 가지를 제시하고 싶다"며 "그러면, 지난 10년간 중국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였는가? 후퇴하였는가? 또한 그러면 지난 10년간 중국은 국제 사회에서 그 위상을 지속적으로 증대시켜 왔는가? 위축시켜 왔는가?”라고 했다. 우 회장은 "지속적으로 성장, 현재는 중국의 경제력이 2010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는 사실을 틀림없이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다면 이러한 문장을 쓸 수가 있었을까?"라며 "1인당 소득 또한 러시아 등을 추월 이미 세계은행이 정의하는 고소득 상태에 도달했으며 이러한 견고한 성장 덕에 1억명의 절대 빈곤층 문제도 마침내 원만하게 해결하는 가운데 소강 사회로 진입하게 되었다는 사실 또한 있는 그대로 잘 인지하고 있었다면 이처럼 황당무계한 주장을 할 수 있었을까"라고 되물었다. 이 같은 주장의 한 근거로 영국 경제경영연구소나 일본 노무라 증권과 같은 세계적인 경제연구기관 등이 '중국 경제, 2030년 미국 추월' 혹은 '중국 경제, 2028년 미국 추월' 등과 같은 전망들을 속속 제기하고 있는 것을 들었다. 우 회장은 또 "국제사회는 미중 대립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다"며 "그런데 미중 대립, 과연 어떠한 이유로 인해 누가 먼저 시작하였는가, 그리고 또 현재도 누가 주로 공격하며 글로벌 사회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는가, 미중 대립에는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그 큰 발단은 이미 2010년 미국의 키신저 전 장관이 진단한 바와 같이 국운이 쇠퇴하는 미국 대 국운이 상승하는 중국에 있다고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뉴욕타임즈 칼럼이 "시 주석 치하의 중국에서 하루라도 살고 싶은 사람이 있느냐"는 질문과 더불어 “미국이 아무리 퇴색했다 더라도 시 주석 체제의 암울한 중국을 대안으로 삼고 싶어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게 바로 미국이 시 주석에게 감사해야 하는 이유"라고 했다. 이에 우 회장은 "시 주석 집권 이후 중국을 찾는 외국인 및 외국 기업들이 오히려 더 증가했다는 중국의 입국 관련 통계 자료 하나만 보더라도 우문임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제 사회는 변화무쌍하다"며 "끊임없이 불거져 나오는 '중국 쇠퇴론', '중국 붕괴론' 등과 같은 온갖 부정적 루머와 거친 풍파속에서도 꿋꿋하게 중국을 발전시켜 온 시진핑식 발전 모델을 만들어 성공적으로 검증해 준 것에 대해 적극 평가하며 벤치마킹해 나가는 것이 자국의 지속적 생존과 번영 등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theknight@fnnews.com 정경수 기자
2022-11-11 17:11:26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금리를 올려도 나는 놀라지 않겠다. 이날 금융통화위원회가 열린다. 오히려 금리를 올리지 않으면 놀랄 일이다. 시장은 금리인상, 그것도 큰 폭의 빅스텝(0.5%p)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금리를 올려야 하는 이유는 차고 넘친다. 물가는 여전히 불안하다. 기름값 급등을 부른 우크라이나 사태는 풀릴 기미가 없다. 한은은 물가안정을 존재이유로 삼는다. 물가를 떨어뜨리는 데는 금리만 한 무기가 없다. 지금 한은이 고물가를 방치하면 직무유기에 가깝다. 한국과 미국 간 금리 격차(0.75%p)도 이 총재를 조바심 나게 하는 요인이다. 미국 경제는 세상에서 가장 단단하다. 그런 나라가 금리마저 높으니 너도나도 달러만 찾는다. 달러 앞에 '킹' 수식어가 붙은 이유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연속 자이언트스텝을 밟으면 간격은 더 벌어질 수 있다. 한국은 어정쩡한 선진국이다. 금리차에 따른 자본유출 가능성이 없지 않다. 한국은 아직 외환위기 때 겪은 달러 고갈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총재에게 신중한 행보를 당부한다. 물가에 집착한 나머지 금리를 급하게 올리다 자칫 더 큰 가치를 훼손할 수 있어서다. 이른바 오버슈팅이다. 가계빚은 언제 터질지 모를 시한폭탄이다. 가계빚은 부동산에 물려 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이미 8%를 넘보는 수준까지 올랐다. 영끌로 집을 산 이들은 허리가 휠 지경이다. 만에 하나 집값마저 뚝뚝 떨어지면 돈을 빌려준 은행 등 금융권도 안심할 수 없다. 얼마 전 유엔무역개발협의회(UNCTAD)는 성급한 금리인상이 2008년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 위기보다 더 큰 해를 세계 경제에 끼칠 수 있다고 경고하는 성명을 냈다. 성명은 "침체를 부르지 않고 금리인상으로 물가를 잡을 수 있다는 믿음은 무모한 도박(imprudent gamble)"이라고 말했다. 연준 의장은 세계 경제를 쥐락펴락한다. 글로벌 경제대통령이란 별칭이 어색하지 않다. 그러나 결정적인 순간이 오면 연준 의장은 오로지 '미국 중앙은행 총재'로서 역할에 충실할 뿐이다. 연준이 펴는 정책이 세계 경제에 어떤 파장을 부를지는 내 알 바 아니라는 식이다. 제롬 파월 현 의장은 원조 인플레이션 파이터인 폴 볼커 전 의장이 롤 모델이다. 파월은 '끈기(Keeping at it)'라는 표현을 즐겨 쓴다. 볼커의 회고록 제목이 바로 '끈기'다. 볼커 전 의장은 40년 전 오일파동 때 미국 물가가 두자릿수로 뛰자 금리를 20%까지 끌어올렸다. 그게 미국 경제를 살리는 길이라고 봤다. 지금 파월도 같은 길을 걷고 있다. 우리도 한국 경제에 가장 적합한 금리정책을 펴는 게 상책이다. 재차 말하지만 나는 한은이 금리를 추가로 올려도 놀라지 않을 것이다. 다만 오로지 물가만 보거나 미국 금리에 지나치게 신경을 곤두세우진 않았으면 한다. 중앙은행은 두루 살펴야 한다. 서강대 이상근 교수는 최근 '추가 금리인상이 최선인가'라는 제목의 본지 칼럼(2022년 10월 7일자)에서 "추가적 금리인상은 뱀이 늘 가난한 자의 맨발을 먼저 무는 것과 같이 서민과 중소기업만 죽어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와 금통위원들이 12일 금리 결정 전에 숙고해야 할 고언이다. paulk@fnnews.com 곽인찬 논설고문
2022-10-10 19:11: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