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및 핀테크 전문가들은 19일 서울 소공로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제18회 서울국제금융포럼' 첫번째 세션 패널토론에서 정보통신기술(ICT) 발달로 전통적 금융영역이 빠르게 허물어지고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또 은행 등 금융권이 다가오고 있는 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시도를 할 수밖에 없는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전통적인 금융의 영역과 ICT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상황에서 좋은 서비스가 나오기 위해서는 금융과 ICT의 효과적 컬래버레이션(협업)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금융회사도 변해야겠지만 기술을 갖고 금융권에 진출하려는 ICT 회사들도 금융산업만 갖고 있는 독특한 리스크 등 금융산업의 특징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기로에 선 금융산업…급격한 변화 진행 중 조재현 우리은행 스마트금융사업본부 부행장은 "금융업에 불어오고 있는 2가지 큰 변화가 있다"며 고객과 새로운 경쟁자의 등장을 얘기했다. 조 부행장은 "최근 3개월 동안 우리은행 고객을 분석해보니 오프라인 7%, 오프라인과 비대면채널 동시에 이용하는 비율은 44%, 비대면채널만은 49%로 갈수록 비대면채널을 주채널로 이용하는 고객의 숫자가 늘어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ICT를 갖춘 회사들이 금융 분야로 진출하고 있는 것도 최근 일어나고 있는 또 다른 변화"라고 덧붙였다. 한준성 하나금융지주 부사장도 "뱅킹이 이제 더 이상 라이선스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ICT 기업들이 금융의 영역으로 넘어오고 있는 상황에서 전통적인 은행만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더 이상 아니라는 설명이다. '뱅크3.0' 저자이면서 미국 인터넷은행 모벤(MOVEN)의 창업자인 브렛 킹 회장도 이들의 진단에 동의했다. 킹 회장은 "금융권을 포함해 어떤 업계든지 그 업계를 이끌고 주도하는 기업은 기술을 갖춘 기업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최근 금융의 흐름은 기술을 많이 통합시키는 구조이기 때문에 기술을 갖춘 회사가 금융을 주도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킹 회장은 "가까운 미래에는 플라스틱카드가 필요하지 않을 것이며 신용카드도 사라질 것"이라면서 "은행들은 기술을 갖춘 회사들의 파트너가 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우리은행 조 부행장은 "뛰어난 기술을 가진 IT회사가 기존 금융의 역할을 대신할 수도 있다는 킹 회장의 의견에 동의한다"면서도 "전통은행이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도 편견"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금융회사들이 많이 변하고 있다"면서 "은행들은 전통 채널과 다른 플랫폼을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영역으로 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규제, 당국은 혁신가가 아니다 전문가들은 ICT 기업의 등장으로 새로운 판이 짜이고 있는 금융산업 규제에 대해서도 활발한 논의를 이어갔다. 이날 토론의 좌장을 맡은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공적자금관리위원회 민간위원장)는 "한국의 금융산업은 금융감독 기구인 금융감독원이 상시 감시하는 독특한 구조를 갖고 있다"면서 "핀테크 기술 등을 갖고 있는 회사가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금융정책 당국이나 감독당국을 만나면 장벽을 느끼고 커뮤니케이션 자체가 안 된다고 토로한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한국 금융산업에만 존재하는'금산분리'의 대표적 희생자가 케이뱅크"라면서 "케이뱅크의 대주주인 KT는 케이뱅크 지분이 10%, 의결권은 4%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런 구조로 케이뱅크는 혁신할 수 없다는 것이 윤 교수의 주장이다. 윤 교수는 "이것이 현재 한국 금융의 현실"이라며 아쉬워했다. 하나금융 한 부사장은 "금산분리라는 규제만 풀어주면 국내 금융권이 핀테크 등 금융과 ICT의 결합 상황에서 앞서갈 수 있는지는 생각해봐야 할 문제"라고 다른 의견을 내놨다. 그는 "중요한 것은 금산분리 등 규제개혁뿐 아니라 금융과 관련된 모든 분야에서 구조적인 변화, 즉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스티브 모나한 젠라이프 최고 투자 겸 혁신 책임자는 "정책당국은 과거보다 앞으로 어떻게 규제를 해야 하는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현재 금융시장에서 과거의 규제는 중요하지 않기 때문에 정책·규제당국이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변화에 대한 정책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설명이다. 킹은 "규제당국은 혁신가가 아니다"라고 전제한 뒤 "현재 우리가 갖고 있는 규제구조가 향후에 계속 적용되기 어렵다는 것을 규제당국도 알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광범위한 규제권한을 가지고 있는 규제당국은 미래에 어떤 일이 벌어질까 예측하면서 안전하게 ICT와 금융의 컬러버레이션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별취재팀 이세경 팀장 김홍재 홍창기 성초롱 박세인 강재웅 박지애 연지안 김유진 기자 최용준 오은성 남건우 김유아 송주용 권승현 최재성 수습기자
2017-04-19 19:55: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