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글로벌 독립 투자 리서치 플랫폼인 ‘스마트카르마(SmartKarma)’의 더글라스 킴 애널리스트가 10월 31일 고려아연의 2조5000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대해 비판했다. 고려아연 이사회는 373만주(20%)를 주당 67만원(예정가)에 유상증자를 통해 신주로 발행하고자 10월 30일 결의한 바 있다. 이날 킴 애널리스트는 “고려아연의 유상증자 결정은 최악의 코리아 디스카운트 사례다. 향후 몇 주간 유상증자 결정이 고려아연의 주가에 부정적인 압박을 가할 것”이라며 “많은 투자자들이 이 유상증자가 고려아연에 대한 자신들의 주권을 심각하게 희석시킬 것이기에 극도로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고려아연의 대규모 유상증자가 △최윤범 회장이 내년 의결권 경쟁에서 MBK 파트너스·영풍과 직접 부딪쳐서 이길 자신이 없다는 점 △의결권 경쟁이 이뤄지면, 국민연금과 같이 중립적이던 주요 투자자들이 최씨 일가에 반대표를 행사할 수 있다는 점 △최윤범 회장이 고려아연 지분을 갖고 있는 주요 한국 대기업들과의 관계에 확신이 없다는 점 △영풍정밀 주가 하락으로 인해 마진콜 가능성의 우려가 지속한다는 점 등의 함의가 있다고 봤다. 이날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재무이론에서 의사결정의 기본원칙은 신규 주주나 매각하고 떠나는 주주가 아닌, 기존주주(Existing shareholders)의 이익극대화"라며 "주주가치 희석화에 대한 우려가 주가 하락 및 변동성 증가의 악순환으로 이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재무교과서 대로라면 고려아연은 지금의 행태와 정반대로 고가에 유상증자하고 저가에 자사주 매입을 했어야 기존주주의 이익이 극대화된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언론에서 최윤범 회장의 우군으로 분류하는 현대차, 한화, LG그룹 지배주주들은 공시와 뉴스를 보고 대단히 놀랐을 것이다. 이미 현대차에서 파견한 기타비상무이사는 고려아연 이사회를 수차례 불참했다. 짐작컨대 현대차는 유상증자, 주총 표대결에서 각각 불참, 기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한화 김동관 부회장과 LG 구광모 회장은 공과 사를 구분해 본인 개인자금이 아닌 일반주주 돈으로 지인을 도와주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주장했다. ggg@fnnews.com 강구귀 기자
2024-10-31 13:59:08지난 몇 년간 개인투자자 수 증가세는 실로 놀라울 정도다. 2019년까지만 해도 600만명가량이던 국내 주식 투자자 수는 2021년 이래 1400만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 주식 투자액도 2019년 말 11조원이던 것이 최근에는 115조원까지 늘었다. 삼성전자 주주 수도 2023년 말 기준 521만명이라고 한다. 국민연금 수급자가 660만명이라고 하니 삼성전자가 배당을 하면 이에 못지않은 수의 주주들이 배당을 받는 셈이다. 삼성전자의 실적이나 주가에 많은 국민이 관심을 갖는 것도 놀랍지 않다. 개인투자자 수가 늘자 주식시장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크게 늘었다. 지난 몇 년 사이 경제 유튜브 채널이 큰 인기를 얻고 있고, 언론에서도 자본시장 관련 뉴스가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다. 주식시장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정치적 관심으로도 이어졌다. 1400만명이나 되는 유권자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기회니 정부와 여야 정치인들의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다. 금융위원회를 중심으로 투자자 보호를 위한 다양한 제도개선이 이루어졌고, 금융투자소득세 시행 여부도 뜨거운 논쟁거리다. 이 과정에서 국내 주식의 저평가 문제,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가 중요한 화두로 등장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2012~2021년 우리나라 상장회사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선진국의 절반가량에 불과하다. 비슷한 액수의 순자산을 갖고 있더라도 우리나라 회사 주가는 선진국에 비해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내 회사의 배당, 자기주식 취득 등 주주환원율도 다른 나라에 비해 눈에 띄게 낮다. 미국 시장에 투자하는 투자자가 많아지면서 저평가된 우리 시장은 때로는 자조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우리 주식시장은 무엇이 문제여서 이처럼 주가가 낮을까. 그 원인으로는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 지정학적 위험, 외환규제 등이 제시되지만 무엇보다도 기업거버넌스 문제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다른 나라와 달리 지배주주가 20~30%의 지분만으로 여러 회사를 지배하는 경우가 많다. 이 상황에서는 지배주주와 일반주주의 이해관계가 일치하기 어렵다. 예컨대 지배주주가 지주회사 지분을 30% 보유하고 지주회사가 자회사 지분을 다시 30% 보유한다면, 자회사가 100원을 배당하더라도 9원(100원×30%×30%)만 지배주주에게 지급되고 91원은 일반주주에게 지급된다. 지배주주로서는 100원을 사용하여 9원을 배당받느니, 회사로부터 높은 보수를 받거나 개인회사와 거래를 통해 회사의 부를 가져가는 것을 선택한다. 국내 기업의 배당성향이 낮은 것도 이러한 소유구조하에서라면 쉽게 이해가 된다. 이런한 상황에서는 지배주주가 과연 주가를 올릴 유인이 있는지 의문이 든다. 미국에서는 주가가 낮으면 적대적 인수합병(M&A)이 쉬워지기 때문에 경영권 방어를 위해 경영진이 주가를 올린다고 한다. 그러나 적대적 M&A 사례가 많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설명은 잘 통하지 않는다. 주가가 높으면 상속세 부담이 늘어나니, 지배주주는 주가가 낮은 것을 오히려 선호한다고 보기도 한다. 상속세율을 낮춰서 지배주주의 부담을 줄여주자는 주장도 이런 맥락에서 나오고 있다. 그런데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사실 멀지 않은 곳에 있다. 2001년 2월 기사에 따르면 진념 당시 부총리는 "우리나라 기업들의 주가가 저평가된 원인은 금융기업 구조조정의 비전이 가시적으로 보이지 않았고 기업지배구조 개선, 회계투명성, 소액주주권익보장 등이 개선되지 않은 데 기인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이것들만 개선되어도 기업들의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고 답변했다. 그렇다. 우리는 이미 20년 전에 그 해결방안을 알고 있었다. 이제는 실천에 옮길 때다. 정준혁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24-10-14 18:08:30[파이낸셜뉴스] 한국경제인협회 등 8개 경제단체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정무위원회에 상정된 법안들 중 기업경영과 투자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규제사항에 대한 경제계 의견을 모아 국회와 정부에 공동 건의했다고 11일 밝혔다. 경제단체들은 발의 법안들이 기업가치 훼손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심화시키고 개인투자자 보호 효과는 미미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경영권 공격세력이나 단기수익을 노리는 글로벌 헤지펀드에게만 유리하기 때문에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를 전했다. 지난 5월30일 22대 국회 개원 이후 8월 말까지 법제사법위원회에는 총 18건의 상법 개정안이 올라왔는데, 이 중에서 14건이 지배구조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경제단체들은 법안의 주요내용을 살펴본 결과 최근 문제가 된 ‘이사 충실의무를 주주로 확대하는 것’과 더불어 △자산 2조원 이상 상장회사가 이사를 선임할 때 집중투표제 실시 의무화 △감사위원 전원 분리선출 △독립이사제 도입 및 이사회 구성방식 강제 △권고적 주주제안제 도입 △전자주주총회 의무화 등이 담겼다. 발의안들은 지배주주의 권한을 대폭 축소시키는 강행규정들을 내놓았는데, 경제단체들은 이런 규정들이 소수주주 권한을 강화시키는 효과보다는 단기적 이익을 추구하는 경영권 공격세력만 유리한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발의안들은 이사들을 주주총회에서 집중투표제로 뽑도록 강제하고 감사위원 전원을 분리선출하도록 하는데, 이 경우 최대주주 대신 2~3대 주주들 입맛에 맞는 이사들이 이사회를 장악할 수 있다. 감사위원회의 막강한 권한을 감안할 때 투기자본에게 유리한 무기를 제공할 수 있다. 2003년 외국계 행동주의펀드 소버린이 SK를 공격해 약 1조원의 단기차익을 거두고 한국에서 철수한 사례가 실제 있었음을 감안할 때 이런 제도가 현실화되면 투기자본에 의한 경영권 공격이 더욱 기승을 부리고 결국 국부유출이 반복될 가능성도 있다. 경제단체들은 현행 상법상의 이사회 구성방식을 해외 사례와 비교해도 법적 강제가 심한데, 발의 법안들은 이를 더욱 강화시켜 기업 경영의 자율성을 크게 훼손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사외이사 명칭을 ‘독립이사’로 변경하거나 정관에 이사회 총원의 상한 규정을 없애고, 현재 이사 총수의 4분의 1을 사외이사로 구성해야 하는데 이 비중을 3분의 1 로 확대하는 것 등을 대표적 사례로 들었다. 또 △'이사 충실의무 확대’나 이사에게 공정의무를 부과하는 것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이슈에 관해 주주들이 적극 의견을 개진하도록 ‘권고적’ 주주제안을 도입하는 것 △자산 2조원 이상 상장회사에 현장주총과 전자주총을 병행해 개최하도록 하는 것 등도 소수주주에게 실질적 혜택을 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2024-09-11 10:30:14[파이낸셜뉴스] 금융투자소득세, 일명 '금투세' 논란이 뜨겁다. 말 그대로 금융상품을 샀다 팔아서 번 돈(양도차익)에 세금을 걷겠다는 거다. 개인들이 가장 많이 투자하는 금융상품이 '주식'이니 좁은 의미로는 '주식투자소득세'라고 부르면 편의상 이해가 쉬울 듯 하다. 다만 모든 주식 양도차익에 세금을 붙이는 것은 아니고 5000만원까지는 세금이 없다. 주식을 팔아서 번 돈이 5000만원이 넘을 경우 그 이상에 대해서 3억 이하까지는 22%, 3억을 초과하면 27.5%가 부과된다. 없던 세금이 생기는 것이므로 반발이 크다. 주식을 하는 사람은 말할 것도 없고 현재 주식을 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세금이 늘어난다고 하니 반발심이 생긴다. 기자 역시 진심과 열성으로 주식을 하고 있기 때문에 금투세 폐지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다만 막연하게 '금투세 폐지'를 외치기 보다는 금투세 도입으로 인한 장단점, 이로 인해 개미투자자가 입을 득과 실을 꼼꼼히 따져볼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네 거친 생각과 금투세를 바라보는 나 현재 기자는 모든 주식 계좌를 합쳐서 -20%의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기자의 주식투자 자금은 월급을 통해 모은 근로 소득, 엄마 찬스, 은행에서 영혼까지 땡겨 받은 신용대출, 주택청약예금 담보 대출 등등이다. 투자금이 적지 않으므로 -20% 손실액도 꽤 크다. 여기에 매달 나가는 은행 이자도 부담이 크다. 투자 자금 절반 정도는 미국 주식에, 나머지 절반은 한국 주식에 들어가 있다. 미국 주식의 손실률은 -12%, 한국 주식의 손실률은 -28%다. 투자는 온전히 개인의 책임이므로 국가가 손실을 보전해 주거나 신경도 쓰지 않는다. 기자가 가장 큰 수익을 거둔 해는 코로나19가 발발해 한국 주식 시장이 침체됐던 2020년이다. 수익률로는 100%에 가까웠다. 투자 원금이 2배가 된 것이다. 하지만 초기 투자금이 크지 않았던 관계로 당시에 금투세가 있었다고 해도 세금을 내지는 않았을 것이다. 익히 알려진 대로 지구에서 투자를 제일 잘하는 워런 버핏의 연평균 투자 수익률이 22% 정도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투자를 잘하는 사람이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국민연금의 올해 투자수익률은 6.52% 정도다. 물론 국민연금은 안정적인 운용을 위해 주식, 채권, 부동산 등 다양한 자산에 투자하고 있다. 그렇다면 평균적인 개미 투자자가 목표로 삼을 수 있는 현실적인 투자 수익률은 10% 내외일 것이다. 기대 수익률이 10%보다 높을 경우 수익보다는 손실의 위험이 크다. 일반적으로 주식투자를 통해 이익을 보는 개인 투자자의 비율은 10명 중 1명~2 꼴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금투세를 내는 개인은 얼마나 될까. 10% 수익률을 기준으로 5000만원 이상의 투자 수익을 올리기 위해서는 투자금이 5억원 이상인 사람만이 해당한다. 개미 투자자 중에 국내 주식만 5억원 이상을 굴리는 사람은 많지는 않을 것이다. 투자금을 1억이라고 가정하면 금투세법 시행 후 세금을 내는 사람은 그해 거둔 수익률은 50%를 넘어야 한다. 워런 버핏 옹의 뺨을 2번은 후려 칠 수 있는 투자 실력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 부동산부 기자를 했었다. 당시 코로나19로 풀린 유동성으로 인해 부동산 가격은 현재보다 훨씬 더 심각할 정도로 치솟았다. 각종 규제가 생겼고 투기를 막기 위해 종합부동산세 인상 등의 조치가 취해졌다. 기자 역시 당시 '종부세 폭탄'과 같은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를 썼었음을 고백한다. 하지만 당시 종부세를 내는 비율은 상위 2%, 100명 중 두 명에 불과했다. 자조적인 농담으로 "내 장래 희망은 종부세를 내는 것"이라고 말하곤 했었다. 어쨌든 세금은 '수익'에 붙는 것이다. 금투세 역시 도입이 되더라도 큰 돈을 굴리는 '고래'를 제외하고는 일반 개인 투자자에게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일반 개미 투자자 입장에서도 금투세 도입으로 큰 돈을 굴리는 '고래'들이 자금을 빼거나, 한국 시장에 매력을 잃고 엑시트할 경우 국내 증시 자체가 침체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자산 상승의 사다리(희망)가 사라질 수 있다. 코리아디스카운트 받고 금투세 더..사장님이 미쳤어요 미국 주식의 경우 양도차익 250만원까지는 비과세고 250만원 이상에 대해서는 이미 금투세가 부과되고 있다. 많은 선진국에서 이미 금투세를 시행하고 있다. 다만 문제는 한국 주식 시장의 특수성에 대한 충분한 숙고 없이 금투세가 시행되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이란 개념이 있다. 기업의 가치를 평가할 때 청산가치로 볼 수 있는 장부상 순자산가치와 주가를 비교하는 지표다. 쉽게 말해 A라는 기업이 있는데 이 기업이 오늘 망해서 문을 닫는다고 했을 때 현금, 부동산, 고철 등을 다 처분해서 벌 수 있는 돈과 현재 해당 기업의 주식 전부를 팔아서 나온 돈을 비교하는 지표다. PBR이 1보다 낮으면 주가가 실제 가치보다 저평가 됐음을 의미한다. 한국의 우량기업을 모아 놓은 코스피의 PBR은 0.95다. 1보다 낮다. 과거에는 남북의 분단 상황을 코리아디스카운트의 요인으로 꼽혔지만 이제는 웬만한 개미도 분단 상황은 큰 리스크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 본질적인 이유는 한국의 금융시장이 후진적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와 경제구조가 비슷한 대만의 경우 PBR이 2.4, 수십년 침체를 격었던 일본이 1.4, 영국이 1.7이다. 세계 최고의 기업이 많은 미국은 무려 4.5배다. 자세한 내용은 ' 한국 주식, 미국 주식 보다 후진 5가지 이유: 2화 [이환주의 개미지옥 클릭]'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을 주주와 나누는 주주환원율에서도 차이가 크다. 한국은 주주환원율이 29%다. 미국은 92%, 선진국 평균은 68%, 심지어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 32%보다도 낮다. 똑같은 실적을 거둬도 미국의 기업은 한국의 기업보다 주가는 2배 오르고, 주주에게 나눠주는 이익은 3배나 크다. 이런 상황에서 금투세를 도입해 국내 주식의 유일한 장점(주식 양도세 없음)을 없애는 것은 헤비급 챔피언과 라이트급 복서의 권투 경기에서 라이트급 복서에게 모래 주머니를 채우는 겪이다. 오죽하면 우리나라 국민연금 역시 현재 14.2%인 국내 주식 투자 비율을 2029년까지 13%로 낮추기로 했다. 우리나라 국민연금도 외면한 국내 주식 시장인데 하물며 개인투자자, 외국인투자자들은 어떨까. 여기에 더해 내년에 금투세가 도입될 경우 상황이 더 나빠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8월 29일, 언론 기사를 통해 두산밥캣과 두산 로보틱스 흡수합병 철회 소식이 전해졌다. LG에너지솔루션, 카카오, SK, 현대중공업 등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 개미투자자를 호구로 보고 뒤통수를 치는 수많은 물적분할 사례에 이어 또 다른 나쁜 사례가 될 뻔했던 케이스다. 자회사 중복상장, 경영권 프리미엄, 불법 공매도, 주가 조작 및 사기 등이 판치는 한국 주식시장에 금투세 도입이 초래할 부작용은 가늠이 안 된다. 잔디가 깔린 운동장(미국 주식 시장)과 기울어진 운동장(한국 주식 시장)에 개미를 풀어 두고 운동장에서 달리기 경기를 하고 있는데 기울어진 운동장을 오르는 개미에게 모래 주머니를 채우는 격이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2024-08-29 20:19:47[파이낸셜뉴스] 이사의 충실의무를 주주로 확대하면 오히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가속화 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높은 상속세와 법인세 등 반기업 정서로 인해 투자가 위축된 상황에서 이사 충실의무가 확대되면 기업 투자가 더욱 위축돼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를 외면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전문가들은 이사와 회사 간 위임계약에 근거한 회사법 체계가 훼손될 것이라고 우려하며, 경영권 방어수단 법제화가 병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15일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전문가들을 초청해 '이사 충실의무 확대,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좌담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류진 한경협 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일부에서는 상법을 개정하면 기업 지배구조가 개선되고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할 수 있다고 주장을 하지만, 과도한 사법 리스크로 기업인들은 신산업 진출을 위한 투자나 인수합병을 주저하게 되고 결국 기업 가치를 훼손시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심화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회사법 학자들과 전문가들도 최근 논란이 된 상법 개정안, 즉 이사의 충실의무를 주주로 확대하는 계획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강원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한국 높은 상속세와 법인세 등으로 회사가 번 돈을 주주가 가져가지 못한다는 점 때문에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발생한다"라며 "이사의 충실의무까지 확대되면 기업 투자 위축이 심화돼 국내외 투자자들이 한국 증시를 외면하게 만들고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가속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곽관훈 한국경제법학회 회장은 이사의 충실의무가 주주로 확대되면 기번 회사법과 모순될 뿐 아니라 상법 근간을 훼손시킨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 회사법은 회사와 이사 간 위임계약 관계를 준용하기 대문에 두 계약 당사자 사이에서만 의무가 발생한다"라며 "이사의 충실의무를 주주로 확대하면 위임계약의 기본 법리와 모순될 뿐만 아니라 상법 근간까지 훼손시킨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포이즌필과 차등의결권 등 경영권 방어 수단 도입이 필수라고도 지적했다. 포이즌필은 적대적 인수합병(M&A)이나 경영권 침해 시도가 발생할 때 기존 주주들에 시가보다 싼 가격에 지분을 매입할 수 있도록 미리 권리를 부여하는 제도다. 차등의결권은 '1주 1의결권' 원칙에 예외를 인정해 경영권을 보유한 대주주 주식에 대해 보통주보다 더 많은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김지평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미국과 일본 등 선진 지배구조 법제에서도 위와 같은 경영권 방어 수단을 인정하고 있다"라며 "경영권 방어수단이 법제화되면 자사주 매입 등 우회적인 경영권 방어에 투입될 기업 자금을 시설·연구개발(R&D) 투자나 임직원 보상, 이해관계자 이익 증진 등에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전문가들은 이사에 대한 형법상 배임죄 처벌을 지양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기자
2024-07-15 08:11:53[파이낸셜뉴스] 국내 증권시장을 두고 오랜 기간 지속돼온 오명인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해선 상장사들이 수익성 지표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일반투자자와 기관들은 감시자로서 이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제언도 같이 나왔다. 전은조 맥킨지앤드컴퍼니(McKinsey & Company) 시니어 파트너는 28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자본시장 밸류업 국제세미나’에서 “정량적 분석 결과 한국 기업들 저평가는 실증적으로 확인되고 있으며, 수익성 지표 등 재무적 저성과와 크게 관련돼 있다”고 강조했다. 전 파트너는 각 주체별로 주력해야 하는 지점도 짚었다. 우선 밸류업 당사자인 상장기업에 대해선 ‘자본효율성 제고를 비롯한 이익·정성적 지표 개선에 노력하고 기업 전략·활동에 대한 소통 및 실행’을 요구했다. 그는 일반투자자는 밸류업 노력에 대한 감시자로서 장기적 관점으로 투자를 확대해야 하고, 기관투자자는 책임 있는 인게이지먼트(참여) 활동을 지속하고 투자 대상 기업에 대한 장기적 관점의 투자와 소통에 힘써야 한다고 짚었다. 금융투자회사와 정부 과제로는 각각 ‘기업금융(IB) 전문화, 가계자산을 자본시장으로 유치하려는 노력’, ‘산업·금융정책 연계 등 포괄적 접근 미 세제 등 제도적 논쟁사항에 대한 조속한 해결’ 등을 제시했다. 앞서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도 개회사에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외국인들을 중심으로 사용돼온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용어는 이미 25년 이상 계속돼온 문제”라며 “국민적 관심과 전 세계 이목이 집중된 데엔 이번이야말로 해소를 위한 적기라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서 회장은 이어 “본격적 고령사회를 맞아 전 국민 노후를 위한 ‘연금자산 증식’이 국가적 과제로 부상했다”며 “자본시장 밸류업은 단순히 기업, 투자자 차원의 문제를 넘어 저성장, 저출생, 고령화 시대 돌파구가 될 수 있는 선순환 정책”이라고 규정했다. 호리모토 요시오(Yoshio Horimoto) 일본금융청 국장은 세션1 기조발표에서 ‘일본 새로운 자본주의 정책의 주요내용과 성과’를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새로운 자본주의 정책’이라는 큰 틀 아래 밸류업 정책들이 이뤄지고 있다”며 3가지 성공 요인을 꼽았다. △가계자산을 자본시장으로 유입시키기 위한 광범위한 구조적 개혁 △총리를 비롯한 정부 고위관계자들의 해외투자자에 대한 긴밀한 소통 △세제 인센티브, 금융교육 등 정책성과을 체감시키기 위한 노력 등이다. 마지막 세션2는 ‘자본시장 밸류업을 위한 제언’을 주제로 한 토론으로 꾸려졌다. 이준서 한국증권학회장(동국대 교수)이 좌장을 맡고 김우진 서울대 교수, 김지산 키움증권 상무, 박민우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국장, 박훈 서울시립대 교수, 이창화 금융투자협회 전무, 정우용 상장회사협의회 정책부회장, 현석 연세대 교수, 황성택 트러스톤자산운용 대표 등이 패널로 나섰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2024-05-28 08:40:56[파이낸셜뉴스] 한국거래소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밸류업에 참여한 상장사에 밸류업 표창, 평가 우대 등의 인센티브를 부여한다. 또 우량 기업은 적시에 상장되고, 부실 기업은 조기에 퇴출되는 진입·퇴출 선순환 생태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이 외에도 신규 수익원 발굴 및 사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미래사업본부(가칭)을 신설하고, 글로벌 마케팅 거점을 확보할 계획이다. 한국거래소 정은보 이사장은 26일 서울 여의도사옥에서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기업 밸류업, 자본시장 레벨업을 위한 한국거래소 핵심전략’을 발표했다. 정 이사장은 “지난 10년간 국내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은 60% 넘게 상승했지만 지수 상승률은 35%에 불과해 양적 성장에도 질적 성장이 다소 미흡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기업 밸류업 정책에 속도를 올리고, 국민의 공정한 자산운용 기회 확대, 새로운 먹거리 발굴 등을 통해 레벨업을 하려 한다”며 “4대 핵심 전략 및 12대 추진과제를 수립해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먼저 거래소는 기업들의 밸류업 지원을 위해 밸류업 표창 등 인센티브를 부여키로 했다. 밸류업 표창을 받은 기업들은 △5종 세정 지원 △밸류업 지수 편입 우대 △거래소 연부과금 면제 △거래소 추가, 변경 상장시 수수료 면제 △불성실공시 관련 거래소 조치 유예 등 모두 8가지 인센티브를 받게 된다.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오는 9월 ‘KRX 코리아 밸류업 지수’도 발표할 예정이다. 해당 지수를 바탕으로 12월 밸류업 상장지수펀드(ETF)를 조성하는 것이 목표다. 정 이사장은 “KRX 코리아 밸류업 지수가 개발되면 자산운용사 및 관련 기관이 ETF를 출시하고, ETF에 포함된 기업들에 대한 추가 투자 수요로 이어져 전체적인 가치평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장 감시 강화도 강화한다. 공매도 중앙점검시스템을 구축해 감시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신속한 불법 공매도 차단에 나설 계획이다. 또 이상거래 적출 및 시장 경보 발동 기준을 정교화하고, 사이버 감시체계를 고도화해 불공정 거래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우량 기업은 쉽게 진입하고, 부실기업은 적시에 퇴출되는 증시 선순환 구조도 만든다. 이를 위해 기업공개(IPO) 심사시간 단축 등 상장심사 관행을 개선할 방침이다. 상장 폐지와 관련해서는 매매거래 정지기간을 단축시키고 요건을 개선키로 했다. 정 이사장은 “코스피·코스닥시장에 상장된 기업은 약 2600개로, 15배 더 큰 시장인 미국(5500개)과 비교하면 상당히 많은 편”이라며 “좀비 기업에 대한 정리가 이뤄지면 건전한 기업에 대한 투자 수요로 전환이 될 수 있다. 자본시장 건전성도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미래사업본부(가칭)도 신설한다. 국내외 거래소 산업의 경쟁 환경에 대응해 신규 수익원 발굴 및 사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데이터, 인덱스 사업 등을 육성하기 위해서다. 내년 상반기 대체거래소(ATS) 출범이 예고된 만큼 위탁매매 중개수수료 외에 새로운 수입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영미권 K-밸류업 마케팅 거점 신설'도 함께 추진한다. 글로벌 투자자와의 파트너쉽을 확대하고, 해외 사무소 기능 재정립을 통해 자본시장에 대한 글로벌 마케팅을 강화할 계획이다. 정 이사장은 “과감한 도전과 혁신을 통해 '코리아 프리미엄'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긴 호흡으로 전략과제를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hippo@fnnews.com 김찬미 기자
2024-05-24 17:05:35[파이낸셜뉴스]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없애고 기업가치를 올리기 위해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등을 정부가 추진하고 있지만 정작 핵심적인 '세금' 이슈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투자업계에선 코리아디스카운트를 해결하려면 상속 증여세율을 낮추고 금투세 폐지를 끌고 나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높은 비율의 상속 증여세를 내는 기업 입장에서는 주가가 급하게 뛰는 것이 '축복'이 아니라 '재앙'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낮은 시총의 기업 수준을 유지하면서 상속증여세를 낮추려는 움직임이 만성화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성공하려면 상속 증여세 이슈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핵심 원인에 지배구조 이슈, 회계 불투명 등이 거론된다"면서 "그러나 가장 핵심적인 것은 상속 증여세 비율을 낮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연간 상속 증여세로 내는 기업들의 돈만 5조원가량에 이른다"면서 기업 규제로 이를 접근하니 외려 기업들의 발전을 퇴보시키고 있다고 부연했다. 그러나 이는 자칫 '부자감세' 논란이 될 수 있어 공론화를 서로서로 꺼리는 분위기다. 여기에 금투세 폐지 이슈까지 더했다. 금투세는 주식, 펀드 등에 투자해 번 돈이 1년에 5000만원을 넘으면 수익의 20∼25%를 세금으로 내는 구조다. 윤석열 대통령은 올해 1월 증시 개장식에서 "금투세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고, 민생토론회에서 이를 공식화했으나 총선 결과에 따라 추진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야당의 협조 없이 금투세 폐지는 불가능하다. 지난달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주재로 열린 '개인투자자와 함께하는 열린 토론(2차)'에서 금투세 폐지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차문현 타임폴리오자산운용 부사장은 "투자자 입장에서는 주식시장에 들어가는데 금투세가 있으면 투자심리가 위축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해외로 자금이 유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수많은 개인 투자자들이 금투세에 대해 엄청난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며 "올해 안에 금투세를 폐지하고, 선진국 수준의 금융 환경을 만든 뒤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khj91@fnnews.com 김현정 기자
2024-05-01 11:43:49"투자를 하지 않고 부동산 또는 현금으로 쌓기만 하면서 배당도, 자사주 매입·소각도 하지 않으니 '코리아 디스카운트' 상태에 있다." 파이낸셜뉴스가 25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에서 개최한 2024 FIND·서울국제A&D컨퍼런스에서 강성부 KCGI 대표는 "한국은 자본의 효율이 떨어지는 나라"라며 이같이 말했다. 주요국 대비 한국의 밸류에이션(가치)은 현저한 저평가 상태다. 자산 재배치가 절실하다. 코스피시장 상장사의 3분의 2가 장부가치 이하로 거래되고 있다. 이에 강 대표는 주주환원을 중심으로 하는 기업 거버넌스(지배구조) 개선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한국처럼 성장이 정체된 국가에서는 '이익을 나누는 문제'를 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자본은 조금이라도 효율적인 곳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 높은 자기자본이익률(ROE)을 추구한다. 투자를 통한 리턴(수익)을 늘리거나 에쿼티(지분)를 줄이는 주주환원을 해야 한다"며 "지배주주는 물론 일반주주도 이익을 나누는 것이 선진화된 지배구조다. 주주들의 이해관계가 일치하지 않으면 좋은 거버넌스가 아니다"라고 짚었다. 구체적 해법으로 자사주 소각을 제시했다. 2023년 3월 기준 자사주의 3년 내 소각만으로도 코스피지수 40%가 상승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2590에서 3620으로 퀀텀점프하는 셈이다. 국내 상장기업의 미소각 자사주 규모는 약 34억주, 74조원어치나 된다. 주주환원은 물론 기업의 적극적인 투자도 중요하게 봤다. 기업은 전년 대비 더 많이 버는 '성장'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시각이다. 행동주의 펀드에 대해선 감시자, 조정자, 투자자, 제언자 역할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캠페인을 한 한진칼, 오스템임플란트, DB하이텍 등에서 기업가치(EV)를 높였다는 설명이다. 한진칼은 재무·지배구조 개선은 물론 미래 성장동력 발굴 및 투자를 이끌어냈다. 오스템임플란트는 공개매수를 통한 매각으로 지배주주, 일반주주 모두가 이익을 실현했다. DB하이텍은 DB Inc.와 DB메탈 간의 합병 철회, 이사회 내 위원회 위원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등 이사회 독립성을 강화했다. 배당성향 증대, 자사주 매입 확대 등 주주권리 보호는 물론 중장기 성장비전도 제시했다. 강 대표는 "창업 수성은 최악의 경영철학이다. 전체 파이를 키우는 데 집중해야 한다"며 "경영진의 자리 보전을 위해 안전한 참호를 파고 나오지 않는 보수적 경영으로는 밸류에이션이 하락하는 것은 물론 기업 본래의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고 말했다. kakim@fnnews.com 김경아 강구귀 김미희 김현정 한영준 김태일 박지연 이주미 김찬미 기자
2024-04-25 19:32:13[파이낸셜뉴스] "투자를 하지 않고 부동산 또는 현금으로 쌓기만하면서 배당도, 자사주 매입·소각도 하지 않으니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주식 저평가)'에 있다" 강성부 KCGI 대표는 25일 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제22회 서울국제A&D컨퍼런스'에서 "한국은 자본의 효율이 떨어지는 나라"라며 이같이 밝혔다. 주요국 대비 한국의 밸류에이션(가치)는 현저한 저평가 상태다. 자산재배치가 절실하다. 코스피 상장사의 3분의 2가 장부가치 이하로 거래되고 있다. 2019년 5월 1일 주가를 기준으로 산정, 한국 코스피의 최근 1년 수익률은 2.0%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대만 가권 23.1%, 일본 니케이225 22.6%에 크게 못미치는 수준이다. 최근 5년 기준으로도 한국 코스피는 29.0%에 그쳤다. 대만 가권 85.0%, 일본 니케이225 94.0%와 격차가 크다. 이에 강 대표는 주주환원을 중심으로 하는 기업 거버넌스(지배구조) 개선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한국처럼 성장이 정체된 국가에서 나라에서는 이익 나누는 문제를 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자본은 조금이라도 효율적인 곳으로 흐를 수 밖에 없다. 높은 자기자본이익률(ROE)을 추구한다. 투자를 통한 리턴(수익)을 늘리거나 에쿼티(지분)을 줄이는 주주환원을 해야한다"며 "지배주주는 물론 일반주주도 이익을 나누는 것이 선진화된 지배구조다. 이 주주들의 이해관계가 일치하지 않으면 좋은 거버넌스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해법으로 자사주 소각을 제시했다. 2023년 3월 기준 자사주의 3년 내 소각만으로도 코스피 40%가 상승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2590p에서 3620p로 퀀텀점프다. 국내 상장기업의 미소각 자사주 규모는 약 34억주, 74조원어치나 되서다. 주주환원은 물론 기업의 적극적인 투자도 중요하게 봤다. 기업은 전년 대비 더 많이 버는 '성장'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시각이다. 그는 "1997~1999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전후에서는 '레버리지'를 통해 성장을 키우는 것이 '버블'을 만들어 문제였다. 지금은 전문경영은 물론 소유경영 조차 참호에 들어가서 안나가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투자도 안하고 배당도 안한다. 부동산, 골프장만 투자하고 현금만 쥐고 있으면 어느 주주가 이 회사에 투자를 할 수 있겠느냐"라며 "현금성 자산만 계속 들고 있으면 가치가 떨어진다. 부동산도 계속 성장하는 자산이 아니여서 가치를 지킬 수 없다"고 지적했다. 행동주의 펀드에 대해선 '감시자, 조정자, 투자자, 제언자' 역할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캠페인을 한 한진칼, 오스템임플란트, DB하이텍 등에서 기업가치(EV)를 높였다는 설명이다. 한진칼은 재무·지배구조 개선은 물론 미래성장동력 발굴 및 투자를 이끌어냈다. 오스템임플란트는 공개매수를 통한 매각으로 지배주주, 일반주주 모두가 이익을 실현했다. DB하이텍은 DB Inc.와 DB메탈간 합병 철회, 이사회 내 위원회 위원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등 이사회 독립성을 강화했다. 배당성향 증대, 자사주 매입 확대 등 주주권리 보호는 물론 중장기 성장비전도 제시했다. 강 대표는 "창업수성은 최악의 경영철학이다. 전체 파이를 키우는 데 집중해야 한다"며 "경영진의 자리 보전을 위해 안전한 참호를 파고 나오지 않는 보수적 경영으로는 밸류에이션의 하락은 물론 기업 본래의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고 말했다. 한편, ACGR(아시아 기업 지배구조 순위)에서 한국 기업 거버넌스 순위는 2020년 9위에서 2023년 8위로 올라섰다. 소액주주와 주주행동주의 부상을 통해서다. 이에 힘입어 KCGI는 지난 6년 간 연 20% 이상 내부수익률(IRR)을 기록해왔다. KCGI가 메리츠자산운용(현 KCGI자산운용)을 인수한 후 주요 국내펀드, 해외펀드, TDF에서 대부분 수익률 1등을 하고 있다. 강 대표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펀드도 지속되려면 수익률로 보여주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아무리 높은 이상과 철학을 가지고 있어도 투자할 돈이 안들어온다"며 "우리나라 행동주의는 아직 걸음마 단계이다. 초기라서 먹을 것도 많겠지만 한편으로는 모든 게 서툴다. 너그러운 눈으로 보아주었으면 좋겠다. 밸류업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 옳은 말은 힘이세고 오래간다. 시작이 반이다"고 밝혔다. 이어 "개미투자자가 지난 5년 여간 2배 이상 성장해서 정치권에서 이러한 화두를 버릴 수 없게되었다는 것이 중요하다. 코리아디스카운트 극복을 위해 다 같이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창의력 넘치는 세상이 온다"며 "우리 펀드는 기업이 심각하게 나쁜짓을 하거나 기업가치 개선을 위해 애쓰지 않을 때, 주가가 본질가치에 비해 현저히 낮을 때 본질 가치로 수렴하게 만드는 조정자 역할을 해왔다.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작게나마 이러한 노력을 하는 것이 수익률개선에 도움이 되고 리스크도 줄일 수 있다. 그것이 돈을 맡긴 수익자들에 대한 예의이고 수탁자의 책임(stewardship)이다. 밸류 크레커(Value cracker)를 넘어 밸류 크리에이션(Value creation, 가치창출) 을 하는 게 제 소임(mission)"이라고 말했다. kakim@fnnews.com 김경아 강구귀 김미희 김현정 한영준 김태일 박지연 이주미 김찬미 기자
2024-04-25 09:4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