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초등학교 시절 버스 정류장 근처에 네 평 남짓 작은 서점이 하나 있었다. 세뱃돈을 받거나 어른들에게 용돈을 받아서 주머니가 여유가 생기면 그 서점에 가곤 했다. 좁은 책장을 구석구석 뒤적거려 신중하게 골라서 한 권 한 권 책을 사서 읽었던 기억이 난다. 생떽쥐배리의 ‘어린 왕자’, 리처드 바크의 ‘갈매기의 꿈’, 모리스 드리옹의 ‘초록빛 손가락’, 바스콘셀로스의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 같은 책들은 어린 시절 내게 세상에 대한 용기와 상처에 대한 슬픔 그리고 가슴 뭉클한 감동을 안겨주었던 책들이었다. 루리 작가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긴긴밤’은 2020년 문학동네 어린이문학상을 받은 50만부가 넘게 팔린 베스트셀러 동화이다. 작품이 좋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어서 책은 진즉에 사두었는데, 이 동화가 뮤지컬로 제작됐다는 소문을 듣고 공연 관람 전에 고이 모셔둔 책장에서 책을 꺼내어 읽었다. 한 숨에 멈추지 않고 책을 끝까지 읽을 수밖에 없었고 어린 시절 뭉클했던 감동이 다시 밀려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다음 날, 저녁 대학로에 가서 뮤지컬 ‘긴긴밤’을 관람했다. 무대도 좁은 소극장에서, 단 네 명의 배우들이, 코뿔소와 펭귄이 주인공인 이야기를 어떻게 뮤지컬로 만들었을까라는 궁금증을 안고 공연을 관람했다. 그리고 100분이 지난 후 철딱서니 없게도 객석에서 눈물을 훌쩍이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함께 관람한 지인에게는 어제 소설의 감동이 아직 남아 있어서라고 변명을 하면서 말이다. 이 이야기는 뿔이 잘린 코뿔소와 부모 없는 어린 펭귄이 바다를 찾아 여행하는 이야기이다. 코끼리 무리에서 자란 코뿔소 ‘노든’은 세상에서 유일하게 남은 흰바위코뿔소다. 자유를 찾아 야생으로 나갔지만 아내와 아이는 밀렵꾼에게 죽었고, 동물원 친구였던 ‘앙가부’도 잃게 된다. 그래서 인간에 대한 증오와 복수심을 갖고 있다. 펭귄은 동물원의 펭귄 ‘윔보’와 ‘치쿠’가 품고 있던 알에서 태어났다. 아무것도 모르고 노든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는 어린 펭귄이지만 바다를 찾아가는 여행을 멈추지 않는다. ‘긴긴밤’은 그들이 가족과 친구를 잃고도 바다를 향해 하루하루 걸어갔던, 아픔과 슬픔을 이야기를 통해 견뎌냈던 기나 긴 밤들이다. 네 명의 배우들은 주인공인 코뿔소 노든, 펭귄, 앙가부 그리고 윔보·치쿠를 연기했는데 간단한 소품과 동작만으로 코뿔소와 펭귄을 연기했고, 이들의 긴 여정들은 바닥의 LED 조명으로 동선을 만들어 보여줬다. 네 배우들뿐이었지만 ‘긴긴밤’의 이야기를 전달하기에는 충분했다. 연출뿐만 아니라 각색도 원작을 매우 효과적으로 재구성해 작품에 내재돼 있는 디테일한 의미들을 최대한 담아내려는 노력들이 엿보인다. 배우들의 연기에는 진심이 묻어나 있으며, 펭귄역의 설가은의 연기는 아주 매력적이었다. 한 마디로 놓치면 후회할 만한 좋은 공연이라는 뜻이다. 뮤지컬 프로듀서로서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다양성’인데 뮤지컬 ‘긴긴밤’은 대학로에 아이들과 함께 관람할 수 있는 창작 뮤지컬로서도 너무 사랑스럽다. 물론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이 더 감동받을 공연이기도 하다. ‘갈매기의 꿈’이 ‘더 높이 나는 새가 멀리 난다’는 이야기를 전해 줬다면 ‘긴긴밤’은 ‘긴긴밤을 함께 견디며 살아내는 모든 존재들’의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다. 막연한 희망도 어설픈 강요도 없기에 감동은 더 진솔하게 다가온다. 이것이 지금 우리의 이야기이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4-11-18 09:31:06[파이낸셜뉴스] 정부가 지뢰 제거 등 육군의 임무 수행에 사용하는 K-600 장애물개척전차를 러시아와 전쟁중인 우크라이나에 지원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군 당국도 K-600을 우크라이나 측에 지원하더라도 '살상무기 지원 불가'란 정부 입장과 배치되는 건 아니라고 설명했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18일 정례브리핑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K-600 지원 계획 여부에 대한 질문에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해주는 건 적절치 않다"며 그 지원 여부를 "확인해주기 어렵다"면서 다만 "우리 군은 우크라이나의 자유 수호를 위해 인도적 지원과 지뢰제거장비·방호복 등 군수물자를 지원해왔다"고 덧붙였다. 전 대변인은 'K-600이 살상무기에 포함되는 게 아니냐'는 질의엔 "그 장비(K-600)를 살상무기로 보긴 좀 어려울 것 같다"면서 "살상·비살상무기, 공격·방어용 무기 구분이 복잡하고, 명확히 구분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현재까진 '살상무기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하지 않는다'는 정부 방침에 변화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측은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침공이 시작된 직후엔 우리나라에도 탄약·총기류 등 무기 지원을 요청했지만, 우리 정부는 한러관계 등을 고려해 "살상무기는 우크라이나에 지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이 같은 입장은 현재도 유지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지난 7월 우크라이나 측에 휴대용 지뢰탐지기와 방호복 등을 제공한 데 이어 K-600 전차 2대도 보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 5월 일본 히로시마(廣島)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당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지뢰 제거장비 등 비살상 목적의 군수물자 지원을 요청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코뿔소'란 별명을 가진 K-600은 K1A1 전차 플랫폼에 지뢰제거쟁기, 굴삭 팔 등을 장착해 지뢰 및 낙석 등의 다양한 장애물을 개척할 수 있도록 한 기동지원 전력이다. 국산 장비로써 육군 공병부대가 각종 장애물을 제거해 기동로를 확보하는 데 쓰인다. 특히 K600 코뿔소는 K-1A1 차체 기반인 만큼 강력한 기동성과 힘을 발휘하며 불도저 기능 뿐 아니라 임무에 맞게 불도저 삽날을 지뢰제거용 특수 쟁기로 교체할 수 있다. 이 지뢰제거쟁기는 차체 앞에서 지면을 특정 깊이로 파헤치면서 지뢰와 흙을 동시에 양쪽 옆으로 파내 밀어내면서 폭 약 3.8m 정도의 길을 만들며 전진할 수 있도록 세팅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자기감응 지뢰무능화장비로 전방에 강력한 자기장을 발산, 자기감응식지뢰를 멀리서 격발 제거할 수 있어 생존성이 매우 높다. 대전차지뢰를 밟아 폭발해도 차량 핵심 부위인 차체와 지뢰제거쟁기, 승무원은 큰 피해를 입지 않는 대전차지뢰 방호력을 지녔다. 또 차체 전방 오른쪽엔 굴삭기 암이 있고 양쪽에는 통로표식장비가 있는데 공기압력으로 작은 말뚝을 지면에 발사해 심는 장치다. 말뚝 발사는 일정시간과 거리 간격으로 설정할 수 있으며 이렇게 K600 코뿔소가 지나간 자리에 표식을 남김으로써 뒤따라오는 아군 차량이 안전한 길을 확인하고 전진할 수 있다. 아울러 전선에서 방어진지 구축 시 민간 공병장비 진입이 제한되는 곳이라도 K600 코뿔소는 신속히 투입돼 진지 축성이 가능한 만능 전력으로 평가된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2023-09-18 15:24:46[파이낸셜뉴스] 육군의 Army TIGER 무기체계인 K600 장애물개척전차는 대한민국 육군의 전투공병전차(Combat Engineer Vehicle)다. 육군은 지난 6월 경기도 양주시 25사단 사령부에서 박정환 육군참모총장 주관으로 ‘신규 무기체계 명명식’을 거행하면서 장애물을 신속히 탐지하고 개척하는 공병 전차의 역동적인 모습에 비추어 장애물전차를 ‘코뿔소’로 명명했다. 대량의 지뢰 신속 탐지·제거 우수 K1A1 전차 플랫폼에 지뢰제거쟁기, 굴삭 팔 등을 장착해 지뢰 및 낙석 등의 다양한 장애물을 개척할 수 있도록 한 기동지원 전력이다. 2020년 12월 초도 양산물량은 육군에 인도돼 전방부대에 배치됐으며 2023년까지 실전배치를 완료할 예정이다. 우리 군은 그동안 지뢰제거와 장애물개척 용도로 미국의 KM-9 ACE 일명 ‘장갑도저'를 면허생산해 활용해왔다. KM-9은 토사를 수송하는 트럭 역할이 가능한 적재함도 있고, 트레일러를 끌 수 있었다. 또 지뢰 제거용 선형 폭약인 미클릭(MICLIC)을 이용해 지뢰원을 개척하는 용도로도 사용할 수 있었고 크기가 작아 다양한 곳에 투입 가능한 수륙양용 전투용 불도저로써 요긴하게 쓰였다. 하지만 속도가 느리고 가벼운 만큼 불도저로써 힘이 약해 야전의 험지에서 운용이 제한되며 방어력마저 거의 없다는 한계가 명확한 단점이 있었다. K600 코뿔소는 K-1A1 차체 기반인 만큼 강력한 기동성과 힘을 발휘하며 불도저 기능 뿐 아니라 임무에 맞게 불도저 삽날을 지뢰제거용 특수 쟁기로 교체할 수 있다. 이 지뢰제거쟁기는 차체 앞에서 지면을 특정 깊이로 파헤치면서 지뢰와 흙을 동시에 양쪽 옆으로 파내 밀어내면서 폭 약 3.8m 정도의 길을 만들며 전진할 수 있도록 세팅할 수 있다. 대전차지뢰 방호력에 방어진지 구축 이 과정에서 자기감응 지뢰무능화장비로 전방에 강력한 자기장을 발산, 자기감응식지뢰를 멀리서 격발 제거할 수 있어 생존성이 매우 높다. 대전차지뢰를 밟아 폭발해도 차량 핵심 부위인 차체와 지뢰제거쟁기, 승무원은 큰 피해를 입지 않는 대전차지뢰 방호력을 지녔다. 또 차체 전방 오른쪽엔 굴삭기 암이 있고 양쪽에는 통로표식장비가 있는데 공기압력으로 작은 말뚝을 지면에 발사해 심는 장치다. 말뚝 발사는 일정시간과 거리 간격으로 설정할 수 있으며 이렇게 K600 코뿔소가 지나간 자리에 표식을 남김으로써 뒤따라오는 아군 차량이 안전한 길을 확인하고 전진할 수 있다. 아울러 전선에서 방어진지 구축 시 민간 공병장비 진입이 제한되는 곳이라도 K600 코뿔소는 신속히 투입돼 진지 축성이 가능한 만능 전력으로 평가된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2022-11-14 05:02:45국민연금 재정 고갈은 예견된 일이었다. 학자들은 국민연금이 '저부담·고급여' 구조로 설계됐을 때부터 고갈을 전망했다. 저출산·고령화 속도는 따라잡을 수 없을 만큼 빨라졌다. 이 같은 상황을 눈앞에서 보고도 정부와 국회는 지난 15년간이나 연금 개혁을 방치했다. 다음 정부가 국민연금 개혁의 '마지막 보루'가 된 이유다. 14일 정부 등에 따르면 국민연금 개혁은 2007년 노무현정부 당시 소득대체율을 2028년까지 다시 40%로 줄인 것이 마지막이다. 15년 전에 멈춰 있는 상태다. 그사이 인구구조는 급격하게 변했다. 2007년 당시 합계출산율은 1.26명 수준이었다. 전년도인 2006년 1.13명에서 오히려 큰 폭으로 상승했었다. 그러나 점점 추락해 2018년 0.98명을 기록해 1명 아래로 떨어진 이후 2021년엔 0.86명을 예상하고 있다. 이마저도 2년 전 추계로, 코로나19 상황 등으로 인해 전망은 더 어두워진 상태다. 가장 큰 책임은 정부의 미온적인 일처리다. 국민연금 개혁은 문재인 대통령의 주요 공약 중 하나였다. 박능후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연금 전문가였다. 그러나 복지부가 제시한 '더 내고 더 받는' 개편안을 문 대통령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며 탐탁지 않아했다. 국민 눈치보기에 들어간 것이다. 이후 정부는 '4지선다형' 답안지를 제출했고 책임도 함께 국회에 떠넘겼다. 박 전 장관 역시 "국회가 논의·결정해달라"라며 국회 탓을 했다. 국회도 책임이 크다. 보험료 인상에 대한 국민 부담이 커지면서 표를 의식해 연금 개편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정부안을 하나만 가져오라'며 퇴짜를 놓은 뒤 아무런 논의도 진행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국민연금 제도개선은 법으로 정한 의무사항이다. 국민연금법에 따르면 정부는 5년에 한 번씩 재정추계를 통해 개선안을 만들도록 의무화돼 있다. 정부로서는 의무사항만 지키고 결정권은 국회에 떠넘겼고, 국회는 '나 몰라라' 했다. 그 결과 국민연금은 예상 가능하지만 간과하는 위험을 뜻하는 '회색코뿔소'가 돼버린 것이다. 이 때문에 별도의 국민연금개편위원회를 만들자는 주장도 있다. 가급적 정치권의 입김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창수 숭실대 정보통계보험수리학과 교수는 "현실적으로 (연금개혁은) 정치인들이 여론을 수렴해서 정책으로 실현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제대로 개혁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중립적이고 객관적이면서 전문성이 뒷받침되고, 미래 세대의 의견까지 충분히 반영될 수 있는 위원회 조직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매년 국회와 정치권의 책임 떠넘기기식 소모적인 논의를 방지하기 위해 자동안정장치도 거론된다. 자동안정장치는 평균수명과 가입자 대비 수급자의 부양비율, 즉 인구구조의 변동에 보험료나 소득대체율을 자동 연동하는 제도다. 저출산·고령화 속에 연금 재정이 나빠지지 않도록 해 특히 재정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다. 이 제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국 중 19개 나라가 채택하고 있다. onsunn@fnnews.com 오은선 기자
2022-02-14 18:56:07[파이낸셜뉴스] 국민연금 재정 고갈은 예견된 일이었다. 학자들은 국민연금이 '저부담·고급여' 구조로 설계됐을 때부터 고갈을 전망했다. 저출산·고령화 속도는 갈수록 따라잡을 수 없을만큼 빨라졌다. 이 같은 상황을 눈 앞에서 보고도 정부와 국회는 지난 15년간이나 연금 개혁을 방치했다. 다음 정부가 국민연금 개혁의 '마지막 보루'가 된 이유다. 14일 정부 등에 따르면 국민연금 개혁은 2007년 노무현 정부 당시 소득대체율을 2028년까지 다시 40%로 줄인 것이 마지막이다. 15년 전에 멈춰있는 상태다. 그 사이 인구구조는 급격하게 변했다. 2007년 당시 합계출산율은 1.26명 수준이었다. 전년도인 2006년 1.13명에서 오히려 큰 폭으로 상승했었다. 그러나 점점 추락해 2018년 0.98명을 기록해 1명 아래로 떨어진 이후 2021년엔 0.86명을 예상하고 있다. 이마저도 2년 전 추계로, 코로나19 상황 등으로 인해 전망은 더 어두워진 상태다. 가장 큰 책임은 정부의 미온적인 일 처리다. 국민연금 개혁은 문재인 대통령의 주요 공약 중 하나였다. 박능후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연금 전문가였다. 그러나 복지부가 제시한 '더 내고 더 받는' 개편안을 문 대통령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며 탐탁치 않아했다. 국민 눈치보기에 들어간 것이다. 이후 정부는 '4지 선다형' 답안지를 제출했고, 책임도 함께 국회에 떠넘겼다. 박 전 장관 역시 "국회가 논의·결정해 달라"라며 국회 탓을 했다. 국회도 책임이 크다. 보험료 인상에 대한 국민 부담이 커지면서 표를 의식해 연금개편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정부안을 하나만 가져오라'며 퇴짜를 놓은 뒤 아무런 논의도 진행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국민연금 제도개선은 법으로 정한 의무사항이다. 국민연금법에 따르면 정부는 5년에 한 번씩 재정추계를 통해 개선안을 만들도록 의무화 돼 있다. 정부로서는 의무사항만 지키고 결정권은 국회에 떠넘겼고, 국회는 '나 몰라라'했다. 그 결과 국민연금은 예상 가능하지만 간과하는 위험을 뜻하는 '회색코뿔소'가 돼 버린 것이다. 이 때문에 별도의 국민연금 개편 위원회를 만들자는 주장도 있다. 가급적 정치권의 입김을 줄여야한다는 것이다. 이창수 숭실대 정보통계보험수리학과 교수는 "현실적으로 (연금개혁은)정치인들이 여론을 수렴해서 정책으로 실현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제대로 개혁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중립적이고 객관적이면서 전문성이 뒷받침되고, 미래세대의 의견까지 충분히 반영될 수 있는 위원회 조직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매년 국회와 정치권의 책임 떠넘기기식 소모적인 논의를 방지하기 위해 자동안정장치도 거론된다. 자동안정장치는 평균수명과 가입자 대비 수급자의 부양 비율, 즉 인구구조의 변동에 보험료나 소득대체율을 자동 연동하는 제도다. 저출산·고령화 속에 연금 재정이 나빠지지 않도록해 특히 재정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다. 이 제도는 OECD 36개국 중 19개 나라가 채택하고 있다. onsunn@fnnews.com 오은선 기자
2022-02-14 15:25:48금융시장에선 종종 동물이 등장한다. 무슨 얘기일까. 금융시장이 '동물의 왕국'이라도 된단 말인가. 그게 아니다. 금융시장 상황에 따라 동물이 비유적으로 사용된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금융시장에 등장하는 단골은 매와 비둘기이다. '매파'는 물가안정을 위한 금리인상을 주장한다. 반면 '비둘기파'는 경제성장을 위한 금리인하를 지향한다. 증시에서 '황소장'은 상승장이고, '곰장'은 약세장이다. '회색 코뿔소'도 있다. 회색 코뿔소는 지난 2013년 다보스포럼에서 미셸 부커 세계정책연구소 대표가 처음 발표했다. 회색 코뿔소는 몸집이 커서 멀리 있어도 눈에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오면 두려움에 아무것도 하지 못해 그 위험을 부인한다는 의미다. 올 들어 우리나라에도 '회색 코뿔소 경고령'이 내려졌다. 우리가 직면한 회색 코뿔소로는 가계부채, 물가상승, 미국 연준 양적긴축, 코로나19 확산 등이 꼽힌다. 고승범 금융위원장도 지난 13일 경제·금융 전문가 간담회에서 '회색 코뿔소'라는 표현을 통해 우리 금융시장의 잠재적 위험을 경고했다. 여러 회색 코뿔소 중 우리에게 가장 위협적인 것은 가계부채와 물가상승이다. 벌써 가계부채는 총 1800조원까지 치솟았다. 이런 와중에 물가도 치솟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7%로 10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사정이 이렇자, 한국은행은 세 차례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급한 불을 껐다. 하지만 가계부채와 물가상승은 여전히 코뿔소처럼 우리를 향해 돌진해오는 형국이다. 가계부채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이란 '화살'을 쐈더니 대출 이자부담이라는 또 다른 코뿔소를 불러들인 것도 문제다. 이번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한 차주의 추가 이자부담은 연간 3조~6조원이다. 문제는 우리 경제에서 가장 취약한 고리인 소상공인이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개인사업자대출은 584조원에 달한다. 올해 3월엔 소상공인 코로나19 대출 연장도 종료된다. '3월 위기설'이 나오는 이유다. 이뿐 아니다.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정치권에서 쏟아지는 '금융 포퓰리즘'도 '회색 코뿔소'로 여겨진다. 여당 대선후보는 1000만원 내외의 금액을 대출해주는 정책을, 야당 대선후보도 자영업자 채무조정 90%까지 확대 정책을 각각 제시했다. 서민과 소상공인들을 배려한다는 취지는 이해한다. 그러나 금융시장을 무너뜨리는 부작용을 낳을 게 뻔하다. 지금 우리 금융시장은 위기다.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대내외 금융 위험이 한꺼번에 몰리면 '제2의 금융위기'가 올 수 있다. 이제 정부와 정치권은 다가올 위기를 정확하게 인지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끝으로 미셸 부커가 제시한 회색 코뿔소 대응법을 소개한다. '인지하라''성격을 규정하라''제 자리에 머물지 말라''전화위복으로 삼아라'…. hwyang@fnnews.com 양형욱 금융부장·부국장
2022-01-16 18:26:42[파이낸셜뉴스]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자영업자 부채에 대한 연착륙 방안을 마련하고 비(非)은행권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13일 밝혔다. 고 위원장은 이날 서울 명동11길 은행회관에서 경제·금융 전문가와 간담회를 가진 후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비은행권 자산 크게 늘어 선제 관리”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회색코뿔소로 비유되던 잠재 위험들이 하나둘씩 현실화되고 있다"면서 “올해부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가 시행되면서 가계부채 증가율은올해 4~5%수준으로 유연한 관리가 가능하고 자영업자 부채와 비은행 리스크 관리를 깊이 들여다 볼 것”이라고 말했다. 회색코뿔소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지만 간과하기 쉬운 위험을 뜻한다. 가계부채는 안정권에 들어서는 모양새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달 전금융권의 가계대출은 2000억원 늘어나는데 그쳤다. 지난 8월부터 가계대출 증가액은 8조6000억원, 7조8000억원, 6조1000억원, 5조9000억원으로 둔화되다가 12월에는 사실상 멈춘 셈이다. 지난 한해 가계대출 증가율은 7.1% 수준이었다. 고 위원장은 “12월 가계부채 증가율이 줄어든데에는 대출 비수기의 영향도 있었고 지난해 8월부터 금융위가 강도 높은 가계부채관리 강화방안을 내놓은 것이 효과를 봤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 위원장이 올해 관리 타깃으로 잡은 곳은 비은행권이다. 저축은행과 상호금융 등이 주요 관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건전성 문제가 없지만 자산 증가속도가 가팔라 선제관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말 현재 저축은행의 가계·기업대출 잔액은 95조5783억원이다. 전년 말 대비 17조 9108억원(23.06%) 늘었다. 지난해 저축은행의 월평균 대출 증가액이 1조8000억원으로 이달 100조원을 넘어설 가능성인 높다. 고 위원장은 “비은행권의 자산규모가 최근에 크게 커진 측면이 있고 일부 수요자는 비은행권에서 단기로 자금을 조달해서 장기로 운영하는 모습도 보인다”면서 “레버리지가 확대되고 있기 때문에 선제관리 측면에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영업자 대출만기지원 3월 종료, 채무조정·컨설팅 등 지원“ 자영업자에 대한 대출지원방안은 이달 3월로 끝내고 연착륙방안을 마련한다. 대출잔액이 크게 늘어 금융 불안정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 2년간 개인사업자 대출은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해 9월말 기준 개인사업자대출잔액은 584조원이었다. 가계대출액 총 888조원중 개인사업자대출 차주들이 방은 가계대출은 304조원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코로나19에 따른 영업환경 악화로 지난 2년간 개인사업자대출이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고, 많은 사업자들이 가계대출도 함께 받아 필요한 자금을 확보해 오셨다”면서 “글로벌 통화긴축에 금리상승까지 더해지면 이분들의 대출부담과 부실화가 우리경제의 또다른 뇌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대출 만기 연장과 원금상환 유예조치는 3월 말에 종료될 것”이라며 “어려운 분들 사전 채무조정지원방안과 컨설팅 등 여러 방안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전문가 간담회에는 최재영 국제금융센터 원장, 안유화 성균관대 교수, 이철호 칼럼니스트, 신용상 금융연구원 리스크센터장 등 전문가 8명이 참여했다. ksh@fnnews.com 김성환 박소연 기자
2022-01-13 16:17:09[파이낸셜뉴스] 독일의 한 동물원에서 흥분한 코뿔소의 공격에 자동차가 전복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29일(현지시간) NBC 뉴스 등에 따르면 독일 북부의 호덴하겐 소재 한 동물원에서 흥분한 코뿔소가 사육사가 타고 있던 사파리 자동차를 공격했다. ‘쿠시니’라는 이름을 가진 이 코뿔소는 뿔을 이용해 사육사가 타고 있던 차를 옆에서 들어올렸다. 흥분한 쿠시니는 멈추지 않고 자동차를 인정사정 없이 옆으로 굴렸다. 마치 장난감처럼 수 차례 옆으로 구른 자동차의 외관은 완전히 찌그러졌으며 창문도 모두 깨졌다. 다만 차에 탑승하고 있던 사육사는 몇 군데 멍이 든 것을 제외하면 기적적으로 건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동물원 관리인인 파브리지오 세페는 “쿠시니가 흥분한 이유는 파악되지 않았다”면서도 “쿠시니는 동물원에 온 지 18개월밖에 되지 않았다. 새로운 환경에 아직 적응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환경 적응을 덜 마친 쿠시니는 동물원 방문객이 없는 아침과 저녁 시간에만 외출이 허용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코뿔소는 우락부락한 외관과는 달리 온순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 코뿔소가 사람을 공격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다만 지난 25일 일본 도쿄의 한 동물원에서는 20년 차 베테랑 사육사가 코뿔소의 뿔에 들이받혀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숨진 사육사는 홀로 코뿔소에게 피부병 약을 발라주기 위해 우리에 들어갔다가 변을 당했다. #코뿔소 #동물원 #사파리 onnews@fnnews.com 디지털편집부
2019-08-30 20:35:41일본 동물원 사육사가 자신이 담당하던 코뿔소에 의해 숨진 것으로 추정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26일 일본 재팬타임즈는 도쿄 서부 히노시에 위치한 타마 동물원에서 사육사 아사미 준이치(54)가 쓰러진 채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결국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현지 경찰은 사육사가 코뿔소에 의해 살해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육사는 지난 25일 오전 10시 50분께 동물원 관리인에 의해 발견됐다. 관리인은 개장 시간이 지나서도 모습을 보이지 않던 사육사를 찾던 도중 코뿔소 우리 근처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진 것을 발견했다. 발견 당시 사육사는 왼쪽 옆구리와 등에 상처를 입은 상태였으며 쓰러진 사육사 근처에는 코뿔소 피부병 예방약이 떨어져 있었다. 숨진 사육사는 20년 이상 경력을 지닌 베테랑이었으며 약 2년 전부터 코뿔소를 담당해왔다. 비교적 온순한 성격의 코뿔소가 사람을 공격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급대는 사육사를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결국 사망했다. 동물원 관리인에 따르면 사육사를 공격한 것으로 의심되는 코뿔소는 몸길이 2~3m, 몸무게 2t 가량의 18세 수컷 인도 코뿔소다. 코뿔소의 뿔 길이는 20 센티미터에 달한다. 타마 동물원은 현재 세 마리의 인도 코뿔소를 사육하고 있다. 와타베 히로후미 타마 동물원장은 "우리 직원 중 한 명이 목숨을 잃은 것은 정말 유감이다. 모든 방문객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라며 “자세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기 위해 조사팀을 구성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건으로 동물원은 사건 당일 오후 일시 휴장했으나 26일 재개장했다. #코뿔소 #동물원 #사육사 hoxin@fnnews.com 정호진 기자
2019-08-26 22:29:52프랑스의 한 동물원에서 관람객들이 코뿔소 등에 이름을 새겨 논란이 일고 있다. 22일(현지시간) 미국 폭스뉴스는 프랑스 남서부 로얀에 위치한 팔미르 동물원의 코뿔소 등에 관람객 두 명의 이름이 새겨졌다고 보도했다. 해당 매체에 따르면 35년째 동물원에 살고 있는 코뿔소 ‘노엘’의 등에는 ‘줄리엔’과 ‘카밀’이라는 두 사람의 이름이 새겨졌다. 동물원 관리인 피에르는 “누군가가 손톱을 이용해 코뿔소의 등에 이름을 새기고 간 것으로 추정된다”며 “몸 상태를 확인한 결과 건강에 문제는 없어 보인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코뿔소의 피부는 땀구멍이 없고 각질이 두껍게 쌓여 감각이 없기 때문에 노엘은 자신의 등에 누군가가 낙서하는 사실도 몰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물원 측은 “관람객의 무지와 무례함에 대해 분노한다”면서도 “법률적인 대응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 사실이 알려지며 현지 동물보호단체들은 관람객 뿐 아니라 동물원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동물보호단체 ‘르 비오메’는 “관람객이 울타리 가까이에서 동물을 만질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은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밝혔다. 동물원 측은 대부분의 관람객들은 동물을 존중하는 태도로 접근하고 있다며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정책이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감시카메라를 늘리는 등 감시 수단을 강화하겠다고 전했다. #코뿔소 #동물원 #이름 hoxin@fnnews.com 정호진 기자
2019-08-23 15:08: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