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교황청 직원들이 새 교황 취임을 기념해 1인당 500유로(약 78만원)씩을 받았다. 일명 '콘클라베(교황 선출 회의) 보너스'이다. 레오 14세 교황이 새 교황 선출을 기념해 교황청 직원들에게 보너스를 제공하는 전통을 되살렸다고 24일(현지시간) dpa통신이 보도했다. 이 보너스는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종한 4월 21일부터 레오 14세 교황이 선출된 5월 8일 사이 임시 체제에서 업무를 본 직원들에게 감사를 전하는 의미라고 이탈리아 안사 통신이 전했다. 콘클라베 보너스는 프란치스코 전 교황이 즉위한 2013년 폐지됐다가 12년 만에 복원됐다. 프란치스코 전 교황은 만성 재정 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각종 긴축 조치를 시행하며 종종 직원들과 갈등을 겪었다. 레오 14세 교황은 교황청 관료조직 쿠리아(Roman Curia)와의 첫 공식 면담을 하루 앞두고 콘클라베 보너스를 복원했다. 레오 14세 교황은 이날 바티칸에서 쿠리아 직원 및 가족들과 만나 "교황은 왔다가 가지만 교황청은 남는다"라고 말하며 대화와 단결하자는 메시지를 전했다고 AFP 통신이 보도했다. june@fnnews.com 이석우 기자
2025-05-25 07:03:27[파이낸셜뉴스] 콘클라베(추기경단 비밀회의) 둘째 날인 8일(현지 시각) 제267대 교황이 선출된 가운데 역사적으로 교구에서 배제되어 온 여성 신도들이 가톨릭 내 성차별 철폐를 요구하고 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현재 가톨릭교회에서 여성은 사제 서품에서 배제되고 있다. 예수가 열두 사도를 모두 남성으로 선택했다는 점 등을 근거로, 가톨릭 교회는 사제직이 남성에게만 전해져야 한다는 교리를 유지해왔다. 아울러 성직자만 교회 고위직을 맡을 수 있어 여성들은 자연스레 모든 교구 내 고위직에서 배제되어 왔다. 이와 관련해 일부 여성 활동가들은 여성의 성직 임명을 요구하는 의미에서 교황청이 내려다보이는 인근 언덕 위 공원에 올라 분홍색 연기를 내뿜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보도에 따르면 위인하르즈 연구소의 미리엄 듀니건은 "교회 인구의 절반을 무시한 채, 문을 걸어 잠그고 교회의 미래를 논의할 수는 없다"며 "교황은 여성 포용 문제에 제대로 맞설 용기가 있어야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조차 그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듀니건은 지난 2011년 여성 성직 지지 성명서를 바티칸에 전달하려다 구금된 바 있다. 그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일부 여성에게 책임 있는 직책을 맡긴 것은 맞지만 그들의 권한과 지위는 언제나 남성보다 낮다"며 "가장 경험이 많은 여성조차 가장 젊은 사제의 아래에 있다"고 비판했다. 프랑스의 활동가인 가브리엘 피델린은 "여성의 성직 및 콘클라베 배제는 죄이자 스캔들"이라고 강하게 규탄했다. 케이트 맥엘위 여성 사제 서품 운동 단체 사무총장도 "세상이 흰 연기와 검은 연기를 기다릴 때, 우리는 핑크 연기를 보내며 교회가 언젠가 여성들을 동등하게 받아들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 재임 중에는 교회 회의체인 '세계주교대의원회의'에 여성 평신도가 일부 참여하는 등 변화가 있었다. 다만 여성 성직 허용 논의는 여전히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0월, 프란치스코 교황은 여성 부제직 허용 문제를 검토할 실무단을 승인했으며, 이후 보고서에서 "여성의 부제직 진입 여부는 여전히 열려 있는 문제로 결정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입장을 밝혔다. 듀니건에 따르면 이번 콘클라베에 참여하는 133명의 추기경 가운데 여성 성직에 긍정적인 입장을 밝힌 사람은 단 한 명뿐이다. 듀니건은 해당 추기경에게 불이익이 갈 것을 우려해 그의 신원을 비밀에 부쳤다. 한편 133명의 추기경 선거인단은 8일(현지시간) 제267대 교황으로 미국의 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69) 추기경을 선출했다. 콘클라베 이틀만이자, 네 번째 투표 만에 결정됐다. 그가 앞으로 사용할 교황 즉위명은 '레오 14세'다. 가톨릭에서 '레오'는 라틴어로 '사자'를 의미한다. 1955년생으로 미 시카고 태생인 레오 14세 교황은 1982년 사제 서품을 받았으며, 성 아우구스티노 수도회 일원이다. 성 아우구스티노 수도회에서 교황을 배출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유로뉴스는 전했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2025-05-09 08:19:48[파이낸셜뉴스] 전세계 14억 가톨릭 신자들의 목자 역할을 하는 로마 교황을 뽑는 콘클라베가 7일(현지시간) 첫 회의에서 교황 선출에 실패했다. 외신들에 따르면 이날 추기경들로 구성된 콘클라베 첫 투표에서 교황은 선출되지 못했다.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 굴뚝에는 이날 밤 9시께 교황 선출이 실패했음을 뜻하는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교황이 선출되면 흰 연기를 피운다. 콘클라베에 참석한 추기경 133명 가운데 3분의2 이상인 최소 89명의 지지를 받은 후보가 없었다는 의미다. 추기경들은 8일부터는 오전과 오후 각각 두 차례, 하루 최대 네 차례 투표에 나서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뒤를 이을 제267대 교황을 뽑는다. 8일이나 9일 투표에서 교황이 선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최근 열 차례 콘클라베에서 교황 선출에 걸린 기간은 평균 사흘이었고, 닷새를 넘긴 적은 없다. 도박사들은 교황청 서열 2위인 국무원장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이탈리아)과 개혁파인 루이스 안토니아 타글레 추기경(필리핀)이 새 교황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들 외에 다른 추기경이 교황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2013년 콘클라베 당시 도박사들의 배당률이 15위에 불과했지만 투표 이틀째에 교황으로 뽑혔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2025-05-08 04:47:36[파이낸셜뉴스] 글로벌 스트리밍 서비스 디즈니+가 오늘(7일) 밤 11시(한국시간)부터 2시간 동안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에서 진행되는 '콘클라베'를 라이브 스트리밍 한다. 7일 디즈니+에 따르면 구독자라면 누구나 교황을 선출하는 추기경들의 비밀투표인 ‘콘클라베’를 시청할 수 있다. 제267대 교황을 선출하는 이번 ‘콘클라베’는 전 세계 70개국에서 온 추기경 선거인단 133명이 참석하는 사상 최대 규모다. 선거가 진행되는 동안 철통 보안과 함께 외부와 철저히 격리된 채 진행된다. 이번 ‘콘클라베’는 한국어 자막은 없고, 영어 자막만 제공될 예정이다. 한편 콘클라베를 앞두고 차기 교황이 누가 될지를 두고 도박 시장에 1900만달러(약 260억원)의 판돈이 몰렸다고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보도했다. 이는 지난 2013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출됐을 당시에 베팅된 판돈보다 50배 더 큰 규모로, 폴리마켓·칼시·벳페어 등이 차기 유력 교황으로 예측되고 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5-05-07 17:56:13[파이낸셜뉴스] 제267대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가 7일부터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에서 시작되는 가운데, 한 추기경이 공개적으로 ‘포기 선언’을 해 화제가 되고 있다. 프랑스 BFM TV 등은 이탈리아 일간지 일메사제로를 인용해 모로코 라바트 대주교이자 스페인 국적의 크리스토발 로페스 로메로 추기경이 3일(현지시간) 교황에 선출되더라도 포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해당 언론 보도에 따르면 로메로 추기경은 "나는 교황이 될 아무런 야망이 없다. 그런 역할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라며 "내가 교황으로 선출되면 시칠리아로 도망칠 것"이라고 농담처럼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로메로 추기경은 교황으로 선출되는 추기경은 그 직분을 거부할 수 없다는 점은 인정했으나, "교황이 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권력에 목마른 것"이라며 성직자의 권위에 대한 욕심을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를 앞두고 이러한 공개 선언은 흔치 않은 일이다. 프랑스 매체 우에스트프랑스는 로메로 추기경이 차기 교황 유력 후보군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콘클라베를 앞두고 나온 이례적인 공개 포기 선언이라 주목받고 있다고 전했다. bng@fnnews.com 김희선 기자
2025-05-05 10:16:05[파이낸셜뉴스] 22일(현지시간) 프란치스코 교황 선종으로 차기 교황을 뽑는 콘클라베가 내달 5일~10일 사이에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 유흥식 라자로 추기경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1951년생으로 현재 만 73세인 유 추기경은 다가오는 콘클라베에서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고 피선거권도 있다. 유 추기경은 2022년 5월 29일 정식으로 로마 교회 추기경단의 일원이 됐다. 선종한 김수환 스테파노(1922∼2009)·정진석 니콜라오(1931∼2021) 추기경, 염수정 안드레아(78) 추기경에 이어 한국 가톨릭교회의 네 번째 추기경이다. AP등 주요 외신은 차기 교황으로 교세가 성장세인 아시아·아프리카에서 나올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첫 아메리카 대륙 출신이었다. 유 추기경은 필리핀 출신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 추기경과 함께 아시아권 교황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두 추기경은 이탈리아 최대 일간지 코리에레델라세라가 선정한 차기 교황 유력 후보 12명에도 이름을 올렸다. 콘클라베는 라틴어로 ‘콘 클라비스’로 열쇠로 문을 잠근 방을 의미한다. 로마 가톨릭 교회에서 교황을 선출하는 선거 제도로, 교황 선종 시 만 80세 미만 추기경이 소집돼 교황을 선출하는 비밀회의를 한다. 최종 교황 선출까지 외부와 격리된 채 3분의 2 이상 득표자가 나올 때까지 투표가 반복된다. 23일(현지시간) AP에 따르면 현재 80세 미만 추기경은 총 133명이며, 이중 2명은 건강상 문제로 불참한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5-04-24 09:39:27[파이낸셜뉴스] 평생 청빈한 삶을 산 프란치스코 교황이 22일(현지시간) 88세의 일기로 선종한 가운데, 교황을 소재로 한 영화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졌다. 미국에서는 온라인 스트리밍 시간이 급증했고, 국내에서는 개봉 한달이 훌쩍 지났는데 박스오피스 역주행했다. 23일(현지시간)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와 엔터테인먼트 전문지 버라이어티 등에 따르면 지난 21일부터 영화 ‘콘클라베’ 스트리밍 시청 시간이 급증했다. 이 매체들은 온라인 스트리밍 시장조사업체 루미네이트 자료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에서 '콘클라베' 시청 시간 총계는 지난 20일만 해도 하루 180만분 정도였지만 교황 선종 소식이 알려진 21일에는 690만분으로 4배 가까이 늘었다. 기존에 추가 요금을 받고 제공하던 이 영화를 22일부터 무료로 푼 것도 영향을 끼쳤다. 무료 첫날인 22일 시청 시간은 1830만분으로 더 치솟았다. 루미네이트는 "콘클라베 시청 시간이 일주일 전(지난 15일 57만4000분)보다 320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넷플릭스에서는 서로 다른 철학을 지닌 교황들의 만남을 그린 영화 '두 교황'(2019)의 스트리밍이 급증했다. 루미네이트에 따르면 이 영화의 시청 시간은 지난 20일 29만분에서 21일 150만분으로 5배 넘게 늘었다. 국내 박스오피스 역주행..12위서 5위까지 껑충 이 영화는 국내에서 지난 3월5일 개봉헸다. 2016년 출간된 로버트 해리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교황 선종 뒤 새 교황을 선출하는 과정을 그린 스릴러 영화. 현지에서는 지난해 10월 개봉해 올해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올랐다. 콘클라베는 라틴어로 ‘콘 클라비스’로 열쇠로 문을 잠근 방을 의미한다. 로마 가톨릭 교회에서 교황을 선출하는 선거 제도로, 교황 선종 시 선거권을 가진 추기경단이 소집돼 교황을 선출하는 비밀회의를 한다. 선거가 진행되는 시스티나 성당은 선거 기간 동안 폐쇄되며, 추기경단은 외부와 철저히 차단된 채 교황 선출을 위한 투표를 진행한다. 국내에서는 교황 선종 전날인 20일 박스오피스 12위였던 이 영화는 다음날인 21일 일일 박스오피스 7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이어 22일 5위를 기록했다가 23일엔 6위로 한계단 내려왔다. 24일 오전 기준 누적 관객수는 27만9178명이다. 스크린수도 늘었다. 21일엔 82개 스크린에서 상영됐으나 23일 133개로 늘었다. 관객수도 21일 920명, 22일 1507명, 23일 1955명으로 증가 추세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5-04-24 09:13:57[파이낸셜뉴스] 교황청은 21일(현지시간) 프란치스코 교황이 서거한 직후 장례 절차에 돌입했다. 이르면 내달 초 차기 교황 선출 회의인 '콘클라베'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는 상대적으로 간소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교황이 절차를 일부 축소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편백나무와 아연, 느릅나무로 만든 3개의 관에 안치됐던 전임 교황과 달리 프란치스코 교황은 아연으로 내부를 덧된 목관 하나에 안치된다. 장지도 고인의 희망에 따라 로마 시내 산타마리아 마조레 대성당 지하묘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임 교황들은 관례적으로 성베드로 대성당 내에 묻혔다. 차기 교황을 선출하는 추기경단 비밀회의 ‘콘클라베’는 전통적으로 교황 서거 15~20일 내에 시작된다. 차기 교황에 대한 선거권 및 피선거권은 80세 미만 추기경들에게 주어진다. 시스티나 성당에서 외부와 격리된 채로 3분의 2 이상 득표자가 나올 때까지 비밀 투표가 진행된다. AFP 통신에 따르면 현재 투표권이 있는 추기경은 135명이다. 대륙별로 유럽이 53명, 북미권 20명, 아시아권 23명, 아프리카 18명, 남미 17명, 오세아니아 4명이다. 한국에서는 올해 74세인 교황청 성직부 장관 유흥식 추기경에게 투표권이 있다. 그는 이번 콘클라베에서 선거권 행사는 물론, 피선거권도 누린다. 한국 추기경이 콘클라베에 참가하는 것은 요한 바오로 2세를 교황으로 선출한 1978년 10월 투표 이후 약 47년 만이다. 콘클라베는 기본적으로 후보자를 정하는 별도의 절차를 두지 않고, 추기경들은 교황 적임자라고 생각하는 인물의 이름을 투표용지에 적는 비밀 투표를 해 3분의 2 이상 득표자가 수락하면 교황이 된다. 차기 교황 선출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웹사이트 '더 칼리지 오브 카디널스 리포트(The College of Cardinals Report)'는 자세한 정보를 제공하는 41명에 유 추기경을 포함했다. 유 추기경은 2021년 6월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으로 발탁돼 프란치스코 교황 곁에서 활동하며 얼굴을 알리고 인맥을 쌓았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은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5-04-22 05:46:03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가 진행되는 동안 조용히 개봉돼 관객들로부터 잔잔한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는 영화가 있다. 지난 2월 열린 제78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비롯해 각색상, 편집상, 최우수 영국영화상 등 네 개의 트로피를 들어올린 에드워드 버거 감독의 '콘클라베(Conclave)'다. 이 영화는 지난 3월 열린 제9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선 동명 원작 소설을 스크린으로 옮긴 시나리오 작가 피터 스트로갠에게 각색상을 안기기도 했다. 아카데미 시상식 직후인 지난달 5일 국내 개봉해 현재도 일부 극장에서 상영 중인 이 영화가 지금까지 불러 모은 관객 수는 모두 27만3345명(4월 19일 현재)이다. '콘클라베'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교황을 뽑는 과정을 그린 종교 영화이자 한 편의 빼어난 정치 스릴러다. 카톨릭 교회의 전통 의식 과정을 차분히 보여주면서도 정치 드라마 장르가 보여줄 수 있는 극적 요소를 적재적소에 배치해 보는 내내 손에 땀을 쥐게해서다. 치밀한 각본과 넷플릭스 영화 '서부전선 이상없다'(2022)로 연출력을 인정받은 에드워드 버거 감독의 우아한 미장센, 랄프 파인즈·스탠리 투치 등 출연 배우들의 극도로 절제된 연기가 삼박자를 이루면서 하나의 '잘 빚어진 항아리'가 만들어졌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영화가 지금 여기서 의미 있게 읽히는 이유는 사상 유례없는 두번째 대통령 탄핵에 따른 조기 대선을 코앞에 두고 있어서다. 영화에서 그들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도 곧 새로운 리더를 뽑아야 한다. 영화는 갑자기 교황이 사망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평소 교황을 존경했던 추기경 로렌스(랄프 파인즈 분)는 애도할 틈도 없이 콘클라베 단장직을 맡아 차기 교황 선거 절차에 돌입한다. 교황의 공석이 가져올 혼란을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수습하기 위해 세계 각국에서 108명의 추기경이 바티칸으로 모여들고, 차기 교황 선출을 위한 회의와 투표가 진행될 '(열쇠로 걸어잠근) 비밀의 방'이 만들어진다. 여기선 통신기기의 사용과 외부인 출입이 철저히 통제되고 도청 방지를 위한 시스템이 가동되는 등 외부와의 접촉이 일절 금지된다. 세상과 단절된 채 암막이 드리워진 그곳에선 과연 정의와 신성(神聖)이 되살아날 것인가. 그리고 '인노켄티우스(innocentius)', 즉 완전 무결한 새 교황은 탄생할 수 있을 것인가. 하지만 로렌스가 열쇠로 걸어잠근 그 비밀의 문 안쪽에서 목격하는 것은 추기경들의 야욕과 추문, 그리고 처절한 암투다. 이들은 출신 지역이나 인종에 따라 파벌을 만들고 라이벌을 제거하기 위해 함정을 파놓는가 하면, 상대 후보를 흠집 내기 위해 온갖 협잡과 음모, 권모술수를 마다하지 않는다. 또 때에 따라선 자기가 반대하는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해 '역선택'을 하는 잔꾀를 부리기도 한다. 그리고 급기야는 중립의 의무를 충실히 지켜야 할 콘클라베 단장 로렌스에게 이렇게 요구하기도 한다. "이건 전쟁입니다. 단장님도 이젠 한쪽 편에 서셔야 해요." 말투만 점잖았지 사실상의 협박이다. 하지만 최악(最惡)은 물론 차악(次惡)이나 차선(次善)도 아닌, 최선(最善)의 리더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던 로렌스는 추기경들 앞에서 다음과 같은 명연설을 남기며 공명정대한 콘클라베를 주문한다. "확신은 통합의 강력한 적입니다. 확신은 포용의 치명적인 적입니다. 그리스도조차 마지막에는 확신하지 못했습니다. 우리의 신앙이 살아있는 까닭은 정확히 의심과 손을 잡고 걷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오로지 확신만 있고 의심이 없다면 신비도 존재할 수 없습니다. 물론 신앙도 필요가 없겠죠. 의심하는 교황을 보내주십사 주님께 기도합니다. 죄를 짓고 용서를 구하고 실천하는 교황을 주시기를." 영화 '콘클라베'를 보면서 시종일관 쫄깃쫄깃한 느낌을 유지할 수 있었던 건 사실 조기 대선을 앞둔 우리의 현실과 영화 속 이야기가 여러모로 겹쳐 보여서였을 것이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일부 에피소드와 어쩌면 다소 충격적인 결말에 고개를 갸우뚱할 관객도 있을 수 있지만, '확신은 통합과 포용의 강력한 적'이라는 이 영화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을 도리는 없다. 앞으로 40여일 후면 우리도 영화 속 추기경들처럼 새로운 리더를 선출해야 한다. 추기경들은 제대로 된 교황이 뽑힐 때까지 반복해서 표를 던질 수 있었지만, 우리들에게 주어진 기회는 단 한 번 뿐이다. 아무런 흠결 없는 깨끗한 리더를 뽑아야 검은 연기가 아니라 흰 연기를 피어오르게 할 수 있다. 그래야 열쇠로 걸어잠갔던 '비밀의 방' 콘클라베를 다시 활짝 열어 젖힐 수 있다. jsm64@fnnews.com 정순민 기자
2025-04-19 17:50:45신한금융투자는 28일 사내 MZ세대로 구성된 주니어보드가 '콘클라베(Conclave)'를 통해 선정한 혁신과제 15개에 대해 무조건 시행을 약속하는 협약식을 가졌다. 금융사 가운데 콘클라베를 통해 MZ세대의 개혁안을 수용한 곳은 신한금융투자가 처음이다. 혁신안은 주니어보드 20명은 지난 6월 29일~7월 1일 전남 고흥에서 '콘클라베' 형식의 회의를 열었다. 라틴어로 '열쇠로 잠그는 방'이라는 뜻인 콘클라베는 로마 가톨릭교회에서 교황을 선출하는 비공개 선거제도다. 외부와 접촉을 차단하고, 결과가 나오기까지 기한 없이 진행한다. 주니어보드는 5차례 집단토론과 4차례 투표를 통해 모두 20개 과제를 선정했다. 이를 투대로로 경영진과 4차례의 토론을 벌였고, 최종 15개 과제를 확정했다. 디지털, 전략, 인사, 기업문화, 마케팅 등 다양한 부문에서 혁신 안이 제시됐으며, 단기과제 7개는 하반기에, 중장기과제 8개는 3년 일정으로 실행될 예정이다. 대표적인 단기과제는 미래 핀테크 인재를 양성하고 확보하는 '신한금융투자 소프트웨어 아카데미 개설', 분기마다 실패를 리뷰하고 혁신의 동기로 삼는 '도전사례 공유의 날' 지정 등이다. 중장기 과제는 구성원의 디지털 역량을 강화하는 '신한디지털대학' 프로그램 개설, '디지털자산 리딩컴퍼니' 등이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2022-07-28 18:03: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