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전날 국회 소통관에서 국정 전면 쇄신을 요구하며 눈물의 기자회견을 했다. 이에 대해 '탈당 명분 쌓기, 판을 깨기 위한 밑작업이 아니냐'이라는 지적을 받자 이 전 대표는 "밑작업할 게 뭐가 있느냐. 지난 1년 반 동안 당한 게 부족하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17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한 이 전 대표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보인 것과 관련해 진행자가 "일각에선 탈당하고 신당 창당을 위한 것, 판을 깨려는 밑작업 아닌가라고 의심하고 있다"고 하자 이같이 말하며 "해석은 자유"라고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와 관련해 현 당 지도부에서 책임을 임명직 당직자 교체선에서 마무리한 것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그는 "지금 보수 성향 언론사들이 대동단결해서 사설로 때리고 있다. 길어야 2주하고 본다. 2주 동안 평지풍파를 막아낼 수 있는 충격 완화용 아이템이 없다면 후폭풍이 너무 셀 것"이라며 김 대표가 버티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지난주 여론조사들은 보궐선거 민심을 반영하지 않았지만 이번 주부터 20%대 대통령 지지율이 나오는 조사들이 많이 나올 것"이라며 김 대표의 퇴진을 비롯해 당정 전면 개편 등 후속 조치를 취하지 않고서는 견디지 못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이 전 대표는 이날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빨리 정치권에 뛰어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한 장관의 개인적인 자질이 지금 국민의힘 의원들보다 낫다"고 평가하며 "한 장관 앞에 남은 커리어는 변호사 아니면 공적인 커리어다. 공적인 커리어를 이어 가는 방법은 총리를 하거나 아니면 선거에 뛰어드는 방법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 장관의 정치 입문 시기는 이번밖에 없다"며 "공적인 커리어를 더 이어나갈 생각이 있다면 유일한 타이밍"이라고 한 장관의 빠른 정치 입문을 촉구했다. 이어 '만약 한 장관이 국정감사 이후에 당에 합류하면 당 지도체제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는가'라는 질문에 이 전 대표는 "지금 지도부에 들어오지는 않을 것"이라며 "들어온다 하더라도 새로운 분위기가 형성될 때 그럴 것"이라고 진단했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
2023-10-17 13:59:36▲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오른쪽)와 파이낸셜뉴스 곽인찬 논설실장이 일본 도쿄의 중의원회관 사무실에서 대담하고 있다. 하토야마 유키오 전 총리는 일본 정치사에 한 획을 그은 인물이다. 그가 이끌던 민주당은 2009년 총선에서 자민당 장기집권을 무너뜨렸다. 그 때 그는 일본판 제3의 길을 주창했고 여론의 지지를 받았다. 그 바탕에는 우애(友愛)가 있다. 그가 말하는 우애란 프랑스 혁명의 자유·평등·박애의 3대 정신 중 박애에 해당한다. 지나친 자유와 강요된 평등 사이의 균형점이 바로 우애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의 '공정한 사회'를 어떻게 평가할까. 복지 포퓰리즘에 대한 그의 생각은 뭘까. 파이낸셜뉴스는 창간 11주년을 맞아 도쿄 중의원 의원회관에서 하토야마 전 총리와 특별 인터뷰를 가졌다. 하토야마 전 총리의 동아시아 고문인 윤성준 본사 상무이사가 인터뷰에 배석했다. (대담=곽인찬 논설실장) 의원회관 사무실을 들어서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함께 찍은 사진, 이승엽 선수로부터 받은 야구방망이가 눈에 확 들어온다. 그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반대하는 등 한국에 매우 우호적인 정치인이다. 그는 또한 부인 미유키 여사와 함께 일본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한류 팬으로 꼽힌다. ―한국에 친밀감을 갖게 된 계기는. ▲약 20년 전 정치 초년병 시절 대구에서 열린 사할린 잔류 한국인 관련 행사에 참석한 적이 있다. 그때 이산가족의 아픔을 지켜보면서 한·일 양국의 신뢰가 충분치 않다는 것을 통감했다. 이것이 한국과 가까워지게 된 출발점이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한국에 친밀감을 갖게 된 것은 한류 붐 때문이다. ―당신의 정치철학인 우애의 요체는 무엇인가. ▲자유는 중요하지만 시장만능주의 아래선 결국 강자만 살아남는다. 그러나 자유가 나쁘다고 국가가 통제하는 것 역시 문제다. 평등은 유지될지 모르지만 활력 있는 시장을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자유와 평등이 공존하려면 우애가 필요하다. 우애는 개인의 자립, 타인과의 공생을 기초로 한다. ―우애의 연장선상에서 당신이 주창하는 동아시아 공동체와 공동통화가 과연 가능할까. ▲오래 전 유럽도 독일과 프랑스 간에 전쟁이 잦았다. '유럽통합의 아버지' 쿠덴호프 칼레르기가 1920년대 통합 이야기를 꺼냈을 때 사람들은 꿈 같은 일로 여겼다. 그러나 유럽통합은 현실이 됐으며 유로까지 나왔다. 동아시아 통합은 유럽보다 더 어렵다고 생각하지만 구상 자체가 중요하다. 서울·도쿄·베이징대학 간에 학점을 교환하는 캠퍼스 아시아 구상처럼 3국이 차근차근 협력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한·일 자유무역협정(FTA)은 필요한가. ▲두 나라가 과거 역사를 뛰어넘어 문화·경제적으로 긴밀하게 협력하는 것이 이 지역 안정을 위해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서로 국가를 열어갈 필요가 있다. 초반의 우려를 떨쳐버리고 조금씩 열어나가면 윈윈 관계를 맺는 것이 가능하다고 확신한다. 어떤 의미에서 두 나라는 민족적으로 매우 가까운 나라이며 좀 더 친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자랑하던 일본 경제가 왜 이토록 풀이 죽었는가. 활력을 되찾을 방안은 없는가. ▲최대 실패는 버블을 만들었다는 데 있다. 버블을 없애려는 국가 정책도 잘못됐다. 버블을 없애려면 한국처럼 어려워도 한꺼번에 신속하게 조치를 취했어야 하는데 그렇게 못했다. 경제가 활력을 찾으려면 디플레이션(저물가 속 저성장)을 해소하는 게 중요하다. 대지진을 계기로 부흥계획을 짜서 빨리 큰 청사진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한 작업을 통해 모든 일본인이 자신감을 갖는 게 중요하다. ―고령화 문제는 얼마나 심각한가. ▲큰 테마다. 원래 장수는 좋은 것이다. 다만 장수사회를 유지하려면 일하는 젊은이들이 많아야 한다. 소자화(少子化·저출산) 대책에 더 힘을 쏟아야 한다. 일본 노인들은 자신들이 존재감을 잃어버리지 않았는지, 제 역할이 없어지지나 않았는지 걱정한다. 노인들은 손자들을 위해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다. 노인복지도 우애사상에 근거해 접근해야 한다. ―고령화와 관련해 한국에 조언한다면. ▲일본은 연금대책이 제대로 정비되지 않았다. 노후에 안심하고 살려면 연금을 제대로 해야 한다. 한국은 역동성이 풍부한 나라지만 소자화 현상은 일본보다 심각하다고 들었다. 빨리 대책을 세워야 한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때 일본인들의 침착한 대응은 세계에 감명을 줬다. 침착성은 일본인의 DNA인가. ▲한신대지진 때도 마찬가지였는데 큰 재해가 닥쳤을 때 침착성을 보이는 것은 동양적인 DNA라고 생각한다. 그 자체에 대해선 자긍심(프라이드)이 있지만 한편으론 정부가 거기에 안주해 신속한 대책을 펼치지 못한 것이 문제다. ―사고 이후 원전 여론은 어떻게 바뀌었나. ▲원전을 새로 짓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중요한 것은 'Fail Safe' 즉 원전이 실패하거나 고장나도 안전한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다. 이번에는 그렇지 못했다. 현실적으로 자원빈국인 일본은 원전을 포기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Fail Safe' 개념으로 사람들이 안심할 수 있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 ―2009년 일본 민주당이 대승한 배경은. ▲국민 대부분이 자민당 정치에 강한 불만을 품었다. 한마디로 관료한테 일임했던 정치가 국민에게 설득력을 잃었다. 관료천국이 됐지만 국민 생활은 좋지 않았다. 유권자들은 쓸데없는 돈의 남용에 분노했다. 그래서 우리는 관료 주도의 정치가 아니라 국민 의사를 중시하는 정치를 만들겠다는 기치를 내걸었고 그것이 국민의 평가를 받았다." ―2년이 지난 지금 민주당 지지율이 뚝 떨어졌는데. ▲총선에서 내걸었던 매니페스토(정책공약)가 유명무실해졌다. 아동수당·농어가소득보장 등이 충분하지 않았다. 여기에 간 나오토 총리의 소비세 발언이 있었다. 증세를 좋아할 사람은 없다. 재정이 심각한 상황이기 때문에 언젠가는 소비세를 올려야 할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 많은 사람이 증세가 어쩔 수 없다고 이해는 한다. 그러나 내가 물러나자마자 소비세 증세 발언을 했기 때문에 국민에게 불신감을 주었고 참의원 선거에서 대패하는 원인이 됐다. 이 바람에 우리가 약속한 여러 가지 정책을 실행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일본의 열악한 재정 형편을 고려할 때 복지 공약은 포퓰리즘 아닌가. ▲아동수당은 한국의 저출산 탈피를 위해서도 가장 시급한 대책이다. 저출산에서 벗어나는 것이 한·일 양국이 직면한 큰 과제다. 그런 의미에서 복지 정책은 정해진 예산을 가지고 어떻게 풀어가느냐의 문제다. 물론 이를 포퓰리즘이라고 보는 사람도 있겠지만 아이들을 둔 가정을 지원하는 것이 그렇게 많은 돈이 필요한 게 아니다. 아동수당은 매우 의미있는 정책이라고 지금도 확신한다. 하토야마는 총리 시절 유엔 연설에서 1990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을 2020년까지 25% 줄인다는 이른바 '하토야마 이니셔티브'를 발표했다. 이는 즉각 일본 재계의 반발을 불렀다. ―'하토야마 이니셔티브'를 발표한 배경은. ▲우애는 인간과 인간뿐 아니라 자연과의 관계에서도 성립한다. 대학 시절 로마클럽의 '성장의 한계'라는 책을 읽으면서 과학의 진보가 반드시 인간에게 플러스가 아님을 알고 충격을 받았다. 그때부터 인간이 사는 방법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게 됐다. 생존을 위해 인간은 지구 환경에 대해 좀더 겸허해져야 한다. 이를 위해 선진국인 일본이 선두를 치고 나가는 것이 의무라고 생각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공정한 사회'를 국정 기조를 삼고 있다. 우애의 관점에서 이를 평가한다면. ▲공정한 사회를 지향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내가 추구하는 우애사회는 신뢰를 기초로 한다. 불공정하면 신뢰를 잃어버리기 때문에 공정한 사회는 우애사회로 가는 필수조건이다. ―한국에선 보수적인 한나라당까지 재계와 긴장관계에 있다. 일본은 어떤가. ▲(웃음) 원래 게이단렌(한국의 전경련)은 자민당을 지지해왔기 때문에 민주당으로 정권교체를 바라지 않았을 걸로 본다. 그러나 재계 안에도 진보적이고 개혁적인 기업이 꽤 있다. 예를 들면 재생에너지·태양광 등 새로운 분야의 기업들은 민주당이 더 좋다는 사람도 있다. ―한국이 일본으로부터 배울 점은. ▲일본엔 첨단 기술력을 갖춘 중소기업층이 두껍다. 한·일 FTA가 체결되면 한국에 불리할 것이라는 말이 있는데 시장이 더 열리면 일본 중기로부터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이 한국에서 배울 점은. ▲(웃음) 많지 않겠느냐. 국민이 강인하고 하고자 하는 의욕이 넘친다. 해외에 진출할 때도 자신을 적극적으로 알린다. 일본에 비해 아이들한테 영어도 빨리 배우게 하고 많은 기업이 영어를 중시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한국 기업들이 일본 경쟁사에 비해 더 많은 메시지를 (해외 기업들에) 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독도·교과서·위안부 등 한·일간 몇 가지 난제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양국 관계가 양호한 때도 있었지만 한국인들이 호의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었던 시대도 있었다. 역사적인 가시가 남아 있다고 생각한다. 그 가시를 하루아침에 뺄 수는 없지만 우애정신을 바탕으로 서로 신뢰를 높여가면서 해결하려는 노력을 지속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핵무기로 평화를 위협하는 북한도 우애로 포용해야 하는가. ▲체제가 달라도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것이 우애정신이다. 북한이 외교의 장에서 주변국들과 신뢰를 쌓아가며 북한의 미래를 위해서도 핵정책을 포기하는 것이 바른 길임을 이해시켜야 한다. 북한에 강요하는 게 아니라 그들이 스스로 깨닫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불행히도 지금 일·북 관계는 그렇게까지 신뢰 관계가 구축돼 있지 않다. 일본으로선 납치 문제도 있다. 하토야마는 재임 중 오키나와의 후텐마 기지 이전 문제 등을 놓고 미국과 갈등을 빚었다. 그래서일까, 그는 미국을 언급할 때 매우 신중해 보였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슈퍼파워 미국의 시대는 끝났는가. ▲미국 일극으로 세계의 안전보장과 경제를 결정하는 시대는 끝났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등장한 G20이 그 증거다. 여러 나라가 협력해 글로벌 경제위기에 대항하지 않을 수 없는 시대가 됐다. ―그 공백을 중국이 채울 것으로 보는가. ▲나는 후진타오 주석과 원자바오 총리, 시진핑 부주석을 잘 알지만 이들이 슈퍼파워 중국을 원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중국은 미국·아시아 각국과 협력하면서 경제를 발전시키고자 한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일본의 역할은. ▲일본의 안전보장은 일·미 동맹이 기본이며 앞으로도 이것이 견지돼야 한다고 본다. 일·미 안보가 굳건하기 때문에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각국이 신뢰 속에서 안정을 지킬 수 있다. 미·중 양 대국 사이에서 일본과 한국은 서로 윈윈 관계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재임 중 어떤 면에서 미국과 의견이 엇갈렸나. ▲두 가지다. 먼저 동아시아 공동체를 주장하자 미국은 일본이 아시아를 더 중시하는 게 아닌가 우려했다. 두번째는 후텐마 기지 이전 문제다. 동아시아 공동체는 미국을 배제하는 게 아니라고 이해시켰다. 후텐마 기지와 관련해서는 언제까지 일본 영토 안에 미군 기지가 존재해야 하는가라는 의문을 가졌다. 50년, 100년이 걸려도 좋으니 일본의 안보는 기본적으로 일본 스스로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결과적으로 양국은 후텐마 기지를 오키나와 현내 헤노코로 이전한다는 데 합의했다. ■정치철학 '우애'를 말하다 오늘의 하토야마를 있게 한 두 권의 책이 있다. 한 권은 1935년 오스트리아의 정치가 겸 철학자인 리하르트 니콜라우스 폰 쿠덴호프 칼레르기가 쓴 '전체주의 국가 대 인간'이란 책이다. 칼레르기는 "인간은 목적이며 수단이 아니다"라는 서두로 시작하는 이 책에서 스탈린 공산주의와 히틀러 나치즘을 강하게 비판한다. 그는 방종에 빠진 자본주의, 평등만을 추구하는 전체주의 사이에서 균형을 도모하는 개념으로 우애(Fraternity)를 제시한다. 하토야마의 조부인 하토야마 이치로가 이 책을 번역했고 이후 우애는 '가훈'이 됐다. 하토야마는 주저없이 우애를 자신의 좌우명으로 쓰고 있다. 다른 한 권은 1972년 로마클럽이 펴낸 '성장의 한계'다. 도쿄대 공학부 재학 시절 이 책을 읽은 하토야마는 "머리를 때리는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뒷날 하토야마는 유엔 기후회의에서 세계가 깜짝 놀랄 과감한 온실가스 감축을 약속한다. 그 바탕엔 자연에 대한 우애 사상이 깔려 있다. 하토야마의 우애 철학은 2009년 총선 직전 월간 '보이스(Voice)'지에 쓴 글에 잘 요약돼 있다. 그는 "현 시점에서 우애는 시장지상주의로부터 국민의 생활이나 안전을 지키는 정책으로 전환해 공생의 경제사회를 건설하는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에게 우애는 정치의 방향을 판단하는 나침반이며 정책을 결정할 때의 판단 기준"이라고 설명한다. "냉전 후 일본은 미국발 글로벌리즘이라는 이름하의 시장원리주의에 계속 농락당했다"는 표현은 미국을 긴장시키기도 했다. ■하토야마,그는 누구인가 하토야마가 한국에서 정치를 했다면 한나라당 개혁파 또는 한나라당을 탈당한 민주당 의원으로 활동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자유와 평등 어느 한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그의 정치성향은 딱 중도파다. 그는 자민당의 빛바랜 보수성이 싫어 할아버지 하토야마 이치로가 만든 당을 뛰쳐나와 정권을 잡았다. 할아버지 이치로는 자민당 출신 첫 총리를 지낸 거물이었다. 점령국 미국은 이치로가 군국주의에 협력했다는 이유로 5년간 정치활동을 금지했다. 정계에 복귀해 어렵게 총리(1954∼1956년)가 된 이치로는 소련과 국교를 재개했다. 이런 할아버지 밑에서 자란 하토야마가 총리 재임 중 미국과 각을 세운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이치로 역시 1950년대 초반 자유당을 탈당해 민주당을 창당한 적이 있으니 그 할아버지에 그 손자인 셈이다. 한국 정치인 중 하토야마와 비슷한 성향의 인물을 꼽으라면 정운찬 전 총리가 아닐까 싶다. 정 전 총리가 동반성장위원장으로 주장한 초과이익공유제에 대해 국내 보수 세력은 좌파적이라는 딱지를 붙였다. 그러나 시장만능주의의 부작용을 끊임없이 경계해온 하토야마라면 정 전 총리를 지지했을 것 같다. 중도 성향의 두 사람은 학자 출신이라는 공통점도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은 하토야마는 일본 센슈대 교수를 거쳐 정계에 입문했다. 하토야마는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을 꼽는다. 케네디가(家)는 미국 진보주의를 대표하는 정치명문이다. 하토야마 가문을 일본의 케네디가로 부르는 것은 매우 적절한 비유로 보인다. /paulk@fnnews.com곽인찬기자
2011-06-30 17:53:38<편집자주> 제22대 총선이 한 달 남짓 남은 가운데 여야의 공천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아직 판세는 안갯속이다. 국민의힘은 비교적 조용한 공천을 고리로 '정권안정론'을 앞세워 지지세 확산에 나서고 있는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친명횡재 비명횡사'라는 신조어를 낳을 만큼 공천 논란이 갈수록 격화되는 양상이다. 여기에 제3지대는 거대 양당제 폐해의 틈바구니를 벌리면서 각자 세 확산에 나서고 있다. 이에 파이낸셜뉴스는 총선 정국 초반인 4일 여야의 각당 공천 상황을 비롯해 부동층 잡기 위한 총선 전략, 제3지대의 출현 등 주요 변수를 토대로 박상병 정치평론가,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종근 시사평론가,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와 긴급 지상대담을 갖고 향후 총선 전망 등을 살펴봤다. ―이번 22대 총선 판세와 각 당의 의석 수를 어떻게 전망하는가. ▲이 평론가= 국민의힘이 수도권에서 선전하고, 강원·충청권의 바람과 함께 낙동강 벨트 탈환이 전망되고 있어 160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측된다. 반면 민주당은 130석을 가져갈 것이다. 민주당은 설 이후 여론조사 결과에서 한 번도 상승세를 보이지 못했으며, 내홍이 너무 오래 지속돼 부동층으로부터 외면받을 가능성이 크다. 제3지대의 경우 이합집산을 거듭하며 양당 심판 구도를 형성해 내지 못해 조국혁신당·새로운미래·개혁신당이 각 2석씩을 가져가며 약진할 것이다. 녹색정의당은 1석을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 ▲채 교수= 국민의힘이 142석을 차지하며 원내 제1당이 될 것이다. 다만 민주당이 141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돼, 여소야대구도를 보여줄 것으로 보인다. 조국혁신당의 경우, 민주당 지지자들이 이 대표의 공천 논란과 통합진보당 후신인 진보당이 참여하는 위성정당에 불만을 가지고 있어 더불어민주연합을 찍지 않고 대거 이동하며 10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거대 양당의 적대적 진영 대결 구도가 유권자의 당파적 표심으로 연결돼 제3지대의 효과는 작아져, 개혁신당과 새로운미래가 각 3석씩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녹색정의당은 2석에 그칠 것이다. ▲신 교수= 국민의힘이 170석을 가져가며 과반 이상을 차지할 것이다. 민주당은 지역구에서 100~110석을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미래와 민주연합은 합쳐질 것이 거의 분명한데, 민주연합이 10명 이상 의원을 영입할 경우 새로운미래와 합해 15석 이상을 가져갈 것이다. 다만 조국혁신당이 얼마나 많은 야당 이탈표를 가져가느냐가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조국혁신당은 7석 이상을 가져갈 것으로 보이며, 녹색정의당은 2석을 가져갈 것으로 예상된다. 개혁신당은 지난주 여론조사에서 TK지역 정당 지지율 0%를 기록하는 등 대안적 보수라는 이미지를 갖기 힘든 상황으로, 개혁신당은 최대 1석을 얻을 것으로 사료된다. ▲박 평론가= 민주연합의 당선인을 모두 포함할 경우, 민주당이 과반 의석으로 제1당이 될 것으로 본다. 국민의힘이 정당 지지율에서는 앞서고 있지만 정권심판론을 뛰어 넘기는 어렵다. 또한 총선 정국을 이끌 국민의힘의 동력이 없는 상태로, 국민의힘은 갈수록 어려운 상황이다. 공천 이후 본선 대결로 총선 정국이 본격화되면 민주당 지지층이 더욱 결집할 것이다. ―여야 총선 대진표가 속속 정리되고 있다. 현 시점에서 최대 격전지는 어디라고 보고 있는가. ▲채 교수=수도권 지역이 최대 격전지가 될 것이다. 1·2위가 근소한 차이로 결정되는 박빙 선거가 예상되며, 제3지대 정당이 거대 양당 중 어느 쪽 후보의 표를 가져갈 것인가에 따라 순위가 결정될 것이다. 서울의 경우, 86 운동권 출신인 함운경 민주화운동동지회장과 정청래 민주당 의원이 맞붙는 마포을의 여론이 운동권 청산론과 정권심판론을 놓고 충돌하는 만큼, 이를 판단하는 여론이 수도권 민심의 척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평론가=한강 벨트인 '마용성(마포·용산·성동)'이 주목된다. 마포을은 국민의힘의 운동권 청산 구도에 가장 걸맞은 대결이 됐고, 용산은 민주당이 총력전을 펼칠 지역구로 예상된다. 중·성동갑은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공천 파동으로 격전지로 부상했다. 마용성을 비롯한 한강 벨트는 지난 20대 대통령 선거 때 윤석열 후보에게 경제 투표를 통해 지지를 보낸 곳이다. 이 벨트의 공성전 결과가 양당의 서울 득표율, 나아가 전체 승패를 좌우할 것이다. ▲박 평론가=명룡대전이 이뤄 인천 계양을이 최대 이슈가 될 선거구라고 본다. 차기 대선 주자 간의 대결이며, 동시에 이 대표에 대한 민심을 알 수 있는 선거이다. 서울 종로 다음으로 상징적 의미가 큰 중·성동구갑도 눈에 띈다. 양당 모두 전략 지역구로 꼽았으며 여성 후보 간 맞대결로 관심을 끌 것이다. ▲신 교수=경기도가 중요할 것이다. 지난 총선을 보면 253개 지역구에서 여야가 각각 획득한 득표율의 차이는 약 8%에 불과하지만, 경기도의 경우 12% 이상의 득표율 차이가 났다. 실제 의석 차이가 확연하게 나타난 이유도 경기도에서 참패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이 얼마나 선전하느냐가 총선 승리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과 민주당, 양당 모두 리스크를 안고 있는 상황이다. 각 당의 총선 뇌관 또는 최대 변수는 무엇이라고 보나. ▲이 평론가=총선 30~40여일 전의 리스크는 세대, 지역, 젠더 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 정책이나 발언이다. 이미 양 진영의 코어 지지층은 결집해 있는 상태로, 결정을 늦게 하는 유권자, 즉 부동층이 어느 쪽에 투표할지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는 시기다. 지난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부터 20대 대선, 8회 지방선거 등 이어지는 선거에서 민주당이 패한 이유는 '날 뽑아야 하는 이유'가 아닌 '상대를 뽑지 말아야 하는 이유'만 유권자에게 호소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또다시 네거티브 공세에 주력하는 것은 패착이 될 가능성이 높다. ▲신 교수=공천 리스크가 가장 크다. 공천 파동은 선거의 승패를 좌우할 정도로 중요한 요소다. 20대 총선 때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지지율은 40%였고, 새누리당의 지지율은 민주당 지지율을 두 배 넘게 추월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새누리당이 총선에서 패배한 이유는 친박과 친이 간의 공천 갈등과 김무성 대표의 옥쇄 파동이었다. ▲박 평론가=국민의힘의 최대 변수는 윤석열 정부의 지지율이다. 현재 윤 정부의 지지율은 계속 답보 상태다. 이를 40%대 중반까지는 올려야 한다. 민주당의 경우 공천에서 탈락한 비명계 인사들의 후속 행보가 주목된다. 집단 탈당 시 후폭풍이 뇌관이다. 공천 파동으로 사실상 분당 상태로 가게 된다면 결정타가 될 것이다. ―개혁신당, 새로운미래 등 제3지대가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21대와 달리 다당제 국회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나. ▲이 평론가=유권자들은 이미 역대 선거에서 양당 심판론을 들고나온 정당들이 선거 끝난 후 분당과 합당을 거듭하며 존재도 없이 사라진 기억을 갖고 있다. 다당제의 함의는 다양한 목소리를 대변하는 정당들이 타협과 협상으로 조율하며 의회 민주주의를 이끌어 가는 데 있지만, 현재의 정당들은 차별화된 목소리를 대변하는 정책이나 강령이 보이지 않는다. 당선이 목적인 정당들로는 다당제의 의미를 구현할 수 없다. ▲채 교수=거대 양당제 구도로 끝난 21대 국회와 같이 다당제 국회가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거대 양당의 진영 대결 구도가 유권자의 당파적 표심으로 연결돼 양당 체제를 구축하는 효과가 작동되며 제3지대의 약진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여야가 비슷한 정책을 내고 있는 상황이다. 또, 제3지대가 생긴 만큼 각 인물에 대한 평가도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 같다. 이번 선거에서 공약, 정책 등 유권자들에게 정당 지지에 가장 주요하게 작용하는 요인이 무엇일지. ▲박 평론가=유권자들에게 작용하는 투표심리의 첫 번째는 구도(프레임)이다. 22대 총선은 윤 정권 심판 프레임이 기본 방향이 될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이 분열될 경우 이재명 심판론이 상당한 지지를 받을 수도 있다. 프레임 선거가 약해진다면 결국 인물 대결이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신 교수=가장 중요한 것은 구도다. 일반적으로 선거에서 인물이 차지하는 비중은 5% 미만으로 본다. 지역별 공약인 정책이 오히려 인물 부분보다 많은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생각되지만, 종합적으로 볼 때 인물이나 공약이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할 것이다. ▲이 평론가=정당 지지의 가장 큰 요인은 인물이다. 이미 박근혜 비상대책위원회 시절 국민의힘 계열 정당이 복지 이슈를 받아들인 이후 진전된 진보적 아젠다가 나오지 않는 형국이다. 결국 인물에 눈길이 갈 수 밖에 없다. ▲채 교수=선거와 삶의 연관성, 삶의 질 개선에 대한 관계에 대한 설득력이 승패의 관건이 될 것이다. 저출산·고령화 대책, 지방 소멸 대책, 청년 대책, 여성 정책 등 2030 청년들의 기성정치에 대한 불만을 볼 때 586 운동권 청산론, 동일노동 동일임금제론, 호봉제 철폐·직무급제 도입, 여성지원병제, 소상공인 부가가치세 감면 등이 쟁점화될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과거를 보고 투표할 것인가(회고투표) 아니면 미래를 보고 투표할 것인가(전망투표)가 쟁점이 될 것이다. 정리= act@fnnews.com 최아영 기자 act@fnnews.com 최아영 기자
2024-03-04 18:3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