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여성 인권 탄압이 심한 것으로 알려진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권이 남성들을 대상으로 아내나 친척이 아닌 여성을 보는 것을 금지하는 등 강한 통제에 나섰다. 22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탈레반은 남성들이 가족이 아닌 다른 여성을 보는 것을 금지하기 시작했다. 텔레반이 지난달 공포한 새로운 법률에 따르면 남성은 주먹 길이의 수염을 길러야 한다. 이 법률에서 텔레반은 비무슬림 외모나 행동을 모방하는 것을 금지했다. 이는 청바지를 입거나 서양 스타일의 커트를 할 수 없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탈레반은 남성들이 비무슬림의 외모나 행동을 모방하는 것도 금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청바지를 입거나 서양 스타일의 커트를 할 수 없다는 의미다. 새로운 법률을 위반할 경우 벌금이나 징역형을 선고받게 되며, 간통 등 일부 위법 행위는 채찍질이나 돌로 쳐서 죽이는 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이에 WP는 "수염을 기르고 기도용 양탄자를 가지고 다니며 청바지를 집에 두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전했다. 텔레반이 남성들까지 통제하고 나서자 일부 남성들은 여성들의 인권 탄압에 대해 좀 더 일찍 목소리를 내지 않은 것을 후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도 카불에 거주하는 한 남성은 "남자들이 목소리를 높였다면 다른 상황이 되었을지 모른다"면서 "의심받고 굴욕을 당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지금은 모두가 수염을 기르고 있다"고 말했다. 아프가니스탄 동부에 사는 주민 아미르는 "우리는 모두 무슬림을 실천하고 무엇이 의무적인지 아닌지 알고 있지만 우리에게 강제력을 사용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탈레반을 지지했던 사람들조차도 나라를 떠나려고 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남성 통제 규칙은 아직까지 여성에 비하면 미약한 수준이다. 여성의 경우 초등학교 6학년 이상 학교에 다니는 것이 금지돼 있으며 최근에는 대중 앞에서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금지됐다. 또 목소리를 높이는 것, 공개적으로 꾸란을 낭송하는 것, 남편이나 친척이 아닌 다른 남자를 바라보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 아울러 이미 착용해야 했던 머리 가리개 외에도 얼굴 아랫부분도 가려야 한다. 탈레반의 지나친 인권 탄압에 많은 여성은 남성들이 반 탈레반 시위에 동참하기를 바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불에 거주하는 여성 A씨(24)는 WP를 통해 "남성들의 침묵은 탈레반이 그런 규칙을 계속 부과할 용기를 주었다"며 "이제 탈레반은 마침내 남성들의 지지를 잃고 있다"고 말했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
2024-09-24 09:40:01[파이낸셜뉴스] 국제구호개발 NGO 월드비전(조명환 회장)은 탈레반 집권 3주기를 맞아 아프가니스탄 아동과 지역 주민에 대한 적극적인 인도적 지원을 촉구했다고 16일 밝혔다. 아프가니스탄의 국내 실향민은 약 630만명이다. 이는 남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많은 수치이며, 전 세계적으로는 두 번째로 많은 수치다. 또한 급성 기아에 직면한 이들은 1240만명에 달하며, 300만명의 아동들이 급성 영양실조 위기에 놓여있다. 전체 아동의 44.7%는 발육 부진을 겪고 있다. 이밖에 아프가니스탄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소녀와 여성이 중등 교육을 받지 못하는 국가로 남아 있다. 현재 140만명의 여자아이들은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교육을 더 받을 수 없는 상태다. 아프가니스탄의 이러한 아동 인권 유린 문제는 수십 년간 이어진 분쟁과 코로나, 기후 재난 등으로 인해 더욱 악화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10월 아프가니스탄 서부지역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27만명이 피해를 입으면서 인도적 지원이 절실히 필요한 상태다. 앞서 월드비전은 지난 3년간 아동을 포함한 총 518만명의 아프가니스탄 지역 주민들을 지원했다. 아프가니스탄 월드비전은 아동 84만명을 포함해 성인 109만명의 건강과 영양, 정신건강 및 심리사회적 지원을 제공했다. 28만명의 아동과 26만명의 성인은 물과 위생 지원 서비스를 제공 받았다. 조명환 한국월드비전 회장은 “아프가니스탄에서 NGO 활동은 점점 제한되고 있지만 한국 월드비전은 아프가니스탄 월드비전과 협력해 인도주의적 대응 계획을 지속적으로 펼칠 것”이라며 “사상 최악의 위기를 겪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의 아동과 주민들을 위해 많은 관심과 지원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2024-08-16 14:52:19【베이징=정지우 특파원】중국이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권에 대한 지지의 뜻을 밝혔다. 중국 신장 지역에 기반을 둔 분리주의 단체 ‘동투르키스탄 이슬람운동’(ETIM)과 아프간의 접촉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6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중국 외교 사령탑인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은 전날 이날 티베트 린즈에서 열린 ‘환(環)히말라야 국제협력포럼’에서 칸 무타키 아프간 임시정부 외교장관 대행을 만나 “중국은 일관되게 아프간과의 관계 발전을 중시해왔고, 아프간의 국가 독립과 주권, 영토 완전성, 아프간 인민의 자주적 선택을 존중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왕 주임은 이어 “중국은 지금껏 아프간 내정에 간섭하거나 아프간에서 사익을 모색하지 않았고, 아프간이 국제무대에서 더 건설적인 역할을 발휘하기를 기대한다”며 “아프간의 포용적 정부 수립과 온화한 정책 실시, 원만한 인접국 관계, 테러와의 단호한 투쟁을 앞으로도 지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아프간이 이웃 국가와의 협력 메커니즘을 통해 관계를 발전시키고 지역 경제 협력에 더 잘 융합하기를 바란다”며 “효과적으로 테러주의와 싸워 ETIM 세력을 철저히 제거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ETIM은 중국 신장 지역에 기반을 둔 분리주의 단체다. 중국은 ETIM이 아프간에 접근해 이슬람 무장 세력의 지원을 받을 가능성을 경계해왔다. 또 중국은 지난달 아프간 주재 대사를 파견해 2021년 8월 탈레반 재집권 이후 처음으로 신임 외교사절을 보낸 국가가 됐다. 대신 아프간은 올해 5월 ETIM의 테러 활동 가담을 용납하지 않는다는 중국·아프간·파키스탄 공동성명에 참여하며 화답했다. 무타키 장관 대행은 “아프간은 중국과의 관계를 매우 중시하고, 일대일로 협력에 적극 참여하기를 희망한다”며 “중국에 대한 안보 위협을 아프간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하고, 중국의 안보·안정을 훼손하는 어떤 활동도 아프간에서 나타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중국이 이달 4∼6일 개최하는 환히말라야 국제협력포럼은 아프간을 포함해 몽골, 파키스탄, 네팔 등 40여개 국가와 국제기구 대표들이 모여 생태환경 보호와 개발 협력 등 의제를 논의하는 행사라고 중국 외교부는 설명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2023-10-06 07:15:25[파이낸셜뉴스]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른바 '개딸'로 불리는 당 강성 지지자들에게 가수 노사연씨와 장미란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등을 향한 공격을 멈출 것을 촉구했다. 개딸, 무차별 인신공격에 민주당 의원이 중단 촉구 김 의원은 지난 27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나와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편 갈라서 증오 적대 공격하는 건 민주주의의 길이 아니다"라며 "탈레반의 길, 홍위병의 길"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치에서 시작한 증오, 혐오, 적대, 인신공격의 반민주 행태가 사회 전방위로 확산돼 민주공화국 전체를 흔들고 있다"라며 "여기서 빨리 멈춰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최근 민주당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비판을 받았던 가수 노사연씨 등의 사례를 언급했다. 그는 "얼마 전 노사연씨가 윤석열 대통령의 부친상 조문을 다녀왔다는 이유로 소셜미디어에서 일부 세력으로부터 욕설과 협박 등 공격을 받았다"라며 "윤 대통령이 아무리 미워도 상가에 문상간 것에 욕설과 막말을 퍼붓는 건 인륜에 어긋난다"라고 했다. 또 "(노씨의) 가족의 과거사까지 거론하면서 공격하고 있다"라며 "가족의 과거사를 들춰 단죄하는 것은 봉건시대, 독재시대나 가능했던 반민주, 반인권"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작가 김훈씨도 기고문에 조국 전 장관의 자녀 입시 비리를 비판하는 내용을 썼다고 노망이니, 절필이니 폭언을 들어야 했다"라며 "'역도 영웅' 장미란 용인대 교수가 문체부 2차관에 임명됐을 때도 마찬가지였다"라고 말했다. "내 생각 강요하는 건 폭력... 그게 독재다" 일격 그는 "그만하자. 민주공화국 시민이라면, 민주당 지지자라면 이 폭력에 가담해서는 안 된다"라며 "민주공화국 시민들은 서로 다르게 생각할 자유가 있다. 그 차이와 다양성을 존중하는 게 민주주의 본질이고 전부"라고 했다. 김 의원은 "내 생각을 강하게 주장하는 건 좋지만 내 생각을 다른 사람한테 강요하는 건 폭력"이라며 "군사독재, 검찰독재만 독재가 아니라 나와 생각이 다른 것을 틀렸다고 낙인 찍고 배타 공격하는 게 바로 독재다. 언어폭력이 과거처럼 물리적 폭력으로 악화되기 전에 빨리 중단하자"라고 촉구했다. yuhyun12@fnnews.com 조유현 기자
2023-08-28 10:21:33[파이낸셜뉴스] 2021년 8월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한 이후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 단체인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무력 점령한 가운데, 탈레반의 한 고위 지도자가 최근 온라인상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플랫폼인 ‘트위터’와 ‘스레드’ 중에 트위터가 더 낫다는 발언을 해 주목을 받고 있다. 10일(현지시간) 미국 경제매체 인사이더 보도의 따르면 이날 탈레반의 고위 지도자인 아나스 하카니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올린 게시글을 통해 트위터가 경쟁 플랫폼인 스레드에 비해 두 가지의 “중요한 이점”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카니가 뽑은 트위터의 첫 번째 강점은 △“표현의 자유”이며, 두 번째 강점은 △“공공성과 신뢰성”이다. 그러면서 하카니는 “트위터는 메타처럼 편협한(intolerant) 정책을 가지고 있지 않다”며 “다른 플랫폼은 (트위터를) 대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마크 저커버그가 최고경영자(CEO)로 있는 메타는 스레드 출시 이전부터 탈레반과 갈등을 겪어 왔다. 과거 페이스북은 탈레반 계정들을 폐쇄시킨 바 있으며, 모바일 메신저 왓츠앱에서도 탈레반 계정들에 대한 제재를 가했다. 이에 탈레반 소속 인물들은 2020년부터 트위터에 대거 가입해 영어권 이용자들을 상대로 선전을 펼쳐왔다. 한 탈레반 구성원은 “탈레반은 서방 언론의 선전에 대응하기 위해 트위터에 집중했다”며 “SNS는 대중의 인식을 바꾸는 데 있어 강력한 도구”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BBC보도에 따르면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하고 파란색 인증 마크인 ‘블루 체크’를 돈을 내는 모든 계정에게 지급하도록 정책을 변경한 이후 탈레반 지도자들이 트위터로부터 ‘블루 체크’를 받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에 탈레반 지도자가 저커버그의 스레드를 비판하고 머스크의 트위터를 옹호한 것은 이처럼 탈레반이 과거 메타 소유의 플랫폼에서 환영받지 못하고 트위터에서 왕성하게 활동해온 이력을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해당 게시글을 작성한 아나스 하카니는 SNS를 통한 선전에 특화되어 있는 컴퓨터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그는 2014년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하기 이전 아프간 정부에 의해 체포돼 5년간 감옥에서 복역하다가 5년 후인 2019년 포로 교환의 일환으로 석방됐다. 그는 미국에서 2012년 테러단체로 규정된 ‘하카니 네트워크’에서 전략적 의사 결정과 자금 모금을 담당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아나스 하카니의 아버지인 잘랄루딘 하카니가 설립한 하카니 네트워크는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에 주둔하던 시절 “가장 치명적이고 정교한 내란 그룹”으로 불렸다. sanghoon3197@fnnews.com 박상훈 기자
2023-07-11 14:30:07[파이낸셜뉴스] 아프가니스탄 집권 세력인 탈레반이 자국 내 모든 미용실의 문을 닫을 것을 명령했다. 4일(현지시간) BBC는 탈레반이 한 달 안에 아프가니스탄 내에서 여성들이 주로 이용하는 미용실과 뷰티숍의 문을 닫으라고 명령했다고 보도했다. 아프간 권선징악부 대변인은 이달 2일을 시작으로 한 달 안에 모든 미장원과 미용실의 문을 닫으라는 명령이 하달됐다고 밝혔다. 앞서 탈레반 정권은 일찌감치 아프간 여성들의 교육 및 경제 활동 참여를 금지해온 바 있다. 10대 소녀들과 여성들이 교실, 체육관, 공원에 가지 못하도록 했고, 여성들이 유엔에서 일하는 것까지 금지했다. 복장의 경우 눈만 드러나는 옷을 입도록 했으며, 72km 이상을 여행하려면 남성 친척을 동반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아프간 여성은 BBC에 "탈레반은 아프간 여성들로부터 가장 기본적인 인간의 권리도 빼앗았다. 그들은 여권을 침해하고 있다"라며 "이번 결정으로 그들은 이제 여성들이 다른 여성들을 거드는 일도 못하게 한다. 나는 그 소식을 듣고 완전히 충격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탈레반은 여성의 몸에 집중하는 것 말고는 어떤 정치적 계획도 갖고 있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그들은 공적인 삶의 모든 수위에서 여성들을 제거하려고만 한다"라고 호소했다. BBC는 탈레반 정부가 왜 미용실 폐쇄 조치를 내렸는지, 미용실을 이용하지 못하는 여성들은 어떤 대안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인지에 대한 설명이 전혀 없다고 전했다. 한편 탈레반은 과거 1996∼2001년 집권 때도 미용실을 폐쇄한 바 있다. 하지만 2001년 미국이 주도한 아프간 침공 몇 년 후 다시 미용실들의 문을 열었다. helpfire@fnnews.com 임우섭 기자
2023-07-05 06:00:14[파이낸셜뉴스] 이슬람 무장 조직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집권한 뒤 현지 언론사 300여개가 문을 닫은 것으로 확인됐다. 아프간 언론사가 대거 문을 닫은 이유는 탈레반이 도입한 새 언론 규정과 탄압, 경제적 어려움 때문으로 풀이된다. 20년 만에 아프간을 다시 장악한 탈레반은 여성 인권 존중과 포용적 정부 구성 등 여러 유화책을 발표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3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톨로뉴스는 아프간 미디어 단체의 통계를 인용해 지난 2021년 8월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뒤 현지 언론사 300여개가 문을 닫았고, 아프간 기자 약 5000명이 실직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보도했다. 국제 언론감시 단체인 국경없는 기자회(RSF)에 따르면 탈레반이 아프간을 장악하기 전 547개 언론사가 활동했고, 언론인 수도 1만1857명에 달했으나 탈레반이 재집권하고 미디어 인프라가 급속히 붕괴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여성 언론인의 수는 지난 2년간 64%가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아흐마드 샤 파나 아프간기자협회장은 "아프간 34개 주 가운데 현재 22개 주에는 여성 언론인이 없고 나머지 12개 주에서도 여성 언론인의 활동은 매우 미약한 형편"이라고 전했다. 한편 탈레반은 집권 후 새롭게 도입한 언론 규정을 통해 이슬람에 반하거나 국가 인사를 모욕하는 보도를 금지하고 있다. 또 관료에 의해 확인되지 않은 사항이나 대중의 태도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이슈도 보도하지 않도록 촉구하고 있으며, TV 여성 진행자에 대해서는 얼굴을 가릴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아프간에서는 시위 현장을 취재하던 언론인이 구금되거나 폭행당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으며, 언론인들은 탈레반 집권 후 정보에 대한 접근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호소하고 있다. 호자툴라 무자디디 아프간독립기자협회장은 "동료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보는 제때 주어지지 않는 상황"이라며 "언론에 협조하는 탈레반 대변인도 거의 없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앞서 탈레반은 1차 집권기(1996∼2001년) 당시 샤리아(이슬람율법)를 앞세워 공포 통치를 펼친 바 있다. 당시 탈레반은 음악과 TV 등 오락을 금지했고 도둑의 손을 자르거나 불륜을 저지른 여성을 돌로 쳐 죽게 했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
2023-05-04 14:10:56[파이낸셜뉴스] 임순례 감독이 ‘리틀 포레스트’이후 5년만에 신작 ‘교섭’을 내놓았다. 지난 18일 개봉한 황정민 현빈 주연의 '교섭'은 2006년 아프가니스탄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에 납치된 한국인 23명을 구하기 위해 외교관과 국정원 요원이 벌이는 사투를 그렸다. 휴먼 드라마 위주의 장르를 찍어왔던 임 감독은 이번에 처음으로 블록버스터급 휴먼 액션영화에 도전했다. 임감독은 개봉을 앞두고 만나 “전작 ‘리틀 포레스트’ 대비 제작비가 10배 더 많다”며 “영화는 예술이자 산업이니까 예산에 맞는 형식과 내용이 필요하다고 봤다”고 말했다. 제작비는 168억원, 손익분기점은 300만 명으로 추산된다. 임순례 "처음엔 거절했다가 마음 바꿔 도전" 2006년 피랍사건은 국내에선 초유의 사태였다. 당시 피랍자들은 정부가 여행 제한국으로 설정한 아프간을 선교 목적으로 방문했다는 이유로 많은 지탄도 받았다. 임 감독 역시 민감한 소재라는 지적에 “어떻게 만들어도 논쟁적일 것 같아서 처음에는 거절했다”며 “하지만 기존에 한국영화가 보여주지 못한 새로운 것을 보여줄 여지가 있어 연출을 결심했다“고 마음을 바꾼 이유를 설명했다. “탈레반이라는 집단은 그동안 한국영화에서 그려본 적이 없다. 무엇보다 사건 자체는 논쟁적일 수 있으나 심층적으로 들어가면, 이 영화는 신념에 관한 이야기다. 한 집단은 선교하러 간 것이고 탈레반은 자기들 신념에 따라 억류한 것이라는 점에서 신념과 신념이 부딪히는 지점이 있다. 또 국가와 국민의 관계다. 국민의 어디까지를 국가가 책임지는 게 맞는가. 큰 테두리 안에서 던질 수 있는 주제가 묵직하다는 것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임 감독은 “교섭 상대가 우리에겐 미지의 나라이자 생면부지의 테러집단이라는 것과 아무런 정보가 없는 집단과 교섭해야 한다는 것. 그렇게 막중한 임무를 맡은 공무원들의 자세와 태도에 관심이 갔다"며 "시나리오 쓸 때부터 교섭하러 가는 두 남자, 성격 다른 두 남자의 이야기에 집중했다”고 부연했다. 영화는 피랍인들보다 그들을 구하러 간 외교관과 국정원의 사명감에 초점을 맞추면서 특정 사건을 뛰어넘는 보편성을 획득한다. 특히 우리는 피랍사건 이후 4·16 세월호 참사부터 최근에는 이태원 참사까지 무고한 국민의 생명이 스러진 국가적 재난을 여러 차례 겪었다. 누가 위기의 순간 책임자와 실무자로 있는지에 따라 재난의 정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목도했다. 공무원을 비롯한 모든 직업군이 사명감을 갖고 본업에 충실하는게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일깨운다. 영화에 투영된 감독의 바람을 언급하자 임 감독은 “초반 협상의 기조가 어떤 희생자도 나오지 않는 것이다. 극중 황정민의 대사에도 있듯, 자국민의 생명을 구하는 게 외교부의 최우선 사명이다. 그것이야말로 국가와 공무원의 기본책무라고 생각하고, 영화 역시 그런 이야기”라고 답했다. 피랍사건 발생부터 인질들 구출까지 민감한 소재 피랍사건 발생부터 인질들 구출까지 ‘교섭’의 타임라인은 한국인 인질을 납치한 직후 탈레반이 최초 통보한 살해시한 24시간을 기점으로 긴박하게 흘러간다. 영화에서 탈레반은 아프가니스탄에 주둔한 한국군의 철군 및 인질들과 같은 수의 탈레반 수감자를 석방하라는 조건을 내건다. 전례 없는 사태 앞에서 외교부 ‘정재호’ 실장(황정민 분)을 포함한 대응팀은 오직 살해시한 전에 인질을 구출해야 한다는 절체절명의 과제만 가진 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 도착한다. 가장 먼저 공식 채널인 아프가니스탄 외무부를 통해 탈레반 수감자 석방을 시도해 보지만 한국인 인질 문제보다는 정권 안정이 더 중요한 그들의 협조를 얻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외교적으로 가능한 패는 어느 것도 통하지 않고 교섭 작전은 한치 앞도 볼 수 없는 난항의 연속이다.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탈레반의 속내와 테러리스트와의 직접 협상은 있을 수 없다는 외교부의 공고한 원칙 등 진퇴양난의 위기 속에서 외교관 정재호와 국정원 요원 ‘박대식’(현빈 분)을 주축으로 한 교섭팀은 현지에서 찾을 수 있는 온갖 방법과 루트로 협상을 시도해 나간다. 영화를 보다보면 어디까지 사실이고 어디까지 영화적 상상이 덧대졌는지 궁금하다. 임감독은 어디까지 진짜냐는 물음에 “피랍 발생 후 현지 파견될 때까지 디테일한 일정은 거의 극비라서 구체적으로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는 알 수 없었다”고 답했다. “큰 줄기, 그러니까 한국인이 탈레반에 납치돼 한국 교섭단이 파견됐고, 극비 과정을 거쳐 그들을 구해서 돌아왔다 그것만 팩트다”라며 “인물의 캐릭터나 과정은 다 창작된 것이다. 팩트와 픽션이 적절하게 섞여있다”고 부연했다. 실제 작전에 투입된 공무원을 만났을까? 그는 “모든 게 극비라 실제 교섭에 참여한 분을 만날 수 없었다”며 “극중 황정민과 현빈이 연기한 인물 또한 전형적인 외교관과 국정원 요원 캐릭터에서 벗어나 있다”고 답했다. 이 영화는 아프가니스탄과 지형이 유사한 요르단에서 촬영했다. 덕분에 현지에선 한국어, 영어, 파슈토어, 다리어, 아랍어까지 5개 국어가 공존했다. 요르단 현지 배우들을 캐스팅해 그들이 아프가니스탄 언어를 배워 연기했는데 딱 한명은 아프가니스탄 인을 캐스팅했다. 바로 후반부 황정민과 독대하는 탈레반 지도부다. 임 감독은 “제한적 공간에서 두 배우의 연기 대결이 중요한 장면이었다”라며 “대사량이 많아서 아프가니스탄 출신 배우 캐스팅이 필요했다. 할리우드에서 조단역하던 배우 중 (코로나 기간이라) 화상 오디션을 통해 캐스팅했다. 실제로는 카리스마가 없고 다정한 캐릭터라 걱정했는데, 아무래도 황정민씨 연기가 좋다보니 기대 이상으로 잘나왔다”라고 촬영 비화를 전했다. 극중 현지 사정에 밝은 국정원 요원 박대식은 지르가를 찾아 해결 방법을 모색한다. 지르가는 여러 부족의 원로들이 참여하는 아프가니스탄의 부족 원로회의다. 임 감독은 “실제로 해당 문제로 지르가가 열렸다”며 “지르가는 문제해결을 하는 중추적인 기관이 맞고 때론 사법적인 기능도 한다. 이슬람의 보편적 문제해결 조직”이라고 말했다. 서양인 브로커의 등장은 극에 또 다른 긴장을 불어넣고, 극중 현빈의 액션신을 볼 수 있는 장치로 활용된다. 그는 “당시 브로커 이야기를 비롯해 뜬소문과 여러 추측이 많았다”며 “현빈이 거의 모든 액션신을 직접 소화했다”고 말했다. 극중 황정민과 현빈은 본분에 충실한 공무원이나 제 역할을 못하는 공무원도 나온다. 언론도 교섭의 방해꾼으로 다뤄진다. 인질의 신분이 외신을 타고 공개되면서 다된 밥에 재가 뿌려진다. "국가의 의무·본분에 충실한 공무원 이야기" 임 감독은 “현실에서도 본분에 충실한 공무원이 있는가 하면 자기 자리나 다른 것에 가치를 두는 인물이 있다”며 “언론도 인질의 안위보다 시청률에 더 집중하는 경우가 있지 않냐”고 반문했다. ‘교섭’은 선악의 이분법보다 사람을 구하러 간 사람들의 이야기에 방점을 찍는다. 그는 “평소 인간이 중심이 되는 소재에 끌린다”며 “특히 아웃사이더들에게 관심이 간다. ‘교섭’의 정재호는 아웃사이더는 아닌데, 대신에 상황이 그렇다. 탈레반과 대적해야하는 상황 자체가 아웃사이더적인 상황”이라며 웃었다. “난관을 돌파하며 생명을 구하는 이야기다. 우리는 어둡고 외롭고 의지할 데 없는 사람들에게 눈길을 주고 손길을 내밀어줘야 하지 않나. 연대와 믿음이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게 아닌가. 내 작품 전반에 공통적으로 흐르는 주제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3-01-20 12:51:46[파이낸셜뉴스] 세이브더칠드런이 지난달 29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공동 기자회견에서 아프간 여성의 비정부기구에서의 활동을 금지한 탈레반의 조치가 아동과 여성의 삶에 치명적인 위기를 초래할 것임을 경고했다. 9일 세이브더칠드런에 따르면 세이브더칠드런을 비롯해 케어 인터내셔널, 월드비전 인터내셔널, 노르웨이난민위원회는 여성의 대학 교육 금지에 이어 비정부기구(INGO)에서의 근무를 금지한다는 탈레반 정권의 발표를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문화적 이유로 아프가니스탄 여성은 가족 외에는 오직 여성만 교류할 수 있다. 여성이 가장인 취약 가정의 경우, 식량배급소의 여성 직원을 통해서만 긴급 현금이나 식량 지원을 받을 수 있으며, 여아는 여성 교사를 통해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세이브더칠드런이 취약한 아동과 여성에게 식량, 교육, 보건의료, 현금지원 등 인도적지원을 제공하기 위해 여성 인력을 강조하는 이유이다. 세이브더칠드런 인터내셔널 CEO 잉거 애싱은 “가장 비극적인 점은 아프가니스탄 당국이 결정을 내린 이 시점이 아프간 여성과 남성 그리고 아동이 세계에서 가장 큰 인도주의적 위기에 놓인 시기라는 점이다. 아프가니스탄에서 기근 위기에 처한 인구는 600만명에 달한다. 여성 동료들 없이는 생명을 살리는 인도적지원을 제공할 수 없다. 활동을 재개하지 않는다면 아이들이 죽게 된다. 상황이 그만큼이나 심각하다”고 경고했다. 세이브더칠드런 소속으로 아프가니스탄 카불의 한 학교에서 근무 중인 패티마(가명)는 여성 직원의 근무를 금지한 탈레반의 발표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한편 세이브더칠드런은 학교에 갈 수 없는 아동을 지원하기 위해 아프가니스탄 전역에서 3300개 이상의 지역사회 기반 교육 수업을 운영중이다. 2021년 8월 탈레반 집권 이후, 세이브더칠드런의 조사에 따르면 2021년 11월과 12월 10세부터 18세 사이의 여아 중 40% 가까이가 학교에 나오지 못했다. 현재 여아들의 중등 교육은 금지된 상태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2023-01-09 07:49:24[파이낸셜뉴스] 영국 해리 왕자가 자서전에서 아프간전 참전 당시 25명의 탈레반을 사살했다는 내용을 밝혀 나라 안팎에서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 지난 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해리 왕자는 자서전에서 “아파치 헬기 조종사로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참전해 탈레반 25명을 사살했다”며 “탈레반 사살은 체스판에서 말을 치우는 것 같았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사살한) 25명을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며 "나쁜 사람들이 착한 사람들을 죽이기 전에 제거된 것"이라고 했다. 이 고백은 탈레반과 추종 세력의 보복심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역풍을 맞고 있다. 이와 관련 2003년 아프간 사령관을 지낸 리처드 켐프 전 대령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탈레반 전사를 인간 이하 존재나 쓰러뜨릴 체스 말로 봤다는 식으로 표현한 것은 문제”라며 “영국군은 그렇게 훈련하지 않기에 사실이 아닌 발언은 적의 선전에 이용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팀 콜린스 전 대령은 국방전문매체인 '포시즈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해리 왕자가 친가족을 버린 뒤에 자신을 품었던 다른 가족인 군에 등을 돌렸다"며 "우리는 아프가니스탄 합법 정부와 국민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간 것이지 사람을 죽이러 간 것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탈레반도 해리 왕자가 전쟁범죄를 저질렀다며 즉시 반발했다. 탈레반 정권 경찰 대변인 칼리드 자드란은 성명에서 "아프간인들은 무고한 국민을 죽인 것을 잊지 않을 것"이라며 "해리 왕자와 같이 범죄를 자랑스럽게 자백한 범죄자는 국제사회가 보는 가운데 법정에 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탈레반 고위 지도자 아나스 하카니도 트위터에서 해리 왕자를 향해 "아프간인을 살해한 자들 중 당신 같이 양심을 갖고 전쟁 범죄를 고백한 이는 많지 않았다"며 "이런 잔학행위가 인류 역사에 기억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해리 왕자의 이번 발언은 그가 그동안 경호 문제를 두고 영국 정부와 갈등을 빚는 등 자신의 안전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해왔다는 점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yuhyun12@fnnews.com 조유현 기자
2023-01-08 23:5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