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차기 대선 출마를 기정사실화 한 홍준표 대구시장이 유튜브가 가짜뉴스의 진원지가 되고 있다며 “‘틀딱’(극우) 유튜브는 사라졌으면 한다”고 비판했다. 홍준표 시장은 지난 21일 자신의SNS에 올린 글에서 "유튜브 채널 ‘홍카콜라’를 만든 지도 어느덧 6년이 지났다”면서 “처음 만들 때는 앞으로 1인 미디어가 올 거라고 확신하고 만들었는데 요즘은 유튜브가 가짜뉴스와 선동의 진원지가 되고 있어 유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자극적인 썸네일로 사람들을 현혹하여 돈벌이하는 틀딱 유튜브는 이제 좀 사라졌으면 하지만 또 대선 시기가 되면 더 기승을 부릴 것 같아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홍준표 시장이 지난 2018년 11월 개설한 유튜브 채널 ‘TV홍카콜라’는 이날 현재 구독자 수가 70만 5000명 수준이다. 그동안 올린 동영상은 총 1700개가 넘는다. 홍준표 시장은 유튜브 채널 외에도 자체 커뮤니티 ‘청년의꿈’을 운영하고 있다. 홍 시장은 앞서 한 언론 인터뷰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과 관련해 "세상에 저렇게 허술하게 계엄하는 건 처음본다"라며 "극우 유튜버들한테 현혹 됐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4-12-22 11:13:06'통합'과 '화합'의 기치를 내건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지 8개월째 접어들었지만 보수.진보로 나뉜 이념 갈등과 노인.젊은층의 세대 갈등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지난 2016년 겨울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둘러싸고 엇갈렸던 촛불집회와 태극기집회 간 이념 및 세대갈등이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사회 곳곳에서 적폐청산이 본격화되면서 오히려 여야, 지지층의 첨예한 대립으로 심화되는 양상을 보인다는 진단이다. 이 같은 갈등은 국민 통합을 가로막고 국가 미래를 어둡게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朴탄핵→적폐수사…여야.지지층 대립1일 통계청의 '2017년 한국의 사회동향'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심각하다고 생각하는 갈등은 이념 갈등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념 갈등이 매우 심각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2016년 38%로 2013년 40%에서 소폭 내려갔지만 여전히 1위를 차지했다. 특히 30대는 세대 갈등이 심각하다고 답한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이념 갈등에 이어 빈부 갈등, 노사 갈등, 개발과 환경보전 갈등 등이 뒤를 이었다. 아산정책연구원이 2013년 실시한 사회갈등요인평가(19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 대상)에서도 20대의 71.9%가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 사이의 갈등이나 거리감이 크다고 응답했다. 실제 젊은층과 노인층 간 이념 및 세대 갈등은 국정농단 사태와 박 전 대통령 탄핵을 거치면서 더욱 커졌다. 상대적으로 젊은 층으로 이뤄진 촛불집회와 노인층이 주류인 태극기집회의 충돌로 서로를 폄훼하는 상황을 초래하며 '좌좀'(좌파좀비), '틀딱'(틀니를 딱딱거리는 노인)과 같은 비속어도 등장했다. 심지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이 이뤄지자 이에 반발한 집단행동 과정에서 사망자까지 발생했다. 정치권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문재인정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명박.박근혜정부를 적폐청산의 대상,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김대중.노무현정부와 문재인정부를 각각 원조.신적폐대상으로 규정해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국가정보원.청와대 등은 이미 이명박정부 시절 등에 국정원이 벌인 민간인 댓글부대, 블랙리스트, 박원순 서울시장 제압 활동, 군 사이버사령부 댓글 조작, 세월호 참사 당일 대통령 보고시점 조작 등 의혹에 대해 검찰에 수사의뢰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적폐수사가 문재인정부의 보복수사라며 지난해 10월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와 아들 건호씨를 비롯해 딸 정연씨와 조카사위 연철호씨,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 등 5명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 및 형법상 뇌물공여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아울러 노 전 대통령 재임시절 제기된 바다이야기 등 각종 의혹 조사와 법적대응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백남법률사무소의 백재승 변호사는 "검찰의 적폐수사가 여야 수사의뢰로 산적한 상황"이라며 "검찰은 중립성과 방향성을 잘 잡고 성역 없는 수사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수도권 집값 상승…청년층 '불만.박탈감' 수도권 집값 상승으로 청년층의 불만과 박탈감도 커지는 실정이다. 지난해 서울연구원이 발표한 '서울시의 주택문제와 부담 가능한 임대주택 정책제언' 보고서에 따르면 34세 이하 가구 가운데 셋집살이를 하는 이들은 86%에 달한다. 청년층이 과거보다 더욱 심각한 주거비 부담을 겪고 있다는 게 서울연구원의 설명이다. 시민단체 등에서는 세대 간 소통과 포용의 부재로 갈등이 커짐에 따라 우려감을 표하고 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정치적 이득을 노리려는 세력의 준동으로 우리 사회가 분열되고 있다"며 "세대 간 갈등도 여론에 휩쓸려 심화하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이승훈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사무처장도 "국정농단 사태를 기점으로 세대.이념 갈등이 치열해지고 있다"며 "각자의 주장만을 피력하는 사회가 아니라 다른 의견을 존중하고 조율하는 사회가 돼야 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2018-01-01 19:27:35[파이낸셜뉴스]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하는 단체로 알려진 '신남성연대'가 윤석열 탄핵 반대 집회 참여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국힘갤러리에 '배인규는 화교출신'..."같은 진영이 물어뜯어" 배인규 대표는 최근 신남성연대 유튜브 채널에 올린 영상에서 "'너 때문에 대통령이 구속됐다', '너 때문에 이런 최악의 결과를 맞이했다'고 비난 받고 있다"라며 "집에서 방송만 하는 유튜버들, 집회 현장만 찍으면서 산책 다니는 친구들에게는 책임전가를 안 하더라. 그래서 이제 집회 안 하겠다"고 전했다. 이어 "'틀딱'(노인을 비하하는 표현) 프레임을 떼려고 젊고 예쁘고 잘생긴 친구만 연단에 올렸고, 댄스단도 두 배씩 돈 주고 섭외했는데 왜 나한테 같은 진영의 비난이 몰리냐"고 지적했다. 그는 "일부 유튜버들이 '배인규는 화교 출신이다, 중국에서 돈을 받는다' 등의 거짓주장을 하고 있다"라며 "국민의힘 비대위 갤러리 가면 내가 뭘 해도 욕하고 물어뜯다"고 토로했다. 윤 대통령 기사에 우호댓글 다는 '여론정화' 활동도 중단키로 배 대표는 "여태껏 평화시위를 주장해 왔는데 폭력시위를 주동했다고 언론에서 욕먹는 건 나다"라며 "앞으로 텔레그램 지령을 통한 '여론정화'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신남성연대는 텔레그램에서 단체 대화방을 운영하며 윤 대통령을 비판하는 댓글이 많이 달린 온라인 기사 링크를 대화방에 공유하고 다 같이 몰려가 윤 대통령에게 우호적인 댓글을 단 뒤, 이를 베스트 댓글로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들은 이러한 작업을 '여론 정화'라 부른다. 다만 배 대표는 윤 대통령 지지 자체를 거두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한편 신남성연대는 반여성주의를 표방하던 극우 성향의 유튜브 채널로, 12·3 비상계엄 및 탄핵 국면에서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대표적인 2030 유튜브 채널로 주목받았다. 지난 19일 발생한 서부지법 난입 사태 당시에는 "경찰에 증거자료로 쓰일 수 있으니 얼굴이 들어간 현장 동영상을 내려달라"주장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앞서 윤 대통령의 내란을 옹호·동조한 혐의로 배 대표를 경찰에 고발한 바 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5-01-31 14:13:01[파이낸셜뉴스]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한 바 있는 배우 노현희가 인신공격과 악플 테러에 시달리고 있다며 "나는 애국지사의 피를 물려받은 독립운동가의 후손"이라고 주장했다. 노현희는 최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글을 올리며 "최근 나에게 극우, 친일파, 내란 동조범 등의 프레임을 씌워 '밥줄을 끊어 놓겠다', '감방에 집어 처넣을 X' 등 인신공격과 협박에 가까운 악플이 계속 달리고 있다"라며 "내가 왜 친일파 극우, 틀딱이, 수구 꼴통, 내란동조자 소리를 들어야 하는 건지" 억울하다고 밝혔다. 노현희는 "나는 보수의 가치를 존중하는 합리적 보수의 한 사람으로서 자유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거리로 뛰어나갔다"면서 "집회에서 우연히 만난 동료 배우의 유튜브 라이브 방송 인터뷰에서 밤새 고생하는 2030들을 응원하며 '함께 좋은 결과를 기도드린다'라고 말한 게 논란의 발단이 된 것 같다"고 했다. 당시 노현희는 유튜브 라이브방송 중이던 최준용을 향해 “진짜 용기 있는 애국자”라는가 하면, “2030들이 우리나라를 일으켜 세울 거다. 너무 밝은 빛이 보인다”라고 했고, 최준용 역시 노현희를 두고 “박근혜 대통령 탄핵 때부터 태극기부대로 유명했던 친구”라고 했다. 노현희는 "나에게 쏟아지는 갖은 욕설 수많은 모욕 중에 '극우 친일파'라는 것은 알려진 내용과 다르다"면서 "나는 독립운동가 후손으로, 나의 가족사는 이를 분명히 증명한다. 나는 뼈속까지 친가·외가 통틀어 애국지사의 피를 물려받은 자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내 엄마의 외삼촌이신 권영배님은 서울 서대문형무소에서 일본 순사들에게 모진 고문을 당한 끝에 순국하신 독립투사"라며 "나의 외할아버지인 윤창현님은 중국 만주 용정에서 배우로 활동하시며 독립을 위해 힘쓰셨다. 윤봉길 의사와도 친척이며, 윤 의사의 친동생이신 윤준의님과는 고향인 예산과 덕산을 오가며 함께 뜻을 같이 하셨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 친할아버지이신 노영호님은 충남 서천군 기산면 내동리에서 지도자로 애국활동을 하시다 지역 대표로 북한 공산당에 끌려가 대전형무소에서 화형을 당해 돌아가셨다"고 말했다. 노현희는 "이처럼 내 가족은 대한민국의 독립과 자유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했다"면서 "나를 친일파로 매도하는 것은 나와 가족에게 큰 슬픔을 주는 일"이라고 분노했다. 끝으로 노현희는 “저를 아껴주셨던 분들께 실망을 드렸다면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 하지만 저의 진심만큼은 헤아려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며 “나라를 잃으면 사는 의미가 없다.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라고 덧붙였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5-02-04 19:34:49[파이낸셜뉴스] '신남성연대'가 윤석열 대통령 지지 집회와 관련 활동에 불참을 선언했다. 배인규 신남성연대 대표는 지난 27일 유튜브 채널 라이브 방송에서 "더 이상 집회 및 활동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배 대표는 그간 전광훈 목사의 사랑제일교회 측과 신혜식 신의한수 대표 등과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한 바 있다. 배 대표는 "지난 토요일(25일)에 대규모 집회를 했는데, 이제 더는 못 하겠다"며 "왜 같은 진영에서 '네가 광화문에서 춤추고 검찰청 앞에서 집회 안 해서 대통령이 구속기소 당했다'고 비난하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쏟아냈다. 이어 "'너 때문에 대통령이 구속됐다', '너 때문에 이런 최악의 결과를 맞이했다'고 하는데 이제 집회 안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놈의 틀딱(노인을 비하하는 표현) 프레임 떼려고 연사들 또한 2030의 예쁘고 잘생긴 친구만 연단에 올렸다. 정말 오랫동안 준비한 인원"이라며 "공연업 특성상 우파 집회에 서기 힘들어서 댄스단도 돈 두배씩 주고 섭외했다"며 2030 지지자를 늘리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토로했다. 아울러 다른 유튜버가 자신에 대해 거짓 정보를 퍼트리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배 대표는 답답함을 호소했다. 그는 "'배인규는 화교 출신이다, 중국에서 돈을 받는다' 등의 주장을 하고 있는데 그렇게 뜨고 싶으면 네가 해라. 난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 비대위 갤러리 가면 내가 뭘 해도 욕하고 물어뜯는다. 가두리(집회 참여 외 다른 행동을 하면 통제하는 것)라 욕먹고, 웅변대회라 욕먹고, 콘서트라고 욕먹을지언정 나는 여태껏 평화시위만 주장했다"며 "근데 폭력시위를 주동했다고 욕먹는 건 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2025-01-29 16:58:36독일 교환학생 시절 차별을 처음으로 경험했다. 눈을 찢으며 '칭챙총' 하는 인종차별은 사실 그렇게 충격적이진 않았다. 수준 낮은 액션들은 상대방이 못 배운 '모지리'라서 그렇다고 생각하면 그만이었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애매하게 나를 배제한다는 느낌이 들 때였다. 당시 자매대학에서는 현지 학생들과 교환학생을 일대일로 매칭해줬다. 서툰 독일에서 도움이 필요한 외국인들을 지원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나는 내 파트너를 첫날 이후로 만날 수가 없었다. 나와 매칭된 독일 학생은 나를 보자마자 내가 아시안이라는 것에 크게 실망한 눈치였다. 그리고 몇 마디 대화를 나누고는 언어가 유창하지 않으니 더욱 싸늘해졌다. 결국 나는 그가 원하는 조건의 외국인이 아니었기 때문에 연락이 끊겼다. 재밌는 사실은 유럽이나 영어권 교환학생들은 이 프로그램의 수혜를 누리며 많은 모임을 만들고 어울렸지만 나를 비롯한 아시안 학생들은 그곳에 낄 수가 없었다는 점이다. 한국에서 당찬 여대생으로 살다 처음으로 느껴보는 아웃사이더의 느낌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물론 다시 한국에 돌아와서는 느낄 수 없는 기분이었지만, 최근에 기시감을 종종 느낀다. 나에게 아이가 생기면서다. 휴가를 준비하면서 호텔을 알아보다 몇 차례 포기를 해야 했다. 이전부터 가고 싶었던 1순위 호텔은 숲캉스가 콘셉트였는데 알고 보니 '노키즈존'이어서 아예 입장 자체가 불가능했다. 2순위 호텔은 식사와 다과를 즐길 수 있는 라운지가 '노키즈존'이었다. 남편과 교대로 아이를 보면 이용은 가능했겠지만 이 역시 뭔가 유쾌하지는 않아 결국 다른 곳으로 갔다. 생각보다 우리 사회에 노키즈존이 많다는 것에 놀랐는데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이제는 '노시니어존'까지 확대되고 있다. 최근 한 카페 프랜차이즈에서는 매장을 오래 이용한 노인에게 퇴장을 요구, 논란이 커지자 본사가 직접 사과까지 했다. 노래퍼존, 노유튜버존, 노아재존 등 다양한 노○○존은 이제 유머 소재로도 쓰이고 있다. 맘충, 틀딱, 급식충 등의 혐오표현은 이미 누구나 다 아는 신조어로 자리매김했다. 우리 사회에서 배제와 혐오가 희화화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이는 결국 분노를 낳고, 불특정 다수를 향한 폭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또 차별에 있어서 안전지대는 없다는 점도 기억하자. 나 역시 언젠가 누군가에게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가 될 수도 있다. 박지영 생활경제부 차장 aber@fnnews.com aber@fnnews.com 박지영 기자
2023-09-27 23:01:07[파이낸셜뉴스] 독일 교환학생 시절 차별을 처음으로 경험했다. 눈을 찢으며 칭챙총하는 인종차별은 사실 그렇게 충격적이진 않았다. 수준 낮은 액션들은 상대방이 못배운 '모지리'라서 그렇다고 생각하면 그만이었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애매하게 나를 배제한다는 느낌이 들 때였다. 당시 자매대학에서는 현지학생들과 교환학생을 일대일로 매칭해줬다. 서툰 독일에서 도움이 필요한 외국인들을 지원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나는 내 파트너를 첫날 이후로 만날 수가 없었다. 나와 매칭된 독일 학생은 나를 보자마자 내가 아시안이라는 것에 크게 실망한 눈치였다. 그리고 몇 마디 대화를 나누고는 언어가 유창하지 않으니 더욱 싸늘해졌다. 결국 나는 그가 원한 조건의 외국인이 아니었기 때문에 연락이 끊겼다. 재밌는 사실은 유럽이나 영어권 교환학생들은 이 프로그램의 수혜를 누리며 많은 모임을 만들고 어울렸지만 나를 비롯한 아시안 학생들은 그곳에 낄 수가 없었다는 점이다.. 한국에서 당찬 여대생으로 살다 처음으로 느껴보는 아웃사이더의 느낌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물론 다시 한국에 돌아와서는 느낄 수 없는 기분이었지만 최근에 기시감을 종종 느낀다. 나에게 아이가 생기면서다. 휴가를 준비하면서 호텔을 알아보다 몇 차례 포기를 해야했다. 이전부터 가고싶었던 1순위 호텔은 숲캉스가 컨셉이었는데 알고보니 '노키즈존'이어서 아예 입장자체가 불가능했다. 2순위 호텔은 식사와 다과를 즐길 수 있는 라운지가 '노키즈존'이었다. 남편과 교대로 아이를 보면 이용은 가능했겠지만 이 역시 뭔가 유쾌하지는 않아 결국 다른 곳으로 갔다. 생각보다 우리 사회에 노키즈존이 많다는 것에 놀랐는데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이제는 '노시니어존'까지 확대되고 있다. 최근 한 카페 프랜차이즈에서는 매장을 오래 이용한 노인에게 퇴장을 요구해 논란이 커지자 본사가 직접 사과까지 했다. 노래퍼존, 노유튜버존, 노아재존 등 다양한 노00존은 이제 유머소재로도 쓰이고 있다. 맘충, 틀딱, 급식충 등의 혐오표현은 이미 누구나 다 아는 신조어로 자리매김했다. 우리사회에 배제와 혐오가 희화화 되는 것을 경계해야한다. 이는 결국 분노를 낳고, 불특정다수를 향한 폭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또 차별에 있어서 안전지대는 없다는 점도 기억하자. 나 역시 언젠가 누군가에게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가 될 수도 있다. aber@fnnews.com 박지영 기자
2023-09-27 11:49:06[파이낸셜뉴스] '서현역 흉기난동' 사건을 계기로 불특정 다수를 향한 협박글이 온라인에 우후죽순 올라오는 상황에서 '국회를 테러하겠다'는 예고글도 올라와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4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이날 오후 4시10분께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 '국회를 테러하겠다'는 협박 글이 게시됐다는 신고를 접수했다. 해당 게시글에 대한 수사는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서 맡을 예정이다. 해당 글 작성자는 "디씨 폐쇄하면 국회(에) 깔 빵 놓는다"며 "국회의원 틀딱XX들 밤에 칼로 죽일 것"이라고 적었다. 경찰은 인터넷 주소(IP) 분석을 통해 게시글 작성자를 추적하는 한편 국회 순찰도 강화할 예정이다. 한편 '신림역 사건' 이후로 현재까지 경찰에 접수된 온라인상 '살인 예고글'은 최소 20건 이상이며, 글을 올린 2명이 검거됐다. 경찰은 협박 혐의와 함께 수사 내용에 따라 살인예비죄 적용도 검토하는 등 엄정 대응할 방침이다. wongood@fnnews.com 주원규 기자
2023-08-04 18:00:58[파이낸셜뉴스] '조국수홍(조국을 수호하는 홍준표)'이 '준석수홍(이준석을 수호하는 홍준표)'으로 완벽하게 탈바꿈했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선거를 두 달 앞두고 당 대표를 쫓아내겠다는 발상은 대선을 포기하자는 것”이라며 사퇴론에 휩싸인 이준석 대표를 보호했다. 홍 의원은 페이스북에 “지지율 추락의 본질은 후보의 역량 미흡과 후보 처갓집 비리인데”라며 “그것을 돌파할 방안 없이 당 대표를 쫓아내겠다는 발상은 참으로 어이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국민의힘 상황에 대해서는 “배에 구멍이 나서 침몰 하고 있는데 구멍 막을 생각은 않고 서로 선장 하겠다고 다투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윤 후보를 향해 “모두 화합해서 하나가 되는 방안을 강구하고 지지율 추락의 본질적인 문제를 돌파하는 방안이나 강구하라”고 비판했다. 또 “더이상 헛소리로 일부 국민들 세뇌시키는 ‘틀튜브’는 보지 마라”고 했다. ‘틀튜브’는 노인을 비하하는 ‘틀딱’이라는 표현에 유튜브를 합친 말로 보수 성향의 정치 관련 유튜브 채널을 언급한 것이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2022-01-05 08:22:07세상 온통 싸움질이다. 성별싸움. 세대싸움. 구보 PD가 필리핀 여행 가서 본 닭싸움 같다. 다리에 면도날을 찬 닭들이 서로를 향해 죽일 듯 치솟아 오른다. 며칠 전 그런 풍경을 마주쳤다. 혼자 사는 장모님의 목욕탕 파이프가 고장 났다. 구보씨는 기계충이다. 마누라는 구보씨에게 따라만 다니라고 했다. 아파트 근처 전파상에 들러 수도파이프를 사더니 관리실로 전화를 한다. 얼마 후 장닭처럼 생긴 젊은 사내가 나타났다. 주말엔 이런 일 안한다고 투덜거린다. 마누라 급굽실에 사내는 목욕탕에서 망치질 몽키질 몇 번 하더니 소리친다. 모델을 잘못 사오셨어요! 마누라 왈, 전파상 영감님이 이 주위 아파트에 모두 잘 맞는 형이라던데요. 보세요, 벽에 안 붙잖습니까. 그럼 불량품입니다! 바꾸거나 다른 모델로 가져와 연락주세요. 화가 난 마누라가 금방 산 수도파이프를 들고 달려나간다. 구보씨도 쫄랑쫄랑 따를 수밖에.불량이라뇨? 벽에 안 붙던데요. 다른 모델로 바꿔주세요. 이 지역 아파트는 제가 압니다. 기술이 불량이지. 왜 제품 탓을 한답니까! 개코도 모르는 젊은 놈들이 제품 탓, 연장 탓만 한다니까요. 보아하니 한두번이 아닌 듯하다. 영감님은 갑자기 살아온 경력을 줄줄 읊기 시작한다. 자신은 중동 건설현장에서 온갖 욕 다 먹어가며 기술 배웠다. 요즘 놈들은 늙은이 틀딱이라 무시하고 배울 생각 않는 놈들, 빌어먹기도 아까운 놈들이다. 틀딱영감, 주변 아파트 관리실 젊은이들을 싸잡아 비난하다가 직접 나설 듯 공구를 챙기러 간다. 마누라는 구보씨를 노려보며 '당신하고 딱 닮았네' 한다.구경꾼들 지켜보는 가운데, 목욕탕에서 틀딱영감이 신경질적으로 몽키질 망치질을 한다. 잠시 뒤, 아주머니, 보세요. 영감이 샤워기를 휙 트니 물이 분수처럼 쏴아 솟구친다. 이래도 불량품입니까? 관리실 장닭 편든 마누라를 향해 내지른다. 그때부터 다시 틀딱의 넋두리가 시작된다. 빌어먹기도 아까운 놈들, 빌붙어서 월급만 축내는 놈들! 지 실력을 탓하지 왜 남의 제품을 탓한답니까. 틀딱 한판승에 신이 난 구보씨 옆을 보니 장닭이 언제 왔는지 다 듣고 있었다. 눈치 챈 영감이 들어라 하곤 했던 말을 되풀이한다. 개코도 모르는 놈들. 빌붙어서 월급만 축내는 놈들! 큰 싸움 나게 생겼구나 싶은데. 뭐라구요. 영감님! 영감이고 땡감이고, 자! 눈깔로 보라, 불량품? 아니 눈깔이라뇨? 그럼 눈깔이 아니고? 두 사람이 필리핀 싸움닭처럼 서로를 향해 솟구치려는 순간, 에-구-구- 장모 울부짖는 바람에 장닭이 휙 돌아 나가버렸다. 틀딱영감. 또 넋두리를 내뱉는다. 구보씨, 얼른 지갑에서 5만원을 꺼내 마누라에게 눈을 껌벅였다. 싸움구경 값! 집으로 돌아오는 길, 구보씨는 휘파람을 불었다. 웬 신바람이야? 오늘 얘긴 아들놈에게 꼭 해야겠어. 뭘? 그놈이 지 애비 경험 타령 무시한 적이 한두번이요? 쌍놈! 다음 날 강의 가는 전철 안, 구보씨는 옛날 사놓았던 카프카의 소설 '아메리카' 첫 장을 열었다. 첫 에피소드가 '스토커'다. 와, 1900년 초에 스토커? 구보씨는 틀딱애비가 공부도 한다는 걸 과시하려 아들놈에게 카톡을 보냈다. "카프카가 100년 전 소설에 '스토커'라는 단어를 썼네!" 즉답이 왔다. "잘 살펴봐, 그 스토커는 기계 다루는 사람 Stoker, 아빠가 말하는 스토커는 Stalker."틀딱도 틀딱 나름. 구보씨는 이곳저곳 독서 중인 장닭들을 쳐다보며 입을 쩝쩝거렸다.이응진 경기대 한국드라마연구소 소장
2020-06-01 18:42: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