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와 탄은 동갑내기 부부다. 시로는 주로 꿈을 꾸는 Dreamer이고 탄은 함께 꿈을 꾸고 꿈을 이루어주는 Executor로 참 좋은 팀이다. 일반적으로 배우자에게 "세계여행 가자!" 이런 소리를 한다면 "미쳤어?" 이런 반응이겠지만 탄은 "오! 그거 좋겠는데?" 맞장구를 친다. 그렇게 그들은 캠핑카를 만들어 '두번째 세계여행'을 부릉 떠났다. 때는 가을이라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구간이 있으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와셔액으로 에탄올 제품 대신 물을 넣어 사용하고 있었다. 그런데 타슈켄트 가는 길에 고산지역에서 퍼붓는 눈발을 만났다. 와이퍼로 닦아지지가 않아 와셔액이라도 뿌려야 하는데 얼어버렸는지 전혀 나오지 않아 낭패였다. 차를 멈추고 히터로 얼어버린 앞유리를 한참 녹인 후에야 겨우 시야를 확보할 수 있었다. 휴우~ 미리미리 준비를 해야겠다. 우즈벡의 산지에서 또 터널을 만났다. 와 이번엔 조명도 밝고 편도2차로인 꽤 그럴듯한 터널이다. 서울에서 집인 춘천을 오갈 때 지나던 수많은 터널들이 생각났다. 우즈벡 도로를 달리다 보면 종종 톨게이트도 아니고 검문소도 아닌 길 위에 지붕이 있는 곳을 지나게 된다. 'stop' 사인이 있고 차들은 그 앞에서 속도를 줄이고 가다가 잠시 멈춘 후 통과한다. 처음 볼 때엔 전쟁 대비로 무너뜨려 길을 막는 시설인가 했는데 나중에 들어보니 지역간 이동이 자유롭지 않을 때 만든 검문소라고 한다. 우즈벡이 나라 안에서도 왕래가 자유롭지 않은 공산국가였다는 사실이 새삼 떠올랐다. 세계를 마구 돌아다니는 우리로서는 다소 충격적이었다. 우즈벡에서는 디젤이 있는 주유소 찾기가 쉽지 않았다. 주유소인가 싶어 반가워 가보면 커다랗게 METAN이라고 쓰여있기 일수였는데 아마도 가스를 넣는 차들을 충전하는 곳인 것 같았다. 우즈벡에는 가스차가 휘발유나 디젤차보다 많은 것 같다. 이 나라에 가스매장량이 많아 가스값이 싸서 그런가보다. 그래도 어찌어찌 잘 찾아 큰 어려움은 없이 디젤을 주유하고 다닐 수 있었다. 이곳에서도 길가에 과일 파는 가판상점을 흔하게 볼 수 있었는데 키르기스와는 달리 진열도 예쁘게 해놓고 크게 글도 써놓고 뭔가 열심히 팔 생각이 있는 것 같아 보였다. 키르기스에서는 대충 쌓아놓은 느낌으로 '살려면 사던지'의 느낌이었는데 말이다. 석류를 즉석에서 짜주는 쥬스 파는 곳도 많았는데 위생이 걱정되어 그냥 지나쳤다. 과일 말고도 이곳의 주식인 "난"이라는 둥근 빵을 파는 상점이 여럿 모여있는 곳도 있었고 길거리에 이것저것 파는 것이 많았다. 가는 길에 ATM을 찾아서 걱정반 기대반으로 출금을 시도했다. 촤라락 하고 돈 나오는 소리가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작은 가게에 들러 식료품을 조금 샀다. 계란을 낱개로 사는게 어색했지만 조심조심 깨지지않게 비닐봉지에 담아 받아들고 돈을 냈더니 거스름돈과 작은 포장의 젤리를 한개 준다. 외국인에게 주는 뜻밖의 선물인가 기뻐했지만 나중에 알고보니 이곳에서는 잔돈 대신 성냥이나 젤리를 준다고 한다. 괜히 좋아했다. 종일 운전해서 오후 7시가 다되어 타슈켄트에 도착했다. 왕복 8차로, 10차로의 넓은 길에 차와 사람도 많고 완전 큰 대도시이다. 타슈켄트에서 박사라 선생님을 만나기로 했는데 오는길에 유심을 살 수가 없어서 연락할 방법이 없어 난감했다. 이럴 땐 도움을 구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 차를 길에 세우고 지나가는 분중 친절해보이는 분을 찾아 일단 영어하냐고부터 물어보기 시작했다.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고 가는 사람들 뒤에 한분이 유창하지는 않지만 영어로 겨우 소통을 하며 도와주신다. 사라선생님 전화번호를 보여주며 전화해달라고 부탁했더니 연결이 되었다. 겨우 연락이 닿아 목소리를 듣자 너무 반갑고 기뻤다. 선생님과 한국음식점과 상점이 모여있는 가스삐딸리 시장에서 만나기로 약속할 수 있었다. 박사라 선생님은 키르기스에서 알게된 분의 소개로 찾아가게 되었는데 타슈켄트에서 1시간반정도 떨어진 스르다리오라는 작은 마을에서 한국어학원을 운영하신다. 첫만남이지만 전혀 어렵지 않았고 만나서 금방 친해질 수 있었다. 나이도 비슷했고 이야기도 잘 통했다. 앞으로 몇주정도 선생님댁에 머물면서 함께 지내기로 하였다. 몇일 후 박선생님과 함께 타슈켄트의 명물 철수시장에 왔다. 실제 이름은 Chorsu 초르수라고 하는데 페르시아어로 "교차로"라는 의미라고 한다. 멀리서도 보이는 거대한 푸른 돔이 매우 인상적이다. 시장주변은 차가 매우 많아서 주차할 곳을 찾기가 어려웠다. 다행히 조금 걸어야하는 곳이지만 꽤 좋은 장소를 발견하고 잘 주차할 수 있었다. 돔 밖에도 넓게 시장이 형성되어 식료품, 의류, 신발, 잡화 등 여러가지를 팔고 있었다. 시장구경은 언제나 즐겁다. 다니다가 편해보이는 도톰한 추리닝바지가 눈에띄여 가격을 물어보니 6000원 정도해서 얼른 구입했다. 재봉질이 군데군데 어설퍼보였지만 편하고 따뜻하고 무엇보다 싸니까 용서가 된다. 꽤 넓은 곳에서 화덕에서 직접 구운 난을 판다. 여러개의 화덕에 계속해서 난을 넣고 빼는 모습이 신기하다. 화덕의 열기로 안이 매우 따뜻하고 빵냄새도 무척 좋아서 그곳을 떠나기 싫었다. 얼굴보다도 훨씬 큰 빵이 몇백원 밖에 안한다 이곳의 전통음식들과 먹음직스런 과일들을 파는 곳에서 과일과 호두 등을 저렴하게 살 수 있었다. 좀 더 걸어가자 푸른 돔이 아름다운 철수시장이 나타났다. 1층에는 치즈나 육류등이 많이 보였고 2층에는 견과류나 말린과일등을 팔고 있었다. 2층에서 보니 시장이 한눈에 들어왔다. 이곳에서는 딱히 사고싶은 것을 발견하지 못해 그냥 구경으로 만족했다. 무지 크고 넓고 곳곳에 볼거리, 먹거리가 많은 재미난 곳이었다. 타슈켄트에서 가장 맛있었던 식당은 조지아 레스토랑이었다. 블라디보스톡에서 먹었던 그 하차푸리와 닭요리 등을 시켰는데 정말 너무너무 맛있어서 조지아는 반드시 가서 오리지날을 먹어보리라 다짐했다. 이케아같은 커다란 쇼핑몰도 구경했는데 확실히 키르기스보다 물건도 많고 훨씬 잘산다는 느낌이 든다. 크리스마스가 가까와서 그런지 트리와 장식품들이 많이 진열되어 있었다. 조금 이상해서 물어보니 타슈켄트에는 외국인도 많고 이슬람이라도 아주 종교적인 사람들 외에는 홀리데이를 즐긴다고 한다. 이곳에서는 적당한 크기의 저렴한 냄비를 발견하고 매우 만족스럽게 구입했다. 다음날 박선생님이 운영하시는 스르다리오의 어학센터를 방문했다. 스르다리오에는 마을을 관통하는 고속도로가 있는데 차들이 엄청난 속도로 달린다. 건널목도 육교도 없어 사람들이 길을 건너야 할때는 정말 목숨을 걸고 건너는 듯 아슬아슬하다. 차로 가더라도 유턴해서 들어오는 곳이 무척 멀어서 집에서 학원을 오갈 때마다 한참 먼 유턴지점까지 항상 빙 돌아오곤 해서 안타까다. 학원은 하얀 건물에 파란 간판이 예쁘게 달려있다. 입구가 한국의 보통 상가처럼 유리문인것을 보고 깜짝 놀라 치안이 괜찮냐고 물어보았더니 아직까지는 괜찮다고 한다. 안에 좋은 책상과 의자, 빔프로젝터와 책 등 물건도 꽤 있는데 손을 타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으나 정작 선생님은 아무렇지도 않으셨다. 학생들과 함께 한국어 선생님을 모시는 모집영상을 만들기로 했다. 이 하키켓 어학센터는 현재는 청소년을 대상으로하는 한국어교실만 운영중인데 곧 음악교실, 러시아어교실도 오픈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수도인 타슈켄트와 달리 지방은 교육기회가 현저히 적다고 한다. 수도에 사는 한국사람은 많아도 지방에는 찾아보기 힘들다. 여러 편의시설이며 음식점 등도 없고 해서 지방에 내려오려 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한국어교실이며 다른 교육프로그램을 더 확장하고 싶어도 선생님 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라고 한다. NGO운영으로 돈이 매우 부족해서 더욱 그렇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는 센터를 위해서 학생들과 함께 선생님을 모시는 모집영상을 만들기로 했다. 학생들이 진심을 다해 "선생님, 공부하고 싶어요! 빨리 와주세요!"를 외치는 영상을 만들었다. 다들 흔쾌히 즐겁게 참여해주었다. 또 수업시간에 동의를 구하고 방해안되게 주의하면서 수업장면을 촬영하였는데 학생들의 대단한 열의가 느껴졌다. 학생모집을 위한 포스터도 다니는 실제 학생들의 얼굴을 넣어 몇가지를 만들어 드렸다. 일요일에는 박선생님과 함께 고려인들이 모이는 현지교회에 갔다. 가보니 실내가 어두운 곳인데 하필 정전이 되어 다들 난감해하고 있던 상황. 탄이 까브리에 전기를 연결해서 실내를 밝혀드렸더니 모인분들이 무척 신기해하고 고마와하셨다. 무사히 예배를 잘 드릴 수 있게 되어 우리도 매우 흐뭇했다. 예배후에는 아이들이 우리 까브리를 궁금해하길래 차를 오픈했더니 우르르 올라가 이것저것 만져보며 너무너무 즐거워했다. 어디건 아이들은 캠핑카를 참 좋아한다. 내려올 생각을 안한다. 스르다리오에 머무는 동안 선생님댁 옆의 공간에서 밥도 해먹고 잘 지냈는데 식사를 위해 근처 코르진카라는 슈퍼마켓에서 식료품을 구입하곤 했다. 식품 물가가 놀랄만큼 저렴해서 고기며 쥬스며 야채, 과일등등 먹고싶은것을 마음껏 먹었다. "식품 물가가 놀랄만큼 저렴하다" 혼자 먼 타국에서 이곳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일하시는 박선생님께 위로와 격려의 마음으로 한국음식을 종종 해드렸다. 한국에서 가져온 고추장등의 재료로 닭볶음탕도 만들고 비빔국수도 같이 해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우즈벡에서 외국인이 머물려면 돈을 내고 무슨 등록증을 받아야 한다고 한다. 일주일 단위로 돈을 받는 듯하다. 이것도 무슨 공산주의 잔재로 통행의 자유를 통제하고자하는 그런 것의 일환이 아닐까 싶었다. 암튼 박선생님의 도움으로 잘 등록했고, 또 우즈벡에서 유심사기가 쉽지 않았는데 학원에서 일하는 현지 친구가 함께 가주어서 속지않고 적당한 것을 잘 구입해서 다닐 수 있어 좋은 도움을 받았다. 글=시로(siro)/ 사진=김태원(tan) / 정리=문영진 기자 ※ [시로와 탄의 '내차타고 세계여행' 365일]는 유튜브 채널 '까브리랑'에 업로드된 영상을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내 차 타고 세계여행' 더 구체적인 이야기는 영상을 참고해 주세요. <https://youtu.be/G85qdMHDuHM?si=iKCbW47_29vK5aVG>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4-07-11 14:59:22시로와 탄은 동갑내기 부부다. 시로는 주로 꿈을 꾸는 Dreamer이고 탄은 함께 꿈을 꾸고 꿈을 이루어주는 Executor로 참 좋은 팀이다. 일반적으로 배우자에게 "세계여행 가자!" 이런 소리를 한다면 "미쳤어?" 이런 반응이겠지만 탄은 "오! 그거 좋겠는데?" 맞장구를 친다. 그렇게 그들은 캠핑카를 만들어 '두번째 세계여행'을 부릉 떠났다. 우리가 비슈케크에 도착했을 때는 9월초였다. 원래 우리는 이곳에 일을 하려고 잔뜩 각오를 하고 왔던터라 관광에 대한 것은 생각도 안하고 있었는데 우리가 만나는 현지에 사시는 분들마다 키르기스에 왔는데 이슥쿨 호수는 꼭 가야한다고, 그것도 이제 조금만 지나면 추워지니 수온이 더 내려가기 전에 어서들 가라고 재촉을 하셨다. 대체 얼마나 좋은 곳이길래 하며 궁금증이 생겼고 올해는 여름이 지나도록 물가에 한번 가본 일이 없던 차에 물놀이를 할 수 있다니, 여행때마다 항상 소중하게 가지고 다니는 투명튜브를 꺼낼 수 있겠다는 생각에 만사 제쳐두고 또 함께 일하실 분들의 환송을 받으며 "얼른 다녀올께요~!" 하며 이슥쿨호수로 출발했다. 수도 비슈케크에서 차로 4시간 거리의 이슥쿨 호수. 내륙국가인 키르기스스탄 사람들이 최고로 꼽는 휴양지라고 한다. 간만의 물놀이 생각에 설레어서 새벽같이 일어나 출발했다. 가는 길 길가에는 마치 과일도매시장같이 수박이며 각종 여름과일들이 가득가득 진열된 노점상들이 길게 줄지어 있어 과일귀신인 우리의 발길을 붙잡았다. 몇일전 현지분과 시장에 갔던 경험을 살려 맛있다고 들은 복숭아와 그나마 알고있는 귤처럼 보이는 과일을 무지 저렴하게 샀다. 좋아하는 과일까지 가득 싣고 물놀이 가는 길이 마냥 즐겁고 행복하다. 한참을 달리니 인가는 사라지고 나무 한그루 없는 민둥산길이 구불구불 이어진다. '오 이제 시작인건가?' 하고 생각했다. 이슥쿨 호수가 유명한 이유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중 하나는 해발 1600m 높이에 있는 산정호수라는 것이다. 설악산 대청봉이 1700m정도이니 호수가 얼마나 높은 곳에 있는지 신기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소금기가 많은 짠물 호수라고 한다. 이미 카자흐스탄의 발하슈 호수에서 짠물의 호수를 한번 겪어봐서 그런가보다 했지만 처음엔 호숫물이 짜다는 것이 매우 이상했었다. 길이 험해지고 오르막이 계속되자 곧 호수가 보일것 같이 두근두근했는데 아무래도 너무 빨리 김칫국을 마셨나보다. 호수까지는 아직도 한참 남았다. 길옆으로 옥색빛이 아름다운 강이 흐르고 있었는데 물살이 매우 세차게 흘러서 래프팅하면 딱이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계속해서 산과 산 사이 계곡옆길을 가다보니 보이는 것은 민둥산 밖에 없다. 기후가 건조해서 나무가 잘 못 자라는 건가 왜 식물이 거의 없는지 궁금했다. 산지를 한참 지나자 다시 평지가 나왔다. 역시 호수는 아직도 멀었다. 공사 중인 비포장도로를 지나고 드디어 다시 오르막길을 올라 올라 호수의 첫번째 목적지인 선착장에 도착했다. 하루에 2번 배가 뜨는데 혹시나 했던 11시 배는 이미 놓쳤고 3시 배는 출발 30분 전에 다시 오라고 한다. 어차피 놓친거 "에잉, 그냥 잘 되었다." 하고 차에서 여유 있게 점심을 든든히 챙겨 먹고 좀 쉬다가 래쉬가드로 갈아입고 배에 가져갈 튜브 등을 준비했다. 약간 동네장사 느낌으로 간이매점같은 곳 앞 파라솔아래 앉은 사람이 종이로 대충 만든 표를 팔고 있어서 찾기가 쉽지 않았다. 선착장에 배가 여러대가 있었는데 우리가 탈 배가 무언지 몰라 또 어리버리하다가 남들 가는대로 따라가 표를 내밀어 탈 수 있었다. 작지 않은 배에 우리말고도 사람들이 적당히 있어 좋았다. 오랜만의 뱃놀이, 물놀이에 마음이 풍선처럼 부풀었다. 배가 출발하자 끝없이 펼쳐진 호수가 호수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게 넓어 마치 바다같다. 물빛도 맑고 아름다와 어서 뛰어들고만 싶어진다. 이 맑고 깨끗한 물이 제발 오염되지 않기를 저절로 바라게 된다. 호수 한가운데에 다다르자 배가 멈추었다. 이제 수영 타임! 배에서 나눠주는 빨간 구명조끼를 입고 튜브를 가지고 물에 퐁당 뛰어들었다. 튜브를 준비해온 건 우리밖에 없지만 창피해 하지 않고 뻔뻔하게 놀기~ㅎㅎ 햇살이 따가와 파라솔 대신 준비한 양산도 있었지만 차마 그것까지 펼 용기는 나지 않아 그냥 넣어뒀다. 하루라도 더 일찍 가야한다고 재촉하는 이야기에 걱정했던 것이 무색하게 따사로운 햇살과 수온이 물놀이를 하기에 딱 좋았다. 맑고 파란 물 위에 떠 있는 기분은 그야말로 최고였고 거기에 더 기가 막힌 것은 호수를 둘러싸고 있는 멋진 산맥이 만드는 풍경. 푸르른 하늘에 뭉게뭉게 하얀 구름들 아래로 병풍처럼 펼쳐진 산맥을 보며 물놀이를 할 수 있다니 정말 다른 어떤 곳에서 볼 수 없는 장관이었다. 탄과 붙잡기 놀이며 장난을 치고 또 풍경을 보고 놀다보니 배에서 이제 올라오라고 사람들을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아쉬운 마음에 늑장을 부리다가 민폐는 안될 정도로 제일 늦게 배에 올랐다. 배에서 젖은 옷을 간단히 갈아입고 이때를 위해 준비한 비장의 그것! 수영 후 마시는 시원한 맥주 한캔! 크아~ 주변 사람들의 부러워하는 눈초리가 느껴졌다. 출발 전 현지분들이 지도를 보며 열심히 알려주신 차박하기 좋은 곳을 찾아갔다. 들어가는 길이 좀 울퉁불퉁 험했지만 도착해보니 주차할만한 장소도 잘 정비되어있고 호수변에 모래사장이 있어 물놀이 온 현지인들도 적당히 있고, 평화롭게 놀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에 안심이 되고 좋았다. 마치 바닷가처럼 모래사장도 있고 수심도 얕아 물놀이 하기에 매우 좋은 곳이었다. 물속 모래에서 공기방울이 뽀글뽀글 올라온다. 조개라도 사는 것일까? 물가에서 발만 조금 담그고 놀다가 오전에 네댓시간 운전하고 온데다 낮에 배타고 한 물놀이가 힘들었는지 피곤이 몰려왔다. 내일 더 재미있게 놀자 하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밤엔 멀리서 개 짖는 소리가 간간히 들렸지만 비교적 편안하게 잘 잘 수 있었다. 다음날 일어나 호수를 보며 아침을 먹고 어제의 짧은 물놀이가 아쉬워 본격적으로 물을 즐겨보기로 했다. 남들처럼 모래사장에 자리를 깔고 캠핑용 의자도 펴고 이번엔 내가 좋아하는 튜브침대를 가지고 물에 들어갔다. 눈치 볼 것도 없고 아무 거리낌 없이 원하는 대로 튜브에 누워 양산으로 햇빛을 가리고 물위에 동동 떠있으니 따뜻한 공기에 시원한 바람에 둥실둥실 기분이 최고였다. 호수에서 바라보는 설산의 풍경이 정말 장관이다. 세상에 다시 없을 호강이다 싶다. "시로표 워터파크 개장이요!" 하며 튜브 위에 앉은 탄이를 뱅글뱅글 돌려주었더니 얼른 교대해서 나에게도 해줄 생각은 안하고 "한번 더~ 한번 더!"를 외치고 있다. 이번엔 내차례라고 탄이를 밀어내니 착하게도 열심히 놀이기구가 되어주었다. 탄이는 호수의 아름다움을 담고싶다며 드론을 띄웠고 하늘 위에서 보는 이슥쿨호수의 광경은 더욱 더 아름답게 보였다. 어제부터 호수에서 물놀이 하고나서 씻지를 못한 것이 계속 찝찝했는데 근처에 온천이 있다는 것을 알고 개운하게 씻을겸 찾아갔다. 입구에서 이용료를 내야하는데 러시아어로 된 가격표가 A4용지에 한가득이다. 대체 뭘 선택해야하는 거야? 번역앱을 통해 보아도 무슨 닥터피쉬나 마사지 등 옵션이 다양하게 있는것 같긴한데 확실히 어떻게 되는 건지 파악이 안된다. 결국 가장 저렴한 기본가격인 350솜 입장료만 내고 들어갔다. 안에 들어가보니 닥터피쉬 같은건 보이지 않아서 기본으로 들어오기를 잘했다 싶었다. 수영복을 입고 들어가는 온천이라고 해서 한국의 워터파크 같은 곳을 생각했는데 들어가보니 야외에 따뜻한 물이 나오는 탕이 여러개 있는 것이 비슷하게 보이기도 했지만 그게 다였다. 온도가 너무 뜨거운 탕이 많아서 한곳에 오래 있기가 힘들었고 잠깐 들어갔다가 나와서 썬배드에서 쉬기를 반복해야 했다. 한국은 이런 썬배드 이용도 다 따로 돈을 받는데 다행히 여기는 안에서 추가금을 받는 건 없어서 좋다. 충분히 온천욕을 했다 싶어 이제 씻고 나가려고 하는데 헐.. 목욕시설이 따로 없다는 것이다. 한국의 워터파크 생각을 하고 야외 온천탕과는 별개로 여탕, 남탕이 있을테니 뜨끈한 물에 머리도 감고 옷에 소금기도 좀 빼고 개운하게 씻어야지 했는데 비누는 절대 사용하지 말라는 경고문이 써있는 야외에 찬물만 나오는 샤워기 6개가 끝이었다. 기대와 너무 달라서 좀 실망을 했지만 그래도 소금기없는 맑은 물로 씻은 것이 어디냐 하고 나왔다. 씻고나자 노곤하고 출출해져서 카페에 가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임페리얼이란 근사한 카페였는데 참 키르기스스탄이 특이한 것이 관공서며 학교, 상점, 웬만한 빌딩들은 다 낡고 허름하고 어딘가 갈라져있거나 부서져있고 우리나라 30~40년전 모습인데 "카페"들만은 현재 한국의 레스토랑과 비교해도 별차이없을 정도로 너무나 훌륭한 인테리어로 멋지게 꾸며져 마치 다른 나라에 온것같은 느낌마저 들게 한다. 키르기스스탄에 있는 내내 이 점은 참 희안하게 느껴졌다. 인테리어며 조명이 매우 훌륭한데다 음식 가격은 매우 저렴하지만 꽤 맛있다. 아마 우리에겐 저렴하지만 현지 사람들에겐 크게 부담되는 가격일 듯 하다. 물놀이와 온천 후 먹는 피자와 치킨과 생맥주는 아주 꿀맛같았다. 비슈케크로 돌아오는 길에 까브리도 들어갈만큼 큰 세차장을 발견했다. 사실 세차장은 매우 자주 눈에 띄인다. 키르기스스탄의 차들이 낡고 오래된 차가 많지만 사람들이 차를 매우 좋아해서 세차를 아주 열심히 한다고 한다. 우리는 원래 차가 좀 지저분해야 도둑들도 눈길을 안줄거라 생각하며 여행 떠난 후 여태껏 한번도 세차를 안하고 지내왔는데 벌레사체때문에 차가 부식될까 걱정도 되고 또 이곳에서 만날 분들께 깨끗한 인상을 드리고 싶어 드디어 세차를 하기로 했다. 글자도 모르면서 떡하니 차를 대놓고 셀프세차기 앞에서 헤메는데 다행히 옆칸에서 세차하시던 현지분이 와서 도와주신다. 몰라도 부딛치면 다 된다. 덕분에 묵은때를 깨끗이 벗겨내니 까브리가 오랜만에 뽀얀 자태를 뽐내게 되었다. "이야 너 원래 이렇게 깨끗한 차였구나?" 탄이도 시로도 까브리도 시원하게 물놀이를 즐기고 온 즐거운 이슥쿨여행이었다. 글=시로(siro)/ 사진=김태원(tan) / 정리=문영진 기자 ※ [시로와 탄의 '내차타고 세계여행' 365일]는 유튜브 채널 '까브리랑'에 업로드된 영상을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내 차 타고 세계여행' 더 구체적인 이야기는 영상을 참고해 주세요. <https://youtu.be/o7692AmJx0A?si=mKRolx8pcp0ox58h>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4-06-20 10:19:29완구·콘텐츠 업계가 5월 5일 '어린이날'을 앞두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어린이날은 업계 최대 성수기로 한 해 실적을 좌우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업체들은 제품 할인 등 각종 프로모션과 함께 오프라인 행사 준비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완구 기업 레고코리아는 어린이날을 맞아 오는 6일까지 레고 제품 10종을 20% 할인 판매한다. 할인 제품은 영유아를 위한 듀플로와 시티, 프렌즈, 닌자고, 테크닉 등 대표 시리즈부터 디즈니, 마인크래프트까지 다양한 제품으로 구성했다. 10만원 이상 구매 고객에게는 한정판 레고 굿즈 4종 세트를 증정한다. 국내 완구 기업 손오공은 전 세계 60여개국에서 방영되고 있는 유아 애니메이션 '블루이' TV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블루이 청소트럭'과 '블루이 소방차' 완구를 새롭게 출시했다. 블루이 청소트럭은 음식물과 재활용품을 분리수거함에 담고 트럭에 모으는 과정을 경험할 수 있으며 소방차는 탈착식 사다리, 소방 호스 등 특수 장비와 소방관 모자를 쓴 빙고 피규어가 포함돼 실감나는 소방차 놀이를 즐길 수 있다. '헬로카봇' 제작사인 초이락컨텐츠컴퍼니도 어린이날을 겨냥해 대표 지식재산권(IP)인 헬로카봇 올스타 시리즈 중심의 최신 대형 합체 완구 라인업을 출시했다. 구체적으로 △사파리세이버 올스타 △경찰특공대 K캅스&트루 올스타 △마이티가드 X 등의 완구 3종을 선보였다. 초이락컨텐츠컴퍼니 관계자는 "헬로카봇 10주년인 올해 어린이날은 매력적인 올스타 시리즈의 최신 대형 합체 완구들과 함께 맞이하게 됐다"며 "이번 대형 합체 완구 3종은 높은 완성도와 각자의 매력을 지녔다"고 설명했다. 완구·콘텐츠 업계의 어린이날 매출에는 할인 행사, 신제품 외에도 오프라인 행사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어린이들이 캐릭터나 제품을 실제로 만나 상호작용을 할 수 있고, 브랜드 인지도 향상에도 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간 업체들은 코로나19로 행사를 열지 못했지만, 지난해 '엔데믹'이 선언된 이후 각종 행사가 재개되면서 올해 어린이날에도 다양한 행사가 기획되고 있다. 초이락은 오는 4일부터 6일까지 사흘간 스타필드 고양 PK아트리움에서 팝업스토어를 연다. 팝업스토어에서는 △팽이로 배틀을 즐길 수 있는 '차징탑스피너 BX 배틀대회' △제품을 체험하고 선물받는 '초이락 프렌즈 페스티벌' △팝업스토어 구매 고객 대상 '뽑기 이벤트' 등을 진행한다. 로이비쥬얼은 대표 IP인 '로보카폴리'로 어린이날 당일 '점프 업 노원 네버랜드' 행사에 참여해 노원 롯데백화점 노해로 일대에서 싱어롱쇼와 포토타임, 퍼레이드를 진행한다. 또 새로운 IP인 '도레미 프렌즈'로 오는 3일부터 7일까지 열리는 'DDP 봄축제:디자인동물원'에 참여해 행사 기간 캐릭터 퍼레이드와 부스 이벤트를 진행한다. '아기상어'로 알려진 더핑크퐁컴퍼니는 오는 4일부터 국립세계문자박물관과 창작동요 100주년을 기념하는 '파란마음 하얀마음, 어린이 마음의 빛깔을 노래하다' 전시를 개최한다. 전시에서는 '핑크퐁 아기상어' 동요를 한국어, 영어, 중국어, 일본어, 스페인어 등 12개 언어로 들으며 동요가 전하는 친밀감과 동질감을 체험할 수 있다. 또한 부산광역시와 함께 '2024 아기상어 부산 페스티벌'을 개최한다. 더핑크퐁컴퍼니는 △높이 13m에 달하는 초대형 아기상어 에어벌룬 △바닷속 아기상어 세계관을 테마로 한 6종의 대형 에어바운스존 △아기상어와 함께 인생샷을 남길 수 있는 스페셜 캐릭터 포토존 등 다양한 체험 부스를 운영한다. 더핑크퐁컴퍼니 관계자는 "더핑크퐁컴퍼니는 전 세계 어린이들에게 받은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매년 어린이날을 기념해 신규 영상 및 음원을 출시하거나 문화 공연 및 체험 행사 등 다채로운 이벤트를 기획해왔다"며 "올해는 국내외, 온·오프라인 채널을 총망라해 차별화된 즐거움을 선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welcome@fnnews.com 장유하 기자
2024-05-01 18:33:33[파이낸셜뉴스] 완구·콘텐츠 업계가 5월 5일 '어린이날'을 앞두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어린이날은 업계 최대 성수기로 한 해 실적을 좌우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업체들은 제품 할인 등 각종 프로모션과 함께 오프라인 행사 준비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완구 기업 레고코리아는 어린이날을 맞아 오는 6일까지 레고 제품 10종을 20% 할인 판매한다. 할인 제품은 영유아를 위한 듀플로와 시티, 프렌즈, 닌자고, 테크닉 등 대표 시리즈부터 디즈니, 마인크래프트까지 다양한 제품으로 구성했다. 10만원 이상 구매 고객에게는 한정판 레고 굿즈 4종 세트를 증정한다. 국내 완구 기업 손오공은 전 세계 60여개국에서 방영되고 있는 유아 애니메이션 '블루이' TV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블루이 청소트럭'과 '블루이 소방차' 완구를 새롭게 출시했다. 블루이 청소트럭은 음식물과 재활용품을 분리수거함에 담고 트럭에 모으는 과정을 경험할 수 있으며 소방차는 탈착식 사다리, 소방 호스 등 특수 장비와 소방관 모자를 쓴 빙고 피규어가 포함돼 실감나는 소방차 놀이를 즐길 수 있다. '헬로카봇' 제작사인 초이락컨텐츠컴퍼니도 어린이날을 겨냥해 대표 지식재산권(IP)인 헬로카봇 올스타 시리즈 중심의 최신 대형 합체 완구 라인업을 출시했다. 구체적으로 △사파리세이버 올스타 △경찰특공대 K캅스&트루 올스타 △마이티가드 X 등의 완구 3종을 선보였다. 초이락컨텐츠컴퍼니 관계자는 "헬로카봇 10주년인 올해 어린이날은 매력적인 올스타 시리즈의 최신 대형 합체 완구들과 함께 맞이하게 됐다"며 "이번 대형 합체 완구 3종은 높은 완성도와 각자의 매력을 지녔다"고 설명했다. 완구·콘텐츠 업계의 어린이날 매출에는 할인 행사, 신제품 외에도 오프라인 행사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어린이들이 캐릭터나 제품을 실제로 만나 상호작용을 할 수 있고, 브랜드 인지도 향상에도 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간 업체들은 코로나19로 행사를 열지 못했지만, 지난해 '엔데믹'이 선언된 이후 각종 행사가 재개되면서 올해 어린이날에도 다양한 행사가 기획되고 있다. 초이락은 오는 4일부터 6일까지 사흘간 스타필드 고양 PK아트리움에서 팝업스토어를 연다. 팝업스토어에서는 △팽이로 배틀을 즐길 수 있는 '차징탑스피너 BX 배틀대회' △제품을 체험하고 선물받는 '초이락 프렌즈 페스티벌' △팝업스토어 구매 고객 대상 '뽑기 이벤트' 등을 진행한다. 로이비쥬얼은 대표 IP인 '로보카폴리'로 어린이날 당일 '점프 업 노원 네버랜드' 행사에 참여해 노원 롯데백화점 노해로 일대에서 싱어롱쇼와 포토타임, 퍼레이드를 진행한다. 또 새로운 IP인 '도레미 프렌즈'로 오는 3일부터 7일까지 열리는 'DDP 봄축제:디자인동물원'에 참여해 행사 기간 캐릭터 퍼레이드와 부스 이벤트를 진행한다. '아기상어'로 알려진 더핑크퐁컴퍼니는 오는 4일부터 국립세계문자박물관과 창작동요 100주년을 기념하는 '파란마음 하얀마음, 어린이 마음의 빛깔을 노래하다' 전시를 개최한다. 전시에서는 '핑크퐁 아기상어' 동요를 한국어, 영어, 중국어, 일본어, 스페인어 등 12개 언어로 들으며 동요가 전하는 친밀감과 동질감을 체험할 수 있다. 또한 부산광역시와 함께 '2024 아기상어 부산 페스티벌'을 개최한다. 더핑크퐁컴퍼니는 △높이 13m에 달하는 초대형 아기상어 에어벌룬 △바닷속 아기상어 세계관을 테마로 한 6종의 대형 에어바운스존 △아기상어와 함께 인생샷을 남길 수 있는 스페셜 캐릭터 포토존 등 다양한 체험 부스를 운영한다. 더핑크퐁컴퍼니 관계자는 "더핑크퐁컴퍼니는 전 세계 어린이들에게 받은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매년 가정의 달 5월과 어린이날을 기념해 신규 영상 및 음원을 출시하거나 문화 공연 및 체험 행사 등 다채로운 이벤트를 기획해왔다"며 "올해는 국내외, 온·오프라인 채널을 총망라해 차별화된 즐거움을 선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welcome@fnnews.com 장유하 기자
2024-04-30 21:58:41【파이낸셜뉴스 인천=한갑수 기자】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위치한 국립세계문자박물관에서 국내외 동요와 자료를 전시하는 기획특별전을 연다. 국립세계문자박물관과 국립한글박물관은 오는 4월 30일부터 7월 28일까지 국립세계문자박물관 1층 기획전시실에서 기획특별전 ‘파란마음 하얀마음-어린이 마음의 빛깔을 노래하다’를 개최한다고 29일 밝혔다. 이번 전시는 2022년 국립한글박물관에서 개최했던 ‘파란마음 하얀마음, 어린이 노래’를 새롭게 재기획한 지역 순회전이다. 창작동요 100주년을 기념해 열리는 이번 전시에는 국내 첫 창작동요곡집 ‘반달’ 초판본 등 34점의 자료와 24개국의 동요 105곡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전 세계 동영상 플랫폼 조회수 1위를 기록 중인 ‘핑크퐁 아기상어’를 한국어, 영어, 중국어, 스페인어, 프랑스어 등 12개 언어로 듣고 각 나라의 인사말을 경험해 보는 공간이 꾸려진다. 이번 전시에서 윤극영의 첫 창작동요곡집 ‘반달’ 초판본을 볼 수 있고 당시 어린이의 목소리로 부른 ‘반달’을 들을 수 있다. 이 밖에도 무려 800여 편의 동요를 만든 윤석중의 첫 동시집 ‘잃어버린 댕기’, 창작동요제의 전성기를 구가한 MBC창작동요제 실황 영상을 만날 수 있다. 또 동서양의 동요를 듣을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월터 크레인의 삽화와 함께 세계 동요가 수록된 노래책 ‘어린이 오페라’, ‘어린이 부케’ 등이 다양한 음원과 함께 전시된다. 김성헌 국립세계문자박물관 관장은 “동요는 시간과 공간의 경계를 넘나드는 특별한 힘이 있다. 문자의 외연을 넓혀야 하는 때가 온다면 동요에서 그 영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kapsoo@fnnews.com 한갑수 기자
2024-04-29 15:20:48고유의 아름다움과 신비로움으로 ‘세계적인 지상낙원’이라 불리는 ‘칸쿤(Cancun)’. 깊고 푸른 카리브해, 코발트색의 하늘, 희고 보드라운 해변, 마야 문명으로 대표되는 신비로운 역사까지. 유카탄반도 끝에 위치한 L자 모양의 섬 이슬라 칸쿤은 누구나 가고 싶어 하는 휴양지다. 그 자체로 한 폭의 그림 같은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칸쿤은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사로잡는다. 투명하고 맑게 비치는 바닷물이 돋보이는 카리브해는 끝없이 펼쳐진 파란 하늘과 어우러져 청량감을 더한다. 화사한 태양 아래 부드럽게 밀려오는 파도는 아름다운 흰모래 해변을 향해 유려하게 춤춘다. 산호가 파도에 부서지면서 만들어진 눈부신 하얀 모래는 20여 km 이어져, 산들거리는 바람과 함께 칸쿤의 멋진 풍경을 만들어낸다. 이런 천혜의 자연을 배경으로 칸쿤은 카리브해에서 가장 '핫한’ 여행지가 되었다. 그중에서도 칸쿤의 리조트 문화를 최상위 레벨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 곳이 있다. 바로 세계적인 럭셔리 호텔&리조트 그룹인 반얀그룹의 ‘반얀트리 마야코바'다. 반얀트리가 가진 아시아의 환대 정신과 멕시코의 자연과 문화가 어우러진 독특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전용 프라이빗 구역에 자리하고 있어 완벽한 프라이버시를 제공하며, 모든 빌라에 개인 수영장과 테라스를 갖춰 나만의 조용한 시간을 보내며 휴식을 취할 수 있다. 반얀트리 마야코바는 울창한 맹그로브 숲, 잔잔한 수로, 청정한 해안 지대가 있는 곳에 위치해 특별한 열대 풍경을 만끽할 수 있다. 신비로운 담수 라군, 아름다운 산호초와 자연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원시적인 해변이 그대로 남아있어 자연과 교감하며 멋진 추억을 쌓을 수 있다. 오랜 비행으로 지친 피로를 풀 수 있는 스파도 유명하다. 반얀트리 스파는 아시아의 전통적인 치유 철학을 바탕으로 현지의 천연 재료를 활용해 독특하고 다양한 트리트먼트를 제공한다. 여행객은 천혜의 자연 속에서 숙련된 테라피스트의 마사지를 받으며 비행으로 쌓인 여독을 해소하고 평온함을 만끽할 수 있다. 반얀트리 마야코바는 ‘포브스 트래블 가이드 5성’과 전미 자동차 협회가 인증하는 ‘AAA 파이브 다이아몬드 리조트’, ‘트립어드바이저 트래블러스 초이스’ 등 여행업계에서 유수의 상을 휩쓸기도 했다. 리조트가 들어선 곳의 자연과 문화를 리조트에 고스란히 투영하는 반얀트리만의 철학이 반영된 공간과 세계적인 수준의 다이닝 및 웰빙 프로그램 덕분이다. 국내에서도 곧 반얀트리의 정수를 맛볼 수 있는 국내 첫 럭셔리 회원제 리조트가 오픈할 예정이다. 올 12월 준공을 거쳐, 2025년 4월 개관 예정인 ‘반얀트리 해운대 부산’은 동부산 최고의 관광단지 오시리아에 자리 잡았다. 부산만의 매력이 더해진 특유의 분위기가 반얀트리의 호스피탈리티 정신과 만나 어떠한 하이엔드 휴양을 선보일지에 대한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반얀트리 해운대 부산’은 붉은 일출로 유명한 오랑대 공원 해안가에 조성돼 자연 경관과 바다 전망을 오롯이 즐길 수 있다. 기장군과 오시리아 관광단지가 갖고 있는 매력이 건축 디자인에 반영돼 여행의 낭만을 더욱 극대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총 195개의 모든 객실 내에서 투숙객은 360도 파노라마 뷰로 각기 다른 부산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모든 객실은 외부 시선이 차단된 단독 테라스와 프라이빗 풀이 갖춰져 있어 단 한 사람의 방해도 없이 오롯하고도 고요한 부산의 자연을 온몸으로 누릴 수 있다. 동해안 특유의 리아스식 해안의 아름다움을 반영한 리아스풀과 인도어 스위밍풀, 야외 스카이풀에서 마치 혼자서 푸르른 바다를 유영하는 듯한 자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다. 웰빙 생츄어리 스위트룸에서는 객실 내에서 반얀트리만의 특별한 웰니스 기구와 웰빙 프로그램 구성을 더해 지금껏 국내에서 느껴보지 못한 하이엔드 웰니스 휴식 경험을 누릴 수 있다. 특히 전문 아카데미 교육을 받은 숙련된 마스터 테라피스트가 선보이는 천연 허브와 약초 재료를 사용한 럭셔리 오리엔탈 스파 마사지는 온몸의 근육이 이완시켜 쌓였던 묵은 피로까지 효과적으로 없애준다. 반얀트리 해운대 부산은 오너십 회원인 ‘아너스 회원’에게 글로벌에서 활용할 수 있는 ‘반얀트리 프라이빗 컬렉션(Banyan Tree Private Collection, BTPC)’ 혜택을 제공한다. 전 세계 32개국에 있는 109개 리조트, 호텔에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반얀트리의 하이엔드 휴양을 경험할 수 있다. BTPC를 통해 천혜의 비경으로 유명한 태국 푸켓, 몰디브, 인도네시아 빈탄 등은 물론 국내에서도 부산과 제주의 유명 골프장 및 리조트를 특별한 혜택으로 이용할 수 있다. ‘반얀트리 해운대 부산’은 공유제로 운영 중이며, 상품에 따라 6구좌, 12구좌로 분양 중이다. 한편, 반얀트리 해운대 부산은 서울 강남구 청하 빌딩(청담동 명품거리 인근)과 부산 해운대구 팔레드시즈(해운대 해수욕장 인근)에서 아너스 홍보관을 운영 중이다. 현재 1차 회원권 분양이 막바지에 있으며, 오는 5월 2차 회원권 분양이 예정되어 있다.
2024-04-19 10:11:35"고등학교 다니는 아들이 요즘 편의점 도시락에 푹 빠졌어. 아내가 해주는 것보다 더 맛있다는 구만." 오랜 만에 만난 친구의 말이다. 진짜로 엄마의 손맛보다 더 맛있을까마는, 사실 간편하게 한 끼를 해결하는 데는 편의점 도시락 만한 것도 없다. 요즘 나오는 편의점 도시락은 예전에 알던 것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위생이나 영양학적으로도 전혀 문제가 없는 데다 가성비까지 뛰어나다. 가끔은 '이렇게 다양한 반찬으로 구성했는데 어떻게 이 가격이 가능할까' 하는 의문이 든다. 오죽하면 '편의점 음식으로 한 달 살기'가 이슈가 되고, '편도족'이라는 말까지 생겨났을까. CU가 2015년 12월 첫선을 보인 '백종원 간편식 시리즈'를 보면 이해가 조금 쉬울 지도 모르겠다. CU는 지금까지 백종원의 레시피가 담긴 100여종의 상품을 내놓았는데 누적으로 3억개 넘게 팔렸다. 하루 평균 판매량이 14만개에 이른다. 단순 계산으로 서울 시민 모두가 한 달 동안 하루도 빼지 않고 하나씩 먹은 셈이다. '슈가보이'라는 그의 별명은 잠시 넣어두고, '요리연구가' 백종원이 CU와 함께 만든 편의점 도시락의 세계로 들어가 보자. # 빽햄스페셜정식도시락 (feat. 신라면 컵라면) 점심시간이 가까워온다. 회사에서 제일 가까운 CU로 달려간다. 그런데 아뿔싸, 백종원시리즈 도시락 가운데 '빽햄스페셜정식도시락' 딱 하나가 남았다. 어차피 종류별로 다 맛볼 거라 상관없다. 누가 가져갈 새라 얼른 집어들었다. '그래도 뜨끈한 국물은 있어야지' 하는 생각에 컵라면도 하나 챙겼다. (모름지기 햄은 두툼해야 제맛인데)밥 위에 얹힌 빽햄이 얇긴 하다. 그래도 하얀 쌀밥에 햄은 최고의 조합아닌가. 전자레인지에 2분을 돌리니 햄에 기름기가 쫙~ 돈다. 같은 시각 내 입에는 군침이 돈다. 미니돈까스, 검은콩자반, 진미채볶음, 김치볶음, 이름모를 나물무침까지 우리가 흔히 아는 맛이지만 어느 하나 빼놓을 것 없이 제 역할을 한다. 컵라면이 익어가는 동안 단짠이 매력적인 콩자반은 이미 자취를 감췄다. 하나 둘 집어먹다보니 그렇게 됐다. 김치볶음은 컵라면과 함께 위장 속으로 들어갔다. 라면에 김치가 빠지면 섭섭하니까. 김치볶음으로는 부족해 나물무침까지 해치웠다. 자세히보니 나물무침에는 베이컨이 들었다. 처음 접하는 반찬이지만 나름 잘 어울린다. 본격적인 도시락 타임이다. '이렇게 짜게 먹으면 안 되는데…' 하면서도 '빽햄 올린 밥 한 숟갈에 라면국물 호로록~'을 반복하게 된다. 이 순간 만큼은 빽햄이 4장 밖에 안 들었다는 게 무지무지 서운하다. 더욱 아쉬운 건 밥의 양이다. 이렇게나 맛난 반찬들로 채워놓고는 밥을 지나치게 적게 넣었다. 진미채볶음을 시작으로 미니돈까스, 빽햄 등 남은 반찬과 함께 여섯 번의 숟가락질로 '완도시락'했다. 반찬 가짓 수는 많지 않지만 백반 한 그릇 먹는 듯한 편안함이 좋았다. # ‘고기가 진리’ 더블고기정식도시락 (feat. 더블사라다샌드위치) 백종원시리즈 가운데 가장 먹고 싶었던 것이 '더블고기정식도시락'이다. 이름처럼 고기가 많이 들었을 거란 기대가 커서다. 그런데 인기가 높은 건지 정말 만나기 힘들다. 두 곳의 CU에서 허탕을 친 다음에야 겨우 찾아냈다. "고기는 느끼하다"고 자기최면을 걸면서 입가심(?)용으로 '더블사라다샌드위치'도 하나 담았다. 전자레인지에서 딱 2분이면 제육볶음, 간장불고기, 떡갈비(혹은 너비아니)에 어묵볶음, 빽햄, 계란말이, 김치볶음이 한 상으로 잘 차려진 '더블고기정식'을 만나게 된다. 차암 쉽쥬~. 이름 그대로 고기가 한가득이다. 다른 도시락에 비해 상대적으로 밥이 넉넉한 것도 마음에 쏙 든다. 집이라면 쌈 채소에 마늘, 청양고추가 찬조출연을 했을텐데 살짝 아쉽다. (점심이라 언감생심이지만)파란 가을 하늘을 보니 녹색병에 든 음료가 생각난다. 먼저 맨밥 한 숟갈로 입안을 헹군다. 더블고기로 판단되는 제육볶음과 간장불고기를 번갈아가며 먹는다. 굳이 맛을 평가할 필요가 없을 듯하다. 제육볶음은 제육볶음답고, 간장불고기는 간장불고기답다. 밥 반찬으로 그만이다. 김치볶음과 계란말이가 거들어주니 맛이 배가 된다. 순식간에 더블고기가 바닥을 드러낸다. 하지만 걱정은 사치다. 내겐 아직 떡갈비와 빽햄이 남았다. 딸기잼을 바른 샌드위치, 감자샐러드가 든 샌드위치는 먹어봤지만 둘을 동시에 품고 있는 샌드위치는 처음이다. 딸기잼은 기본이고, 오이와 햄, 감자샐러드에 코울슬로까지 입맛을 자극한다. 백종원표(?) 단맛을 예상했지만 그냥 적당한 수준이다. 딸기잼이 강한 맛이 아니라 다른 재료들도 제각각 살아 있는 느낌이다. 오이의 아삭함이 좋다. 보통의 샌드위치에 든 슬라이스 햄이 아닌, 부드러운 식감의 빽햄이어서 좋다. 한 입 거리 밖에 안 돼서 안타까울 뿐이다. # 가성비 ‘갑’의 한판도시락 (feat. 반반제육어묵김밥) '한판도시락'의 실물을 처음으로 영접한 나의 첫 마디는 "이거 실화냐" 하는 것이다. 도무지 편의점 도시락이라고는 믿기지 않아서다. '푸짐하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어묵, 만두튀김, 김치볶음, 떡갈비, (햄을 닮은)분홍소시지, 동그랑땡, 찜닭, 미니돈가스에 콩나물까지 무려 10여가지 반찬이 도시락을 빛내고 있다. 전자레인지가 돌아가는 2분이 무척 길다. 딱히 맛있는 냄새가 나는 것도 아닌데 전자레인지 앞을 떠날 수가 없다. 만두튀김과 분홍소시지는 '맛보기'라는 명목 하에 제일 먼저 위장 속으로 사라졌다. 간이 세지 않은 덕분에 밥 없이도 먹을 만하다. 사실 이 모든 반찬을 다 먹기에는 밥의 양이 터무니없이 적어서 맛있게 먹기 위한 전략을 세워야만 한다. 밥 한 숟갈에 반찬 두 개는 기본이다. 반찬들이 하나 같이 맛있어서 참 다행이다. 여느 식당에서 먹는 반찬들, 그 이상이다. 밥이 반쯤 남았을 때 김치볶음과 콩나물, 찜닭이 동시에 출격한다. 비빔밥으로 만들 요량이다. 고추장이 그립지만 참기로 한다. 비주얼은 별로지만 맛은 기가 막히다. 크게 두 숟갈을 입 안에 퍼넣으니 남는 게 없다. "제대로 한 끼 잘 먹었다"고 말하고 싶지만 여전히 배가 고프다. 혹시나 하고 챙겨온 '반반제육어묵김밥'의 차례다. 어라, 김밥이 메인(도시락) 못지 않게 맛있다. 정말로 반은 제육, 반은 어묵이다. 그것도 많이 들었다. 무엇보다 깻잎이 내 취향을 200% 저격했다. 지금껏 편의점에서 먹은 김밥 가운데 첫손가락에 꼽을 만하다. # ‘한 잔’을 부르는 7찬매콤불고기도시락 (feat. 빽햄데리마요밥바) '7찬매콤불고기도시락'이야말로 녹색병에 든 음료와 함께 먹어야 한다. 빨간 양념의 불고기에 푸른 고추가 살짝 올라간 모습을 봤을 뿐인데 '한 잔' 생각이 절로 난다. 소시지볶음에 버섯볶음, 김치볶음, 만두튀김, 분홍소시지, 미니돈가스 등 다른 반찬도 실하게 들었다. '편의점 도시락의 불고기가 얼마나 매콤하겠나' 하고 얕보다가는 혼쭐이 날 수 있다. '맵찔이'인 내가 그랬다. 그런데 '맛있게 맵다'는 게 함정이다. 새우O처럼 자꾸만 손이 간다. 김치를 같이 볶아 더 맛있다. 상추와 깻잎이 머릿 속을 떠나지 않는다. 버섯볶음이나 김치볶음은 집에서 방금 만들었다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로 훌륭하다. 미니돈가스는 어른이 입맛이라면 누구나 좋아할 맛이다. 다만, 너무 빨리 먹어치운 탓에 돈가스였는지, 닭튀김이었는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7찬매콤불고기도시락'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7가지 반찬이 전부 마음에 든다. 어느 누구의 입맛도 만족시킬 수 있는 성공적인 편의점 도시락이다. '빽햄데리바요밥바'는 김밥도, 삼각김밥도 아니라서 호기심에 데려왔다. 김치볶음밥 위에 마요네즈와 빽햄이 올라간 3층 구조다. 맛있는 것만 모아 놓은 '절대 실패하지 않을 조합'이다. 보통의 쌀밥이 아닌, 김치볶음밥이라는 게 매력 포인트다. 빽햄과 마요네즈의 느끼함을 김치볶음밥이 잡아줘 완성도를 한층 높인다. blue73@fnnews.com 윤경현 기자
2021-11-18 18:05:08하루 종일 일과 일상을 공유했던 반려가 한순간 사라졌다. 삶에 중요한 의미였던 아내가 가고, 홀로 남은 그에게는 둘이 나눴던 약속만이 남았다. 아이들이 직접 그린 그림으로 인형을 만들어 선물하는 일, 그것이다. 아픈 아이들에게 조그만 기쁨이라도 되고 싶다며 시작한 일은 4년이 지난 지금, 그의 삶을 지탱하는 버팀목이자 사명이 됐다. 지난 13일 찾아간 박성일 장금신아트워크 대표(51)의 경기도 일산 사무실은 인형들 천국이었다. 채 완성되지 않은 인형들로 어수선한 분위기였지만, 하얀 곰과 빨갛고 파란 색색깔의 인형들은 복도와 사무실 곳곳에서 사람들을 반기며 찌는 듯한 더위에도 입가에 웃음을 띠게 했다. 인형은 동심의 대명사다. 어린 시절, 유독 정을 줬던 인형 하나쯤은 누구에게나 있다. 그래서일까. 반평생을 인형과 함께 해 온 박 대표의 얼굴은 희끗희끗해지는 머리카락과 달리 해맑아 보였다.■"60 넘으면 인형 선물하며 살자 했는데…"더운 날씨에 솜인형의 옷을 입히고 색깔을 더하며 진땀을 흘리는 이들로 가득한 사무실을 건너, 가장 안쪽 대표 사무실 문을 열자 기자를 반긴 건 역시 다양한 인형들이었다. 그동안 제작한 수십개의 인형들이 줄 세워진 책장을 비롯해 사무실은 인형들과 알록달록한 그림들로 가득했다. 그 중에는 지난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끈 마스코트 수호랑과 반다비 인형도 있었다. 많은 인형들 속에 숨겨져 한눈에 찾아내기는 힘들었지만, 수호랑과 반다비는 그의 회사가 만든 대표 작품 중 하나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지난해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마스코트 인형들도 그의 회사에서 탄생했다. 30년 넘게 인형을 만들어온 그가 최근 공을 들이는 일이 하나 더 있다. 아이들이 보낸 다양한 그림 편지를 인형으로 그대로 구현해 선물하는 '나만의 인형 기부 프로젝트'다.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건 4년 전입니다. 아내가 난소암으로 국립암센터에 입원했는데, 그 윗병동이 어린이병동이었죠. 투병 중에도 아내가 그 어린 아이들을 보고 '참 이쁘다'는 말을 많이 했어요. 사실 이 프로젝트를 먼저 제안한 건 아내였습니다." 회사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회사의 설립자이자 메인 디자이너는 아내 장금신씨였다. 일에 한참 매진하다 병원 생활로 한동안 손에서 일을 놓은 장씨의 제안에 박 대표도 흔쾌히 동참했다. 병실에서 부부는 짬짬이 인형을 만들어 그해 크리스마스 즈음, 인형을 아이들 부모에게 전달했다. 아이들은 인형을 산타 할아버지가 준 것으로 믿었다. 장씨는 투병 생활 와중에도 어린 환자들을 위한 인형을 만들며 행복해했다. 그러나 반드시 건강을 회복할 거라 다짐했던 아내는 재작년 11월 끝내 병마를 떨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박 대표는 "'그동안 인형으로 먹고 살았으니까 병이 낫고 우리 둘 다 예순이 넘으면 아이들에게 인형을 선물해주며 살자'고 했었다. 아내가 그렇게 가버리고 내가 이어서 하는 셈"이라며 쓸쓸하게 웃었다. ■"잃어버린 인형 친구를 찾아드립니다" 그의 사무실 한 편에는 커다란 곰 인형 '고마'가 서 있다. '고마'는 북극에 사는 곰인데 우체부다. 파란색 모자를 쓴 하얀 북극곰 '고마'는 아이들의 잃어버린 인형을 찾아주는 일을 한다. '나만의 인형 기부 프로젝트'를 상징하는 인형이자 박 대표의 분신 인형이다. "아이들이 곰을 부를 때 '고마 고마(곰아 곰아)~' 그러잖아요. '고마'는 꼬마 곰인데 '꼬마 꼬마~'도 고마와 어감이 비슷하고요. 저는 '곰아저씨'로 불리는데, '곰아저씨'에도 '고마'가 들어갑니다. 그래서 '고마'라고 이름을 붙였어요."어린이병동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기 위해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4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며 좀 더 단단해졌다. 아픈 아이들뿐만 아니라 지역 아동센터에서 공부하는 아이들, 평범한 가정의 아이들까지 대상을 넓힌 것도 그 일환이다.박 대표는 "예전에는 인형이 참 귀했다. 품에 안고 다니거나 특별한 애착을 가진 인형이었다면, 요즘은 좀 다르다. 쉽게 버리고, 쉽게 산다. 아이들의 소중한 친구였던 인형이 소모품으로 전락한 느낌이다. 30년 동안 이 일을 하다보니, 그런 점이 참 안타깝다"고 했다. 기부라는 좋은 일에, 아이들에게 그 옛날의 소중한 정서를 느끼게 해 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끝에 '고마'가 탄생했다.첫 해 50여개로 시작해 지난해는 300개가 넘는 인형을 아이들에게 보냈다. 아이들 손에 건넨 인형만 500개가 넘는다. 아이들이 직접 그린 그림을 각기 다른 인형으로 탄생시킨 것이라 더욱 특별하다. 나만의 인형 프로젝트로 제작한 인형들은 판매용으로는 만들지 않는다. 올해는 매일 하나씩 만든다는 생각으로 모두 365개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단지 인형을 보내는 것만 아니라 우체부 고마의 이름으로 편지도 보낸다. 박 대표의 사무실에는 아이들이 보낸 인형 그림이 말 그대로 널려 있다. 두툼하게 쌓인 스케치북 낱장 뭉치가 이곳저곳 무심히 놓여있지만, 에어컨 바람에 한 장이라도 날아갈까 무거운 물건으로 꾹 눌러놓은 모습에서 한장 한장 정성껏 살펴봤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아이들이 보낸 그림을 다 인형으로 제작하나'라는 질문에 "95% 이상 다 만든다"고 박 대표는 답했다. 간혹 아이들의 뛰어난 상상력 탓에 도저히 인형으로 제작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고마'를 대신 보낸다. 매년 주제도 바뀐다. 지난해에는 '가족'이었고, 올해는 '친구'다. 학교나 유치원 친구, 친구 같은 아빠나 엄마, 같이 사는 반려동물, 상상 속 친구까지, 아이가 느끼는 '친구'를 그려서 보내면 된다.■"좋은 일 한다지만, 얻어가는 게 더 많아"사실 그가 '기부'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그리 거창하지 않다. 텔레비전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한 연예인 부부가 국제 어린이 양육기구 컴패션을 통해 아프리카 아이들을 후원한다는 말이 마음에 와닿았다. 그렇게 7년 전 계좌를 하나 만들어 탄자니아에 사는 소녀, 굴리(11)를 후원하기 시작했다. 별 생각없이 시작한 터라, 자동이체를 한 뒤에는 솔직히 잊어버렸다. 그런 그에게 굴리가 사진과 그림편지를 보냈다. 아내와의 사별로 한창 힘들던 시기였다. "'보통 부부가 한 50년 같이 산다면, 우리는 150년을 산다'는 말을 아내와 자주 했었다. 그만큼 함께 한 시간이 길다. 같이 일하고, 같이 밥먹고 쉬고, 눈 뜬 뒤 모든 시간을 아내와 함께 했다. 그런 아내가 없으니, 많이 헤맸고 힘들었다. 그때 굴리의 편지가 왔는데, 네 살이었던 아이가 어느새 훌쩍 커 있었고 그 모습이 마치 '낳기만 하고 내팽겨친 자식이 커서 돌아온 것' 같았다.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 컴패션에 양해를 구해 굴리가 그린 인형을 보냈는데, 그걸 만들며 새롭게 의욕이 생겼다"고 털어놨다. 오는 9월에는 컴패션과 함께 아프리카 탄자니아로 간다. 고마 인형 500개를 아이들에게 전달하기 위해서다. 지금까지 '나만의 인형 기부 프로젝트'에 들어간 자금은 3000만원 정도. 자그마한 회사를 운영하는 그에겐 작지 않은 돈이다. '왜 이렇게까지 할까'라는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선물은 줄 때 행복하잖아요"라는 담백한 답이 돌아왔다. "사람들은 '좋은 일 한다'고 하지만, 사실 내가 얻는 것이 더 많아요. 스트레스도 많이 없어졌고, 삶의 또 다른 의미가 생겼어요. 같은 인형을 만들지만, 일로 접근했던 몇 년 전과 이 일을 해 온 지난 4년은 많은 차이가 있더라고요."물론 기부를 한다고 생업에 소홀할 수는 없다. 특히 이 일은 직원들의 지원 없이는 불가능하다. 박 대표가 '지속가능한 프로젝트'를 고민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9월에 나만의 인형을 위한 스토리 펀딩을 한다. 돈키호테 같은 생각이라고 여겼는데 의외로 호응해주는 분들이 꽤 있더라. 뉴스에서는 힘들고 무서운 일들이 많지만, 이 일을 하면서 느낀 것은 세상은 생각보다 따뜻하다는 거다. 심리적으로 안정되어 있다 보니, 예전보다 우리 회사 인형들이 더 잘 만들어지는 것 같다"며 웃었다. 박 대표는 이어 "젊을 때 참 열심히 살았다. 세월이 흐른 지금은 이런 공장, 이런 회사 하나쯤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그게 저여서 행복하다"고 덧붙였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우리 함께' 주인공을 찾습니다나눔을 통해 세상을 더욱 따뜻하게 하고,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을 전하는 이들의 감동적인 사연을 찾습니다. 파이낸셜뉴스는 더 많은 사람들이 아름다운 이야기의 주인공들과 만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e메일 wetogether@fnnews.com
2018-07-19 17:27:00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화훼사업센터는 14일 로즈데이를 맞아 선물용 장미 꽃의 의미에 대해 소개했다. 로즈데이는 발렌타인데이(2월14일), 화이트데이(3월14일)와 함께 대표적인 연인의 날이다. 로즈데이에는 다양한 색상의 장미 꽃다발을 연인에게 선물하는데, 주로 적색계열의 꽃이 많이 쓰인다. 빨간 장미는 '불타는 사랑', '열정적인 사랑'을 뜻한다. 분홍 장미는 '사랑의 맹세'를, 하얀 장미는 '존경', '순결'을 의미한다. 파란 장미는 '기적'을, 보라 장미는 '영원한 사랑'의 의미로 선물을 한다. 누가 정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장미꽃 송이 숫자에 따라 전하는 의미도 다양하다. 한 송이를 선물하면, '당신만을 사랑합니다', 라는 의미이며, 스무 송이는 '열렬(10+10)히 사랑합니다', 4가 두 번 겹치는 44송이는 '사랑하고 또 사랑해', 99송이는 '영원히 사랑한다'는 의미로 통한다. aT 화훼사업센터 관계자는 "우리 꽃 선물은 소비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화훼농가의 시름을 덜어준다는 특별한 의미도 부여할 수 있다"며 "이번 로즈데이에는 연인이나 부부간에 우리 장미꽃으로 사랑하는 마음을 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ssuccu@fnnews.com 김서연 기자
2018-05-14 09:20:32점차 물들어 가는 오색단풍은 가을여행을 찾는 여행객들의 마음을 설레이게 만든다. 한가위 연휴를 맞이해 울긋불긋한 단풍의 자태 속에 가을 정취를 듬뿍 느끼며 가벼운 마음으로 언제든지 찾아갈 수 있는 비밀의 정원을 찾아 떠나보자. ■물 위에 가을이 머문다, 수원 광교저수지 수원 광교저수지는 수원시민의 식수원이면서도 가장 사랑 받는 산책길로 유명하다. 가을이 찾아오면 광교산 자락부터 붉게 물들며 빼어난 경관을 자랑한다. 특히 광교공원에서부터 저수지를 따라 걷는 단풍길은 가을풍경 중 단연 으뜸으로 손꼽힌다. 한적한 농촌풍경 뒤로 광교산의 가을풍광이 흐른다. 넓은 저수지와 건너편 구릉에 있는 단풍이 더해지면서 마치 속세를 벗어난 풍경을 자아낸다. 건너편 둘레길로 이어지는 구름다리 위에서 바라보면 양쪽의 울긋불긋한 단풍이 물에 비춰진 풍경이 아름답다. 단풍구경과 함께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광교산 보리밥이다. 꽁보리밥에 색색가지 나물을 함께 넣고 슥슥 비벼먹는 맛이 일품이다. 도토리묵에 막걸리 한잔을 더하면 가히 부러울 것이 없다. 식사를 마친뒤 광교산 등산코스 가운데 6코스를 이용해 절터약수터나 억새밭까지 가벼운 산행길도 권할만 하다. ■붉은 손을 내미는 비밀 정원, 의왕 자연학습공원 의왕역 인근에 위치한 덕영대로에서 경부선철로 위를 지나는 월암교를 건너면 오른쪽으로 휘어지는 멋들어진 길과 만난다. 가을엔 알록달록 예쁜 단풍을 내비치고 봄엔 하얀 벚꽃이 활짝 핀 유혹의 길이다. 풍경에 빠져서 걷다보면 의왕시 자연학습공원이다. 아기자기하게 정돈된 공원의 정원은 숨겨진 단풍명소로 알려져 있다. 줄지어 선 왕벚꽃나무와 수양벚꽃나무의 푸르스름하고 누런 빛 틈에서 빨간 손을 내미는 단풍나무를 바라보면 비밀 정원에 있는 느낌을 가져다준다. 가족과 연인이 함께 어울리는 모습은 연못과 개울 사이에 파란하늘과 대비되면서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을 연출한다. 아이들로 붐비는 작은 동물원 주위에는 활짝 핀 가을 들꽃을 감상할 수 있다. 철새전망대에서는 자연학습공원과 왕송호수 일대의 자연생태를 체험하고 이해할 수 있는 환경교육 장소로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다. 인근 조류생태과학관이나 철도박물관을 함께 보는 가족들에겐 하루 일정으로 알맞다. 왕송호수 수면 위로 펼쳐지는 눈부시게 붉은 노을을 감상하는 것은 덤이다. ■역사와 단풍을 함께 누릴 수 있는 고양누리길 고양누리길은 가까운 도시근교에서 물, 산, 역사, 문화 등 다양한 관광의 멋을 선사한다. 고양누리길은 행주누리길, 서삼릉누리길, 송강누리길, 고봉누리길, 고양동누리길 등으로 이뤄져 있다. 드넓은 초원 위에 말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으며 뛰노는 종마목장의 시원한 광경을 맛볼 수 있는 서삼릉누리길, 마야·잉카·아즈텍문화를 생생하게 느껴볼 수 있는 중남미문화원이 위치한 고양누리길, 북한산과 어우러진 풍경이 장관인 공릉천 물줄기를 따라 아름드리 메타세콰이어가 줄지어 서있는 송강누리길 등 저마다의 자태를 뽐낸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2017-09-21 17:48: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