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국내 연구진이 그동안 미제로 남아있던 조선 세종때 장영실이 만든 물시계 '자격루'의 핵심 부품을 완벽하게 복원했다. 이는 지금까지 조선왕조실록에서 문헌으로만 전해져 베일에 쌓여졌던 물시계 부품의 실체를 밝혀낸 것이다. 주전은 자격루의 동력전달과 시간조절 장치로 핵심부품에 해당한다. 물을 이용해 일정한 시간이 되면 자동으로 구슬이 굴러가게 해 인형을 움직이고 종을 치게 만든다. 국립중앙과학관은 조선 전기때 사용한 자격루 속 '주전'의 비밀을 풀어내 복원했다고 14일 밝혔다. 현재 한국과학기술사관 리모델링사업을 진행 중인 국립중앙과학관은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전시 중인 복원 자격루를 이관해 전시할 계획이다. 이번에 연구된 조선전기 자동물시계 주전시스템을 적용해 보다 원형에 가깝게 복원할 예정이다. 또한 주전의 과학원리 이해를 위한 체험형 전시품 개발도 준비키로 했다. 이번 주전의 복원은 2021년 서울 인사동에서 출토된 유물을 바탕으로 주전의 원형을 588년 만에 새롭게 복원할 수 있었다. 당시 현장에서는 동판과 구슬방출장치가 나왔다. 이 유물들을 분석한 결과, 제작 시기가 1536년 중종때의 보루각 주전으로 밝혀졌다. 이후 국립중앙과학관 윤용현 한국과학기술사과장과 한국천문연구원의 김상혁 박사, 민병희 박사, (재)수도문물연구원 오경택 원장이 함께 복원작업에 들어갔다. 세종실록의 '보루각기'와 '보루각명병서'에는 자격루의 구조와 설명이 자세히 나와있다. 자격루는 외형적으로 두 개의 대형 장치가 결합돼 있다. 하나는 물의 양과 유속을 조절하는 파수호와 수수호가 있는 수량제어 부분이다. 다른 하나는 인형의 움직임을 통해 시간을 알리는 자동시보 부분이다. 파수호는 자격루에서 물을 공급 항아리, 수수호는 파수호에서 나오는 물을 받는 원통형 항아리다. 이때 물의 양에 따라 일정한 시각마다 구슬을 내보내 동력 전달과 시간을 조절하는 부분이 있다. 이번에 복원한 주전시스템이 바로 수량 제어장치와 자동시보장치를 연결해 자격루 표준물시계의 두뇌 역할을 하는 동력 전달 및 시각 조절 장치다. 주전시스템은 수수호 안에 있는 부전인 주전죽과 그 위에 있는 방목, 방목 속 좌우에 설치되는 2종류의 동판, 동판에서 구슬을 장전하는 구슬방출기구로 이뤄져 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2022-07-14 11:33:02[파이낸셜뉴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 문화재보존과학센터가 1년 7개월 만에 과학기술사 연구에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국보 제229호 창경궁 자격루의 보존처리를 마쳤다고 22일 밝혔다. 자격루는 물의 증가나 감소에 따라 자동으로 시각을 알려주는 첨단 물시계로 조선 시대의 국가 표준시계였다. 세종 16년인 1434년 세종의 명에 따라 장영실이 만들었지만 당시 만들었던 자격루는 지금 전하지 않고 중종 31년인 1536년 다시 제작한 자격루의 일부인 파수호 3점, 수수호 2점만 창경궁 보루각에 남아 있었다. 이후 자격루는 일제강점기에 자리가 옮겨진 덕수궁 광명문 안으로 옮겨 전시되면서 흙먼지 제거와 기름 도포 등 경미한 보존처리를 받은 바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으로는 청동재질로 된 자격루의 부식과 손상을 더 이상 막기 어려워졌고 결국 지난 2018년 6월 문화재보존과학센터로 옮겨져 보존처리를 받게 됐다. 문화재보존과학센터는 자격루의 보존상태를 정밀조사하여 부식의 범위와 종류 등을 파악하고 다양한 실험을 통해 적합한 보존처리 방법부터 찾아냈다. 3차원 입체 실측을 활용해 유물의 형태를 정밀하게 기록했으며 비파괴 성분 분석으로 보존 상태를 파악한 결과 표면에는 청동 부식물이 형성됐고 그 위에 실리콘 오일 성분의 기름과 흙먼지가 붙어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에 오염물은 계면활성제와 초음파 스케일러 등을 이용해 제거했고 재질 강화처리도 했다. 보존처리를 마치자 그간 정확한 관찰이 어려웠던 왼쪽 수수호 상단의 명문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제조 당시 양각한 명문에는 자격루 제작에 참여한 12명의 직책과 이름이 세로로 새겨져 있었다. 그동안 명문의 몇몇 글자는 마모되어 12명 중 4명이 누구인지 알 수 없었는데 이번 보존처리를 통해 새로 확인됐다. 새롭게 확인된 인물은 '이공장', '안현', '김수성', '채무적'으로 '조선왕조실록', '국조인물고', '문과방목'에는 자격루 제작 시기에 이들이 명문의 직책을 맡았음을 보여주는 기록이 남아 있다. 또 이들 사료에는 안현, 김수성, 채무적이 천문 전문가로 자격루 제작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는 사실이 기록돼 있다. 수수호의 표면에는 하늘로 솟아오르는 용 문양이 새겨져 있다. 문화재보존과학센터는 용 문양을 자세히 살피기 위해 3차원 입체 스캔과 실리콘 복제방법으로 수수호 표면을 평면 형태로 펼쳐봤다. 그 결과 수수호 왼쪽과 오른쪽 용 형태가 대부분 같은 형태를 갖추고 있으나 얼굴, 수염이 조금 다르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와 더불어 용 문양에 겹쳐진 구름 문양이 관찰됐는데 먼저 수수호 표면에 용 문양을 붙인 후 구름 문양을 붙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사실로 보아 문화재보존과학센터는 수수호가 정교한 형태로 조각한 문양을 순서대로 붙여 만든 것으로 추정되며 밀랍주조기법으로 주조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대파수호의 표면에는 자격루 제작시기를 알려주는 '가정병신육월 일조'가 세로로 새겨져 있었으며 비파괴 성분 분석 결과 검은색 명문에서 은 성분이 다량 검출됐다. 은입사된 명문은 부식으로 검게 보였으나 이번 보존처리를 통해 은백색의 본래 빛을 찾게 됐다. 자격루 제작 완료 시기에 맞춰 대파수호 표면에 은입사 기법으로 명문을 새겼던 것으로 보인다. 문화재보존과학센터가 이번에 보존처리를 완료한 창경궁 자격루는 조선 시대 과학기술의 정점을 보여주는 중요한 과학 문화재로 평가된다. 문화재청은 "이번 보존처리로 자격루의 원형을 보존하고 제작 참여자와 제작기법 등 사라진 기록을 복원하는데 성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했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2020-04-22 14:43: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