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제주 바다에 뛰어드는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는 이른바 '다이빙 인생샷' 유행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번지면서 크게 다치거나 숨지는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20일 제주도 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최근까지 도내 해수욕장과 포구, 해변 등에서 다이빙 사고로 2명이 숨지고 1명이 크게 다쳤다. 지난 17일 제주시 구좌읍 김녕 세기알해변에서는 30대가 다이빙하다 숨졌다. 지난달 31일에는 제주시 한림읍 월령포구 내에서도 50대가 다이빙을 하다가 머리를 바닥에 부딪혀 중상을 입었으며, 이보다 앞선 지난달 15일에는 제주시 함덕해수욕장에서도 20대 남성이 다이빙하다 크게 다쳐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던 중 사망했다. 최근 SNS에 '다이빙 인생샷'을 올리는 게 유행처럼 번지면서 사고가 난 곳 외에도 제주시 용담포구, 삼양포구, 표선소금막해변 등 인생샷을 남기는 곳으로 입소문을 탄 곳에 밤 늦게까지 많은 사람들이 몰려 바다에 뛰어들고 있다. 이에 제주도는 판포포구 등 연안해역 19개소에 안전요원을 배치하고 해안 포구 등에서는 자율방재단과 공무원들이 순찰을 하고 있다. 제주도 관계자는 "SNS 등에 사람의 발길이 뜸한 해안까지 물놀이 명소로 소개되는 바람에 안전관리에도 한계가 있다"면서 "포구 등지에는 밀물 때와 썰물 때 수심 차이가 크기 때문에 밀물과 썰물 차이를 따지지 않고 무작정 머리부터 뛰어들면 얕은 수심에 바닥에 충돌하는 사고가 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한편 제주도는 다음 달 중 관계기관과 회의를 열어 포구 등 위험지역에서 다이빙 등의 행위를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논의할 방침이다. 또 해수욕장이 폐장하는 다음 달에도 15일간 지정 해수욕장 12곳에 42명의 안전관리 요원을 배치하고 연안해역 등에도 안전관리 요원 385명과 119시민수상구조대 60명을 배치할 계획이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
2024-08-21 10:19:44[제주=좌승훈기자] 제주관광공사(사장 박홍배)가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핫 썸머 핫한 섬과 썸타자’를 주제로 제주 관광 추천 10선을 내놨다. 놓치지 말아야 할 7월 제주 관광 추천 10선은 제주도내 관광지와 자연, 체험, 축제, 음식 등 5가지 테마로 나눠 소개하고 있다. # 바다와 사람, 잔잔한 어울림이 반짝이는 곳 - 하도리 마을 천천히, 자세히 봐야 진가를 드러내는 사람이 있다. 첫 인상이 강렬한 사람보다 오래도록 기억되는 그런 사람. 하도리 마을이 그렇다. 은은한 아름다움을 풍기는 하도리는 해안가에서는 해녀들의 숨비소리가, 지붕 낮은 집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마을에서는 명랑한 새소리가 배경음악처럼 들리는 곳이다. 하도리는 두 눈의 시야를 넓히고 둘러봐야 한다. 그래야만 곳곳에 숨은 보석 같은 스팟을 발견할 수 있다. 7월이면, 새하얀 문주란이 만발하는 토끼섬은 해안에서 50m 정도 떨어져 있어 썰물 때면 걸어서 섬으로 들어갈 수 있다. 왜구를 막기 위해 쌓은 별방진은 당초 목적과 달리 마을을 감싸 안은 모습이 더없이 푸근하게 느껴진다. 하도 해안도로에는 작은 포구를 만나는 쏠쏠한 재미가 숨겨져 있다. 또 너른 하도리 바닷가에서는 물놀이하기에도 좋다. 하도어촌체험마을이 운영하는 해녀물질체험 등 11개의 프로그램을 통해 해녀들의 삶을 직접 체험해보는 것도 특별한 경험이 된다. 자연과 사람의 어울림이 이토록 빛나는 하도리 마을로 떠나보자. # 몸 뉘일 만한 눈부신 바다 - 판포포구, 신창풍차해안도로 여름만큼 바다의 품으로 뛰어들기 좋은 계절이 없지만, 힘들고 외로울 때 사람들은 깊고 너른 바다를 찾는다. 아무런 대가 없이 양식과 쉼터를 내어주는 바다는 우리 곁에 언제나 그대로 남아있다는 걸 잘 알고 있기에. 제주도 바닷가에는 작은 포구들이 곳곳에 남아있다. 판포포구는 수심이 낮고, 바닷물의 빛깔이 아름다워 스노클링 명소로 유명해졌다. 포구 안쪽바다에서 좀 더 나가면 수심이 깊어져, 어른들이 수영을 즐기기에도 알맞다. 스노클링 장비만 준비해가면, 맑고 투명한 제주의 바다를 자유로이 유영할 수 있는데, 주변 어촌계나 카페에서 장비를 빌릴 수도 있으니 참고하길. 한바탕 물놀이를 끝내고,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신창 풍차해안도로로 향해보자. 바다 위에 줄지어 서있는 하얀 풍차와 핑크빛 석양으로 물들어가는 하늘과 바다는 제주가 만들어낸 환상의 조화다. 올 여름, 나를 보듬어주는 눈부신 제주 바다에 내 몸을 맘껏 뉘어보는 건 어떨지. # 너울대는 파도 위에서 제주를 만끽하라 - 제주의 해양 엑티비티 제주 여름바다는 쉴 새가 없다. 쏟아지는 햇볕아래 넘실대는 푸른 파도와 황금빛 모래해변은 사람들의 열기가 더해져 후끈 달아오른다. 맨 몸으로 노는 것도 좋지만, 색다른 해양 엑티비티로 제주의 여름을 더 신나게 즐겨보는 건 어떨까. 서핑이 유행하면서 제주는 서핑의 성지로 부상 중이다. 서퍼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곳은 중문색달해변이 가장 유명하고, 곽지해변, 이호테우해변도 좋다. 서핑 강습과 장비를 빌려주는 대여점들이 있어 누구나 서핑을 배우고 즐겨볼 수 있다. 보드 하나에 내 몸을 맡긴 채 파도 위를 걷는 짜릿한 기분은 직접 해보지 않으면 느껴볼 수 없다. 서핑 외에도 국제리더스클럽에서는 바다 위를 산책하듯 즐길 수 있는 패들보드와 누구나 부담 없이 제주 바다 속을 경험할 수 있는 반잠수정을 운영하고 있다. 해안절경을 감상할 수 있는 퍼시픽랜드의 요트투어와 제주해양레저체험파크의 수상지질트레일도 관광객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이번 여름에는 제주를 유니크하게 만끽해보자. # ‘2018 Break Time, 바다로 가자’ - 제주 해수욕장 개장 제주의 바다가 두 팔 벌려 피서객을 맞는 계절이다. 개장일은 해수욕장마다 좀 다르다. 6월 23일에는 곽지과물, 금능, 이호테우, 함덕, 협재해수욕장이 문을 연다. 김녕, 삼양, 신양섭지, 중문색달, 표선, 화순금모래 해수욕장은 7월 1일 개장한다. 이제 반짝이는 모래사장과 맑은 바닷물에 몸을 맡길 일만 남았다. 7월14~15일과 7월21~22일 이호테우 해수욕장에서 마련되는 이호 야간콘서트와 7월27~29일 열리는 이호테우 축제도 놓칠 수 없다. 제주의 전통 뗏목인 테우 경기와 각종 공연, 고기잡이 체험 등도 준비돼 있다. 7월13~14일 함덕해수욕장에서 개최되는 스테핑스톤페스티벌은 어느덧 15회를 맞이한 제주의 대표 록 페스티벌이다. 파도의 철썩임은 축제에 색다른 리듬을 부여할 것이다. 바다의 부름을 들었는가? 그럼 이제 떠나자. 따라 부르고 싶은 이름을 가진 제주의 해변으로. # 더위를 삼킨 비밀스런 계곡으로 - 돈내코 계곡, 정모시 쉼터 숨 막히는 더위, 온 몸을 타고 흐르는 시원한 물놀이가 간절하다. 해수욕장 말고, 제주에서 신선한 물놀이를 즐기고 싶다면? 한라산의 정기를 머금고 내려오는 얼음같이 차갑고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으로 가자. 서귀포에 있는 돈내코 계곡은 청색 물감을 풀어놓은 듯 오묘한 물줄기와 양편의 난대 상록수가 더해져 수려한 경관을 뽐낸다. 울창한 나무는 햇볕을 막아줘 파라솔이 필요 없을 정도. 7월 14일에는 에코파티가 예정되어 있으니 하루빨리 신청해 돈내코를 깊숙이 즐겨보는 기회를 잡아보자. 돈내코에서 해안 쪽으로 내려오면 정모시쉼터가 햇빛에 지친 사람들을 반긴다. 규모는 작지만 곳곳에 정자와 벤치, 그늘이 많아 물소리를 들으며 한적하게 쉬기 좋아서 관광객보다는 지역주민들이 많이 찾는 계곡이다. 잠시 더위를 잊고 싶을 때, 숲속 요정을 만날 것만 같은 비밀스런 계곡도 좋은 선택일 것이다. # 평화의 섬, 제주에 빛의 바람이 분다 - JEJU LIGHT ART FESTA(제주라프) 초록의 녹차 밭에 어둠이 내려앉는다. 해가 모습을 감추자 하나둘 켜진 인공조명이 주위를 밝힌다. 온 세상이 밝을 때는 빛의 진가를 알 수 없는 법. 태양이라는 거대한 광원이 사라졌을 때 비로소 빛의 축제가 시작된다. 용암이 흐르면서 만들어진 빌레와 곶자왈, 그리고 동굴 위에 만들어진 갤러리, ‘제주 라이트 아트 페스타’는 빛을 매개로 한 설치·조형 작품들을 선보이는 축제다. 영국의 조명예술 거장, 브루스 먼로가 제주의 화산 지형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작품이 대표 전시. 이밖에도 젠 르윈, 탐 프루인, 제이슨 크루그먼, 이병찬 등 세계 각지에서 온 아티스트들의 라이트 아트가 6만 평의 너른 공간을 채운다. 제주라프는 7월27일부터 10월24일까지 다채로운 빛을 밝힐 예정이다. 제주의 밤은 오래도록 눈부실 지어다. # 온몸으로 느끼는 제주의 와일드한 굴곡 - 제주 제라진 오프로드 제주의 야생을 경험하기 위해서는 길을 벗어나야 한다. 쭉 뻗은 도로에서의 편안한 드라이브를 잠시 미뤄둘 준비가 되었다면, 사륜구동 자동차에 올라탈 차례. 제라진 캠프의 제주오프로드 코스에서 원시 자연을 달리며 날 것의 제주를 체험해보자. 말이 다니던 길을 따라, 설계한 6.5km의 코스는 험준한 오르막·내리막길은 물론 진흙탕길, 갈대 분지, 곶자왈, 선새미오름 등을 지난다. 문명의 손길이 닿지 않은 제주의 지형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시간이다. 오프로드 전문가가 동행하는 1시간가량의 체험 코스로, 놀이기구를 타는 듯 스릴 넘치는 구간부터 연못 주위를 산책하는 구간까지. 심장 박동 수를 높이는 짜릿한 체험 후에는 초원을 유유히 누비는 말과 노루도 만나볼 수 있다. 산과 들판은 늘 그곳에 존재하며, 인간을 위한 자리를 내어준다. 오프로드용 차량의 힘을 빌려 굴곡진 제주의 한가운데로 다가가 보자. # 한 여름밤, 시원한 한 잔의 힐링 - 제주맥주 양조장, 짠페스티벌 더운 여름, 하루 일과를 마친 후 간절히 생각나는 건 얼음장 같은 맥주 한 캔이 아닐까? 제주의 물과 바람을 담은 제주맥주는 전국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깨끗하면서도 진한 보리맛과 입안에 맴도는 감귤향이 제주맥주만의 독특한 매력. 소금기 머금은 밤바람을 맞으며 제주를 닮은 맥주를 마시노라면 마음까지 정화된다. 맥주러버 제주맥주 양조장투어를 놓칠 수 없다. 제주에 양조장을 설립한 제주맥주 브랜드의 탄생과 양조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고, 양조장 위층에 마련된 펍에서 갓 뽑아낸 신선한 제주맥주를 즐길 수 있다. 투어는 사전 예약제로 운영시간은 13~19시. 월·화·수는 휴무다. 또 7월20~22일에는 지난해 처음 개최한 제주 최초의 맥주 축제, ‘짠페스티벌’이 열린다. 국내 수제맥주를 포함한 전 세계 맥주 40여종을 맛볼 수 있으며 버스킹 공연, 디제잉 파티, 플리마켓 등 다양한 즐길거리가 마련된다. 청정 제주공기 한 숨에 시원한 맥주 한 모금. 힐링이 따로 없다. # 뜨거운 태양 아래 썬플라워 바다로 - 김경숙 해바라기, 렛츠런팜 해바라기는 작열하는 7월의 태양을 누구보다 열렬히 쫓아가며 샛노란 얼굴을 피워낸다. 겨우내 움츠렸던 몸을 일으켜 열정에 가득 찬 햇빛을 맞이하는 사람들의 상기된 표정과 해바라기가 오버랩되어 여름을 대표하는 꽃으로 사랑받는 걸지도. 푸른 제주바다를 충분히 즐겼다면, 이번엔 썬플라워 바다에서 인생사진을 건져보자. 2012년에 문을 연 김경숙 해바라기 농장은 제주 최대 규모인 약 1만 평에 75만 송이가 만발한다. SNS에선 여름철 포토 스팟으로 입소문을 타고 알려지는 중. 국산 해바라기씨로 만든 오일 초코볼 등 먹을거리도 판매한다. 렛츠런팜 역시 양귀비꽃에서 노란 해바라기로 옷을 갈아입고 관광객을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 여름 제주에 있는 동안 연인, 가족과 함께 해바라기 속에 파묻혀 할 수 있는 한 가장 따뜻한 시선이 담긴 사진 한 장 남겨보길. # 열은 쿨하게 식히고, 추억은 데운다 - 보리개역, 개역빙수 꿈같은 제주에서 핫한 여름을 보내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 한껏 올라간 몸의 온도를 쿨하게 식히고, 여름철 몸까지 보호하는 ‘보리개역’ 디저트 한 입이면 피로가 싹 사라진다. 제주에서는 도정하지 않은 햇보리를 빻은 가루를 보리개역이라 부르는데, ‘개역’은 미숫가루를 뜻하는 제주어다. 예로부터 제주인들은 보리개역을 죽처럼 되직하게 만들어 떠먹거나 물에 타서 마셔왔다. 보리는 열을 내리는 효능이 있어 여름에 먹기 딱 좋다. 구제주시에 자리한 ‘순아커피’에서는 여름부터 초가을 동안 제주보리로 만든 ‘보리개역’ 음료를 맛볼 수 있고, 서귀포 남원의 ‘느영나영초가집’은 개역을 넣어 갈은 우유얼음으로 만든 개역빙수가 시그니처 메뉴로 사랑받고 있다. 어른들은 옛 추억에 잠기고, 아이들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있는 고소하고 달달한 보리개역 디저트. 올 여름 먹킷리스트에 올려보는 것을 추천한다. jpen21@fnnews.com 좌승훈 기자
2018-06-20 10:33:59[제주=좌승훈기자] 모든 만남은 포구에서 이뤄졌다. 이 땅의 끝 포구는 바다와 만났고, 바다는 또다시 포구와 만났다. 포구는 제주 선민들의 삶의 터전이자, 표류하던 외국 선박들이 기착지였다. 또한 포구는 고려와 조선조에 걸쳐 유형(流刑)인들이 오고가는 길목으로도 터 잡았다. 제주시 조천읍 조천리 ‘무근성창’ 인근에 자리 잡은 ‘연북정(戀北亭)’은 제주로 파견된 관리 또는 유형인이 고향과 임금이 있는 북녘 한양을 바라보며 그리움을 달래던 정자다. 1590년 선조 23년 때 만들어졌다고 한다. 조천리는 예로부터 ‘조천진(朝天鎭)’ ‘조천관(朝天官)’이리고 했다. ‘관포(官浦)’라고 부르기도 했다.육지를 드나들던 관리들이 이곳에서 풍향을 측정했다고 해서 ‘조천(朝天)’이라고 불렀다는 말도 있다. 또 제주시 화북포구의 옛 이름은 ‘별도(別刀)’다. 칼로 애를 끊는 듯한 사연이 깃든 이별의 현장이다. 아마 선정(善政)을 편 목사와의 이별은 애를 끓는 듯한 이별이었을 것이고, 폭정을 편 목사와의 이별은 생각하기조차 싫은 단호한 이별이었을 것이다. 화북포는 포구가 둘이다. ‘엉물머리’와 ‘금돈지’다. 이 두 포구는 산지항이 축조되기 이전까지 제주의 관문이자, 유배의 길목이었다. 제주목(濟州牧)과 가까워 유형인을 인계하기에 적당했다. 뱃길은 전남 해남・강진・영암으로 이어졌다. ‘아~, 여기까지 오면 끝장이다. 이 관복도 이제는 쓸 모가 없게 되었구나’. 화북포로 향하는 제주 뱃길 한 편에 자리 잡은 섬 이름조차 ‘관탈(冠脫)’이다. 귀양살이에 대한 유형인들의 애절한 심정이 녹아 있다. 남원읍 태흥2리의 ‘관선자리’는 소금을 운반하던 관선이 드나들었다고 해서 ‘관선포(官船浦)’라고 한다. 한국수산지에 따르면, 1908년 이곳에서 생산된 소금이 무려 1439근이나 된다. 1근은 0.6kg이니, 당시로선 대단한 것이었다. ‘관선자리’ 또한 만남의 기쁨보다 이별이 아픔이 더 컸던 포구다. ‘관선자리’는 ‘대스렁코지’와 ‘애비리코지‘ 사이에 있다. 이 중 ’대스렁코지‘는 관선을 맞았던 곳이다. ’애비리코지‘는 이 보다 더 바다 쪽으로 나간 곳에 있다. 헤어짐의 장소다. 이곳 사람들은 “’대스렁‘과 ’애비리‘는 만남(待)과 이별(別)의 뜻을 담고 있다”면서 “’애비리‘가 ’대스렁‘보다 더 바깥에 있는 것은 만남의 기쁨보다 헤어짐의 아픔이 더 컸기 때문”이라고 했다. 바람은 포구사람들의 삶을 좌우한다. 어떤 바람은 불면 물살이 거칠어지고, 또 어떤 바람은 바닷길을 열어준다. 한림읍 귀덕2리 ‘진질개’는 바람에 매우 민감한 곳이다. ‘진질개’의 근간이 되고 있는 ‘진질코지’는 호랑이가 포효하듯 일 년 내내 크고 작은 바람에 시달린다. 봄 샛바람, 여름 마파람, 가을 갈바람, 겨울 하늬바람만 있는 게 아니다. 신샛바람, 갈마파람, 산북 쇠바람, 댓바람, 돗괭이, 소타니 등도 있다. 하늬바람도 서하니, 갈하늬, 높하늬로 나뉜다. 태풍은 ‘넘친 바람’으로 통한다. 한라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을지풍’이라고 했다. 일러주는 대로, 대충 감만 잡을 뿐이다. 이곳에 붙박고 살지 않는 한, 바람의 방향과 습성을 일일이 따지기 어렵다. 섬의 이쪽에서 불어서 한라산을 넘고 섬의 저쪽에 가 닿으면 어느새 바람 이름도 바뀌고 만다. 어느 하나 그냥 스쳐 지나칠 간들바람이 아니어서, 특히 포구에 붙박고 사는 사람들에게는 누대로 바람에 맞서 생존을 위한 숙명적인 싸움을 벌여야 했다. 오죽하면, 한림읍 협재리 사람들은 포구를 ‘살통’이라고 불렀을까? 풍파가 아무리 거셀지라도 배가 일단 포구에 들어서면 마음이 놓인다는 것이다. 이곳 보재기(어부를 이르는 제주어)들에게 순풍은 ‘을지풍’이고, 악풍은 ‘마파람’과 ‘샛바람’이다. 돛 달고 어로작업을 하던 시설, 한라산 자락에서 흘러나온 을지풍은 어장으로 나가는데 더없이 좋은 바람이다. ‘순풍에 돛단다’는 말이 실감날 정도로 힘이 되는 바람이다. 그러나 ‘마파람’과 ‘샛바람‘은 귀향 뱃길을 막는 못된 바람이다. 지형적으로 포구 정면에서 삐딱하게 불어 닥친다. 돛이 두 개 달렸건, 세 개 달렸건 자연의 섭리를 거스를 수 없었던 까닭에 바람을 잘못 만나면 곧잘 애월(마파람) 쪽이나 판포·신창(샛바람) 쪽으로 밀려나게 된다. 지금은 매립이 되었지만, 구좌읍 평대리 ‘갯머리’ 포구에는 ‘목포 또슨굼이’라는 지명이 남아 있다. ‘또슨굼이’는 ‘안전한 곳’ 혹은 ‘따뜻한 곳’을 말한다. 목포는 큰 항구다. 원양에서 돌아온 어선들의 편안한 안식처다. 항구가 워낙 커 웬만한 바람에도 끄덕없다. ‘갯머리’의 ‘목포 또슨굼이‘도 목포항 못지않게 어선들의 안전한 피항지였으리라.[4/5 끝] [편집자 주 : 제주의 포구는 5회로 나눠 연재됩니다.] jpen21@fnnews.com 좌승훈 기자
2018-05-25 01:51:55[제주=좌승훈기자] 포구 지명에는 자연 현상에서 유래된 것도 많다. 한경면 용당리 ‘설해개’의 ‘설해(雪海)’는 ‘눈 바다’다. 풍향, 풍속이 따로 설명되지 않은 제주의 거센 바람은 파도를 수없이 일으켜 뭍으로 보냈다. 그리고 갯바위에 부딪힌 파도는 쉴 새 없이 하얀 포말을 허공에 뿌렸다. 그 모습이 마치 눈발처럼 휘날린다고 해서 ‘설해개’다. ‘설해개’ 인근의 드넓은 돌밭도 ‘설해빌레’다. 서귀포시 송산동 ‘수전포(水戰浦)’는 두 갈래의 해류가 마치 ‘물싸움’을 하듯 포구 중앙을 감싸 돈다는 뜻에서 유래된 것이라고 한다. 두 갈래의 해류는 포구 정면에 자리 잡은 ‘새섬’의 ‘동모’와 ‘서모’에서 흘러든 것으로 지형적 영향이 크다. 남원읍 하례 1리 ‘망장포’는 지명에서부터 바다 내음이 가득하다. ‘그물 망(網)’자와 ‘벌일 장(張)’자를 써 ‘망장(網張)’이라고 했다. 어망이 얼마나 많이 널려 있었길래 '망장'이었을까? 물론 다른 견해도 있다. ‘망장포’ 인근 ‘예촌망’에 봉화대가 있었으며, 이곳에서 봉화를 올렸다고 해서 ‘바랄 망(望)’자를 써 ‘망장(望張)’이라는 것이다. 고려 말에는 조공포(租貢浦)로서, 목마장의 말을 실어 날랐다는 이 곳은 현재 포구로서 쓰임새를 다 했다. 포구 입구에 있는 ‘오각돌’은 한때 이곳이 어항이었음을 보여준다. ‘오각돌’은 일종의 ‘항로 표지석’이다. 수심이 낮은데다 곳곳에 암초가 있어 어선들의 드나듦이 여의치 않자, 오각형태의 돌덩어리를 박아 바닷길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또 이곳은 제주도내 여느 포구와는 달리, 간만(干滿)의 차를 감안해 선착장에 3~4단의 돌계단을 오밀조밀하게 쌓아 놨다. 배를 언제든지 댈 수 있도록 포구의 쓰임새를 최대한 활용하고자 했던 제주 선민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 한림읍 귀덕2리의 옛 이름은 ‘진질’이다. 긴 길(長路)을 뜻한다. 포구 이름도 ‘진질개’다. 방파제를 떠받치는 코지 이름 조차 ‘진질’이다. 이 코지는 방파제 끝까지 뻗어나가 있다. 예로부터 한림읍 귀덕리의 지세는 ‘호랑이가 누운 형상’이다. 귀덕리 중산간, 신흥동 속칭 ‘멀왓’이 ‘호랑이 꼬리’라면 ‘진질’은 호랑이 주둥아리에 해당한다. ‘진질’은 바람 많은 동네다. ‘진질개’의 버팀목인 ‘진질코지’는 호랑이가 포효하듯 일년 내내 크고 작은 바람에 시달린다. 샛바람, 마파람, 갈바람, 하늬바람만 있는 게 아니다. 여기에다 신샛바람, 갈마파람, 산북쇠바람, 댓바람, 돗괭이 등이 뛰어든다. 하늬바람도 서하늬, 갈하늬, 높하늬가 있다. 태풍은 ‘넘친 바람’이다. 한라산에서 불어닥치는 바람은 ‘을지풍’이라고 했다. 60대 구릿빛 어부가 일러주는 대로 대충 감만 잡을 뿐이다. 이곳에 붙박고 살지 않는 한, 일일이 바람의 방향과 습성을 따지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중산간에서는 못살겠다”며 포구를 만든 곳도 있다. 한경면 판포리의 ‘엄수개’다. 지금으로부터 200여 년 전, 한경면 저지리에 살던 ‘변(邊)엄수‘라는 사람은 식수난을 해결하기 위해 바닷가 용천수를 길러왔다가 그만 물허벅을 깨트리는 바람에 아예 “’웃드르‘에서는 못살겠다”며 눌러 앉은 게 판포리 설촌의 시초라고 전해진다. 포구 지명도 포구를 축조한 사람의 이름을 따 ’엄수개‘리고 했다. 그렇다면 ’변엄수‘는 실제 인물일까? 원주 변씨 족보를 보면, ’변엄수‘는 15대 손인 ’변인겸(邊仁謙)‘이다. 1779년생으로 조선 정조 때의 인물. 그런데 이름이 다르지 않은가? 이에 대해 이 마을 변씨들은 “’변인겸‘이 이 마을에 처음 정착한데다, 누대로 ’변엄수‘라고 불렀다”며 “’엄수‘는 아명(兒名)이거나 ’인겸‘의 다른 이름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다른 주장도 있다. 이 곳은 예로부터 파도에 휩쓸려 뱃사람들이 많이 죽는다고 해서 ‘엄수개’라는 것이다. 이 주장대로라면 ‘엄수개’는 ‘바다가 엄한 포구’다. 반면, 남원읍 신흥1리 포구는 지형이 ‘보말’같이 생겼다고 하여 ‘보말개’다. 제주 선민들은 바닷가에 수닥수닥 붙어있는 그 흔한 해산물인 ‘보말’에도 큰 의미를 부여했다. ‘보말도 고기다’라고, 먹을 것이 궁할 때는 보말도 고기처럼 귀하게 여겼다. 한림읍 옹포리 '독개'는 항아리(甕) 모양과 같다고 해서 ‘독개’인지, 아니면 독(纛, 군대의 대장 앞에 세우던 큰 의장기)를 세웠다고 해서 ‘독개’인지 해석이 분분하다. 우선 이곳은 고려 공민왕 21년(1372) 공마(貢馬)를 거절해 반란을 일으킨 목호(牧胡)의 난을 토벌하기 위해 최영 장군이 양광(揚廣)·전라(全羅)·경상(慶尙)의 삼도(三道) 군사 2만565명을 이끌고 명월포(明月浦)로 상륙한 일이 있었으며, 당시 명월포는 옹포를 말하는 것이므로, 상륙할 때 독(纛)을 세웠을 것이라는 견해가 있다. 반면, 포구 안쪽에 자리 잡은 속칭 ‘모살개창’은 밀물이나 썰물에 가릴 것이 없이 항상 바닷물이 고여 있어 이를 빗대 ‘독개’라고 불렀다는 주장도 있다. 다시 말해 ‘독(甕)‘도 ’독(纛)’도 아니라는 것이다. 옹포리의 옛 이름은 ‘게 해’자와 ‘연못 당’을 써 해당(蟹溏)이라고 했으며, ‘독개’ 형상이 ‘게가 연못을 끌어안은 모양’을 닮으면 닮았지 항아리 모양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3/5 끝] [편집자 주 : 제주의 포구는 5회로 나눠 연재됩니다.] jpen21@fnnews.com 좌승훈 기자
2018-05-19 04:03: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