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수거를 요청한 폐가구 안에 있던 귀금속을 훔친 30대 수거업체 직원이 경찰에 붙잡혔다. 29일 울산 북부경찰서는 절도 혐의로 30대 A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26일 오후 2시께 울산 중구의 한 주택 앞에서 고객이 수거 요청한 장롱을 수거하던 중 장롱 안에 있던 귀금속 14점 등 1500만원어치 패물을 주머니에 넣어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패물이 사라진 걸 깨달은 피해자는 "폐가구 안에 있던 패물 지갑이 없어졌다"고 112에 신고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인근 상가 폐쇄회로(CC)TV 영상을 분석해 범행을 확인한 뒤 수거업체 등을 통해 A씨의 신원을 확보했다. A씨는 경찰에 자진 출석해 범행 사실 일체를 시인했으며, 훔친 귀금속도 모두 피해자에게 돌려줬다. 경찰 관계자는 "A씨를 상대로 피의자 조사 등을 통해 범행 동기와 여죄 등을 파악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
2024-01-30 06:38:27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종합 국정감사에선 동양그룹 사태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질타가 잇따랐다. 하지만 강도 높은 추궁에도 2주 전 열린 국감과 차별화된 내용은 없었다. 이번 동양그룹 사태의 핵심 인물인 이혜경 동양그룹 부회장은 증인으로 출석했지만 투자 피해자 구제에 대해 "남편인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의 뜻대로 따르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이와 관련, 금융당국은 동양그룹이 대부업체를 통해 지배구조를 형성한 폐해 사례를 참조, 규제안 마련에 나서기로 했다. 1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종합 국감에서 여야 의원들은 동양 사태와 관련, 대기업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와 금융당국의 뒷북대응을 지적했다. 야당 의원들은 정무위 차원의 동양사태 청문회를 주장했다. 정호준 민주당 의원은 "동양 위기설 이후 가진 청와대 서별관 회의에서 다뤄진 것은 동양 봐주기 대책이라는 의혹이 있다"며 "동양그룹 사태와 관련해 정무위 차원에서 청문회 검토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김재경 새누리당 의원은 "최근 금융사고들이 벌어지면서 앞장서 금융산업을 이끌어갈 금융위와 금감원이 사고 뒷처리하는 기관으로 비치는 것이 안타깝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시간에는 증인으로 출석한 이혜경 부회장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가 이어졌다. 이 부회장은 동양그룹 기업어음(CP) 및 회사채 투자 피해자에 대해 "피해자들에게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죄송하다"고 사죄했다. 그러나 피해자 구제 대책 여부에 대한 답변 회피와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해선 강하게 부인했다. 이 부회장은 동양증권 계좌에서 수억원대 현금을 인출하고 개인 대여금고에서 패물을 빼간 시점이 계열사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직전'이 아닌 '직후'라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이 찾아간 패물과 현금을 동양 투자 피해자들을 위해 내놓을 의향을 묻는 박대동 새누리당 의원의 질문에 "피해자 구제를 위해선 현재현 회장의 뜻대로 다 따르겠다"고 말해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현 회장은 동양 사태로 피해를 본 개인투자자들을 위해 사재 출연을 약속했으나 지난 18일 금감원 국감에선 "저는 전 재산을 회사에 넣고 경영했기에 추가로 어떻게 할지 고민하고 있다"며 '낼 돈이 없다'는 입장을 보인 바 있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윤지영 기자
2013-11-01 18:00:02김연주가 박선영이 어머니 패물을 뺏긴 사실을 이용해 그를 또 한번 위기로 내몰았다. 15일 방송된 tvN ‘미친사랑’ (연출 이창한 극본 장수원, 전보경)에서 한나영(김연주 분)은 백재혁(최대훈 분)의 집에서 허명자(유혜리 분)의 패물을 발견했다. 이날 방송에서 한나영은 백재혁이 허명자의 패물을 뺏어온 것을 알고 자신이 선물한 브로치를 다시 샀다. 이어 그는 허명자를 찾아 “쥬얼리 샵에 갔는데 어떤 남자분이 패물들을 팔고 있더라. 브로치는 특별히 주문한 디자인이라 한눈에 알아봤다”며 브로치를 내밀었다. 한나영의 말에 당황한 허명자는 “그게 누구였냐”고 물었고 한나영은 조심스러운 듯 “사장님 생신 때 찾아온 사채업자다. 사모님한테 사채 빚 대신 받은 거라고 하더라”며 거짓말을 했다. 더불어 그는 “제 선물까지 내 놓을 분이 아니라 말씀드린다”며 허명자를 흔들었고 허명자는 윤미소가 일부러 팔았다고 오해하고 “이 노릇을 어쩌면 좋아. 이젠 도둑질까지 한다”며 분노했다. 특히 이미 윤미소의 장인에게 삼천만원이라는 거금을 해준 것으로 아는 허명자에게 한나영은 “사모님 아버님 도박에 빠지셨다면서요. 제가 빌려준 삼천만원을 그 도박에서 날린 거라고..”라며 모든 사실을 폭로해 윤미소를 위기로 내몰았다. 이에 허명자는 윤미소를 회사로 불러들였으며 긴장한 채 사무실로 들어온 그에게 화분을 내 던지며 분노를 표했다. 한편 이날 방송에서 윤미소는 사채업자 백재혁의 횡포를 이기지 못하고 변호사 서경수(고세원 분)에게 도움을 청했다. /파이낸셜뉴스 스타엔 victory@starnnews.com김지이 기자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starnnews.com
2013-04-15 11:12:35현대백화점은 봄혼수철을 맞아 압구정본점의 혼수전문 상담매장인 ‘클럽웨딩’을 풀가동하고 있다. 웨딩플래너 등 전문상품요원을 현장에 상주시키는가 하면 휴식공간, 격조높은 서비스와 함께 다양한 구매혜택을 마련해 예비신혼부부들을 불러들인다는 전략이다. 결혼식 D-100일전 웨딩체크리스트, 호텔·예식장, 검정검진, 청첩장, 예복, 속옷, 예물시계·보석 고르기 등 웨딩과 관련된 다양한 궁긍증을 해결할 수 있는 ‘웨딩가이드북’도 제공해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특히 클럽웨딩 오픈 1주년을 맞아 오는 20일까지 ‘클럽웨딩 오픈 1주년 기념 웨딩페어’ 행사도 갖고 층별로 다양한 웨딩상품을 선보인다. 혼수가전·가구 등의 상품을 판매하며 전시품의 경우 10∼20% 저렴하게 판매한다. 특히 5층 테마플라자에서는 ‘1% 명품 패물전’을 열어 올 한해 유행할 패물들을 한자리에 모아 눈길을 끈다. 국내 최고급 명품업체 및 장인이 만든 전통 장신구, 예단, 한복, 쥬얼리 등 볼거리가 풍성하다. 현대백화점은 오는 5월29일까지 ‘웨딩마일리지 적립’행사도 펼친다. 수도권 7개점에서 청첩장 또는 예식장 계약서 등을 제시하는 고객에게 적립카드를 발급해 2000만·1000만·500만·300만·200만원이상 구매(백화점카드,타사카드,현금 모두 가능) 고객에게 각각 140만·70만·30만·15만·10만원의 상품권을 증정한다. 마일리지신청 고객에게는 모피, 여성·남성 정장, 가전·가구, 화장품 등의 품목을 최대 50% 이상 할인 받을 수 있는 쿠폰북도 증정한다. / joosik@fnnews.com 김주식기자
2005-03-17 12:45:30[파이낸셜뉴스] 전여옥 전 국회의원이 문재인 전 대통령의 행보를 두고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다. 4·10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오자, 문 전 대통령은 부인 김정숙 여사와 함께 파란 점퍼를 입고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후보들을 만나는 등 활발한 정치 행보를 이어나가고 있다. 이를 두고 전 전 의원은 4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문재인 전 대통령 미친 듯이 싸돌아다닌다. 양산 찍고 부산, 울산까지. '칠십 평생에 이런 무식, 무지, 무도한 정부는 처음 봤다'면서 자신의 5년을 자백한다"고 날카롭게 반응했다. 이어 "그렇게 잊혀지고 싶다더니, 저녁 노을처럼 지고 싶다더니, 다 거짓말이고 뻥이었다"고 꼬집었다. 전 전 의원은 "맞습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지금 지은 죄가 하도 많아 미친 듯이 싸돌아다니는 것이다. 감옥 가는 것이 너무 무서워서요"라며 "책 팔고 커피 팔고 빵 팔고 달력팔이에 재미들렸다가 어머 뜨거워라 한 것이다. 감방에서 '국민 급식' 먹을 생각에요"라고 비꼬았다. 또 "도보다리에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준 USB, 여적죄" "울산 부정선거 총사령탑, 재판 가면 세상 햇볕 오래 못 본다" "탈원전 밀어붙인 배임죄도 무겁다" "부동산정책 수치 조작, 이것도 중범죄"라고도 언급했다. 비난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전 전 의원은 "김정숙 여사 옷값, 패물값, 관봉권 쓰며 사치와 허영으로 세금 낭비한 죄도 부부가 쌍으로 치러야 한다"면서 "턱이 덜덜덜 떨린 정도로 오금이 저릴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러면서 "문 전 대통령이 저렇게 쳐돌아다니는 이유, 공황장애급 공포 때문"이라며 "문 전 대통령을 감방 보내는 것, 이것이 정의이고 공정이다. 이웃사촌으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필수겠지요?"라고 싸잡아 저격했다. gaa1003@fnnews.com 안가을 기자
2024-04-04 10:16:53[파이낸셜뉴스] 본초여담(本草餘談)은 한동하 한의사가 한의서에 기록된 다양한 치험례나 흥미롭고 유익한 기록들을 근거로 이야기 형식으로 재미있게 풀어쓴 글입니다. <편집자 주> 옛날 장대인(張戴人)이라는 의원이 있었다. 장대인은 명의 중 한 사람으로 약을 잘 썼다. 그러나 모든 병을 약으로만 치료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다른 많은 의원들이 약을 처방해서 치료 효과가 없으면 장대인을 찾았다. 장대인은 한 남자의 심통(心痛)을 치료한 적이 있었다. 어느 마을에 관리가 있었는데, 그의 아버지가 금은보화를 싣고 산을 넘다가 도적들에게 습격을 당해서 죽게 되었다. 관리는 그 소식을 듣고서는 크게 슬퍼하면서 대성통곡을 했다. 그 후에 관리에게 갑자기 흉통이 나타났다. “아 심장이 너무 아프다. 명치까지 답답하구나.” 관리의 흉통은 날마다 심해지더니 그치지 않았다. 한 달 정도 시간이 흐른 후에는 윗배에 덩어리가 잡히는 듯하더니 사발을 엎어놓은 듯 부어올랐다. 관리의 흉통은 실제로는 심장통은 아니었다. 이것은 위장증상을 겸한 신체형 자율신경 장애에 의한 흉통으로 보통 위완심통(胃脘心痛)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역류성 식도염에 의한 흉통도 실제 심장통과 구별해야 한다. 또한 심리적인 문제를 겸한 경우를 칠정심통(七情心痛)이라고 한다. 그 관리는 가슴의 통증이 심해서 참을 수 없었다. 한 의원이 약을 써 봤지만 효과가 없었다. 그래서 그 의원은 다시 침을 불에 달궈서 놓는 번침(燔鍼)이나 뜸치료를 해보고자 했지만 관리는 불침과 뜸 치료는 무섭다고 거부했다. 그래서 그 의원은 어쩔 수 없이 장대인을 찾아와 도움을 청했다. 장대인은 왕진을 가서 진찰을 했다. 관리를 눕혀 놓고 전중혈(膻中穴)을 눌러 보니 자지러지는 듯한 통증을 호소했다. 전중혈은 양쪽 젖가슴 사이의 정중앙 부위로 이 자리를 눌러서 통증이 심하다는 것은 기가 울체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우울증이나 화병에서도 나타난다. 그런데 바로 그때 무당이 굿을 하려고 왔다. 보통 제대로 된 의원이라면 ‘어찌 환자의 병을 무당에게 맡기는 것인가?’하고 호통을 쳤을 텐데, 장대인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오히려 무당에게 “여기에 잘 오셨네.”라고 덕담까지 했다. 장대인은 무당을 불러서 “내 부탁이 있소. 다른 말과 행동은 하지 말고 여러 가지 미친 듯한 소리나 흉내를 내서 병자를 즐겁게 해 주시오.”라고 하면서 몰래 엽전 꾸러미를 건넸다. 무당은 돈을 벌려고 굿을 하는 터라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무당은 갖가지 동물 흉내를 내고 이상한 소리를 냈다. 그리고 작두를 타는 듯하다가 일부러 미끄러져서 넘어지기도 했다. 관리는 그것을 보고 웃음을 참지 못해 크게 웃었다. 굿이 끝난 이후에도 관리는 혼자서 웃어댔다. 웃음을 참지 못할 때는 남몰래 벽을 향해서 고개를 돌리고 하루 이틀 동안 있기도 했다. 그랬더니 신기하게도 가슴 아래에 뭉친 덩어리가 모두 흩어졌고 흉통도 사라졌다. 관리는 주위 사람들에게 “이제 제 흉통이 모두 없어졌습니다.”라고 하면서 좋아했다. 의원이 장대인에 물었다. “대인은 그 관리를 어떻게 치료를 하신 겁니까?” 그러자 장대인이 말하기를 “<내경>에 ‘우즉기결(憂則氣結)’이라고 했는데, 이것은 우울해하면 기가 뭉친다는 의미입니다. 또 말하기를 ‘희승비(喜勝悲)’라고 했는데, 이 의미는 기쁨은 우울하거나 슬픔을 이긴다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희즉기완(喜則氣緩)’하기 때문에 기뻐하게 되면 뭉친 기운이 풀어집니다. 따라서 관리를 기쁘고 즐겁게 해서 뭉친 기운을 풀어서 우울하고 슬픈 감정을 몰아낸 것입니다. 이러한 것을 모르고 오로지 약이나 침구(鍼灸)만을 이용해서 치료하려고 한다면 그 통증만 증가시킬 뿐입니다.”라고 답했다. 의원은 장대인에게 고개를 숙였다. 한번은 장대인이 분노가 지나쳐서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했던 부인을 치료한 적이 있었다. 관리의 부인은 분노로 인해서 음식을 전혀 먹으려고 하지 않았다. 사실 부인은 억지로 시집을 왔기에 억울함이 있었다. 시집을 와 보니 자신의 친정보다 가난하고 남편도 그렇게 맘에 들지 않았다. 부인은 가족들에게 소리를 지르고 하인들을 꾸짖기만 했다. 심지어 수가 틀리면 주위 사람들을 죽여버리겠다고 악담을 퍼붓기까지 했다. 관리와 부인 사이에는 아직 자식이 없었는데, 부인이 하도 화를 내는 바람에 관리는 합방을 엄두도 내지 못했다. 많은 의원들이 처방을 해 봤지만 부인의 증상은 거의 반년 동안 차도가 없었다. 부인은 몸이 핼쑥해졌다. 그래서 부인의 남편이 장대인에게 진료를 요청했다. 장대인이 진찰을 해보더니, “부인의 증상은 약으로는 치료하기 어렵습니다.”라고 했다. 그러자 관리는 당황하며 “그럼 이대로 두고만 보란 말이요?”라고 되물었다. 장대인은 “다른 방법으로 치료를 해 보겠습니다.”라고 했다. 장대인은 2명의 기녀(妓女)에게 화장을 진하게 시켜서 광대처럼 분장을 한 후 부인 앞에 나서게 했다. 그랬더니 부인이 박장대소를 하면서 크게 웃었다. 다음 날에는 기녀들에게 서로 붙잡고 씨름을 시켰더니 그 모습을 본 부인은 다시 더 크게 웃었다. 그러고 나서는 사람을 시켜서 부인의 양쪽 옆에서 음식을 차려놓고서는 과장하면서 게걸스럽고 맛있게 먹도록 했다. 그러자 부인은 “그 음식이 그렇게 맛이 있소? 나도 한번 먹어봐도 되겠소?”하고 물으면서 맛을 보기까지 했다. 며칠이 지나지 않아서 부인은 분노하는 것이 점차 줄어들더니 식욕이 점차 좋아지면서 식사량이 늘었다. 장대인은 관리에게 “부인은 즐거움을 모르기 때문에 항상 화가 나 있었던 것이요. 그러니 어떻게든지 조금이라도 즐겁고 웃을 만한 일을 만들어주시면 이유없이 분노하는 일이 없을 겁니다.”라고 당부했다. 관리는 항상 부인의 기분을 맞춰주면서 어떻게든지 웃도록 만들려고 노력했다. 그러자 부인은 조금씩 자신의 삶과 처치에 만족하더니 분노하는 증상이 사라지고 얼마 후에는 합방도 하게 되어 자식도 낳게 되었다. 한번은 걱정이 많은 한 부잣집 부인의 불면증을 치료한 적이 있었다. 그 부인은 예민한 성격으로 별것 아닌 일로도 근심 걱정이 많았다. 약 2년 전에 부자였던 친정집이 망한 이후로 근심 걱정에 휩싸여 거의 2년 동안 입맛이 없어서 식사를 전혀 하지 못했다. 그리고 심장이 벌렁거리고 불안 초조해했다. 문제는 잠을 전혀 자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여러 의원들이 치료를 해 봤지만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 부인의 남편은 결국 장대인을 찾아 치료를 부탁했다. 장대인이 진찰을 해보더니 “양쪽 촌구맥이 모두 늘어져 있을 것을 보면 이것은 비(脾)가 사기(邪氣)를 받은 것입니다. 의서에 ‘비주사(脾主思)’라고 했는데, 바로 비(脾)는 사려(思慮)를 주관한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비기(脾氣)가 뭉쳐서 근심과 걱정이 끊이지 않고 입맛이 없고 심장이 벌렁거리면서 건망증과 불면증이 나타나는 것입니다.”라고 설명해 주었다. 남편은 “그럼 어떻게 치료하면 되겠습니까?”하고 물었다. 장대인은 “의서에 보면 목극토(木克土)라고 했습니다. 간목(肝木)의 기운이 비토(脾土)의 기운을 이긴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간목의 감정은 분노이기 때문에 부인을 화나게 하면 비토(脾土)의 기운인 근심 걱정이 꺾일 것입니다.”라고 했다. 그러자 남편은 “제 부인은 화를 낼지 모르는 사람이오.”라면서 걱정했다. 장대인은 부인의 분노를 유발하기 위해서 남편과 작당 모의를 했다. 그래서 남편에게 부인의 패물이며 집문서, 땅문서 등 재산을 모두 거두어 부인 모르게 다른 곳으로 숨겨두라고 했다. 그러고 나서는 날마다 술을 마시고 취해서 밤늦게 들어오고 부인이 재산을 행방을 물어도 절대 말하지 말라고 했다. 부인이 조금씩 화가 날 즈음, 이제는 집에도 아예 들어오지 말고 잠시 멀리 떠나 있으라고 했다. 마을에는 ‘남편이 부인을 버리고 도망을 갔다’는 소문이 났다. 그러나 이 소문도 남편의 하인들을 시켜서 일부러 내게 한 것이다. 부인은 그 소문을 듣고서는 대노(大怒)를 했다. 좀처럼 화를 내지 않는 부인은 “아이고 내 팔자야. 분하고 원통하다.”라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서는 땀을 흠뻑 흘리고 나더니 그날 밤은 곤히 잠들었다. 다음 날도 하루종일 잠만 잤다. 이렇게 누워있기를 8~9일 정도까지 하더니 갑자기 벌떡 일어나 음식을 찾았다. 장대인은 부인을 찾아 진맥을 해보더니 “이제야 맥이 평화로움을 얻었습니다.”라고 말하고서는 밖을 보면서 “이제 들어오시오.”라고 누군가를 불렀다. 그랬더니 문밖에 있던 남편이 패물과 집문서 땅문서를 가지고 방안으로 들어왔다. 자초지종을 들은 부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이제야 환하게 웃으며 장대인에게 감사를 전했다. 모든 증상이 약으로만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약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증상은 마음을 다스려 치료할 수 있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 * 제목의 ○○은 ‘마음’입니다. 오늘의 본초여담 이야기 출처 <유문사친(儒門事親)> ○ 息城司侯, 聞父死於賊, 乃大悲哭之, 罷, 便覺心痛, 日增不已, 月餘成塊, 狀若覆杯, 大痛不住, 藥皆無功. 議用燔針炷艾, 病患惡之, 乃求於戴人. 戴人, 適巫者在其旁, 乃學巫者, 雜以狂言以謔病者, 至是大笑, 不忍回. 面向壁, 一, 二日, 心下結塊皆散. 戴人曰: 內經言, 憂則氣結, 喜則百脈舒和. 又雲:喜勝悲. 內經自有此法治之, 不知何用針灸哉? 適足增其痛耳! (식성에 사는 사후의 관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아버지가 도적들에게 죽임을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크게 슬퍼하면서 대성통곡을 하였다. 그 후에 갑자기 심통을 느꼈는데 날마다 증가하여 그치지 않았고, 한 달쯤 되었을 때 덩어리가 생겼는데 모양이 잔을 뒤집어 놓은 것과 같았다. 통증이 심하여서 잘 참지를 못하였고, 약을 써도 모두 효과가 없었다. 불에 달구침을 놓거나 뜸을 사용하려고 의논하는데 환자가 싫어하여 이에 대인을 찾아와 도움을 구하였다. 대인이 이르렀을 때 마침 무당이 그의 곁을 지키고 있어서, 이에 무당에게 여러가지 광언으로써 병자를 즐겁게 해 주라고 가르쳐 주었다. 이렇게 하였더니 크게 웃음을 참지 못하면서, 얼굴을 벽을 향한 채 1~2일 동안 있었더니 심하에 뭉쳐있던 덩어리가 모두 흩어졌다. 대인이 말하기를 내경의 말에 ‘우즉기결’한다고 하였는데, 기뻐하게 되면 모든 맥이 펼쳐지는 것이다. 또 말하기를 ‘희승비’라, 내경에 이러한 방법으로 치료하라고 하였는데, 제대로 알지 못하고 어찌 침구를 사용한단 말인가? 그 통증만 증가시킬 뿐이리라!) ○ 項關令之妻, 病食不欲食, 常好叫呼怒罵, 欲殺左右, 惡言不輟. 眾醫皆處藥, 幾半載尚爾. 其夫命戴人視之. 戴人曰, 此難以藥治. 乃使二娼, 各塗丹粉, 作伶人狀, 其婦大笑; 次日, 又令作角抵, 又大笑; 其旁常以兩個能食之婦, 誇其食美, 其婦亦索其食, 而爲一嘗. 不數日, 怒減食增, 不藥而瘥, 後得一子. 夫醫貴有才, 若無才, 何足應變無窮? (항관령의 부인이 노하는 병으로 음식을 먹으려고 하지 않았고, 항상 소리치거나 꾸짖는 것을 좋아하여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죽이려고 하고 악언을 그치지 않았다. 많은 의사들이 모두 처방을 하여 약을 먹였지만 거의 반 년 동안 여전하였다. 그 남편이 대인으로 하여금 진료하게 하였는데, 대인이 말하기를 “이것은 약물로 치료하기는 힘듭니다.”하고, 이에 2명의 기녀로 하여금 화장을 하게 하여 희극배우처럼 만들었더니 그 부인이 크게 웃었다. 다음날 또한 그렇게 하여 씨름을 하게 하였더니 또 크게 웃었다. 그녀의 곁에서는 항상 양쪽으로 잘 먹는 부인을 두고서 음식이 맛있음을 과장하게 하였더니 그 부인도 역시 그 음식을 찾아서 한 번 맛보게 되었다. 며칠 지나지 않아서 노하는 것이 줄어들면서 식욕도 증가하여 약을 먹지 않아도 나았으며, 나중에 자녀도 낳았다. 무릇 의사에게는 재주 있음을 귀하게 여기는 것이니, 만약 재주가 없다면 어찌 변화가 무궁한 것에 충분히 호응할 수 있으리오!) ○ 一富家婦人, 傷思慮過甚, 二年不寐, 無藥可療. 其夫求戴人治之. 戴人曰:兩手脈俱緩, 此脾受之也. 脾主思故也. 乃與其夫, 以怒而激之. 多取其財, 飲酒數日, 不處一法而去. 其人大怒汗出, 是夜困眠, 如此者, 八, 九日不寤, 自是而食進, 脈得其平. (한 부잣집 부인이 사려가 지나치게 심하여서 2년 동안 잠을 자지 못하였는데, 치료할 수 있는 약물이 없어서, 그 남편이 대인을 찾아와서 치료해 주기를 요구하였다. 대인이 말하기를 “양쪽 수맥이 모두 완하니 이것은 비가 사기를 받은 것으로 ‘비주사’하는 까닭이다.”라고 하면서, 이에 그 남편과 함께 분노가 밀려들도록 하였다. 그래서 그의 재물을 많이 취하여 여러 날 동안 음주하고선 한 가지 방법도 가르쳐 주지 않고 도망가 버렸다. 그 부인이 크게 노하면서 땀을 흘리고는 그날 밤 곤하게 잠을 잤다. 이와 같이 잠자기를 8~9일 동안 깨지 않더니, 그 이후로 음식을 먹고 맥도 그 평해졌다.) / 한동하 한동하한의원 원장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2024-01-12 11:14:22[파이낸셜뉴스] 본초여담(本草餘談)은 한동하 한의사가 한의서에 기록된 다양한 치험례나 흥미롭고 유익한 기록들을 근거로 이야기 형식으로 재미있게 풀어쓴 글입니다. <편집자 주> 먼 옛날에 위덕신(衛德新)의 부인이 홀로 먼 길을 출타하던 중에 어느 누각에서 머무르게 되었다. 그런데 밤에 객사에 도둑이 들어와 사람들을 겁박하고 돈과 패물을 빼앗고 객사에 불까지 질렀다. 부인은 너무 놀라서 침상에서 바닥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이후로 부인은 불안, 초조해하면서 밤중에 아주 작은 부스럭거리는 소리만 들어도 놀라서 쓰려지면서 인사불성이 되기 일쑤였다. 집안 사람들은 소리가 나지 않게 발뒤꿈치를 들고 살금살금 걷고 물건끼리 서로 부딪쳐서 소리가 날까 봐 여간 조심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부인의 증상은 시간이 지나도 좋아지지 않았다. 많은 의원들은 부인의 증상을 심병(心病)으로 보고 다양한 처방을 했다. 먼저 첫 번째 의원은 부인의 증상에 따라 기를 보하는 인삼(人蔘)과 심장을 안정시키는 진주(珍珠)를 첨가한 정지환(定志丸)을 처방했다. 정지환은 놀라고 두려워서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을 치료하는 처방이다. 그러나 차도가 없었다. 어느 의원은 온담탕(溫膽湯)을 처방했다. 온담탕은 심과 담이 허약하고 번거로워 일마다 잘 놀라고 꿈자리가 사납고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고 허번(虛煩)하여 잠을 자지 못하는 것을 다스리는 처방이다. 효과가 없자 또 다른 의원은 건망, 정충(怔忡), 경계(驚悸), 불면에 쓰는 귀비탕(歸脾湯) 등을 처방했지만 부인의 증상은 여전했다. 당시 장자화(張子和)라는 의원이 치료에 나섰다. 장자화(張子和)는 호가 대인(戴人)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보통 장대인(張戴人)이라고도 불렀다. 덕신은 무슨 이유였는지 몰라도 평소 장대인을 달갑게 생각지 않았다. 그러나 다른 의원들이 이미 치료를 해 봤지만 별다른 차도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장대인에게 부인의 치료를 맡겼다. 장대인이 진찰을 해 보더니 “부인은 지금 심(心)과 담(膽)이 상해서 나타나는 심담허겁증(心膽虛怯症)입니다. 특히 족소양담경은 간목(肝木)에 속하는데, 담은 감히 감행하는 용기와 관련이 있어 놀라고 두려우면 담이 상하게 됩니다. 그러니 심과 담을 보해야 합니다.”라고 했다. 그러자 옆에서 지켜보던 의원이 “그와 관련된 처방은 익히 써 봤지만 효과가 없었소이다.”라고 했다. 장대인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다시 “놀란 것은 양(陽)이니 밖에서 들어오는 것이고, 무서운 것은 음(陰)이니 안에서부터 나오는 것입니다. 놀란 것은 그 까닭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부지불식간에 생긴 것이고, 두려운 것은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비롯된 것이지요. 그래서 놀란 것은 예측을 못하는 경우에 생기 때문에 익히 알고 있다면 놀라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하였다. 장대인은 두 명의 시녀에게 부인의 양손을 한명씩 잡게 하더니 다리가 기다란 의자 위에 부인을 앉혔다. 그러고서는 높은 의자에 앉아 있는 부인의 앞쪽 바닥에 작은 궤짝을 하나 내려놓았다. 그러고서는 “부인 여기 보시오.”라고 하더니 나무 막대기로 궤짝을 세게 내리쳤다. 부인은 바닥에 놓인 궤짝을 쳐다보면서 ‘이게 무슨 일인가?’ 하고 아주 크게 놀랐다. 그러나 장대인은 “제가 그냥 나무 막대기로 궤짝을 쳤을 뿐인데, 무얼 그렇게 놀라는 것이요?”라고 했다. 부인이 잠시 진정이 된 후 장대인은 나무 막대기로 궤짝을 다시 한번 세게 내리쳤다. 부인은 전보다는 크게 놀라지 않았다. 장대인은 이렇게 서너 차례 반복해서 궤짝을 내리쳤다. 부인의 놀라는 기색이 점차 완만해졌다. 그러자 이제는 장대를 이용해서 문을 세게 쳤다. 또 몰래 사람을 부인의 등 뒤쪽에 있는 창문 쪽으로 보내 그림자를 비치게 하였다. 부인은 이제 전혀 놀라지 않았다. 부인은 별 것 아니라는 듯이 웃으며 “이것은 어떤 치료법입니까?”라고 물었다. 장대인은 “<내경>에 보면 놀란 자는 평지(平之)하라고 했는데, 이것은 그 치료 대강을 실천한 ‘경자평지요법(驚者平之療法)’입니다.”라고 했다. 이것은 기(氣)의 조절을 통해서 감정을 다스리는 법으로 정지요법(情志療法)이라고 한다. 옆에서 지켜보던 한 의원이 “경자평지(驚者平之)라니요. 평(平)란 어떤 의미입니까?”하고 물었다. 장대인은 “평지(平之)하라는 것은 쉽게 말하면 안정시키라는 의미입니다. 안정시킨다는 것은 일상적인 것으로 익숙해지게 하는 것입니다. 날마다 보는 것에 익숙해지면 놀라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라고 하였다. 우리는 처음 경험하는 것이나 처음 보는 것, 처음 듣는 소리에는 놀라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것을 자주 경험하고 자주 보게 되고 자주 듣게 되면 놀라지 않는다. ‘그럴 것이다’라고 예측할 수 있기 때문에 놀라지 않는 것이다. 의원이 다시 물었다. “그럼 하필이면 왜 나무 막대기로 바닥에 놓인 궤짝을 친 것입니까? 어깨를 내리치거나 소리를 질러서 놀라게 할 수도 있지 않았습니까?” 그러자 장대인은 “놀라는 것은 신(神)이 위로 떠오르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정신이 사나워지면서 심지어 졸도를 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때 사람들은 눈을 치켜뜨게 되지요. 그래서 부인을 높은 의자에 앉혀 놓고 바닥에 있는 궤짝을 내리쳐서 부인으로 하여금 아래를 내려보게 한 것이고, 이로 인해서 흩어지려고 하는 신(神)을 거두기 위해서입니다.”라고 답을 했다. 실제로 눈동자가 쳐다보는 방향에 따라서 심(心)에 영향을 미친다. 우리는 무언가를 떠올리려고 할 때는 눈동자가 위쪽을 향하는 경우가 많다. 눈동자가 위쪽을 향해 있다는 것은 과도한 긴장 상태이거나 상대를 향한 공격적인 성향을 나타낸다. 반면에 깊은 사색에 잠기거나 명상을 할 때는 눈동자가 아래를 향한다. 그래서 눈동자를 아래로 쳐다보면 긴장감이 풀어지고 마음이 차분해진다.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사시(斜視)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불안장애, 조현병, 양극성 장애, 우울장애 등의 정신질환의 위험도가 높은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반대로 사시를 치료하게 되면 이러한 정신질환의 발현도가 낮아진다. 장대인은 그날 밤에 사람을 시켜 부인 처소의 창문을 두드려 보도록 했다. 다음 날 아침 부인에게 “밤에 무슨 소리를 듣지 못했습니까?”라고 묻자, 부인은 “저녁을 먹고 초저녁부터 새벽까지 깊이 잠들어 소리를 듣지 못했습니다. 혹시 저를 부르기라도 하셨습니까?”라고 했다. 이틀 후에는 비바람이 몰아치면 천둥 번개가 쳤는데도, 부인은 밤에 혼자 있으면서도 전혀 놀라지 않게 되었다. 남편인 덕신은 장대인의 치료에 매우 만족했다. 그래서 장대인의 치료라면 매우 신임하게 되었고 치료를 받을 때는 장대인이 하라는 대로 따랐다. 심지어 누군가 “장대인은 의학을 모른다.”라고 말할 것 같으면 창을 들고서는 그 사람을 쫓아내 버렸다. 덕신의 부인이 장대인의 정지요법으로 치료되었다는 소문이 나자, 어느 의원이 장대인을 찾아와 물었다. “혹시 경(驚, 놀람) 이외에도 노(怒, 분노), 희(喜, 기쁨), 사(思, 근심), 비(悲, 슬픔), 공(恐, 두려움)에 대한 감정을 이처럼 치료할 수 있습니까?” 그러자 장대인은 “그렇습니다. 비(悲, 슬픔)는 노(怒, 분노)를 다스릴 수 있으니, 슬프고 고통스러운 말로써 가슴 아프게 만드는 것입니다. 그럼 분노가 사라집니다. 희(喜, 기쁨)는 비(悲, 슬픔)를 다스릴 수 있으니, 장난치면서 친근하게 하는 말로써 즐겁게 만들면 슬픔이 사라집니다. 공(恐, 두려움)이라는 감정은 희(喜, 기쁨)를 다스릴 수 있으니, 두렵거나 누군가 죽었다는 말로써 공포를 느끼게 만들면 과도한 기쁨을 억누를 수 있습니다.”라고 했다. 이어서 ”또한 노(怒)는 사(思, 근심)를 다스릴 수 있으니, 모욕하고 속이는 말로써 화가 나게 하면 근심이 사라집니다. 사(思, 근심)는 공(恐, 두려움)을 다스릴 수 있으니, 다른 걱정거리를 생각하도록 하여 그것에 뜻을 두게 하는 말을 함으로써 생각을 빼앗으면 두려움은 사라지게 됩니다.’라고 했다. 의원은 “어느 의원이라도 이 방법으로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입니까?”하고 물었다. 그러자 장대인은 “무릇 이러한 다섯 가지는 반드시 교묘하게 속이는 기술이 있어야만 이목(耳目)을 변화시켜 환자의 감정을 바꿀 수 있을 것입니다. 만약 자신에게 이러한 재주와 능력이 없는 의원이라면 섣불리 시도해서는 효과를 내기 어려울 것입니다. 환자보다 의사의 기가 강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래야 환자는 의사를 믿고 따를 수 있습니다.”라고 당부했다. * 제목의 ○○은 ‘익숙’입니다. 오늘의 본초여담 이야기 출처 <유문사친(儒門事親)> ○ 內傷形. 衛德新之妻, 旅中宿于樓上, 夜值盜劫人燒舍, 驚墜床下, 自後每聞有響, 則驚倒不知人, 家人輩躡足而行, 莫敢冒觸有聲, 歲餘不痊. 諸醫作心病治之, 人參, 珍珠及定志丸, 皆無效. 戴人見而斷之曰:驚者為陽, 從外入也;恐者為陰, 從內出也. 驚者, 為自不知故也;恐者, 自知也. 足少陽膽經屬肝木. 膽者, 敢也. 驚怕則膽傷矣. 乃命二侍女執其兩手, 按高椅之上, 當面前, 下置一小几. 戴人曰:娘子當視此. 一木猛擊之, 其婦人大驚. 戴人曰:我以木擊几, 何以驚乎? 伺少定擊之, 驚也緩. 又斯須, 連擊三, 五次;又以杖擊門;又暗遣人畫背後之窗, 徐徐驚定而笑曰:是何治法? 戴人曰:《內經》云:驚者平之. 平者, 常也. 平常見之必無驚. 是夜使人擊其門窗, 自夕達曙. 夫驚者, 神上越也. 從下擊幾, 使之下視, 所以收神也. 一二日, 雖聞雷而不驚. 德新素不喜戴人, 至是終身厭服, 如有言戴人不知醫者, 執戈以逐之.(내상형. 위덕신의 부인이 여행 중에 누각에서 잠을 자다가, 밤에 도둑이 사람을 겁박하고 집에 불을 지르는 모습을 보고는 놀라서 침상 아래로 떨어졌다. 그 이후로 매번 어떤 소리를 듣게 되면 곧 놀라자빠지면서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였다. 집안사람들이 조심스럽게 걷더라도 걸을 때마다 소리 나는 것을 어찌하지 못하였는데, 여러 해가 지나도록 낫지 않았다. 모든 의사들이 심병으로 치료하여 인삼이나 진주 및 정지환을 써보았지만 모두 효과가 없었다. 대인이 이것을 보고는 단정하여 말하기를 “놀라는 것은 양이니 외부로부터 들어온 것이고, 두려운 것은 음이니 내부로부터 나가는 것이다. 놀라는 것은 스스로 알지 못하기 때문에 생긴 것이고, 두려운 것은 스스로 아는 것이다. 족소양담경은 간목에 속하고, 담은 용감한 것이니, 놀라고 두려워하는 것은 곧 담이 손상을 받은 것이다.” 하고는 이에 2명의 시녀에게 명령하여 부인의 양쪽 손을 잡도록 하고, 높은 의자에 앉게 하면서 면전에 하나의 조그마한 궤짝을 놓게 하고는, 대인이 말하기를 “부인께서는 이것을 보십시오.” 하고는 나무 막대기로 사납게 두드리니 그 부인이 크게 놀랐다. 대인이 말하기를 “내가 나무막대기로 궤짝을 두드리는 것일 뿐인데, 어찌하여 놀라는 것이요?”하고는 잠깐 안정되기를 기다린 후에 다시 두드렸더니 놀라는 것이 조금 완화되었고, 또한 조금 있다가 연속적으로 3~5회 정도 두드렸다. 또한 방망이로써 문을 두드리게도 하고, 또한 몰래 사람을 보내어 부인의 등 뒤쪽에 있는 창문에 그림자를 비치게 하기도 하였더니 서서히 놀라는 것이 안정되었다. 이제야 웃으면서 말하기를 “이것은 어떠한 치료법이오?”하고 물어보았다. 대인이 말하기를 “<내경>에서 말하기를 ‘경자평지’하라고 하였는데, ‘평’이라는 것은 ‘상’을 말하는 것으로, 평소에 항상 보게 만들면 반드시 놀라지 않는 것이니, 이 밤에 사람으로 하여금 그 창문을 두드리게 하고 저녁부터 새벽에 이르도록 하게 한 것입니다. 무릇 경이라는 것은 신이 위로 벗어나는 것이니, 아래쪽에 궤짝을 두고서 두드려서 아래쪽을 보게 함으로써 신을 거두어들이게 끔 하는 것입니다. 1~2일 정도면 비록 천동소리를 듣더라도 역시 놀라지 않을 것입니다.”고 하였다. 위덕신은 평소에 대인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이때부터 죽을 때까지 만족하면서 승복하였으며, 만약 대인이 의학을 알지 못한다고 말하는 자가 있으면 몽둥이를 들고 쫓아내었다.) ○ 悲可以治怒, 以愴惻苦楚之言感之. 喜可以治悲, 以謔浪褻狎之言娛之. 恐可以治喜, 以迫懼死亡之言怖之. 怒可以治思, 以汚辱欺罔之言觸之. 思可以治恐, 以慮彼志此之言奪之. 凡此五者, 必詭詐譎怪, 無所不至, 然後可以動人耳目, 易人聽視. 若胸中無材器之人, 亦不能用此五法也. (비라는 감정은 노하는 것을 다스릴 수 있으니, 슬프고 고통스러운 말로써 가슴 아프게 만드는 것이다. 희라는 감정은 비하는 것을 다스릴 수 있으니, 장난치면서 친근하게 하는 말로써 즐겁게 만드는 것이다. 공이라는 감정은 희하는 것을 다스릴 수 있으니, 두렵거나 누군가 사망했다는 말로써 공포를 느끼게 만드는 것이다. 노라는 감정은 사하는 것을 다스릴 수 있으니, 모욕하고 속이는 말로써 자극받게 만드는 것이다. 사라는 감정은 공하는 것을 다스릴 수 있으니, 다른 것을 생각하도록 하여 그것에 뜻을 두게 하는 말을 함으로써 생각을 빼앗아가게 만드는 것이다. 무릇 이러한 다섯 가지는 반드시 교묘하게 속이는 기술이 도달하지 못하는 바가 없는 연후에야 다른 사람의 이목을 움직이고 다른 사람의 보고 듣는 것을 바꿀 수 있는 것이니, 만약 흉중에 재주와 능력이 없는 사람이라면 또한 이러한 다섯 가지 방법을 사용할 수 없을 것이다.) / 한동하 한동하한의원 원장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2023-12-29 14:33:141999년 2월 6일 새벽 4시경에 전라북도 완주군 삼례읍의 나라슈퍼에 3인조 강도가 침입해서 잠을 자고 있던 할머니를 사망하게 하고 현금과 패물 등을 가져간 사건이 있었습니다. 영화 ‘소년들’(감독 정지영)은 위 ‘삼례 나라슈퍼 사건’을 모티브로 범인으로 몰려 형이 확정된 3명의 소년들에 대한 재심을 다룬 작품입니다. 3명의 소년들은 강도치사 혐의로 판결이 확정되어 실형을 살고 출소하였습니다. 원칙적으로 판결이 확정되면 억울하다고 하더라도 이를 변경시킬 수 없습니다. 다만, 예외적으로 재심을 통해서 확정된 판결을 변경시킬 수 있습니다. 형사소송에서 재심이란 유죄의 확정판결에 대해 사실인정에 중대한 오류가 있는 경우에 판결을 받은 사람의 이익을 위해 판결의 부당함을 시정하는 비상 구제절차를 말합니다. 확정된 판결이 잘못되었다고 재심을 문의하시는 분들이 계시지만 재심은 극히 예외적으로 인정됩니다. 확정된 판결을 변경하면 법적 안정성을 해칩니다. 그렇지만 명백히 잘못된 판결을 유지하면 구체적 정의에 반합니다. 재심은 형사소송에 있어서 법적 안정성과 정의의 이념이 충돌할 때, 구체적 정의를 위해 재판의 확정력을 제거하는 가장 중요한 예외적인 경우입니다. 재심은 확정된 판결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미확정 재판에 대한 불복제도인 상소와 구별됩니다. 또한, 재심은 확정된 유죄판결에 대해서만 인정되므로 무죄, 면소, 공소기각의 판결은 판결에 중대한 하자가 있더라도 재심의 대상이 되지 않고, 결정에 대한 재심청구도 허용되지 않습니다. 재심은 재심개시절차와 재심심판절차라는 2단계 구조로 이뤄져 있습니다. 재심개시절차는 재심이유의 유무를 심사해 다시 심판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절차로서 재심개시결정까지의 절차를 말합니다. 재심심판절차는 사건을 다시 심판하는 절차로서 재심절차의 핵심입니다. 재심이유에 대해서는 형사소송법 제420조에 7가지로 제한해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를 크게는 허위 증거에 의한 재심이유와 원판결의 사실인정을 변경할 새로운 증거에 의한 재심이유로 나눌 수 있습니다. 재심은 검사, 유죄의 선고를 받은 사람 등이 청구할 수 있습니다. 재심 청구는 형의 집행을 마쳤거나 면제된 경우에도 할 수 있지만 재심 청구를 하더라도 형의 집행이 정지되지는 않습니다. 재심은 원판결의 형보다 중한 형을 선고할 수 없습니다. 재심 판결이 확정된 때에는 원판결은 당연히 그 효력을 잃습니다. 재심에서 무죄의 선고를 한때에는 그 판결을 관보와 그 법원소재지의 신문에 기재해 공고해야 합니다. 이는 유죄의 선고를 받은 자의 명예회복을 위한 조치입니다. 재심으로 무죄판결을 받으면 형사보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무죄판결을 받은 소년들은 구금의 종류 및 기간, 구금기간 중 재산 손실, 이익 상실, 정신적 고통과 신체 손상, 경찰, 검찰, 법원 등의 고의, 과실 유무 등을 고려하여 보상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재심은 실체적 진실을 밝혀 중대한 오류가 있는 판결을 바로 잡아 구체적 정의를 실현합니다. 살면서 진실이 불편해질 때가 더러 있지만 외면하고 싶은 진실일수록 망각되지 않고 기억에 남아 현실에 살아 있습니다. 법무법인 태일 변호사 이조로 zorrokhan@naver.com 사진=‘소년들’ 포스터, 스틸컷
2023-11-03 11:03:33[파이낸셜뉴스] 본초여담(本草餘談)은 한동하 한의사가 한의서에 기록된 다양한 치험례나 흥미롭고 유익한 기록들을 근거로 이야기 형식으로 재미있게 풀어쓴 글입니다. <편집자 주> 공자는 먹는 것에 항상 신중하면서도 까다로웠다. 쌀밥도 현미보다는 껍질을 제거한 백미를 즐겼다. 소고기나 양고기, 그리고 생선도 날로 해서 회(膾)로 해서 먹었는데, 가늘고 얇게 썬 것을 좋아했다. 밥을 짓는 쌀은 정미(精微)로우면 사람을 자양할 수 있고, 회는 거칠면 사람을 해(害)한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항상 좋은 음식만을 먹고자 한 것은 아니다. 비록 거친 현미밥과 다른 반찬이 없이 나물국만 있어도 항상 고수레를 하고 나서 마음을 가다듬고 감사한 마음으로 식사를 했다. 그런데도 “나는 정미로운 밥과 잘 썰린 회가 싫지 않구나.”라고 하는 통에 제자들은 어떻게든지 좋은 음식을 올려 드리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어느 날은 공자의 밥상이 그대로 나왔다. 제자들은 ‘스승님이 입맛이 없으신건가? 위에 탈이라도 나신 걸까?’하고 걱정했다. 그런데 다름이 아니라 밥은 이미 쉬어 있었고 날고기와 생선회는 부패해 있었기 때문에 밥상을 물린 것이다. 사실 당시로서는 하루이틀만 지나도 음식이 쉽게 상하기 일쑤였다. 공자는 상하여 쉰밥과 상한 생선, 부패한 고기는 아예 손도 대지 않았다. 그리고 상하지 않았을지라도 음식의 색이 오행(五行) 색을 띠지 않고 빛이 좋지 않은 것과 냄새가 일상적이지 않으면 젓가락을 들지 않았다. 또한 제대로 익히지 않고 음식과 철에 맞게 익지 않은 곡식이나 과실은 먹지 않았다. 사실 공자는 과거에 상한 음식을 먹고 곽란토사(癨亂吐瀉)를 한 적이 있어서 음식을 먹는데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었다. 또한 제대로 익히지 않거나 덜 익은 곡물이나 과일에는 식독(食毒)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 공자는 음식을 가려서 스스로 자신의 건강을 챙기고 있음에도 제자들은 ‘스승의 입맛이 까탈스럽다.’고 여기기까지 했다. 공자는 심지어 신선하고 빛깔도 좋고 풍미가 좋은 고기일지라도 네모반듯하게 잘라놓지 않으면 먹지 않았다. 또한 고기를 반듯하게 잘라놓았어도 그 고기에 맞는 장(醬)이 없으면 먹지 않았다. 제자들은 ‘스승님이 결벽증이 있는 듯하다.’라고 수군거렸다. 그러나 공자가 잘린 고기가 정(正)하지 않으면 먹지 않은 것은 자신의 마음이 한시라도 반듯함에서 벗어나지 않겠다는 다짐인 것이었다. 그러나 제자들은 스승의 깊은 속을 들여다보지 못했다. 한나라 때 육속(陸續)의 어머니도 육속이 옥에 갇혀 있을 때 고깃국을 넣어 준 적이 있었다. 육속은 고깃국에 들어간 고기와 파의 정갈함만을 보고도 어머니의 칼집임을 알고 눈물을 흘렸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육속의 어머니가 자른 육고기의 잘림은 정(正)했고 파는 항상 한 치가 기준이 되었다. 육속 또한 어머니가 반듯하게 자른 고기를 보고서 마음을 바르게 가다듬을 수 있었던 것이다. 고기를 찍어 먹는 장도 마찬가지였다. 제자들은 ‘스승의 입이 짧다.’라고 여겼지만, 공자는 모든 것은 자신에게 합당한 바가 있으니 그 합당한 바를 취하고자 했던 것뿐이었다. 그래서 소고기는 천초장(川椒醬), 돼지고기는 대두장(大豆醬), 양고기는 소산장(小蒜醬, 달래장)이 합당하다고 여겨 그렇게 먹고자 했다. 생선회는 개장(芥醬, 겨자장)이 아니면 먹지를 않았다. 공자는 사물에 있어서도 서로 마땅함이 아니라면 함께 두지 않았다. 이러한 것은 몸을 해하지는 않지만 마음을 어수선하게 하기 때문이다. 공자는 고기가 충분하고 맛이 좋다 할지라도 밥의 양을 넘기지 않았다. 공자는 항상 육(肉)의 기운이 곡(穀)의 기운을 이긴다고 생각했고, 육류는 사람을 난폭하게 하고 곡류는 사람을 차분하게 만든다고 여겼다. 고기는 밥과 궁합이 잘 맞고 입맛을 당기게 하며 기운이 나게 한다는 것을 알았지만 욕심내지 않은 것이다. 공자는 과도한 욕심을 부리지 않고 항상 일정한 정도에서 만족하는 법을 알았다. 그래서 밥을 먹을 때에도 항상 배가 불러오기 전에 숟가락을 놓았다. 당연히 고기는 많은 양이 남았다. 그러나 어리석은 일부 제자들은 ‘이 맛있는 고기를 남기시다니… 스승님이 입이 짧구나.’하고 여겼다. 공자는 술도 즐겼지만 취할 정도까지 마시는 법이 없었다. 술은 사람을 기쁘게 하고 말이 많아지게 한다. 그러나 취하면 그 말이 두서가 없어지고 절도가 없으니 혼란에 빠짐을 경계했다. 적당한 술은 기혈의 순환을 촉진시키지만 과도한 술은 기혈을 어지럽게 하기 때문이었다. 공자는 항상 집에서 만든 육포와 술만을 먹고 마셨다. 시장에서 산 육포와 술은 어떤 재료가 들어가고 어떤 과정을 통해 만들어졌는지를 알 수가 없었기 때문에 미혹함이 있었다. 게다가 시장의 음식이 정결하지 않다고 여긴 것이다. 공자는 음식을 먹는 매사에 조심스러워 했다. 사실 항상 누군가 자신을 해할지 모른다는 불안함도 있었다. 한번은 노나라의 계강자가 여러 가지 패물과 함께 약을 보내왔다. 공자는 사신에게 대신 절을 두 번해서 배웅하고서는 패물과 약을 받았다. 그러나 공자는 약을 받고서는 “제가 이 약을 잘 알지 못하니 감히 맛을 보지 못합니다.”라고 정중하게 사양했다. 계강자는 공자의 정적이었다. 공자가 노나라를 떠나 다른 나라를 떠돌게 된 것도 바로 계강자의 계략 때문이었다. 그래서 공자는 계강자가 보낸 약을 안심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처럼 공자는 항상 먹은 것에 신중했다. 그런데 제자들이 보기에 항상 의아스럽게 생각하는 점이 있었다. 공자는 식사를 마치면 항상 무언가를 씹어 먹었다. 또한 평상시에도 간혹 입안에 무언가를 머금고 있었다. 그리고 간간이 가볍게 씹다가 뱉는 것을 반복했다. 특히 책을 읽는 동안에는 반드시 그 무엇을 씹고 있었다. 제자들은 ‘도대체 무엇을 드시는 것일까? 항상 소식하시더니 배가 고파 구복(口腹)을 채우시는 것인가?’하고 궁금해했다. 제자들 중 한 명이 공자가 씹다가 버린 것을 주워 맛을 보았다. 매운맛과 향이 바로 혀와 코에서 느껴졌다. 바로 생강이었다. 공자는 항상 생강을 씹고 있던 것이었다. 제자들은 궁금해서 물었다. “스승님, 항상 생강을 씹으시는 이유가 도대체 무엇입니까? 배가 고프시면 식사량을 더 올리겠습니다.” 그러자 공자는 “식사량은 지금도 충분하다. 내가 생강을 씹는 이유는 생강이 신명(神明)을 통하게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생강은 몸의 더러운 기운과 악취를 제거한다. 그래서 항상 생강을 씹는 것이다.”라고 했다. 제자들은 그 좋은 것을 자신들에게는 알려주지 않고 자신만 씹고 있었다고 생각하니 아무리 스승이지만 서운했다. 제자들도 그 뒤로 스승을 따라서 생강을 씹었다. 책을 읽을 때, 동료들과 강독을 할 때, 심지어 휴식을 취할 때에도 생강을 씹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잠들기 전까지 밥 먹는 시간만 빼고 생강을 씹었다. 생강이 신명을 통하게 한다니 그 얼마나 반가운 소리인가. 그런데 제자들은 신명이 통하기는커녕 머리가 멍해지고 산만해졌다. 어떤 일을 하고자 하는 의지가 부족해지고 판단력이 흐려졌다. 평상시 지혜롭기도 소문난 제자는 갈등상황에서 말도 안 되는 엉뚱한 답을 내기도 했다. 어느 제자는 심기가 불편함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밤늦게 책을 읽을 때 씹으면 잠도 오지 않았다. 제자들은 머리가 맑아지기는커녕 부작용까지 심하니 어이가 없었다. 그래서 공자에게 따져 물었다. “스승님, 스승님께서 생강을 씹으면 신명이 통한다고 하셨는데, 저희들은 모두 머리가 멍해지고 총명과는 점차 멀어지고 있느니 어찌 된 일입니까?” 그러자 공자는 “생강을 즐겨 먹되 많이 먹으면 안된다. 내가 미처 그것을 말하지 않았구나. 나의 제자라면 이미 모든 것에 욕심을 내면 안된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라 여겼다.”하고 답했다. 그러자 생강 씹기에 욕심을 낸 제자들의 얼굴이 붉어졌다. 항상 절제하고 과욕을 부리면 안된다는 스승님의 가르침이 있었기 때문에 창피했다. 다시 한 제자가 물었다. “생강이 적절한 양에서는 신명을 통하게 하고, 과도한 양에서는 정신을 산만하게 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그러자 공자는 “생강의 매운맛 때문이다. 매운맛은 발산을 시킨다. 그래서 생강뿐만 아니라 다른 매운맛도 과도한 양을 먹게 되면 집중력이 떨어지고 산만해지는 것이니, 이를 명심해야 한다.”라고 했다. 이후로 제자들도 생강을 욕심내지 않고 조금씩 씹어 먹었더니 정말 신명이 통하는 것이 느껴졌다. 악기(惡氣)가 제거되어 몸에서 나는 악취가 줄었고 입 냄새도 없어졌다. 특히 으슬거리면서 추운 날이나 습한 날에 생강을 씹으면 몸의 기운이 가벼워짐을 느꼈다. 생강은 적당하게 먹으면 정신을 맑게 하지만 그렇다고 과도하게 먹지 말아야 한다. 생강은 적당량에서는 냉증을 제거하며 기침, 두통, 코막힘, 구역감을 없앤다. 그러나 열병이나 눈병, 피부병, 치질에는 꺼린다. 아무리 몸에 좋은 것이라도 써야 할 만한 적응증이 있는 법이고 과하면 부작용이 생기기 마련이다. * 제목의 ○○은 ‘생강’입니다. 오늘의 본초여담 이야기 출처 <논어(論語)> 鄕黨. ○ 食不厭精, 膾不厭細. 食饐而餲, 魚餒而肉敗, 不食. 色惡, 不食. 臭惡, 不食. 失飪, 不食. 不時, 不食. 割不正, 不食. 不得其醬, 不食. 肉雖多, 不使勝食氣. 惟酒無量, 不及亂. 沽酒市脯不食. 不撤薑食. 不多食. 祭於公, 不宿肉. 祭肉不出三日. 出三日, 不食之矣. 食不語, 寢不言. 雖疏食菜羹, 瓜祭, 必齊如也. (향당편. 공자께서는 밥은 정한 것을 싫어하지 않으시고, 회는 가늘게 썬 것을 싫어하지 않으셨다. 상하여 쉰밥과 상한 생선, 부패한 고기를 먹지 않으셨으며, 빛깔이 나쁜 것과 냄새가 나쁜 것을 먹지 않으셨으며, 요리를 잘못한 것과 제철에 나지 않는 것을 먹지 않으셨다. 자른 것이 바르지 않으면 먹지 않으시고, 제격에 맞는 장을 얻지 못하면 먹지 않으셨다. 고기가 많더라도 밥보다 많이 잡수시지 않으시고, 술은 일정한 양이 없으셨으나 어지러운 지경에 이르지는 않으셨다. 시장에서 산 술과 포를 먹지 않으셨으며, 생강 먹는 것을 그만두지 않으셨으며 많이 먹지 않으셨다. 나라의 제사를 도울 적에 받은 고기는 그날 밤을 넘기지 않으셨으며, 집에서 제사지낸 고기는 3일을 넘기지 않으셨으며, 3일이 지난 것은 먹지 않으셨다. 음식을 먹을 때는 말씀하지 않으시고, 잠자리에 누웠을 때도 말씀하지 않으셨다. 비록 거친 밥과 나물국이라도 반드시 고시레를 하시되 반드시 마음을 가다듬으셨다.) ○ 問人於他邦, 再拜而送之. 康子饋藥, 拜而受之. 曰丘未達, 不敢嘗. (다른 나라에서 안부를 여쭈면 절을 두 번 하고 배웅하셨다. 계강자가 공자에게 약을 보내자, 공자는 절을 하고 받으시고는 ‘제가 이 약을 잘 알지 못하니 감히 맛을 보지 못합니다.’하고 말씀하셨다.) <식료본초> 生薑. 食之除鼻塞, 去胸中臭氣, 通神明. 多食少心智. (생강. 복용하면 코가 막힌 것을 제거하고 흉중의 악취를 제거하며 신명을 통하게 한다. 많이 먹으면 총명함을 떨어뜨린다.) <본초정화> 生薑. 弘景曰, 久服, 少志, 少智, 傷心氣. (생강. 도홍경이 말하기를 오래 복용하면 의미와 지혜가 적어지고 심기를 손상시킨다고 했다.) <향약집성방> 生薑. 久服少志少智, 傷心氣. 如此則不可多食. 長御有病者是所宜爾. 今人瞰諸辛辣物, 惟此最常. 故論語云 不撤薑食, 言可常瞰, 但勿過多爾. (생강. 장복하면 마음이 조급해지고, 의지가 약해지며, 심기가 손상되니, 많이 먹으면 안 된다. 하지만 오랫동안 아픈 환자에게는 적합하다. 요즘 사람들은 각종 매운맛을 많이 먹으면서도 생강을 늘 먹는다. 그래서 논어에서 ‘생강 먹는 일을 그만두지 않았다’라고 한 것이니, 늘 먹더라도 과하게 먹지는 말라.) / 한동하 한동하한의원 원장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2023-10-17 16:25:44권위주의 시대의 국가 수사력은 최강이었다. 여론용이었을지언정 국민은 시원했다. 급조된 '특별수사본부' '합동수사본부'가 수사력을 총동원, 폭력이든 뇌물이든 짧은 기간에 때려잡았다. '범죄와의 전쟁'은 실제 전쟁을 하듯 조폭 졸개까지 소탕했고 마약전담수사부는 마약쟁이들을 싹쓸이해 청정국 소리를 듣게 됐다. 민주화의 진전은 범죄 대응에서는 후퇴하는 역효과를 낳았다. 기강 확립이 민주화에 역행한다고 오판한 탓이다. 간첩은 조직 속에 파고들어 공공연히 날뛰었고, 부정과 비리도 제 세상을 만난 듯 활개를 쳤다. 문재인 정부에서 공권력은 땅에 떨어지다 못해 파묻혔다. 불법시위를 보고도 경찰은 멀뚱거리기만 했다. 흉악범을 잡아야 할 경찰이 되레 같은 경찰에게 112 신고를 한 적도 있다. '검찰의 칼' 대검 중앙수사부는 '권력의 시녀'라는 조롱 속에 종언을 고했다. '검수완박'은 검찰 무력화를 완결시켰다. 비대 권력의 다이어트란 미명 아래 검찰은 손발이 묶였다. '살아 있는 권력'을 잡으란 임무를 넘겨받은 공수처는 눈치만 보며 '시녀'의 옷을 벗지 못했다. 이 순간에도 어디선가 거악은 음모를 꾸밀 텐데 무슨 수사를 하고 있는지 감감무소식이다. 숨어 있던 범죄자들이 물 만난 고기처럼 발호하기 시작했다. 허울 좋은 '전쟁 선언'이 이어지지만 나약해진 수사력은 기를 못 쓴다. 검사 출신 대통령이 '마약과의 전쟁'을 하겠다고 선언한 게 작년 10월이다. 반년이 지났어도 마약꾼들은 콧방귀를 뀐다. 잃어버린 지갑을 4시간 만에 찾아주는 경이로운 한국에 외국 관광객들은 감격한다. 택배 물건을 쌓아두어도 훔치는 사람이 거의 없다. 택시강도나 아리랑치기, 빈집털이범, 소매치기들도 눈에 띄게 줄었다. 한국의 치안이 최고라고 생각할 만하다. 과연 그런가. 한국에서 범죄가 점점 자취를 감추고 있을까. 결코 그렇지 않음을 우리는 안다. 외국인들은 한쪽만 본 것이다. 도둑과 강도들은 이득도 적고 CCTV에 찍히는 '위험한' 범죄에서 떠났다. 컴퓨터를 배워 디지털 범죄의 소굴로 찾아들었다. 세상을 디지털이 지배하면서 범죄의 판도도 바뀌었는데 당국은 변신하지 못했다. 국민을 위협하는 범죄는 강절도보다는 디지털 사기범들이다. 스미싱과 보이스피싱은 갈수록 악랄해지며 당국을 우롱한다. 독버섯처럼 우리 가족들에게 파고든다. 아는지 모르는지 당국은 속수무책이다. 일반인에게도 쉬 눈에 띄는 대규모 주가조작을 감독관들은 까막눈처럼 알아채지 못한다. 주식시장이 온통 사기판인데도 눈뜬 장님, 천하태평, 모르쇠다. 이해 불가의 책임 해태는 능력부족에 의지박약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금융증권범죄수사부를 없애버린 전 정권도 힘을 보탰다. 전세사기로 아까운 목숨을 앗아간 범죄는 누구 책임인가. 이 지경이 되도록 당국자는 눈곱만큼의 정보도 없었다. 도둑과 강도가 없어졌다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나. 전셋집에 도둑이 들어 패물을 훔쳐 갔다 해도 목숨까지야 버리겠는가. 강도·폭력보다 지능범죄가 더 무서움을 이제야 알아채고 있다. 통계적으로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사기범죄 1위국이다. 수사체계를 가다듬어 지능범죄, 디지털사기로 집중해야 한다. 공권력 회복은 한시가 급하다. 공권력 강화를 민주화의 후퇴와 동일시하는 것은 큰 잘못이다. 범죄를 몰아내 자유와 안전을 보장하는 게 바로 민주화다. tonio66@fnnews.com 손성진 논설실장 tonio66@fnnews.com 손성진 논설위원
2023-05-22 18:3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