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싱가포르 기반 이커머스 기업인 큐텐 계열사들의 대금 미정산 사태가 일파만파 확산되면서 재무구조가 취약한 기업들이 많은 패션·명품 플랫폼 업계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티몬·위메프 사태로 소비자들의 신뢰가 무너지면 재무 상태가 좋지 않은 패션 플랫폼도 잇달아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패션 플랫폼 상당수 자본잠식 상태 29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이 최근 국내 주요 이커머스 기업들을 대상으로 입점사 대금 정산 현황에 대한 긴급 점검에 나선 가운데, 점검 대상에 종합몰 외에 패션을 포함한 버티컬 플랫폼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지연 정산 여부, 입점사 이탈 여부, 미정산 잔액, 선불충전금 등의 현황을 파악하는 데에 주력하고 있다. 이번에 티몬과 위메프의 대금 미정산 사태가 사실상 운전 자금이 바닥난 수준의 취약한 재무구조에서 촉발됐다는 점에서 '유동자산 현황'도 필수 점검 대상이다. 유통 업계에서는 이번 티몬과 위메프 사태를 계기로 더 이상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계획된 적자'라는 비즈니스 방식이 살아남기 힘들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현재 패션·명품 플랫폼 중에서 적자가 지속돼 미처리 결손금이 존재하거나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곳은 에이블리, 브랜디, 발란, 트렌비, 머스트잇, 퀸잇, 크림 등이다. 에이블리의 경우 2015년 법인 설립 이후 2022년까지 7년 연속 적자가 이어진 탓에 쌓여있는 결손금만 2042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3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으나 누적 결손금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게다가 부채총계가 1672억원으로 1129억원인 자산 총계보다 많아서 마이너스 543억원 수준의 자본잠식에 빠져 있다. 여성 패션앱 브랜디, 남성 패션앱 하이버를 각각 운영 중인 뉴넥스도 지난해 말 기준 미처리 결손금이 1921억원에 달한다. 특히 자산에서 부채를 뺀 자본총계가 2022년 527억원에서 지난해 56억원으로 급격히 쪼그라들면서 유동성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명품 플랫폼 시장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소위 '머트발'로 불리는 머스트잇, 트렌비, 발란 3개 업체들은 각각 236억원, 654억원, 785억원의 대규모 미처리 결손금이 남아 있다. 트렌비와 발란은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반토막나기도 했다. 발란은 지난해 말 기준 부채총계가 자산총계보다 많은 자본잠식에 빠졌고, 이에 대해 외부 감사인도 감사보고서를 통해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 능력에 유의적 의문을 제기할 만한 중요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4050 패션 플랫폼 '퀸잇'을 운영하는 라포랩스와 리셀 플랫폼 '크림'을 운영하는 네이버 손자회사 크림에서도 대규모 적자가 이어졌다. 라포랩스는 지난해 말 기준 누적 결손금이 502억원이지만, 자본 총계가 2021년말 35억원에서 2023년 263억원으로 크게 늘기도 했다. 네이버 크림도 2023년 감사보고서를 살펴보면 자산총계(2771억원)보다 부채총계(5351억원)가 더 많아서 마이너스 2580억원 수준의 자본잠식 상태다. 2020년 서비스 론칭 이후 쌓인 누적 결손금이 3414억원에 달한다. 그나마 크림의 경우 실질 지배기업인 네이버로부터 수백억원씩 자금을 차입받고 있다. 무신사·W컨셉은 안정적 사업구조 대부분의 패션 버티컬 플랫폼들이 적자와 취약한 재무구조에 봉착했지만 탄탄하고 안정적인 사업을 바탕으로 위기에서 비껴난 곳도 있다. 오프라인으로 확장하고 있는 무신사와 W컨셉이 대표적이다. 무신사의 경우 지난해 연 매출이 1조원에 살짝 못 미치는 9931억원에 달한다. 임직원 주식보상에 따른 일회성 비용으로 86억원의 영업적자가 발생했으나 현금성 자산이 4200억원에 달하고 자본총계도 6800억원 이상이다. 패션 업계에 따르면 무신사는 올해 상반기 기준 이익을 내고 있으며 이를 토대로 오프라인 등 신사업에 재투자하는 안정적인 선순환 구조를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그룹 계열의 W컨셉도 2022년과 2023년에 연달아 흑자를 냈으며 연 매출은 지난해말 기준 1455억원 수준이다. 또 재무제표상 W컨셉은 결손금이 존재하지 않으며 자본총계도 164억원을 갖추고 있다. 다만 지난해 영업이익이 582만원으로 전년도 31억원에서 급감하기도 했다. 한 회계법인 대표 회계사는 "이커머스를 포함한 플랫폼 시장에서 기업을 평가하고 검증하는 잣대로 재무 건전성의 비중이 한층 더 높아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라며 "반대로 말하면 얼마나 안정적인 사업 구조와 유동성을 갖추고 있느냐에 따라 경쟁의 희비가 엇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wonder@fnnews.com 정상희 기자
2024-07-28 14:27: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