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 Korea is so screwed(대한민국 완전히 망했네요). Wow!. That is, I've never heard of that low a fertility rate(그 정도로 낮은 수치의 출산율은 들어본 적도 없어요). That is amazing(엄청나네요). 지난 2022년 0.78이라는 출산율을 듣고 놀라움을 금치 못 했던 미국의 페미니스트 석학이 올해 합계출산율 0.68대를 앞두고 있는 대한민국에 뼈 있는 충고를 내놨다. 조앤 윌리엄스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법대 명예교수는 최근 EBS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영상 ‘창사특집 조앤 윌리엄스와의 대화’ 예고편에서 “돈을 준다고 아이를 낳지 않는다”며 “아이 낳기를 강요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윌리엄스 교수는 “한국 청년들은 아이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하지 않았다”며 “그들은 아이를 낳을 수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녀는 미국의 법학자로, 노동법 전문가이다. 노동계급론과 함께 페미니스트로서 여성임금 등에도 목소리를 낸다. 윌리엄스 교수는 지난 7일 공개된 예고편에서도 “한국에서 야망 있게 일하면서 아이를 책임지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며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낸 과거의 노동 방식이 현재 한국 사회를 약화시키고 있다. 필요한 것은 일하는 방식의 혁명”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앞서 윌리엄스 교수는 지난해 8월 EBS 다큐멘터리 ‘인구대기획 초저출생’에 출연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당시 그는 2022년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0.78명이란 사실을 전해 듣고 “대한민국 완전히 망했네요, 와!”라며 머리를 움켜쥐었다. 손으로 입도 틀어막으며 “그 정도로 낮은 수치의 출산율은 들어본 적도 없다”고 했다. 한편 합계출산율은 가임기 여성이 평생 낳는 자녀 수를 나타내는 수치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68명으로 예측된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2024-06-15 20:44:47[파이낸셜뉴스] 가브리엘 보리치(37) 칠레 대통령이 4년여간 연인 관계였던 이리나 카라마노스(34)와 결별했다고 밝혔다. 전세계 최연소 국가지도자인 만큼 해당 사실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직접 공개했다. 16일(현지시간) 보리치 대통령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몇 주 전 저와 이리나는 미래에 대한 서로 다른 비전이 있음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각자의 길을 가기로 결정했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 사실을 비공개로 남긴다면 좋았겠지만, 두 사람 모두 이야기를 직접 하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해 밝힌다"라고 했다. 보리치 대통령은 전 연인 이리나에 대해 "비범하고 관대하며 총명하고 날카로운 여성"이라고 칭찬했다. 이어 "나는 이리나에 대해 비난할 만한 게 하나도 없다. (이리나를) 무한히 존경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타인의 불행을 바라는 이들에게 말하고 싶은건 우리는 괜찮고, 둘 다 다른 파트너가 없으며, 모든 것이 오랫동안 논의됐다는 것이다"라며 "국정 운영에 한 치의 흔들림이 없도록 제 임무에 집중하겠다는 말씀을 드린다"라고 강조했다. 앞서 칠레 일간지 라테르세라와 엘메르쿠리오는 두 사람이 최근 4년여간 함께 생활해 왔다고 보도한 바 있다. 최근 행사에서 이리나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보리치 대통령과 그의 관계를 의심하는 각종 추측이 나왔고, 이에 보리치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 한편 이리나는 페미니스트 활동가이자 사회학자다. 지난해 3월 보리치 대통령 취임 후 '영부인 의무'를 앞장서 개혁하면서 화제가 됐다. 그는 "남편 직업 때문에 개인의 삶이 망가져서는 안 된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 12월 이리나는 대통령 배우자에게 당연직으로 주어지던 대통령실 사회문화조정관 직책을 내려놓았고, 아예 조직 해산도 요청했다. 이에 보리치 대통령은 여성·어린이·가족 관련 재단 운영을 관장하는 조정관 업무를 유관 정부 부처로 모두 넘기기도 했다. helpfire@fnnews.com 임우섭 기자
2023-11-17 06:58:09[파이낸셜뉴스] "머리카락이 짧으면 페미니스트인가요?" "페미니스트면 맞아야 하나요?" 최근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한 여성이 머리카락이 짧다는 이유로 20대 남성으로부터 "페미니스트 아니냐"며 무차별 폭행을 당한 가운데 이에 공분한 여성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여성 숏컷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이 캠페인은 피해 여성에 대한 연대와 함께, 페미니스트면 맞아야 한다는 남성 주장에 대한 반박 메시지다. 경찰에 따르면 20대 남성 A씨는 지난 4일 새벽 진주시 하대동의 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 중이던 20대 여성 B씨를 폭행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A씨는 B씨가 '머리카락이 짧다'는 이유로 주먹으로 때리고 발로 차는 등 폭행했다. 말리려던 50대 손님 C씨도 여러 차례 폭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가게에 비치돼 있던 의자를 사용해 가격하기도 했다. A씨의 폭행으로 B씨는 염좌, 인대 손상 등을 입고 귀 부위를 다쳤다. C씨는 어깨와 안면부에 골절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범행 당시 B씨에게 "머리가 짧은 걸 보니 페미니스트"라며 "페미니스트는 좀 맞아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페미니스트' 운운하며 여성 폭행한 남성…'숏컷'한 여성들 SNS서 분노 메시지 표출 사건을 접한 여성들은 각종 SNS를 통해 분노의 메시지를 내고 있다. 6일 SNS '엑스'(옛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에는 여성들이 해시태그 '#여성_숏컷_캠페인'을 달고 자신의 짧은 머리카락, 이른바 '숏컷'을 인증하는 게시물들이 올라오고 있다. 여성들은 "머리카락이 짧다고 폭행당할 수 있다는 현실은 말도 안 된다", "머리카락 짧으면 맞아야 하나" 등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른바 '숏컷 캠페인'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21년 열린 도쿄올림픽 당시 짧은 헤어스타일을 선보인 양궁 국가대표 안산 선수가 일부 남성 네티즌들로부터 '페미니스트'라고 비난 받았을 당시에도 해당 캠페인이 일어난 바 있다. 당시 네티즌들은 안 선수에게 "여대에 숏컷. 페미 조건을 갖췄다", "여대 출신 숏컷은 90% 이상 확률로 페미다" 등 말을 쏟아냈다. 이에 신체심리학자 한지영씨는 자신의 SNS에 올린 글에서 "여성 국대 선수 헤어스타일로 사상 검증이라"고 지적하면서 "우리 여성 선수 선전을 기원하며 #여성_숏컷_캠페인 어떤가요. 바야흐로 숏컷 하기 좋은 계절"이라고 숏컷 캠페인을 제안하고 나섰다. 배우 구혜선은 인스타그램에 "숏컷은 자유^^"라는 글과 함께 짧은 머리를 한 채 환하게 웃고 있는 사진을 올리며 캠페인에 동참했다. KBS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 김경란도 자신의 숏컷 사진을 올리며 "너무 열이 받아서 올려본다. 숏컷이 왜?"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페미니스트는 죽어 마땅하다" BBC '여성에 대한 피해의식' 보도 영국 BBC 방송은 당시 안산 선수의 숏컷 논란과 관련 "한국 여성들의 '숏컷'은 사회적 변화를 열망하는 움직임"이라는 평가를 내놓은 바 있다. BBC는 '한국 여성들은 왜 숏컷을 주장하나'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짧은 머리를 한 안산 선수가 '페미니스트'로 낙인찍혀 온라인에서 무차별 공격을 받았으며, 이를 옹호하는 '숏컷 캠페인'이 한국 여성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BBC는 숏컷 논란이 한국 젊은 남성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촉발된다며 동기가 '여성에 대한 피해의식'이라고 주장했다. 남성들의 단적인 사례로 BBC는 한 네티즌이 올린 글을 소개하기도 했다. 게시물에는 "금메달을 따서 좋지만, 머리가 짧아 페미니스트 같다. 페미니스트라면 지지를 철회한다. 모든 페미니스트는 죽어 마땅하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한편 경찰은 특수상해 및 재물손괴 혐의로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전했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2023-11-06 10:33:13[파이낸셜뉴스] 신림동 흉기난동 사건과 등산로 성폭행 살인 등 흉악범죄가 이어지는 가운데 ‘여성안심귀갓길' 예산 삭감을 의정 성과로 소개한 국민의힘 소속 최인호 관악구의원의 사퇴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최 구의원은 "페미니스트들이 좌표를 찍고 폭언을 하고 있다"며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21일 서울 관악구의회 홈페이지 참여마당 ‘의회에 바란다’ 페이지에는 최 의원의 사퇴를 촉구하는 게시글이 수백건 올라와 있다. 최 구의원의 사퇴를 요구하는 이들은 그가 자신의 의정 성과로 소개한 ‘여성안심귀갓길’ 예산 전액 삭감이 최근 발생한 강력범죄에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게시자들은 “본인이 겪어보지 않았다고 해서 일어난 범죄들이 없던 일이 되는 것은 아니다. 정책에 들어가는 ‘여성’이라는 단어에만 집착해 멀리 보지 못하는 유치한 행동을 멈춰주셨으면 한다”, “‘여성안심귀갓길’은 단순히 여성만을 위한 정책이 아닌 관악구 주민 전체의 안전을 위한 정책이기도 하다”며 최 구의원의 사퇴를 촉구했다. 앞서 그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 '성평화 최인호'에서 지난해 12월 2023년도 ‘여성안심귀갓길’ 사업 예산을 전액 삭감한 것과 관련해 “역사적인 의미가 있다”라고 평가한 바 있다. 그는 “2023년도 본예산을 심사하는 기간 동안 제가 성과를 낸 사항들에 대해 말씀드린다”며 “여성안심귀갓길 (예산) 7400만원을 전액 삭감하여 안심골목길 사업 (예산으로) 7400만원을 증액했다”고 밝혔다. 비난이 거세지자 최 의원은 유튜브 채널 댓글창을 닫았다. 다만 고정 댓글을 통해 "앞으로도 여성안심귀갓길 글자 써놓고 안전한 곳이라고 믿음을 선동하지 않겠다"며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또 "비상벨과 cctv를 설치하고 사각지대 없는 시설물 배치가 조속히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안타까운 사건을 틈 타 성별을 매개로 정치선동장사 해보겠다는 태도가 바로 관악구의 치안을 훼손해온 것"이라며 "페미니스트들이 책임소재를 묻기 위해 행정적 절차와 사실관계도 파악하지 않은 채 좌표를 찍고 폭언을 하고 있어 해당 댓글 모두 고소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신림동에서 대낮에 일면식도 없는 여성을 성폭행하고 때려 숨지게 한 30대 남성에게 강간살인 혐의가 적용됐다. 21일 관악경찰서에 따르면 병원 치료를 받아오던 피해자 A씨가 19일 오후 사망함에 따라 피의자 최모씨(30)의 혐의를 강간상해에서 강간살인으로 변경했다. 경찰은 사건 당시 최씨가 피해자가 숨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을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최씨는 지난 17일 오전 신림동의 한 공원과 연결된 야산 내 등산로에서 피해자를 때리고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의식불명 상태로 서울시내 대학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으나 숨졌다. 경찰은 최씨 범행이 신상정보 공개 요건에 해당하는지 판단하기 위해 이번주 중 신상공개위원회를 개최할 방침이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2023-08-21 06:40:59[파이낸셜뉴스] 제75회 칸 국제영화제 레드카펫 위에서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여성 강간을 비난하는 나체 시위가 벌어졌다. 프랑스 페미니스트 단체 소속 회원이 러시아군의 만행을 규탄하기 위한 퍼포먼스를 한 것인데 칸 영화제측은 아직 이번 사건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22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에 따르면 이 여성은 지난 20일 옷을 벗고 칸 영화제 스타들이 오르는 레드 카펫에 난입했다. 그의 상체는 우크라이나 국기를 상징하는 파란색과 노란색으로 칠해졌고 검은색으로 '우리를 강간하지 말라'(STOP RAPING US)고 적혀있었다. 그의 속옷 하의와 그 주변에는 피를 상징하는 붉은색 페인트가 칠해졌다. 영화제 보안 요원은 그의 몸을 재킷으로 감싸며 그를 레드 카펫에서 끌어냈다. 당시 영상을 보면 이 여성은 사진 기자들 앞에서 비명을 지르며 무릎을 꿇었다. 이와 관련, 프랑스 페미니스트 단체인 SCUM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SCUM 소속 활동가가 칸영화제에 가 전쟁에서 우크라이나 여성들이 겪은 성 고문을 규탄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칸 영화제 측은 이번 영화제에 러시아 대표단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지지하는 기자들의 출입을 금지한다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지난 3월1일(현지시간) 영화제측은 성명을 내고 우크라이나와 연대할 것임을 밝혔다. 영화제측은 "러시아 공식 대표단을 환영하지 않을 것이다. 또한 러시아 정부와 연관된 이의 참석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고 밝혔다. 이어 "정권에 맞서 싸우는 것을 멈추지 않은 예술가와 영화 제작자를 포함, 우크라이나를 향한 공격과 침략에 항의한 모든 러시아인의 용기에 경의를 표한다"고 덧붙였다. ck7024@fnnews.com 홍창기 기자
2022-05-22 23:35:13[파이낸셜뉴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워싱턴포스트(WP)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나는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고 생각한다"고 한 발언에 논란이 일자, 윤 후보 측이 행정상의 실수라고 8일 해명했다. WP 기자는 윤 후보의 답변을 공개하며 반박했다. 7일(현지시간) 공개된 WP 인터뷰에서 윤 후보는 성평등 문제에 취약하다는 비판과 '윤 후보는 페미니스트인가'라는 질문에 "페미니즘은 휴머니즘의 한 형태로 성차별과 불평등을 현실로 인식하는 것이며, 그것을 바로잡기 위한 운동"이라고 답하며 "그런 점에서 저는 저 자신을 페미니스트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해당 발언은 앞서 페미니즘과는 거리를 뒀던 윤 후보의 기조와 달라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그러나 국민의힘 공보단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어제 보도된 WP 기사는 선대본부가 WP 측에 서면 답변하는 과정에서 행정상 실수로 전달된 축약본에 근거해 작성됐다"며 서면 답변 원문을 공개했다. 원문에서 윤 후보는 "남성과 여성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하는 관점이 아니라 개인이 처한 문제를 개인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해결하고자 한다. 성별을 기준으로 한 구분은 필연적으로 약자에게 사각지대를 만들고, 오히려 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들기 때문"이라며 "남성과 여성을 집합적으로 구분하지 않고 개개인의 문제 해결이라는 관점에서 국정을 운영하겠다. TV 토론회에서 '페미니즘은 휴머니즘의 하나로서 여성을 인간으로서 존중하려는 운동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해당 기사를 작성한 WP 도쿄지국 지사장이자 한국계 기자인 미셸 예희 리는 트위터를 통해 윤 후보로부터 받은 서면 답변을 공개해 반박했다. 해당 답변서에서 윤 후보는 "페미니즘을 해석하는 방식은 다양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토론회에서 '페미니즘은 휴머니즘의 하나로서, 성차별과 불평등을 현실로 인정하고 불평등과 차별을 시정해나가려는 운동을 말한 것'이라고 생각을 밝혔으며, 그런 차원에서 페미니스트라고 생각합니다"라고 적혀 있다. ming@fnnews.com 전민경 기자
2022-03-08 20:30:29몇 주 전 우연히 TV를 틀었더니 대선 토론회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선거 판세가 안갯속이라서 그런지 기 싸움들이 대단했다. 각 당을 대표하여 나온 토론자들이 모두 여성 국회의원이라는 점도 시선을 끌기 충분했다. 의원들이 주도적으로 질문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고 정의당 장혜영 의원의 질문 순서가 되었다. 장 의원은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에게 이렇게 첫 질문을 시작했다. "의원님, 페미니스트이세요? 아니세요?" 개인의 성향을 저렇게 공개적으로 물어도 되나 하는 생각이 순간 들었지만, 국회의원은 공인이니 유권자들의 알 권리가 더 중요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질문은 좋은 질문이 아니다. 질문 자체에서 '페미니스트가 아니면 바람직하지 못함'이라는 뉘앙스를 주기 때문이다. 나만 그렇게 느낀 것은 아닐 것이다. 또 이런 질문은 페미니즘이 '예' '아니요' 두 가지 선택밖에 없는 극단적인 현상으로 인식되게 만든다. 페미니즘도 중간지점이 있고 타협하는 부분이 있기에 '예' '아니요' 두 가지 답안지로 다 해결되기 어렵다. 최근 고 박원순 시장 성폭력 피해자가 '나는 피해 호소인이 아닙니다'라는 책을 발간해 박 시장과 주변으로부터 겪은 고통을 토로했다. 성추행 사건이 알려진 직후, 페미니즘 운동을 통해 권력자가 된 민주당 여성 국회의원들은 그녀를 피해 호소인으로 재빠르게 명명했다. 피해 호소인이라는 단어에는 고 박 시장이 가해자가 아니라는 암시가 들어있다. 2017년 대선에서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도 본인 스스로 페미니스트 대통령으로 자처했지만, 박 시장 성추행 피해 사건에는 침묵했다. 나도 여기서 질문하고 싶다. "박원순 피해자에게 피해 호소인이라고 부르는 사람은 페미니스트일까요? 아닐까요?" 피해에 침묵했던 사람들이나 피해 호소인 명명자들이 어떻게 답변할지 궁금하다. 본인들에게 유리할 때는 페미니즘의 잣대를 들이대어 피해자이고, 불리할 때는 평소의 신념을 버리고 자기 편을 감싸기 위해 신조어를 만드는 결기가 놀랍다. 문재인정부의 여성가족부도 내 편 네 편 젠더 갈라치기를 했다는 비판을 계속 받아왔다. 이런 상황은 전 세계에 유례가 없으니 K-페미니즘이라고 호칭해도 될 것 같다. K-페미니즘 상황에서 페미니즘을 공격포인트로 삼는 것은 국민 다수의 공감을 받기 쉽지 않다. 그동안 정부와 정치권의 주도하에 성평등을 위한 법 개정 등 제도 개선의 성과도 있었지만, 우리나라 페미니즘의 가장 큰 문제는 권력을 향한 숨어 있던 탐욕을 국민에게 드러냈다는 점이다. 본인들의 정파에 따라 페미니즘이 추구하는 가치가 달라서는 곤란하다. 2022년 새해에는 여당이든 야당이든 정파와 상관없이 성평등 개선을 위해 노력하기를 바란다. 말로만 요란하게 페미니스트라고 선언하는 것보다는 행동에 옮기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페미니즘을 상대방을 공격하기 위해서나, 자기가 속한 정치권에 유리하게 이용하려고 악용하지 말자. 유리천장 지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이고 성 격차지수가 세계 최하위권인 우리 사회에 개선해야 할 일들이 아직도 많기 때문이다.이복실 전 여성가족부 차관
2022-01-24 18:35:53국민의힘이 20일 '90년생 페미니스트' 신지예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를 영입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도 전날 민주당 청년선대위가 워킹맘과 도시재상 전문가등을 키워드로 3차 인재영입에 나서는 등 여야가 한동안 멈췄던 인재영입 재개에 나섰다. 신씨는 이날 윤석열 대선 후보 직속기구인 새시대준비위원회 수석부위원장으로 영입됐다. 신씨는 21대 총선을 앞두고 녹색당을 탈당, 총선에서 서대문갑에 무소속으로 출마했고 올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선 무소속 후보로 도전한 바 있다. 신씨는 이날 선대위 합류와 관련해 자신의 페이스북에 "현 정권과 민주당은 부동산 정책으로 우리 청년들의 미래를 빼앗고, 조국의 '아빠찬스' 사태로 우리 청년들이 최소한 살 수 있는 권리를 강탈했다"며 "박원순, 안희정, 오거돈에 이르는 성착취로 또 여성 청년들의 삶을 짓밟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새 시대를 준비한다는 것은 우리가 직면하는 문제를 공공선의 방향으로 해결하겠다는 의지"라며 "그 점에서는 제 마음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새시대준비위는 국민의힘 당적없이 활동이 가능하도록 한 기구로 신씨는 이날 국민의힘 입당은 하지 않았다. 앞서 국민의힘은 전날 전윤철 전 감사원장과 김승규 전 국정원장을 상임고문으로 위촉했다. 전 전 원장은 김대중 정부에서 기획예산처 장관,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을 거쳐 노무현 정부에서 감사원장을 지냈다. 김 전 원장은 노무현 정부에서 법무장관과 국정원장을 지냈다. 이에 질세라 더불어민주당도 전날 워킹맘, 도시·빈집재생 전문가 등 3명을 '청년 선대위원'으로 영입했다고 밝혔다. 청년선대위 합류 3인은 30대 워킹맘 권아름씨, 사회적기업 '에이엠피' 대표이사 임재현씨, 사회적기업 '빈집은행' 대표 최환씨다. 민주당 청년선대위는 이들 영입과 관련해 "청년 문제를 현장에서 직접 경험한 분들이 선대위 활동을 통해 청년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변화를 만들어 낼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다만 여야 대선 캠프의 영입 재개가 외부인사 영입이라는 겉모양새 갖추기에만 급급한다면 오히려 대선 캠프에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여야가 영입 후 과거 발언 논란 등으로 사퇴한 조동연 교수, 노재승씨 사태가 재현될 수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치권 내부에선 무분별한 외부인사 영입 경쟁보다는, 사전 검증 강화를 비롯해 당 또는 후보와의 정체성 부합 여부 등을 구체적으로 검증하는 절차가 절실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cerju@fnnews.com 심형준 기자
2021-12-20 17:53:56[파이낸셜뉴스] 김병준 국민의힘 상임선대위원장의 '예쁜 브로치' 발언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김 위원장이 민주당의 조동연 서경대 교수 영입을 "전투복을 입고 아주 예쁜 브로치 하나를 다는 것"이라고 한 데 대해 여야 설전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 전용기 의원은 1일 페이스북에 "국민의힘의 비틀린 성 인식과 돌출 행동은 잊힐만하면 단골 메뉴로 등장한다"면서 야당의 '젠더 감수성'을 비판했다. 이어 전 의원은 "여성에 대한 혐오와 비하는 곧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을 정당화하는 문화와 인식을 만들어내는 것"이라며 "일종의 차별 선동행위"라고 일갈했다. 특히 국민의힘 선대위에 합류한 이수정 교수를 향해 "젠더감성 대가이신 이수정 교수는 이 발언에 어떤 입장인가"라고 묻기도 했다. 앞서 김병준 위원장은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조동연 교수 영입에 대해 "민주당이나 진보 운동하는 분들이 잘하는 하나의 양태인데 보면 실질과 관계없이 일종의 모양 갖추기, 그런 걸 잘한다"면서 "굉장히 솔직하게 말하자면 아주 예쁜 브로치 하나를 다는 것이다. 액세서리 같은 기분이 들었다"고 말해 논란이 됐다. 고용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를 두고 "대한민국 군인과 전문직 여성의 명예를 훼손한 망발"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고 대변인은 "공당의 영입 인재를 장식품으로 묘사하는 건 그의 인생관과 의식 수준을 반영한다"면서 '시대착오적'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고 대변인은 "김 위원장의 이번 망발은 자기 전문 분야에서 활약하는 청년들의 꿈을 폄하고 부정한 것"이라며 "우리는 타당의 인재를 폄하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했다. 논란이 커지자 김 위원장은 "여성을 겨냥한 것이 아니다"라며 진화에 나섰다. 김 위원장은 "여성이 아니라 겉만 화려한 이력을 가진 사람의 영입을 지적한 것"이라며 "특히 그분의 화력한 경력이 사실이 아니란 의혹이 일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 위원장은 스스로를 "딸 둘 가진 페미니스트"라고 규정하고, "액세서리나 브로치를 여성만이 사용하는 것이란 인식이 놀랍다"고 반격했다. 김 위원장은 "남성이라도 같은 표현을 썼을 것"이라며 '화려한 이력'을 영입하는 민주당을 비판했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
2021-12-01 17:59:59[파이낸셜뉴스] 퇴임을 앞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처음으로 자신이 페미니스트임을 표명했다. 16년간 독일 총리를 역임해온 메르켈은 그동안 페미니스트에 대한 자신의 입장 표명을 피해왔다. 8일(현지시간) 독일 공영방송 도이치벨레(DW) 보도에 따르면, 이날 메르켈 총리는 나이지리아 출신 소설가이자 페미니스트인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와 함께 한 행사를 마치고 기자들에게 이같이 밝혔다. 메르켈 총리는 "본질적으로 남성과 여성이 사회 참여와 삶 전반에서 동등해야 한다는 건 사실이다"라면서 "그런 점에서 '나는 페미니스트'라고 말할 수 있다"고 했다. 지난 2017년 메르켈 총리는 베를린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여성경제정상회의에서 본인이 페미니스트냐는 질문에 직접적인 답변을 내놓지 못해 비판과 실망을 불러일으켰다고 DW는 보도했다. 하지만 이날 메르켈 총리는 당시의 논란과 관련해 "예전에 그 말을 할 때는 조금 부끄러웠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그에 관해 더 숙고했고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한다고 말할 수 있다"고 밝혔다. 메르켈 총리는 지난 2014년 제12회 서울평화상을 받았고, 지난 2011년 미국 타임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뽑힌 바 있다. 메르켈 총리는 오는 9월 26일 예정된 독일 연방하원의원 총선거를 끝으로 퇴임한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 기자
2021-09-09 14:3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