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미국과 영국, 캐나다 등의 국가에서 원숭이두창 백신 접종이 시작됐다. 이들 국가의 백신 접종은 전면 의무 접종이 아닌 '포위접종(ring vaccination)' 방식이다. 포위 접종은 감염 위험이 큰 위험군부터 백신 접종을 시작하는 것을 뜻한다. 오늘 10일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따르면 미국, 영국, 캐나다에서 원숭이두창 지역 확산을 막는 방법으로 '포위접종'이 시작됐다. 포위접종은 발병지역 또는 감염자 주변을 접종하는 것이다. 바이러스 확산과 감염 위험에 따라 예방접종을 하는 보호 고리를 만들어 질병 확산을 감소시키기 위한 방법이다. 포위접종의 시작은 원숭이두창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이나 밀접접촉자, 접촉 가능성이 큰 의료진들이다. 두 번째 고리(접점의 접점)는 그 이웃과 가족 구성이다. 원숭이두창 백신 접종을 시작한 국가들은 모두 밀접접촉 가능성이 큰 고위험군에 대해 제한적으로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이같은 포위접종은 아프리카 지역에서 에볼라 바이러스가 지역 사회에 퍼지기 시작했을 때도 세계보건기구(WHO)와 현지 방역당국이 사용했던 방식이다. 사람뿐 아니라 돼지 콜레라 등의 감염병 유행을 억제할 때도 포위접종 방식이 적용했다. 윤석열 정부 또한 전 국민을 대상으로 전면 의무 백신 접종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어서 우리나라도 포위접종 전략을 실시할 가능성이 높다. 두창 백신이 부작용 사례가 보고됐고 일반 대중에 접종하기엔 위험대비 이득이 크지 않아서다. 또 백신 접종 방식이 까다로워 하루에 많은 사람에게 접종하기 어렵고 임신부나 소아 등 취약계층에 백신 접종을 할 수 없다는 점도 이유로 꼽힌다. 이와 관련,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최춘식 의원은 "질병관리청으로부터 향후 두창 백신 접종시 백신패스를 시행하지 않겠다는 확인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ck7024@fnnews.com 홍창기 기자
2022-06-10 07:01:31[파이낸셜뉴스] 국내에서 엠폭스(MPOX·원숭이두창) 환자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확진자 대다수가 성관계로 인해 전파됐으며, 이 중 84%가 남성 동성애자인 것으로 파악됐다. 당국은 대규모 유행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엠폭스 백신 접종을 하는 '포위접종' 도입 여부를 논의하기로 했다. 엠폭스 신규 확진자 모두 내국인 26일 임숙영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상황총괄단장은 충북 오송 질병관리청에서 국내 엠폭스 확진자 역학조사 경과를 발표했다. 국내 엠폭스 확진자 수는 전날 31번째 확진자 발생 이후 3명이 추가돼 총 34명이 됐으며 신규 확진자는 모두 내국인이다. 국내 첫 엠폭스 환자의 주치의기도 했던 김진용 인천광역시의료원 감염내과 과장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 참석해 "고위험군이 아닌 국내 일반 인구에서는 전파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세계보건기구(WHO) 자료를 인용해 "현재까지 세계적으로 보고된 엠폭스 환자 중 성적 지향성을 확인할 수 있었던 3만여명 중 84.1%가 남성 동성애자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전파 양식을 확인할 수 있었던 약 1만8000건 중 82.1%가 성관계를 통한 전파사례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에서도 아마 해외와 비슷한 전파 양식을 추정해 볼 수 있으므로 참고할 만한 내용"이라며 "엠폭스는 치명률이 0.13%으로 위험도가 낮고 성접촉과 밀접한 피부 접촉에 의한 제한적 전파 양상을 가지고 있어 국민이 예방수칙을 준수하고 협조해 주면 충분히 관리 가능하다"고 말했다. 질병청, 3세대 두창백신 5000명분 도입 한편 질병청은 고위험 시설 내 접촉자 등 밀접 접촉자를 대상으로 검사와 백신 접종을 적극 안내하고 있으며, 노출 전 접종 대상 확대에 대해 방역상황 및 필요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예방접종전문위원회에서 논의할 방침이다. 질병청은 지난해 8월 엠폭스 백신인 3세대 두창백신 5000명분(1만 도즈)을 도입했다. 전날 기준 의료진, 역학조사관, 실험실 요원 등 140명이 노출 전 접종을 받았으며, 확진자의 밀접접촉자 1명이 노출 뒤에 접종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 단장은 "방역당국은 의심 환자의 조기 발견과 신속 진단을 통한 전파 차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
2023-04-26 13:36:37【파이낸셜뉴스 인천=한갑수 기자】 인천시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지난 3년 여간 추진해온 검사, 방역, 점검 등의 기록을 담은 ‘인천시 코로나19 백서’를 발간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번 백서는 총 6장으로 구성됐으며 2020년 1월 첫 환자가 발생한 이후 확진자 관리, 생활치료센터 운영, 시설 방역 및 점검 등 전반적인 대응과정을 담고 있다. ‘파트1 한눈으로 보는 코로나19’에서는 코로나19 발생 및 타임라인, 환자 현황 및 치료.관리 등 내용이, ‘파트2 코로나의 초동(初冬), 인천시의 초동(初動)’에서는 재난대책본부 운영, 주요 부서 코로나19 초기 대응, 진단검사소 및 예방접종센터 설치 등이 그려져 있다. ‘파트3 코로나19를 포위하라’에서는 다중이용시설 점검, 행정명령 등 내용이, ‘파트4 코로나 총력전, 대반격의 시작’에서는 선제적 방역대책 및 신속한 지원정책 등이 기록돼 있다. ‘파트5 상처를 넘어 치유로! 민생이 먼저다’에서는 대시민 심리지원 추진, 위축된 지역상권 살리기 대책, 코로나 19 홍보 및 시민소통 등의 내용이, 마지막 장인 ‘파트6 반성이 곧 완성, 포스트 코로나 준비’에서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선제적 대응, 새로운 감염병 대비, 코로나19 이모저모 등이 담겨 있다. 시는 이번 백서가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유사한 감염병에 대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관계 기관에 배부할 계획이다. 박병근 시 시민안전본부장은 “백서에 실린 실린 여러 사례들이 인천의 새로운 미래를 그릴 수 있는 소중한 밑바탕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kapsoo@fnnews.com 한갑수 기자
2022-11-15 10:02:45[파이낸셜뉴스]원숭이두창 치료제인 '테코비리마트'가 504명분이 오는 9일 국내에 도입될 예정이다. 아울러 방역당국은 원숭이두창 예방에 효과가 있는 3세대 두창 백신 '진네오스' 5000명분(1만도즈)을 국내 공급하기 위한 계약의 협상도 진행 중이다. 5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원숭이두창 대응을 위해 치료제와 백신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방역당국은 치료제가 국내 도입되면 전국 17개 시도의 원숭이두창 치료 지정 병원에 공급해 활용할 예정이다. 이날 오전 임숙영 중앙방역대책본부 상황총괄단장은 정례브리핑에서 "도입되는 치료제 물량은 초기 대응에 충분한 수준"이라며 "향후 발생 양상을 고려하면서 필요하면 추가로 도입하겠다"며 "원숭이두창은 증상이 경미한 경우가 많아 원숭이두창 전용 치료제를 사용하지 않고도 증상이 호전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3세대 백신인 진네오스는 1명당 4주 간격으로 2회 접종하는 방식이다. 현재 방역당국은 해외 제조사(바바리안 노르딕)와 공급 계약을 진행하고 있으며, 계약이 완료되면 구체적인 도입 시기 등을 발표할 예정이다. 앞서 방역당국은 진네오스 긴급도입을 요청했고, 이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국가필수의약품 안정공급협의회 심의를 거쳐 지난 1일 국내 긴급도입을 인정했다. 현재는 정부가 비축한 2세대 두창 백신을 활용해 원숭이두창 예방접종을 하고 있다. 임 단장은 "원숭이두창의 전파방식과 전파력을 고려했을 때 백신을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광범위하게 접종할 필요성은 없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와 함께 "밀접접촉자는 14일 이내 접종해야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에 밀접접촉자 중심으로 한 '포위접종' 방식으로 접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전날 기준 원숭이두창은 총 59개국에서 6157명이 확진된 것으로 확인된다. 국내 확진자는 1명이다. 방역당국은 원숭이두창 24시간 종합상황실과 즉각대응팀을 설치하는 등 대응체계를 구축했다. 임 단장은 "원숭이두창 발생 국가를 방문·여행하는 국민들에게는 현지에서 유증상자나 야생동물과 접촉을 피하고, 마스크 착용, 손 씻기 등 개인 위생수칙을 준수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귀국 후 3주 이내 발열, 오한, 수포성 발진 등 의심 증상이 나타나면 동거인을 포함한 주위 사람들과 접촉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며, 주소지 관할 보건소로 신속히 신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
2022-07-05 14:30:57[파이낸셜뉴스]국내에서 원숭이두창 감염 환자가 처음 발생한 뒤 감염 증상과 치료·예방법 등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원숭이두창의 치명률은 어떠한지, 대유행위 가능성은 없는지 등에 대한 관심도 증대 중이다. 5일 오전 김남중 대한감염학회 이사장(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은 중앙방역대책본부 정례브리핑에서 "(원숭이두창의 주 전파 경로는) 밀접 접촉에 의한 전파이기 때문에 대유행을 일으킬 가능성은 아예 없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또한 "언론에서 (원숭이두창 사망률)을 3~8%로 보도해 많은 국민이 염려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하지만 미국과 유럽 등 비풍토지역은 사망자가 없는 등 (언론의 보도와 사실이)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파이낸셜뉴스는 이날 발표를 토대로 원숭이두창에 대한 궁금증을 문답형식으로 정리해봤다. ―원숭이두창은 어떤 질병이고 국내·외 얼마나 발생했는가. ▲원숭이두창은 원숭이두창 바이러스에 발생하는 희귀감염병이다. 1958년 사육된 원숭이들이 수두와 비슷한 질병이 처음 발견돼 '원숭이두창'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지난 4일 기준 국내 확진자는 1명이고, 전 세계적으론 총 59개국에서 6157명이 확진된 상황이다. 국내 확진자의 건강 상태는 양호하다. 원숭이두창의 주된 감염·전파 경로는 '밀접 접촉', 주요 증상은 발열과 발진이다. 다만 수두와 헷갈릴 수 있다. 발열, 두통, 요통 등을 시작으로 1~3일 후에 발진 증상을 보인다. 이 발진이 독특한데 반점→수포(물집)→딱지 순서로 진행된다. ―원숭이두창과 수두는 어떻게 구별되는가. ▲발열, 두통, 근육통, 요통, 권태감 등의 전구증상이 나타난 2~3일 후에 발진이 시작되며 발진이 변화하는 것도 비슷하다. 하지만 림프절 비대가 원숭이두창에서는 특징적으로 잘 관찰되나 수두에서는 흔하지 않다. 또한 손발바닥의 피부병변이 원숭이두창에서는 흔하나 수두에서 역시 흔하지 않다. 원숭이두창은 반점→수포→농포→딱지 순서로 변하는 피부병변의 변화가 비슷하게 일어나서 유사한 모양의 병변을 보이나 수두에서는 병변의 변화 시점이 서로 다르다. ―원숭이두창을 예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코로나19 유행 때부터 강조되고 있는 게 개인위생, 특히 '손 위생'이다. 또 동물이나 원숭이두창이 의심되는 환자와 밀접접촉을 피하는 게 필요하다. 2m 이내에 밀접접촉하게 되는 경우에는 마스크가 도움이 된다. ―혹시 코로나19처럼 대유행 상황으로 가지 않을 것인가. ▲원숭이두창의 주 감염·전파 경로는 밀접접촉이다. 새로운 환자가 유입될 가능성은 충분히 있고 이러한 유입된 환자의 밀접접촉을 통해 새로운 국내 환자가 발생할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비말 또는 공기 전파 가능성이 희박해 코로나19 유행처럼 대유행을 일으킬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원숭이두창의 위험성은 어떤가. 사망률이 3~8%로 알려져 있다. ▲과장이다. 풍토병화된 아프리카의 경우 중앙아프리카 유전형의 사망률은 10.6%, 서아프리카 유전형의 사망률은 4.6%로 집계됐다. 그러나 서아프리카 유전형을 유럽과 미국을 포함했을 시 사망률은 3.6%로 내려간다. 이처럼 결괏값에 따라 모든 국가를 합쳐보면 8.7%가 된다. 중앙아프리카 유전형의 아프리카 내 (사망자) 숫자가 압도적으로 많아서다. 비풍토지역에서는 현재 5000명 이상 발생했으나 사망자가 없다. 비풍토지역에서도 사망자가 나올 수는 있지만 사망률을 3~8%로 보는 건 과장이다. ―원숭이두창 증상 중 하나로 발진이 언급됐는데, 완치 후 피부에 흉터가 남는가. ▲두창의 경우 얼굴에는 흉, 의학적으로 '반흔'이라는 현상을 남기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원숭이두창은 두창에 비해 전체적으로 경미한 감염병이다. 김남중 학회장은 "반흔을 남기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돼 있다. 회복까지도 어느 정도 흉, 반흔이 남을 수 있지만 시간이 가면서 점차 엷어지고 대부분 없어진다"고 설명했다. ―확진자와 접촉자에 대한 격리기준은. 격리해제자는 전파 가능성 없는가. ▲원숭이두창 환자 밀접 접촉자는 노출 위험도에 따라 고위험·중위험·저위험의 세 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고위험군은 동거인 또는 성 접촉자, 중위험군은 보호구를 미착용한 상태에서 만난 상태, 이외 접촉자는 저위험군이다. 고위험군에 한해 접촉일부터 21일간 자가격리가 이뤄진다. 중위험군은 보건소에서 상태를 묻는 '능동 감시', 저위험군은 혹시라도 의심 증상 발현 시 당국에 신고하는 '수동 감시' 방법으로 관리된다. 확진자의 경우 감염력이 없어질 때까지 병원 치료병상에서 입원 격리를 한다. 원숭이두창 관련 증상이 없고, 피부의 병변 부위가 회복돼 딱지가 완전히 떨어져 "감염력이 없다"고 의료진이 판단할 때까지 격리를 한다. ―일반 국민들도 원숭이두창 백신 접종이 필요한가.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광범위한 예방접종을 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 밀접 접촉자의 경우 14일 이내 백신을 접종했을 때 접종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이들 중심으로 포위 접종의 방식으로 접종을 하게 된다. 현재 정부는 3세대 두창 백신 5000명분 도입에 대해 제약사와 구매 협의를 하고 있다. ―현재 원숭이두창을 치료할 치료제는 있는가. ▲우선 증상이 경미한 경우가 많아 원숭이두창 전용 치료제를 사용하지 않고도 증상이 호전되는 경우가 많다고 알려져 있다. 국내 첫 확진자도 원숭이두창 전용 치료제 없이 상태가 많이 호전됐다. 다만 정부는 해외에서 원숭이두창 치료제로 승인된 '테코비리마트'를 이번주 504명분 도입할 예정이다. 국내에 도입되면 전국 17개 시도 지정 병원에 공급된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
2022-07-05 14:21:33【파이낸셜뉴스 도쿄=조은효 특파원】 "권력이란, '정책'을 실현하는 데 있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죠. 그래서 권력을 잡기 위한 싸움이 있는 것이고, 권력투쟁에서 이긴 자, 힘을 쥔 자가 정책을 완수할 수 있는 것이죠."(아베 신조 전 총리) "아베 전 총리, 당신에게 있어 권력이 무엇이냐"는 질문(올 1월 일본 NHK 스페셜 중)에 대한 일본의 역대 최장수 총리, 아베 신조의 답변이다. 퇴진과 동시에 정계에서 사라지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나, 총리직에서 사임한 지 1년 6개월이 지나도록, 아베 전 총리는 여느 역대 일본 총리들과 보수의 구심점 노릇을 하며 여전히 권력 싸움의 한복판에 서있다. 비원인 개헌을 완수하기 전까지, 물러나도 물러난 게 아니라는 것이다. 현재 그 싸움의 대상은, 단연, 정치기반이 취약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다. 자민당 최대 파벌(의원 94명)인 아베파를 이끌며, 외교안보 등 정책사안을 놓고 사사건건 기시다 정권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천을 보류하려던 기시다 총리의 구상을 틀어버린 것도 아베 전 총리다. 과거 총리와 외무상으로 연을 맺은 두 사람은 사실 정치적 뿌리부터가 다르다. 기시다 총리가 '경무장, 경제발전, 아시아 외교 중시' 등을 기본 정체성으로 하는 자민당 명문 파벌 '고치카이(굉지회, 현 기시다파)의 프린스'로 불려왔다면, 아베 전 총리는 '재무장, 개헌, 보통국가화'를 추진한 극우 정치인인 외조부 기시 노부스케를 정신적 지주로 삼고 있는 '기시가문의 도련님'이다. 그런데 최근 이 싸움이 더 복잡해지고, 격렬해지는 양상이다. 아베 전 총리가 2월 말, 우크라이나가 핵이 없어 당했다며, 미국의 핵을 일본으로 들여오자는 '핵 공유' 주장으로 일본 정가에 파문을 일으킨 것이다. 그의 고모부 사토 에이사쿠 총리(1964~1972년 재임)가 주창, 1971년 이래 일본이 사실상 국시로 하고 있는 비핵화 3원칙(핵을 가지지도, 만들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의 근간을 뒤흔드는 주장이다. "아베 전 총리의 기시다 총리 괴롭히기다." 일본 정가에서는 아베 전 총리의 핵 공유 주장에 대해 '피폭지' 히로시마 출신으로 '비핵화, 핵군축'을 정치적 신조로 내세우고 있는 기시다 총리를 향해 도발의 수위를 높인 것이란 분석이 많다. 기시다도 나름 반격을 준비하고 있는 모양새다. 자신의 불안정한 정치기반을 보완하기 위해 아베의 맹우, 아소 다로 자민당 부총재를 끌어들여, '범고치카이'를 결성하는 것이다. 뜻대로 된다면, 아베파를 누르고, 자민당 최대 파벌로 등극하게 된다. 흥미롭게도 최근 여기에 변수 하나가 더 가세했다.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다. 무파벌인 그가 파벌 결성을 위한 준비작업에 돌입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장래 스가파가 누구와 손을 잡느냐가 향후, 권력구도의 잠재 변수로 부상한 것이다. 올 봄, '아베, 스가, 기시다', 전현직 총리 3명이 최고 권력을 향한 치열한 수싸움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 "아베가 가장 못견딘 건 韓中에 대한 저자세 외교" 아베 노선 계승을 천명한 스가 전 총리와 달리, 기시다 총리는 아베 전 총리의 최대 치적으로 불리는 아베노믹스(아베 내각의 경제정책기조)의 한계점을 부각시키며, 분배를 가미한 자신의 경제기조인 '새로운 자본주의'를 전면에 세웠다. 1억 총활약이니, 일하는 방식의 개혁 등 아베표 정책들도 줄줄이 폐기됐다. 아베 전 총리는 최근 한 인터뷰에선 이런 말을 했다. "정책기조는 바꾸지 말고, 기시다스러운 '양념'만 쳐달라." 아베 유산 줄폐기에 불만을 토로한 것이다. 인사 문제에 대해서도 큰 불만을 가졌다고 한다. 내각 최고 요직인 관방장관에 자신의 사람인 하기우다 고이치를 앉히길 원했지만, 기시다 총리가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은 것이다. '특히, 용서할 수 없는 것'이 중국, 한국에 대한 대응이었다. 지난 1월, 조선인 강제징용 현장인 사도광산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추천하는 문제를 놓고, 기시다 총리의 대응에 폭발했다는 것이다. 당시 기시다 총리는 5월 한국 새 대통령 취임 후 한일관계를 개선할 대화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고 한다. 어차피 한국이 반발하는 상황에서는 현실적으로 등재가 어렵다는 판단도 컸다. 일본 정부의 등재 추천 보류 결정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던 터에, 아베 전 총리가 '한일 역사전쟁'을 띄우며, 공세를 퍼부었다. 곧이어 다카이치 사나에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 '아베 키즈'들이 가세했고, 일본 보수층의 민심이 함께 움직였다. 기시다 총리로선 7월 참의원 선거때까지는 민심을 거스를 수 없는 상황. 결국 아베 전 총리로부터 2통의 전화를 받고는, 사도광산을 유네스코에 추천하기로 방향을 틀고 말았다. 그러던 지난 2월 9일, 둘 사이에 '전략적 임시 휴전'이 이뤄지는 듯 했다. 기시다 총리가 아베 전 총리에게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 자문을 한 것이다. 7월 참의원 선거까지는 전략적으로 협력하자며, 아베에게 화해 손짓을 보낸 것이다. 휴전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18일만인 그 달 27일, 아베가 일본 후지TV에 출연해 난데없이 '핵공유'를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비핵화 3원칙이란 금기를 깨고, 일본도 독일처럼, 미국의 핵무기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피폭지 히로시마를 정치기반으로 하는 기시다 총리를 자극했음은 물론이다. "기시다 총리의 생각은 아무도 모른다"거나 "카멜레온 같다"는 말이 돌 정도로 평소 자신의 생각을 명확하게 잘 밝히지 않는 기시다 총리도 이번엔 발끈했다. 일본 국회 등 공개 석상에서 "핵공유는 비핵화 3원칙에 반하는 것으로 이런 사고 방식을 인정하지 않으며, 그와 같은 논의도 진행할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한 것이다. 기시다 총리는 저서 '핵무기 없는 세상'(2020년)에서 핵군축을 자신의 정치 신념으로 강조하며, 일본 핵무장론의 허실을 짚어낸 바 있다. 하지만, 아베의 핵공유론은 예상외로 파급력이 셌다. 극우정당인 일본 유신회, 자민당 극우세력, 일부 야당은 물론이고, 스가 전 총리까지 가세했다. 핵공유론 한방에 기시다 진영 대 반(反)기시다 구도가 명확해 진 것이다. ■기시다, '범기시다파'로 반격하나 기시다 총리의 움직임도 심상치는 않다. 정권 장기화를 위해 기시다파로 불리는 자민당 명문 파벌인 고치카이의 재건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키맨은 아소 다로 자민당 부총재다. 현재는 파벌이 쪼개졌지만, 아소파 역시, 고치카이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와 더불어, 범고치카이 세력들을 결집에 성공한다면, 120명 정도로, 아베파(94명)을 제치고 단숨에 자민당 최대 파벌로 올라서게 된다. '언제든 끌어내리겠다'고 벼르고 있는 아베, 니카이 등 반(反)기시다 세력들로부터 든든한 방패막이가 될 수 있다. 최근 기시다 총리가 아소 부총재 마음잡기에 열과 성의를 다하는 이유다. 아소 부총재는 올해 82세로 고령이다. 아들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은퇴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데다, 아소파 핵심인사였던 사토 쓰토무 전 총무상를 필두로 총 4명이 파벌을 이탈해 스가 전 총리쪽으로 간 상태다. 아소파의 위상이 전같지 않아, 기시다총리의 손짓이 먹힐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바로 이점을 아베 전 총리가 극도로 견제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기시다 총리에 대한 아베 전 총리의 공세가 이때문이란 분석도 있다. ■ 스가, 권토중래 모색...당 2위 파벌설 아베, 기시다의 공개 싸움에 스가의 표정은 아직까지는 포커페이스이나, 그 역시 세력화에 시동을 걸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파벌의 폐해를 비판하며, 무파벌을 정치 신념으로 삼은 그였으나, 최근 당 내에서 '공부 모임'을 만든 것이다. 단순한 공부 모임에 그치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많다. 일설에 의하면, 그게 파벌을 조직하면, 니카이파까지 포함해 대략 80명은 모을 수 있을 것이란 얘기도 들린다. 니카이파의 관계자는 최근 한 일본 언론에 "그가 니카이파, 아베파와 함께 '반기시다' 포위망을 결성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언급했다. 아베 전 총리가 그런 스가 전 총리의 움직임을 눈여겨 보고 있다고 한다. 스가파와 연합해, 반(反)기시다 진영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맹우 아소 부총재가 지는 해이라면, 스가 전 총리는 뜨는 해라는 것이다. 그런 아베를 향한 스가 전 총리의 속내는 안갯속이다. 두 사람은 복잡 미묘한 관계다. 아베는 무명의 정치 신인에 가까웠던 스가를 측근으로 기용, 아베 정권 7년 8개월간 한국의 청와대 대통령 비서실장격인 관방장관을 맡겼다. 자신의 후임으로 총리로 추대했으나, 지지율이 하락하자 1년 만에 끌어내렸다. 그 탓에 스가 정권은 1년짜리 단명정권이란 오명을 얻게 됐다. 한 마디로 '은원관계'다. 때문에 되레 기시다 총리와 연합할 가능성을 점치는 시각도 있다. 1년만에 아쉽게 무대에서 끌어내려졌던 스가의 가치가 치솟고 있는 것이다. 최근 스가 정권 당시의 디지털화, 탈탄소 정책이나, 코로나19 대규모 접종장 설치 등의 성과를 언급하는 시각이 증가한 것도, 스가 전 총리 복권의 배경이기도 하다. 스가 전 총리의 세력화 가능성이 아베, 기시다 두 사람의 경쟁구도에 일대 변수임은 분명해 보인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2022-03-06 17:57:06[파이낸셜뉴스] 태평양에서 미국과 세력 다툼을 하고 있는 중국이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들과 만나 178조원 상당의 아세안 농산물을 사겠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아세안 국가들을 포헙해 중국을 포위하는 상황을 염두에 두고 중국이 패권을 추구하거나 동남아 국가들을 괴롭히지 않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중국 중앙(CC)TV 등 현지 관영 매체들에 따르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2일 화상으로 진행된 중국·아세안 대화관계 수립 30주년 기념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그는 "거대 국내 시장을 가진 중국은 앞으로 5년간 1500억달러(약 178조원) 어치의 농산물을 수입하는 것을 포함해 아세안 국가들의 우수한 생산품을 더 많이 수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진핑은 "아세안에 1000개의 선진 응용기술을 제공하고, 향후 5년간 아세안 청년 과학자 300명의 중국 방문 교류를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3년간 15억달러(약 1조7800억 원)의 개발 원조를 아세안 국가들의 방역과 경제 회복에 사용하도록 제공하길 원한다"고 강조했다. 시진핑은 아세안 국가들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지원하기 위해 1억5000회분의 백신을 추가 지원하고 아세안 백신 기금에 500억달러를 더 내놓기로 약속했다. 이날 시진핑은 "중국은 패권주의와 강권정치에 결연히 반대한다"며 "중국은 패권을 추구하지 않을 것이며 더더구나 대국이 소국을 괴롭히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늘 중국과 아세안의 관계를 전략 동반자에서 전면적 전략동반자 관계로 격상한다”고 선언하면서 “이는 양측 관계 역사에서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시진핑은 남중국해 영해 분쟁에 대해서는 “중국과 아세안은 남중국해의 안정을 함께 수호해야 한다”면서 “남중국해를 평화의 바다, 우정의 바다, 협력의 바다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진핑의 이번 행보는 미국 주도의 중국 포위망을 좌초시키고 아세안 국가들을 적극적으로 포섭하려는 노력으로 추정된다. 지난 9월 미국과 호주, 영국은 새로운 안보 동맹 '오커스(AUKUS)'를 출범켰고 미국은 중국과 가장 가까운 호주에 핵추진 잠수함 기술을 이전한다고 밝혔다. 호주 정부는 21일 발표에서 이날 오커스 동맹 대사들과 호주 국방 장관이 함께 모여 핵추진 기술 이전 교환 계약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호주는 이번 계약에 따라 스텔스 기능과 장거리 임무 수행 능력을 갖춘 8척의 최첨단 핵추진 잠수함을 보유하고, 사이버와 인공지능 및 양자 기술과 불특정 해저 부문 기술을 오커스 동맹과 공유하기로 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2021-11-22 14:39:29【베이징=정지우 특파원】중국이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맞아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대규모 자축행사를 벌인다. 1일 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중국공산당 100주년 경축대회는 이날 오전 8시(한국시간 9시)부터 열린다. 중국 국기 및 공산당 당기 게양과 국가 제창 등을 시작으로 예포 발사와 더불어 4만여 명이 동원돼 톈안먼 광장을 붉은 물결로 뒤덮을 것으로 보인다. 공산당 관련 행사이니만큼 최신 무기를 공개하는 열병식 대신 젠(J)-20 등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가 투입돼 화려한 에어쇼를 펼칠 예정이다. 시진핑 주석을 포함해 리커창 총리 등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7명과 국가 원로 및 유공자들이 모두 참석한다. 또 러시아, 북한 등 주요 우호국의 고위 관계자들과 베이징에 외교관을 두고 있는 전 세계100여 개국 외교 사절도 참석할 것으로 관측된다. 시진핑 국가 주석 겸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총서기는 중요 연설에서 공산당 100년 성과를 자평하고 향후 100년의 청사진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미국을 중심으로 갈수록 거세지는 서방국가의 대중국 포위망 등 대외 관계 비전을 전하고 내부에 산적한 문제 해법도 제시할 가능성이 있다. 공산당 100주년 기념행사는 TV와 라디오, 인터넷 등을 통해 생중계 된다. 중국 정부는 행사 전부터 톈안먼 광장에 대한 삼엄한 경계를 펼치고 있다. 중국은 창당 100주년 행사 기간 테러 위협을 막기 위해 지난주부터 베이징 전체에 대한 입출경을 통제하고 톈안먼으로 통하는 길은 사실상 봉쇄하며 물 샐 틈 없는 경비를 해왔다. 베이징 전역에 공안, 경찰 그리고 주민들까지 대거 투입해 주요 길목마다 감시를 강화하기도 했다. 일반 참석자는 물론 외신 기자들도 지난달 15일 이전에 코로나19 백신을 완전히 접종하지 않았으면 취재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2021-07-01 08:2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