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와 탄은 동갑내기 부부다. 시로는 주로 꿈을 꾸는 Dreamer이고 탄은 함께 꿈을 꾸고 꿈을 이루어주는 Executor로 참 좋은 팀이다. 일반적으로 배우자에게 "세계여행 가자!" 이런 소리를 한다면 "미쳤어?" 이런 반응이겠지만 탄은 "오! 그거 좋겠는데?" 맞장구를 친다. 그렇게 그들은 캠핑카를 만들어 '두번째 세계여행'을 부릉 떠났다. 안도라를 뒤로하고 드디어 스페인에 왔다. 국경을 지나 머지않은 곳에 유명한 절벽마을이 있다고 해서 찾아갔다. 스페인으로 넘어오자 낮은 평야와 아름다운 시골마을들이 그림같이 펼쳐진다. 까스텔폴리트 데 라 로카(Castellfollit de la Roca)는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의 작은 마을로 50m 높이의 현무암 절벽 위에 위치해있다. 마을에 들어가면 정경을 볼 수 없기에 마을로 가지 않고 멀리서 바라보기 좋은 스팟을 찾아왔다. 긴 절벽 위에 붉은 색 지붕의 오래된 유럽풍 집들이 빼곡히 서있는 모습이 신기하다. 우리 말고도 다른 관광객들도 비슷한 위치에서 사진을 많이들 찍었다. 다음은 헤로나(Girona)에 왔다. 주말이어서인지 공원마다 사람이 엄청 많다. 까브리를 길가에 세워두고 골목길을 지나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 촬영지로 유명한 헤로나 대성당을 찾아왔다. 탄과 나, 우리 둘다 그 드라마를 너무너무 좋아했어서 꼭 와보고 싶었다. 생각보다 그리 웅장해 보이지가 않아서 좀 의외였는데 드라마에서는 CG로 처리를 많이 했다고 한다. 게다가 꽃 축제를 하는 중이었는지 계단을 온통 꽃으로 장식해두어서 전혀 다른 곳처럼 보였다. 울긋불긋 꽃계단을 배경으로 왔다간다는 인증사진을 찍었다. 근처를 걷다가 빵집에 진열된 도너츠가 너무 맛있어보여 하나 사보았다. 얼마만에 먹어보는 도너츠냐. 탄이랑 사이좋게 한입씩 먹었다. 이제 한시간 반 거리의 바르셀로나로 간다. 푸른 하늘에 하얀 구름이 그림같이 떠있는 아래 멋진 고속도로를 달린다. 그런데 갑자기 나타난 승용차 한대가 앞에서 비상등을 켜고 창을 내려 손을 내밀며 자꾸 차를 세우라는 신호를 한다. 나는 놀라서 "어? 우리차에 무슨 문제 있는거 아니야? 저 차가 서라고 하는거 같은데?"라고 하자 탄이 조금도 속도를 늦추지 않고 "세우면 안돼. 저거 사기꾼이야."라며 그 차를 앞질러 달렸다. 내가 어리둥절해하자 탄이는, 인터넷에서 봤는데 스페인 등지에 여행자들을 대상으로 이런 식으로 차를 세우게 해서 바퀴나 후미등이 잘못되었다며 밖으로 나오게 한 후 다른 패가 차안의 물건을 훔쳐가거나 또 다른 범죄의 대상으로 삼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큰 트럭이 보이자 탄이는 그 승용차가 우리 차를 세우지 못하도록 트럭 뒤에 바짝 붙어서 갔다. 탄의 이야기를 듣고 나는 충격을 받았다. 탄이가 미리 그 이야기를 알지 못하고 그냥 차를 세웠으면 어떻게 됐을까. 방심했으면 범죄의 표적이 됐을 것이라 생각하니 아찔했다. 현명하게 잘 피한 것을 정말 다행으로 생각하고 가슴을 쓸어내리며 잘 알아차렸다고 탄을 칭찬해주었다. 대도시에는 언제나 범죄가 가장 많이 일어나기 마련이고 우리같이 차로 이동하는 사람들이 특히 스페인에서 도둑맞은 일이 많다고 들었어서 조심하고 있었는데 정말 사건사고는 한순간이다. 나중에 안전한 곳에서 차를 세우고 까브리를 살펴보았지만 역시 아무 이상이 없었다. 바르셀로나에 와서 가장 먼저 그리고 반드시 봐야할 것은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La Sagrada Familia)이라고 할 수 있다. 사진과 영상 속에서만 보았던 그 특별한 건물이 내 눈 앞에 있다. 천재 건축가 가우디의 대표적인 작품. 1882년부터 짓기 시작해서 백년이 훨씬 지난 지금까지도 완성하지 못한 어마어마한 대공사가 진행중이다. 가우디 사후 100주년이 되는 2026년에 완공할 예정이라고 하니 얼마 안남은 모양이다. 앞을 지나가며 보니 정말 세계 어느곳에서도 보지 못한 특이한 조형의 성당이다. 이것을 어떻게 사람이 만들었다고 할 수 있을까. 가우디 외계인설에 나도 동참하고 싶어진다. 성당 내부는 뭐 다른 곳과 비슷하지 않을까 하며 외부만 감상했지만 터져나오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바르셀로나에서 저녁은 모리츠 맥주공장에서 하기로 했다. 맛있는 생맥주와 음식으로 많은 사람들이 추천한 장소여서 꼭 와보고 싶었다. 여러가지 맥주를 맛볼 수 있는 샘플러와 맥주캔으로 만든 치킨을 주문했다. 여러 맥주 시음도 좋았지만 치킨은 눈이 똥그래질만큼 정말 맛있었다. 간만에 적당히 시끄럽고 흥겨운 분위기의 호프에서 탄이와 맥주잔을 부딪치며 맛있는 치킨을 먹으니 너무너무 좋았다. 여행 중임을 잠시 잊고 주변 사람들을 보며 일상에 녹아드는 기분이었다. 스페인에서 친구를 사귀고 싶어 여러 사람에게 카우치 요청을 보냈지만 답장조차 안온다. 바르셀로나는 숙소비용도 너무 비싸고 차박하기는 아무래도 위험할 것 같아 하루만에 도시를 떠났다. 고속도로에서 밤을 맞아 화물차들이 쉬었다가는 휴게소 같은 곳에 들어가 차박을 했다. 땅이 편평하고 도로에서 가장 먼쪽에는 찻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아 정말 간만에 꿀잠을 잤다. 도로이긴 하나 스페인이라는 악명 높은 곳이기에 혹시 차창을 깨도 가져갈 것이 없도록 운전석쪽에 웬만한 것들은 다 치웠고 운전석과 통하는 문과 외부로 나가는 문에 온갖 시건장치를 2중, 3중으로 하고 잤다. 다행히 아무 일이 없었다. 바르셀로나 부근의 5월의 아침기온은 약 15도로 다니기 매우 선선하고 좋은 날씨이다. 함께 밤을 보낸 트럭들이 주변에 서있었는데 매우 든든하다. 이런 곳에는 좀도둑이나 강도가 있기 힘들다. 커다란 트럭사이 까브리도 "나도 트럭이다."라는 듯이 끼어있는 모습이 재미있다. 한국의 휴게소와는 비교할 순 없지만 스페인의 고속도로 휴게소에도 식당, 화장실 등 편의시설이 잘 되어있어 캠핑카로 차박하며 여행하기에 매우 좋았다. 게다가 한쪽 구석에서 발견한 신문물. 오물버리는 시설을 발견하고 매우 반가웠다. 누가 봐도 캠핑카에서 오물을 버리는 그림이 아이콘처럼 표시판에 그려져있어서 우리도 까브리를 대고 남 눈치볼 것 없이 오수통을 비우고 변기도 깨끗이 비웠다. 여행하면서 이런 곳은 처음 만나는 터라 너무 좋았다. 항상 오수처리할때면 사람이 하나 없는 허허벌판에 버리거나 낑낑거리며 숙소에 가지고 들어가 화장실에서 버리는 등 마음이 좀 찜찜하고 힘들었었는데 이런 곳이 좀 많았으면 훨씬 캠핑카 여행이 즐거웠을 것 같다. 옆에 물이 나오는 수도꼭지도 있어서 오수를 비우고 통도 깨끗하게 헹굴 수 있어 완전 좋았다. 바르셀로나에서 남서쪽으로 4시간가량 달려 발렌시아(Valencia)에 도착했다.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에 이어 스페인에서 3번째로 큰 도시이다. 공원 옆에 차들이 주차한 곳에 빈자리를 발견하고 기뻐하며 주차를 잘했다. 큰 도시는 언제나 주차가 어려웠는데 발렌시아는 주차가 용이했다. 발렌시아는 프랑스의 베르나르씨가 꼭 가보라고 강추한 곳이었다. 빠에야가 그렇게 맛있고 시장에 가면 시간가는 줄 모른다며 반드시 가보라고 권해주셨어서 기대가 컸다. 구글에서 평점이 높은 레스토랑을 예약했다. 발렌시아의 향토음식이라는 빠에야와 한국에서도 즐겨먹던 감바스 알 아히요를 본토에서 먹어보겠다며 찾아가는 길이다. 차를 세운 곳에서 조금 떨어져있어 걷기로 했는데 발렌시아의 거리는 우리가 간 곳만 그런건지는 몰라도 유럽의 고풍스러운 건물 같지 않고 수수하고 평범했지만 햇살이 좋아서인지 거리가 무척 예뻐 보였다. 맛있는 것을 먹으러 가는 길이어서 더 그랬을까? 거리에 빗물받이 우수관에 사람얼굴이 앙증맞게 붙어있는 것을 발견하고 안티베의 골목이 생각났다. 아랍식으로 타일로 외관을 온통 장식한 집도 지나고 이것저것 구경하며 가다보니 드디어 우리가 예약한 식당이 나왔다. 스페인 식당은 예약을 안하면 못 온다고 그래서 와이파이를 찾아 애써 예약을 하고 왔는데 웬걸, 테이블이 거의 다 텅 비어있다. 그냥 왔어도 아무 문제 없었겠네. 자리에 안내되어 앉자 친절한 서빙하는 분이 영어메뉴를 원하냐고 물어본다. 매우 감사감사. 영어 메뉴가 있어서 다행이다. 예전에 중미를 다닐 때 탄이와 스페인어를 3주가량 배운 적이 있지만 식당서 메뉴를 보는 것은 어림도 없다. 여러 요리들이 있었는데 우리는 생각하고 온 감바스 알 아히요와 바닷가재 빠에야를 주문했다. 일반 빠에야도 있었는데 이왕 레스토랑까지 와서 먹는데 좀 고급지고 맛있게 먹자 싶어서 무리를 했다. 감바스가 나왔는데 오, 한국에서 보던거와는 매우 다르게 커다란 대하만한 새우가 긴 접시에 가지런히 줄세워져 나왔다. 한국에선 동글동글 껍질이 까져있는 중간 정도 크기의 새우들이 올리브오일에 푹 담가져서 나왔는데 일단 모양부터 달랐고 내가 생각하던 그 감바스가 아닌 그냥 되게 멋지고 싱싱하고 고급스러운 새우요리를 먹는 느낌이었다. 뒤이어 빠에야도 나왔는데 일단 비주얼이 대박이다. 커다란 턱이 낮은 쟁반같은 냄비가득 밥이 깔려있고 그 위에 커다란 바닷가재가 통으로 올려있었다. 하지만 먹어보니 쌀이 많이 딱딱해서 부드러운 밥만 먹어본 촌스러운 우리는 빠에야와 친해질 수가 없었다. 게다가 간이 너무 짜서 우리 입맛에는 맞지 않았다. 준비성 좋은 우리는 포장용기를 준비해왔기에 그나마 먹을만한 가재만 싹 먹고 쌀은 박박 긁어모아 통에 담았다. 까브리에 가져가서 저녁으로 더 푹 익혀 먹을 생각이다. 디저트로 사장님이 추천한 홈베이킹 치즈케이크는 라즈베리 잼이 올라간 것이 정말 맛있었다. 글=시로(siro)/ 사진=김태원(tan) / 정리=문영진 기자 ※ [시로와 탄의 '내차타고 세계여행' 365일]는 유튜브 채널 '까브리랑'에 업로드된 영상을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내 차 타고 세계여행' 더 구체적인 이야기는 영상을 참고해 주세요. <https://youtu.be/N2LrYSYslFY?si=THp9EEoIbPnw_Iwj>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5-04-10 13:15:36<56>프랑스 '세인트 마거릿 섬' 시로와 탄은 동갑내기 부부다. 시로는 주로 꿈을 꾸는 Dreamer이고 탄은 함께 꿈을 꾸고 꿈을 이루어주는 Executor로 참 좋은 팀이다. 일반적으로 배우자에게 "세계여행 가자!" 이런 소리를 한다면 "미쳤어?" 이런 반응이겠지만 탄은 "오! 그거 좋겠는데?" 맞장구를 친다. 그렇게 그들은 캠핑카를 만들어 '두번째 세계여행'을 부릉 떠났다. 다음날 아침 일찍 베르나르씨와 함께 골프 주엉에 다시 왔다. 베르나르씨가 자신의 차로 배 선착장에 데려다주시고 매표소에 함께 와서 표사는 것까지 도와주셨다. 현지 친구와 함께하니 헤메는 것도 없이 바로 찾을 수 있어 너무 감사했다. 매표소가 한참 안쪽에 있어서 우리끼리 왔을때 못 찾았던 것도 그럴만 했다. 일찍 왔지만 손님이 몇명 안와서 첫배 출항 시간에 배가 안뜬다고 한다. 10명 이상 모여야 출발한다고 한다. 한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 뭐 급할 것 없으니 느긋하게 자리를 깔고 앉아 드론 촬영이나 하기로 했다. 하늘에서 보는 골프 주엉은 지중해의 해변 휴양지다운 모습이었다. 바다에 드문드문 요트들이 떠있고 항구의 요트정박지에도 수많은 요트들이 줄지어 있는 풍경이 장관이다. 하늘에서 보기엔 안티베나 니스나 골프 주엉이나 비슷비슷해 보인다. 니스와 다른 점은 고운 모래사장이라는 점! 이곳은 안티베의 서쪽이므로 해변이 모래로 되어있다. 참 특이하다. 날이 맑아 지중해가 투명하게 빛났다. 한참을 기다리자 우리 뒤로 손님들이 더 왔고 한시간이 지나 드디어 승선할 수 있었다. 깨끗하고 좋은 보트 위층에 파란 의자에 앉았다. 작지않은 보트에 손님들이 가득 탔다. 한 20~30명은 돼보인다. 배가 출발하자 바닷바람에 기분이 좋아졌다. 지중해에서 배를 타보다니. 웬지 낭만적이다. 베르나르씨 아니었으면 올 생각도 못했을 섬에 배를 타고 간다. 현지 친구 덕분이다. 배에서 세인트 마거릿 섬에 대한 안내가 나온다. 칸에서 매우 가까운 섬으로 길이는 약 3km, 폭은 900m로 섬에는 요새 감옥이 있는데 17세기에 철가면을 쓴 사나이가 수감되었다고 전해진단다. 소설 '삼총사'에 나오는 그 철가면일까. 긴 선착장에 배가 멈췄다. 나무 선착장을 지나 섬에 오른다. 숲속의 오솔길같은 흙길을 걷자니 그냥 걷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이런 흙을 밟은 지가 얼마나 되었는지 잘 기억나지도 않는다. 아름드리 나무들이 무성하게 서있고 새소리가 청량하게 울려 마치 다른 세상에 온 것같은 기분까지 든다. 한가롭게 거닐며 자연을 만끽하기 좋은 곳이다. 자연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던 세인트 마가렛섬 미리 받아온 종이 지도를 보며 섬을 탐험해보기로 했다. 섬의 서쪽 끝으로 가니 바다 건너 '칸'이 보인다. 정말 가깝구나. 다시 길을 따라 걷다보니 돌로 견고하게 지어진 성이 나왔다. 철가면이 갇혔었다는 요새 '포트로얄(Fort Royal)' 이다. 호기심에 들어가보려 했지만 입장료를 따로 받아서 그냥 성 앞에서 외부만 구경했다. 유럽의 성은 이미 많이 가봐서 비슷비슷할 것 같아 굳이 돈을 내면서 까지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철가면은 프랑스의 미스테리로 남아있는 역사적 인물로 루이 14세의 쌍둥이 형제였는데 왕위계승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한 왕실에서 어릴 때부터 유폐시켰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확인된 것은 아니다. 섬을 가로질러 남쪽으로 가는 길을 따라 유칼립투스 나무들이 줄지어 서있다. 잎사귀가 그리 맛있어 보이지는 않는데 코알라들은 왜 이것만 먹는 걸까? 코알라는 보이지 않는데 이 나무들은 어떻게 여기 자라고 있는지 궁금하다. 남쪽 해변에 도착하니 맑은 바다에 동글동글 자갈이 깔려있다. 여유가 더 있었으면 근처에 있다는 수중 박물관에도 가봤을텐데 물에 들어가기엔 옷이며 씻어야 하는 등 일이 커져서 그냥 해변 적당한 곳에 자리를 깔고 바다를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수영복을 입고 바다에 들어가 놀고있는 꼬마들을 보고는 나도 바지를 걷어올리고 살짝 발을 담가보았는데 으아, 생각보다 물이 차서 금방 나왔다. 저 꼬마들은 어떻게 이런 차가운 물에서 노는지 대단하다. 좀 더 들어가면 온도가 따뜻한걸까? 물어보고 싶지만 불어가 안된다. 가족단위 나들이객들이 많이 보였다. 해변에서 태닝을 하며 한가로이 햇빛을 즐기는 사람들 사이에서 나도 그늘에서 평화로운 시간을 즐겼다. 해변의 나무그늘에 누워서 바라보는 하늘과 바다는 마냥 평화롭고 보아도 보아도 싫증나지 않았다. 처음에는 철가면 이야기때문에 방문하게 되었으나 숲길을 걷고 바다를 보는 것만으로 충분히 좋았던 세인트 마거릿 섬. 한적하고 평화로운 섬에서 잘 즐기고 갑니다. 집으로 돌아와서 베르나르씨와 여행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는 A2사이즈의 세계지도를 가지고 있었는데 자신이 여행하고 다녀온 나라와 도시에 색깔 스티커를 붙여놓았다. 빼곡하게 붙어있는 스티커들을 보니 전세계 안가본 곳이 거의 없어보인다. 특히 빨간 점은 카우치서핑을 했던 곳이라고 한다. 우리가 카우치서핑을 알고 시작한 것은 약 12년 전이었는데 베르나르씨는 카우치서핑이 시작한 초창기부터 멤버이셨던 거였다. 한국과 일본에서도 카우치서핑을 하셨다고 한다. 좋은 분들을 만나셨나보다. 한국에 대한 기억이 좋으신걸보니. 남극과 가장 가까운 남미의 파타고니아, 우수아이아의 빙하까지 보고 오셨다고 한다. 남아프리카에서 기린과 코끼리들도 보고 그러나 아직 아이슬란드는 안가보셨다고 한다. 하하 우리는 얼마 전 다녀왔다고 꼭 가보시라고 추천해드렸다. 우리가 떠나기로 한 날이 다가오자 베르나르씨가 우리를 붙잡으셨다. 몇일 더 머물다가라고 조르신다. 손님은 오면 좋고 가면 더 좋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이렇게 더 있다 가라고 하는 호스트는 참 드문데 너무 감사하다. 안티베에 숨겨진 산책로를 보여주겠다고 유혹하셔서 넘어가드렸다. 그리고 우리뿐 아니라 대만에서 베르나르씨를 호스트했던 다른 서퍼도 만났다. 그분은 베르나르씨가 운영하는 에어비앤비에 몇일 묵으며 우리와도 친분을 나누었다. 카우치서핑으로 만났지만 알고보니 같은 회사(Air France)에서 일하고 있었다고 한다. 참 신기한 인연이다. 베르나르씨의 인도로 대만친구와 함께 안티베 시내로 가서 커다란 귀족저택같은 집들을 지나니 작은 숲길이 나왔다. 이 일대의 땅의 소유주가 이 넓은 땅을 시에 기증해서 공원이 되었다고 한다. 도시안에 나무가 우거진, 굽이굽이 이런 오솔길이 있다는 것이 참 신기했다. 이곳은 관광지는 아니고 현지 사람들만 아는 산책로인듯 하다. 중간에 멋진 바위 동굴도 나오고 바닷가옆 절벽도 지나고 프라이빗 해변도 있다. 이곳이 누구나 올 수 있는 공원이 되었다니 좋은 일이다. 숨겨진 자연을 탐험을 하는 기분으로 즐겁게 산책했다. 베르나르씨께 식객으로 있은지 벌써 6일. 이제는 정말 떠날 때가 되었다. 베르나르씨는 잊지않고 작은 도자기 인형들을 가득 가지고 나와 원하는 만큼 가져가라고 주셨다. 나는 달모양 등 귀여운 인형 5개를 골라가졌다. 그 외에도 에어프랑스에서 일하실 때 받아 가지고 있던 귀한 기념품이며 여러가지를 자꾸자꾸 선물해주셨다. 너무 감사해서 몸 둘 바를 모를 지경이었다. 마지막으로 짐을 챙겨 차로 가는데 짐까지 함께 날라주시고 우리가 떠나는 것이 못내 서운하신 것이 역력하셔서 우리도 마음이 참 안타까왔다.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며 백명도 넘는 카우치서퍼들이 왔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며 몰래 눈물을 훔치시는 것 같았다. 가장 어려운 작별이라고 하신다. 정말 마음을 다 내어주신 베르나르씨께 어떻게 감사를 해야할지 몰랐다. 만나서 행복했다고 서로 진심이 담긴 인사를 하고 긴 포옹으로 인사를 마쳤다. 다음에 한국에 또 오시게 되면 반드시 우리집에 초대하겠다고 몇번이고 다짐했다. 베르나르씨는 우리 차가 안보일때까지 길에서서 손을 흔들어주셨다. 베르나르씨와 함께한 시간, 그의 배려와 맛있는 프랑스 가정식들 모두 하나하나 절대 잊지않고 기억할 것이다. 베르나르씨 한국에서 만나요! 글=시로(siro)/ 사진=김태원(tan) / 정리=문영진 기자 ※ [시로와 탄의 '내차타고 세계여행' 365일]는 유튜브 채널 '까브리랑'에 업로드된 영상을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내 차 타고 세계여행' 더 구체적인 이야기는 영상을 참고해 주세요. <https://youtu.be/ujDNwuYg8V0?si=MwZtzQJ8HhGqibK->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5-03-27 17:54:24<55>프랑스 니스·모나코 시로와 탄은 동갑내기 부부다. 시로는 주로 꿈을 꾸는 Dreamer이고 탄은 함께 꿈을 꾸고 꿈을 이루어주는 Executor로 참 좋은 팀이다. 일반적으로 배우자에게 "세계여행 가자!" 이런 소리를 한다면 "미쳤어?" 이런 반응이겠지만 탄은 "오! 그거 좋겠는데?" 맞장구를 친다. 그렇게 그들은 캠핑카를 만들어 '두번째 세계여행'을 부릉 떠났다. 아침 일찍 일어나 까브리를 타고 차로 15분 거리의 골프 주엉(Golfe-Juan)으로 갔다. 어제 저녁 베르나르씨가 꼭 가보라고 추천해주신 세인트 마거릿 섬을 가려면 그곳에서 배를 타야한다. 그런데 항구에 가보니 생각보다 넓고 안내가 불친절하게 되어있었다. 베르나르씨가 알려준 배시간은 다가오는데 당췌 어디서 어떻게 표를 사고 어떤 배를 타야할지 알수가 없어 한참을 헤멨다. 그렇게 초조해하다가 결국 배시간을 놓치고 말았다. 하지만 어제 베르나르씨가 골프주엉에서 조금 더 남서쪽으로 가면 있는 칸(Cannes)- 맞다. 영화제가 열리는 바로 그 도시 "칸"이다. 이곳에 가면 세인트 마거릿 섬에 가는 배가 더 많이 자주 있다고 했던 얘기를 떠올리고는 구경도 할 겸 칸으로 가보기로 했다. 15분 가량을 달려 바로 칸에 도착했다. 항구쪽으로 가니 이런, 인파가 어마어마하다. 올해 칸 영화제는 5월 16일부터 개최된다고 하는데 이 날은 5월 7일, 영화제 직전이다. 거리에는 화려한 플랭카드며 영화제 준비가 한창인것 같았다. 길마다 사람들이 넘쳐나고 주차할 곳 찾을 엄두도 못내는 상황이라 차창너머로 지나가며 보는 풍경에 만족해야했다. 우리는 어차피 늦은거 오늘 꼭 그 섬에 가야하는 것이 아니니 내일 다시 베르나르씨께 자세히 물어보고 가기로 하고 계획을 바꿔 오늘은 모나코와 니스에 가기로 했다. 안티베에서 골프 주엉까지 10분, 다시 칸까지 15분, 칸에서 니스까지는 40분 거리밖에 안돼서 마음대로 일정을 바꾸어도 아무런 부담이 없다. 계획대로 안돼도 속상해하지 않고 유연하게 상황에 맞추어 문제를 풀어나가는 것. 이런 것이 자유여행의 강점이지 싶었다. 사실 어제 너무 많이 걸어다녀서 아직도 다리가 아프고 피곤이 덜 풀려서 차타고 다니는 편이 더 좋기도 했다. 기분 좋은 드라이브 후, 니스에 도착했다. 시내를 돌아보니 주차할 곳이 마땅치가 않다. 게다가 해변쪽 주차장입구에는 낮은 구조물들이 설치되어있어 까브리는 들어갈 수 없었다. 아마도 캠핑카의 접근을 막기위함이 아닐까 짐작되었다. 프랑스에는 작은 차들이 많아서인지 큰 차는 들어갈 수 없는 작은 입구의 주차장이나 길이 종종 우리를 괴롭혀왔는데 이곳도 그중 하나였다. 하지만 탄이 누군가! 주차의 운을 타고난 주차의 달인 중 달인이다.(시로가 인정함) 아무리 빡빡한 곳이라도 어떻게든 잘 주차할 곳을 찾아내어 차를 세우는 운과 재주를 가지고 있는 탄은 이번에도 약간 외곽쪽이긴 했으나 주차할 곳을 찾아내고 까브리를 잘 세워둘 수 있었다. 우리가 가고싶은 해변의 전망대는 차로 20분 거리여서 대중교통을 이용해 가기로 했다. 구글 검색으로 가까운 정류장을 찾아가서 트램 티켓 판매기를 발견했다. 다행히 영어로 화면선택이 가능해서 승차권 구매성공. 카드 모양의 승차권 2장을 사고나니 대단한 챌린지를 해낸 듯 뿌듯하다. 곧이어 우리가 탈 1번 트램이 도착하는 것을 보고 재빨리 탔다. 다른 승객들이 안쪽에 작은 기계에 카드를 대는 것을 보고 우리도 따라 해봤으나 반응이 없어 위쪽에 카드를 넣는 곳에 넣어보니 그제서야 "삑~"하는 소리와 함께 푸른 등이 켜진다. GPS로 내릴 역이 가까워지는 것을 확인하고 해변에서 가장 가까운 정류소에서 잘 하차할 수 있었다. 해변 가까이는 차 없는 도로라서 한가로이 걸어다니기 좋다. 야외 테이블에 사람들이 차와 와인을 마시고 있는 풍경을 보니 과연 프랑스 니스에 왔구나 실감이 난다. 관광객들도 많이 보인다. 뭔가 한가롭고 여유로운 분위기이다. 드디어 바닷가에 왔다. 니스에서 지중해를 바라보다니 뭔가 설렌다. 해변을 따라 넓직한 도로가 있었고 해안은 모래사장이 아닌 자갈들이 가득 깔려있었다. 베르나르씨가 안티베 곶을 기점으로 동쪽은 자갈, 서쪽은 모래사장이라고 알려주셨는데 정말 그런가보다. 많이 붐비지도 않으면서도 적당한 사람들이 햇빛을 즐기고 있었다. 아침에 나올때만해도 흐린 날이었는데 니스에서 이렇게 맑고 쨍한 태양아래 푸른 지중해를 보니 기분이 무척 좋아졌다. 해변길에는 군데군데 예술품들도 전시되어있고 바다를 향해 의자들을 비치해두어서 앉아서 바다를 바라볼 수 있도록 해놓은 것을 보니 누가 그랬는지 참 잘했다 싶다. 비둘기들이 전선에 쪼로록 앉아있는 것처럼 바다를 향해 줄지어 앉아있는 사람들. 그냥 앉아서 보기만 해도 좋은것이다. 깨끗하고 아름다운 바다. 니스가 왜 세계적인 휴양지인지 알듯했다. 야자수 가로수길을 따라 전망대로 걸어갔다. 해변 끝 전망대를 올라간다. 계단을 따라 한참을 올라오니 푸른 지중해와 니스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그냥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멋지다. 높은 빌딩이 없어 도시가 참 예뻐보인다. 드론이 금지되어 아쉽게 드론샷은 찍을 수 없었지만 카메라에 그리고 우리 눈에 가득 담았다. 점심은 오랜만에 식당에서 먹기로 했다. 해변에서 자갈 위에 테이블에서 식사를 할 수 있는 Le Galet(돌)이라는 식당을 찾아갔다. 비쌀것이 각오되었지만 니스까지 와서 좀 근사한 곳에서 바다를 즐기며 여유롭게 식사를 하고 싶었다. 미식의 나라인 프랑스에서 첫 레스토랑. 운 좋게 바다가 바로 보이는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테이블 앞쪽으로는 썬베드를 두어 비키니만 입고 누워있는 사람들이 태닝을 하고 있었다.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펼쳐진 하얀 파라솔들이 기분을 들뜨게 만들었다. 바다에 왔으니 역시 해산물이지. 해산물 튀김과 해산물이 잔뜩 들어간 파스타를 주문했다. 커다란 접시 가득 음식이 나왔다. 우와 이렇게 양이 많을 줄이야. 너무 맛있어보이는 해산물 튀김과 홍합, 조개 등이 가득 들어간 파스타. 둘이 먹기 버거운 양이었지만 배고픈 우리는 맛있게 실컷 잘먹었다. 간만에 먹는 오징어튀김이 정말 맛있었다. 식사후 우리도 썬배드에 한번 누워볼까 싶었는데 알고보니 이용료가 개당 3만원정도. 안녕히 계세요. 관광지라서 볼거리, 먹거리가 참 많았다. 걷다가 아이스크림 가게를 발견했다. 그냥 지나칠 수 없지. 친절한 프랑스 청년들이 아이스크림을 콘에 가득 떠주었다. 와플콘에 레몬샤벳과 초코 아이스크림 냠냠. 유럽에 오면 라임이나 레몬 아이스크림을 먹어야한다는 것이 나의 지론이다. 지중해는 시트러스 과일이 좋은 곳이라 그렇다. 역시나 아이스크림도 무지 맛있었다. 길거리에서 들고다니며 먹는 것은 무엇이든 맛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니스 구경을 마치고 다시 트램을 타고 까브리있는 곳으로 돌아와서 이번엔 모나코에 가기로 했다. 니스에서 굽이굽이 해안도로를 따라 30분만 달리면 모나코가 나온다! 그레이스 켈리가 왕비로 시집온 나라. 흘러간 옛 팝송에 나오는 "모나코". 카지노와 영화 등 여러가지가 떠오르는 특별한 이 작은 나라에 꼭 한번 와보고 싶었다. 국경이고 뭐고 없이 그냥 도로를 따라 오다보니 모나코로 넘어와져 있었다. 해안을 따라 비탈진 지형에 빼곡히 건물들이 들어서 있었고 좁은 골목들을 따라 이리저리 다니다보니 유명한 모나코 서킷이 나왔다. 탄은 모나코를 F1 서킷장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자동차 경주를 좋아해서 TV에서 많이 본 그 길을 까브리로 달리는 것이 마냥 좋은 모양이다. 평소에는 일반도로로 사용되다가 경기가 있을 때만 서킷으로 사용되며 모나코의 자랑이자 국가차원의 비지니스라고 한다. 서킷의 길이는 3.34km로 다른 F1서킷에 비해 짧고 자동차경기를 개최하기에 어려운 점들이 많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세계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특별한 서킷이라고 한다. 우리가 방문했을때는 모나코 F1경기 3주 전이어서 경기준비중인지 난간과 설치시설들을 볼 수 있었다. F1 경주 출발선을 차로 지날때 탄이 설레어하는 모습에 나도 덩달아 신이났다. 집에 돌아가 베르나르씨에게 우리의 오늘 여행이야기를 하니 무척 흥미로워했고 세인트 마거릿 섬에 못 갔다는 이야기에는 매우 안타까워했다. 내일 가면 되지 않겠냐고 하자 월요일에는 배가 안뜬다고 하는 것이다. 저런, 예상치못한 변수가 있었구나. 실망하는 우리의 모습을 보던 베르나르씨는 무엇이 생각난듯 "아, 내일이 그냥 월요일이 아니라 특별한 국경일(5월 8일 승전기념일)이니까 배가 다닐지도 모른다"고 하시며 전화를 걸어 확인해주셨다. 천만 다행으로 배가 운행한다고 한다. 너무 감사했다. 그런데 게다가 내일 골프 주엉까지 함께 가주신다고 하는 것이다. 그렇게까지 안하셔도 된다고, 그냥 자세히 좀 알려달라고 했지만 끝내 우리의 사양을 받지 않으셨다. 글=시로(siro)/ 사진=김태원(tan) / 정리=문영진 기자 ※ [시로와 탄의 '내차타고 세계여행' 365일]는 유튜브 채널 '까브리랑'에 업로드된 영상을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내 차 타고 세계여행' 더 구체적인 이야기는 영상을 참고해 주세요. <https://youtu.be/ujDNwuYg8V0?si=jRXx6o9obfdpom6->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5-03-20 17:28:35<54>프랑스 '안티베' 시로와 탄은 동갑내기 부부다. 시로는 주로 꿈을 꾸는 Dreamer이고 탄은 함께 꿈을 꾸고 꿈을 이루어주는 Executor로 참 좋은 팀이다. 일반적으로 배우자에게 "세계여행 가자!" 이런 소리를 한다면 "미쳤어?" 이런 반응이겠지만 탄은 "오! 그거 좋겠는데?" 맞장구를 친다. 그렇게 그들은 캠핑카를 만들어 '두번째 세계여행'을 부릉 떠났다. 다음날 우리는 안티베 중심가에 있는 딸의 집에 고양이를 돌봐주러 가야한다는 베르나르씨를 따라나섰다. 크루즈선을 타는 딸이 몇달씩 집을 비울 때면 매일 그 집에 들러 고양이 밥도 주고 오물통도 비워주신다고 한다. 우리도 시내구경도 할겸 겸사겸사 함께 집을 나왔다. 한 시간 거리의 시내까지 걸어간다고 한다. 탄이나 나나 걷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현지 친구와 함께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함께 길을 걸으며 차로 다닐 때는 볼 수 없는 골목골목을 다니는 것이 무척 즐거웠다. 벼룩시장에 펼쳐진 오래된 유럽 물건들.. "그냥 지나칠 수 없지" 안티베 시내의 중앙공원에 다다르자 마침 토요일이라 주말마다 열리는 벼룩시장이 한창이었다. 불구경만큼 재미있는 것이 시장구경이다. 오래된 유럽 물건들 하나하나에 다 어떤 사연들이 깃들어있을 것같아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초록색 박스에 한가득 들어있는 작은 도자기 인형들이었다. 손가락 한마디 정도의 작은 크기에 사람모양, 동물모양 등 여러가지가 있는데 한개에 1유로라고 한다. 부피도 안나가니 기념으로 좋겠다 싶어 몇 개 사려고 하는데 베르나르씨가 집에 많다고 사지말라고 만류하신다. 벌써 예쁜 것을 몇 개 고르고 있었는데 베르나르씨가 자기가 모아놓은 것을 보여주고 싶다며 계속 말려서 조금 아쉬운 마음으로 다시 내려놓고 발길을 돌렸다. 알고보니 이 도자기 인형들은 케이크를 구울때 넣는 것이라고 한다. 물론 도자기 인형을 넣어서 맛을 내는 것이 아니라 케이크 조각을 나눌때 인형이 자기 몫에 들어있으면 행운이 온다는 그런 풍습이 있는 것 같았다. 한쪽 구석에는 탄이 좋아하는 자동차 모형도 가득 진열되어 있었는데 모두가 다 다른 디자인이다. 참 자동차 모양이 이렇게 다양하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이것저것 설명을 들으며 신기한 물건들을 구경하니 시간가는 줄 몰랐다. 엘리베이터도 없는 오래된 건물, 내부는 깔끔한 북유럽풍 인테리어 시장을 지나 딸네집에 도착했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지은지 오래된 건물의 꼭대기 층이다. 내부는 싹 리모델링을 했는지 완전 현대적이고 깔끔한 북유럽풍 인테리어가 참 예뻤다. 실로와 밀라라는 큰 고양이 두마리가 온 집을 독차지하고 있었다. 베르나르씨 집에 들어갔을때도 그랬지만 프랑스 사람은 이렇게 사는구나 하는 생각에 마냥 신기해하며 구경했다. 딸의 집에서 일을 마치고 나와 베르나르씨와 시내를 좀 더 구경하며 걸었다. 예쁜 골목골목에 상점도 많고 사람들도 많다. 주로 자동차로 여행하다보니 주차가 어려운 시내에는 거의 올 일이 없었는데 베르나르씨 덕분에 여유롭게 시내구경을 하니 너무 즐겁고 호강하는 기분이다. 길가에 테이블이 있는 카페들을 보니 유럽에 왔다는 실감이 확실히 난다. 궁금한 것이 있어 물어보면 베르나르씨가 뭐든 친절하게 다 알려주시니 너무너무 좋다. 나뭇잎 모양의 디저트같은 것이 있어 뭘까 궁금해하니 베르나르씨가 엑상프로방스의 명물 칼리송(Calissons)이라고 알려주신다. "마카롱 같은 건가봐요?"하자 단호하게 아니라고, 다르다고 하며 메론과 커피메론, 오렌지, 그리고 아몬드로 만든다고 한다. 보기에는 작은 빵과자 같은데 밀가루가 전혀 안들어간 디저트라니 한번 먹어보고 싶어졌다. 이것저것 구경하며 그렇게 걷다가 베르나르씨가 인도하는 한 골목으로 갔다. 이곳에는 사람들이 잘 모르는 특별한 것이 있다고 한다. 곳곳에 작은 얼굴모양 조형물들이 있다고 알려주셨다. 베르나르씨의 지인인 작가가 이 골목길을 사랑해서 골목 곳곳에 이렇게 얼굴 조각작품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가리키는 곳을 보니 담벼락에, 돌틈에 정말 정겨워보이는 작고 다양한 얼굴조각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우리도 천천히 걸으며 열심히 두리번대다 작은 얼굴 조형물을 찾는 재미가 쏠쏠했다. 발견하면 숨은 그림 찾기나 보물찾기를 하듯 신이 났다. 얼굴 뿐만 아니라 서로 포옹하고 있는 연인 모습도 있었다. 언젠가 이곳이 유명해지면 웬지 서운 할 것 같은 우리만의 명소가 되었다. 오늘은 베르나르씨의 생일이라고 한다. 날짜를 기가막히게 잡았다. 어제 베르나르씨가 올해 생일에는 딸도 항해를 나가서 외롭게 보낼뻔 했는데 우리가 와서 함께 지내게 되어 기쁘다고 하는 이야기를 듣고 우리는 베르나르씨를 위해 생일상을 차려드리고 싶었다. 사실 오늘 따라나선 것도 시장에 가기 위함도 있었다. 지중해 시장에서 산 재료로 한식 생일상..."생일 축하해요, 베르나르" 시내 구경을 어느 정도 한 뒤 필요한 재료들을 사기 위해 시장으로 안내를 부탁드렸다. 시장의 모습은 우리나라 재래시장과 비슷해서 마음이 푸근해진다. 하지만 파는 물품들은 처음보는 신기한 것들이 많아 구경하기 좋았다. 수십가지의 향신료들과 이름모를 채소들. 완전 푸짐한 상추 비슷한 채소가 1유로란다. 누런 종이봉투에 담아주는 것을 받아드니 프랑스 감흥이 차오른다. 프랑스에는 치즈가 200종이 넘는다고 한다. 다양한 치즈들을 구경만하고 뭐가 어떤 맛인지 상상이 안되서 구입할 엄두는 못내었다. 홍합이며 토마토 등 조금은 다른 모양이지만 알것같은 것들도 많아 반가왔다. 구경도 즐겁고 필요한 재료들을 모두 살수 있어 좋았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도 바로 가지 않고 1946년에 여기 안티베에 살았던 피카소의 박물관으로 사용중인 성도 구경하고 해변 공원으로 가서 지중해도 감상했다. 푸른 바다에 해변 풍경이 너무도 아름다운, 속이 뻥 뚫리는 아름다운 뷰가 우리 눈을 사로잡았다. 바다 저 멀리 어떤 도시가 보였는데 그곳이 바로 니스라고 한다. 가깝긴 가까운 모양이다. 육안으로 보이다니. 그리고 그 너머에는 모나코가 있다고 한다. 날이 맑아 모나코까지도 흐릿한 형체가 보였다. 해변을 따라 걷다 호화요트들의 정박지도 보았다. 어마어마하게 비쌀것 같은 요트들을 이렇게 가까이서 보기는 처음이다. 베르나르씨와 같이 다니니 도시가 더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벌써 서너시간을 걸어 다니다 보니 저질체력인 우리는 계속 어디 좀 앉고 싶고 쉬고 싶었는데 베르나르씨는 우리보다 20~30살은 위이신데도 지친기색 하나없이 앞장서서 가셔서 발을 질질 끌며 겨우겨우 따라갔다. 집에와 서 장봐온 채소를 씻고 고기를 굽고 제일 중요한 미역국을 끓였다. 베르나르씨는 생일에 한식을 먹는 것은 처음이라며 매우 좋아하셨다. 베르나르씨께도 어김없이 쌈에 여러가지를 넣고 한입에 먹는 법을 알려드렸는데 한국 경험이 많으신데도 불구하고 쌈은 처음이신가보다. 어설프게 크게 싸서 한입에 넣느라 고생하셨다. 그래도 성공한 것을 다같이 웃고 즐거워했다. 프랑스에서는 식사중 이야기도 많이 하고 오랫동안 식사를 해서 이렇게 입안 가득 음식을 넣고 우물거리는 일은 없을 것 같다. 맛있게 드시고는 음식이 훌륭하다며 푸드트럭을 해도 되겠다고 하신다. 과분한 칭찬이었지만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원래 초대해준 카우치 호스트에게 선물하려고 준비한 것들을 생일선물을 가장해서 드렸다. 내가 뜬 레이스 받침과 한국 고추장 등 소소한 물건들, 그리고 가지고 다녔던 약과를 몇개 나누어드렸다. 어제 한국음식 중 약과를 맛있게 드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차에서 가져온 것이다. 약과를 보자 베르나르씨 눈이 휘둥그레진다. 약과를 양손에 하나씩 들고 "약과!"하며 아이처럼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자 우리도 덩달아 행복해졌다. 식사 후 베르나르씨가 쿠폰으로 받은 케이크에 집에 있는 큰 초를 켜고 생일노래를 불러드렸다. 제법 생일잔치 같았다. 여행에서 사람을 만나 교감을 하고 삶을 나누는 것이 정말 값지고 평생갈 귀한 추억이 된다는 것을 또 한번 느낀 소중한 하루였다. 앞으로 '프랑스'하면 베르나르씨를 제일 먼저 떠올릴 것 같다. 글=시로(siro)/ 사진=김태원(tan) / 정리=문영진 기자 ※ [시로와 탄의 '내차타고 세계여행' 365일]는 유튜브 채널 '까브리랑'에 업로드된 영상을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내 차 타고 세계여행' 더 구체적인 이야기는 영상을 참고해 주세요. <https://youtu.be/NUkqBFtVuUc?si=tZUeB5xZ8DkV6uTO>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5-03-12 10:59:38<53> 룩셈부르크-프랑스 시로와 탄은 동갑내기 부부다. 시로는 주로 꿈을 꾸는 Dreamer이고 탄은 함께 꿈을 꾸고 꿈을 이루어주는 Executor로 참 좋은 팀이다. 일반적으로 배우자에게 "세계여행 가자!" 이런 소리를 한다면 "미쳤어?" 이런 반응이겠지만 탄은 "오! 그거 좋겠는데?" 맞장구를 친다. 그렇게 그들은 캠핑카를 만들어 '두번째 세계여행'을 부릉 떠났다. 아이슬란드에서 비행기를 타고 다시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으로 와서 기차를 타고 친구집이 있는 슈투트가르트로 돌아왔다. 친구와 아이슬란드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한국에서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며 우리는 까브리를 타고 다시 길을 떠났다. 룩셈부르크는 독일과 프랑스 사이에 있는 작은 나라다. 베네룩스 3국 중 하나다. 이 작은 나라가 GDP 세계 1위라고 하는데 어떤 곳인지 궁금해서 들렀다. 날이 흐리고 비가 오는 날씨라 거리는 우중충해보였다. 높은 빌딩은 찾기 힘들고 현대적인 10층 아래의 낮은 건물들이 줄지어 서있는 것이 그다지 특별해 보이지 않고, 지극히 평범한 모습이다. 시내의 건물과 다니는 차들, 사람들 모두 유럽 여느 도시들과 느낌이 별반 다르지 않다. 우리가 20대때 많이 듣던 크라잉넛의 룩셈부르크 노래가 떠올랐다. 룩, 룩, 룩셈부르크에 왔다. 제주도의 1.4배 크기이고 인구는 약 64만명으로 경기도 안산시 정도의 사람들이 살고 있다고 한다. 서비스업, 금융업의 비중이 높으며 비밀보장, 절세 등의 이유로 다국적 기업들이 이곳에 자회사를 설립한 경우가 많아 GDP가 그렇게 높다고 한다. 한국이 3만5000불, 룩셈부르크는 13만 5000불, 거의 4배가까운 차이가 나는데 길에 다니는 미래에서 온 것 같은 고급스러운 트램을 제외하면 우리나라와 별반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물가까지 서너배 비싼건 아니라 다행이다. 유럽 다른 나라에 비해 룩셈부르크에서는 '휘발유·담배·술' 등 3가지가 싸다고 한다. 휘발유는 독일이 1.7~2.1유로 정도였는데 여기는 1.4 유로 정도로 저렴하다. 기름이나 빵빵하게 넣고 프랑스로 넘어가야겠다. 만날 친구도 없고 딱히 볼 것도 없어 우리는 계속해서 남쪽 프랑스로 향했다. 지방도로로 다니면 고속도로보다 속도는 느리고 길을 잘 찾아야 하지만 길가 풍경과 사람 사는 모습을 구경할 수 있어서 좋다. 멋진 가로수가 길게 이어진 길을 지나고 유럽의 농가를 구경한다. 노란 꽃밭도 지나고 오늘의 쉴 곳 캠핑장에 도착했다. 유럽은 물가가 비싸기 때문에 숙소를 잡을 엄두를 쉽게 못낸다. 대신 캠핑장이 잘돼있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여행 후 처음으로 캠핑장을 찾아왔다. 넓은 캠핑장에 캠핑카들이 띄엄띄엄 자리잡고 있고 우리도 예약된 사이트를 찾아 잘 주차했다. 조용하고 쉬기에 좋았지만 역시 씻거나 세탁을 하기에는 많이 불편한 것이 사실이다. 자연 속에서 조용히 하루를 보내고 나왔다. 프랑스는 남한의 5배크기라고 한다. 산도 많고 숲도 우거지고 마을도 많아 참으로 풍요로워 보인다. 내가 나무를 이렇게 좋아하는 줄 몰랐다. 나무들이 많이 보이니 마음이 편안해진다. 리옹(Lyon)에서 가까운 스키리조트에 저렴한 숙소를 찾아내어 그곳으로 향한다. 아이슬란드에서 걸린 감기가 낫지를 않아 숙소를 잡고 몇일 쉬고 싶었다. 하지만 프랑스 물가가 워낙 높아서 겨우 찾은 저렴한 숙소는 시즌이 끝나 사람들이 잘 찾지않는 스키리조트의 콘도였다. 산길을 차로 오르고 올라 해지기 전 무사히 도착했다. 우리 숙소는 19층이었는데 아주 작은 원룸 스타일로, 방은 작아도 있을 것은 다 있었다. 최대 4명이 잘 수 있는 이층침대와 싱크대, 욕조가 있는 화장실과 세탁기 등 부족함이 없는 좋은 곳이었는데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창밖으로 보이는 뷰가 예술이었다. 기대하고 온 것이 아니라 더 놀라운, 산 위에 지어진 높은 리조트 19층에서 내려다보이는 산의 풍경이 너무너무 아름다웠다. 가까이 작은 스위스풍의 집들에서 저 멀리 설산이 겹겹히 보이는 모습이 감동적이다. 자연은 아무리 보아도 질리지 않는 것 같다. 몸도 마음도 편안해지는 것 같아 잘 회복할 수 있었다. 프랑스 남부의 안티베(Antibes)로 카우치 서핑 친구를 만나러 간다 맥도날드에 아침을 먹으러 들렀다. 우리나라에선 아침엔 맥모닝 메뉴만 가능한데 프랑스의 맥도날드에서는 아침에도 빅맥을 먹을 수 있다. 프랑스는 어느 곳을 다니던 풍경이 참 아름다웠는데 남부의 국립공원을 지나는 드라이브를 할 때 특히 멋진 바위 산과 숲과 나무들 그리고 시골 마을 등 볼 것이 많아 더 기억에 남았다. 탄이 카우치서핑에서 호스트를 검색하다가 한국을 여행했다는 베르나르씨를 발견하고 메세지를 보냈더니 감사하게도 우리 요청을 받아주셨다. 베르나르씨가 사는 안티베는 지중해 연안에 있는 작은 도시로 니스와 매우 가깝다. 안티베가 가까워지자 '오늘 오후에 도착하겠다'고 베르나르씨께 문자를 보냈다. 생각지 않은 저녁을 준비해주신다고 한다. 감사한 마음에 가게에 들러 와인을 한 병 샀다. 프랑스인이니 와인을 좋아하시겠지 하는 마음이다. 베르나르씨 집앞에 도착하자 거대한 철문 앞으로 마중을 나오셨다. 이곳에 차를 주차하기가 쉽지 않다며 베르나르씨의 차를 옮기고 그 자리에 우리 까브리를 주차하라고 배려해주신다. 호스트가 주차까지 신경써주시는 것은 처음이다. 너무너무 감사했다. 베르나르씨는 철문 안쪽 주차장에 차를 주차할 자리가 있는데도 우리 자리를 맡아주기 위해 바깥에 차를 대셨던 것이다. 알고보니 우리 아버지와 비슷한 나이이신 머리가 하얀 노인이셨다. 외국 사람은 다 키크고 코가 크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베르나르씨는 탄이보다도 아담한 키에 귀여운 노인이셨다. 주차를 한 후에 우리는 함께 철문을 지나 넓은 정원 끝 빌라에 갔다. 방이 하나밖에 없는데 우리에게 더블베드가 있는 방을 내주시고 자신은 거실 쇼파에서 주무신다고 한다. 우리가 말도 안된다고 만류하고 "카우치 서핑이란 쇼파를 빌리는 건데 왜 주인이 쇼파에서 자냐"고 아무리 이야기해도 끝끝내 그렇게 잠자리를 정하셨다. 할아버지를 쇼파에서 주무시게 하는 것이 편치 않았지만 워낙 뜻이 확고하셔서 친절을 감사히 받기로 했다. 우리는 이곳에서 사흘정도 머물기로 했다. 첫날엔 베르나르씨가 만든 라따뚜이로 저녁을 먹었다. 프랑스 가정식 라따뚜이라는 것을 처음 먹어보았는데 몸도 마음도 편해지는 좋은 음식이었다. 재료도 훌륭하고 맛도 있었다. 여행을 매우 사랑하는 베르나르씨는 일본과 한국을 가장 좋아한다 베르나르씨는 비행기를 매우 사랑하는 굉장한 여행가였다. 지금은 은퇴하셨지만 젊은 시절 프랑스항공에 다니셔서 여행할 기회가 무척 많았다고 한다. 세계 여러나라를 다니셨지만 가장 좋아하는 여행지는 일본과 한국이라고 했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일본과 한국은 자꾸 가고 싶은 곳이라고 한다. 어떤 여행지는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재미가 있고 어떤 여행지는 새로운 것은 없어도 자꾸 가고싶어지는 곳이 있는데 한국과 일본이 그렇다고 했다. 한국에는 총 5번인가 방문하셨다는데 다행히 한국사람들에게 아주 좋은 기억들을 가지고 계셨다. 베르나르씨의 거실에 한국 돗자리가 깔려있었는데 전라도를 여행할 때 숙소에 깔려있는 돗자리가 마음에 들어서 호스텔에 구입방법을 물어보고 사오셨다고 한다. 프랑스인이 사는 집 거실에 한국 돗자리가 깔려있다니, 무척 반가웠다. 우리처럼 베르나르씨도 대도시보다 소도시 여행을 좋아하신다고 한다. 한국의 소도시 여행을 하며 겪은 에피소드를 몇가지 이야기해주셨는데 25년 전 첫 한국여행 때도 서울을 거쳐서 국내선 환승으로 바로 부산에 가셨다고 한다. 지금은 부산도 큰 대도시이지만 당시에는 그렇게까지 번잡하지 않아보였다고 했다. "산위에 있는 어떤 큰절에 갔어요. 그때 그 곳에 외국인 관광객은 나 혼자 밖에 없었지요. 그 절에 어떤 문이 열려있는 것을 보았고 사람들이 들어가려고 줄을 서있었어요. 뭔가 좋은 일이 있을 것 같아 저도 줄을 섰습니다. 줄을 따라가다가 입구에 다다랐을 때 정원은 없고 복도가 나왔어요. 그 곳에서 음식을 나눠주고 있더라구요. 얼떨결에 안내를 받았습니다. 그 줄이 음식을 받는 줄인줄 몰랐었어요. 저는 자리를 잡고 음식을 받았습니다. 노인과 은퇴한 사람들이 음식을 받으러 왔던 것 같아요. 평일이었고 젊은 사람들은 일하러 간 시간이었습니다. 밥을 먹고 있는데 아주머니들의 수다가 시작되었어요. 아주머니들의 이야기 소리에 졸음이 몰려오더군요. 그곳에서 잠이 들었어요. 몇 분 후에 잠에서 깨고 나서 행복함을 느꼈습니다." 베르나르씨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때의 상황이 어땠을지 너무 잘 알 것 같았다. 눈에 그려지는 그 상황이 너무도 재미있었고 작은 외국아저씨가 절에서 무료로 나눠주는 음식을 먹고 잠이 든 것을 본 부산아지매들이 어땠을지 상상이 가서 계속 웃음이 났다. 이야기를 나누는 베르나르씨도 그때를 회상하며 다시한번 행복해 하시는 것이 느껴졌다. 우리는 베르나르씨의 집에 머물며 다른 어디에서보다 더 많은 대화와 깊은 마음을 나누었다. 베르나르씨는 손수 만든 음식으로 우리를 정성껏 대접해주셨고 전세계를 여행한 그의 이야기에 푹 빠져들었다. 1층에 위치한 베르나르씨의 집에는 집보다 더 넓은 정원이 있어서 잔디며 나무들이 자연스럽게 자라나고 있다. 매일아침 그의 정원에 비둘기 비슷한 새가 찾아온다. 가끔 여러 마리가 오기도 하는데 특히 목 뒤에 무늬가 있는 새는 베르나르씨의 친구였다. 그 새를 위해 모이와 예쁜 그릇을 준비놓고 매일 조금씩 주는 것이 일과의 하나라고 한다. 우리는 매일 그 새가 날아와서 모이를 먹는 모습을 보고 정말 신기했다. 글=시로(siro)/ 사진=김태원(tan) / 정리=문영진 기자 ※ [시로와 탄의 '내차타고 세계여행' 365일]는 유튜브 채널 '까브리랑'에 업로드된 영상을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내 차 타고 세계여행' 더 구체적인 이야기는 영상을 참고해 주세요. <https://youtu.be/NUkqBFtVuUc?si=tZUeB5xZ8DkV6uTO>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5-03-06 11:10: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