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2010년 65세 인구 비율이 전체 인구의 21%를 넘기면서 초고령사회로 진입했다. 2020년에는 28.7%에 육박하며 10명중 약 3명꼴로 65세 노인으로 집계됐다. 우리나라도 일본을 빠르게 따라가고 있다. 2023년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전체 인구의 19%를 차지했다. 영화 ‘플랜 75’는 초고령화가 진행 중인 일본 사회의 가까운 미래를 상상력으로 그려낸 영화다. 하지만 그 상상이 너무나 현실적이어서 “지금 당장이라도 시작될 수 있는 디스토피아”(인디와이어) “이 영화는 풍자도, SF도 아닌, 현실적인 호러 영화”(로스앤젤레스 타임스)라는 평가를 얻었다. 지난해 칸국제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돼 신인 감독에게 주어지는 ‘황금카메라상’ 특별언급의 영예를 안았다. ‘플랜 75’는 75세 이상 노인을 상대로 죽음을 선택할 권리를 준다는 명목하에 정부가 ‘플랜 75’를 도입하고, 이 정책에 얽히게 된 네 사람의 이야기를 그린다. 명예퇴직 후 ’플랜 75’ 신청을 고민하는 78세 여성 ‘미치’와 20년간 연락이 끊어진 삼촌의 죽음 신청서를 받은 ‘플랜 75’ 담당 시청 직원 ‘히로무’, ‘플랜 75’을 신청한 노인을 전화로 관리하는 콜센터 직원 ‘요코’ 그리고 ‘플랜 75’ 이용자의 유품을 처리하는 이주 노동자 ‘마리아’가 그들이다. 영화는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5번 2악장 안단테’가 우아하게 흐르는 가운데, 난장판이 된 어느 노인 시설에서 깜짝 놀라 뛰쳐나가는 한 사람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이윽고 장총을 든 괴한은 “넘쳐나는 노인이 나라 재정을 압박하고, 그 피해는 전부 청년이 받는다”며 살인의 이유를 밝힌 뒤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이어 '격렬한 반대를 뚫고 ‘플랜 75’가 제정되었다'는 내용의 라디오 뉴스가 흘러나온다. 다음은 오는 7일 개봉을 앞두고 내한한 하야카와 치에 감독과의 일문일답. ― 도입부 장면이 지난 2016년 7월, 일본에서 실제 발생한 ‘사가미하라 장애인 시설 흉기 난동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 ▲이 영화를 만드는 계기가 된 사건이다. 해당 사건은 장애인을 대상으로 했으니까 완전히 재현한 것은 아니지만, 그때 경찰서에 자진 출두한 26세 남성이 장애인은 사회에 필요하지 않고 살 가치도 없다고 했다. 이건 단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한 개인의 생각이 아니고, 일본사회에 생산성을 기준으로 사람의 가치를 판단하는 기조가 팽배하기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라고 생각돼 크나큰 위기의식을 느꼈다. 또 플랜75가 사용하기 편리하고 아름다운 제도처럼 보이지만, 그 기저에는 살인사건만큼 잔악하고 폭력적인 것이라는 것을 묘사하려고 이 장면을 앞에 배치했다. ― 해당 사건을 노인문제로 연결하게 된 이유는. ▲비단 장애인뿐 아니라 약자로 대변되는 고령자, 빈곤층, 중증환자 등에 대해 당신은 우리사회에 필요 없어요, 죽어도 괜찮아요, 라는 식으로 배제하려는 분위기를 느꼈기 때문이다. ―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기획한 옴니버스 영화 ‘10년’에 먼저 선보였는데, 단편을 장편으로 제작하면서 달라진 점은? ▲원래 장편으로 기획한 영화인데 ‘10년’에 참가할 좋은 기회가 생겼다. 이후 ‘10년’의 프로듀서가 장편으로 만들자고 했다. 각본 작업을 하던 중 코로나19가 터지면서 현실이 픽션을 뛰어넘었다고 생각했다. 이미 세상이 어둡고 불안한데 더 불안을 부추히는 영화를 만들면 안되겠다, 원래는 단편처럼 문제제기로 끝나는 영화였는데, 조금이라도 희망을 느낄 수 있는 영화로 만들자고 해서, (애초 기획보다) 희망적으로 바뀌었다. ― 극중 70대 주인공 미치와 20대 콜센터 직원 ‘요코’가 정면을 응시하며 관객을 바라보는 장면이 나오는데. ▲주인공 미치가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모르겠으나 불온한 기색을 느끼면서 정면을 응시하는데, 관객과 눈을 맞추면서 이 영화가 관객들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또 요코는 처음에 별다른 생각없이 자신의 일을 하다가 미치를 직접 만나게 되면서 이 제도의 비인간성을 깨닫는다. 미치 뒤로 신입 콜센터 직원을 교육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어쩌면 당신도 이러한 사회를 만드는데 가담하고 있는 게 아닌가' 라고 말하고 싶어 그런 장치를 썼다. ― 미코와 요코의 전화 상담이 15분 지나면, 종이 울리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그건 인간의 감정보다는 효율적이고 합리적인게 가장 좋은 것이라는 사회풍조를 반영했다. 일본에서도 가성비와 시성비가 유행인데, 감정과 같은 인간의 삶에 더욱더 중요한 게 정작 외면받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했다. ― 이주노동자 ‘마리아’는 필리핀 배우로 보이는데, 이 캐릭터를 통해 어떤 점을 보여주고 싶었나. ▲실제로 일본사회가 동남아에서 간병 인력을 고용하고 있다. 필리핀은 아직도 공동체 문화나 가족간 유대가 강한 나라다. 그래서 서로 힘든 일이 있으면 돕는 문화가 있다. 일본도 과거에는 이웃 간 유대성이 있었으나 지금은 타인에게 무관심해졌다. 그래서 필리핀 이주노동자 커뮤니티와 일본사회를 대조하고 싶었다. 또 일본인은, 규율을 묵묵히 따르고, 정부의 결정에 이의제기를 잘 안하고, 자기 자신의 생각보다 사회나 타인을 의식하며 선택하고 행동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마리아는 자기 믿음에 따라 행동한다. ―' 플랜 75'의 대상자를 75세 이상 노인으로 설정한 이유는. ▲일본에서 75세 이상을 후기 고령자로 부른다.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사용하는 용어다. 그 용어를 처음 들었을 때 정말 불쾌했다. 마치 당신들의 삶이 이젠 마지막의 마지막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후기 고령자에 대한 기사가 신문에 났을 때 비인간적이라며 반발하는 목소리도 있었는데, 이제는 정착됐다. 그래서 상상의 ‘플랜 75’ 제도가 생긴다면 그 기준이 75세가 되지 않을까. 처음에는 반대해도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의 생각이 마비되면서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게 될지 모른다는 공포심도 나타내고 싶었다. ― 주인공 미치를 가족이 없는 캐릭터로 설정한 이유는? 그리고 미치는 왜 기초생활수급자 신청을 거절하나. ▲가족이 들어오면 휴먼 드라마가 될 수가 있다. 사회문제를 제기하는데 집중하고 싶어서 가족이 없는 노인으로 설정했다. 또 미치가 기초생활수급 대신에 플랜 75를 선택하는 것은, 일본에선 수급자가 되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는 풍토가 있다. 비난 여론마저 있다. 왜 내가 낸 세금을 게으른 사람에게 주느냐고 하기 때문에 그걸 신청하는데 있어 심리적인 장애가 높다. 그래서 극중 미치처럼 '조금 더 열심히 할게요' '힘내 볼게요'라고 한다. 그들이 마땅히 누려야 하는 권리인데도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 일본 개봉 당시 반응이 어땠나. ▲일본에서는 현실적이면서도 무섭다는 반응이 컸다. 2017년 ‘10년’ 속 단편으로 접했을 때는 '이런 일이 일어나겠어?' 그랬다면, 코로나19를 거친 뒤인 2023년 장편이 개봉하자 '언제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다' ' 근미래 생겨날 제도'라는 반응이 컸다. ― 프랑스 칸에서도 공개됐는데 어떤 차이가 있었나. ▲칸에서 한 기자가 “플랜 75 정책이 프랑스에서 실시되면 맹렬한 반대 반응이 일어날 것이라며, (극중 인물들이) 순수히 받아들이는 모습이 흥미롭다”고 했다. 그건 정해진 것에 순종하는 일본인의 국민성이 반영됐다고 본다. 그런 국민성에 문제의식을 갖자고, 이 영화를 만든 것이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4-02-01 08:33:26농어산촌 폐교에 이어 도심 폐교가 진행되고 있다. 도심 폐교는 우리가 경험해보지 못한 사건이다. 서울시 교육청이 최근 학령인구를 처음으로 분석한 결과 현재 78만6880명이 1318개 학교에 다니는데 2035년에는42만1000명이 613개 학교에 다니게 된다. 900개 학교가 문을 닫는다. 인구 감소로 문을 닫을 대학까지 합치면 인프라는 더욱 늘어나게 된다. 서울이 이 정도면 다른 6대 도시는 더 심각하다. 이 공간의 활용방안을 두고 학교 아파트(학교에 고층아파트를 지어 학부모가 아이들 졸업할 때까지 저비용의 임대아파트에서 거주), 학교 요양원(운동장이 있는 공간에서 운동을 하고 식물을 키우며 반려동물과 산책도 가능) 등을 제시한 바 있는데 사회적인 반향도 컸다. 그런데 이번에 교육청의 학령인구 추계를 보면 인프라 공급 속도가 엄청나서 더 다양한 활용방안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다. 지방자치제가 도입되고 많은 지방정부에서 도서관을 만들었다. 하지만 선진국과 비교해보면 도서관의 수준이 차이가 많이 난다. 규모와 건축미, 인테리어, 공간 활용방안 등을 보면 과연 한국이 선진국인가 하는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빌 게이츠는 "오늘의 나를 만든 것이 동네 도서관"이라고 했을 정도로 미국은 도서관 인프라가 좋다. 소설가 박완서 선생도 어린 시절, 경성부립도서관(남산도서관)에서 레미제라블을 읽으며 "그런 곳이 있으리라고는 꿈도 못 꿔본 별천지"였다고 회고했다. 그를 대문호로 만든 것도 도서관이다. 교육부는 현재 16만명가량인 외국인 유학생을 30만명까지 늘리는 계획을 세웠다. 전국 430개 대학이 부족한 학생을 채우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으나 결국 한계대학은 문을 닫게 되어 있다. 우리 대학들이 경쟁력을 키워서 더 많은 해외유학생을 받아들이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그 많은 대학이 다 가능한 것은 아니다. 시선을 돌려서 이 시대를 보면 지금은 평생학습자의 시대다. 한국의 숙년(중년부터 노년 사이의 60대와 70대) 인구는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는데 이들을 위해 우리가 갖고 있는 인프라는 경로당, 노인대학 등이다. 경제적 여유가 있으면 해외여행이나 골프를 하고, 여유가 없으면 산과 당구장에서 시간을 보낸다. 지금 은퇴를 하고 있는 베이비부머들은 학력과 자산 그리고 건강 여러 면에서 그 전의 세대와 다르다. 그런데 집에 있으면 할 일이 없고, 나가서는 갈 데가 없으면 개인은 불행하고 사회는 손해다. 이로 인해 생기는 각종 질병과 갈등을 사회가 다 감당해야 한다. 앞으로 쏟아지는 도심 폐교를 시니어 캠퍼스로 활용하자. 캠퍼스에 도서관은 기본이다. 캠퍼스 생활로 돌아가 학교에서 가벼운 운동도 하고, 수업도 듣고, 스스로 프로그램을 짜서 배우고 즐기고 발표하고, 창업·창직도 하고, 서로 공감하면서 공유하는 공간으로 만들었으면 한다. 인구의 급격한 감소는 다음 세대의 부담을 키운다는 점에서 비관적 요소이지만 급격한 도시화로 공원, 도서관, 시민회관, 문화센터 등 공공인프라가 부족한 우리나라에는 새로운 기회이다. 아침에 일어나 캠퍼스로 가서 여러 가지 시민활동을 하고 저녁에 즐거운 마음으로 귀가하는 행복 인프라를 조성하자. 숙년기 인생의 건강수명, 행복수명이 늘어나면 미래세대의 부담도 줄어든다. 일본의 지방 대학들은 18세 학령인구의 진학에 의존하는 경영체질을 바꾸었다. 대학을 여러 연령층의 세대가 함께 배우는 공간으로 바꾸었다. 영국, 프랑스, 독일 등에서는 세 번째 인생기를 위한 대학(University of The Third Age)을 반세기 전부터 운영해왔다. 특히 영국에서는 후반 인생의 학습조직운동으로 1000개 이상의 U3A에서 40만명 이상이 공부를 즐기고 있다. 전국의 폐교를 U3A로 만들자. 민병두 보험연수원장
2023-09-12 18:35:54"3만5000원. 땡큐 땡큐." 서울 창신동 동대문 문구완구거리에서 장난감 가게를 하는 김성민씨(가명)는 서툰 영어를 써가며 외국인 손님을 응대할 일이 부쩍 늘었다. 김씨는 "이 곳에선 외국인 고객이 반"이라며 "해외에 한국 장난감이 좋다고 소문났다"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찾은 동대문 문구완구거리에는 실제 외국인이 절반, 한국인이 절반인 광경이 펼쳐졌다. 온라인 쇼핑과 해외직구의 활성화로 김씨 같은 상인들이 타격을 입을 법 하지만 이 곳은 평일 오후에도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입소문으로 외국인 관광객 줄이어 이날 거리에는 엄마 손을 꼭 붙잡고 온 서너살 아이부터 손주에게 사줄 장난감을 고르러 나온 70대 노인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있었다. 특히 눈에 띄는 건 중국, 일본, 중동 단체 관광객과 미국, 러시아, 프랑스 등에서 온 가족 단위 방문객이었다. 연신 '대디(아빠·daddy)'를 외치며 아빠를 점포 안으로 데리고 가는 꼬마가 있는가 하면 공주 모양이 그려진 어린이용 가방을 고르는 일본인 중년도 보였다. 장난감에 대한 어린 아이의 열정과 자녀에게 선물을 주고픈 부모의 마음은 국적을 가리지 않았다. 문구완구거리 입구와 맞닿아있는 동묘역 앞 인근 도로에는 단체관광을 온 대형버스 3대가 서 있었다. 중국인 관광객은 장난감이 든 봉투를 들고 줄지어 버스에 올랐다. 한국관광공사, 종로구청 관계자는 문구완구거리에 대해 따로 관광객 유치 활동을 하진 않는다고 했다. 송동호 동대문 문구완구거리 번영회 회장은 "중국, 대만, 일본 등 인터넷 사이트와 SNS에 이 곳이 '한국 여행 시 방문할 만한 곳'으로 소개돼 있다고 한다"며 "다녀간 외국 분들이 '한국에서 사온 거다', '한국 제품이다'라며 좋아한다"고 전했다. 물론 K토이의 위상이 올라간 것도 크다. 로보카폴리, 또봇 같은 캐릭터가 해외에서도 인기를 끌면서 관련 장난감을 보고 친근함을 느낀 외국인들이 제품 구매로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편의시설 지원 필요" 50여년의 역사를 가진 동대문 문구완구거리는 '문구·완구를 시중보다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특수 거리'로 자리 잡았다. 사실 온라인 쇼핑의 활성화로 인터넷에서 같은 물건을 이 곳보다 더 싸게 살 수 있다. 그러나 문구완구거리를 찾은 방문객들은 가격에 크게 개의치 않았다. 5살 아이와 함께 온 젊은 부부는 "가격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면서 "그것보다 아이가 직접 구경하는 걸 좋아해 종종 방문한다"고 말했다. 2살 손녀에게 줄 인형을 사러 왔다는 60대 김모씨는 "격주로 아이들이 집에 오는데 매번 여기 와서 선물을 사둔다"며 "가격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색 데이트 코스로 이 곳을 찾는 20대 커플도 종종 보였다. '키덜트' 문화의 확산으로 성인을 위한 장난감과 피규어 전문 매장도 생겨났기 때문이다. 이 곳에서 7년간 피규어를 판매 중인 한 상인은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꾸준히 방문하고 있다"며 "일부러 오프라인 구매를 즐기는 사람들도 많다"고 설명했다. 문구완구거리를 이끌고 있는 송 회장은 "키덜트 매장, 할로윈 소품 매장 등은 손님들을 유치하기 위한 노력이었는데 적중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이 곳이 재래시장이었기 때문에 영업환경이 좋지 않은 것도 사실"이라면서 "화장실과 기저귀 교환대, 모유 수유실 같은 편의시설이 부족한 만큼 정부와 지자체에서 이 부분에 대한 지원을 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전민경 인턴기자
2019-11-05 17:46:26"3만5000원. 땡큐 땡큐." 서울 창신동 동대문 문구완구거리에서 장난감 가게를 하는 김성민씨(가명)는 서툰 영어를 써가며 외국인 손님을 응대할 일이 부쩍 늘었다. 김씨는 “이 곳에선 외국인 고객이 반”이라며 “해외에 한국 장난감이 좋다고 소문났다”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찾은 동대문 문구완구거리에는 실제 외국인이 절반, 한국인이 절반인 광경이 펼쳐졌다. 온라인 쇼핑과 해외직구의 활성화로 김씨 같은 상인들이 타격을 입을 법 하지만 이 곳은 평일 오후에도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입소문으로 외국인 관광객 줄이어 이날 거리에는 엄마 손을 꼭 붙잡고 온 서너살 아이부터 손주에게 사줄 장난감을 고르러 나온 70대 노인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있었다. 특히 눈에 띄는 건 중국, 일본, 중동 단체 관광객과 미국, 러시아, 프랑스 등에서 온 가족 단위 방문객이었다. 연신 ‘대디(아빠·daddy)’를 외치며 아빠를 점포 안으로 데리고 가는 꼬마가 있는가 하면 공주 모양이 그려진 어린이용 가방을 고르는 일본인 중년도 보였다. 장난감에 대한 어린 아이의 열정과 자녀에게 선물을 주고픈 부모의 마음은 국적을 가리지 않았다. 문구완구거리 입구와 맞닿아있는 동묘역 앞 인근 도로에는 단체관광을 온 대형버스 3대가 서 있었다. 중국인 관광객은 장난감이 든 봉투를 들고 줄지어 버스에 올랐다. 한국관광공사, 종로구청 관계자는 문구완구거리에 대해 따로 관광객 유치 활동을 하진 않는다고 했다. 송동호 동대문 문구완구거리 번영회 회장은 “중국, 대만, 일본 등 인터넷 사이트와 SNS에 이 곳이 ‘한국 여행 시 방문할 만한 곳’으로 소개돼 있다고 한다”며 “다녀간 외국 분들이 ‘한국에서 사온 거다’, ‘한국 제품이다’라며 좋아한다”고 전했다. 물론 K토이의 위상이 올라간 것도 크다. 로보카폴리, 또봇 같은 캐릭터가 해외에서도 인기를 끌면서 관련 장난감을 보고 친근함을 느낀 외국인들이 제품 구매로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직접 보는 게 좋아”.. “편의시설 지원 필요” 50여년의 역사를 가진 동대문 문구완구거리는 ‘문구·완구를 시중보다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특수 거리’로 자리 잡았다. 사실 온라인 쇼핑의 활성화로 인터넷에서 같은 물건을 이 곳보다 더 싸게 살 수 있다. 그러나 문구완구거리를 찾은 방문객들은 가격에 크게 개의치 않았다. 5살 아이와 함께 온 젊은 부부는 “가격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면서 “그것보다 아이가 직접 구경하는 걸 좋아해 종종 방문한다”고 말했다. 2살 손녀에게 줄 인형을 사러 왔다는 60대 김모씨는 “격주로 아이들이 집에 오는데 매번 여기 와서 선물을 사둔다”며 “가격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색 데이트 코스로 이 곳을 찾는 20대 커플도 종종 보였다. ‘키덜트’ 문화의 확산으로 성인을 위한 장난감과 피규어 전문 매장도 생겨났기 때문이다. 이 곳에서 7년간 피규어를 판매 중인 한 상인은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꾸준히 방문하고 있다”며 “일부러 오프라인 구매를 즐기는 사람들도 많다”고 설명했다. 문구완구거리를 이끌고 있는 송 회장은 “키덜트 매장, 할로윈 소품 매장 등은 손님들을 유치하기 위한 노력이었는데 적중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이 곳이 재래시장이었기 때문에 영업환경이 좋지 않은 것도 사실"이라면서 “화장실과 기저귀 교환대, 모유 수유실 같은 편의시설이 부족한 만큼 정부와 지자체에서 이 부분에 대한 지원을 해주면 좋겠다”고 밝혔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전민경 인턴기자
2019-11-05 10:42:31도쿄에 오기 전, 그러니까 지난해 말 서울에서의 일이다. 광화문에서 택시를 타고, 여의도로 향했다. 연신 급브레이크다. 울렁거리는 속을 달래기 위해 결국 중간에 내렸다. 택시기사가 잔돈을 건네줄 때야 알았다. 80대로 보이는 그가 손을 바들바들 떨면서 운전했다는 사실을. 인구 5명 중 1명이 70대 이상인, 일본에서도 체감상 택시기사 절반은 70대 이상인 것으로 보인다. 향후 일본 사회에선 사무직·생산직에서도 '일하는 70세'를 쉽게 맞닥뜨릴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일본의 대형은행인 리소나은행은 올해 10월부터 70세까지 고용하겠다고 발표했다. 교토은행, 후쿠시나현의 도호은행, 아키카현의 호쿠도은행 등 지방은행의 경우 70세 정년을 이미 실시하고 있지만 대형은행에서 70세 고용을 발표한 건 이 은행이 처음이다. 이 은행은 지금까지 정년(60세) 후 재취업을 원하면 65세까지 재고용하는 제도를 운영해왔는데, 앞으로는 70세로 올릴 계획이다. 대형 금융업계에선 정년연장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이 은행 60세 이상 직원들에게 자체 조사를 해봤더니 40% 이상이 "65세 이후에도 계속 일하겠다"는 반응을 내보였다고 한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 16일 현재 65세인 정년을 70세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직접 발표했다. 그는 "건강하고 의욕이 있는 고령자의 경험과 지혜를 사회에서 발휘할 수 있도록 개정안을 마련했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지난해 10월 선언한 '평생현역사회'(生涯現役社會·생애현역사회) 추진에 쐐기를 박은 것이다. 총리표 정책인 이름하여 '고령자고용안정법'이 내년 국회에서 통과되면 일본 기업은 종업원의 정년을 70세까지로 연장하거나 다른 업체로 재취업, 창업지원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아직까지는 '노력 의무' 부과이나 70세 정년이 '강제'가 되는 건 시간문제라는 게 일본 언론들의 분석이다. 전례가 있다. 앞서 일본 정부는 '60세 이상의 정년을 위한 노력 의무'라는 컨센서스 통합작업을 벌인 뒤 실제 65세 정년을 법제화한 바 있다. 일본 정부가 70세 정년을 추진하는 가장 큰 이유는 막대한 노인복지 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서다. 특히 해마다 지급액이 늘어나는 공적연금은 골칫거리다. 인구 5명 중 1명이 70대 이상 인구다. 여기에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계속 줄고 있다. 지난해 생산가능인구는 전년(2017년) 대비 51만명 줄어든 7545만명이었다. 1950년 이후 최저치다. 이대로 두면 이 수치는 30년 후 5300만명까지 감소한다. 아이는 줄고, 노인이 늘어나는 이른바 '소시고레이카(少子高齡化)' 현상이 한층 가속화되고 있는 것. 이에 65~70세 인구를 노동인구로 편입시켜보자는 정책당국의 단순한 해법인 셈이다. 70세 정년 연장은 쉽게 말해 노인이 직접 벌어먹도록 해서 연금 수급 개시연령을 최대한 뒤로 미뤄보자는 것이다. 노인들이라고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평생현역사회엔 대가가 따른다. 한국의 국민연금에 해당하는 후생연금 수급 개시연령을 70세로 미루자는 논의가 이어져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일본의 70세 현역사회는 빠르게 고령화돼 가는 한국을 향한 일종의 '리트머스시험지'다. 이미 정년연장에 진통을 겪은 한국도 2차 정년연장을 앞두고 있는 것. 독일·프랑스·스페인 등은 65세에서 67세로, 최근 한국 대법원도 최근 육체노동자가 일할 수 있는 최종 나이를 기존 60세에서 65세로 높였다. 그런 점에서 아베 내각의 70세 정년은 생산가능인구(15~64세)의 정의를 수정하는 첫 시험대인 셈이다. ehcho@fnnews.com 조은효 도쿄특파원
2019-05-17 17:48:28최근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가 이어지면서 고령자의 운전 규제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2일 90대 노인 차량에 지나가던 행인이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앞서 11일 전남에서는 70대가 몰던 승용차가 가로수를 들이받아 차에 타고 있던 2명이 숨졌다. 이처럼 고령 운전자의 교통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불안함을 토로하는 청원이 빗발쳤다. ‘고령운전’과 관련된 글만 180여개에 이른다. ■ 늘어나는 고령 운전자 → 교통사고 ↑ 지난해 12월 경찰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체 면허소지자 중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는 2014년 200만여명에서 2017년 3.5% 늘어난 270만여명으로 집계됐다. 2017년 8월 고령사회에 진입한 점을 미뤄, 고령 운전자 수는 점차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고령 운전자에 의한 교통사고가 잦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2017년 고령 운전자에 의해 발생한 교통사고는 전체 사고의 12%를 차지했다. 특히 80세 이상 운전자의 사고와 그에 따른 피해가 심각하다. 최근 5년간 집계된 연평균 교통사고 증감률에 따르면 80세 이상 연령대는 발생 건수 18.5%, 사망자 수 16.8%로 눈에 띄게 증가했다. ■‘의무 반납으로 강화해야’ vs ‘기본권 침해’ 잇따른 고령운전자 사고 소식은 고령 운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고조시키고 있다. 면허증 의무적 반납을 요구하는 작성자는 “고령 운전자들의 위험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다른 사람의 안전을 위협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법으로 연령을 정해서 운전면허증 반납제도 의무화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작성자는 “나이 드신 노인분들이 왜 차를 몰고 다니는지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다소 과격한 표현을 하기도 했다. 이들은 공통되게 고령자들의 운전행위가 ‘타인의 생명에 위협을 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다른 입장을 가진 작성자는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고 배웠다. 나이 먹은 국민은 젊은 국민과 차별받아야 한다고 배우지 않았다”며 “물론 나이를 먹으면 젊은 사람들에 비해 인지 능력이 떨어지는 건 맞지만 이렇게 죄인시하는 불공평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모씨(28·여) 역시 “연세가 많은 분이 운전대를 잡는 것에 대해 위험하다고는 생각한다. 그러나 건강 이상이 없는 분들한테까지 제약을 가하는 것은 불합리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곧 우리나라가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고 평균 수명이 늘어나는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내가 나이 먹으면 억울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모씨(29·남)는 “고령 운전자에게 면허 반납을 의무화시킨다면 택시기사와 같은 생계형 노인에게는 치명적일 것 같다. 그들의 생계를 보장하는 측면에서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 이동권 보장하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정면허제' 등 검토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5년 한해 국가 간 고령자(65세이상) 10만명당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비교한 결과 한국이 29.5명으로 가장 많았다. 일본(8.7명), 영국(3.7명), 미국(12.7명), 프랑스(6.1명)가 그 뒤를 이었다. 각국의 면허관리 제도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2015년 당시 일본은 면허증의 유효기간을 차별화해 관리했다. 특히 71세 이상의 경우 기간을 3년으로 제한해 올해 시행된 한국과 비교해도 제도 개선의 노력이 앞서 진행됐음을 알 수 있다. 한국은 올해부터 75세 이상 고령 운전자 면허갱신·적성검사 기간을 기존 5년에서 3년으로 단축했으며 동시에 고령 운전자 교통안전교육을 의무화했다. 이에 따라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일부 들어맞는 부분이 있다. 다만 제도 강화는 ‘고령자의 이동권’을 침해하는 행위로 이어질 수 있어 신중할 필요가 있다. 도로교통공단 관계자는 “OECD 등은 고령자의 이동성 상실이 독립성 저하와 심리적 안녕감에 부정적 효과를 발생시킨다고 발표했다”며 “인지기능이 저하된 사람의 경우 행정적 처분이 이루어져야 하지만 그분들의 일상적 이동을 보장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임재경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은 “면허증 납부를 의무화하자는 주장은 개인의 운전능력 차이가 있기 때문에 다양한 여론이 형성될 수 있는 만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부분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한국사회의 고령자 교통안전 정책의 방향성을 묻는 말에는 “우리나라의 경우 고령화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가고 있다. 외국에 비해 제도가 다소 느슨한 만큼 제도를 좀 더 정교하게 개선할 필요는 있다”고 견해를 드러냈다. 그러면서 향후 대책으로 ‘한정면허제’가 검토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임 연구위원은 “고령 운전자의 경우 특히 밤과 고속도로 운전이 위험하다. 한정면허제는 이러한 점을 고려해 거주지 주변이나 낮 시간 운전만을 허용하는 것을 말한다”며 “일정 제한을 두는 대신 최소한의 필요한 장치를 마련해주는 제도다”고 설명했다. #고령운전자 #면허증 #제도 loure11@fnnews.com 윤아림 인턴기자
2019-02-15 13:50:06"아들, 엄마가 수박 주문하려고 하는데 이거 왜 안되니?" 직장인 송진영(32)씨는 주말마다 부모님께 스마트폰 이용법에 대해 알려주기로 했다. 물건 주문하고 구입하기, 카카오톡 사진 올리기, 페이스북 글쓰기 등 알면 간단하고 쉬운 내용을 부모님이 어려워하기 때문이다. 노년층의 스마트 기기 이용률이 높아졌음에도 여전히 이들이 '디지털 사각시대'에 갇혀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디지털 기기에 능숙한 고령층을 뜻하는 '실버 서퍼(Silver Surfer)'란 신조어가 등장했지만, 아직까지도 스마트폰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 노인이 많기 때문이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의 '2017 디지털 정보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장노년층(만 55세 이상)의 디지털 정보화 수준은 일반 국민의 4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컴퓨터·모바일 기기 보유 및 인터넷 사용 가능 여부는 89.9%로 상당히 높은 수치였지만, 컴퓨터·모바일 기기 기본 이용 능력은 현저히 떨어지는 셈이다. 특히, 디지털 격차는 생활 서비스 영역에서 가장 확연히 드러났다. 노년층의 ‘생활 서비스 이용률’은 47.4%로 일반 국민의 평균 79.1%보다 31.7%p 낮았다. 생활 서비스 이용률은 ‘교통정보 및 지도’(41.9%), ‘금융거래’(26.3%), ‘제품 구매(쇼핑) 및 예약·예매’(20.0%)순이었다. ■실생활에서 스마트폰 사용 어려움 겪는 노년층 2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국내 지점은 3120곳으로 집계됐다. 지난 2015년과 비교하면 390곳이 줄었다. 온라인 및 모바일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오프라인 은행 지점이 급격히 줄었다. 덩달아 노년층의 금융 소외 현상도 두드러졌다. 온라인·모바일뱅킹의 거래방식과 사용법에 익숙하지 않은 탓이다. 지난 4월 한국은행 금융결제국 전자금융조사팀이 발표한 '2017년 모바일 금융서비스 이용행태 조사 결과 및 시사점' 자료를 보면 나이가 많을수록 모바일뱅킹 이용비율이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연령대별로 20대 74.0%, 30대 71.8%가 모바일 뱅킹서비스를 이용한 반면 50대는 33.5%, 60대 이상은 5.5%로 수치가 크게 감소했다. 지난 5월 금융감독원 '고령화 대응 TF팀'은 고령자(60~70대)가 금융회사의 오프라인 영업망 축소, 핀테크 등 온라인 기술 발전에 따른 부적응 가능성에 노출돼 있다고 발표했다. 금융 이해력 또한 저조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만 65세 이상의 전자금융 서비스 이용률은 26.2%인 반면 만 65세 미만의 이용률은 60%가 넘는다. 최근에는 신한·KEB하나·우리은행 등에서 노년층의 금융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어르신 맞춤형 점포 혹은 노약자 전담 상담 창구를 운영하고 있다. 65세 이상 방문자에게 다양한 수수료를 면제와 우대 금리를 지원하는 식이다. ■디지털 격차 해소하는 영국, 일본, 프랑스... IT교육 중요성 강조 해외 현황은 어떨까. 영국 정부는 고령층의 금융 소외가 우려되자 지점폐쇄와 관련한 명확한 절차 마련을 요청했다. 지난해 말 영국의 은행지점은 9690개로 2010년과 비교하면 약 35%가 감소했다. 은행지점이 전혀 없는 지역도 40%나 차지하고 있다. 이에 은행연합회(BBA)는 지점폐쇄 관련 자율규약을 제정·시행하고 있다. 자율규약에는 지점폐쇄 시 최소 12주 이전 안내와 지역민이 참여하는 영향평가를 시행하는 등 절차와 지점폐쇄 이후 대체 방안을 명시하고 있다. 일본은 은행법 개정을 추진해 고객 편리성을 해치지 않을 것을 전제로 은행 점포를 주중 요일을 나누어 운영한다. 프랑스 파리는 지난해부터 디지털 정보에서 배제되는 사람이 없도록 '디지털 포용' 활동을 벌이고 있다. 소외계층을 위해 디지털 인프라 설치 및 교육, 전문인력 양성 등의 프로젝트에 보조금을 지급한다. 전문가들은 외국 사례를 본보기 삼아 디지털 사각지대에 갇힌 노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IT 교육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SK텔레콤 대학생 자원봉사단 써니(SUNNY)는 '행복한 모바일 세상'이라는 자원봉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정보소외계층인 어르신에게 스마트폰 활용법을 알려주고, 그들 스스로 다양한 정보를 접하고 판단할 수 있게 만드는 게 목적이다. 대학생 1명과 어르신 1명을 주선해 주별로 스마트폰 교육을 2시간씩 진행한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은 일정 수준의 정보활용능력을 갖춘 어르신들이 경로당, 양로시설, 독거노인 가정 등을 방문하여 정보화 교육을 실시하는 봉사단을 운영하고 있다.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1660여 명이 3만여 명의 동료 어르신들에게 교육 봉사활동을 펼쳐왔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의 한 관계자는 "노년층 대상의 IT 교육활동은 사회참여와 디지털 역량 나눔의 기회를 제공함과 동시에 개인과 사회의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려는 디지털 에이징(Digital Ageing)의 대표적 사례"라고 내다봤다. [관련기사]키오스크 매장 열풍...장애인 배려는 없다 sjh321@fnnews.com 신지혜 기자
2018-06-22 11:02:19지구촌에 또 하나의 위험한 계급이 생겨나고 있다. '불안정한 노동자계급'(precarious proletariat)이다. 줄여서 프리캐리아트(precariat)라고 불린다. 프롤레타리아트에서조차도 밀려난 가장 밑바닥 계층을 말한다.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에서 최근 열린 '2015 전미경제학회 연례총회'에서 가이 스탠딩 런던대 교수는 "좌파도 우파도 아닌 프리캐리아트라는 위험한 계급이 떠오르고 있다"며 이들에 대한 사회적 보호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쳐 관심을 끌었다. 그는 국제노동기구(ILO)에서 잔뼈가 굵은 국제노동 문제의 권위자다.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국가는 모든 사람에게 일정한 기본소득을 지급해야 한다는 제안으로 유명한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의 공동창립자이며 우리나라에도 소개된 '프리캐리아트:새로운 위험한 계급'의 저자이기도 하다. 프리캐리아트라는 용어를 만든 사람은 프랑스 사회학자들이다. 스탠딩 교수에 따르면 프리캐리아트는 1980년대에 세계 경제의 글로벌화와 양극화가 심화되는 속에 태동했다. 사회의 부를 생산하는 데는 기여했지만 과실을 누리는 데는 참여하지 못하고 있는 신계급이다. 주로 일용직이나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떠돌이 노동자, 또는 요즘 말로 장그래다. 퇴직 후 아파트 경비원이나 청소부 등으로 일하는 60~70대 노인 노동자와 이주노동자도 여기에 속한다. 이들은 프롤레타리아트이긴 해도 안정적인 직장과 소득을 가진 샐러리아트(salery+proletariat)와는 다르다. 이들의 개인적, 사회적 특성은 4A로 표현된다. 불안(Anxiety), 소외(Alienation), 사회적 무질서(Anomy)와 분노(Anger)다. 스탠딩 교수는 신자유주의의 흐름을 타고 이들이 빠른 속도로 증가해 이미 사회 안정을 위협할 수 있는 단계에까지 왔다고 본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각국이 재정건전성 강화을 위해 시행한 긴축 정책의 최대 희생자가 바로 이들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에게 기본적인 소득과 여가, 교육, 금융지식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으면 사회적 혼란과 갈등이 커지고 지속가능한 성장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프리캐리아트가 더 위험해지기 전에 그들을 구출해내라'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한국 경제는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를 극복하고 성장을 지속했다. 하지만 노동자들의 삶은 더 팍팍하기만 하다. 우리도 비정규직 노동자가 600만을 넘어선 마당에 스탠딩 교수의 경고를 흘려들을 처지는 아닌 듯 싶다. y1983010@fnnews.com 염주영 논설위원
2015-01-06 17:47:29노인 치매 예방 교육에 활용되고 있는 로보케어의 '실벗' #. 70대 백발 노인 프랭크는 은퇴한 금고털이범이다. 외롭다 못해 따분한 전원생활이었지만 이마저도 조금씩 심해지는 치매증상으로 위태롭다. 이를 보다못한 아들 헌터는 도우미 로봇 VGC-60L을 선물한다. 하루 종일 졸졸 따라다니며 건강에 좋은 음식을 챙겨먹으라고 잔소리를 해대는 로봇이 마땅치않은 프랭크는 노예, 우주괴물이라는 온갖 독설을 쏟아냈다. 그러나 노인은 시간이 지날수록 건강관리가 실패하면 자기는 폐기 처분될 것이라고 감정에 호소하는 영리한 로봇에 친밀감을 느낀다. 그러던 어느 날, 로봇에게 상당한 금고털이 실력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로봇을 설득해 금고털이범 인생의 마지막 한탕을 계획한다. 영화 '로봇 앤 프랭크'의 로봇 'VGC-60L'은 밭을 일구고, 집안 청소를 척척 해낼 뿐 아니라, 매끼 유기농 건강음식도 한상 차려내는 기특한 녀석이다. 신기술로 대표되는 로봇과 이를 극도로 거부하는 아날로그 대표 프랭크. 영화에서 묘사된 로봇과 프랭크가 겪는 일상들은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경계에 서있는 21세기 현대인들에게 피부에 와닿을 만큼 현실감 있는 미래를 그려내고 있다. 일본의 휴머노이드 아시모를 연상시킬 만큼 로봇의 친근한 외모도 한몫한다. ■노인이 될 우리에게 필요한 로봇들 영화에서 프랭크는 상한 우유에 시리얼을 말아먹거나, 언제 세탁했는지도 모를 꼬질꼬질한 잠옷을 입고 지낸다. 일주일에 한 번씩 아픈 아버지를 방문하는 아들 헌터는 10시간 떨어져 사는 아버지 때문에 아이들과 지낼 시간이 부족하다고 투덜댄다. 선진국은 물론 우리나라도 이미 초고령사회로 진입했다. 프랑스·독일·영국·이탈리아 등은 고령화 사회 진입 후 초고령화 되기까지 80~150년, 일본은 36년이 걸렸다. 중국은 35년 예상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26년 만에 진입이 예상된다. 일본 후생노동성에따르면 일본의 65세 이상 노인은 지난 3월 말 기준 3094만명으로 3000만명을 돌파했다. 이 중 도움을 필요로 하는 65세 이상 간병 환자수는 546만명. 특히 34만4000명은 스스로 식사나 용변처리가 힘들어 간병서비스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노인이다. 이들을 위한 일본 내 간병시설은 작년 말 기준 약 1만2000곳, 종사자는 150만명이다. 인구 고령화에 따라 2025년에는 간병분야 종사자가 250만명가량 필요할 것으로 일본 정부는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일의 강도에 비해 보수가 낮아 간병인력은 만성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간호 로봇이 적극 도입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에 야노경제연구소는 간호로봇시장 규모가 올해 7억800만엔에서 2020년께에는 349억엔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 로봇연맹(IFR)이 발표한 월드로보틱스 2014에 따르면 올해부터 2017년까지 오락과 레저용 로봇시장에서 총 750만개 제품, 45억달러(약 4조7600억원) 규모 시장이 예상된다. 이 분야에 속한 신체장애나 노인을 돕기 위한 로봇은 1만2400개가 팔릴 것으로 예상했으나, 향후 20년 내 상당히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로봇은 친구" 지난 2009년 미국에서 출시된 '파로'는 이미 유럽과 아시아에 소개됐고, 일본에서는 가장 인기가 높은 로봇 중 하나다. 파로에 대한 임상실험 결과, 덴마크와 일본 등의 치매 노인들에게 스트레스를 완화시켜주고, 유대감도 느끼게 해줬다. 애완동물의 애교를 즐기는 것과 같은 효과를 누리지만 동물의 대소변을 치우는 등의 가사노동 부담은 없는 셈이다. 이탈리아에 살고 있는 94세 작가 레아는 영화보다 더 영화처럼 로봇과 동거 중이다. 로봇 '미스터 로빈' 덕분에 멀리있는 손녀와 화상통화를 하면서 즐겁게 보낸 일상을 블로그에 게재하면서 작가로서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는 것. 이 모든 것은 유럽연합(EU)이 300만유로(약 40억원)를 투자해 개발된 지라프 플러스 시스템에 참가하면서 시작됐다. 지라프 플러스는 스웨덴 오레브로 대학이 주도하는 노인을 위한 가정 내 모니터링과 경보 시스템이다. 원격으로 작동할 수 있는 지라프 플러스는 인터넷 전화 '스카이프'와 유사한 인터페이스를 통해 케어기버(요양보호사)나 의료진이 어르신을 직접 방문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케어기버가 이 시스템에 접속하면 쉽게 어르신의 건강 상태를 체크할 수 있고, 적절한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다. 센서 네트워크를 통해 어르신의 혈압, 체온, 미세한 동작과 수면 패턴까지 확인할 수 있으며, 습득한 정보를 웹 상의 시스템에 저장하여 추후 병원 방문 시 활용할 수 있도록 제작됐다. 센서는 일반적이지 않은 행동 패턴 또한 감지하게 되는데, 예를 들어 어르신이 갑자기 넘어지게 되면 비상연락망과 전문 의료진에게 경보 알람을 보내게 된다. 연구진은 지라프플러스를 시중에 소개하기에 앞서 연말까지 스웨덴, 이탈리아, 스페인의 15개 지역 가정에서 성능 테스트를 마칠 예정이다. 우리나라는 시장창출형 로봇보급사업을 진행하면서 노인 요양 로봇 분야에서 성과를 거둔 바 있다. 로봇 제조업체 이디가 뉴질랜드 실버타운에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로봇을 보급한 바 있다. 로봇 찰리, 아이로비 등 총 63대를 수출하면서, 10억여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로보케어는 핀란드, 덴마크 노인요양소에 치매예방로봇을 보급하는 데 성공했다. 국내 체험관 등에 납품해 10억7000만원이라는 매출성과도 냈다. 전문가들은 서비스 로봇 시장에서 엔터테인먼트나 치매예방과 같은 교육용 로봇이 가장 현실적인 분야라고 입을 모은다. bbrex@fnnews.com 김혜민 기자
2014-10-26 16:53:13올해 스무살이 된 심은경은 영화 '수상한 그녀'에서 20대 몸으로 돌아간 70대 할머니 역을 맡았다. 왼쪽이 영화속 심은경. 카페 안에는 참한 인상의 스무살 아가씨가 앉아 있었다. 질퍽한 음담패설과 욕설을 거침없이 쏟아내는 영화 속 할머니 오두리의 흔적을 이 배우의 외양에서 찾는 건 거의 불가능했다. "제가 낯을 좀 가립니다. 처음 보는 사람에겐 먼저 말을 못 걸 정도예요." 영화 '수상한 그녀'에서 20대 몸으로 돌아간 70대 할머니로 '성인식'을 치른 심은경(20)은 정적인 이미지의 조신한 배우였다. 내성적인 성격을 고치려 열한살 때 연기학원에 다니면서 얼떨결에 드라마(2004년 '단팥빵')에 출연한 것이 계기가 돼 올해로 경력 10년차가 된 배우. 연기를 하면서 예전보다 성격은 밝아졌고 말수도 늘었다고 한다. 하지만 연기 후에도 "사람을 만나는 건 두렵고 친해지기까지 꽤 시간이 걸리는 것"은 여전했다. 그런데도 "연기는 재밌다. 연기란 게 참 알 수 없는 세계인데, 그래서 끌리는 것 같다. 그래도 보통 힘든 게 아니다"라고 말하는 걸 보면, 그는 영락없이 배우다. 연기와 성장을 함께한 이 배우의 인생행로는 아역배우 출신들의 일반 경로에서 벗어나 있다. 대중의 관심을 적당히 즐기다 비슷비슷한 대학에 진학하고 작품을 고르는 것이 예상 진로일 것인데, 심은경은 그렇지 않았다. "관심권에서 벗어나 혼자 있고 싶었어요. 학생의 시간을 가지고 싶었습니다." 2011년 영화 '써니' 촬영을 끝내고 미국 유학을 떠났던 건 이런 배경에서였다. 미국 동부 피츠버그의 사립학교에서 6개월을 보낸 뒤 다시 첼리스트 요요마가 다녔던 뉴욕 프로페셔널 칠드런 스쿨로 옮겨 지난 6월 고교 과정을 그곳서 마쳤다. 이 기간 의사소통의 어려움, 친밀한 교우 관계를 갖지 못해 생기는 고독감 등으로 뒤늦은 사춘기를 보냈지만, 그는 그 시기 그전까진 맛보지 못한 자유를 맘껏 누리며 뉴욕이라는 공간이 선사한 예술적 향취에 흠뻑 빠져 지냈다. 맨해튼 브로드웨이 42번가에 살았던 심은경의 아지트는 브라이언 파크였다. "오후 1∼2시 수업이 끝나고 거의 매일 갔어요. 벤치에서 책 보고 숙제하고, 산책하고요. 근처 일본 서점 들르는 것도 좋아했습니다." 저녁 시간 가장 자주 갔던 곳은 링컨센터다. "그곳서 처음 봤던 연주자가 피아니스트 바부제였어요. 지난해 국내서도 공연하길래 반가워 달려갔어요. 2012년 프랑스 작곡가 메시앙의 연주회도 잊을 수 없습니다. 뉴욕 필하모닉 공연은 수시로 즐겼고요." 그는 "드뷔시, 라벨 같은 프랑스 작곡가들 음악은 섬세하고 유리구슬 굴러가듯한다. 그 감성에 정말 놀랐다"면서도 "가장 좋아하는 작곡가는 모차르트다. 그의 클라리넷 협주곡을 듣고 있으면 세상의 행복을 다시 생각한다"고도 했다. 브로드웨이의 뮤지컬, 오프 브로드웨이의 연극, 후미진 재즈바 공연까지 원없이 즐겼다. "체홉의 연극 '바냐 아저씨'는 충격이었어요. 관객과 소통하는 연극은 그런 것이구나 싶었습니다. 영화와 연극의 연기가 그렇게 다르지 않다는 것도 느꼈어요." 이런 낭만적 시간을 소비할 여건이 못 되는 한국에선 무료하지 않을까. 답은 "전혀 그렇지 않아요"다. "집에서 음악 듣고, 책 보고, 영화 보고 그러느라 새벽에 잠든다"는 게 그의 말이다. 그는 피아니스트 아르헤리치의 연주 동영상을 유튜브로 최근 다 봤고, 요즘은 일본 고전소설에 푹 빠져 있다. "하루키 소설은 읽다가 중간에 덮었어요. 지금 제가 읽기엔 버겁더라고요.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은 읽고난 뒤 한동안 잠을 못잤어요. 나쓰메 소세키도 정말 좋아합니다. 아무래도 제가 아날로그 취향인가봐요." '수상한 그녀'는 심은경의 이런 정서와 절묘하게 배합이 잘된 작품이다. 극속 젊은 시절 오두리는 눈물로 남편을 독일 광부로 떠나보내지만 곧바로 남편의 사망통지서를 받아든다. 어디에도 기댈 곳 없던 젊은 아낙은 홀로 아들을 키우며 서서히 억척 어멈, 할머니가 된다. 그러던 어느날 20대 몸으로 돌아간 이 젊은 할머니의 에피소드를 통해 우리 사회 노인, 가족문제를 돌아보며 묵직한 메시지를 전한다. 한편에선 엉킨 연애사건으로 좌충우돌 웃음도 준다. 유학 후반기에 이 시나리오를 봤던 심은경은 극 후반 아들 성동일과 나누는 대화 장면에서 펑펑 울었다. 심은경은 "그 장면을 위해서라도 이 작품을 하고 싶었다"며 "가족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세상의 어머니들이 자식들을 어떤 마음으로 키우는지 다시 생각하게 해준다"고 말했다. 영화는 오는 23일 개봉한다. jins@fnnews.com 최진숙 기자
2014-01-20 17:04: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