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카카오톡 등 채팅앱의 오픈채팅방에서 피터 린치, 얀 하치우스 등 유명 투자자를 사칭해 해외주식 매수를 권유하고, 주가가 상승하면 보유주식을 매도한 후 잠적하는 불법 리딩 사례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 온라인 사기는 초국경(Cross-border)형태로 해외에서 일어나는 경우가 많아 범죄수익 동결, 환수 등 피해가 어려울 수 있다. 금융감독원은 16일 국내외 유명 투자전문가를 사칭하는 채팅앱의 해외주식 매수 추천에 유의해달라며 '소비자 경보' 주의를 발령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이들 세력은 개인 투자자가 유튜브 주식강의 동영상이나 포털사이트 주식투자 광고 등 상담신청 메뉴에 핸드폰 번호 등 연락처를 남기면 카카오톡으로 개별 연락을 하는 방식으로 접근한다. 이들은 국내외 유명 투자 전문가와 함께 하는 토론방이 있다며 단체 오픈채팅방으로 초대하는데, 단체 채팅방에는 전설적인 펀드 매니저인 피터 린치, 골드만삭스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얀 하치우스 등 대화명을 쓰는 사람들이 포함돼 있다. 자칭 피터 린치, 얀 하치우스 등은 마치 통역 앱으로 한국어로 번역한 듯한 말투로 생소한 해외 주식을 추천하고, 다른 운영자는 '바람잡이' 역할을 하며 이들 전문가의 말을 상세하게 설명하면서 매매를 유인한다. 이들은 해외증시에 상장된 지 6개월 미만의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고 거래가 활발하지 않은 소형 해외 주식을 추천하고 최초 1~4회 매수 및 매도를 반복하면서 소액의 수익을 경험하도록 하는 특징이 있다. 마지막에 보유자금 전부로 주식을 매수토록 권유하는데 이 직후 주가가 단기간에 급락하게 된다. 따라서 금감원은 투자전문가 이름을 사칭해 채팅앱에서 일어나는 해외주식 매매리딩을 무조건 신뢰해 투자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다. 일대일 투자조언을 듣는 경우라면 정식 투자자문업체인지 여부와 업체명, 운영자 신원, 연락처 등을 확인하고 진행해야 한다. 이승연 기자
2024-06-16 18:29:10[파이낸셜뉴스] 최근 카카오톡 등 모바일 메신저(앱) 기반 오픈채팅방에서 해외주식 매수를 권유한 뒤, 채팅방 참여자들의 매수세 증가로 주가가 상승하면 보유주식을 매도한 후 잠적하는 불법리딩 사례가 발생하고 있어 투자자 주의가 요구된다. 금융감독원은 “피터 린치나 얀 하치우스 등 국내외 유명 투자전문가를 사칭하는 오픈채팅방의 해외주식 매수추천에 유의해 주길 바란다”며 16일 이같이 밝혔다. 금융소비자 대상 경보 등급은 ‘주의’이다. 특히 최근 온라인사기는 해외에서 초국가적으로 일어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경우 범죄수익 동결이나 환수 등 피해구제가 어렵다는 것이 금감원 설명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이들은 해외증시에 상장된 지 6개월 미만의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고 거래가 활발하지 않은 소형 해외주식을 추천한다. 이후 1~4회 매수·매도를 반복하면서 소액 수익을 경험하게 하고 마지막에 보유자금 전부로 주식을 매수토록 권유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금감원 측은 “최종 매수추천 직후 주가가 단기간에 급락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국내외 투자전문가 등을 사칭해 해외주식 매수를 권유하는 이들을 주의하여 투자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elikim@fnnews.com 김미희 기자
2024-06-16 10:42:35[파이낸셜뉴스] 최근 카카오톡 등 채팅앱의 오픈채팅방에서 피터 린치, 얀 하치우스 등 유명 투자자를 사칭해 해외주식 매수를 권유하고, 주가가 상승하면 보유주식을 매도한 후 잠적하는 불법 리딩 사례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 온라인 사기는 초국경(Cross-border)형태로 해외에서 일어나는 경우가 많아 범죄수익 동결, 환수 등 피해가 어려울 수 있다. 금융감독원은 16일 국내외 유명 투자전문가를 사칭하는 채팅앱의 해외주식 매수 추천에 유의해달라며 '소비자 경보' 주의를 발령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이들 세력은 개인 투자자가 유튜브 주식강의 동영상이나 포털사이트 주식투자 광고 등 상담신청 메뉴에 핸드폰 번호 등 연락처를 남기면 카카오톡으로 개별 연락을 하는 방식으로 접근한다. 이들은 국내외 유명 투자 전문가와 함께 하는 토론방이 있다며 단체 오픈채팅방으로 초대하는데, 단체 채팅방에는 전설적인 펀드 매니저인 피터 린치, 골드만삭스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얀 하치우스 등 대화명을 쓰는 사람들이 포함돼 있다. 자칭 피터 린치, 얀 하치우스 등은 마치 통역 앱으로 한국어로 번역한 듯한 말투로 생소한 해외 주식을 추천하고, 다른 운영자는 '바람잡이' 역할을 하며 이들 전문가의 말을 상세하게 설명하면서 매매를 유인한다. 이들은 해외증시에 상장된 지 6개월 미만의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고 거래가 활발하지 않은 소형 해외 주식을 추천하고 최초 1~4회 매수 및 매도를 반복하면서 소액의 수익을 경험하도록 하는 특징이 있다. 마지막에 보유자금 전부로 주식을 매수토록 권유하는데 이 직후 주가가 단기간에 급락하게 된다. 따라서 금감원은 투자전문가 이름을 사칭해 채팅앱에서 일어나는 해외주식 매매리딩을 무조건 신뢰해 투자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다. 일대일 투자조언을 듣는 경우라면 정식 투자자문업체인지 여부와 업체명, 운영자 신원, 연락처 등을 확인하고 진행해야 한다. seung@fnnews.com 이승연 기자
2024-06-16 09:00:02운용 기간 30년, 운용 자산 규모 36조원, 누적수익률 4281%. 수많은 위기를 넘어 많은 투자자의 신뢰를 얻으며 최고의 성과를 낸 피델리티 저가주 펀드(피드로우 펀드). 이 펀드를 설립하고 현재까지 운용 중인 피터 린치의 수제자, 조엘 틸링해스트가 최초로 자신의 투자 철학을 책으로 묶었다.그의 투자 원칙은 크게 5가지다. △합리적인 결정을 내려라 △아는 것에 투자하라 △정직하고 능력 있는 경영진에 투자하라 △경쟁이 심한 사업을 피하고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가진 기업을 찾아라 △주가와 내재가치를 비교하라가 바로 그것이다. 저자는 이 원칙을 지키는 것이 자신조차 얼마나 어려웠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또 투자자가 투자를 해야 할지 고민하게 되는 몇 개 분야나 주제를 따로 뽑아 상세하게 다룬다. 저자는 책의 첫장에서부터 투자란 무엇이며 좋은 주식이란 무엇인가를 얘기하는 대신 투자자가 쉽게 빠지는 함정을 지적하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저자는 투자로 돈을 버는 것은 당연히 중요하지만 그 이전에 비합리적으로 투자해 자금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대박을 맞추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지만 실패할 것이 분명한 선택지를 피하는 것은 가능한 일이기에 소위 '하방'을 먼저 다져놓아야 한다고 설명한다. 최고의 투자자가 한땀한땀 정리해가는 자신의 투자 철학과 노하우를 따라가다보면 복잡하고 어지러운 세계에서 어떻게 투자를 해 나가는 것이 좋을지 지혜를 얻을 수 있다. 박지현 기자
2020-05-21 17:17:20MSCI와 피터린치가 국내 저평가 가치주에 투자한다면 어떤 종목을 꼽을까? 26일 우리투자증권 김미혜 연구원은 “현재와 같이 적극적인 매수주체가 부재한 시점에서는 저평가 가치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 된다”면서 “실제로 국민연금이 올 하반기부터 우량가치주에 집중 투자하는 장기투자형에 5000억원의 자금을 집행하기로 함에 따라 국민연금의 가치투자 선정기준에 부합된다고 평가 받는 종목들의 강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투자증권은 이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MSCI가 정의한 가치주 특징과 가치투자의 대가 피터 린치가 제시한 가치주 선정기준을 적용 연기금의 매수세가 유입될 만한 종목들을 추출 했다. 먼저 MSCI가 정의하는 가치주 기준은 저PBR, 저PER(12Fwd PER), 배당수익률(Dividend yield) 등을 적용해 한화석화, 금호석유, 한국철강을 투자매력이 높은 가치주로 선정했다. 한편 피터 린치는 실적 안정성과 성장 가능성을 동시에 갖춰 향후 내재가치가 주가에 반영될 가능성이 높은 종목을 가치주로 정의함에 따라 현금배당수익률이 시장 배당수익률을 초과하고 주당현금과 현금흐름이 (+)인 종목 중 이익성장성대비 저평가되어 있는 종목을 가치주에 해당된다고 판단하고 이에 기관수급을 고려 시가총액 2000억원 이상 종목 중 현대중공업, GS홈쇼핑, CJ인터넷, 포스렉, 파트론 등의 종목을 추출했다고 밝혔다. /hit8129@fnnews.com노현섭기자
2009-06-26 09:25:06[파이낸셜뉴스] 주식 투자를 하면서 '매수' 버튼을 누르기까지는 수많은 변수가 존재한다. 필자는 앞서 '이환주의 개미지옥' 시리즈 <상남자 '즐라탄'도 겸손해질 주식 시장.. 겸손은 쉽다> 편에서 미국 시장에 상장된 ETF YINN에 투자했다 실패했던 경험을 쓴 적이 있다. YINN은 홍콩 거래소에 상장된 중국 주식 중 시가총액이 높은 50개 중국 기업의 시가총액을 3배수로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다. 쉽게 말해 중국을 대표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중국 기업이 잘 나가면 수익을 3배로, 반대로 못 나가면 손실을 3배로 보는 상품이었다. 수년 전 YINN에 대한 투자를 결정한 이유는 △미국에 맞서는 중국이라는 국가에 대한 믿음 △저평가 △타이밍 등 여러가지가 있었지만 결정적인 이유는 과거의 한 기억 때문이다. 10여년 전 금융부 출입 당시 우리나라 대형 시중은행의 대표와 부서 저녁 자리를 했던 적이 있다. 당시 그 은행장은 중국 시장 진출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중국의 무서운 점으로 '집단지배 체제'를 얘기했다. 상하이방, 태자당 등 중국 공산당 내에서도 파벌이 있고 절묘하게 견제와 균형을 맞추며 시스템을 통해 국가를 운영하는 중국 지도층이 절대로 만만하지 않다는 거였다. 사회주의 국가 시스템은 기업 운영의 비효율을 초래할 수 있지만 반면 국가주도로 특정 산업을 집중 육성할 경우 시장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한국과 치킨 게임을 통해 시장을 장악한 태양광 산업이나, AI 등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분야가 대표적이다. YINN을 산 것은 좀 거창하게 말하자면 13억명의 내수 시장과 그들 중 선별된 엘리트가 운영하는 중국이라는 시스템에 대한 투자였다. 당시 내 시나리오는 저평가된 중국 기업을 YINN을 통해 지속 저가 매수하면 언제가 다시 중국 경제가 성장할 때 큰 이익을 볼 수 있다는 상상에 기반했다. 하지만 YINN 투자를 시작하고 1년 정도 지났을 때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중국의 최고 지도자 시진핑 국가주석이 정적 제거에 나서며 집단 지배 체제가 아닌 일당 독재 체제를 굳힌 것이다. 2023년 3월 시진핑은 중국 역사상 처음으료 3연임으로 국가주석 자리를 지켰다. 애초 YINN을 매수한 가장 강력한 이유였던 '집단 지배 체제'를 통한 국가 운영이었는데 그 이유가 사라진 것이다. 돌이켜 보니 한때 중국에서 최고 잘 나가는 기업 알리바바를 창업한 마윈은 정부에 부정적인 말을 했다가 기업 지배권을 박탈당하는 일이 있었다. 또 여기에 더해 레버리지 ETF 상품의 특성상 비싼 수수료율과 침식효과(음의 복리 효과) 역시 장기 투자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아주 큰 손실을 보고 YINN을 전량 매도했다. 멘탈의 마지막 퍼즐, 상상력 앞서 주식 투자에 있어 '멘탈(정신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타고난 성격', '인내심', '겸손', '자기확신', '유연한 사고' 등을 중요한 요소로 꼽았다. 주식 투자 멘탈에서 중요한 마지막 퍼즐이 있다면 그것은 단연 '상상력'일 것이다. 주식을 싼 가격에 사기 위해서는 분석력과 공부가 필요하다면 이를 비싸게 팔기 위해서는 향후 해당 종목이 어떤 시나리오를 통해 비싼 가격에 거래될 것인지 미래를 예측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상상력을 통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그려봤더라도 실제로는 예측과 다르게 흘러갈 경우 빠르게 수정하고 이를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 지난해 4월 과거 출입했었던 생활경제부로 다시 발령받고 놀랐던 일이 있다. 바로 유통 기업 쿠팡의 괄목할 만한 성장이었다. 수년 전 생활경제부 당시 쿠팡은 만년 적자 기업이었으나 지난해 돌아와서 본 쿠팡은 전혀 다른 기업이었다. 이후 10월 4일에 '2등 기업을 응원하다'라는 기자수첩을 썼다. 쿠팡이 사실상 온라인 마켓 시장을 장악해 소비자들은 너무나 편해졌으나 향후에 요금 인상 등을해도 소비자들은 쿠팡을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건전한 경쟁을 할 수 있는 2등 기업이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당부였다. 아니나 다를까 예상은 현실이 됐고 쿠팡은 멤버십 요금제를 4990원에서 7890원으로 올렸다. 쿠팡을 쓰는 회원으로서는 화가 났지만, 이때 발상의 전환을 했다. 온라인 플랫폼에서의 지배적인 위치, 막대한 투자를 통한 OTT 시장 점유율 확대, 배달 플랫폼 등 신사업 확장을 고려했을 때 쿠팡의 주주라면 요금 인상도 반가운 일이 될 것이었다. 올 초 주가를 살펴보니 주가도 낮았다. 2021년 미국 주식 시장 상장 당시 40달러 후반이었던 주가는 10불 후반대였다. 상장 후 적정한 기간 조정을 거치고 저평가다 싶어 이때부터 월급이 들어오면 쿠팡 주식을 조금씩 사모았다. 피터 린치가 말한 "주변에서 좋은 주식을 찾아라"라는 조언과도 일치했다. 하지만 몇 달 정도 쿠팡 주식을 사모을 때 전혀 예상치 못했던 변수가 발생했다.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 테무와 알리익스프레스가 물량 공세를 펼치며 한국 시장을 빠르게 잠식해 나간 것이다. 테무와 알리는 과거 쿠팡이 그랬던것처럼 막대한 투자를 통해 점유율을 늘려 나갔다. 경쟁자가 없을 거라 생각했던 쿠팡에게 강력한 경쟁자가 생긴 것이다. 내 생각과 시장의 생각이 비슷했던 것인지 20달러를 넘었던 쿠팡의 주가는 다시 손실 구간에 접어들었다. 처음 생각했던 내 시나리오를 벗어난 상황이었기에 장기 투자를 다짐했던 처음과 달리 다시 쿠팡을 손절하는 판단을 내렸다. YINN과 쿠팡 모두 결과적으로 손실을 본 투자였지만 개인적으로는 좋은 수업이었다고 생각한다. 투자 결정까지 스스로의 상상을 바탕으로 성장 시나리오를 그려봤고, 실제 투자를 진행했고, 예상과 다른 변수가 출연해 당초의 결정을 수정했다. 주식을 하면서 매번 깨닫는 바가 있는데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는 점이다. 매번 분할매수, 분할매도를 다짐하고 급등주 추격 매수 금지 등의 원칙을 되새김질 하지만 막상 비슷한 상황이 닥치면 앞서의 실수를 반복하기 때문이다. 실패의 경험을 통해 굳은 살을 만드는 수밖에 없다. 삼양식품과 옥시덴탈페트롤리움 생활경제부에서 올해 K-라면에 관한 기사를 기획으로 여러편 썼었다. 지난 5월 1일에는 불닭볶음면으로 전세계를 평정한 삼양식품에 대한 기사를 썼었다. 또 그 즈음해서 삼양식품의 시가총액이 농심의 시가총액을 거의 따라잡았다는 기사도 썼었다. '낫 놓고 기역 자도 모른다'고 그때 삼양식품의 주식을 살 생각은 전혀 못했다. 식품 주식은 재미없다는 선입견 때문에 애초에 투자 후보군으로 생각해 본 적도 없었기 때문이다. 과거 중국 시장이 열렸을 때 초코파이가 대흥행하며 오리온의 주가가 떡상했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초코파이=불닭볶음면'으로 연결지을 상상력이 부족했던 탓이다. 8월 13일 현재 삼양식품의 시총은 4조2700억원, 농심은 2조6600억원으로 1.6배 이상 높다. 삼양식품이 농심의 시총과 같아졌을 때 매수했다면 60% 이상의 수익을 올렸을 것이다. 현재 아주 소량이지만 미국의 셰일가스(원유) 업체 옥시덴탈 페트롤리움을 보유중이다. 가장 큰 이유는 워런 버핏이 오랜 기간에 걸쳐 의미있는 지분을 보유했기 때문이다. 결과론이지만 5년전 주식을 시작하고 워런 버핏의 매매를 따라했을 경우 몇 년이 지났을 때 꽤 큰 수익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았었다. 약 3년 전 워런버핏이 일본의 상사 주식을 크게 매수했을 때 '일본 주식을 왜 사지?'라고 의아했는데 시간이 지나자 그의 판단이 옳았음이 증명됐다. 버핏이 샀다가 팔긴했지만 대만의 파운드리 업체 TSMC도 그와 비슷한 시기에 샀다면 큰 수익을 안겨줬을 것이다. 워런 버핏이 몰래 사모았던 보험사 '처브'도 그와 비슷한 타이밍에 살 수 있었다면 매우 큰 수익을 보고 있었을 종목이다. 친환경이 대세인 현재 워런버핏이 왜 옥시덴탈 페트롤리움을 크게 매수했는지는 잘 모른다. 현재 옥시덴탈의 주가는 59달러 정도로 워런 버핏의 평단가는 53달러 정도로 알려졌다. 다만 상상력을 발휘해 보자면 내 시나리오는 이렇다. 최근 전세계 산업계는 친환경 에너지 전환에서 그 방향성을 약간 선회하고 있다. 태양광, 풍력, 조력 등의 에너지 생산 한계로 인해 RE100(재생에너지 100%)을 무리하게 추진하기 보다는 다시 원자력 발전 확대 및 기존 화석 연료 사용이 불가피하다. 여기에 더해 AI와 자율주행 등 막대한 데이터 사용으로 인해 전력 수요는 앞으로도 급속히 증가할 것이다. 최근 미국에서 전선, 발전기 업체의 주가가 급등한 것도 이런 이유다. 미래에 에너지 수요가 급등하고, 중동 갈등 등으로 석유 공급이 불안정해질 경우 셰일가스를 통해 석유를 값싸게 생산할 수 있는 옥시덴탈 페트롤리움이 반사 이익을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아마 이런 시나리오가 버핏의 머릿속에 있는 것은 아닐까, 라고 상상해 본다. 하지만 이미 내 계좌는 다른 종목에 처물려서 파란색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옥시덴탈페트롤리움을 살 돈이 없다는 것이 유일한 문제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2024-08-13 19:51:45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올해의 국제 최고경영자'로 글로벌 무대에서 인정받았다. 28일 미래에셋에 따르면 국제경영학회(AIB)가 지난 2~6일 개최한 '2024 AIB 서울'에서 박 회장은 '올해의 국제 최고경영자상'을 수상했다. 아시아 금융인으로 처음이자, 한국인으로서는 1995년 고 최종현 SK그룹 선대회장 이후 두 번째다. '올해의 국제 최고경영자상'은 글로벌 시장에 진출한 경영인이 받는 상 가운데 최고의 권위를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앞서 소니그룹 아키오 모리타 회장(1983년), 피터 서덜랜드 골드만삭스 회장(1998년), 무타 켄드 코카콜라 회장(2013년) 등이 수상한 바 있다. 이번 수상으로 박 회장이 주도한 미래에셋그룹의 해외 시장 도전은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를 인정받았다. 박 회장은 '2024 AIB 서울'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모험적인 창업자들이 이끄는 글로벌 사업을 바라보면서 '왜 금융은 안 될까' 생각했다"며 "아시아·중국·인도를 커버하는 펀드 전략을 도입했고, 글로벌 관점에서 투자로 발전시키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2003년 국내 운용사 최초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했다. 당시 국내에서는 골드만삭스, 메릴린치 등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은 무리라는 부정적 반응이 팽배했다. 그러나 박 회장은 글로벌 시장에 대한 장기적인 비전을 놓치지 않았다. 현재 미래에셋운용은 미국·브라질·인도·캐나다·호주·홍콩 등 전 세계 16개 지역에서 활약하며 국내 대표 글로벌 금융기업으로 거듭났다. 전체 운용자산은 340조원에 달한다. 특히 해외 시장에서 유망한 ETF 운용사를 인수하면서 글로벌 ETF 규모는 약 175조원에 이른다. 올해 6월 말 기준 미래에셋은 글로벌 12위권의 ETF 운용사로 성장했다. 인공지능(AI)이 이끄는 미래 금융시장에 대한 준비도 마쳤다. 미국 현지에 AI법인 웰스스팟을 설립했고, 호주 로보어드바이저 전문 운용사 스톡스팟을 인수했다. 이를 통해 AI 기반 서비스를 접목한 금융시장에 본격 진출할 계획이다. 박 회장은 "인공지능은 금융의 미래를 변화시킬 수 있는 잠재적 해결책으로 부상하고 있다"며 "조직 전반에 걸쳐 지능형 AI 플랫폼을 장착하는 동시에 업무 전반에 걸쳐 투명하고 책임감 있게 활용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kakim@fnnews.com 김경아 기자
2024-07-28 18:31:23[파이낸셜뉴스] 주식 투자를 시작하고 공부를 시작하는 개미들이 가장 많이 사는 책 중 하나는 아마 피터 린치가 1989년 출간한 '월가의 영웅'일 것이다. 세상에 나온지 35년이나 된 주식 관련 책을 현재의 투자자들이 여전히 읽고 있다는 사실은 조금 의아하다. 당시와 비교하면 정보의 유통속도, 주식 매매 방법(스마트폰은 커녕 PC도 흔치 않았던 시절이다), AI와 프로그램 매매 등 강산이 바뀌어도 3번은 넘게 바뀌었을 시간이기 때문이다. 책을 보면 굉장히 원론적인 내용이 많다. 예를 들어 '아이와 아내가 실생활에서 사용하는 제품을 보고 투자 아이디어를 얻어라'라는 등의 조금은 뻔한 조언이다. 현재로 바꾸면 사람들이 스마트폰과 전기차를 많이 사용하니 애플이나 테슬라의 주식을 사고 기다리면 된다는 식의 내용이다. 애플과 테슬라가 좋은 기업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투자자는 거의 없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애플과 테슬라 매매를 통해서 수익을 거두는 가는 전혀 다른 문제다. 피터 린치는 1977년부터 1990년까지 마젤란펀드를 13년 동안 운용하며 2703%라는 경이로운 수익률을 기록했다. 연평균으로 환산하면 29.2%에 달하는데 이는 워런 버핏의 평균 수익률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마젤란펀드에 투자한 투자자는 절반 이상이 손실을 봤다. 펀드에 투자해 놓고 시장 상황 변동에 따라 인내심있게 기다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주식을 사놓고 여유있게 기다리기 어려운 이유는 불확실성과 위험회피 성향 때문이다. 1년 뒤에 10% 이자를 주는 예금, 1년 뒤 50% 확률로 수익 2배 혹은 원금 손실 100%인 투자 상품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예금은 확정 기대수익률이 10%이지만 후자의 상품은 기대 수익률이 50%다. 기대수익률 측면에서는 단연 후자의 상품이 훨씬 좋지만 손실회피 심리와 불확실성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은 전자를 택하게 된다. 그리고 이 불확실성 때문에 불안해진 사람들은 심리적 안정을 위해 차트 분석을 하거나, 외국인과 기관의 수급 동향을 살피며 심신의 안정을 취하는 것이다. 개인, 외국인, 기관 주식 거래의 3주체 주식을 거래하는 3주체는 크게 개인, 외국인, 기관으로 나뉜다. 해외 자금을 뜻하는 외국인은 전세계의 투자은행, 펀드, 연기금, 헤지펀드, 외국 개인투자자 등이 포함된다. 기관은 우리나라 국민연금, 은행, 보험사,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을 포함한다. 그리고 기관과 외국인을 제외한 개미투자자를 개인이라고 부른다. 보통 주가는 외국인과 기관이 주도해 이끌어 간다. 개미들의 경우 매수, 매도를 진행할 때 실시간 시가가 아닌 매수는 시가보다 낮은 가격, 매도는 시가보다 높은 가격을 설정해 예약 매매를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 개미들이 대동단결해서 비슷한 시기에 같은 종목을 대량 매수, 매도 하는 경우도 적은 만큼 주식 가격에 영향을 주는 일은 별로 없다. 반면 외국인과 기관의 대규모 자금은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 매도를 결정하면 일정 기간 집중 매수, 매도하는 경향을 보인다. 예를 들어 캐나다의 연기금이 '삼성전자 주식을 8만5000원 미만에서 7월 8일부터 12일까지 5거래일 동안 5000억원을 매수한다'는 식이다. 이들은 일시적인 주가 변동이 아닌 특정 섹터나 종목에 대한 전략을 세우고 이를 기계적으로 실행한다. 물론 최근 들어서는 프로그램 매매 등을 통해 주가에 최대한 영향을 덜 주는 방식을 택할 수도 있겠지만, 기관과 외국인의 경우 주가에 영향을 주면서 공개 매수를 진행하기도 하는 것이다. 물론 이보다 큰 규모의 경우 장외에서 블록딜 형태로 거래가 이뤄지기도 하지만 이건 논외로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기관과 외국인이 개미 투자자와 비교해 항상 유리한 것은 아니다. 기관의 경우 개미와 비교해 수익을 내는데 불리한 지점도 있다. 예를 들어 전세계에서 3번째로 큰 연기금인 우리나라 국민연금을 살펴보자. 국민연금의 2021년~2023년 수익률은 5.04% 수준이다. 2023년 잠정치는 13.59%로 높지만 2024년 잠정 수익률은 다시 5.87% 정도다. 연기금을 운용하는 기금운용본부 입장에서는 여러가지 '벤치마크 수익률'을 추종해야 하고, 다양한 제약 사항도 따른다. 벤치마크 수익률에 따라 전세계 다른 연기금의 수익률, 우리나라 주식 시장 전체의 수익률 등을 비교해 이 보다 나은 성과를 내야하는 압박이 뒤 따른다. 또 부동산, 주식, 채권, 대체투자 등 상품에 대한 비율도 정해져 있다. 더불어 매년 수익률 평가를 받고 기관의 성과에 반영해야 하는 만큼 일정 수준 이상 손실이 날 경우 매도(로스컷)을 해야 하는 규정 등도 있을 수 있다. 이에 반해 개미 투자자의 경우 빚을 내서 투자하는 게 아니라면 '존버'를 통해 손실을 만회하고 수익으로 전환을 노려 볼 수 있다. 또 기관의 경우 시장이 좋지 않다고 해서 시장을 떠나 있을 수 없지만 개미들은 경기침체나 쇼크 상황이 발생하면 한동안 시장을 떠나 있을 수도 있다. 물론 한 번 주식시장에 발을 담근 개미 투자자가 시장을 완전히 떠난다는 것은 담배를 끊거나, SNS를 끊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지만 말이다. 외국인과 기관의 수급을 살펴보면 답이 있을까 과거 시가 총액 1000억원 수준의 중소형 코스닥 종목을 보유했던 적이 있다. 생각보다 지진한 주가 흐름에 시간이 나면 틈틈이 초록 포털의 증권 카테고리에서 매일, 매달, 매년 외국인과 기관의 수급을 살펴봤던 적이 있다. 개미 투자자의 흔한 착각은 '외국인', '기관'으로 대표되는 매수 주체를 하나의 큰 집단적인 덩어리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외국인과 기관을 구성하는 주체는 셀 수 없이 많은데 이들이 마치 하나의 커다란 집단 의식으로 모여 마치 나(개미)의 돈을 뺏어 가기 위해 작당모의를 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어느 한 카페에 전세계의 투자은행장, 보험사 사장, 자산운용사 대표들이 모여서 마치 다수결로 의견을 취합하고 특정 종목을 사는 것은 아닐까? 하는 멍청한 생각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글로벌 자금의 입장에서 보면 한국 시장은 아주 아주 작은 시장이다. 한국 시장은 여러 투자 대안 중 아시아 지역, 그 중에서도 중국과 일본과 비교해 매력이 떨어지는 시장일 수 있다. 전세계 선진국의 주식지수를 모아 놓은 MSCI 선진지수에도 포함되지 않는 덜 매력적인 시장이다. 2023년 기준 전세계 주식 시장의 시가총액은 109조달러다. 이 중 미국이 약 42.5%를 차지하고 EU(11.1%), 중국(10.6%), 일본(5.4%), 홍콩(4.0%) 순이다. 한국은 순위에서 찾아보기도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외국의 투자금이 한국을 택하는 것은 위험분산 차원에서 아시아국가에 투자한다는 의미가 크다. 환율 변동성과 반도체라는 섹터에 투자하는 것이지 한국의 특정 기업에 투자한다는 의미는 없을 것이다. 아마도 외국의 투자금은 '한국'이라는 시장 자체를 사거나 '반도체(삼성전자)'나 '금융(은행)' 섹터를 사는 것에 불과할 것이다. 그것도 특정한 매수 의도가 있다기 보다는 미리 짜여진 로직(알고리즘)에 따라 기계적으로 대응하는 것일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시가총액 1000억원 짜리 코스닥 기업에 투자를 해 놓고, 매일 매일 외국인과 기관의 매매동향을 살펴보는 과거의 필자는 얼마나 어리석었던 것인가. 외국인과 기관도 미래를 알 수는 없다. 이기려 하지 말고, 시장의 흐름에 몸을 맡겨라 토머스 홉스는 그의 책 '리바이어던'에서 자연상태의 인간은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상태'라고 정의했다. 주식시장에서의 인간도 비슷하다.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상태'로 주식 시장의 만인은 모두 수익을 거두고 싶어한다. 외국인과 기관도 그 전쟁에 참여한 주체일뿐 특별한 마법 램프가 있는 것은 아니다. 2021년 전세계 주식 시장을 흔들었던 사태가 있다. 일명 '아케고스 사태'다. '아케고스'는 '빛' 혹은 '지도자'(신약에서 '예수'를 지칭)를 뜻하는 그리스어로 여기서는 한 헤지펀드의 이름을 말한다. 아케고스의 창립자는 한국계 펀드매니저인 빌 황(한국명 황성국)이다. 그는 일종의 차액결제거래(CFD) 방식을 활용해 막대한 수익을 거뒀고, 이를 과도하게 사용하다 망했다. CFD는 보유한 투자금보다 훨씬 더 많은 금액을 투자해 수익률을 극대화하는 파생상품 거래 방식이다. 예를 들어 보유한 현금이 100억인데 이보다 10배 큰 1000억원의 금액을 매수해 시세 차익을 거둔 뒤 파는 방식이다. 수익도 10배지만 손실도 10배다. 예를 들어 100억으로 1000억원을 샀는데 해당 종목의 주가가 10% 하락하면 원금을 모두 잃고, 그 이상 손실이 나면 빚이 생기는 구조다. 한국에서도 이슈가 됐던 '라덕연 사태'에서 자금을 댄 의사들이 "난 10억원을 투자했는데 빚이 20억원이 생겼다"고 억울해 한 것도 이런 레버리지 상품을 이용했기 때문이다. 빌 황은 당시 아케고스 자금 50억~100억달러를 가지고 최대 500억 달러(65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대 1000%의 레버리지 투자를 한 것이다. 그러다 2021년 당시 빌 황이 투자한 종목이 급락했고 손해액이 300억 달러에 달하면서 아케고스에 돈을 댄 은행이 파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당시 사건으로 아케고스 대신 투자은행들이 떠안은 피해는 100억 달러, 우리 돈으로 13조원에 달했다. 빌황은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법원에서 증권 사기, 시장 조작 혐의 등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아케고스 사태가 없었다면 빌 황은 한국계 투자자로서는 가장 성공한 투자자, 가장 큰 금액을 굴린 K-개미로 역사에 남았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외국인이면서 기관이기도 했던 그 역시 단 한번의 투자 실패로 감방의 뒤안길로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 기관과 외국인도 마법의 램프는 없다. "시장을 이기려 하지 말고, 자만하지 말고 시장의 흐름에 올라타 그 흐름을 따라가라"라는 것이 수많은 투자 구루들의 일관된 조언이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2024-07-14 17:19:26[파이낸셜뉴스] 사람은 변화를 싫어한다. 직장인은 아침 출근길 매번 같은 지하철 칸에 타고, 대학생은 교양 수업을 들으면 보통 같은 자리에 앉는다. 변화를 동반하는 판단과 선택은 뇌가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게 만든다. 반면, 반복된 행동 패턴과 습관은 뇌의 피로도를 줄여주고 좀 더 중요한 일에 뇌가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주식투자도 비슷하다. 보통 주식투자를 하지 않던 사람은 앞으로도 주식 투자를 하지 않을 확률이 높다. 지난 2년간 연애를 하지 않은 사람이 앞으로의 2년도 연애를 하지 않을 확률이 높은 것과 비슷하다. 다만 주식투자를 하지 않던 습관을 벗어나 주식투자를 하게 되는 아주 강한 '유인'이 있을 경우에 주식 투자에 뛰어 들기도 한다. 객관적인 데이터나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경우 그 강력한 유인은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우리 속담에 근거한다. 보통 주식을 안 하던 사람들이 주식에 관심을 갖게 되는 가장 강력한 계기는 나와 아주 가까운 누군가, 나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던 친구가 어느날 주식을 시작하고 큰 수익을 봤다고 자랑을 하면서 생기게 된다. 배가 슬슬 아파지면서 나도 한 번 주식을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경우다. 물론 종종 독서와 학습 등을 통해서 주식을 하지 않던 사람이 큰 기회를 직감하면서 시작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어떤 계기가 됐든 주식을 하지 않던 사람이 주식을 시작하게 되면 보통 초반에는 수익을 거둔다. '비기너스 럭', '초심자의 행운'은 단순히 심리적이고 우연적인 상황이라기 보다는 여러가지 조건들에 의해 매우 높은 확률로 실제로 일어난다. 가장 일반적인 경우는 주식을 시작하는 당시의 시장 상황이 '대세 상승장'일 경우다. 신문과 언론, 카페에서 모두 주식 얘기를 하고 '10만 전자'에 대한 희망에 부푼다. 자고 일어나면 '돈 복사'가 되는 세상에서 노동으로 월급만 받는 본인만 멍청한 사람인 것처럼 생각되는 것이다. 주식을 안 하던 삶에서 주식을 하는 큰 변화를 하기에 앞서 나름의 고민과, 생각의 시간을 갖고 처음에는 큰 욕심 없이 종목을 살 것이다. 그리고 모든 종목이 상승하는 분위기를 타고 초반에는 수익을 거둔다. 주식을 시작하는 사람이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이 '큰 욕심 부리지 말고 치킨 값이나 벌면 좋지 뭐'라거나 '없는 셈 치고 투자해 보고 인생 공부하는 셈 치자'라는 등의 소박한 내용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주식 계좌를 만들고 매매를 거듭하다 보면 마음 저 깊은 곳에 있던 욕망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인데 '주식해서 은행이자보다 조금 더 벌거면 뭐 하러 주식해'라는 생각이 든다. 처음에는 배당주나 우량주 등 안정적인 투자를 하던 개미는 어느새 원칙을 잃고 뇌동매매를 하고, 일명 '개잡주'에 투자하고, 단기 급등주, 정치 테마주 등에도 손을 댄다. 또 주식 구력이 쌓이고 초기 수익을 봤던 경험을 바탕으로 스스로가 주식에 대해서 좀 안다는 믿음도 생긴다. 초보운전을 막 벗어난 운전자가 운전에 대해 가장 큰 자신감을 갖는 것처럼 주식을 이제 좀 알게된 주린이도 이때를 주의해야 한다. 처음 세운 원칙을 깨뜨리는 순간 수익률은 급격하게 나빠지고, 어느새 현금은 바닥난다. '빚투'는 절대 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까먹고 은행에서 신용대출을 받고 그것도 모자라 증권사의 신용미수에 손을 대는 순간 개미의 인생 난이도는 갑자기 몇 단계가 높아진다. 어떻게 아느냐고? 다 경험담이다. 학술적으로도 개미 투자자의 실패는 연구된 적이 있다. 지난 2019년 발표된 서울대 석사 논문 "개인투자자는 왜 실패에도 불구하고 계속 투자를 하는가?"(김수현 외)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는 총 3단계를 거치며 실패를 하게 된다. 첫 번째는 초심자의 행운 단계다. 초심자는 처음에 본인의 무지를 인정하고 조심스럽게 자금을 운용해 수익을 얻는다. 두 번째는 수익을 맛본 투자자가 더 큰 수익을 꿈꾸며 투자 자금을 늘리는 단계다. 첫 수익을 통한 과도한 확신과 무리한 자금 확대 과정이다. 세 번째는 물타기 단계다. 어느 순간 주가가 하락하면 개인 투자자는 손절하지 못하고 투자금을 더 늘려 물을 탄다. 이후 손실은 점점 더 커져간다. 중대한 결정은 '직관'에 따르는 이상한 심리 온라인에서 신발이나 가방을 사본 적이 있을 것이다. 최저가를 골라서 보여주는 사이트를 들어가 보고, 실제로 결제 단계까지 진행했을 때 각종 할인 혜택과 쿠폰 등을 고려해 같은 제품을 몇 천원 싸게 사본 경험들이 다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운동화를 3000원 싸게 사기 위해 30분을 소비했다면 손해일 수도 있다. 30분을 쇼핑 사이트를 둘러보는데 쓰는 대신 편의점에서 최저 시급을 받고 아르바이트라도 했다면 5000원을 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기회비용'을 계산하면 합리적인 소비가 아닐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신발을 하나 사는데도 최대한의 합리적 소비를 하기 위해 이렇게나 노력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우리는 우리 인생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아주 중대한 결정을 할 때는 신발을 살 때 보다도 노력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내 삶 전체에 아주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집'을 살 때에 주변 친구 몇몇의 말을 듣고 집을 결정한다거나, 우연히 만난 사람이 지나가듯 추천한 주식 종목을 듣고 몇 년동안 뼈 빠지게 일해서 번 돈의 아주 큰 부분을 투자하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신발이나, 원피스를 고를 때 수십분을 고민하는 사람도 막상 내 남은 인생의 평생을 함께할 반려자를 결정하는 데는 단 몇분 밖에 쓰지 않는 경우도 자주 있다. 아이슈타인이나 리처드 파인만 같은 과학자들도 자신의 파트너를 고를 때 수학과 물리학의 이론을 적용해 신중하게 판단하기 보다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이 '직관'에 따랐을 것이다. 주식 종목을 고를 때도 마찬가지다. 대부분 사람들이 종목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생각하기 보다는 아주 작은 계기로 특정 종목과 사랑에 빠진다. 그리고 특정 종목과 사랑에 빠지게 되면 그 종목의 좋은 점만 보게 되는 '확증편향'에 빠지기 쉽다. 주식투자로 엄청난 부를 축적한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주식투자는 미인대회”라고 강조했다. 미인대회 심사위원들이 자신의 눈에 예쁘게 보이는 참가자에게 투표하지 않고, 다른 사람이 예쁘다고 판단할 사람에게 투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우승자를 맞힐 확률(수익)이 높아진다. 주식 종목을 고를 때 '제 눈에 안경'을 골랐다간 대세 상승장에 혼자 소외되는 끔찍한 경험을 할 수도 있다. 주식 종목을 고를 때는 온라인에서 운동화나 원피스를 고를 때처럼 이것 저것 따져보고, 비교해 봐야 한다. 본인만의 매수, 매도 원칙을 정하고 이를 철저히 지키도록 노력해야 한다. 종목 추천, 엄마 아빠에게도 금물 개인적인 원칙인데 결혼을 앞둔 커플이 사주를 보는 일은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만약 두 연인이 사주팔자를 봤는데 사주팔자가 아주 좋다면 잠시 기분이 좋고 말 것이다. 결혼 이후의 행복한 삶에 해당 커플의 사주가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만약 사주가 나쁘다면 어떨까. 예를 들어 두 사람 중 한 사람의 사주가 '상대방을 잡아 먹을 팔자'와 같은 아주 나쁜 사주였다면 말이다. 결혼 이후 만약 그 커플이 싸우게 된다면 그 커플의 마음속에서 그 나빴던 사주가 스멀스멀 들려올 것이다. 그리고 부정적인 감정이 확대되고 행복한 결혼 생활에도 아주 큰 장애물이 될 것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주식 종목 추천도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하는 행동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물론 주식 종목을 추천하는 사람의 마음은 '좋은 종목이니까 내 친한 사람에게도 추천해 주고 같이 부자가 되자'는 선한 의도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막상 주식 종목 추천을 받은 사람 입장에서는 해당 종목을 매수하고 가격이 오르면 좋은 판단을 한 '내 탓'이 되고, 만약 해당 종목이 떨어지면 종목을 추천한 사람이 '죽일 놈'이 될 공산이 크다. 그리고 주식 종목을 추천하는 사람의 머릿속에는 해당 종목이 좋은 이유, 위험한 이유, 앞으로의 시나리오 등 많은 정보가 있지만 종목을 추천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해당 정보가 부족하다. 해당 종목이 오르고 내릴 때 마다 확신의 크기가 적은 만큼 종목을 추천 받은 사람은 불안감이 커질 수 밖에 없다. 대부분의 주식 방송과 유튜버들이 '해당 종목에 대한 추전이 아니며 투자는 전적으로 본인의 책임'이라고 말하는 이유 역시 이 같은 맥락 속에서 이해 될 수 있다. 나랑 친분도 없고, 일면식도 없는데 다짜고짜 종목을 추천해 주겠다고 하는 사람은 열이면 열 다 사기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 종목 추천을 하고 싶다면 적어도 상대방에게 내 평단가, 투자 총액을 공개하고 해당 종목이 내 평단가 보다 낮을 때 추천하자. 그러면 사람은 못 믿어도 돈은 믿을 수 있다는 믿음에 종목에 대한 신뢰가 조금은 높아질 것이다. 개인적으로 정 종목 추천을 받고 싶다면 미국증권거래위원회 'F13 공시'를 참고하자. 워런 버핏, 빌 게이츠 등 미국 주식에 1억 달러 이상을 투자한 사람들의 보유 주식을 3개월 후에 공개하는 보고서다. 코카콜라, 애플 등 워런 버핏의 종목만 따라했다면 지난 몇 십년 동안 20%에 가까운 수익률을 올렸을 것이다. 요즘은 다양한 국내 유튜브 채널에서도 F13 공시를 통해 미국 주요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를 알려주고 있다. 실제로 매번 워런 버핏의 특정 종목 매수 뉴스가 나오고 살까 말까 고민한 뒤에 내가 안 샀을 경우 1년 정도 지나면 해당 종목은 꽤 높은 수익률을 거둔 경우가 많았다. 기대 수익률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보통 주식을 처음 할 때는 '치킨값', '용돈 벌기'가 목표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안정적인 주식 투자를 위해서는 현실적인 목표 수익률 설정이 매우 중요하다. 은행 예금과 적금이 연 5%인데 이보다 낮은 기대 수익률을 설정하면 위험을 감수하면서 주식을 할 이유가 전혀 없다. 하지만 또 막연하게 '주식할 거면 1년에 100%(2배)는 벌어야지'라고 생각할 경우 매우 위험한 투자가 될 수 있다. 목표 수익률 설정에 참고할 만한 몇 가지 지표들이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지구 상에서 가장 뛰어난 투자자 중 1명인 워런 버핏은 1965년부터 현재까지 연평균 약 20%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본인이 70억인구 중에서 상위 1%가 아니라면 매년 20%의 수익률을 목표로 삼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물론 1년에 100% 수익을 거두는 해가 있을 수는 있겠지만 꾸준한 수익률을 거두는 것은 쉽지 않다. 월가의 전설적인 투자자 피터 린치 역시 1977년부터 1990년까지 마젤란 펀드를 13년간 운용하면서 영편균 29%라는 경이적인 수익률을 거뒀다. 하지만 마젤란 펀드에 투자한 투자자 중 돈을 번 사람은 거의 없다는 피터 린치의 말처럼 하락장에서 '멘탈'을 유지하는 것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로 알 수 없는 어려운 영역이다. 우리나라 국민연금을 운용하는 사람들은 모르긴 몰라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주식과 투자에 전문적인 사람들일 것이다. 기금운용본부는 1999년 설립됐는데 지난해 13.59%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기금운용 본부 설립이래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물론 국민연금 등 기금은 보수적으로 투자하는게 원칙이긴 하겠지만 어쨌든 10%를 넘는 수익은 쉽지 않다는 것의 방증이다. 그렇다면 일반적인 개미 투자자가 목표로 할 수 있는 현실적이고 달성 가능한 수익률은 연 평균 10% 정도가 될 것이다. '72의 법칙'이란게 있는데 72를 수익률(%)로 나누면 내 투자 자산이 2배가 되는 시간을 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연평균 10%의 수익률을 꾸준히 달성할 경우 72법칙에 따라 7.2년 뒤에는 내 자산이 2배가 된다. 여기서 수익률을 5%만 높여도 내 자산이 2배가 되는 시간이 4.8년으로 줄어들게 된다. 하지만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연 9%~10%대 기대 수익을 거둘 수 있는 방법도 있다. 바로 미국 S&P 500지수에 투자하는 것이다. 미국 주요 대기업들을 모아놓은 S&P는 지난 수십년 동안 연평균 9%~10%대 상승해 왔다. 아주 적은 수수료만 내면 단 1도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우리나라에서 투자를 제일 잘하는 기금운용 본부의 사람들이 거두는 수익률 보다 아주 낮은 정도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꾸준히 실행하는 것은 매우, 아주, 엄청 어렵다. 사람의 욕망, 멘탈이 그를 그렇게 내버려 두지 않기 때문이다. 이 글의 제목은 '주식투자 멘탈이 9할이다'이지만 어떤 사람들은 주식투자에서 '멘탈이 전부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2024-05-29 20:49:32[파이낸셜뉴스] 부동산과 주식의 상승 그래프는 닮았다 한 번의 큰 부동산 상승 사이클을 겪고 보니 부동산 시장도 주식 시장과 비슷한 흐름대로 움직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주식 시장의 경우 지난 상승기 때 '태조이방원'이란 말이 유행했다. 태양열, 조선, 이차전지, 방산, 원자력과 같은 테마를 형성하며 시장을 이끄는 주도주가 먼저 올랐다. 주도주가 한 차례 오르고 난 뒤 소형 종목이 순차적으로 오르는 순환매 장세가 이어졌다. 그리고 유동성의 끝물에는 개나 소나 마지막 불꽃을 태우며 상한가를 치는 이상한 장세가 이어졌다. 그리고 이 이상한 장세의 끝물에서 개미(주로 주식을 처음 시작했던 지인)들이 밥을 먹고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삼성전자 10만원 갈 거 같아서 나도 샀잖아."라고 말했다. 피터 린치가 말한 '칵테일 파티' 그대로 였다. 부동산도 처음에는 서울 강남 3구(강남, 서초, 송파)의 핵심 아파트들이 먼저 오른다. 이른바 대장 아파트들이다. 이어서 마용성(마포, 용산, 성동)이 오르고 서울의 주변 지역 아파트들이 들썩인다. 그리고 과천, 경기 등 수도권과 지역 광역시, 대도시인 부산과 대전, 세종 등이 오른다. 마지막으로 지방 구석의 아파트들과 재개발 재건축 가능 단지들이 한 차례 오른다. 뉴스 기사에는 '오늘이 가장 싸다', '집 안 사면 바보' 같은 자극적인 헤드라인이 걸린다. 실수요자인 30대 부부는 불안에 떨며 은행에서 막대한 빚으로 내 집 마련을 한다. 보통 이때가 '꼭지'다. 부동산 투기의 끝물 즈음이었다. B씨는 1억원을 투자해 인천에 있는 아파트 5채를 한 번에 샀다. 매매가 1억원에 전세가 8000만원 정도인 노후 아파트 5채를 전세를 끼고 샀다. 1채당 각 2000만원을 투자해 1억원으로 5채를 샀다. 부동산 규제가 한창이라 1주택 취득세는 1%, 2주택은 8%, 3주택은 15% 세금을 메기던 시절이다. 사실상 3주택을 사는 순간 15%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기 때문에 다주택 구매를 생각도 하지 마라는 정부의 경고였다. 하지만 여기에도 허점은 있었다. 공시가격(보통 거래되는 시세의 50~70% 수준) 1억원 미만 아파트의 경우 투기 목적이 크지 않다고 판단해 취득세 중과가 되지 않고 동일하게 1%만 적용되는 점을 노린 것이다. 공시가 1억 미만 아파트들은 1채를 사든 10채를 사든 취득세는 동일하게 1%만 부과됐다. B씨가 1억원에 인천 아파트 5채를 사고 6개월 정도 지나자 투기 세력이 마지막 종착지인 인천 노후 아파트들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1억원이던 아파트의 가격이 20% 정도 올라 1억원2000만원이 됐다. B씨는 미련 없이 아파트 5채를 1년도 되지 않아 팔아 치웠다. 아파트 한 채당 2000만원 수익, 50%를 세금으로 내도 아파트 1채당 1000만원의 수익이었다. 1억원을 투자해 6개월 만에 세금 다 내고 5000만원을 벌어 들여 투자 수익 50%를 거둔 것이다. A씨와 B씨의 사례를 겪으면서 부모님이 떠올랐다. 70평생 살면서 현재 경기도 한 빌라에 살 때까지 등기를 쳐 본 일(내집 마련)은 서 너 번도 되지 않는다. 하지만 누군가에겐 집을 사고 파는 일이 2년마다 핸드폰을 바꾸는 것처럼 아주 쉬운 일이었다. 실제로 일부 공인중개사(부동산)들은 투자 목적으로 집을 사는 고객의 리스트를 확보해 실수요자들을 위해 집주인이 네이버나, 직방 같은 사이트에 집을 내놓기도 전에 거래를 끝마친다. "투자 가치가 있고 전세를 끼고 사면 투자금이 얼마인데 2년 뒤쯤 팔면 될 것"이라고 조언도 해준다. 중개사 입장에서는 네이버 등에 광고를 올리지 않아 수수료를 아끼고, 투자자 입장에서도 좋은 부동산을 선점할 수 있다. 투자자가 바쁘면 계약 당일 부동산에 가지 않고도 계약서를 대신 써주기도 한다. 투자금이 소액(몇 천만원)인 경우 투자자는 부동산에 계약 위임장을 써주고 계약금과, 잔금 이체만 하고 거래를 마친다. 계약서와 등기는 카톡이나 등기로 받으면 그만이다. 어차피 투자자가 엉덩이를 깔고 사는 집이 아니라 잠깐만 보유했다 다시 팔 집이기 때문에 집을 실제로 보지도 않는다. 세입자는 자기 집주인이 바뀔 걸 모르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전형적인 그들만의 리그였다. 이제는 말할 수 있다..주판알을 튕기는 '그들'의 방식 유동성이 넘치는 시기에는 주식, 부동산, 가상화폐, 금 등 모든 투자자산의 가격이 오른다. 그리고 '그들'은 포트폴리오 분산 차원에서 대부분 이 같은 투자 자산 모두에 투자한다. 정부의 규제는 언제나 이들보다 느리고, 개미들은 항상 거품의 정점에 투자해 큰 손실을 본다. 5년간 주식투자를 하면서 '초심자의 행운'도 겪어보고 '나 천재인가'라는 착각에도 빠져봤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결국 깨닫게 되는 진리는 개미보다 월등하게 정보 접근성이 좋은 '그들'에게는 절대로 이길 수 없다는 것이다. 그들은 제도를 설계하고, 언제나 한발 앞서 움직이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김용남 개혁신당 전략기획위원장이 경제분야 정강정책을 발표했다. 그가 발표한 정책에는 한국 주식시장의 대부분 문제점이 포함됐다. '한국 주식이 미국 주식보다 후진' 모든 요소를 검토해 최적의 대안을 발표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입법과제 8가지로 △하나,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 △둘, 경영권 프리미엄 불인정 및 주식 공개매수 의무화 △셋, 물적 분할통한 쪼개기 상장 금지 △넷, 자사주 매입 후 소각 의무화 △다섯, 상장회사의 전자 투표제 및 전자 위임장 제도 의무화 △여섯, 집단소송 제도 개혁 및 절차 간소화 △일곱, 증거개시 제도 도입 △여덟, 거버넌스 개선 기구 국회 내 설치 등이다. 이 중 '경영권 프리미엄'은 국내 주식 시장에만 있는 이상한 제도로 블록딜 등 대규모 거래시에 대주주의 주식을 20~30% 더 비싸게 사주는 이상한 제도다. 미국에서는 소액투자자에게 매도 우선권 등을 부여해 시장에서 더 비싼 가격에 팔 수 있도록 유도해 주고 있다. 대주주를 우선하는 한국과 반대다. 또 자사주 매입의 경우도 미국에서는 자사주 '매입은 곧 소각(주가부양)'의 의미로 사용된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자사주 매입 공시를 띄우고 주가만 부양시킨 후 소각을 하지 않아 대주주의 지분만 늘리는 일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8가지 입법 과제 외에도 한국 증시 부양 중장기 과제로 3가지를 더 제시했다. △전환사채, 신주인수권부사채 등 발행 관련 제도 개혁 △기형적인 한국식 지주회사 제도 개선 △상속세율 인하 검토 등이다. 상속세율 인하의 경우 국내 일부 기업들은 상속세를 줄이기 위해 주가를 오히려 낮추려는 유인이 있어왔다. 주식의 가격이 올라버리면 60%에 달하는 주식 상속세를 낼 수 없어 주식을 팔아 세금을 내야한다. 이 경우 자식에게 상속할 지분율이 감소하기 때문에 상속 절차를 완료하기까지 주가를 눌러 왔던 것이다. 검사출신 김용남 전 의원은 한때 국민의힘 소속 의원이었다. 그는 대선 토론회 당시 윤석열 대통령 후보자가 손바닥에 '왕(王)'자를 쓰고 나온 것이 비판 받자 “손을 손가락 위주로 씻어서 왕자가 지워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국민의 힘을 탈당한 뒤 그는 최근 "사실은 (그때) 제 속마음은, 표현은 좀 그렇습니다만, 경멸 내지 조소의 의미가 컸던 것”이라며 “이게 논리적으로 설명도 안 되니 ‘아이고 저도 귀찮습니다’ 이런 취지로 (말했던 것)”이라고 털어놨다. 그 역시 당시 그가 속한 위치에서 일종의 '양두구육(양머리를 내걸고 개고기를 판매한다)'을 했던 셈이다. TV속 국회의원 300명은 때로 너무도 우스꽝스럽고 바보처럼 보일 때도 많다. 하지만 그들이 가지고 있는 싱크탱그와 정보는 개개의 개미와는 차원이 다르다. 국민의 불편을 알고도 모르는 척 하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이번에 개혁신당이 발표한 입법과제만 봐도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개미들이 어떤 고통과 피해를 받는지 그들은 모두 속속들이 알고 있었다는 방증이다. 설령 몰랐다고 해도, 알려고 하는 의지만 있었다면 누구보다 정확하게(당연히 취재 기자보다 훨씬 더)알 수 있는 사람들이다. 매 4년마다 오는 국회의원 선거는 어쩌면 개미들에게는 기회다. 기울어진 운동장이 잠깐이나마 평평해 지는 찰나의 순간이다. 지식의 저주에 빠지는 대신 지혜를 나누면 힘이 된다. #이환주의 개미지옥 #양두구육 #부동산 #자사주 소각 #경영권 프리미엄 #주식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2024-01-19 20:1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