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경찰이 허경영 국가혁명당 명예 대표가 운영하는 종교시설 하늘궁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5일 경찰 등에 따르면 경기북부경찰청 반부패 경제범죄 수사 2대는 수사관 23명을 동원해 이날 경기 양주시 소재 하늘궁을 압수수색 중이다. 앞서 하늘궁 신도들은 허 명예 대표와 하늘궁 관계자들이 자신들에게 영성 식품을 원가보다 터무니없이 비싸게 판매했다는 등의 이유로 지난해 고소장을 제출한 바 있다. 고소장에 적시된 혐의는 사기, 식품위생법 위반, 정치자금법 위반 등이다. 경기북부경찰청은 허 명예 대표가 상담을 핑계로 신도 등을 성추행했다는 고소장도 접수해 수사 중이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2024-09-05 13:41:14[파이낸셜뉴스] 경찰이 성추행 혐의로 신도들로부터 고소당한 허경영 국가혁명당 명예대표의 종교시설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다. 경기북부경찰청은 15일 공중밀집장소추행 혐의를 받는 허 대표와 관련해 이날 오전 8시 경기 양주시에 있는 종교시설인 '하늘궁'과 서울 종로구의 한 강연장을 압수수색했다고 밝혔다. 지난 2월 신도 20여명은 허 대표가 여신도들의 신체를 접촉했다고 주장하며 고소장을 제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허 대표 측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는 입장이다. 경찰은 고소인들의 조사는 대부분 마친 상태로 증거자료를 통해 혐의를 조사할 방침이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
2024-04-15 14:45:45[파이낸셜뉴스] 허경영 국가혁명당 비례대표 후보가 운영하는 종교시설인 '허경영 하늘궁'이 관광지에나 사용할 수 있는 갈색 도로표지판을 불법 설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4일 경기 양주시에 따르면 양주시 장흥면 권율로 인근에 '허경영 하늘궁 HEAVEN PALACE' 글씨가 적힌 갈색 도로 표지판이 설치돼 있다. 갈색 표지판은 관광지를 안내하는 방향정보 표지판이다. 관련 법규에 의해 관광지나 국립공원, 관광시설 등 지정된 곳만 허가·설치할 수 있다. 하지만 하늘궁은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지판이 설치된 곳은 국유지인 데다 하천까지 있어 하천점용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하늘궁 표지판은 관련 허가 없이 임의로 설치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시는 하늘궁 측에 불법 표지판의 자진 철거를 요청한 상태. 시 관계자는 "하늘궁 측이 점용허가와 광고물 허가 없이 표지판을 무단으로 설치했다"며 "하늘궁 측에 자진해서 철거하라고 안내했다"고 전했다. gaa1003@fnnews.com 안가을 기자
2024-04-05 06:15:12[파이낸셜뉴스] 허경영 국가혁명당 명예대표가 여성 신도들을 성추행한 혐의는 물론 부동산 사기 혐의로도 수사를 받고 있는 걸로 확인됐다. 25일 SBS '8뉴스' 단독 보도에 따르면 신도들은 허 후보가 종교시설 '하늘궁'의 땅을 팔겠다며 수억 원을 받아 놓고, 매매계약서는커녕 땅 위치조차 알려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2019년 하늘궁 신자였던 A씨는 허 후보에게 100평 값으로 두 번에 걸쳐 2억원을 건넸다. A씨는 "(허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한국에 청와대를 사용을 안 하고 하늘궁을 자기가 대통령 궁처럼 사용을 한다고 (투자를 권했다)"고 말했다. 제대로 된 매매 계약서는 없었다. '2억 완납'이라는 문구와 허 후보서명이 담긴 종이가 전부였다. 어디에 있는 어느 땅인지 물어도 말해주지 않았다. 피해자는 또 있다. 과거 하늘궁 신도였던 B씨는 '하늘궁을 실버타운으로 만들겠다'는 허 후보의 말에 2020년 3억원을 건넸다. B씨는 "(허 후보가) 그 안에 의료시설도 있고 음식도 그냥 해놓은 걸 먹을 수 있고. 그래서 노후에 편하게 살 수 있다고 해서… 그때 되면 땅값도 오르고 진짜 좋을 거다 (라고 해서 투자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제대로 된 계약서가 없어 명의 이전도 없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은 당시 공사 중이었던 하늘궁 주변 땅을 샀던 거라고 추정만 했다 살던 집까지 팔아서 허 후보에게 돈을 줬던 이들은 뒤늦게 사기를 당했단 사실을 알게 됐다. 이들이 사기 혐의로 고소하겠다고 하자 허 후보는 돈을 다시 돌려줬다. 하지만 경기북부경찰청은 허 후보의 자필 영수증과 당시 돈이 오간 계좌 내역 등을 입수, 부동산 사기 혐의로 수사에 들어갔다. 허 후보는 "땅을 판 적이 없냐"는 SBS 측 물음에 "신도들이 사고 싶어 했다"라고 말했다. 자필 영수증도 모르는 얘기라고 반응했다. 이에 영수증을 들이밀자 허 후보는 "(신도들이) 땅 100평을 하늘궁 쪽에 와서 살겠다 그러잖아. 자기들이 살고 싶다, 그래서 땅을 사겠다고 했던 거다"라고 말했다. 땅을 팔았다면서도 판 게 없다고 하기도 했다. 허 후보는 "판매가 아니다. 모든 게 다 합법적인 거다. 내가 토지를 많이 갖고 있는데 토지를 일부 팔 수도 있지 않나"라고 전했다. 취재진에 "그럼, 일부를 팔았다는 것이냐"라고 묻자, 이번엔 "아니 판 게 없다"고 답했다. 또 부동상은 본인이 관리하는 게 아니라고 반박했다. 황당한 건 신도들이 받은 하늘궁 땅 계좌번호로 직접 돈을 보내자, '허경영'이란 명의가 떴다는 것이다. 그는 이번 총선 비례대표 후보에 나서며 480억 원 넘는 재산을 신고했다. gaa1003@fnnews.com 안가을 기자
2024-03-26 07:35:54[파이낸셜뉴스] 허경영 국가혁명당 명예대표의 종교시설로 불리는 '하늘궁'에 입소한 8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돼 경찰이 조사 중이다. 사건 현장에서는 남성이 마시던 우유가 발견됐다. 이 우유에는 '불로유' 라는 스티커가 붙어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26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 23일 오전 10시 30분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하늘궁에서 우유를 마셨다"는 내용의 119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과 소방 당국은 경기 양주시 장흥면의 하늘궁에서 운영하는 모텔 2층에서 80대 남성 A씨가 숨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발견 당시 A씨 주변에는 마시다 만 우유가 있었다. A씨는 허경영 대표의 신도로 요양원에서 생활하다가 최근 아내와 함께 하늘궁에 입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유를 썩지 않게 하는 자'" 불로유 정체는 지난 7월 20일 유튜브 '허경영TV' 등 허 대표 측이 운영하는 여러 유튜브 채널에 따르면 하늘궁 측은 해당 우유 제품은 썩지 않고, 마시면 만병이 사라진다고 주장했다. 영상에 따르면 허 대표는 성경 속 마태복음을 읽으며 “예수가 자신을 예언한 것”이라며, 고린도전서 15장52절 ‘나팔 소리가 나매 죽은 자들이 썩지 아니할 것으로 다시 살아나고’라는 구절을 강조했다. 허 대표는 해당 구절과 관련 ‘썩지 않을 것이 다시 살아나고’를 두고 “이것이 '불로유'다. 우리는 '불로산삼'도 있다. 여기에 세계 UN 봉사단 이사장이 앉아있다. 이 사람이 우리나라 산삼 일인자인데 산삼을 위해 평생을 보냈다. 원래는 대통령도 할 수 있는 사람인데 산삼에 빠졌다. 이천에 산삼농장도 있다”고 주장했다. 또 “예수는 하나님이 보낸 자가 있다고 했다. 그자가 바로 ‘우유를 썩지 않게 하는 자’다. 우유가 영원히 안 썩는 이유가 무엇이냐? 그자 말고는 할 자가 없기 때문이다. 이게 신인”이라며 “성자가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이래도 못 알아보면 기가 막히는 것이다. 그러니 내가 몇 년 있다가 가려고 한다. 여러분이 나에게 안티가 생긴 대가가 오는 것이다. 내가 말한 메시지는 모두 선언”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불로유'와 '불로산삼'은 허 대표가 새롭게 만든 식품은 아니다. 불로유는 일반 우유에 허경영 대표의 스티커를 붙여 '허경영'의 이름을 외치고 상온에 보관한 우유다. 스티커 가격은 5000원으로 알려졌다. A씨 부부는 하늘궁에서 판매하는 '불로유' 스티커를 직접 구매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A씨는 하늘궁에 입소한 후 다른 음식을 섭취하지 않고 불로유만 마셨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A씨의 정확한 사인을 확인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하고 현장에서 수거한 우유에 대해 독극물 검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하늘궁 측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A씨는) 입소한 지 이틀밖에 되지 않았다"며 "정확한 내용은 대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2023-11-26 22:17:07허경영 국가혁명당 명예대표의 종교시설로 불리는 '하늘궁'에 입소한 8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돼 경찰이 조사 중이다. 26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 23일 오전 10시 30분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하늘궁에서 우유를 마셨다"는 내용의 119 신고가 접수됐다. 출동한 경찰과 소방 당국은 경기 양주시 장흥면의 하늘궁에서 운영하는 모텔 2층에서 80대 남성 A씨가 숨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발견 당시 A씨 주변에는 마시다 만 우유가 있었다. A씨는 허경영 대표의 신도로 요양원에서 생활하다가 최근 아내와 함께 하늘궁에 입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A씨 부부는 하늘궁에서 판매하는 '불로유' 스티커를 직접 구매했다. 불로유는 일반 우유에 허경영 대표의 스티커를 붙여 '허경영'의 이름을 외치고 상온에 보관한 우유다. A씨는 하늘궁에 입소한 후 다른 음식을 거의 섭취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평소 지병이 있어 아내와 함께 요양원에서 생활하다 최근 하늘궁에 입소했다. 경찰은 A씨의 정확한 사인을 확인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하고 현장에서 수거한 우유에 대해 독극물 검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하늘궁 관계자는 이에대해 " 불로유란 허경영의 스티커가 부착된 우유를 말한다. 직접 우유는 판매 하지 않았고 스티커만 판매하며 각자 만들어 먹는 형태로 이루어 지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사망한 80세 어르신은 불로유를 먹지 않고 10일 동안 굶은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독극물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마셨다고 하는 우유는 불로유가 아닌 노인이 직접 가져온 것이라고 항변했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 기자
2023-11-26 12:42:43【파이낸셜뉴스 양주=강근주 기자】 양주시는 10일 성남시 거주 서울시 코로나19 확진자(미부여)가 5일 장흥면 소재 ㈜초종교 하늘궁에 방문한 사실을 확인하자마자 시설운영 중단과 집합금지 행정명령을 내렸다고 12일 밝혔다. 또한 역학조사를 통해 확보한 5일 하늘궁 방문자 400여명에게도 이런 사실을 전달했다. 역학조사 결과에 따르면 하늘궁을 방문한 해당 확진자는 오전 11시16분부터 오후 5시44분까지 마스크를 착용한 채 야외에만 머물렀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해당 확진자가 셔틀버스를 이용해 하늘궁을 방문함에 따라 당일 방문자 중 셔틀버스 이용자, 버스기사, 안내원 등 40여명에게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도록 요청하는 한편, 이런 사실을 전국 보건소에 통보했다. 이는 코로나19 감염 우려 속에도 다수가 모이는 대중강연을 멈추지 않아 논란이 돼온 하늘궁 내 확진자 방문이 지역감염 확산을 촉매할 것이란 우려에 따른 조치다. 5일 하늘궁에서 진행한 강연에는 30여명이 참석했으며, 나머지 방문자 10여명은 하늘궁 외부에 머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전국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6일 119명까지 감소했으나 100명대 중반으로 다시 소폭 증가하며 재확산 불안이 여전한 상태다. 이성호 양주시장은 “시민 생명과 안전을 담보로 하는 집단행동은 어떤 이유로도 절대 정당화될 수 없다”며 “매뉴얼에 따른 신속하고 체계적인 대응을 통해 코로나19가 확산되지 않도록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양주시는 8월30일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실시에 따라 대규모 인원이 모이는 ㈜초종교 하늘궁에 주말강연회 중단 등 집합제한 요청과 현장출장을 통한 방역 준수 여부를 점검해 왔다. 그런데도 ㈜초종교 하늘궁은 주말이면 전국에서 모인 200~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대중강연을 강행해 방역당국과 마찰을 빚어왔다. kkjoo0912@fnnews.com 강근주 기자
2020-09-12 19:07:31[파이낸셜뉴스] 본초여담(本草餘談)은 한동하 한의사가 한의서에 기록된 다양한 치험례나 흥미롭고 유익한 기록들을 근거로 이야기 형식으로 재미있게 풀어쓴 글입니다. <편집자 주> 옛날에 항상 멍하게 앉아 있는 부인이 있었다. 매사에 하는 일이 두렵고 누군가 잡으러 오는 듯한 불안감도 느꼈다. 부인은 어떤 일을 해도 즐겁지가 않았고 가슴이 답답했다. 걷거나 서 있는 것도 힘들어서 항상 앉아만 있었다. 남편이 “도대체 어디가 불편한 것이요?”라고 물어도 대답이 없었다. 마치 넋이 나간 것 같았다. 남편은 부인을 데리고 약방을 찾았다. 의원이 진찰을 해 보더니 “이것은 심(心)의 병이요. 제가 약을 처방하고 침치료를 해 볼텐데, 그럼 좋아질 수 있을 것이요.”라고 하면서 환약을 물과 함께 마시게 하고 더불어서 소부혈과 신문혈 그리고 내관혈과 간사혈에 침을 놓았다. 그랬더니 부인의 눈이 초롱초롱해졌다. 부인은 “눈이 밝아지고 머릿속의 안개가 걷히는 것 같습니다. 답답했던 가슴도 시원해졌습니다.”라고 하는 것이다. 의원은 “앞으로 이 환약을 복용하면서 침치료를 계속하시면 좋아지실 겁니다.”라고 안심을 시켰다. 부인과 남편이 되돌아가자 약방에서 의술을 배우는 제자가 물었다. “스승님, 원래 심(心)은 군주(君主)와 같은 장기라 병들지 않고 만약 병이 든다 할지라도 약이 없다고 했는데, 스승님은 심병이라고 하면서 치료를 하시니 어떻게 된 겁니까?”라고 질문이었다. 그러자 의원은 “우리 몸의 심(心)에는 2개가 있다. 바로 눈에 보이는 심과 눈에 보이지 않는 심이다. 눈에 보이는 심을 혈육지심(血肉之心)이라고 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심은 신명지심(神明之心)이라고 한다. 나는 부인의 신명지심을 치료한 것뿐이다.”라고 설명했다. 제자가 “눈에 보이지 않는 신명의 심장이 있다니요?”하고 말했다. 그러자 의원은 “요즘 의원들은 유형의 물질에만 집착하고 무형의 기(氣)를 알지 못한다. 유형이란 형이 쌓인 것으로 허하고 실함이 분명히 드러나서 어렵지 않게 인식할 수 있지만, 신(神)은 무형으로 순식간에 변화하고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쉽게 무시된다. 그래서 내경에서는 ‘조잡한 의사는 형(形)에 집착하고, 훌륭한 의사는 신(神)을 고수한다’고 한 것이다.”라고 설명해 주었다. 옛날에는 오장은 각기 정신기능이 있다고 여겼다. 특히 심(心)에는 신(神, 정신의 추진)이 깃들여 있다. 심 이외의 다른 장부에도 정신기능을 가지고 있는데, 예를 들면 간(肝)은 혼(魂, 정신의 발동), 비(脾)는 의(意, 정신의 통합), 폐(肺)는 백(魄, 정신의 억제), 신(腎)은 지(志, 정신의 안정)가 깃들여 있다. 이처럼 모든 장기에 정신기능이 있지만 심을 제외하고 다른 장기를 유형(有形)의 장기와 무형(無形)으로 구분하여 설명한 바는 없다. 오직 심만이 유형의 심장과 무형의 신명으로 구분한 것이다. 이때 신(神, 신명)은 심의 정신이면서 나머지 모든 정신활동의 중심이 된다. 제자는 잠자코 듣고 있더니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러더니 다시 “그렇다면 신명(神明)은 눈에 보이지 않는데, 도대체 심장의 어디에 있다는 것입니까?”라고 묻자, 의원은 “의서에 보면 심(心)은 신명의 집이라고 했다. 신명이 심에 머문다는 것은 정신과 기억, 감정 등이 모두 심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심 중에서도 심을 감싸고 있는 포락(胞絡)에 모인 정화(精華)로운 기운이 바로 신명(神明)이라 할 것이다.”라고 했다. 제자는 “그래서 침치료를 할 때 정신과 관련된 증상은 주로 심포경(心包經)에 있는 혈자리를 이용하는 것입니까?”라고 묻자, 의원은 “네가 이제 좀 의안(醫眼)이 생기려나 보구나. 심경(心經) 또한 정신과 관련된 증상을 치료하지만, 여기에는 심포경(心包經)이 주로 관여한다고 볼 수 있다. 내가 부인에게 놓은 침자리인 소부와 신문은 심경에 있고 내관혈과 간사혈은 심포경에 있다. 이들 혈자리는 모두 신명(神明)을 통(通)하게 하는 혈들이다.”라고 했다. 제자가 다시 물었다. “신명을 통하게 한다는 것은 대체 어떤 의미입니까?” 그러자 의원이 답하기를 “신명이 통하면 매사에 신이 난다. 그리고 일을 처리하는 것이 마치 어지럽게 얽힌 실타래가 풀리듯이 매끄러워진다. 또한 문 밖을 나가지 않아도 천하를 알고 창밖을 보지 않아도 하늘의 도(道)를 아는 것과 같다. 세상만사가 마치 깨끗한 강바닥을 보듯이 밑바닥이 훤히 들여다보이게 된다. 이것이 바로 신명이 통하는 것이다. 신명이 통하면 한마디로 지혜로워진다.”라고 했다. 신명(神明)이란 한 마디로 말하면 정신이 밝고 맑아 기운이 온 천지에 퍼지는 기운이다. 천지간에 퍼져 있는 신명을 천지신명(天地神明)이라고 해서 소원을 빌기도 했다. 우리는 신나게 일을 할 때 그리고 일이 잘 될 때 ‘신명난다’고 한다. 신명이 나면 자신의 신명을 천지신명이 돕는다. 그래서 안되는 일도 되는 것이다. 제자가 잠자코 있다가 용기를 내더니 “스승님, 얼마 전 서역을 다녀온 의원의 말을 들으니 서역 의원들은 정신이 니환궁(泥丸宮, 머리)의 수해뇌(髓海腦, 뇌)에서 나온다고 주장한다고 합니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러자 스승은 “서역인들이 인간의 신체를 논함에 뇌수(腦髓)에 신이 깃들여 있다고 하는데, 만약 전적으로 그렇다면 우울하거나 불안이 심하고 잠을 오래도록 자지 못하면 왜 뇌수보다 심장에 먼저 병이 들겠느냐? 반대로 이러한 정신질환을 치료하면 심장이 다시 건강해지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느냐? 이것을 보면 심장이 바로 신명의 집이요 일신의 주인임을 알 수 있는 것이다.”라고 하는 것이다. 제자는 끄덕이더니 고개를 숙이고 물러났다. 심에 깃들여 있는 신명(神明)이란 감정과 기억이다. 전통적인 서양의학에서는 감정과 기억을 전적으로 뇌의 영역으로 보고 있지만, 최근에는 뇌와 심장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가설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 심장은 감정과 함께 과거 경험에 대한 기억을 담당하고, 실제 뇌는 논리적 사고를 담당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세포기억설이 관여하는데, 세포기억설은 우리 몸의 모든 개별 세포에는 그 사람의 과거의 경험과 학습이 모두 기억되어 있다는 가설이다. 세포기억설은 장기이식 이식자가 이식 후 공여자의 성격, 습관을 그대로 닮고 심지어 능력까지 나타낸다는 가설을 포함한다. 예를 들어 장기이식을 하는 경우, 특히 심장이식 후에 이식을 받은 이식자에게 전에 경험하지 않았던 새로운 기억이 형성되고 전에 없었던 언어능력과 그리기 능력, 음악적 재능이 나타내는 것이다. 이 기억과 능력들은 심장을 이식해 준 공여자의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다른 장기이식보다는 특히 심장이식 때 자주 나타난다. 이러한 가설들을 보면 눈에 보이는 전신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육지심(血肉之心)이라는 가시적인 심장에 신명지심(神明之心)이라는 비가시적인 감정과 기억이 내포되어 있는 것과 일맥상통하다고 볼 수 있다. 우리 몸에는 두 개의 심장이 있다. * 제목의 ○○은 ‘심장’입니다. 오늘의 본초여담 이야기 출처 <의학입문> 心, 君臟也, 神明居焉. 心者 一身之主, 君主之官. 有血肉之心, 形如未開蓮花, 居肺下肝上是也. 有神明之心, 神者, 氣血所化, 生之本也. 萬物由之盛長, 不著色象, 謂有何有? 謂無復存, 主宰萬事萬物, 虛靈不昧者是也. 然形神亦恒相因. (심은 군주의 장기니 신명이 거처한다. 심은 한 몸의 주인이요 군주의 관직이다. 혈육의 심이 있으니 형체가 아직 피지 못한 연꽃과 같고 폐의 아래 간의 위에 거처한 것이 바로 심이다. 신명의 심이 있으니 신은 기혈이 화생한 근본이다. 만물이 심으로 말미암아 성장하고 색상을 드러내지 않으니라. 심이 있다면 어디에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인가? 흔적이 없다는 것을 일컫는다. 만사와 만물을 주재하여 허령하여 어둡지 않은 것이 이 심이니라. 그래서 형체와 정신이 또한 항상 서로 원인이 된다.) <동의보감> 回春曰, 心者一身之主, 淸淨之府, 外有包絡以羅之. 其中精華之聚萃者, 名之曰神, 通陰陽, 察纖毫, 無所紊亂. (회춘에 “심은 우리 몸의 주인이고 청정한 곳인데 밖으로는 포락이 감싸고 있다. 그 중에서 정화가 모인 것을 신이라 한다. 신은 음양을 통하고 아주 미세한 것까지 살피면서도 혼란함이 없다”고 하였다.) <경악전서> 凡 經曰: “得神者昌, 失神者亡”, 卽此之謂. 今之人, 多以後天勞慾, 戕及先天, 今之醫, 只知有形邪氣, 不知無形元氣. 夫有形者, 迹也, 盛衰昭著, 體認無難, 無形者, 神也, 變幻倏忽, 挽回非易. 故經曰: “麤守形, 上守神”. 嗟呼! 又安得有通神明而見無形者, 與之共談斯道哉? (내경에서 말한 “신을 얻으면 번창하고, 신을 잃으면 망한다”가 바로 이를 말한다. 요즘 사람들은 후천의 노욕으로 선천까지 손상하는 경우가 많은데, 요즘 의사들은 무형의 원기를 알지 못하고 유형의 사기만을 알 뿐이다. 유형이란 형이 쌓인 적이니 왕성과 쇠약이 분명히 드러나서 어렵지 않게 인식할 수 있지만, 무형이란 신으로 순식간에 변화하여 한번 손상되면 만회가 쉽지 않다. 따라서 내경에서는 “조공은 형을 고수하고, 상공은 신을 고수한다”고 하였다. 아! 어떻게 신명을 통하여 무형의 원기를 볼 수 있는 사람을 만나 이 도를 함께 이야기하겠는가?) / 한동하 한동하한의원 원장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2024-11-13 17:00:02[파이낸셜뉴스] 뮤지컬 '명성황후'(제작 ㈜에이콤) 30주년 기념 공연 콘셉트 포스터가 공개됐다. 제작사 에이콤은 6일 명성황후 역을 맡은 김소현, 신영숙, 차지연 세 배우의 콘셉트 포스터를 공개했다. 무채색 한복을 입은 세 배우가 노을이 내린 장엄한 하늘과 쓸쓸함이 감도는 궁을 배경으로 서 있는 모습이 담겼다. 1995년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초연된 뮤지컬 '명성황후'는 명성황후 시해 100주기에 맞춰 조선 왕조 26대 왕 고종의 왕비이자, 시대의 소용돌이 속에 선 명성황후의 삶을 그린 대표 창작 뮤지컬이다. 공연은 이문열의 소설 ‘여우사냥’을 원작으로, 한국 음악계의 거장 김희갑 작곡가와 양인자 작사가가 콤비를 이루어 완성한 50여 곡의 음악까지 한국적 정서와 웅장한 선율을 담아낸 작품이다. 30주년을 앞두고 있는 뮤지컬 '명성황후'는 대구(12월 10일~15일)와 부산(12월 20일~29일)에서 지방 공연을 시작으로 2025년 1월 21일~3월 30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대장정을 이어간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4-11-06 09:16:41<37> 이집트 '룩소르②' - 나일강 야경과 카르나크 신전 시로와 탄은 동갑내기 부부다. 시로는 주로 꿈을 꾸는 Dreamer이고 탄은 함께 꿈을 꾸고 꿈을 이루어주는 Executor로 참 좋은 팀이다. 일반적으로 배우자에게 "세계여행 가자!" 이런 소리를 한다면 "미쳤어?" 이런 반응이겠지만 탄은 "오! 그거 좋겠는데?" 맞장구를 친다. 그렇게 그들은 캠핑카를 만들어 '두번째 세계여행'을 부릉 떠났다. 나에게는 이집트에 가게되면 꼭 하고싶은 로망이 몇가지 있었다. 그중 하나는 나일강이 내려다보이는 멋진 발코니가 있는 호텔에 묵는 것이었다. 몇 년 전부터 에어비앤비를 들여다보며 정말 가보고 싶은 멋진 숙소를 점찍어 놨었는데 정작 숙소예약을 해야할 때 보니 안타깝게도 이미 다른 손님이 있는건지 예약이 안되었다. 그래서 우리는 나일강이 보이는 멋진 호텔을 찾으러 룩소르 근처를 돌아다녔다. 졸리 빌 리조트며 룩소르의 고급 호텔들을 이곳저곳 다녀봤지만 아쉽게도 나의 맘에 딱 맞는 곳을 찾을 수가 없었다. 오늘은 무함맛이 일찍 퇴근을 할 수 있으니 함께 시간을 보내자고 한 날이다. 늦은 오후 무함맛과 만나서 무얼할까 하다가 나일강에서 배를 타고 일몰을 보고 싶다고 하니까 잘 아는 곳으로 데려가주었다. 우리끼리였다면 어디에서 어떤 배를 타야할지, 가격은 어느 정도를 내야 사기를 안 당하는지 모든 것이 어려웠을텐데 친구와 함께 오니 아무 걱정 없이 즐겁기만 하다. 하얀 깔라베야(이집트 남자들이 입는 원피스)를 입은 선장님을 만났다. 뱃삯은 인당 10달러. 안내해준 친구 것도 우리가 함께 계산했다. 작은 부두를 걸어들어가니 하얀 작은 보트가 우리가 탈 배라고 한다. 사실 천으로 된 돗이 멋있게 펼쳐진 낭만적이고 옛스러운 보트를 기대했지만 뭐 이것도 감지덕지다. 배이름이 Aswan Moon(아스완 달)이다. 웬지 정감이 가서 이름이 매우 마음에 들었다. 스무명은 족히 탈수있을 만한 크기의 배였는데 우리가 전세냈다. 손님이 우리밖에 없는거 리얼? 이게 웬 호사인가 싶다. 배가 출발한다. 나일강에서 여유롭게 배를 타는 것이 오랜 소망이었는데 드디어 이루어졌다. 28년전에도 나일강에 온적이 있긴 하지만 단체 패키지 여행이었기에 큰 배로 이동을 한 적은 있지만 뱃놀이할 기회는 없었다. 우리만 탄 배에서 고대 이집트를 상상하며 나일의 풍경에 흠뻑 빠지고 싶었다. 몇 천년전 이 강에는 파피루스로 만든 배들이 물건을 싣고 오가고 있었겠지. 그리스, 시리아 등 주변 나라에서 배에 공물을 싣고 이곳에 도착하면 강에서 보이는 거대하고 아름다운 신전들의 위용에 역시 이집트는 대단한 대국이구나 하며 감탄했겠지. 나일에 석양이 진다... 석양은 하늘과 강을 온통 물들여놓아 보는 이에게 깊은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정신없이 강과 노을을 보고 있는데 무함맛이 배 지붕으로 올라가보라고 권한다. "어? 그래도 되나?" 사다리가 있어 올라가도 되는 것 같아 조심조심 올라갔다. 와, 사방에 아무것도 거칠게 없이 그야말로 강과 하늘이 다 보인다. 우리는 감탄사가 절로 나올 정도로 너무너무 기분이 좋았다. 눈이 촉촉해질 정도로 감동적인 풍경을 이렇게 특별하게 감상할 수 있다니. 이 순간은 죽을때까지 잊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지금은 커다란 유람선들이 강가를 차지하고 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강가에 유람선과 건물들에 하나 둘씩 불이 켜지는 모습 또한 아름다웠다. 이 땅, 이 강 자체가 그냥 역사이고 문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일강에서 석양과 일몰, 그리고 야경까지 모든 것을 가득히 기억 속에 담았다. 뱃놀이 후 날이 꽤 어두워져서 무함맛의 추천 맛집으로 저녁을 먹으러 가기로 했다. 시내에는 차를 세우기가 힘들다며 걸어가자고 해서 함께 걸었는데 거리는 꽤 되었지만 룩소르를 걸어다녀보니 차타고 다닐때에는 미쳐 볼 수 없던 거리의 풍경을 하나하나 볼 수 있었다. 관광지답게 마차꾼도 다니고 걷다보면 도로 옆에 신전이 그냥 다 보인다. 한참 걷던 우리를 잠시 멈추게 하고 무함맛은 다리아래를 가리켰다. 타일로 된 길 양옆에 수많은 스핑크스들이 도열해있는 스핑크스 길이었다. 룩소르 신전에서부터 약 3km 떨어진 카르낙 신전까지 이어져있다고 한다. 역시 룩소르는 입장료를 내고 신전에 들어가지 않아도 거리에도 이렇게 볼 것이 많다. 스핑크스마다 조명이 밝혀져있는 광경이 너무 멋있어서 한번 걸어보고 싶다고 하려다 거의 1시간 거리라는 소리에 말이 쏙 들어갔다. 한참을 걸어서 우리는 건물이 통채로 한 식당인 곳에 들어갔다. 딱 봐도 현지인, 외국인들이 자리에 가득가득 찬 것이 맛집포스가 느껴진다. 3층으로 올라가 겨우 자리를 잡고 마흐맛이 시켜주는 대로 음식을 받았다. 병아리콩과 마카로니, 면, 그리고 잡곡인듯한 곡물들을 한그릇 가득 받았고 그 위에 따뜻한 토마토소스인 듯한 것을 부어 섞어 먹는 음식으로 이름은 "쿠사리"라고 한다. 탄이 우리 말에 '핀잔을 듣다'의 의미인 '쿠사리 먹었다'라는 말이 있는 것을 떠올리며 이 음식 이름은 절대 안잊어버리겠다고 너스레를 떤다. 무함맛이 매운 소스도 추가해줄까 묻자 한국인의 맵부심을 부리며 한숟갈 가득 넣었다. 역시 그다지 맵지 않았다. 냄새도 좋고 입맛에 잘 맞아 좋았다. 식사 후 우리가 돈을 내려하자 외국인에게는 비싸게 받는다며 무함맛이 계산을 했다. 얼핏 들었는데 한그릇에 1000원도 안하는 황당하게 저렴한 가격이었던것 같다. 날씨도 기온도 타이밍도 시간도 모든 것이 완벽한 나일강 뱃놀이와 처음 먹어본 쿠사리를 알게해준 무함맛에게 감사하며 숙소로 돌아왔다. 다음날 룩소르를 30년만에 다시 찾은 가장 큰 이유인 카르나크 신전을 방문했다. 오랜 시간이 지났어도 이곳의 거대한 기둥들과 아름다운 고대의 상형문자 부조들의 강렬한 느낌을 잊지못해 꼭 다시 오고 싶었고 탄에게도 몇천년전의 인류의 작품을 마주하는 감동을 오롯이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카르나크는 옛 테베의 북쪽 절반을 지칭하는 지명으로, 그곳에 아몬 대신전을 중심으로 몬트, 무트 신전 등 세 신전으로 구성된 신전군을 통틀어 카르나크 신전이라 한다. 다만 몬트 신전은 거의 남아있지 않고, 무트 신전 역시 일부만 잔존한다. 1월은 이집트 관광 성수기여서 사람들이 붐비기전 문이 열리자마자 들어가려고 인터넷으로 오픈시간을 확인해보니 웬걸, 새벽 6시에 연다고 한다. 낮이 뜨거운 이집트라 새벽과 저녁에 관광객을 많이 받기 위함이 아닐까 싶었다. 오픈시간 즈음해서 카르나크신전에 도착했다. 엄청 넓은 주차장에 차가 두어대밖에 없다. 기념품가게들도 아직 문을 열기 전 조용한 분위기에 새벽공기가 매우 상쾌하게 느껴졌다. 카르나크 신전 방향이 밝아지는 것이 해가 뜨기 시작하는 것 같다. 서둘러 표를 사서 들어갔다. 건물 안에 망자의 배와 카르나크신전의 축소모형이 전시되어 있었다. 신전 모형을 구경하던 중 탄이의 한국말이 들려온다. 사람좋은 탄이는 또 현지인에게 붙잡혀 유료가이드를 쓰라는 권유에 한국말 회피스킬을 시전하고있다. "하하, 그냥 우리끼리 보고싶어요~" 입장권의 QR코드를 찍고 검사대를 들어가는 것은 이제 익숙해졌다. 지하철 봉같은 것을 밀고 들어가 광장으로 나오니 저멀리 카르나크신전 너머로 해가 뜨는 장관이 펼쳐지고 있었다. 넓은 광장을 지나 신전이 가까와지자 또 한번 검사대를 거친다. 중요유산이라 그런지 다른 곳 보다 검색이 매우 삼엄하다. 신전앞의 길에 늘어선 염소머리의 스핑크스들을 보니 어젯밤에 본 룩소신전과 카르나크신전을 잇는 스핑크스 길이 생각났다. '여기서부터 걸어가면 룩소신전이 나온다는 거지' 야외에 설치된 안내지도는 낡아서 거의 알아볼 수가 없었다. 입장료 받아 이런거나 깨끗하게 고쳐놓지. 아쉽지만 뭐 직접 다녀보면 되지 하며 들어간다. 첫번째 안뜰의 옆쪽 건물로 들어가니 벽마다 부조가 보였다. 앞서 방문한 신전들에서도 많이 본 부조이지만 왠지모르게 카르나크의 것은 마음을 울리는 감동이 있다. 몇천년전의 사람이 손수 조각하고 정성스레 채색한 그 손길이 느껴지고 당시 이집트 사람들이 관심있고 아름답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지금 내가 보고있다는 사실이 강하게 다가온다. 신전을 관통하는 중앙 통로를 통해 해가 찬란하게 뜨고 있는 모습이 정말 장엄하고도 환상적이었다. 수천년전에도 해는 이렇게 떴을테니 당시 사람들도 나와 같은 것을 보고 같은 것을 느끼지 않았을까. 아니, 당시엔 화려한 채색으로 완성된 모습이었을테니 더 웅장하고 멋있었을것이다. 찬란한 고대 이집트의 기술이라면 분명 이런것을 다 고려해서 위치를 잡고 신전을 건설했을것 같다. 두번째 큰 탑문에 다가가니 양옆에 커다란 석상이 서있다. 람세스2세와 네페르타리의 석상이라고 한다. 문을 지나 드디어 카르나크 최고의 장관, 대열주전에 들어섰다. 134개의 거대한 기둥들이 주는 위압감이 대단하다. 기둥하나가 사람 여러명이 팔을 벌리고 둘러싸야할 정도로 크다. 기둥사이를 거닐며 내 오랜 지독한 그리움을 달래고 드디어 다시 이곳에 왔음을 충분히 만끽하는 시간을 가졌다. 기둥 하나하나에 새겨진 그림과 문자들을 통해 몇천년의 시간을 거슬러 과거에 머무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수많은 기둥들의 상형문자와 그림을 천천히 관찰하다보니 조각되어있는 방식에 차이가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섬세하고 세련되게 양각부조로 조각되어 있는 것도 있고 투박하고 깊게 심조로 판것도 있다. 나중에 찾아보니 여러 파라오를 거쳐 긴세월동안 지어진 것이라 시대별로 방식과 솜씨가 달라졌다고 한다. 긴 세월을 지나는 동안 많이 소실되고 무너졌던 기둥들이 잘 복원된 것이 감사했다. 하지만 고대의 기둥들은 아마도 완벽한 곡률을 가지고 자로 잰듯 똑같은 모양으로 서있었을텐데 소실된 부분을 새로 만들어 채워놓은 곳은 좀 울퉁불퉁 일정하지 못한 것이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기둥의 방을 지나니 중간크기의 오벨리스크 두개가 보인다.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가보니 저멀리 또 커다란 탑문이 보인다. 또다른 새로운 신전으로 가는 길이다. 거의 무너져내린 탑문이 있는 신전은 아직 복원중인지 들어가볼 수가 없었다. 다시 되돌아가려고 뒤를 돌아보니 우리가 나온 탑문앞에 거대한 석상이 놓여있는 것이 보였다. 원래는 4개의 석상이 일정한 간격으로 탑문앞에 자리하고 있었을것같았는데 현재는 2개만 있었다. 그래도 그 크기와 형상이 무척 멋있고 당대의 위용을 짐작할 수 있게 했다. 신전 안쪽에는 커다란 호수같은 것이 있었는데 물고기도 살고 있었다. 우리나라 궁처럼 연못을 만들어 놓았나보다. 가장 안쪽에는 미로같은 작은 방같은 것들이 많이 있었는데 하나하나 빠짐없이 다 보려고 열심히 돌아다녔다. 그렇게 이곳저곳을 보고있는데 유니폼을 입은 한 경비원이 오라고 손짓을 한다. 나무로된 문이 있는 곳을 열어주더니 들어가보라는 것이다. 일반 관광객은 못 들어가게 막아놓은 곳 인 듯 싶었지만 호기심에 따라 들어갔다. 콘도르의 방으로 안내해준다고 한다. 요리조리 복원이 덜 된 유적 사이를 지나 깊숙히 들어갔다. 천장에 햇빛구멍이 하나 있는 방으로 안내되어 들어갔는데 방안에 형체를 거의 알아볼 수 없이 훼손된 돌덩이가 하나 놓여져있었다. 아마도 이것이 콘도르 석상인가 싶었는데 여기가 코브라이고 이것은 뭐고 설명을 해주는데 듣고 봐도 잘 모르겠다. 한쪽 벽에는 사람들 손때가 타서 까맣게 된 곳이 있는데 탄이에게도 손을 대보라고 한다. 풍뎅이 문양이다. 아마도 이걸 만지면 뭐 재물이 들어온다는 등 그런 의미 같다. 아무튼 남들은 못보는 것을 보았다는 묘한 만족감에 좋았다. 아직 안끝났다. 또 따라오라며 앞장서는 경비원. 아마도 딱히 할게 없는 경비원들이 이런식으로 부수입을 올리려는 것 아닌가 싶었다. 맨 마지막에는 좀 위험한 돌 위를 올라가 아래는 동물을 키우는 곳이고 위는 사람이 사는 방이라는 곳으로 갔는데 채색이 많이 남아있는 아름다운 방이어서 다른 사람들은 아직 많이 못본 벽화를 좋은 기회에 많이 봐두어야겠다 싶은 생각에 열심히 감상했다. 신전의 일하는 사람들이 지냈던 방이라고 하는 듯하다. 안내가 끝나니 역시 자기에게 프레젠트를 하라고 한다. 성의표시는 해야겠지 싶어 천원이 안되는 작은 돈을 팁으로 드렸다. 30년전과는 달리 복원도 많이 되어있고 장애인을 위한 통로 등 여러가지 신경을 쓴 것들이 보였다. 안쪽 구석구석까지 갈 수 있는 곳은 다 들어가고나서야 카르나크 신전관광을 마쳤다. 내가 사랑하는 기둥들을 뒤로하고 언제 다시올지 기약이 없는 발걸음을 돌렸다. 맥도날드에서 간단하게 식사를 마치고 길을 걷는데 서점이 보였다. 혹시 이집트에 관련된 서적이 있을까싶어 들렸는데 상형문자 해석집이며 고대유물의 화보집 등 탐나는 책들이 한가득이다. 특히 책 전체를 오려서 접고 붙이면 신전이 되는 종이공작책이 있어서 한국에 가져가면 만들어보려고 샀다. 서점을 나와 또 걷는데 작은 은세공 전문점이 보였다. 전에 왔을때 이집트 상형문자로 엄마이름을 새겨넣은 금목걸이를 선물해드렸었는데 무척 좋아하시며 아직도 가지고 계신다. 내 이름으로 된 것도 하나 갖고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곳에서 만들어줄 수 있다고 한다. 세공사아저씨가 우리 둘의 이니셜을 즉석에서 상형문자로 번역해 써주신 것을 보니 마냥 신기하고 좋았다. 아버지부터 2대째 이 일을 하고있는 장인이라고 한다. 내 이름을 상형문자로 조각한 은목걸이를 주문해서 받았다. 가격도 생각보다 크게 비싸지않고 세상에 하나뿐인 기념품이라 무척 만족스러웠다. 글=시로(siro)/ 사진=김태원(tan) / 정리=문영진 기자 ※ [시로와 탄의 '내차타고 세계여행' 365일]는 유튜브 채널 '까브리랑'에 업로드된 영상을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내 차 타고 세계여행' 더 구체적인 이야기는 영상을 참고해 주세요. <https://youtu.be/uDrSSwCBnpg?si=FAJJfJx3G1ASoTZX>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4-10-31 17:5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