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옛 현대중공업 시절 하청업체에 기술자료를 요구하고, 이를 경쟁업체에 넘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HD한국조선해양이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하도급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HD한국조선해양에 벌금 25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하도급업체에 기술자료를 요구한 혐의를 받는 직원과 해당 자료를 경쟁업체에 넘긴 직원에게는 각각 벌금형 집행유예가 확정됐다. HD한국조선해양은 2015~2016년 협력업체인 A사에 부품과 관련한 기술자료를 요구하고, 해당 기술을 다른 업체에 제공해 유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사는 HD한국조선해양에 선박용 디젤엔진 피스톤 등 부품을 납품해왔다.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 2014년 조선 경기 부진으로 경영 상황이 악화되자, 원가를 절감하기 위해 A사가 단독 공급하던 부품을 이원화하기로 마음 먹고 A사 경쟁업체인 B사에 피스톤 생산을 의뢰했다. 이같은 사실을 알지 못한 A사는 HD한국조선해양에 부품 관련 기술자료를 넘겼고, HD한국조선해양은 이를 B사에 제공했다. A사가 넘긴 기술자료에는 공정별 공정번호, 공정흐름도 등이 담긴 관리계획서와 공정별 설비명, 작업조건, 작업방법 등이 기재된 작업표준서 등이 포함됐다. HD한국조선해양은 이원화가 완료된 이후, 최종적으로 거래 업체를 B사로 변경했다. 이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고발로 수사가 진행된 사건이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 2020년 7월 하도급법을 위반한 HD한국조선해양에 시정명령과 함께 9억7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1심에 이어 2심은 HD한국조선해양이 B사에 유출한 자료가 기술자료에 해당한다고 봤다. 1심은 벌금 2000만원을 선고했고, 2심은 벌금 2500만원으로 상향했다. 1심 재판부는 "HD한국조선해양은 품질 관리를 이유로 외부 업체의 품질관리 시스템에 깊숙이 관여해왔다"며 "피해 회사를 상대로도 피스톤 제조 노하우가 담긴 4M(사람·장비·재료·방법) 관리계획서 및 작업표준서 등을 요구해 제공받았으며, 이는 품질관리 명목으로 정당화된다고 볼 수 없는 하도급법 위반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객관적으로 비밀로 유지, 관리되고 있다는 사실이 인식 가능한 상태에 있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관련 자료 제공을 요구한 행위는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했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
2024-10-14 07:59:53야당의 입법폭주는 끝이 없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5일 국회 본회의를 열어 이른바 '노란봉투법'(노동조합·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을 여당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지난해 21대 국회에서 야당 주도로 본회의를 통과했으나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후 재의결을 거쳐 폐기됐는데 22대 국회에서 다시 통과시킨 것이다. 국회가 바뀌었다고 대통령이 거부권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더욱이 야당은 노조의 권한을 더 강화한 새 법안을 들고나왔다. 그야말로 누가 이기나 해보자는 식이다. 사용자 범위를 사실상 원청까지 확대했고, 근로자가 아닌 자도 노조 가입을 허용했다. 가령 현대차의 경우 본사가 5000여개 하청업체와 각각 임금협상을 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또한 단체교섭·쟁의행위뿐만 아니라 이 외의 노동조합 활동에도 손해배상 청구를 금지해 사실상 모든 노동조합 활동에 책임을 묻지 않도록 했다. 예를 들어 회사 운영 등에 이의를 제기하고 1인 피케팅을 하는 행위, 새로운 노동조합 임원을 뽑기 위해 공장을 돌아다니면서 선거운동을 하는 행위 등 모든 조합 활동에 대해 손배 청구를 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한마디로 노조가 노조 활동이라는 이름 아래 무슨 일을 해도 건드릴 수 없다는 것이다. 노조 천국이 되는 것이다. 물론 불법 쟁의와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엄격하게 제한해서 노조의 책임을 극히 예외적으로만 묻도록 하는 조항도 그대로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 나라가 어떻게 될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모든 하청업체들이 파업을 하려들 것이며 사후책임을 질 필요가 없는 노조들의 피켓시위 등 온갖 노조투쟁으로 1년 내내 나라가 바람 잘 날이 없을 것이다. 기업 활동이 거의 마비될 것은 물론이고 해외에서 우리나라를 바라보는 투자자나 거래처들은 한국과는 일을 도모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국가 신인도는 땅에 떨어질 게 뻔하다. 이런 법안은 세계 어느 나라에도 유례가 없다. 지금도 노조들의 집단행동이 기업 경영의 발목을 잡는 데서 나아가 국가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판인데, 이 법안대로라면 나라를 노조 공화국으로 만들겠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 살얼음판을 걷듯이 기업을 경영하는 기업주들은 애만 태우고 있다. 민주당의 의도는 명약관화하다. 자신들의 정치 기반인 노조의 힘을 키워 집권에 이용하겠다는 것이다. 만약 행정권과 입법권을 동시에 차지하고 있다면 이 법안은 그대로 발효될 것이다. 과연 그때도 그렇게 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노조가 경제와 나라 전체를 뒤흔드는 혼란을 어떻게 감당하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이번에도 윤 대통령은 거부권을 마땅히 행사해야 한다. 민주당도 뻔히 알면서 시험하듯이 법안을 통과시키고 있다. 노리는 것은 자명하다. 이 정부가 반노조적임을 확인시켜 적대의식을 키우려는 것이다.
2024-08-05 18:08:17[파이낸셜뉴스] 2015년 집단 해고로 분쟁을 겪었던 아사히글라스가 사내 하청업체 해고 근로자들을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해고 근로자 23명이 아사히글라스 한국 자회사인 AGC화인테크노(이하 화인테크노)를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 확인 소송에서 원심의 원고승소 판결을 11일 확정했다. 화인테크노는 2015년 6월 하청 업체인 GTS 소속 근로자들의 노조 결성을 문제 삼아 도급 계약을 해지했다. 이후 GTS가 소속 근로자 178명을 해고하면서 노사 간 분쟁으로 이어졌다. 근로자들은 원청회사를 불법 파견과 부당노동행위로 고용노동부에 고소했다. 또 회사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등 9년간 법적 다툼을 벌여왔다. 1·2심 법원은 “불법 파견”을 주장하는 근로자들의 손을 들었다. 대법원 역시 판단이 같았다. 대법원은 “GTS 근로자들은 화인테크노 관리자들의 업무상 지시에 구속돼 그대로 업무를 수행했다”며 “근로자들은 화인테크노의 글라스 기판 제조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됐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판결 확정으로 화인테크노는 해고 근로자들에게 ‘고용의 의사 표시’를 해야 한다. 구체적인 복직과 밀린 임금 문제는 노사 협의를 거쳐 결정될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같은 재판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파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GTS와 대표이사, 화인테크노에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했다. 근로자파견 관계가 인정되므로 불법으로 파견근로자를 사용한 혐의도 유죄로 봐야 한다는 취지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2024-07-11 14:12:16[파이낸셜뉴스] 갤럭시 스마트폰을 만들때 쓰이는 방수용 점착제 제조법을 빼돌려 다른 회사에 취업했던 전직 삼성전자 직원에 대해 영업비밀 누설죄로 처벌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비밀 누설 등 혐의로 기소된 정모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지난달 30일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정씨는 2015년 1월부터 2016년 7월까지 삼성전자 2차 하청업체 A사에서 생산부 직원으로 일하면서 방수 점착제 제조법을 휴대전화로 촬영하고, 2곳의 업체로 순차 이직하면서 이를 활용한 제품을 만드는 등 영업비밀을 취득·사용하고 누설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경력직으로 취업한 정씨에게 A사와 유사한 제품을 만들어 보라고 지시한 업체 관계자 2명도 함께 재판에 넘겼다. 이들은 이렇게 만든 제품을 거래처에 제시하며 ‘A사의 제품과 대등한 성능을 가졌다’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1심은 이들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해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했지만 2심은 판단을 뒤집었다. 2심 재판부는 정씨가 제조법을 영업비밀로 인식하고 취득했다고 보기 어렵고, 타 업체 관계자들도 우연한 기회로 제조법을 알게 되어 이용했을 뿐 부당한 목적을 가졌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였다. 또 부정한 이익을 얻거나 직전 회사에 손해 입힐 목적을 가지고 취득·사용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달리 판단했다. 대법원은 방수용 점착제 기술에 대해 "A사가 개발에 상당한 비용 등을 투입했고, 사용을 통해 경쟁상 이익을 얻을 수 있다"면서 "정씨가 제조법을 촬영해 보관한 순간에는 부정한 목적이 없었더라도, 퇴직 이후에는 부정하게 사용하거나 누설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알았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다른 업체 관계자 2명에 대해서도 "피해 회사의 허락 없이 (제조법을) 사용하거나 취득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사정을 미필적이나마 인식했다고 볼 여지가 크다"며 "부정한 이익을 얻거나 피해 회사에 손해를 입힐 목적으로 이 사건 각 제조 방법을 취득하고 사용했다고 볼 여지가 많다"고 지적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2024-06-25 12:59:43【파이낸셜뉴스 도쿄=박소연 기자】 일본 닛산자동차가 자동차 부품 하청업체 납부 대금을 일방적으로 깎아 공정거래위원회 권고를 받을 예정이라고 4일 요미우리신문이 보도했다. 신문은 닛산자동차가 자동차 부품을 제조하는 하청업자 납부 대금을 일방적으로 깎는 등 하청법 위반(감액의 금지)을 인정해 재발 방지 등을 요구하는 권고를 할 방침을 굳혔다고 전했다. 위법한 감액은 과거 수년간 30사 이상에 대해 합계 약 30억엔에 달해, 1956년의 하청법 시행 이래 최고액이 될 전망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닛산은 위반을 인정하고, 업체 측에 감액분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현재 고물가에 대응해 공급망 전체에서 비용 상승분의 가격 전가를 추진하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공정위도 대기업과 하청업체의 거래가 적정하게 이뤄지는지 감시하고 있었다. 관계자에 따르면 닛산은 늦어도 수년 전부터 타이어 휠 등 부품을 제조하는 30개 이상의 하청업체에 납품대금을 지급할 때 미리 정한 금액에서 지급분을 줄였다. 감액률은 닛산 측이 일방적으로 결정했다. 10억엔 넘게 감액된 사례도 있었다. 닛산은 전년도 납부 가격을 토대로 감액 비율 목표치를 설정하고 목표 달성 상황도 점검했다. 일본 하청법은 발주 시 결정한 납품 대금에 대해 불량품 제조나 납품 지연 등 하청업체 측에 원인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결정된 금액을 감액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하청법 위반이 인정된 과거 감액 최고액은 2012년 9월 권고를 받은 일본생활협동조합연합회의 총 약 25억6330만엔이었다. 2022년 12월에는 하청업체와 협의하지 않고 거래가격을 동결하는 등 부적절한 사례가 있었다며 13개 기업, 단체의 이름도 공표했다. psy@fnnews.com 박소연 기자
2024-03-04 08:35:58[파이낸셜뉴스] 하도급업체로부터 받은 도면을 다른 업체에 주고 더 낮은 가격에 생산을 의뢰하는 '꼼수'에 공정거래위원회가 칼을 빼들었다. 금형제조분야 최초 적발·제재 사례로, 하도급업체의 '기술 빼먹기' 제재가 한 층 강화될 전망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자동차 엔진 관련 부품 제조업체인 ㈜정광테크의 기술유용행위 등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 행위를 적발하고 시정명령 및 과징금 3000만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18일 밝혔다. ㈜정광테크는 자동차 워셔플레이트 및 엔진 브라켓 부품의 시작금형 제조를 A 협력사(수급사업자)에게 위탁하고 납품을 받아왔다. 2019년 9월 30일과 2020년 9월 3일, 약 1년 간격으로 ㈜정광테크는 하청업체에 부품의 '시작금형 도면'을 요구했다. 최종 발주처인 피아트-크라이슬러 자동차(FCA)에 성형해석 보고서를 내야 하고, 양산금형 개발에도 필요하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리고 2020년 9월 9일 ㈜정광테크는 전달 받은 금형도면을 다른 금형제조 업체(B 협력사)에 넘기고 더 낮은 가격에 양산금형 제작을 의뢰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실상 하청업체의 기술만을 빼내 생산비 절감에 이용한 셈이다. 공정위는 "FCA는 성형해석 보고서만을 요청한 상태로 ㈜정광테크의 자료요구행위는 목적달성에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를 벗어난 기술자료 제공요구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도면을 제공한 원 하청업체가 생산을 포기했다는 ㈜정광테크의 반박도 기각했다. 공정위는 "A 협력사에게 '양산금형 제작 우선권'을 준 사실이 없으므로 제작을 포기해서 시작금형도면 사용을 허락받았다는 주장은 그 전제부터 틀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정광테크는 B 협력사에게 "A 협력사가 이 사건 시작금형도면 제공사실을 알게 되면 문제의 소지가 있다"며 "도면을 외부로 유출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 자신의 행위가 위법하다는 사실도 인지한 상태였다는 의미다. A 협력사 역시 도면 제공 사실을 몰랐던 상태로, 공유 동의를 얻은 상태도 아니었다. 공정위는 향후 금지명령을 포함한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3000만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조치는 양산금형 생산비용을 낮출 목적으로 원사업자가 수급사업자의 시작금형도면을 제3자에게 유용하는 행위를 최초로 적발·제재한 사례다. 금형도면은 하도급법상 수급사업자(금형제조업체)의 기술자료에 해당하는 만큼 정당한 사유 없이 수급사업자에게 요구할 수 없는 자료다. 공정위는 "금형제조업체가 축적한 기술적 노하우가 반영된 기술자료인 금형도면을 두텁게 보호하는 것이 하도급법 취지 중 하나"라며 "뿌리산업의 핵심인 금형산업에서 중소기업의 기술자료 보호 필요성에 대한 업계의 인식이 제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chlee1@fnnews.com 이창훈 기자
2024-02-16 11:00:56【파이낸셜뉴스 울산=최수상 기자】 울산에서 조선 하청업체를 운영하다가 폐업한 50대가 유서를 남기고 숨진 채 발견됐다. 28일 울산 동부경찰서와 지역 노동계 등에 따르면 숨진 A씨는 지난 25일 오후 4시 53분께 자신이 거주하던 울산 동구 한 원룸에서 발견됐다. 112에는 "울산에 혼자 있는 남편이 연락이 안 된다"라는 신고가 접수된 상황이었다. 현장에서 A씨를 발견한 경찰은 외부 침입 흔적이 없고, A씨가 쓴 것으로 보이는 유서가 있는 점 등으로 미뤄 A씨가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유서에는 A씨가 채무 때문에 힘들다는 취지의 내용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50대인 A씨는 지난해 11월부터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사내협력업체를 운영해 오다 올해 10월 말 폐업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우선 정확한 사인을 조사하기로 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앱,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ulsan@fnnews.com 최수상 기자
2023-11-28 16:32:23[파이낸셜뉴스] 이른바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이 지난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경제계가 마지막 보루인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모든 희망을 걸고 있다. 경영계는 "노란봉투법은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가 1000~5000여개 하청업체 노조와 매년 교섭을 하라는 법"이라며 "즉각, 대통령 법률안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야권과 노동계가 추진해 온 노란봉투법을 둘러싼 논쟁을 하루 빨리 일단락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의 해외 순방 일정을 고려하면 빠르면 이달 20~21일, 늦어도 28일(국무회의 개최일)에는 노조법 2·3조 개정안과 방송 3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가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럴 경우, 정치권으로부터 바통을 이어받은 경영계와 노동계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할 전망이다. 경영계 "尹 거부권에 모든 것 달려" 12일 경제계에 따르면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을 비롯해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최진식 중견기업연합회 회장, 대한상공회의소 우태희 부회장, 한국무역협회 김고현 전무 등이 13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노동조합법 개악을 규탄하고, 윤 대통령에게 노조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강력히 요청할 계획이다. 국민의힘이 이동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등에 대한 탄핵표결을 저지하기 위해 노란봉투법에 대한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위한 무제한 토론)'를 포기한 만큼, 재계가 앞장서서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대국민 설득에 나서겠다는 분위기다. 경영계는 오는 15일에는 경총 이동근 상근 부회장과 자동차·조선 등 업종별 단체들이 공동으로 윤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연다. 이동근 부회장은 "노사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가능한 조기에 거부권이 행사돼야 한다는 게 재계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간호법 제정안의 경우, 국회 통과 후 정부 이송(7~8일 소요)으로부터 각각 4일, 12일 만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거부권은 정부 이송 후 15일 내에 행사돼야 한다. 이에 따르면, 대략 11월 30~12월 1일까지는 노란봉투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가 이뤄져야 한다. 윤 대통령의 해외 순방 일정이 잡혀있어 빠르면 이달 20~21일, 늦으면 국무회의가 열리는 28일께 거부권을 행사, 노란봉투법을 국회로 돌려보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재의결(재적의원 과반수, 의원 3분의 2이상 찬성)시엔 야권의 의석수 부족으로 가결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그러나, 내년 총선을 통해 구성될 21대 국회에서 재발의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1년 내내 교섭하다 끝날 것"노란봉투법은 사용자 범위 확대와 노조 및 노조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제한이 핵심이다. 특히, 사용자 범위 확대는 재계가 가장 우려하는 점이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 개념을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자'로 규정하고 있다. 직접 근로계약을 맺지 않더라도 임금, 근로시간 등에 실질적 영향을 끼치면 모두 사용자라고 볼 수 있다는 의미다. 하청기업 노조가 원청기업에 교섭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대기업 A사 관계자는 "하청기업체가 4000여개가 넘는다"면서 "이들이 교섭을 요구해 올 경우, 극도의 혼란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사인 B사는 "아파트 건설의 경우 전기, 배관, 골조 등 각 분야에 걸쳐 협력업체 수백개사가 모여서 공사를 진행하는데, 이들 노조가 파업할 경우 아파트 건설이 중단돼 공기를 맞추지 못하는 상황이 빚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파업 노조원 개개인의 손해배상 산정에 대한 입증책임도 기업이 부담해야 하다. 현실적으로, 마스크를 쓰고 폭력행위를 할 경우, 누가 누구인지 알 길이 없어 손해배상 책정이 불가능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희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손해배상청구 요건을 까다롭게 해 파업이 손쉬운 수단으로 전락할 것"이라며 "노조의 파업 남용과 남발에 여지를 주는 꼴"이라고 말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최종근 기자
2023-11-12 14:53:30[파이낸셜뉴스] 계약한 하청업체의 업무 능력이 수준 미만이라며 대금 지급을 거부하다, 3톤 분량의 동전으로 지급한 한 원청업체가 소송에서 패소해 1000만원 상당의 소송비용을 더 물게 됐다. 24일(현지시간) CBS콜로라도 등 외신에 따르면 전날인 23일 콜로라도주(州) 라리머카운티 법원은 용접회사 'JMF엔터프라이즈'가 하청업체 '파이어드업 패브리케이션'에 지급할 대금을 수표 등 '전통적인 방법'으로 전달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추가로 JMF에 해당 소송을 제기한 파이어드업 측 변호사 비용도 지불하라고 명령했다. 해당 사건은 JMF가 파이어드업의 작업 능력이 수준 미달이라고 판단해 대금 지급을 거부하면서 시작됐다. 이에 파이어드업은 대금을 지급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이 합의를 중재하면서 2만 3500달러를 지급하는 것으로 일단락 시켰다. 그러나, JMF는 대금 지급 시기가 되자 특수 제작한 철제 상자에 6500파운드(약 2.95t) 분량의 동전으로 가득 채워 파이어드업 측 변호사 사무실 건물 앞에 보냈고, 변호사는 JMF 측의 대금 지급 방식이 "상징적인 가운뎃손가락(욕설)"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JMF 소유주 JD 프랭크는 "청구서대로 지불하려고 했을 뿐이다. 어쨌든 그것은 미국에서 통용되는 화폐"라고 주장했다. 변호사는 자신의 거래 은행과 파이어드업의 거래 은행 모두 동전을 받지 않는다는 이유로 수령을 거부했고, 법원에 재차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핀들리 판사는 JMF의 동전 지급이 "악의적"이라며 "대금 수령을 번거롭고 어렵게 만들어 원고의 순수익을 줄이거나 수령 자체를 좌절시키려는 전략이었다"라고 질책했다. helpfire@fnnews.com 임우섭 기자
2023-10-25 14:27:57원청과 직접 계약을 맺지 않은 재하청 업체의 근로자가 사고를 당했더라도 원청업체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A씨가 B보험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5일 밝혔다. B보험사는 전기통신공사업을 한 업체와 근로자 재해 보상 책임보험 계약을 맺었다. 양측이 맺은 보험계약은 '보험사는 근로자에게 생긴 업무상 재해로 인한 손해를 보상하되, 원·하청업체에 속한 근로자에게 생긴 손해에 관해서도 보상한다'는 특약이 포함됐다. 이 업체는 C사와 하청계약을 맺고 전기 배전 업무를 맡겼는데 C사는 전기 배전 업무 중 일부를 다시 인력용역회사(재하청업체)에 맡겼다. A씨는 재하청 업체인 인력용역회사에 소속된 근로자로 2014년 2월 공사현장에서 무게 800kg 가량의 배전반을 운반·설치하는 작업 중 사고를 당해 하반신이 마비됐다. A씨는 자신이 하청업체 근로자인 만큼 보험사가 손해를 배상해야 된다며 B보험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반면 보험사 측은 이 사건 계약은 도급계약이 아닌 자재납품계약에 불과하고 A씨는 하청업체 근로자가 아니라 보험계약에 따른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은 직접계약한 하청업체가 아닌 경우 근로자재해 보상책임 보험의 보장 범위가 어디인지가 쟁점으로 하급심 판단이 엇갈렸다. 1심은 A씨가 하청업체 직원으로 볼 수 있다고 보고 A씨 손을 들었지만, 2심은 "하청업체 C사의 지휘감독을 받는 실질적인 피고용자가 아니다"라며 1심 판단을 뒤집었다. 이 사건 근로자재해보상책임보험계약상 담보대상이 되는 피보험자의 근로자로 볼 수 없다는 것이 2심 판단이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배전반 운반·설치 작업은 이 사건 보험계약의 담보사업에 해당하고 A씨 역시 각 각 수행한 작업의 내용, 실질적 지위 등을 볼 때 이 사건 보험계약에서 정한 공동피보험자 및 담보대상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원청과 계약을 맺은 하청업체 C사가 배전반을 운반·설치할 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작업을 같이 할 전문업체를 구해 설치 작업까지 마쳐달라'고 요구하는 등 원청업체가 재하청 관계를 미리 알고 있었다는 점이 근거가 됐다. 실제로 원청과 하청업체 C사가 맺은 계약 견적서에 '도비(운반·설치) 용역 포함'이라고 기재됐던 것으로 조사됐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는 근로자재해보상책임보험계약상 피보험자와 관련한 보험증권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파기환송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2023-09-05 18: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