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일간 아사히신문이 한국의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해 사설을 통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아사히신문은 25일 '한국의 법 개정, 언론압박 받아들일 수 없어'라는 제하의 사설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냈다. 아사히는 더불어민주당이 가짜뉴스 등 악의적인 보도나 사실 조작에 따른 피해를 막기 위해 언론중재법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는 "언론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신문은 개정안 중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언론에 무거운 배상책임을 지우는 점"이라며 "보도된 내용이 얼마나 올바른지, 어느 정도 악의가 있는지를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또 "문재인 정부와 여당은 군사독재에 맞선 민주화 운동의 흐름을 계승하고 있다고 자부하지만, 거대 여당의 수의 힘을 배경으로, 보편적 가치를 손상시키는 제멋대로의 정치 수법이 눈에 띄어왔다"고도 했다. 그 예로 북한의 정치체제를 비판하는 대북전단살포 금지법 및 정부·여당에 유리한 수사를 촉구하는 검찰 개혁을 추진한 것을 들었다. 여당이 언론중재법 개정을 서두르는 배경에 대해서는 "내년 3월 대선에서 자기 진영에 불리한 보도를 봉쇄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고 소개했다. 아사히는 "악의적인 허위 정보를 억제하는 것이 국민을 위한 것이라면 일단 멈춰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여야 간 논의를 다해 국민의 납득을 얻지 못하면 독선의 비난을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80년대 후반부터 급속히 진행된 한국의 민주화는 선인들이 쟁취한 소중한 유산으로, 그 원칙을 후퇴시켜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아사히의 이번 사설에 대해 국내 네티즌들은 찬반의견이 엇갈렸다. 아사히 사설에 동조하는 의견도 있었지만, 지나친 간섭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 기자
2021-08-25 09:12:07[파이낸셜뉴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13일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언론 보도 양상과 관련 “요즘 객관적으로 한국 정부의 방역 대책을 평가해주는 민족 정론지는 (미국의) CNN, 영국의 BBC,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라고 한다”며 “지금 코로나와 관련해 정부를 비난하는 건 한국 언론밖에 없다고 한다”고 말했다. 유 이사장은 이날 유튜브 채널 ‘유시민의 알릴레오 라이브’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유시민 이사장은 “지금 이탈리아가 확진자가 한국을 넘어섰고 사망자가 몇백명 단위가 된다. 이란은 국가 지도부가 집단감염돼 사망자가 나왔고 독일·프랑스도 환자가 급증하고 남미까지 가고 있다”고 말했다. 유 이사장은 또 “국제사회에서 한국 스타일로 전염병 관리가 가능한지 자문 요청을 하고 있다는데 우리처럼 행정력이 잘 행사되는 나라가 많지 않다”며 “한국식 모델로 평가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유시민 이사장은 지난 4일 수감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유영하 변호사를 통해 공개한 ‘옥중서신’과 관련, “박 전 대통령 편지가 나오고 나서 여론조사하면 ‘석방 절대 안 된다’가 50%가 넘고 전체적으로 반대가 60%가 넘는다”며 “국민들로선 여전히 사면이 너무 이른 거 아니냐는 의견이 많다”고 말했다. 유 이사장은 또 “박 전 대통령은 탄핵당하고 감옥 갔지만 풀어달라고 밖에서 시위하는 분도 있고 지지해주는 분이 꽤 있는데, 이명박 전 대통령은 아무도 풀어주라고 하질 않아 더 안 됐다는 생각이 든다”며 “이 전 대통령은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한 게 되게 많고 박 전 대통령은 해야 할 일을 안 한 게 많다”고 말했다.
2020-03-14 00:25:20[파이낸셜뉴스] 최근 가나전의 아쉬운 모습으로 한국 일부 축구 팬들의 도넘은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중국 누리꾼들이 손흥민 감싸기와 더불어서 한국 축구팬들의 손흥민 비난에 대해 지적하고 나서 화제다. 다소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준 대표팀 주장 손흥민을 향한 일부 팬들의 비난이 이어지는 가운데, 중국 매체도 한국의 이러한 현상에 큰 관심을 가졌다. 30일 중국신문망·텐센트신문 등 중국 현지 다수 매체들은 “아시아 1위 축구 스타에게 한국 네티즌의 악플이 쏟아지고 있다”, “한국인들이 패배 원인을 손흥민에게 돌리며 분노했다” 등 한국의 분위기를 전하는 기사들을 보도했다. 또한, 이들 매체는 한국 일부 네티즌들이 SNS에 올린 비난 게시물이나 악성 댓글 등을 그대로 번역해 전하며 손흥민이 ‘대표팀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폭언을 감당하고 있다”고 걱정했다. 한 매체는 “손흥민이 없었다면 과연 한국인들이 기대하는 기적이 일어날 기회가 있었겠냐”며 “이번 월드컵에서 손흥민이 기대만큼 기량을 보여주지 못했지만 비난받을 이유는 없다”고 전했다. 해당 매체는 “리오넬 메시도 코파 아메리카에서의 연이은 부진에 인터넷 공격을 당했고, 분노한 메시는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 이번엔 손흥민이 메시의 전례를 따라 대표팀을 그만둘지도 모르겠다”라며 걱정하기도 했다. 해당 기사를 전한 중국 네티즌들의 반응 또한 뜨거웠다. 누리꾼들은 댓글로 “손흥민, 중국으로 귀화해라”, “중국으로 오면 부와 명예를 가질 수 있다”, “중국으로 올 수 있는 좋은 기회”, “한국인들은 모든 면에서 냄비처럼 빨리 끓어 넘치는 성품을 지녔다” 등의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2022-12-01 05:42:38[파이낸셜뉴스] 최근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미국 인공지능 방산기업 쉴드AI(Shield AI)와 체결한 계약을 둘러싸고 논란이 불거졌다. 일부 언론은 이 계약이 절차적 정당성을 결여했고, 한국의 차세대 전투기 KF-21과의 연관성, 로열티 부담, 수출 차질 가능성까지 제기했다. 그러나 실제 계약의 성격과 경과, 해당 회사의 발표 내용을 살펴보면, 이러한 의혹은 상당 부분 사실에 기반하지 않거나 과장된 ‘카더라’ 식 의혹 제기임이 이미 드러났다. KF-21과 무관한 무인기 AI 실험 이번 KAI-쉴드AI 계약은 KF-21 전투기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는 것이 양사의 주장이다. 이 계약은 KAI가 개발 중인 차세대 다목적 무인기에 인공지능(AI) 조종 기술을 시험 적용하기 위한 기술 실험 계약으로, 유인 전투기 플랫폼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양사는 분명히 밝혔다. KAI는 이번 협업의 목적이 자사가 개발 중인 AI 조종 알고리즘을 테스트하는 데 있으며, KF-21과 같은 한국 공군의 주력 기종과는 무관함을 명확히 했다. 또한 이 계약은 졸속으로 이루어진 단발성 프로젝트가 아니라, KAI가 2년여에 걸쳐 글로벌 AI 기업들과 협력을 타진해 온 장기 검토의 결과물이다. 그중 하나로 선택된 것이 쉴드AI와의 이번 실험적 계약이다. 계약 이유를 짐작해 볼 수 있는 한 장면이 있다. 지난해 미 공군 장관인 프랭크 켄달이 F-16에 해당 무인 파일럿 기술이 장착된 전투기를 타고 인간 조종사와 도그파이트(공중전)를 벌이는 장면이 언론에 공개되어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이를 방송한 NBC의 리포터는 “이러한 기술을 보유하고 실제 전투기에 성공적으로 적용한 군대는 전 세계에서 미국뿐”이라는 국방 관계자의 말을 인용한 바 있다. 보안이 요구되는 경우, 수의계약은 일반적인 방식 계약 형식이 ‘수의계약’이라는 점을 문제 삼는 시각도 있으나, 이는 방산 분야에서 흔히 적용되는 합법적 방식이다. 특히 전략적 기술 협력이나 보안성이 요구되는 프로젝트의 경우, 수의계약은 일반적인 선택지다. 이번 계약은 KAI 내부 법무실과 조달 부서가 전 과정에 참여해 체결됐으며, 미국과 한국 양국의 관련 법령을 모두 준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쉴드AI 역시 해당 계약이 미국 수출 통제법과 한국 계약법을 모두 충족했다고 밝혔다. 즉, 이번 계약은 단순히 요건을 갖췄다는 수준을 넘어 법적 타당성과 절차적 투명성을 확보한 공식 협약이다. 실체 없는 ‘카더라’식 로열티 주장 일부 언론 보도는 KAI가 쉴드AI에 과도한 로열티를 지급해야 하며, 이로 인해 향후 수출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하지만 양사는 이번 계약에 로열티 조항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조금만 들여다보면 이 계약은 AI 조종 기술의 성능을 단기적으로 검증해보는 실험적 성격의 계약이므로, 로열티 지급이 발생할 구조가 아니다. KF-21 개발이나 수출과도 무관하며, 계약이 해당 전투기 사업에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은 사실과 전혀 다른, 증거와 근거 없는 일방적 주장이다. 쉴드AI 또한 이번 계약은 비공개 기술 실험 계약일 뿐이며, KF-21 관련 논의는 전혀 없었다고 재확인했다. 국내 파트너 선정은 해당 회사의 몫이자 권한 쉴드AI의 한국 파트너로 ‘퀀텀에어로’가 선정된 점을 두고도 의혹이 제기됐다. 일부는 이 회사 대표의 과거 업력이나 규모를 문제 삼았지만, 쉴드AI는 기술력, 장기 비전, 헌신도 등을 기준으로 평가해 파트너를 선정했다고 명확하게 밝혔다. 이는 단순한 국내 대리점 계약이 아니라, 장기적 기술 협력과 공동 개발을 염두에 둔 전략적 선택이라는 것이 쉴드AI의 입장이다. 방위산업 특성상 신생 기업이라도 미래 가능성과 신뢰도가 확보되면 협력 대상이 될 수 있으며, 쉴드AI의 선택 기준은 이를 반영한 것이다. 논란의 실체는 정보 부족에서 비롯된 오해 결국 이번 논란은 ‘수의계약’이라는 외형, ‘KF-21’이라는 상징성, ‘AI’라는 낯선 기술 요소가 결합되며 발생한 정보 비대칭의 산물이다. 방산 계약은 보안과 전략적 기밀성이 요구되기 때문에 공개 정보가 제한적이며, 이로 인해 사실관계가 왜곡되거나 불완전한 해석이 확산되기 쉽다. 또한 일부 언론은 ‘방산’이라는 단어와 ‘비리’를 붙여 시선을 끌고, 한국 대표의 과거 이력까지 비꼬는 제목을 달았다. 해당 영상에는 수천 개의 비난 댓글이 달렸다. 잘못된 사실관계를 기반으로 한 의혹 제기에 직업에 대한 비하까지 결합된 태도였다. 정부와 기업은 오히려 이럴 때일수록 정확하고 투명한 팩트 전달이 필요하다. KAI와 쉴드AI가 신속하게 입장을 발표한 것도 바로 이러한 우려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라고 할 수 있다. 이번 계약은 오히려 한국 방산 기술이 글로벌 AI 생태계와 연결되는 의미 있는 기술 확보 시도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제 방위산업은 독자 개발만으로는 한계에 부딪힌다. 민간 기술과의 융합, 개방형 협력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자주국방 실현을 앞당기는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논란보다는 사실에, 의혹보다는 기회에 주목해야 할 때다. 그래야 대한민국 국방이 강해진다. 박용후 / 관점 디자이너
2025-05-26 17:37:511. 리더십은 안으로부터 시작된다. 2. 정책 목표를 명확하게 정해야 한다. 3. 설득력의 힘을 발휘해야 한다. 4. 국민·의회·언론과 협력해야 한다. 5. 취임 즉시 정책 추진에 돌입해야 한다. 6. 유능하고 신중한 참모를 등용해야 한다. 7. 과업 수행을 위해 주변 사람들을 고무시킬 능력이 있어야 한다. 미국 대통령들을 연구한 학자이자 정치가인 데이비드 거겐이 제시한 성공적 대통령의 7가지 조건이다. 1번의 의미는 대통령 자신의 지식과 판단력, 인격 등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미국과 한국의 정치 풍토가 일치하지 않지만, 오래 연구하고 관찰한 결과이니 참고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학이 하나의 학문으로 정립된 우리나라에서도 유사한 논문들이 있다. 이현출 교수 등은 비전제시 능력, 의사소통 능력, 국정운영 능력, 정치력, 공감능력을 대통령의 리더십 조건으로 꼽았다. 이 가운데 공감능력이 주목된다. 극단적 대결과 분노의 정치가 지배하고 있는 시대에 국민의 감정을 인지하고, 이해하고, 관리하는 능력이라고 설명한다. 학문적 연구에 동의하면서 한국의 현실을 고려해 몇 가지 첨언하면 이렇다. 사실 전임자들의 잘못을 파악하고 반복하지만 않아도 절반의 성공을 거둘 것이다. 또 하나는 다른 정파의 대통령이나 리더를 비난했던 이유를 되새겨보고 '내로남불'의 잘못을 답습하지 않는 것이다. 대통령의 책임이자 임무는 나라를 강대국으로 만들고 국민을 잘살게 하는 것이다. 나라는 태평하고 백성은 편안하다는 '국태민안'(國泰民安)을 실현해야 한다. 막강한 권력은 사유화하라고 준 것이 아니라 이 목적을 달성하라고 국민과 헌법이 부여한 힘이다. 역대 대통령들이 이를 망각함으로써 나라를 어려움에 빠뜨렸다. 먼저 대통령은 미래를 내다보는 비범한 혜안이 필요하다. 모든 국사(國事)를 일일이 챙길 수 없다. 남다른 식견과 판단력으로 거대한 구상을 할 줄 알아야 한다. 경제가 가장 중요하니만큼 쇠퇴하는 제조업을 대신할 첨단산업과 서비스업 발전방안을 마련하는 게 첫째다. 다음은 사적 관계, 부패와의 결별이다. 역대 대통령들의 실패를 들여다보면 금세 그 중요성을 알 수 있다. 사적 관계는 가족만이 아니라 측근도 포함된다. 환관정치가 국가를 멸망에 이르게 한 역사는 현세에도 유효하니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부패는 꼭 금전 문제만은 아니다. 부패는 사적 관계를 통해 싹이 트고 자라난다. 정파와 무관하게 능력 있는 인재를 등용하는 일이다. 협치라는 말이 역대 대선마다 누누이 반복돼 왔지만, 실천한 대통령은 없었다. 이념이 다르고 자신을 반대한 인물이라도 유능하기만 하다면 과감히 써야 한다. 이와 관련된 것이 낙하산 인사다. 대통령 주변에는 늘 권력의 기생충들이 득실거린다. 선거 유공자를 가려 자리를 주지 않을 수 없겠지만, 한계선을 둬야 한다. 공기업 낙하산도 전문성이 있어야 기업을 잘 이끈다. 지지자보다 반대파를 돌봐야 한다. 대통령은 지지자만의 대통령이 아니라 전 국민의 대통령이다. 자신을 지지하지 않은 절반에 가까운 국민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그것이 통합을 이루는 첩경이다. 적폐청산 식의 정치보복은 분열을 더 심화시키는 결과를 낳았음을 우리는 보았다. 누가 되더라도 성장과 분배의 어느 한쪽으로 쏠려서는 발전과 복지를 동시에 달성할 수 없다. 치우침이 없는 조화와 균형을 이뤄야 한다. 한 계층만 바라보는 외골수 정책은 나라를 멍들게 할 것이다. 분배정책에 집중했음에도 왜 양극화가 더 심해졌는지 원인을 찾아야 한다. 누구나 자신의 직업에서 최선을 다하면 전체 사회와 국가는 융성한다. 대통령도 하나의 직업이다. 그 직책에 맞는 직업정신을 잊지 말고 공사를 구별하고 밤잠을 설치면서도 나라의 앞날을 걱정하며 노심초사할 줄 알아야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있다. 퇴임 후에도 국민이 우러러 받드는 최초의 대통령이 5년 후에는 나오기 바란다. tonio66@fnnews.com
2025-05-21 18:39:23[파이낸셜뉴스] 미국 트럼프 2기 정부가 합법적인 비자를 받고 체류 중인 유학생까지 비자를 취소해 대거 쫓아내고 있는 가운데, 미국 대학에서 재직중인 한국인 교수가 학기 중 갑작스럽게 비자가 취소돼 한국에 돌아오게 됐다는 소식이 전해져 충격을 주고 있다. 휴스턴대 수학과 조교수 한국인, 갑자기 비자 취소 15일(현지시간) 유니버시티 헤럴드, 휴스턴 크로니클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미국 휴스턴대 수학과 조교수로 재직중인 한국인 A씨가 비자가 갑작스럽게 취소돼 한국으로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A씨는 지난 13일 통계 수업을 듣는 학생들에게 "최근 많은 국제 학자들에게 영향을 미친 문제로 내 비자가 예상치 못하게 종료돼 신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즉시 한국으로 가야한다"며 "결과적으로 더이상 강의를 계속 할 수 없게 됐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어 "남은 학기 동안 다른 박사가 수업을 맡아줄 예정이다"며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다른 학생들에게 격려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고 했다. 전 교수의 비자가 왜 돌연 취소됐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최근 트럼프 정부가 미국 유학생 비자를 취소하는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매체는 전했다. A씨는 2022년 9월부터 2024년 6월까지 미국 오하이오주립대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재직한 뒤 지난해 가을부터 휴스턴대에서 조교수로 강의를 시작했다. 학생들 "정말 훌륭한 과학자 잃었다"... 트럼프 정부 비난 A씨의 비자 취소 소식이 알려지자 휴스턴대 학생들과 교수들은 큰 혼란을 겪고 있다. 휴스턴대 SNS에는 "정말 훌륭한 과학자를 잃었다", "트럼프 정부가 미국 고등 교육에 치명적인 행동을 하고 있다"며 트럼프 정부를 비난하는 의견이 올라왔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3월 중순 이후 미국에서 비자 취소 또는 연방정부 기록 삭제 조치를 받은 유학생 및 연구진은 1000명에 달한다. 또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최소 4700건 이상의 유학생 기록이 말소 조치된 것으로 추산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에 재학 중인 한국인 학생 B씨는 "비자가 왜 취소되었는지 설명 없이 비자가 취소되는 경우들이 계속 발생해 한국인 유학생도 많이 불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5-04-17 14:04:02[파이낸셜뉴스] 중국과 관세 보복을 주고받은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 불균형을 지적하며 중국이 계속 이익을 본 다면 관세 협상을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관세 공격이 효과적이라며 미국의 무역 적자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中과 무역에서 손해보면 협상 없어더힐 등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트럼프는 6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워싱턴DC로 돌아오는 전용기에서 기자들과 만났다. 그는 자신의 최근 관세 정책에 대해 “미국의 무역 적자를 살펴보면 특정 국가들이 보이는데 중국이 그 중 하나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미국이 중국과 무역에서 “1조달러(약 1469조원)”의 적자를 본다며 “우리는 중국과 무역 적자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중국과 무역에서 한해 수천억달러를 잃는다. 우리가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나는 협상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미국의 무역 적자가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지난 1월 취임 이후 철강과 자동차 등의 수입품에 관세를 올리며 주요 무역상대와 무역전쟁을 시작한 트럼프는 2일, 중국을 비롯한 185개 지역 및 국가에서 수입하는 제품에 10~50%의 ‘상호관세’를 추가한다고 밝혔다. 중국은 4일 발표에서 미국이 중국에 부과한 추가관세(34%)와 같은 세율을 미국 수입품에 부과한다고 알렸다. 미국 증시는 트럼프의 상호관세 발표 이후 이틀 연속으로 폭락했다. 트럼프는 의도적으로 증시 폭락을 일으켰느냐는 질문에 "아니다. 그렇지 않다"라면서 "나는 중국, 유럽연합(EU), 다른 국가와의 무역 적자를 해결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그는 시장 폭락을 받아들일 수 있는 기준이 어느 정도냐는 질문에 "그 질문은 멍청하다"라면서 "난 어떤 것도 하락하길 원치 않는다"고 답했다. 트럼프는 증시에 대해 "때때로 무엇인가를 고치기 위해 약을 먹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외신들은 중국 정부가 중국 바이트댄스 소유의 미국 틱톡 법인 지분 매각을 트럼프와 협상에서 협상 카드로 쓸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바이트댄스 대표들은 3일 백악관에 중국 정부가 미국과 무역 및 관세에 대해 협상할 수 있을 때까지 틱톡에 대한 거래를 승인하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중국이 상호관세에 대한 항의 차원에서 틱톡 거래를 막았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그것은 대체로 정확하다"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우리는 거래에 매우 근접했지만, 중국은 관세 때문에 거래에 대해서 (태도를) 바꿨다"라면서 "만약 내가 관세를 좀 깎아줬다면 그들은 거래를 승인했을 것이다. 이것은 관세의 힘을 보여준다"라고 밝혔다. 유럽도 비난, "언젠가 관세 아름다움 알게 될 것"반면 트럼프 2기 정부의 실세로 정부효율부(DOGE)를 이끌고 있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상호관세 이후 주가 폭락을 겪자 트럼프의 관세 전쟁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5일 이탈리아 극우 정당 ‘동맹’의 행사에 화상연설로 "유럽과 미국이 무관세란 이상적인 상황으로 나아가, 실질적인 유럽과 북미 간 자유무역지대 창출에 합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머스크의 주장에 대해 "유럽은 우리로부터 많은 돈을 벌었다"라면서 "그들은 (우리를) 매우 나쁘게 대우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우리는 무역에서 1조9000억달러(약 2792조원)를 (계속) 손해 볼 수 없다. 우리는 그렇게 하면서 유럽을 보호하기 위해 많은 돈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쓸 수 없다. 우리는 군사적으로 그들을 보호하면서 무역에서 손해를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2월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무역 적자는 9184억달러(약 1349조원)로 전년 대비 17%(1335억달러) 증가했다. 지난해 미국이 상품 무역에서 가장 큰 적자를 본 국가는 중국(2954억달러)이었으며 2위는 EU였다. EU에 대한 무역 적자는 2356억달러였다. 한국은 660억달러로 9위였다. 한편 트럼프는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에도 글을 올려 "우리는 중국, EU 그리고 많은 국가에 (무역) 적자를 갖고 있다"면서 "이 문제를 치료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관세뿐"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관세에 대해 "수십억 달러를 미국에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언젠가 사람들은 미국을 위한 관세가 매우 아름다운 것임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같은날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9일로 예정된 국가별 추가 상호관세에 대해 "연기는 없다. 며칠 또는 몇 주간 그대로 유지될 것이다. 그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날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50개 이상의 국가가 대통령에게 협상 개시를 요청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2025-04-07 09:04:09[파이낸셜뉴스] 아이돌 가수가 되기 위해 15세 이하 여성 아동 청소년이 경쟁하는 MBN 오디션 프로그램 '언더피프틴'(UNDER15)이 미성년자 성 상품화, 아동학대 비판을 받으면서 폐지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비난이 거세지자 방송사 관계자가 방송 폐지 입장을 전달했지만, 제작사인 크레아스튜디오는 언론을 상대로 긴급보고회를 진행하면서 방송 강행 의지를 보이고 있다. 시민단체 "방송 폐지" 한 목소리 여성의당은 25일 오전 서울 중구 MBN 사옥 앞에서 '여아 성 상품화, 착취로 굴러가는 방송 엔터산업 규제하라'는 제목으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박진숙 여성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우리나라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뿌리 깊은 성착취와 성 상품화로 얼룩져 있다”며 “더 이상 아이들의 꿈을 볼모 삼아 우리나라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고질적인 구조적 문제를 정당화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관리·감독에 나서야 할 문체부와 노동부 역시 이를 손놓고 방치하며 방송·엔터산업의 뒤를 봐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범대 재학 중인 A씨는 교육 현장을 이야기하며 방송의 부적절함을 설명했다. A씨는 “교육봉사를 위해 현장에 가면 어린 여학생들이 자신의 외모가 마음에 안 든다며 마스크를 쓰거나 다이어트를 하는 걸 많이 봤다. 외모 지상주의 사회가 되면서 자존감을 잃어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더 이상 볼 수 없어 이 자리에 섰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엔터·방송산업은 미디어의 ‘교육적 영향력’을 생각해야 하며 MBN은 언더피프틴을 즉각 폐지해 달라”고 요구했다. 앞서 시민단체들도 줄줄이 입장을 밝혔다. 지난 21일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성명을 내고 "어린아이들에게 공개적으로 경쟁을 부추겨 과도한 신체적·정신적 부담을 가하고, 성적 대상화 하는 행위는 명백한 아동 학대"라며 "단순한 방송 프로그램 논란을 넘어 사회적 차원에서 논의돼야 할 심각한 인권 문제"라고 비판했다. 같은 날 교사들도 나섰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여성 어린이는 여성 혐오적이고 아동 혐오적인 대한민국에서 사회적 약자 중에서도 약자"라며 "엔터테인먼트 산업 전반에 어린이·여성 출연자의 인권이 제대로 보장받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MBN 방영 계획 전면 철회,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및 성 상품화 기준 마련, 엔터테인먼트 산업 인권침해 전수조사를 요구했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역시 20일 "여성 아동에게 신동·데뷔·성공이라는 언어로 아동의 성적 대상화를 긍정적인 것으로 오인하게 하고, 내재된 성적 대상화의 의미를 숨기고 장래를 위한 멋진 도전인 양 프로그램에 동원하는 건 아동 노동 착취이자 성 착취"라며 "제작사는 출연자들이 겪게 될 정서·신체상 영향과 프로그램 콘셉트가 아동들에 대한 인식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을 고려하라"고 강조했다. 언더피프틴은 무슨 프로 '언더피프틴'은 글로벌 최초로 만 15세 이하 K-POP 신동 발굴 세대교체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전 세계 70여 개국 만 15세 이하 소녀들 중 인종과 국적, 장르를 불문하고 선별된 59명 신동들이 참가한다. 제작사는 크레아스튜디오다. ‘미스트롯’, ‘미스터트롯’의 원조 기획자로 ‘K-트롯 오디션’이라는 장르를 방송계에 도입한 서혜진 대표가 독립후 설립한 회사로 이날 오후 언더피프틴과 관련해 긴급보고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비판이 제기된 건 최근 공식 계정을 통해 59명 참가자들의 프로필과 참가자들의 모습이 담긴 프로필 티저 영상을 공개한 뒤부터다. 프로필을 보면 언더피프틴에는 2016년생 만 8세 참가자가 5명이나 된다. 이들을 포함해 59명 중 24명이 초등학생이다. 특히 참가자들이 나이에 맞지 않는 메이크업을 하고 크롭톱 등 노출 의상을 입은 채 성인처럼 댄스를 추는 모습이 담겨 논란을 키웠다. 여기에 공개된 홍보용 사진에 초등학교 여학생 참가자들 아래 바코드까지 달면서 문제를 키웠다. 이날도 여성의당 관계자는 "여자 아이들을 상품 취급하듯 바코드를 매겼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
2025-03-25 14:26:05[파이낸셜뉴스] 대만의 걸그룹 출신 배우가 한국 여행 중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에 대한 소감을 자신의 SNS에 공유해 논란이다. 19일 연합신문망 등 대만 언론에 따르면 대만 걸그룹 ‘헤이걸’ 출신으로 배우와 모델 등으로 활동하고 있는 황차오신(38)은 지난 17일 서울을 여행하다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집회를 둘러봤다고 밝혔다. 황차오신은 “처음으로 한국의 민주 집회 현장을 경험했는데 정말 깜짝 놀랐다”며 “초대형 야유회와 다를 바 없었다”고 전했다. 이어 “플래카드뿐 아니라 의자와 푸드트럭도 있었고, 온갖 먹을거리들이 있었는데 모든 게 공짜였다"라며 내가 외국인인 걸 아는데도 사람들은 친절하게 내게 말을 걸고 '많이 먹으라'고 해줬다”고 했다. 그러면서 “서로의 뜻을 이루기 위해 모두가 한마음이 돼 있는 듯했다. 먹고 난 쓰레기도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치우더라”며 “한국인들의 단결력은 정말 과소평가할 수 없다. 정말 특별한 경험이었다”라면서 한국어로 ‘고마워요’라고 적었다. 그는 글과 함께 광화문 집회에서 떡볶이와 핫도그 등을 먹는 모습과 먹거리를 나눠주는 시민의 모습 등을 찍은 사진 여러장과 영상을 올렸다. 윤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가 즐거운 ‘축제’ 같다는 그의 소감은 미 뉴욕타임스(NYT)와 프랑스 APF통신, 영국 BBC 등 주요 외신도 탄핵 촉구 집회에 대해 “K팝 음악이 흐르고 남녀노소가 어울려 춤을 추는 축제와도 같다”고 평가한 것과 같았다. 대만 누리꾼들 “다른 나라의 정치 활동에 관여하지 마라" 비난 그럼에도 대만 누리꾼들은 황차오신에게 “경솔하다”는 비판을 쏟아냈다. 이웃 국가의 엄중한 정치 상황을 외국인의 시선에서 가볍게 소비했다는 지적이다. 그의 SNS에는 “이 집회가 한국인들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떠드나”, “이웃 나라의 집회를 야유회라고 비하하다니,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이 낮다”, “다른 나라에 갔으면 그 나라 국민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발언해야 한다” 등 비판했다. 논란이 일자 황차오신은 “신중하지 못했다”며 논란의 게시물을 삭제했지만 논란이 지속되자 지난 18일 재차 게시물을 올려 당시 상황에 대해 해명했다. 카페에 가는 길에 집회 현장을 지나게 됐다는 그는 “대만에서 볼 수 없는 광경이라 관광객으로서 모든 것이 특별하게 느껴졌다”고 했다. 이어 “카페에 들른 뒤 돌아오는 길에 본 광화문광장은 시위가 끝난 뒤 쓰레기 하나 없이 깨끗하게 정리돼 있더라”며 “이것은 우리가 배워야 할 자세”라고 했다. 또 “이 게시물을 올린 뒤 한국의 일부 네티즌들에게도 욕설과 저주, 위협도 받았다”면서도 “사람마다 입장이 다르다는 걸 알기 때문에 신경쓰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한국은 여전히 내가 좋아하는 장소”라며 “다음에도 서울 여행을 선택할 것이냐 물으면 확실하게 그렇다고 답할 수 있다”고 했다. 황씨는 이후 기존 삭제했던 게시물도 복구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5-03-19 16:20:59귀국 좌절로 인한 충격이 중풍을 불러 이승만은 더 이상 움직일 수 없게 됐다. 막막해진 순간에 마우나라니(천국의 산이라는 뜻) 요양원 원장 존슨 여사의 편지가 천상으로부터 내려진 동아줄처럼 프란체스카에게 전해졌다. "우리 모두 존경하는 이 박사님을 저희 양로원에서 모시고 싶습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은 1962년 3월 29일부터 1965년 7월 19일 임종할 때까지 마지막 3년4개월을 마우나라니 요양원 202호실에서 바다가 보이는 창밖으로 고국을 그리며 보냈다. 요즘이라면 3년간 약 100만달러의 비용이 있어야 가능한 일을 부끄럽지만 한국민이 아닌 하와이 현지인들이 제공했다. 이 박사의 기력은 나날이 쇠약해져 갔다. 그럴수록 프란체스카의 간병이 도움이 되었다. 병원은 그녀의 숙식을 위해 고용인 숙소에 방 하나를 마련해 주고 간호보조원으로도 인정해줘 이 박사 곁에 항상 머물 수 있도록 배려해 주었다. 오중정씨는 영부인 프란체스카 여사를 이렇게 회상했다. "그런 열녀가 없었지요. 쇼핑이나 외출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어요. 이 박사 옆에서 항상 성경을 읽어드리거나 찬송가를 불러 드리고…. 그렇게 훌륭한 분이 없었습니다. 사람이 정신적으로 시들 것 같은데 워낙 신앙이 강해서 그런지 두 분 다 강한 분이셨어요. 국부와 국모의 자격을 갖춘 분이었지요." 이승만의 정신이 아직 온전했을 때 했던 마지막 기도문이 전해진다. "이제 저의 천명이 다하여감에 아버지께서 저에게 주셨던 사명을 더 이상 감당치 못하겠나이다. 몸과 마음이 너무 늙어 버겁습니다. 바라옵건대 우리 민족의 앞날에 주님의 은총과 축복이 함께하시옵소서. 우리 민족을 오직 주님께 맡기고 가겠습니다. 다시는 종의 멍에를 메지 않게 하여 주시옵소서. 아멘." 예수를 십자가에 매달려 있게 한 것은 대못이 아니라 '인류를 위한 사랑'이었듯, 이승만을 마지막까지 견디게 한 것도 권력욕이 아니라 '민족을 위한 사랑'이었다. 우리 민족에게 씌워진 종의 멍에를 벗기고 자유케 하려던 그 위대한 사랑이었다. 1965년 6월 20일. 이 박사가 피를 토하기 시작했다. 노화된 장기에서 내출혈이 발생한 것이다. 의식은 거의 없는 상태로 야윈 팔에는 검푸른 주삿바늘 자국만이 무수했다. 7월 4일. 한국에서 양아들 이인수씨가 급히 들어왔다. 병원에서는 다시 한번 내출혈이 심해지더라도 응급실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 이상 방법이 없다는 얘기였다. 7월 18일. 심한 내출혈로 혈압이 급격히 떨어졌다. 이인수씨가 이 박사 옆에 누워 수혈을 했다. 그날 밤 10시가 넘어가자 주치의 토마스 문 박사가 "오늘을 넘기기 힘들다"고 했다. 자정을 넘어 7월 19일 0시35분. 갑자기 호스를 입에 문 이 박사의 호흡이 거칠어지더니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그리고 조용히 숨을 거두었다. 향년 90세였다. 윌버트 최씨가 관계했던 누와누 장의사가 장례식을 거행했다. 고인이 건립했던 한인기독교회에 고인이 안치됐다. 고인의 상반신이 보일 수 있게 관을 열어두었다. 7월 21일 오후 8시30분, 프란체스카 여사가 입장할 무렵엔 조화가 교회 전체를 메웠고 수많은 현지인과 교민들이 애도를 표하러 모여들었다. 이 박사의 50년 지기인 하와이 사업가 보스윅이 뒤늦게 연락을 받고 섭섭한 표정을 감추지 않은 채 달려왔다. 그는 교회 입구부터 사람들을 헤치며 성큼성큼 걸어들어와 이 박사의 관 앞에 섰다. 그는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듯한 표정이 되어 고인의 얼굴을 덮은 베일을 걷어내더니 이 박사의 이마를 손바닥으로 쓰다듬으며 울부짖었다. "내가 자네를 안다네! 내가 자네를 알아!(I know you! I know you!) 자네가 얼마나 조국을 사랑하고 있는지, 자네가 얼마나 억울한지를 내가 잘 안다네! 친구여! 그것 때문에 자네가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바로 그 애국심 때문에 자네가 그토록 비난받고 살아온 것을 내가 잘 안다네! 잘 가게! 내 소중한 친구여…." 이인수씨가 기억하고 있는 한 편의 시 같은 보스윅의 애절한 절규는 고인이 된 이승만의 영혼을 진정 위로해 주었을 것이다. 참석했던 모든 사람들의 눈시울이 젖어 들었다. 이날 밤 10시30분, 6명의 육해공군 의장대가 조포를 발사하는 가운데 히컴 공군기지에서 이륙 대기 중인 군 수송기 C-118에 유해가 실렸다. 태극기조차 구할 수 없었다. 오로지 이승만을 존경하던 교민과 미 장군들의 배려뿐이었다. 밴플리트 장군을 포함해 한국까지 함께 가기를 희망하는 사람들 16명을 태운 채 비행기가 날아올랐다. 1965년 7월 21일 밤 11시 정각. 이승만 박사가 하와이 섬으로 온 지 5년2개월 만이었다. 이승만의 유해를 실은 군 수송기가 밤하늘의 별들 속으로 사라진 날로부터 60년이 지난 2025년은 그의 탄신 15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그가 해양 문명권으로 진입시켜 건국한 대한민국은 오늘날 10대 선진국으로 성장했지만, 북녘 동포를 위한 자유통일을 염원하는 지도층과 국민은 거의 없다. 개인의 근본적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가짜뉴스와 가짜역사에 맞서 싸우려는 언론인과 정치인도 찾기 어려워졌다. 이승만의 가난한 기독교는 대한민국을 세웠지만 오늘날의 부유한 기독교는 대한민국을 지키기도 버거워한다. 단군 이래 물질은 최고의 풍요를 구가하지만, 정신은 탐욕과 빈곤을 헤매는 중이다. 우리가 다시 종의 멍에를 메려는 것은 아닌지. 우리 모두 나라를 다시 찾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잊은 것은 아닌지. 우리가 창조적 지성을 겸비한 지도자를 만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모르고 사는 것은 아닌지. 우리를 자유케 한 '이승만의 삶과 죽음'을 통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삶을 성찰해야 하지 않을까. 이동욱 전 KBS 이사
2025-03-18 17:5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