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력수요가 두 배 가까이 폭증하는 기간 송전설비는 겨우 26% 늘었다고 한다. 전력망은 첨단산업의 혈관에 해당한다. 막힘없이 뚫려 있어야 산업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건 물론이다. 전력 소비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인공지능(AI) 혁명기를 허술한 전력망으로 앞서 뛸 수 있겠나. 전력 기반시설을 지원할 수 있는 관련 법 제정이 시급하다.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에 따르면 국내 최대 전력수요는 2003년 47GW(기가와트)에서 지난해 94GW로 증가했지만 송전설비는 2만8260c-㎞(서킷 킬로미터)에서 3만5963c-㎞로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 기간 송전망 건설사업이 여러 건 착공됐으나 시설마다 평균 5~6년 이상 지연됐던 탓이다. 북당진~신탕정 송전선로는 2012년 6월 완공을 목표로 했으나 이제서야 공사가 마무리됐다고 한다. 다음 달 완공될 예정으로, 무려 12년5개월이나 늦어졌다. 당진화력~신송산 송전망 공사는 2021년 6월 끝냈어야 했는데 2028년 12월까지 준공이 늦춰졌다. 장장 90개월이나 지연되는 것이다. 신장성 변전소는 77개월, 동해안~신가평 초고압 직류송전(HVDC) 사업도 66개월이나 미뤄졌다. 사업이 지연되는 것은 강력한 구심점이 없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전자파 유해성 문제 등을 거론하며 덮어놓고 반대했다. 전문가들의 안전성 검증 결과는 소용이 없었다. 지자체는 주민들 반발에 수조원이 투입된 국책사업인데도 하루아침에 불허 결정을 내렸다. 대표적인 최근 사례가 경기 하남시의 동서울변전소 증설 불허다. 한전은 울진 원자력발전소에서 하남 동서울변전소까지 280㎞ 구간의 송전망을 짓고 있었다. 하지만 하남시의 제동으로 마지막 설비 증설이 막혀 제때 완공이 불투명하다. 앞으로 한전은 행정소송 등 복잡한 절차를 감당해야 한다. 이런 식이니 설비 확충이 더디고 전력수요를 못 맞추게 되는 것이다. 전력망 구축작업은 한국전력 등 공기업에 맡길 것이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 계획하고 추진하는 것이 맞다. 정부 주도로 주민 보상 문제와 갈등을 해결하고 지자체의 협조를 적극 이끌어내야 한다. 그래야 반복되는 공사 지연을 막고 급박한 산업 변화에 발맞출 수 있다. 국회에 제출된 전력망특별법은 이를 위한 법안이다. 정쟁의 대상이 될 이유가 전혀 없다. 그런데도 여야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으니 속이 탄다. AI 산업에 필수적인 데이터센터에는 막대한 전기가 들어간다. 전력 공급은 첨단산업 승패를 좌우할 수 있는 중차대한 문제가 됐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앞다퉈 직접 원전 투자에 나선 것도 같은 이유다. 국가 전력망 확충은 우리의 생존이 달린 문제인 것이다. 독일의 '전력망 확충 촉진법'이나 미국의 '인프라법'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국회는 여야를 떠나 초당적으로 협력해 법안을 서둘러 통과시켜야 할 것이다. 올해를 넘기지 말아야 한다.
2024-11-20 18:13:41【파이낸셜뉴스 하남=노진균 기자】 전력 공급의 핵심 시설을 둘러싼 갈등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국전력공사(한전)와 하남시 간 동서울변전소 증설사업을 둘러싼 행정심판 결과가 6주 뒤로 미뤄졌다. 4일 경기도 행정심판위원회는 오후 1시 30분부터 진행된 행정심판에서 1호 안건으로 상정된 해당 심판청구사건에 대한 심리기일을 오는 12월 16일로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행정심판법상 행심위 판단에 따라 최대 6주까지 연기할 수 있는 규정을 적용한 것이다. 이번 결정으로 한전이 하남시의 동서울변전소 옥내화·증설 사업 불허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경기도에 청구한 행정심판 결과는 빨라야 다음 달 중순에나 나올 전망이다. 경기도청 행정심판위원회는 '제출된 서류가 방대해 충분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연기 사유를 밝혔다. 한전이 9월 6일 경기도에 심판청구서를 제출한 지 두 달 만에 하남시와 법리 싸움을 벌일 것으로 예상됐으나, 당일 일정이 무산된 것이다. 전력 업계에서는 송전망 건설이 시급한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가 시간을 끌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가기간망인 송전망의 중요성을 고려하면 어떤 식으로든 행정심판위원회가 최대한 빨리 결론을 내려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하남시는 9월 23일 한전의 주장을 부인하는 1차 답변서를 제출한 데 이어 지난달 28일에는 대리인인 김앤장법률사무소의 검토 사항과 하남시의회의 행정사무특별조사 결과 보고 등이 담긴 추가 답변서를 제출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전 역시 같은 날 600페이지 분량의 추가 자료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업은 정부의 동해안~수도권 HVDC(초고압직류송전) 건설사업의 일환으로, 한전이 6996억원을 투자해 하남시 감일동 산2번지 일대 연면적 6만4570㎡ 규모 변전소를 2026년까지 옥내화하고 HVDC 변환설비를 증설하는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하남시는 올 8월 한전이 신청한 345kV 동서울변전소 옥내화 건축허가·옥내화 토건공사 행위허가·옥내화 관련 전력구 정비공사 행위허가와 500kV 동서울 변환소 본관부지 철거공사허가 등 4건의 허가신청을 불허했다. 행정심판법에 따르면 피청구인 또는 행정심판위원회가 청구를 받은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결과를 내놓아야 한다. 다만 부득이한 사정이 있는 경우 행정심판위원장이 직권으로 30일 연장할 수 있다. njk6246@fnnews.com 노진균 기자
2024-11-04 18:18:51경기도가 다음 달 초 행정심판위원회를 열어 하남시와 한국전력의 전력 분쟁에 결론을 낼 것이라고 한다. 앞서 지난 8월 하남시는 한전이 추진해온 동서울변전소 옥내화와 증설안을 공공복리 증진 규정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이에 한전은 하남시의 불허 처분 전면 취소를 요구했고, 경기도는 결국 행심위를 통해 최종 결정을 내리기로 한 것이다. 행심위가 하남시 손을 들어줄 경우 동서울변전소 공사는 하세월이 될 수 있다. 동서울변전소가 막히면 한전이 2026년 완공을 목표로 건설 중인 동해안·수도권 송전선로는 제 기능을 할 수 없다. 전력공급망 확충은 한시가 급한 국가과제인데 이렇듯 안일하게 다뤄서 될 일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첨단산업 기업들에 전력난은 생사를 좌우하는 문제다. 현장에선 용수 부족도 큰일이지만 전기 부족은 사실상 재앙으로 여긴다. 수도권 전력량 수요는 나날이 급증하고 있다. 더욱이 600조원이 투입되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가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선 원활한 전력 공급은 절대적이다. 이곳에서 하루 사용될 것으로 예상되는 전력량은 수도권 하루 전력량의 4분의 1에 이른다. 수도권 공급망 구축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는 이뿐만이 아니다. 기업들이 앞다퉈 짓고 있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전력 수요에도 대비해야 한다. 데이터센터는 AI 개발을 위한 필수적인 시설이다. 막대한 전기가 들어간다. 이상기온으로 가정이 소비하는 전력량도 만만치 않다. 올해는 가을 폭염까지 겹쳐 7월과 8월뿐 아니라 9월 전력 수요도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이게 끝이 아니다. 올겨울엔 기록적인 한파도 예고돼 있다. 난방용 전기 수요가 역대급에 이를 가능성이 크다. 기후변화로 인한 전력 소비는 앞으로 폭증할 것이다. 저렴한 전기를 공급하는 전력 생산시설 증설과 전기를 실어 나르는 송전망 건설은 화급한 과제다. 그런데도 하남시뿐만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전력 갈등과 분쟁이 끊이지 않으니 걱정이다. 전남 장성·보성·영암·영광, 강원 횡성·홍천, 충남 당진, 경기 시흥 등에서 송전선로·변전소 사업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반대 이유는 전자파 피해, 주변 경관 훼손 우려, 납골묘 경유 등 가지각색이다. 앞서 북당진∼신탕정 송전선로 건설이 12년 넘게 지연됐던 사례도 비슷한 이유였다. 중차대한 전력망 건설을 한전에만 맡겨두지 말고 중앙정부와 정치권이 나서야 한다. 국회 산자위는 14일 국감장에서 한전을 상대로 송전선로 늑장 건설을 질타했는데 한전 탓만 할 수 없다. 국가가 전력망 구축을 주도할 수 있도록 각종 지원책을 담은 법안이 국가기간 전력망확충특별법이다. 여야 사이에 별 이견이 없는 법안인데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국회는 이 법부터 처리해야 한다. 전력망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산업 마비와 정전 사태가 발생하면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
2024-10-15 18:18:47전력을 공급하는 변전소·송전탑과 같은 송배전망 건설이 곳곳에서 차질을 빚고 있다. 지난주 경기 하남시가 주민 반대를 이유로 동서울변전소 증설을 불허했는데 그 파장이 크다. 서울·수도권에 상당한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필수시설이어서 더 그렇다. 한국전력은 이곳에 7000억원을 투자해 3년 안에 초고압직류송전(HVDC) 변환설비를 증설할 계획이다. 그래야 울진 원자력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서울·수도권에 충분히 보낼 수 있다. 동해안~수도권 송전망 종점 격인 동서울변전소가 증설 불허까지 이르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전자파에 대한 우려다. 인근 주민 1만여명은 변전소에서 발생하는 전자파를 우려해 반대하고 있다고 한다. 사업자인 한국전력이 주민 의견을 듣는 절차 없이 증설계획을 확정해 관련 법을 어겼다고도 했다. 이에 한전은 기존 철탑의 옥내화와 송전설비 증설로 전자파가 오히려 줄어들거나 발생하지 않는다고 반박한다. 전력연구원 등의 분석을 보면 변전소 인근 전자파 수치는 미미하며 안전하다. 법적으로는 기존 전원개발사업 구역이어서 주민수용성 확보 절차가 필요 없는데도 수차례 설명회까지 가졌다는 입장이다. 전자파 등을 이유로 송배전시설이 차질을 빚은 것은 처음도 아니다. 건강과 환경에 관한 국민 인식이 높아져 갈등은 늘 있어왔고, 더 늘 수밖에 없다. 과학적·객관적으로 투명하게 조사하고 결과를 공유하면 될 일을 최종 불허까지 사태가 꼬인 것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 주민들의 무조건적 반대도 안타깝다. 특별관리 대상이었음에도 원만하게 해결하지 못한 것은 중앙정부와 한전, 지자체 모두의 책임이다. 밀양 송전탑 사태와 삼성전자 평택 송전탑 갈등 사태를 겪고도 얻은 것이 없다는 방증이다. 동서를 잇는 전력망인 동해안 HVDC 사업도 주민 반대로 10년 넘게 지체되다 2년 전에야 착공했다. 한전이 제때 허가를 받지 못하면 발전소 건설 등 연관 사업과 엇박자가 나고 후속 건설이 올스톱된다. 손실이 계속 불어나는 것이다. 전력 기술과 설비가 발전, 고도화되고 있으나 수요가 많아지면 전력송전망 시설도 늘어나야 한다. 이것을 제대로 깔아놓지 않으면 지금과 같이 삼척, 강릉 등 동해안에서 생산한 전력마저 제대로 못 쓰는 것이다. 현재 동해안지역 발전용량 17.9GW 중에 10.5GW만 송전할 수 있다고 한다. 전력 송전망을 확대해야 폭발적인 전력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용인 등 경기 남부에 조성하는 세계 최대 반도체 클러스터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같은 첨단산업시설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십기가와트의 전력이 필요하다. 동서울변전소를 갈등 해결의 선례로 만들어야 한다. 한전은 행정소송 등의 모든 절차와 함께 주민 설득을 더 하겠다고 한다. 한전 힘만으론 어렵다. 빠른 시일 내에 원만하게 해결하는 설득과 조정 역할을 중앙정부가 나서야 할 것이다. 앞으로 있을 갈등에 대비해 중앙정부가 주도해 인허가, 보상절차 등이 가능한 기간전력망확충법을 국회가 조속히 법제화해야 한다.
2024-08-25 19:34:01【파이낸셜뉴스 경기=노진균 기자】 이현재 경기 하남시장이 논란이 되고 있는 동서울변전소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 시장은 지난 15일 '동서울 변전소 논란 관련 하남시 입장’이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배포하고 "한국전력이 추진 중인 동서울변전소 문제로 마음이 상하셨을 감일동 주민 여러분께 먼저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전했다. 이어 "최근 며칠간 SNS, 시장에게 바란다 등에서 많은 주민 의견을 접했다"며 "안타깝게도 이와 관련된 온갖 유언비어와 허위 사실로 인해 주민 갈등이 발생하고 있어 유감을 표하고 사실관계를 바로잡고자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문제는 2010년 LH가 정부 시책으로 감일신도시를 개발하면서 기존 동서울변전소를 옥내화 조치 없이 개발한 것에서 기인한 것"이라며 "취임 후 시민들의 염원을 담아 지속적으로 한국전력에 옥내화를 요구해왔고 주민이 참여한 동서울 변전소 옥내화 추진 건의 서명부도 한국전력에 전달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또 '한전이 동서울변전소 옥내화 및 동일부지 내 HVDC(직류전기공급) 변환소 설치 계획을 밝힌 데 대해서는 저도 처음에는 증설 부분 때문에 놀랐다"며 "일단 한전 쪽은 증설부분은 교류가 아닌 직류방식으로 전자파가 거의 없고, 변전소에서 직류가 교류로 변환되지만 전력 송출부는 증설되지 않아 옥내화 및 지하화 시 현재보다 소음이나 전자파 영향이 훨씬 적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하지만 주민들이 우려하는 만큼 시에서도 동서울변전소 옥내화 및 증설사업과 관련해 전자파와 소음 해소 방안 등을 검토하고 관계 법령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허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며 "다만 SNS 등을 통해 도는 저에 대한 가짜뉴스와 공무원의 실명까지 거론하며 무작위로 비난하는 행태는 또 다른 갈등과 오해를 야기할 수 있어 유예 기간에 사과 등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은 일부 인원에 대해서는 대응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우리시는 시민의 안전과 편의를 위해 존재한다"면서 "앞으로도 감일동을 포함한 하남시민 모두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면서 주민들과의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정책의 방향성을 잡아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njk6246@fnnews.com 노진균 기자
2024-07-16 11:10:58【파이낸셜뉴스 하남=노진균 기자】 경기 하남시가 지난 4일 개최한 '민선8기 2주년 시민소통 토크콘서트'와 관련, 유튜브 채팅창에 이현재 하남시장을 향한 근거 없는 악의적 허위 사실 유포에 강력한 대응을 시사했다. 8일 하남시에 따르면 일부 유튜버들은 행사 당일 실시간으로 유튜브 대화창을 통해 감일 신도시 내 동서울변전소 옥내화 및 증설 이슈에 대해 "삼성에 돈 받고 데이터센터, 신천지에 돈 받고 대형교회, 한전에는 얼마나 받았냐" 등의 악의적인 허위 사실을 수십 차례 반복 유포했다. 한국전력공사는 정부의 동해안~수도권 HVDC 건설사업의 일환으로 총사업비 6996억원을 들여 감일동 동서울변전소 옥내화·증설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하남시는 해당 사업이 진행됨에 따라 기존 동서울변전소도 옥내화하는 방향으로 한전과 협의를 했지만, 일부 주민들은 여전히 반발하고 있는 상태다. 하남시 김승한 법무감사관은 "일부 유튜버들의 사실과 다른 악의적 댓글은 자칫 주민 간의 갈등과 지역갈등으로 확대될 우려가 있어 강력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7월12일까지 해당 유튜버들의 공개 사과 표명이 없을 시 즉각 법적 조치하는 등 선처없이 강력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70조 제2항에는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공연하게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njk6246@fnnews.com 노진균 기자
2024-07-08 21:14: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