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나라의 민족을 벗어나 인류란 무엇인가. 인종을 떠나 공통 분모는 과연 있을까." 한국·중국·일본의 비엔날레급 작가 10명이 단순한 국가 교류전이 아닌, 작품을 통한 인간의 깊은 성찰을 진솔하게 전한다. '한중일 현대미술 인류 공동체를 향한 메시지' 전(展)이 오는 15일부터 12월 19일까지 울산 장생포문화창고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 키워드는 '인간에 대한 깊은 성찰'이다. 작가들은 각각 지역 현안과 정체성에 대한 고뇌를 작품을 통해 나타내고 있지만, 이들이 다루는 조형 언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작가 개인이 속한 민족이라는 경계를 벗어나 인류 공동체를 향하고 있다는 공통 분모를 추출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기존의 한국과 중국, 혹은 한국과 일본 작가들이 참여하는 통상적인 기획전이나 교류전과 달리 컬렉터들 사이에서 어느 정도 작품성이 검증된 수준급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인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 때문에 전시 전부터 입소문을 타면서 미술 애호가들의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전시 참여 작가는 한국의 유성숙, 김진열, 이주영, 황승우, 박야일, 이달비, 중국의 조지강, 장효몽, 일본의 마츠모토 다카시 츠부라 카메모토다. 특히 이번 전시의 해외 커미셔너이자 작가로 참여하는 조지강은 흔히 '중국 현대 미술의 4대 천왕'(장샤오강·웨민준·팡리쥔·쩡판즈)으로 불리는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인물이다. 현재 중국 베이징에서 가장 규모가 큰 상상미술관의 예술 총감독을 맡고 있다. 그는 작품을 통해 인간의 개별성과 국가주의와의 관계를 조명하는 작업으로 중국은 물론, 해외에서도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조 작가는 이번 전시의 대표작인 '노동의 뒤태(1991)'를 통해 단순한 노동이 아닌, 인간의 존엄성을 표현했다. 군중 뒤로 밀어닥치는 열차로 인해 깜짝 놀라 당황하는 사람의 표정들, 붉게 물든 노을 아래 바싹 마른 땅과 수숫대를 보면서 분노하는 사람, 아직 새벽 안개가 걷히지 않은 새벽에 출근하는 노동자를 세세히 표현한 게 압권이다. 또 다른 중국의 유명 작가인 장효몽은 대표작 '사이보그(2024)'에서 용맹함 속에 연약한 구석을 선보였다. 응시하는 눈빛, 치켜든 턱, 단단한 어깨로 봐서는 마치 용병과 같은 이미지인데, 이 사이보그는 곧 눈물을 주르르 흘릴 것 같은 모양새다. 인간이 미래에 마주할 사이보그에게 선한 감정을 기대하는 메시지가 숨어 있는 듯 하다. 그간 신앙을 향한 인간의 원초적인 고뇌와 그 터널을 통과한 뒤의 겸손을 그려 온 한국의 유성숙 작가는 200호에 이르는 대작을 선보이며 한층 깊고 원숙해진 작품 세계로 관람객들을 맞는다. 유 작가는 200호 대작 '향기로 피어나다(2024)'에서 메시아를 기다리는 인간을 통해 평화를 갈구하는 모습을 그렸다. 그는 "메시아는 세상을 구할 은자이며, 메시아를 갈망한다는 것은 준비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주영 작가는 '묵(2023)'을 통해 의례를 드리듯 상대의 인간 존엄을 드러내고자 했다. 그의 시선은 노숙자와 같은 사회적 약자에 고정돼 있다. 그들과 교류하며 고단한 삶의 스토리를 경청하고 위무 하듯 작품 속 그를 그린다. 마치 성자와 같았다는 그는 이제 세상에 없다고 한다. 박야일 작가의 '벽을 건너니(2022)'도 인간의 본성을 잘 표현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인간의 욕망이 키운 온통 벽으로 둘러쳐진 곳, 그 벽을 응시하는 인간의 모습을 담아냈다. 길이 없는 삶, 그것은 오늘 우리의 모습, 즉 임계점에 도달한 기후 위기와 같은 위험을 깨우치게 한다. 일본의 대표 작가인 츠부라 카메모토는 '음영의 이미지(2023)'에서 평면으로 누운 나무 패널에 말 모양을 파내서 위로 조명을 쏘아서 말 형상의 그림자가 겹치게 했는데, 그림자(음陰)과 형상(양陽)의 조화를 볼 수 있게 했다. 생명에게 섭생이 있다면 우주도 지구도 섭생이 있는데, 그것의 근본은 곧 음양이라는 게 그의 메시지다. 마츠모토 다카시의 '원형질 덩어리(2022)'도 인간의 원형을 탐구한다. 가공되지 않고 날 것의 원형에서 인간의 본성을 길어 올리는 것이다. 주로 흙을 재료로 쓰는 까닭도 인간 원형에 닿기 위함이다. 이밖에 이번 전시는 작가들의 독특한 캐릭터가 도드라진 작품을 다수 만나볼 수 있다. 정체성을 잃고 방황하는 우리 시대의 현실을 보여주거나(김진열), 인간의 다양한 내면을 보여주는 조각(황승우), 콘테로 나타낸 숙명처럼 삼아온 사회의 모순(이주영), 어렵고 불편한 세상에 대한 한 차원 높은 이해(박야일), 결과 중심의 세태를 비판하고 과정을 중시하는 사회를 씨앗으로 표현한 작품(이달비)들이 주목 받았다. 전시를 주최한 최진실 고래문화재단 공연예술팀 주임은 "이번 전시에서는 기후 위기, 질병, 전쟁 등 인간의 보편적 가치를 위협하고 생존 기반을 무너뜨리는 요인들을 되짚어보고 공동체적 삶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예술가들을 통해 조명했다"며 "수준 높은 작품들을 감상하면서 인간으로서 존재에 대한 가치관을 재정립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2024-11-07 19:10:10【파이낸셜뉴스 광주=황태종 기자】강기정 광주광역시장은 22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25회 한중일 지방정부 교류회의' 본회의에서 한국 대표로 주제발표에 나서 "한중일 지방정부는 포용성장이라는 공동의 목표로 협력해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광주시에 따르면 이날 회의에는 강기정 시장을 비롯해 유민봉 대한민국 시도지사협의회 사무총장, 양완밍 중국인민대외우호협회 회장, 야스다 미츠루 일본자치체국제화협회 이사장 등 한중일 지방정부 관계자 400여명이 참석했다. 강 시장은 이날 주제 발표에서 '포용도시 광주'의 정책을 소개하고 "한중일 지방정부 교류회의가 더불어 잘 사는 동북아를 꿈꾸는 포용성장의 플랫폼이 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강 시장은 먼저 "예향·미향·의향의 도시 광주에 기쁜 소식이 있다. (광주 출신)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광주는 노벨상의 도시가 됐다"면서 "광주의 민주주의와 문화를 세계가 인정해 준 것 같아 참으로 기쁘고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80년 5월 고립돼 외로웠던 광주가 오늘의 위상을 갖게 된 것은 광주를 기억하고, 손잡아 준 전 세계인과 수많은 도시들 덕분이다"면서 "이제 광주가 더불어 잘 사는 포용도시가 돼 성공의 경험과 시행착오까지도 세계에 나눌 것이다. 이 같은 포용도시는 광주의 시정철학이자 정책방향이다"라고 역설했다. 강 시장은 일상이 된 기후 위기, 빠르게 진행 중인 저출생·고령화, 저성장·수축사회 등 도시문제를 짚고 "한중일은 평화를 향한 운명공동체이다. 경제, 안보,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고 있고 민간과 도시는 꾸준히 교류를 이어오며 한중일을 지탱하는 뿌리 역할을 했다"라고 말했다. 강 시장은 특히 '포용도시' 시정 철학에 걸맞은 정책을 소개하고, 품어안는 포용도시를 넘어 성장하는 포용도시인 '포용성장'을 강조했다. 또 민주주의 산업, 인공지능(AI)과 미래차 산업, 문화산업의 세 성장축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아울러 광주시가 전국 최초로 시행해 대한민국 표준 정책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광주다움 통합돌봄'이 삶의 질을 높이는 복지정책이자, 시민역량을 키우는 민주주의 정책이고, 민간의료 및 복지 분야 일자리를 늘리는 일석삼조의 '민주주의 산업'임을 강조했다. 전국 최초 은둔형 외톨이 지원 조례를 만들고 지원 센터를 만들어 혼자 외롭게 있는 이들을 사회 속으로 끌어낸 일명 '은톨이 정책' 등도 소개했다. 강 시장은 "광주가 민주주의 도시라면 시민 일상의 삶이 민주적이고 자유를 향해 가야 한다는 취지에서 '민주주의 산업'으로 이름 붙였다"면서 "단순히 정치적 민주주의를 넘어서 생활 속 민주주의로 더욱 확장돼야 한다는 취지다"라고 밝혔다. 또 시민 누구나 예술을 즐기는 아시아문화중심도시를 지향하는 광주의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광주비엔날레 등 문화산업도 함께 소개했다. 강 시장은 "문화적으로 교류하고 창작하는 거점공간인 ACC에서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여러 나라와 문화적으로 교류하며 협력하는 포용산업을 만들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본회의에서는 강 시장의 주제발표 이외에도 '지속 가능한 친환경 도시 만들기', '복합 과제 해결을 위한 한중일 지방정부 신뢰 강화', '한중일 도시 및 시민교류 활성화', '스마트 도시 등 지역 경제 활성화' 등을 주제로 한 사례 발표가 진행됐다. 한편 '제25회 한중일 지방정부 교류회의'는 지난 21일부터 오는 25일까지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다. hwangtae@fnnews.com 황태종 기자
2024-10-22 16:27:56【파이낸셜뉴스 광주=황태종 기자】광주광역시는 오는 21~25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대한민국 시도지사협의회와 함께 제25회 한중일 지방정부 교류회의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광주시에 따르면 이번 교류회의는 한중일 지방정부의 우수시책 발굴과 상호 공유, 우호 증진을 목적으로 지난 1999년부터 3개국이 매년 돌아가며 여는 행사로, 광주에서는 처음 열린다. 교류회의에는 강기정 광주시장, 유민봉 대한민국 시도지사협의회 사무총장, 양완밍 중국인민대외우호협회 회장, 야스다 미츠루 일본자치체국제화협회 이사장 등 한중일 지방정부 관계자 400여명이 참석한다. '복합과제 해결을 위한 한중일 지방정부 신뢰 강화'를 주제로 열리는 이번 교류회의는 지방정부들이 당면한 여러 문제를 공유하고 해결 방안을 논의하는 협력의 장으로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첫날인 21일에는 개회식과 광주시장 주재 환영 만찬에 있고, 22일에는 본회의와 대한민국 시도지사 주재 만찬이 진행된다. 23~24일에는 광주글로벌모터스, 광주비엔날레 등을 찾아 광주지역 산업과 문화를 체험한다. 특히 본회의에서는 △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을 주제로 기조강연을 △강기정 시장은 '복합과제 해결을 위한 한중일 지방정부 신뢰 강화'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한중일 상생의 미래를 모색한다. 또 각 세션에서는 △지속 가능한 친환경도시 만들기 △한중일 도시 및 시민교류 활성화 △스마트도시 등 지역 경제 활성화 등과 관련해 한중일 지방정부의 우수정책 소개 및 토론이 진행된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제25회 한중일 지방정부 교류회의를 통해 '포용도시 광주'의 도시브랜드 가치를 대외적으로 알리고, 광주가 가진 경험을 공유하겠다"라고 말했다. hwangtae@fnnews.com 황태종 기자
2024-10-16 11:05:06[파이낸셜뉴스] 한국, 중국, 일본 소비자당국이 한 자리에 모여 소비자 정책 현황, 소비시장 동향 등을 공유하면서 정책적 협력을 모색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4일 서울 롯데호텔 에메랄드홀에서 제10회 한중일 소비자정책협의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한중일 소비자정책협의회는 2004년부터 격년마다 한국·중국·일본이 돌아가면서 개최하고 있다. 이번 협의회에서 3국은 각국의 소비자정책·소비시장 동향·집단적 소비자 피해구제제도 현황 등을 공유하며 정책적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공정위에서 발표를 맡은 박세민 소비자정책국장은 온라인 다크패턴 관련 입법공백 해소, 국내외 주요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와의 자율제품 안전협약 등을 통한 위해제품 차단 등 소비자 정책 추진 실적을 설명했다. 또 공정위가 계속해 디지털 거래환경에서 소비자 보호, 소비자 안전기반 구축, 민생분야에서의 빈틈없는 피해 예방·구제를 위한 정책적 노력 등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통한 소비가 증가하면서 발생하는 각종 소비자 문제와 국경 간 소비자 피해 해결을 위한 협력 방안도 논의됐다. 조홍선 공정위 부위원장은 이날 개회사에서 "소비자 권익을 보호하고 소비자 피해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3국 소비자 당국의 긴밀한 협력이 필수"라며 "협의회가 3국 간 협력에 더욱 활력을 불어넣는 귀중한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이번 협의회를 통해 동북아 역내에서 발생하는 국경 간 소비자 문제에 대해 더욱 긴밀히 협력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으로도 일본·중국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면서 소비자 정책 핵심 현안에 대응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
2024-09-04 16:39:46[파이낸셜뉴스] 한국·중국·일본 3국의 거리가 가까워지고 있다. 미국이 한일과 함께 전례 없는 안보협력 강화를 이룬 데 대한 견제가 기본적으로 깔려있는데, 여기에 이른바 ‘트럼프 리스크’와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동맹에 준하는 밀착이 큰 계기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28일 외교가에 따르면, 한중일 간의 거리가 눈에 띄게 좁혀지기 시작한 건 지난 5월 4년 반만에 개최된 3국 정상회의를 준비하던 지난해부터다.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캠프 데이비드 합의가 이뤄지던 와중에도, 중국은 한일과 각급 실무협의와 외교장관회의에 적극 나섰고 5월 3국 정상회의가 성사됐다. 한중일 정상회의를 기점으로 3국 간 고위급 교류는 눈에 띄게 늘었다. 우리나라 입장에서 보면 지난달 한중 외교안보대화, 이달 한중 외교차관 전략대화,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관련 외교장관회의 계기 한중회담까지 굵직한 회담들을 이뤄냈다. 특히 외교안보대화는 평양에서 북러정상회담이 열리던 시기 이뤄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북러 밀착에 대해 중국이 불편한 기색을 드러낸 것으로, 우리나라 입장에선 중국으로 하여금 북러에 견제구를 던진 모양새다. 외교차관 전략대화에선 각기 ‘미국 담당자’가 배석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직전에 개최된 중일 외교차관 전략대화에서도 마찬가지로 양국의 대(對)미 외교 담당자가 자리했다. 외교가에선 11월 미 대선으로 인한 변화에 3국이 ‘작전회의’를 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리스크에 대한 우려를 3국이 공유하고 있어서다. 미 대선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직을 내려놓으면서 혼전을 이루고 있지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을 점치는 이들이 많다. 1기 정부 당시 위험천만한 정상 간 담판을 위주로 하는 ‘탑다운’ 외교를 구사하고, 과감한 적대 조치를 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이기에 한중일 모두 대비책을 고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아세안 관련 외교장관회의를 계기로 한중일은 또 다시 장관급 교류를 했다. 그간 중점적으로 논의해왔던 북러 군사협력과 트럼프 리스크에 따른 변동성 대비에 대해 재차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3국 장관은 아세안+3(한중일) 외교장관회의를 통해 이 같은 협력 의지를 과시하기도 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이 자리에서 3국 정상회의를 언급하며 “3국 협력 메커니즘을 성공적으로 재건키 위한 한국과 두 파트너의 노력이 정점을 찍었다”고 말했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통화에서 “중국 입장에선 작년 한미일 캠프 데이비드 합의와 북러 군사협력을 보면서 한반도 문제에 대해 이제 ‘건설적 역할’이라는 말로만 하기 어려워졌다고 느낀 것 같다”며 “북한이 중러 사이에서 이익을 보려는 움직임을 방관하면 한미일 협력만 강화될 것이라서, 보다 적극적으로 한일을 관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라고 짚었다. 다만 한중일이 밀착하기까지 이를지는 미지수라는 관측이 많다. 북러 군사협력은 그 원동력인 우크라이나 전쟁의 향후 양상에 따라 달라질 것이고,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더라도 1기 정부 때와는 다른 외교기조를 보일 수 있다는 점에서다. 무엇보다 한중일이 필요에 따라 연대할 순 있어도 공동대응을 하기에는 대미관계부터 시작해 이해관계 차이가 크다.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
2024-07-28 15:25:19[파이낸셜뉴스]【베이징=이석우 특파원】4년 6개월 만에 26일 서울에서 재개된 한일중 정상회의은 공동선언에서 한반도 비핵화, 한일중 3국 자유무역협정(FTA) 확대 및 경협 활성화, 보건 및 재난에 대한 공동 대응 등의 내용을 담을 예정이다. 공동성명의 내용이나 결과에 상관없이 무엇보다 중단됐던 회담의 개최 자체가 성과로 평가된다. 미중 패권 경쟁 심화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인한 '신냉전 구도'의 강화 조짐 속에서 한일 정상과 중국의 정상급 지도자가 만나 현안을 논의하고, 단절됐던 대화의 틀을 복원했다는 점에서 여러 긍정적인 파급 효과와 후속 조치들이 기대된다. 한일중 정상급이 만나 현안을 논의한 그 자체 만으로도 북한과 러시아 등에 커다란 메시지가 됐다. 박철희 국립외교원장이 외부 기고에서 지적한 것 처럼, "한일중 3자 틀은 북한에게는 한일중 3국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함께 노력할 의지가 있다는 신호를 보낼 수 있다"라는 것이다. 중국, FTA 확대 등 경협에 초점 현실적으로 한중일은 지역 안보, 경제 문제 등에 대해 입장차가 적지 않다. 중국은 경제 문제에 집중하고 싶어하고, 한국은 고위급 대화 복원 및 북한 문제 협의에 관심이 크다. 일본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따른 수산물 금수 철폐 등에 대한 협의 등 중국과의 양자간 현안 해결을 우선 순위에 두고 있다. 중국은 국내 경제 부진 속에서 경제적 활성화에 도움을 줄 외자 유치나 관광객 확대 등을 기대하고 있다.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 문제와 FTA 시범구 출범 등에도 관심이 크다. 반면, 한국은 북한에 대한 중국의 긍정적인 영향력 발휘 등 역내 안정에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기대한다. 남북을 '적대적 관계'로 규정하고 각종 도발 행보의 수위를 높이고 있는 북한에 대한 중국의 더 적극적이고 '건설적 역할'을 주문해 왔다. 한국 정부는 중국이 근년들어 북한에 대한 역할에서 소극적이었다고 평가해 왔다. 리창 총리의 방한과 윤석열 대통령과의 회담을 계기로 일단 한중 간에는 고위급 대화 재개를 비롯해 후속 조치 논의 등 관계 개선에 탄력이 붙을 수 있게 됐다. 리창 총리가 중국의 국가서열 1위인 정상은 아니지만, 시진핑 국가주석의 복심이자 최측근이다. 한중 관계 개선에 중국 경제를 총괄하는 리창 총리의 역할이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공동선언문에 공중위생, 디지털화, 재해 구제·지원 등 6개 분야 협력 강화 목표 제시 한국으로선 미국 주도의 안보체제 운용에 보폭을 맞춰야 하면서도 중국과의 협력 공간을 만들어야 하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중국도 한국이 미국과 함께 중국 압박 대열에 편승한다고 불편해 해 왔다. 그러나 중국 역시 외교적·안보적 부담을 가중시키고 경제협력을 희생시키는 동북아 신냉전 시나리오의 출현 가능성을 방지해야 한다는 데에는 입장을 같이 한다. 이 점에서 협력 가능성이 열려있다. 중국은 북한에 대해서도 여러 측면에서 자제력을 보이고 있다. 무기 거래 등 불법 군사협력도 마다하지 않는 북러 간 '밀착'과는 사뭇 다르다. 한중일 세 나라는 한중일 정상회담 자체가 경제협력과 관련 이견 조율에 집중하기 위해 설계된 만큼 경제 통상 협력·인적 문화 교류 등에 대한 합의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27일 발표되는 한중일 정상회담 공동선언문에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포함해 △인적교류 △지속 가능한 협력과 무역 △공중위생과 고령화 사회 △과학기술과 디지털화 △재해 구제·지원 등 6개 분야에서 협력 강화 목표가 담길 예정이다. 동북아 신냉전 예방 입장에 한일중 동감 경제 협력과 무역 분야에서는 개방적이고 공정한 국제 경제 질서 유지·강화에 대한 공통 책임 공유 등도 포함됐다. 또 한중일 3국 간 무역량을 2022년 7700억 달러(약 1053조 원)에서 향후 수년 안에 1조 달러(약 1370조 원)까지 늘리기로 하는 등 경제 활성화에도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위한 교섭을 가속하기로 한다는 데에도 입장을 같이 했다. 이와 함께, 3국 협력을 추진하기 위해 정상 및 각료급 회의를 정기적으로 열 필요가 있다는 데에도 공감했다. 이를 계기로 3국간 환경 보호, 공중보건 및 위생, 재난 구호, 초국경 범죄 예방, 공급망, 지적재산권 문제 등에 대한 협력 강화 및 후속 조치들이 이뤄질 전망이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과 리 총리와의 만남에서도 경제 통상 협력 및 인적 문화 교류 등이 협의됐다. 내년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10주년을 맞는 가운데 FTA 수준 확대 등을 비롯해 게임 영화 방송 등 문화 콘텐츠 교류 복원의 필요성 등도 언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june@fnnews.com 이석우 대기자
2024-05-26 16:10:16[파이낸셜뉴스]오는 27일 서울에서 열리는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3국이 채택할 공동선언 초안에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는 우리의 공통 목표"라는 내용이 담겼다고 요미우리신문이 25일 보도했다. 요미우리 보도에 따르면 한중일 정상회의 공동선언 초안은 한반도 비핵화 실현을 위해 대화와 외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이행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또 북한 핵·미사일 개발을 염두에 두고 '한반도와 동북아시아 평화와 안정 유지는 우리의 공통 이익이자 책임'이라는 문구가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일본인 납북 피해자 문제 등의 즉각적 해결 촉구를 공유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경제협력과 무역 분야에서는 지난 2022년 7700억 달러(약 1천조원)였던 한중일 3국 간 무역량을 수년 뒤에 1조 달러(약 1조 370조원)로 늘린다는 목표도 담겼다고 했했다. 또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위한 협의 가속 방침, 3국 정상·장관이 참여하는 정기 회의 개최 필요성도 공동선언 초안에 담았다고 부연했다. 공동선언은 27일 정상회의에 맞춰 발표될 예정이며, 3국 실무자가 초안을 바탕으로 막바지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요미우리는 전했다. 다만 요미우리는 "북한 문제와 '일방적 현상변경 시도 반대' 관련 문구에 중국이 반발해 조율이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stand@fnnews.com 서지윤 기자
2024-05-25 10:30:35【도쿄=김경민 특파원】 한국, 중국, 일본이 3국 정상회의에서 자유무역 추진을 핵심 내용으로 하는 공동성명 발표를 조율 중이라고 일본 언론이 15일 보도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이달 26∼27일 서울에서 열릴 것으로 보이는 3국 정상회의의 공동성명에는 식량과 자원 등의 공급망 투명화·강화를 위한 논의를 비롯해 신뢰할 수 있는 비즈니스 환경 정비, 지식재산 보호, 스타트업 지원, 세계무역기구(WTO) 개혁 등에 관한 항목이 포함될 전망이다. 신문은 "한중일 사이에는 반도체 등 고도의 기술에서 독립이 진행되고 있지만 자유무역 추진에서는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며 "3국은 이러한 합의 분야에서 협력을 끌어낼 생각"이라고 언급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도 "한중일 정상이 이번 회의에서 인적 교류, 과학기술, 지속가능한 개발, 공중위생, 경제 협력·무역, 평화·안보 등 6개 주요 의제를 논의, 공동문서를 정리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닛케이는 "각 분야에서 어디까지 일치점을 찾아낼지는 불투명하다"면서도 "인적 교류 분야가 주요 의제 중 논의하기 가장 쉬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닛케이는 "한중일 3국이 코로나19 종료 이후 관광·사업 목적 교류를 늘리려 하고 있다"며 "사증(비자) 면제 문제 등을 협의할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경제 협력·무역 분야에서는 투자 확대가 논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닛케이는 "중국은 부동산 불황으로 수요 부족과 지방재정 악화에 직면했다"며 "중국 측은 대화 재개가 한국, 일본으로부터 투자를 불러오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3개국은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참여하고 있으나 중국은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 필요성도 주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닛케이는 6개 주요 의제 중 평화·안보 분야에서 견해차가 두드러질 것으로 봤다. 정상회의 일정이 이대로 확정되면 3국 정상회의는 2019년 12월 중국 청두 회의 이후 4년 5개월 만에 열리게 된다. 이번 정상회의에는 윤석열 대통령, 리창 중국 총리,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3국 정상회의 개최를 계기로 양자 회담, 각국 경제계 인사가 참여하는 행사 등도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2024-05-15 12:54:43[파이낸셜뉴스]【베이징=이석우 특파원】한국과 중국은 가장 빠른 시일 안에 한중일 3국 정상회담을 연다는 데 입장을 같이 하고, 한국에서 개최될 제9차 한일중 정상회의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지속 협력해나가기로 했다. 또, 구체적인 날짜 등을 3국이 동시에 발표하기로 했다. 한중일 3국은 오는 26·27일 서울에서 3국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방향으로 조율해 왔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13일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과 회담을 갖고 이 같은 내용 등에 합의했다. 한중 외교장관은 이날 회담에서 양국 국민 간 상호인식 개선과 우호 정서 증진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이를 위해 양측이 다양한 교류를 촉진해 나가기로 하였다. 이의 일환으로 지방정부 간 교류를 활성화하고, 인문교류 촉진위원회 등 양국 외교부 주도 각종 교류·협력 사업을 재개하는 데 공감하였다. 정상 회담을 비롯해 각 레벨에서 대화와 소통을 강화하고 건강하고 안정적인 관계 발전에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 양국은 경제 협력의 여지가 크다는 점에 공감하면서, 공급망의 안정적 관리 등 경제 협력을 지속·강화하기 위해 긴밀한 소통을 해나가기로 했다. 조 장관, 왕이 방한 초청 조태열 장관은 고위급을 포함하여 다양한 수준에서 전략적 교류·소통을 강화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왕이 부장의 방한을 초청했다. 왕 부장은 조 장관의 방중을 계기로 양국 고위급 교류가 더욱 활성화되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표시하면서, 상호 편리한 시기에 방한하겠다고 화답했다. 조 장관은 이날 왕이 부장에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가까운 시일 내에 한국을 방문해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중국 국가 원수의 한국 방문은 지난 10년 동안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박근혜 정부 당시인 2014년 7월 시 국가주석의 국빈 방문이 중국 국가 최고 지도자의 마지막 한국 방문이다. 윤석열 정부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방문이 이뤄져야 윤석열 대통령의 방중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한중일 정상회담에는 중국은 국가 원수인 국가주석이 아닌 국무원 총리가 참석해 왔다. 26일 개최가 유력한 이번 한중일 3국정상회담에도 리창 총리가 참석한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시험 등과 관련해서 조 장관은 북한의 도발적 행위에 대한 중국의 건설적인 역할을 당부했다. 북한의 도발 행위와 관련, 중국은 당사자간의 책임과 합의를 강조하고 있다. 조태열 장관은 이날 회담에서 탈북민 강제북송에 대한 국내외 우려를 전달하고, 탈북민들이 강제북송 되지 않고 희망하는 곳으로 갈 수 있도록 중국 측의 각별한 관심과 협조를 요청했다. 이에 대해 왕 부장은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이 건설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만 문제 등 입장 차 여전 양측은 그동안 신경전을 벌여온 대만 문제 등에 대해서도 짚고 넘어갔다. 이와 관련해 조 장관은 한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준수하고 있다고 재확인했다. 왕이 부장은 외세의 개입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당국은 한국이 전과 달리 윤석열 정부에 들어서 대만 문제에 대해 개입하고 있고 미국 주도의 대중 압박 대열에 적극적으로 동참해 왔다고 불만을 표시해 왔다. 경제 문제에서 왕이 부장은 경제무역 문제의 정치화와 안보화를 경계하면서 자유무역체제의 유지를 강조했다. 중국의 과잉 생산 문제 등을 제기하는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을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왕이 부장은 이날 모두 발언에서 "한중관계가 직면한 어려움이 늘었다"면서 "양국이 간섭을 배제하고 우호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미국 주도의 한미일 공조 강화를 간섭으로 표시한 것"으로 해석했다. 중국 외교부의 한 관계자는 이번 회담에서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와 함께, 한중 양자 관계와 한반도 및 대만 등 지역 문제, 국제 현안 등 양국의 상호 관심사에 대해 폭넓게 논의했다”라고 밝혔다. 조 장관은 이날 왕 부장과 회담을 가진 뒤 만찬도 함께 하면서 논의를 이어갔다. 왕이, 한중 직면한 어려움 늘었다며 간섭 배제 강조 외교부는 이날 밤 보도자료에서 한중 양 장관이 우크라이나 및 중동 정세, 미중관계 등 지역 및 국제정세에 대해서도 협의했다고 전했다. 또 양국 장관이 약 4시간에 걸쳐 엄중한 지정학적 환경 속에서 양국 관계 증진 방안은 물론 한반도 문제, 지역 및 글로벌 정세에 관해 긴밀히 협의함으로써 양국 관계 발전의 새로운 모멘텀을 만든 것으로 평가된다고 자평했다. 한편 이날 아침 베이징에 도착한 조 장관은 중국 현지에 진출해 있는 한국 기업인들을 만나 점심을 같이 하며 애로 사항을 확인했다. 조 장관은 이 자리에서 "중국 경제가 기술 집약형 산업 구조로 바뀌고 있고, 양국 경제 관계도 과거의 상호 보완적 파트너 사이에서 경쟁하는 관계로 바뀌고 있다"며 "우리에게 심각한 도전이 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한중 관계가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면서 "조만간 개최될 한중일 정상회의를 비롯해 다양한 레벨에서 소통을 강화해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조 장관은 또 최근 신설된 한중경영자회의와 대한상공회의소-중국 국제경제교류센터 간 정책 간담회, 중국 한국상회-중국 상무부 간 대화 협의체 등 한중 간 교류를 긍정적인 신호로 평가하면서 "기업과 외교부가 한 팀이 돼 적극적인 경제 외교를 펼쳐나가겠다"라고 말했다. june@fnnews.com 이석우 대기자
2024-05-14 00:13:54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13일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의 초청으로 베이징을 찾았다. 우리측 외교장관 방중은 문재인 정부 당시 2017년 11월 강경화 전 장관 이후 약 7년 만이다. 이날 양국 외교장관 회담에선 한중 관계 회복을 비롯해 북핵 이슈, 오는 26~27일로 예상되는 한중일 정상회의 의제 등이 폭넓게 다뤄졌다고 한다. 무엇보다 2016년 7월 한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보복조치로 내려진 '한한령'(限韓令·한류금지령) 발동 이후 경색국면이 지속되고 있는 한중 관계 개선 이슈가 단연코 메인 메뉴다. 그동안 간간이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의 한국관광 길이 열리는 등 일부 해제 움직임을 보여왔지만, 과연 언제쯤 한한령 '유효기간'이 만료될지는 미지수다. 이참에 한중 관계 복원의 본격적인 '신호탄'으로 여겨지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문제도 진전을 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시 주석 방한은 박근혜 정부 2014년 7월 국빈방한 이후 10년째 감감무소식이다. 통상 외교는 '호혜'(互惠) 원칙이 작용하는 게 기본이다. 이제껏 우리 대통령이 총 6차례 베이징을 찾을 동안 시 주석의 방한은 단 한 차례였다. 하지만 한중 간 관계개선과 시 주석 답방이 최종 성사되기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반도체 등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을 둘러싼 미중 간 패권다툼은 어느 때보다 강도가 세다. 하루가 멀다 하고 미국의 반도체 대(對)중국 수출규제는 쏟아지고, 중국은 이에 상응하는 보복조치로 맞선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미중 간 '추가규제↔보복조치' 사이클은 속도와 강도가 한층 더해질 전망이다. 다만 최근 중국 정부발(發) 한중 관계 개선을 위한 시그널이 감지돼 주목된다. 지난달 말 하오펑 중국 랴오닝성 당서기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중국 지방정부 당서기로선 처음으로 방한했다. 조만간 신창싱 장쑤성 당서기도 방한해 양국 간 지방정부 교류 활성화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결국 '스텝 바이 스텝' 외교 기조를 유지하는 중국 정부 성향상 이 같은 지방정부 당서기들의 잇단 방한과 한중 외교장관회의, 한중일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가 결국 시 주석의 답방으로 귀결될 수 있다는 희망을 품어볼 만하다. 특히 26~27일로 예상되는 한중일 정상회의에 대한 주목도가 높다. 한중 관계 복원의 물꼬를 트는 것만큼이나 일본 정부의 위안부 배상 문제와 독도 영유권 논란 이슈도 이번 기회에 최소한 합리적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현재 양국 간 외교문제로 비화되고 있는 '일본 정부의 라인 매각 압박사태'도 이미 대통령실과 정부가 나서서 엄정대응 방침을 밝힌 만큼 국익보호 차원에서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무기거래와 미사일 기술전수 등으로 부쩍 가까워진 북러 간 '밀월 무드'와 5연임에 성공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달 내로 방중, 시 주석을 만날 가능성이 있는 등 북중러 간 '3각연대'의 농도가 짙어지는 상황에서 효과적인 대북공조의 얼개도 이끌어내야 한다. 마지막 한중일 정상회의는 4년5개월 전인 2019년 12월 23일 중국 청두에서 열렸다. 당시 3국 정상은 △지역 및 국제 문제 3국 소통 강화 △동남아시아국가연합 10개국과 한중일 등 15개국이 참여한 세계 최대 자유무역협정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조기 서명 추진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가속화 등이 망라된 '향후 10년 협력 비전'을 공동 채택하는 성과를 냈다. 골자는 한중일이 중심이 된 새로운 경제공동체를 결성해 동아시아, 나아가 글로벌 경제를 주도하자는 것이다. 이번 3국 정상회의에서 구체적 후속조치가 꼭 논의되길 기대한다. 인구로는 약 16억명이, 국내총생산(GDP)으로는 세계 2·4·13위(2023년 기준) 아시아 국가가 하나의 경제공동체로 묶이면 유럽연합(EU)에 버금가는 엄청난 경제적·사회적 위력을 갖게 되지 않을까. 상상만 해도 신이 난다. haeneni@fnnews.com 정인홍 기자
2024-05-13 18:25: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