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인천=한갑수 기자】 인천 함박마을(연수1동 514 일원)이 인천에서 유일하게 정부의 2020년도 제2차 도시재생 뉴딜사업 대상지로 최종 선정됐다. 국토교통부는 3일 정세균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제24차 도시재생특별위원회를 열고 일반근린형 33곳, 주거지지원형 4곳 우리동네살리기 10곳 등 총 47곳의 2020년도 제2차 도시재생 뉴딜사업지를 확정했다. 도시재생 뉴딜사업은 정부가 도심 노후화와 양적 도시성장의 한계를 극복하고 주민 주거복지 향상을 위해 공모를 통해 대상지역에 따라 유형별로 구분해 지자체에 지원하는 사업이다. 연수구 함박마을은 지속적인 외국인 유입으로 현재 1만여명의 주민 중 5000여명이 고려인 등 외국인으로 형성돼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곳이다. 여기에 과거 택지개발 당시 다가구주택으로 형성돼 가구수 증가에 따른 주차난과 생활 불편이 늘어난데다 외국인 근로자들의 거주가 늘어나면서 내국인과 외국인간의 갈등도 잦았던 곳이다. 또 거주 주민의 35% 이상이 취약계층으로 지난해 기준으로 전체 주민 중 기초생활수급자 12.7%, 장애인 5.1%, 한부모가정 10.7%, 홀몸노인 7.89%를 차지하고 있다. 연수구는 그 동안 수십여 차례 주민 소통과 역할분담 과정을 거쳐 고려인.외국인 간담회, 주민과 함께 하는 워크숍 등을 통한 주민 역량 강화 프로그램으로 도시재생 뉴딜사업의 발판을 마련해 왔다. 특히 올해 공모는 상생, 활력, 안심을 테마로 고려인과 주민들이 더불어 공존하고, 기반시설 등 마을경관 향상과 거주민 모두가 안심하고 다양한 문화가 함께하는 스마일빌리지 개념의 ‘함박 웃소’로 구상했다. 연수구 함박마을이 두 번 고배 끝에 이번에 도시재생 뉴딜사업지로 선정됨에 따라 2021년부터 4년간 사업비 240억원을 투입해 고려인과 함께하는 상생교류소, 세계음식문화공간, 세계문화상품창작소 등이 들어서게 된다. 특히 마중물사업, 지자체사업, 부처연계사업, 공기업투자사업 등 10여개 주요사업을 정착시켜 이 곳에 지역 주민과 외국인이 더불어 공존하는 통합재생 프로젝트를 실현한다는 계획이다. 연수구는 이번 도심재생사업을 통해 복지와 기반시설 정비를 통한 주거복지 실현, 지역상권과 역사.문화예술 등 도시경쟁력 강화, 취업.창업 등 일자리 증대, 청년.소상공인과 공동체 활동 증진을 통한 사회적 통합 등을 이루어 낸다는 목표다. 고남석 구청장은 “함박마을은 원주민뿐만 아니라 고려인과 외국인이 상생하는 다문화 공간으로 조성해 안전하고 균형 있는 도시재생사업의 모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kapsoo@fnnews.com 한갑수 기자
2020-11-03 15:58:22【파이낸셜뉴스 인천=한갑수 기자】 가천대학교는 21일 인천 연수구와 지역주민 평생교육분야, 함박마을 도시재생사업과 관련 상호협력 및 공동발전을 위한 업무협약 2건을 체결했다고 22일 밝혔다. 가천대는 우선 지역주민의 평생교육 등 교육지원사업 활성화를 위해 연수구청 및 인천가톨릭대와 ‘상호협력과 공동발전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양 기관은 앞으로 관·학 협력체계를 구축해 주민들에게 수준 높은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지역사회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가천대와 연수구는 현재도 다양한 평생교육 사업을 진행 중이다. 치매예방 활동가 양성과정, 외국인들 대상 ‘한국문화 이해하기, 토픽 한국어 능력시험반’, 소상공인 유튜버 양성과정, 고등학생 의료보건계열학과 전공체험, 우리전통 차문화 교육 등을 진행하고 있다. 또 가천대∙연수구청은 함박마을의 활력 증진을 위한 ‘함박마을 도시재생사업 MOU’를 체결했다. 의료, 보건, 복지, 재활 분야에 특화된 가천대 메디컬캠퍼스의 강점을 살려 학교 옆에 위치한 함박마을에서 다양한 자원봉사활동, 지역축제 행사 참여 등의 문화 활동에 적극 참여하기로 합의했다. 가천대는 외국인이 많이 거주하는 함박마을에서 주민들이 학생들과 함께 어우러져 한국문화를 잘 이해하고 적응할 수 있도록 활기를 불어넣는데 노력할 예정이다. 최미리 가천대 부총장은 “앞으로도 대학이 교육기관으로써의 역할뿐 아니라 지역과 상생하는 기관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kapsoo@fnnews.com 한갑수 기자
2020-09-22 17:19:34인천 연수구 함박마을의 상가건물마다 지저분하게 걸려있던 낡은 간판이 깔끔한 새 간판으로 모두 바뀌었다. 인천시 연수구는 함박마을에 지난해부터 간판이 아름다운 거리 조성사업을 추진해 154개 건물, 383개 간판을 모두 정비했다고 27일 밝혔다. 이번 사업 대상지는 함박마을 내 상가들이 밀집해 있는 비류대로·함박로·함박안로 등 주요 거리다. 정비된 간판은 가로형이 347개, 돌출형이 250개 등 모두 597개에 달한다. 연수구는 총사업비 11억여원을 투입해 지난해 7월부터 연말까지 간판 디자인 및 제작·설치를 마무리했다. 연수구는 우선 기존 업소 당 3~4개에 이르는 간판 수를 1~2개로 줄였다. 판류형 간판은 모두 발광다이오드(LED) 입체형 간판으로 교체했고, 돌출간판은 0.8㎡ 이하의 작은 돌출간판으로 바뀌었다. 보행자를 불편하게 했던 세로형간판이나 전광판 등 각종 불법옥외광고물들은 모두 철거·정비됐다. 연수구 관계자는 “이번 정비 사업으로 함박마을 거리가 쾌적하고 깨끗하게 바뀐 것은 물론 업종 특성에 맞는 아름답고 특색 있는 간판이 설치됐다”고 말했다. kapsoo@fnnews.com 한갑수 기자
2018-03-27 15:10:43시로와 탄은 동갑내기 부부다. 시로는 주로 꿈을 꾸는 Dreamer이고 탄은 함께 꿈을 꾸고 꿈을 이루어주는 Executor로 참 좋은 팀이다. 일반적으로 배우자에게 "세계여행 가자!" 이런 소리를 한다면 "미쳤어?" 이런 반응이겠지만 탄은 "오! 그거 좋겠는데?" 맞장구를 친다. 그렇게 그들은 캠핑카를 만들어 '두번째 세계여행'을 부릉 떠났다. 사마르칸트는 타슈켄트에서 남서쪽으로 5시간가량을 가야한다. 우즈벡에 목화가 유명하다고 들었는데 가는 길 양옆에 끝도 없이 펼쳐진 목화밭을 많이 볼 수 있었다. 한창 목화가 피어있으면 장관이었을텐데 철이 지나서 갈색 줄기들만 있는 것이 좀 아쉽다. 우즈벡 길가의 가로수 중에는 처음 보는 나무들이 있다. 밑둥은 굵고 짧은데 잔가지들이 공작새 깃털처럼 사방으로 뻗어있는 모양이 특이하다. 넓은 강과 마을도 자주 보이고 확실히 카자흐스탄이나 키르기스스탄보다 땅이 비옥하고 살기 좋아보인다. 겨울이 다 되어가는데 길가 과일가판대에는 수박같은 것을 잔뜩 쌓아놓고 팔고 있다. 설마 수박일까 궁금해서 사먹어보고도 싶었는데 괜히 돈만 버리는거 아닌가싶어 호박일꺼야 하며 그냥 지나갔다. 안개가 뿌옇게 내려 시야가 안좋은 구간도 지나고 안개가 서리가 되어 길가 식물들에 앉았는지 눈꽃이 핀 풍경도 지나간다. 사마르칸트에 가까워 오자 여러가지 색색의 깃발들이 우릴 반겨준다. 도시 곳곳에 빨강, 초록, 파랑, 노랑 등 원색 깃발들이 계속 눈에 띄는데 무슨 의미인지는 모르나 환영받는 느낌이라 좋다. 도시 외곽에 낮은 토담같은 것이 이어져있다. 군데군데 동굴처럼 판 곳도 있다. 서울의 몽촌토성 같다고 하자 탄이가 "몽쉘통통이라고?"하며 익살을 떤다. 아.. 먹고싶어졌다. 사마르칸트는 사막의 모래색이 온통 도시를 덮고 있는 듯한 인상이었다. 이곳에 사는 몰리라는 20대 청년에게 카우치 요청을 보냈었다. 우리는 시내의 한 커다란 카페에서 만났는데 몰리 덕분에 예상 못한 다른 서퍼들을 한가득 만날 수 있게 되었다. 러시아에서 온 마리나, 이란에서 사업차 온 메디, 자전거로 여행중인 중국의 이치까지 완전히 다국적인 모임이다. 국적과 나이와 모든 것이 다르고 처음 만난 사이지만 여행자라는 공통점이 만난지 몇분만에 즐겁게 이야기 나누게 하였다. 저녁때가 되자 의기투합한 모두 다 함께 몰리네 집에 갔다. 계획에도 없었을텐데 이렇게 갑자기 다 같이 가도 되나 싶었는데 몰리는 방도 많고 음식도 많아 괜찮단다. 몰리는 부모님과 두 동생과 함께 시 외곽의 큰 집에서 살고 있었다. 여럿이 우르르 몰려왔는데도 부모님은 함박웃음으로 반갑게 환영해주셨다. 손님 접대에 열심인 이슬람가정답게 여러가지 음식들이 테이블을 가득 채웠고 산더미같은 플롭(볶음밥)이 나오는데 고기와 레몬과 메추리알로 장식된 것이 무지무지 먹음직스럽다. 플롭은 손님 환대에 가장 중요한 음식이라고 한다. 기름진 볶음밥을 별로 안좋아하던 우리도 이곳에서는 정말 맛있게 잘 먹었다. 식사 중 갑자기 정전이 되었지만 흔히 있는 일인 듯 당황하지 않고 양초를 켜고 계속해서 먹는다. 다행히 곧 불이 다시 들어왔다. 몰리가 우리들을 아버지께 소개하는데 아버님이 러시아어를 하신다고 해서 마리나가 신이났다. 영어, 우즈벡어, 러시아어 등등 여러나라 말이 마구 섞여서 헷갈리고 난리다. 모든 사람들이 알아듣는 언어가 없어 통역에 난항이 있었지만 다들 유쾌하게 웃으며 어찌어찌 서로를 소개했다. 메디가 "이치는 made in China(중국산)"이라고 소개하자 다들 웃음이 터진다. 몰리의 남동생의 이름을 차홍길이라고 들어서 "어? 한국사람같은 이름이네?"했더니 다시 잘 들어보자 "차흐니르"와 비슷한 발음이었다. 그래도 우리는 계속 차홍길이라고 불렀고 그 친구도 좋아했다. 한국말을 배우고 있으며 한국을 매우 좋아한다고 한다. 우즈벡에서는 한국말을 꽤 잘하시는 분들을 종종 만날 수 있었다. 남자, 여자 나뉘어 큰 방에 자리를 잡고 부모님이 제공해주신 이부자리를 덮고 푹 잘 잤다. 다음날 몰리네 가족앨범을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외국사람의 옛날 앨범을 보는 것은 처음이어서 무척 흥미진진했다. 사진 한장한장이 역사의 증거이며 가족이야기가 들어있어 무척 소중하게 느껴졌다. 아침저녁으로 식사를 정성스레 주시고 편히 묵게 해주신 가족분들께 몇가지 선물을 했다. 아버님은 특히 핫팩을 신기해 했는데 사용법을 알려드리자 일할 때 사용하면 좋겠다고 마음에 들어하셨다. 약과와 마스크팩 등 별거는 아니지만 한국에서부터 가져온 정성으로 드렸다. 몰리네 집 마당은 매우 넓은데 한쪽에는 새로 짓고 있는 2층 건물도 있다. 지금 있는 집도 방도 많고 꽤 큰데 취미삼아 천천히 돈생기고 시간날 때마다 짓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층고도 높고 만듦새가 매우 좋다. 혹 다음에 오게되면 이 곳에서 머물 수 있게 되지 않을까? 몰리네 가족이 모였을때 가족사진을 몇장 찍어드렸다. 산에 가보고 싶다는 마리나의 이야기에 다들 동조하며 갑자기 여행계획을 하게 되었다. 다음날 까브리에 탄이, 시로, 마리나, 몰리, 몰리 남동생, 메디, 이치까지 총 7명이 타고 30분거리의 산으로 향했다. 나도 타봐서 아는데 주행중 캐빈에 있는 것이 승차감도 안좋고 이리저리 흔들려 결코 편하지 않을텐데 다들 젊어서 그런지 다행히 끄떡 없다. 장거리가 아니니 괜찮겠지 싶었다. 매일 둘만 타던 차가 바글바글 시끌벅적 완전 새롭다. 산 입구에 차를 주차하고 등산로를 따라 가볍게 산행을 시작했다. 사실 우리는 산을 별로 안좋아한다. 그저 이 친구들과 함께 하고싶은 마음에 왔는데 막상 와보니 걷기가 그리 나쁘지 않았다. 친구들과 함께 걸으니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얼마 안가 20대들의 체력을 못따라가고 기온이 뚝뚝 떨어져 너무 추워서 잘 다녀오라고 하고 차로 돌아가서 기다렸다. 이치와 차홍길은 정상까지 다녀왔다고 한다. 산에 다녀와서 우리는 메디가 살고있는 집으로 갔다. 차에서 내리는데 다들 머리도 헝클어지고 몰골이 초췌해 보여 걱정이되어 괜찮냐고 물어보니 좋은 경험이었다고 웃는다. 메디는 사업차 사마르칸트에 와있다고 하는데 경제적 여유가 있는지 집하나를 통채로 렌트해서 살고있었다. 중정 마당이 있고 방이 여러개 있는 좋은 집이었는데 이미 이치는 방하나를 차지해 손님으로 있었다. 첫날 만났을 때부터 메디는 자기 집으로 오라고 계속해서 졸라댔다. 원하는 만큼 있으라고 인심이 좋다. 메디의 집에 묵은 첫날 마당에 소복이 눈이 쌓였다. 까브리를 안에 주차할 수 있을만큼 마당이 넓다. 그런데 메디의 손님 유치 욕구에 비해 방이며 시설이 따라주질 않았다. 방문의 유리창은 유리 없이 뚫려있고 라디에어터가 고장나 물이 샌 것 같았는데 돈이 있어도 사람이 부족한지 고치는데 여러날이 걸린다고 한다. 우리가 추울까봐 메디는 새 전기히터를 사서 방에 넣어주었는데 우리는 이렇게까지 하며 손님을 데리고 있고싶나 의아했지만 그의 친절을 감사히 받았다. 또 길쪽으로 난 창문은 커튼이 없어 사생활보호가 전혀 안되어 우리차에 있던 흰 천을 가져와 가려야했다. 세탁기는 고장나 있어 쓸 수가 없었고 그래도 부엌에서 가스로 음식을 해먹을 수 있는 것은 좋았다. 접이식 작은 자전거 하나로 세계여행한다니.. 존중감이 절로 생겼다 접이식 작은 자전거로 세계여행을 하다니 게으른 우리로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사실 평소 중국사람에 대해 썩 좋은 인상이 없었지만 이치와 만나 이야기를 하다보니 그에 대해 깊은 존중감이 생겼다. 10여년간 호주에서 일을 해서 영어도 꽤 잘하고 자기 삶에 분명한 방향을 갖고 있는듯 했다. 이치는 우리에게 중국식 토마토계란볶음과 가지요리를 해주었는데 매우 맛있었다. 우리도 소고기뭇국과 밥을 해서 함께 즐거운 식사를 했다. 정전이 되어 차에서 전기를 끌어다 조명을 켰다. 아랍풍의 노래를 틀어놓고 탄이와 메디가 이상한 춤을 춘다. 술을 잘 못마시는 탄과 종교때문에 안마시는 메디. 술도 안 마시고 저러고 노는 것이 마냥 신기하다. 히터를 사온 날 전기를 너무 많이 사용해서였을까 정전이 되었고 밤늦도록 전기가 들어오지 않았다. 추위에 떨 것을 각오하고 둘이 꼭 안고 자면 죽지는 않을거야 라며 잘 준비를 하고있을때 메디가 간단히 짐을 싸서 나오라고 한다. 전기가 들어오는 호텔을 찾아 우리를 재워주는 것이었다. 이치도 다른 호텔을 잡아주었다고 한다. 아니 돈내고 묵는 손님도 아닌 우리에게 이렇게까지 하다니. 참 이슬람의 손님접대는 대단한 것 같다. 아니 메디만 대단한 것일까. 메디와 꽤 친해진 것 같아 평소 이슬람에 대해 궁금한 것을 물어보았다. "너희는 아내를 여러명 가질 수 있다며?" 가벼운 마음으로 물어봤는데 메디의 대답은 의외로 심각하고 진지했다. 그는 코란을 여러번 읽고 많은 고민과 깊은 생각을 해왔다고 한다. 코란에 의하면 오직 두가지 이유만으로 아내를 두명 이상 둘 수 있는데 하나는 과부가 생존을 위해 재혼하는 경우, 또 하나는 두명 이상의 여자에게 완전히 똑같이 대할 때라고 한다. 하지만 완전히 똑같이 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두번째 조항은 하지말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의 대답이 의외였고 참 놀라웠다. 메디는 우리가 만난 첫 이란친구인데 앞으로 다른 이란인을 만나게 되더라도 그와 같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호텔에서 자고 온 다음날도 계속해서 정전과 누수가 발생하자 우리는 미안해하는 메디의 집을 떠나는 것이 낫겠다 싶었다. 우리때문에 괜한 돈을 자꾸 쓰는 것이 부담되었다. 메디는 집이 부실한 것을 속상해하며 아쉬움 가득한 얼굴로 우리를 떠나보내주었다. 메디네 집에서 나와 우리는 시내의 Aishia라는 작은 호텔에서 몇일 더 묵었는데 폭설에 강추위가 와서 실내기온이 16도도 안되었고 이곳도 정전이 되기 일수였지만 그래도 저렴한 가격에 맘편히 있을 수 있었다. 한국말을 조금 하시는 친절한 사장님이 계시고 맛있는 조식도 포함되어 있어서 꽤 만족하며 머물 수 있었다. 하루는 관광가이드를 꿈꾸는 몰리의 안내로 유명한 "레기스탄"에 갔다. 레기는 모래, 스탄은 장소라고 한다. 즉 모래땅이라는 의미이다. 이슬람 특유의 정교한 타일로 장식된 탑과 건물들이 무척 이국적이고 멋있었다. 광장 한구석에 무덤이 있는데 이곳을 지을때 큰 역할을 한 일꾼의 무덤이라고 한다. 왕이 그의 공로를 치하해 소원을 묻자 여기 묻어달라고 했다는 이야기였는데 살아서 부와 명예를 마다하고 광장에 묻히기를 선택한 것이 과연 무슨 의미일까 생각이 많아졌다. 몰리는 좌우의 비슷하게 생긴 건물중 어느쪽이 더 오래되었을까 퀴즈를 냈다. 열심히 관찰하고는 찍었는데 틀렸다. 잘 보면 양식이 다르다고 한다. 몰리 덕분에 좋은 관광을 할 수 있어 감사했다. 아침에 차를 몰고 나와보니 이럴수가! 앞유리에 금이 가있다. 최근 큰 충격을 받거나 위험한 곳에 둔 적이 없는데 왜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 때문일까. 전에 키르기스에서 하도 금간유리로 다니는 차가 많아 유리를 갈지 않고 때우는 방법이 있다는 얘기를 들은적이 있어서 분명 이곳에서도 해주는 데가 있지 않을까 싶어 찾아보기로 했다. 사마르칸트의 현대자동차매장을 우선 찾아갔다. 영업소 대표님이 친절하게 이야기를 들어주시더니 이곳저곳에 전화하며 알아봐주셨다. 돈내는 손님도 아닌데 이렇게 친절하시다니 참 감사했다. 사마르칸트에 있는 동안 밥먹으러 오라고도 하셨다. 소개받은 곳을 찾아가니 말은 안통해도 손짓과 깨진 유리창을 보고 의사소통이 된다. 젊은 청년이 유리창 크랙 진행방향 앞쪽에 송곳으로 구멍을 내고 주사기로 무언가를 넣어 메우는 것 같다. 완전히 굳을때까지 한동안 히터를 쓰지 말것을 당부했다. 앞유리 금이 점점 커지는 것이 불안했는데 이제 안심이다. 사마르칸트에서 만난 여러나라의 친구들과의 좋은 기억을 뒤로하고 부하라로 출발했다. ※ [시로와 탄의 '내차타고 세계여행' 365일]는 유튜브 채널 '까브리랑'에 업로드된 영상을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내 차 타고 세계여행' 더 구체적인 이야기는 영상을 참고해 주세요. < https://youtu.be/G85qdMHDuHM?si=iKCbW47_29vK5aVG>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4-07-25 13:04:10시로와 탄은 동갑내기 부부다. 시로는 주로 꿈을 꾸는 Dreamer이고 탄은 함께 꿈을 꾸고 꿈을 이루어주는 Executor로 참 좋은 팀이다. 일반적으로 배우자에게 "세계여행 가자!" 이런 소리를 한다면 "미쳤어?" 이런 반응이겠지만 탄은 "오! 그거 좋겠는데?" 맞장구를 친다. 그렇게 그들은 캠핑카를 만들어 '두번째 세계여행'을 부릉 떠났다. 우리는 항상 입버릇처럼 "사람"을 만나는 여행을 하고싶다고 말해왔는데 이곳 키르기즈스탄에 와서 정말 본격적으로 사람들을 만나고 함께 여러가지 일들을 할 수 있는 기회들이 생겨 매우 기뻤다. 다음 일정은 비슈케크에서 동쪽으로 차로 6시간 거리인 카라콜이라는 소도시에 가는 것이었다. 얼마전 놀러왔던 이슥쿨 호수를 지나 한두시간을 더 가서야 카라콜에 도착했다. 카라콜 주변에 높은 산이 많아 풍경이 근사하다. 트래킹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곳이라고 한다. 길가에 배낭을 멘 여행자들이 자주 눈에 띄었다. 작은 도시지만 대형마트도 보이고 깨끗한 모습이 살기 좋은 곳 같았다. 이곳에 사시는 한국계 미국인이신 션선생님댁에 며 묵기로 했다. 깨끗하고 좋은 방을 빌려주셔서 편하게 지낼 수 있었다. 추울까봐 온열기도 가져다 주셨는데 그리 춥지 않았다. 선생님은 카라콜의 여러 학교와 학원에서 특별수업을 하시는데 우리도 견학할 기회가 생겼다. 선생님께서는 2층짜리 러시아식 학교에서 구강위생에 관한 수업을 하셨다. 러시아식 건물이 다 그런건지 이 학교도 층고가 꽤 높다. 학생들은 중고등학생 정도 되어보였는데 수업에 참여하는 태도가 사뭇 진지했다. 시골마을에서 접하기 흔치 않은 교육이라 그런지 꽤나 흥미있어하는 듯 했다. 학생들의 열띤 질문세례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우리에게 웃으며 인사도 잘하고 매우 호의적이었다. 다른 강의가 지역의 영어학교에서도 있어 따라가보았는데 강의 후 학생들이 우리에게 다가오더니 영어로 한국에 대한 질문을 쏟아냈다. 한국에 가고 싶다고 하길래 왜냐고 이유를 물었더니 매우 아름다운 나라이고 아름다운 도시라면서 가서 떡볶이와 라면, 소주를 먹고싶다고 한다. 열 서너살도 안되어 보이는 소녀가 웬 소주! 좋아하는 K드라마가 있냐고 물어보았더니 달의 연인-보보경심려와 꽃보다남자 이야기를 열심히 하며 너무 좋아한다. 다른 친구는 우리에게 "안녕하세요, 저는 아야나입니다. 그리고 저는 열네살입니다. 한국에 아주 가고싶습니다."라고 한국말로 또박또박 말을 하는데 신기하고 예뻐서 함박웃음이 지어졌다. 5개월 배웠다는 실력이 놀랍다. 한류가 유행이라 어디를 가도 호의적으로 대해주는 어린 친구들을 만날 수 있어 참 감사했다. 이 친구들에게는 우리가 한국사람의 대표이미지로 남을 수 있을테니 잘해야겠다. 다음날 우리는 선생님들의 지인이 운영하는 카페의 인테리어 촬영을 하기로 했다. 카라콜에 드문 크리스찬이 운영하는 곳인데 어려움이 많다고 한다. 메뉴도 다양하고 인테리어도 편안하게 잘해놓았는데 손님이 많아지길 바라며 작업을 했다. 카페를 촬영하던 중 야외테이블에 이스라엘에서 온 손님들이 앉았다. 배낭에 삐죽 보이는 우쿨렐레에 관심이 가서 혹시나 하고 노래를 청하자 카페 앞 길거리가 콘서트장이 되었다. 아마도 히브리어인 듯한 가사를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맑고 경쾌한 우쿨렐레 연주에 맞추어 노래하는 나그네의 흥겨운 모습에 함께 듣던 모두가 그의 음악에 즐겁게 동화되었다. 그 다음날 아침 카라콜의 한 공원에서 이곳 어린이들을 만나기로 했다. 학교의 시설에 문제가 생겨 며칠 휴교를 할 수 밖에 없었는데 교장선생님이 우리가 신세지고 있는 선생님들과 아는 사이여서 우리 얘길 듣고 아이들 사진을 찍어달라는 부탁을 하셨다고 한다. 좋은 기회다 싶어 흔쾌히 하기로 했다. 날씨도 선선하고 울긋불긋 단풍도 들어 촬영하기 아주 좋았다. 한국과는 달리 이곳 사람들은 다들 사진촬영을 매우 즐긴다는 것이 신선하다. 예쁜 옷을 골라 입고 나왔다며 신나는 모습들이었고 모델 뺨치게 다양한 포즈를 꽤 그럴듯하게 취하는 모습에 찍는 사람도 덩달아 즐거워진다. 아이들 사진에 온 가족이 더해져 가족사진이 된다. 뒤로 빼기는 커녕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낙엽을 모아 흩뿌리는 연출도 하고, 달리는 모습을 찍어달라며 계속해서 왔다갔다 뛰어다니며 에너지가 넘친다. 즐겁게 촬영을 마치고 카라콜의 명물이라는 정교회의 성당을 방문했다. 지어진지 150년이 넘었다는 이 성당은 나무로 만들어 외관은 갈색 나무판이고 지붕은 민트색에 지붕 꼭대기에는 황금색 조형물이 첨탑마다 있다. 1889년 지진으로 일부 파괴되어 보수공사를 한 후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고 한다. 아쉽게도 우리가 갔을때는 타이밍이 안좋아 안에는 들어갈 수가 없었다. 성당 외관과 잘 가꾸어놓은 정원을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1초만에 나온 현지국수.. 카라콜에 다시 온다면 '이 국수맛 때문' 저녁이 되어 우리는 션선생님 부부와 함께 시장에 갔는데 두 분이 자주 드신다는 국집에 갔다. 면을 다 삶아둔건지 앉은지 1초만에 나오는 현지국수. 빨간 국물에 파송송 면발이 좀 특이하긴 하지만 먹음직하다. 탄은 자기 입맛에 딱이라며 더 먹고싶다고 난리다. 카라콜에 또 온다면 이거 먹으러 오는 거라고 할 정도였다. 후식으로 둥글넓적한 튀긴빵도 먹었는데 모양만 다르지 딱 한국의 꽈배기와 같은 아는 맛이어서 맛있게 잘먹었다. 현지사시는 선생님들 덕분에 우리끼리였으면 들어갈 엄두도 못냈을 작은 식당에서 맛있는 음식을 잘 시켜먹을 수 있어 정말 좋았다. 마지막날 선생님들을 따라 카라콜에서도 30~40분 더 들어가는 시골마을에 한 개척교회를 찾아갔다. 어렵게 교회를 벽돌 한장한장 모아 지었다고 한다. 마당에는 아이들 장난감이 띄엄띄엄 보이고 커다란 하얀개가 꼬리를 흔들며 맞아준다. 마을사람 대부분이 이슬람인데 목사님부부는 젊은 키르기스사람들이었다. 이곳도 고도가 꽤 높은 지역이라 겨울엔 영하 10도 밑으로 내려가는데 창문유리를 살 돈이 없어 창문이 있어야 할 자리를 비닐로 막아놓고 있는 것이 충격적이었다. 이러면 밖이나 안이나 온도 차이가 거의 안날텐데 이러고 어떻게 겨울을 나나 걱정되었는데 지금 있는 건물로도 너무나 감사하며 산다고 살만하다며 씨익 웃으시는 청년목사님. 집옆 텃밭에서 딴 토마토로 만든 소스를 한병가득 주셨다. 파스타 해먹으면 맛있겠다! 이 마을에 어린이들을 위한 놀이터가 없는 것이 가장 마음에 쓰인다며 아이들이 즐겁게 뛰놀 수 있는 놀이터를 만드는 것이 꿈이라고 한다. 살 돈은 없지만 미리 터도 봐놨다고 해서 마을을 걷다가 그 터를 보게 되었는데 삼각형의 공터가 매우 특이해서 기억에 남았다. 여기에 멋진 놀이기구가 세워지고 아이들이 즐겁게 떠들며 신나게 노는 모습이 실현되기를 조용히 바래보았다. 마지막 저녁에는 예쁜 카페에가서 샤슬릭과 현지음식으로 만찬을 나누었다. 고기와 감자요리며 우리 입에 맞는 맛있는 음식이 나와 즐거운 식사를 하며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한층 더 서로를 잘 알게 되는 시간이었다. 여러 좋은 만남이 있었던 꽉찬 카라콜 여행이었다. 글=시로(siro)/ 사진=김태원(tan) / 정리=문영진 기자 ※ [시로와 탄의 '내차타고 세계여행' 365일]는 유튜브 채널 '까브리랑'에 업로드된 영상을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내 차 타고 세계여행' 더 구체적인 이야기는 영상을 참고해 주세요. <https://youtu.be/peq2g2Fn-HY?si=l_QBEFvYU2DDOxpS>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4-07-04 15:42:16보건복지부 등록 그린닥터스재단이 부산 온종합병원 의료진 등과 함께 주말인 23일 오후 부산의 대표적인 '산만디' 안창마을에서 의료봉사 활동을 펼쳐 미담을 낳았다. 이날 의료봉사에서는 전직 소방관이 나서 심폐소생술과 최근 마을에 자주 출몰하는 멧돼지 대처요령 등을 주민들에게 가르치기도 했다. 그린닥터스재단과 온종합병원은 이날 부산 동구와 부산진구가 걸쳐진 안창마을에서 의료진과 자원봉사자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무료 의료봉사를 실시했다. 안과의사인 정근 그린닥터스재단 이사장을 비롯해 정형외과전문의 김윤준 부원장·응급실 근무 외과전문의 전창원 과장, 신경외과 전문의 이명기 부원장 등 온종합병원 의료진과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주희정 원장(그린닥터스 회원) 등 의사 5명과 정복선 이사·주연희 부장·김옥이 팀장·이수현·하정은·이정옥 수간호사 등 온종합병원 간호사 13명, 물리치료사 3명이 의료봉사에 나섰다. 김승희 부이사장과 박명순 사무총장 등 그린닥터스 임원과 회원 60여명이 자원봉사자로 참여했다. 의료봉사단은 이날 주로 나이 드신 마을 주민 100여명에게 외래진료와 더불어 수액처방과 물리치료 등 200건 넘게 무료진료를 했다. 신경외과 임시진료실을 찾아온 할머니 한분은 "5년 전부터 계속 손 떨림 증상이 계속되고 있는데, 주변에서 다들 파킨슨병일지 모른다는 말에 두려워서 그동안 병원에 가지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파킨슨은 절대 아니고, 본태성 떨림"이라는 이명기 부원장의 진단에 할머니는 안도하면서 함박 미소를 지었다. 의료봉사에 참여한 김윤준 부원장은 "그동안 병원으로 찾아오는 환자들에게만 신경을 써왔는데, 이번 행사에서 여러 사정으로 제때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돌볼 수 있어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틈나는 대로 의료봉사 활동에 동참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온종합병원 김윤준·이명기 부원장과 전창원 과장 등 의료진은 고령이나 척추수술 등으로 거동이 불가능한 주민 3명의 집을 직접 방문해 왕진했다. 거동이 불편하여 수년째 바깥출입을 하지 못했던 올해 90세 A할아버지는 집 안으로 들어서는 의료진을 향해 연신 고개를 숙여 감사함을 표했다. 사람이 그리웠던 할아버지는 며칠 전 의료봉사단이 집을 방문할 것이라는 이웃의 얘기에 '너무도 고맙다'며 울음까지 터뜨렸다고 한다. 일흔다섯 B할아버지 사연은 더 기막혔다. 영어와 일어, 중국어 등의 통역이 가능한 엘리트로 한때 여행 가이드 일을 해온 그는 5년 전 사별한 부인을 잊지 못해 지금까지 허름하고 낡은 집 안에 빈소를 차려놓고 있어 봉사단의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그는 복지관에서 주는 도시락이나 음식도 먹지 않고 부인 빈소 앞에 먼저 올려놓는단다. 그러다가 곰팡이가 필 만큼 음식이 상해서야 비로소 본인이 먹는다고 했다. B할아버지는 그게 앞서간 부인에 대한 예의라고 여긴단다. 간암에다 백내장으로 인해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아 종종 길을 잃는다는 B할아버지의 안타까운 사연을 접한 정근 이사장이 이달 말 정근안과병원에서 무료로 백내장 수술을 해주기로 약속했다. 한편 이번 안창마을 의료봉사에서는 무료진료 외에, 응급상황 시 의료낙후지역에서 주민들이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게 심폐소생술과 하임리히법, 야생 멧돼지 대피요령도 가르쳤다. 김진홍 부산 동구청장과 김재운 부산시의원이 심폐소생술과 음식물 등으로 기도가 막힌 응급환자에게 펼치는 하임리히법 실습에 직접 동참해 주민들의 관심을 높였다. 전직 소방관으로서 이날 심폐소생술 강사로 나선 그린닥터스 최찬일 이사는 "심정지는 분초를 다투는 응급상황이므로, 이 마을에서 응급의료기관까지 이동이 용이하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평소 주민들 스스로 심폐소생술이나 하임리히법 같은 응급처치요령을 익혀두는 게 좋다"며 "특히 요즘 들어 이곳에 야생 멧돼지들의 출몰도 잦으므로 멧돼지 조우 시 행동요령도 알아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린닥터스재단은 이날 무료 진료와 함께 비빔밥, 돈가스와 햄버거 등 주민 식사대접, 생계가 어려운 가정에 라면·김·식용유 등 생활필수품과 파스 등 비상약품이 든 응급키트 100개를 전달했다. 그린닥터스 정근 이사장은 "그린닥터스는 그동안 지진 등 자연재해 지역과 개발도상국 등 해외 의료봉사 활동에 집중해왔으나 앞으로는 섬이나 산속 오지, 의료 접근성이 떨어지는 대도시 달동네 등 국내 의료 낙후지역을 중심으로 왕진 등 무료 의료봉사 활동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roh12340@fnnews.com 노주섭 기자
2024-03-24 19:17:05[파이낸셜뉴스] 보건복지부 등록 그린닥터스재단이 부산 온종합병원 의료진 등과 함께 주말인 23일 오후 부산의 대표적인 '산만디' 안창마을에서 의료봉사 활동을 펼쳐 미담을 낳았다. 이날 의료봉사에서는 전직 소방관이 나서 심폐소생술과 최근 마을에 자주 출몰하는 멧돼지 대처요령 등을 주민들에게 가르치기도 했다. 그린닥터스재단과 온종합병원은 이날 부산 동구와 부산진구가 걸쳐진 안창마을에서 의료진과 자원봉사자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무료 의료봉사를 실시했다. 안과의사인 정근 그린닥터스재단 이사장을 비롯해 정형외과전문의 김윤준 부원장·응급실 근무 외과전문의 전창원 과장, 신경외과 전문의 이명기 부원장 등 온종합병원 의료진과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주희정 원장(그린닥터스 회원) 등 의사 5명과 정복선 이사·주연희 부장·김옥이 팀장·이수현·하정은·이정옥 수간호사 등 온종합병원 간호사 13명, 물리치료사 3명이 의료봉사에 나섰다. 김승희 부이사장과 박명순 사무총장 등 그린닥터스 임원과 회원 60여 명이 자원봉사자로 참여했다. 의료봉사단은 이날 주로 나이 드신 마을 주민 100여 명에게 외래진료와 더불어 수액처방과 물리치료 등 200건 넘게 무료진료를 했다. 신경외과 임시진료실을 찾아온 할머니 한분은 "5년 전부터 계속 손 떨림 증상이 계속되고 있는데, 주변에서 다들 파킨슨병일지 모른다는 말에 두려워서 그동안 병원에 가지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파킨슨은 절대 아니고, 본태성 떨림"이라는 이명기 부원장의 진단에 할머니는 안도하면서 함박 미소를 지었다. 의료봉사에 참여한 김윤준 부원장은 "그동안 병원으로 찾아오는 환자들에게만 신경을 써왔는데, 이번 행사에서 여러 사정으로 제때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돌볼 수 있어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틈나는대로 의료봉사 활동에 동참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온종합병원 김윤준·이명기 부원장과 전창원 과장 등 의료진은 고령이나 척추수술 등으로 거동이 불가능한 주민 3명의 집을 직접 방문해 왕진했다. 거동이 불편하여 수년째 바깥출입을 하지 못했던 올해 90세 A할아버지는 집안으로 들어서는 의료진을 향해 연신 고개를 숙여 감사함을 표했다. 사람이 그리웠던 할아버지는 며칠 전 의료봉사단이 집을 방문할 것이라는 이웃의 얘기에 '너무도 고맙다'며 울음까지 터뜨렸다고 한다. 일흔다섯 B할아버지 사연은 더 기막혔다. 영어와 일어, 중국어 등의 통역이 가능한 엘리트로 한때 여행 가이드 일을 해온 그는 5년 전 사별한 부인을 잊지 못해 지금까지 허름하고 낡은 집안에 빈소를 차려놓고 있어 봉사단의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그는 복지관에서 주는 도시락이나 음식도 먹지 않고 부인 빈소 앞에 먼저 올려놓는단다. 그러다가 곰팡이가 필 만큼 음식이 상해서야 비로소 본인이 먹는다고 했다. B할아버지는 그게 앞서간 부인에 대한 예의라고 여긴단다. 간암에다 백내장으로 인해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아 종종 길을 잃는다는 B할아버지의 안타까운 사연을 접한 정근 이사장이 이달 말 정근안과병원에서 무료로 백내장 수술을 해주기로 약속했다. 한편 이번 안창마을 의료봉사에서는 무료진료 외에, 응급상황 시 의료낙후지역에서 주민들이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게 심폐소생술과 하임리히법, 야생 멧돼지 대피요령도 가르쳤다. 김진홍 부산 동구청장과 김재운 부산시의원이 심폐소생술과 음식물 등으로 기도가 막힌 응급환자에게 펼치는 하임리히법 실습에 직접 동참해 주민들의 관심을 높였다. 전직 소방관으로서 이날 심폐소생술 강사로 나선 그린닥터스 최찬일 이사는 "심정지는 분초를 다투는 응급상황이므로, 이 마을에서 응급의료기관까지 이동이 용이하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평소 주민들 스스로 심폐소생술이나 하임리히법 같은 응급처치요령을 익혀두는 게 좋다"며 "특히 요즘 들어 이곳에 야생 멧돼지들의 출몰도 잦으므로 멧돼지 조우 시 행동요령도 알아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린닥터스재단은 이날 무료 진료와 함께 비빔밥, 돈가스와 햄버거 등 주민 식사대접, 생계가 어려운 가정에 라면·김·식용유 등 생활필수품과 파스 등 비상약품이 든 응급키트 100개를 전달했다. 그린닥터스 정근 이사장은 "그린닥터스는 그동안 지진 등 자연재해 지역과 개발도상국 등 해외 의료봉사 활동에 집중해왔으나 앞으로는 섬이나 산속 오지, 의료 접근성이 떨어지는 대도시 달동네 등 국내 의료 낙후지역을 중심으로 왕진 등 무료 의료봉사 활동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roh12340@fnnews.com 노주섭 기자
2024-03-24 14:20:27[파이낸셜뉴스] 경기도 이천시 시몬스 테라스에 환한 불이 켜졌다. 6일 업계에 따르면 경기도 이천에 위치한 복합문화공간 ‘시몬스 테라스’에 크리스마스트리와 일루미네이션 점등을 선보인다. 시몬스 테라스의 크리스마스트리 및 일루미네이션 점등은 시몬스 침대 ESG 경영의 일환으로, 시몬스가 이천의 시민이자 이웃으로서 지역사회 상생을 위해 기획한 문화 나눔 행사다. 지난 2018년 시작해 올해로 6회째인 이 행사는 해를 거듭할수록 입소문을 타고 전국적인 명소로 거듭나면서 겨울 비수기에도 이천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특히 테라스 잔디 정원을 가득 메운 웅장한 트리와 장식, 그리고 중정 공간을 뒤덮은 세련된 일루미네이션은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선사하며 시몬스 테라스를 단숨에 이천을 넘어 전국적인 명소로 만들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상에서도 인증샷 성지로 떠오르며 연말연시 반드시 가봐야 할 ‘크리스마스 핫플’로 자리매김했다. 인스타그램 해시태그(#) 시몬스테라스 누적 게시물은 11만 건을 넘어섰다. 올해 크리스마스 일루미네이션은 ‘동화 속 캔디 마을’을 테마로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조명과 캔디 모형의 오브제를 설치해 눈길을 사로잡을 전망이다. 잔디 정원에는 수천 개의 컬러 전구와 오너먼트로 꾸며진 최대 높이 8m 메인 트리 2개를 포함해 총 6개의 트리로 풍성함을 더했다. 뿐만 아니라 대형 캔디 캐인 오브제들을 곳곳에 배치해 마치 동화 속 캔디마을에 온 것 같은 느낌을 자아낸다. 또한 유럽풍 건물들 사이 중정에서는 컬러풀한 조명에 함박눈을 떠올리게 하는 대형 눈꽃 조명으로 황홀하고 아름다운 크리스마스 밤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 여기에 식료품 편집숍 퍼블릭 마켓 뒤편에 자리한 팜가든은 아기자기한 금빛 조명으로 갈아입고 방문객을 맞이한다. 팜가든만의 아늑함에 크리스마스 연출을 더해 방문객들에게 완벽한 연말 추억을 선사한다. 한편, 지난 2018년 문을 연 시몬스 테라스는 최근 오픈 5년 만에 누적 방문객 수 100만 명을 넘어서며 지역 · 문화 · 브랜드를 잇는 이천의 컬처 허브이자 랜드마크로 우뚝 섰다. 시몬스 테라스의 운영 시간은 일요일부터 목요일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 금요일과 토요일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9시까지다. kjw@fnnews.com 강재웅 기자
2023-11-06 10:31:58【파이낸셜뉴스 평택=장충식 기자】 경기도 평택시가 함박산 중앙공원 개장과 더불어 '숲과 정원의 도시, 평택' 비전을 선포했다. 1일 평택시에 따르면 정장선 시장은 '일상을 정원속으로'라는 슬로건을 발표하고, "정원도시로의 도약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정원도시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시민 여러분의 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전날인 지난 10월 31일 진행된 비전선포식에는 정장선 시장을 비롯해 이한준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 유승영 평택시의회 의장, 홍기원 국회의원, 도의원, 시의원, 관계단체, 정원관계자 등 1000여명이 참석했다 함박산 중앙공원은 평택고덕지구의 중심공원으로 67만1498㎡의 대지면적에 산림과 수체계의 생태적 연계를 통해 백로의 서식 환경을 보전, 강화하는 친환경 자연을 바탕으로 도시의 다양한 활동을 수용하는 지속가능한 생태형 복합문화공원이다. 글로벌존, 오감힐링존, 에코체험존, 예술테마존, 수변여가의 5개의 공간으로 구성돼 있으며, 주요시설로는 오차드가든, 음악분수, 실개천, 에코스쿨, 야외무대, 스포츠필드, 식생체류지 등이 있다. 시는 특히 △자연 △물결 △거점 △일상 등 정원도시 4대 전략과 24개 중점과제 비전 발표를 통해 '숲과 정원이 도시, 평택' 조성을 위한 발판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우선 '자연(ECO)'은 숲과 관련된 개념으로 평택시 백운산, 부락산, 마안산 등 8대 주요 산의 시민 욕구 충족 및 숲길 고유기능 개선을 위해 숲길의 체계적인 정비 방안을 마련하고, 도입 가능 시설을 검토해 대규모 수목원, 공원 등을 만들어 주제가 있는 숲길을 조성한다. 이어 '물결(WATER)'은 평택강, 진위천의 풍부한 수자원을 활용한 '물결이 빛나는 생태정원도시'로, '거점(CENTRAL)'은 함박산 중앙공원, 모산공원 오색테마 정원, 은실공원, 지제역세권 공원, 청북지구 레포츠공원, 평택역 복합문화광장 조성 등 ‘급격한 도시화에 따른 인구 급증을 포용할 수 있는 도심지역의 거점정원을 말한다. 마지막으로 '일상(LIFE)'은 마을 내 자투리땅, 빈터, 골목 입구 등 시민의 생활에서 가장 가까운 시민의 손으로 공동체 정원을 조성하는 행복정원 1000개소, 시민정원사 교육, 경기정원문화 박람회, 도시숲 더하기 생활밀착형 정원, 마을정원, 숲정원 등 '시민참여형 정원도시'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담았다. 정 시장은 "시민과 함께 정원도시를 꿈꾸겠다"며 "자연, 물결, 거점, 일상'으로 변화하는 도시, 자연과 사람이 공존하는 도시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jjang@fnnews.com 장충식 기자
2023-11-01 13:43:04동서대(총장 장제국) 학생들이 민간인 출입통제선(민통선) 안 마을에서 3년 만에 여름 봉사활동을 재개했다. 동서대는 퍼블릭디자인연구소 연구원 5명과 디자인대학 학생 17명이 지난달 28일부터 6일까지 경기 파주 진동면 동파리 해마루촌에서 공공디자인 봉사활동을 펼쳤다고 8일 밝혔다. 참여 학생들은 'DMZ 해마루촌을 다시 봄' 주제로 마을의 노후된 시설들을 돌아보고 작업 내용과 향후 개선이 필요한 부분에 관한 목록을 만든 후 마을과 논의됐던 포토존 개선작업을 수행했다. 이번 활동은 동서대 디자인대학 내 시각전공, 제품전공, 건축전공의 협업으로 이뤄졌다. 늦은 시간에 작업을 마친 조형물을 본 주민들은 함박웃음으로 고마움을 표시했다. 해마루촌은 전쟁 후 민간인 출입통제구역에 조성된 자연경관과 생태가 잘 보존된 마을로 60가구가 살고 있다.동서대와 해마루촌은 지난 2011년 자매결연을 통해 현재까지 밀접한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봉사활동 프로젝트를 총괄한 디자인대학 학장 안병진 교수는 "낡은 설치물들을 다시 보고 복귀시키는 의미인 '다시, 봄'을 프로젝트명으로 하고 학생들과 함께 지속가능한 마을조성에 대해 고민하고 해결해 가는 활동이 되도록 마을 곳곳을 '다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앞으로 마을주민과 방문하는 사람들이 분단의 상처가 남아 있는 현장에서 남북의 의미와 평화의 의미를 되새기도록 체인저들의 활동이 지속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roh12340@fnnews.com 노주섭 기자
2023-08-08 18:4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