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과학기술 자립을 통해 자국 발전의 새로운 엔진을 가동하고 있다. 화웨이가 5G 반도체 봉쇄를 돌파하며 스마트폰을 출시하고, ‘창어’ 달 탐사선이 달의 토양을 지구로 가져온 데 이어, 유인 잠수정 ‘펀더우저’는 마리아나 해구 1만 미터 심해 탐사에 성공했다. 이 같은 성과들은 모두 ‘자립자강(自立自强)’이라는 키워드와 직결돼 있다. 동시에 베이더우 위성항법 시스템은 200여 개국에 서비스를 제공 중이며, 중국의 초대형 전파망원경 FAST는 매년 관측 시간의 10%를 국제 사회에 개방하고 있다. AI 오픈소스 플랫폼 ‘딥시크(DeepSeek)’는 기술 진입 장벽을 낮추며 전 세계 연구자들에게 폭넓은 활용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흐름에는 ‘개방과 공유’라는 또 다른 전략적 방향성이 담겨 있다. 중국 정부는 과학기술 자립자강 전략이 국가 현대화의 핵심 동력일 뿐 아니라, 세계 과학기술 생태계에서도 실질적인 기여를 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전략은 어떤 배경에서 등장했으며,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성과를 창출하고 있을까. 기술 봉쇄 속에서 선택한 '자립'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과학기술은 국가의 강력한 무기이며, 국가가 강해지고 기업이 성공하며 인민의 삶이 윤택해지는 기반”이라고 말해왔다. 하지만 중국은 현대화 추진 과정에서 미국과 서방 국가들의 기술 봉쇄에 직면했다. 대표적으로 화웨이는 반도체 공급 차단 위기를 겪었고, 중국의 우주항공 연구진은 EU 주도의 갈릴레오 프로젝트에서 배제되면서 수조 원에 달하는 손실과 연구 중단을 경험했다. 이러한 사례들은 중국이 반도체, 첨단 장비 등 핵심 기술에서 해외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구조적 문제를 드러냈다. 동시에, 핵심 기술은 사오거나 빌릴 수 없으며, 반드시 스스로 확보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됐다. 중국의 경제 규모는 세계 2위지만, 기초과학 분야에 대한 투자는 여전히 선진국 대비 3분의 1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러한 현실은 기술 병목을 타개하지 않고서는 고품질 성장과 국민 삶의 질 향상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을 낳았고, 이에 따라 시진핑 주석은 과학기술 자립자강을 ‘국가 생존 전략’으로 격상시켰다. 사진은 중국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세계 유일의 강력한 작업능력을 갖춘 만 미터급 유인 잠수정 ‘펀더우저’호가 바다에 입수하는 장면이다. 이 잠수정은 중국, 뉴질랜드, 덴마크, 독일 등 10여 개 국의 과학연구 인원을 태우고 지구에서 가장 깊은 바다의 ‘무인지대’로 진입한다. CMG 추격에서 선도국으로… 중국 과학기술 전략의 진화 중국의 자립자강 전략은 고대 중화 문명의 전통적 사고방식에 뿌리를 두고 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天行健 君子以自强不息)”는 철학은 20세기 중반 핵개발 및 인공위성 성공 사례에서도 나타났으며, 오늘날에도 여전히 정책 이념의 핵심 축을 이루고 있다. 과거에는 선진국 기술을 뒤따르기에 급급했던 중국이 이제는 일부 분야에서 기술 선도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점에서, 자립자강은 단순한 목표를 넘어선 실천 전략으로 작동하고 있다. 첫째, 중국은 기초연구 강화를 과학기술 자립의 근간으로 삼고 있다. 중국은 기초연구 강화를 과학기술 자립의 기반으로 삼고 있다. 연구개발 인력 규모는 세계 최대 수준이며, 국가 차원의 인재 육성 정책을 통해 전문성과 균형을 갖춘 과학기술 인력을 지속적으로 확보하고 있다. 동시에 연구개발(R&D) 투자도 빠르게 늘고 있다. 2012년 1조 300억 위안이던 R&D 투입은 2024년 기준 3조 6천억 위안으로 늘어, 세계 2위 수준에 도달했다. 이는 중국 과학기술 혁신을 뒷받침하는 물질적 기반이 되고 있다. 둘째, 기술 봉쇄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 주도의 통합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중국은 심해탐사, 항공우주, 고속철도, 통신 등 전략적 분야에서 기술 자립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국가 실험실, 대학, 연구기관을 중심으로 기업과 시장 메커니즘을 결합한 ‘산학연 통합 체제’를 구축했다. 이른바 ‘신형 전국 체제’는 핵심 기술 돌파와 기술 봉쇄 대응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러한 정책 효과는 수치로도 나타난다. 2024년 기준 중국의 첨단기술 기업은 50만 개를 넘어섰고, 과학기술 혁신판 상장 기업도 600여 개에 달한다. 셋째, 실험실에서 산업 현장까지 이어지는 전환 체계를 통해 기술과 산업의 융합을 가속화하고 있다. 중국은 기술 혁신과 산업 응용 간의 연결을 강화하는 데도 주력하고 있다. 드론과 5G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농업 솔루션을 통해 논밭의 무인화가 실현되고 있으며, 양자컴퓨터 기술인 ‘쥬장’은 금융 리스크 관리에 적용되고 있다. 실험실에서 시작된 연구가 생산 현장까지 빠르게 이어지는 ‘전주기 전환 체계’를 통해 중국은 기술 경쟁력을 산업 경쟁력으로 전환하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의 글로벌 혁신지수 순위에서도 2012년 34위였던 중국은 2024년 11위로 뛰어올랐다. 개방과 공유, 글로벌 공공재로 확장되는 기술 시진핑 주석은 “글로벌 과학기술 협력은 인류가 직면한 공동 과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필수적”이라며, “봉쇄에 맞설수록 더욱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전략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 중국은 자국 기술을 글로벌 공공재로 전환하는 데도 힘을 쏟고 있다. 베이더우 시스템은 전 세계 200여 개국에 항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FAST 전파망원경은 국제 사회에 매년 관측 시간을 개방 중이다. AI 오픈소스 플랫폼 딥시크는 기술 불균형을 완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고, 베이징 휴머노이드 로봇 혁신센터는 핵심 기술을 전 세계 개발자와 공유하고 있다. 이러한 사례들은 중국의 과학기술 전략이 폐쇄적 보호주의와는 거리가 멀며, 기술 패권주의에 대한 대안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과학에는 국경이 없고, 혁신에는 끝이 없다 지능화 사회로의 전환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중국은 과학기술 자립자강이라는 전략적 엔진을 바탕으로 기술 혁신과 국제 협력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이 같은 노력은 중국식 현대화의 핵심 동력이 되는 동시에, 인류 전체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견인하는 중요한 기여가 되고 있다. 자료 제공: CMG
2025-06-13 10:05:13[파이낸셜뉴스] 한국항공우주산업(KAI)는 지난 10일 소형 무인기 핵심 첨단 기술을 보유한 기업 '디브레인'과 투자계약을 체결했다고 11일 밝혔다. 이번 투자로 KAI는 디브레인 지분 37.04%를 확보하며 2대 주주에 올랐다. 디브레인은 2013년 설립된 소형 무인 전문기업이다. 군단급 무인기와 농업용 무인헬기 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비행 제어와 OFP를 포함한 경량화 항공전자 장비 분야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다. 차별화된 비행제어 기술력을 인정받아 2023년 '방산 혁신기업 100' 드론 분야에 선정된 바 있다. KAI는 이번 투자 협력으로 소형 무인기 핵심 요소기술과 플랫폼을 확보하고 관련 사업을 확대하여 국내 무인기 시장을 선도한다는 계획이다. KAI가 디브레인과 함께 개발할 무인기는 기존 중·대형급 무인기와 차별화된 소형 무인기다. 개발을 완료하면 군의 작전 범위 및 전술 다양성 확대뿐만 아니라, 민간 무인기 산업 발전에도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소형 무인기는 현대 전장에서 '게임 체인저'로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산업 분석 기관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에 따르면 글로벌 시장 규모는 2024년 160억7000만달러에서 2032년 471억6000만달러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 군도 지난해 5월 소형 무인기 전략을 2026년까지 현재의 2배 이상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강구영 KAI 사장은 "KAI의 체계종합 역량과 디브레인의 소형 무인기 핵심 기술력을 결합해 개발 사업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것"이라며 "기존 중·대형 무인기 개발과 함께 소형 무인기 플랫폼까지 강화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KAI는 국내 무인기 체계종합업체 선두 주자로서 앞으로도 다양한 무인기 전문기업들에 대한 투자와 협력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최근 위성통신 탑재 항공전자 전문기업 '제노코', 인공지능(AI) 기술 기업 '펀진' 및 '젠젠에이아이'에 투자해, 무인기의 자율성 향상 및 유·무인 복합체계 고도화 등 미래 전장에 대비한 기술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기자
2025-06-11 16:07:00[파이낸셜뉴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4일 경남 사천 본사에서 항공우주 SW분야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2차 'K-AI Day' 세미나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지난 2월 열린 1차 세미나에 참가했던 임직원들에게 받은 피드백을 반영해 SW 기술 발전뿐만 아니라, 실제 생산·제조 현장에 인공지능(AI)가 적용된 사례와 지능형 무기체계 개발 관련 AI 기술 적용 방안 등을 공유했다. 이 자리에는 KAI와 산업 자동화 전문 기업 지멘스, KAIST와 KAIST 을지연구소의 AI 담당 주요 경영진 및 교수진이 강연자로 참가했다. KAI의 생산·제조와 SW 관련 임직원 100여명이 참관해 AI 관련 자율제조 및 무기체계 기술 발전 반향에 대한 심도 있는 토의가 이뤄졌다. 세미나는 참가 회사 및 기관별 AI 관련 핵심 보유 기술 소개 및 실제 적용 사례, SW 기술 제언 등으로 진행됐다. 주영신 KAI 디지털엔지니어링팀 팀장은 'KAI 디지털 엔지니어링 현황 및 추진 방향'을 주제로 KF-21 개발 성공의 핵심은 디지털 전환임을 강조했다. 항공기 개발 엔지니어링 환경에 디지털 엔지니어링 개념을 적용해 △단일 소스, 단일 데이터베이스 기반의 플랫폼 환경 구축, △가상현실(VR), 기능 디지털 목업(FDMU) 등 신기술 적용 사례를 설명했다. 김승환 지멘스 본부장은 지멘스의 산업용 AI 기술과 성공 사례를, 장영재 KAIST 교수는 가상 환경에서 학습한 AI를 실제 공장에 적용하는 방향을, 김상의 KAIST 을지연구소 교수는 국방 AI·지능형 정보 융합 및 군집 객체 기술 중요성 등에 대해 발표했다. 강구영 KAI 사장은 "KAI는 차세대공중전투체계, AI파일럿 등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항공우주 관련 AI 기술개발을 가속화하고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며 "유무인복합체계의 핵심인 카일럿(K-AILOT)과 같은 지능형 무기체계 개발뿐만 아니라, 항공우주 제조·개발 전반에 AI 기술을 확대 적용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KAI는 전통적 제조·개발 방식 탈피를 위해 자동화 공장인 스마트 팩토리를 건설하여 운영하고 있으며, KF-21 등 차세대 플랫폼 개발에 디지털 엔지니어링 기법을 적용하고 있다. 향후, 디지털 전환을 통해 제조 공정뿐만 아니라 설계, 관리, 유지보수 등 항공기 생애 주기의 모든 단계를 혁신할 계획이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기자
2025-06-04 13:13:24[파이낸셜뉴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지난달 27일(현지 시간) 한미연구소(ICAS)가 개최한 온라인 세미나에서 “한반도는 항모처럼 보인다”며 한반도 항모론을 이어가고 있다. 앞서 그는 지난달 15일(현지 시간) 하와이에서 열린 미국 육군협회(AUSA) 태평양지상군(LANPAC) 심포지엄에서도 "밤의 위성사진을 보면 한국은 섬 또는 일본과 중국 본토 사이의 고정된 항공모함처럼 보인다"고 언급한 바 있다. 1일 군과 외교가에 따르면 한미연합사령관 및 유엔사령관을 겸임하는 브런슨 사령관은 ICAS와 대담에서 미국 국방부가 주한미군 감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를 부인하며 "미 합동참모본부 의장이 제게 전화해 그런 얘기를 한 사실이 없으며, (결정권자인) 합참의장은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언급되지도 않았다"고 처음으로 입장을 밝혔다. 그는 다만 주한미군은 전략적 유연성을 위해 일부 주한미군이 다른 곳으로 이동이 가능하다는 해석이 가능한 설명을 덧붙였다. 브런슨 사령관은 "우리가 전략적 유연성을 얘기할 때 힘을 통한 평화를 보장하기 위해 다른 곳으로 진출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우리 군의 한국 주둔은 북한과 러시아, 중국 지도자들의 셈법을 바꾸고 비용을 부과한다. 우리 국가 최고 지도자들에게 선택지를 준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 지역이 직면한 글로벌 도전은 엄청나다"며 "한반도에서 동해를 보면 러시아의 침범이 발생하고 있고, 서해에서는 중국이 북방한계선(NLL) 주변에서 침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내가 우리 측 사람들에게 이해시키려 노력하는 건 우리의 생각에서 유연해져야 한다는 것이 전략적 유연성을 의미한다는 것"이라며 "우리가 여기(한반도)서 전략적 유연성을 보여줄 수 있는 유일한 것은 강력한 군대다. 10대 군사 강국의 하나(한국)가 여기 있고, 우리는 그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15일 하와이에서 열린 태평양지상군 심포지엄에서 브런슨 사령관은 최근 밤에 위성사진으로 보면 북한이 완전히 어둡기 때문에 한국이 항공모함처럼 보인다면서 "지도를 펼쳐 항공모함 그림을 한반도 전체에 올려놓고 '이곳에 배치하면 어떻게 될까'라고 생각해 보라"며 "첫째로 러시아는 '동해에서 할 수 있는 건 한계가 있다'고 말할 것이고, 중국은 '서해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한계가 있다'고 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주한미군은 북한을 격퇴하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우리는 더 큰 인도·태평양 전략의 작은 부분으로서 역내 작전, 활동과 투자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미군 중 아시아 대륙에 배치된 부대는 (주한미군을 제외하고) 아무도 없다. 현재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직선거리로 400∼600㎞에 미군은 우리 부대 외에는 아무도 없다"고 덧붙였다. 국방 외교·안보 전문가는 미국의 국내 정치적 환경이 만만하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미국의 동맹공식이 바뀌고 있고 동맹과도 거래적 접근법으로 관세전쟁에 돌입한 상태다. 더욱이 미군이 다른 나라를 위해 피를 흘려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가 나오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따라서 정치와 동맹의 조합을 찾아내는 것이 브런슨 사령관의 숙제이고 그 해답으로 ‘한반도 항모론’을 꺼내들었다고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반길주 국립외교원 교수는 "브런슨 사령관은 한미 군사동맹의 상징성뿐 아니라 실체적 지위에 있다"며 "변화하는 대내외적 정치환경에서도 주한미군의 강건성을 유지해서 한미동맹을 지켜내야 할 위치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반도 항모론은 우선 항모 역할을 하는 한반도에 주한미군이 배치되어 있다는 점에서 미국에도 매우 유익한 것이니 감축이나 철군을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암묵적으로 강변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반 교수는 하지만 이것만으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달라진 주문에 대처할 수는 없기 때문에 브런슨 사령관은 '전략적 유연성'을 강조했다. 즉 주한미군이 한반도 붙박이로 있어서는 안 되며 항모가 원해 투사능력이 핵심이듯 한반도라는 항모 플랫폼을 전격 가동하려면 일부 주한미군이 한반도 외부에 투입되는 유연성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반도 항모론은 트럼프 2기 MAGA 접근법을 준용하면서도 한미동맹을 살려내는 처방으로 제시된 것이라고 이해할 필요가 있다"며 "이러한 흐름을 단순히 목도하는 것을 넘어 한국은 선제적으로 '전략적 유연성 2.0'을 검토해 대미 레버리지를 높여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2025-06-01 15:39:45[파이낸셜뉴스] 카카오벤처스가 인공위성 개발 자동화 스타트업 올리고스페이스와 다중 AI 에이전트 시스템 개발사 자폰에 투자했다고 29일 밝혔다. 두 기업 모두 미국 기반 딥테크 스타트업으로, 이번 시드 라운드를 통해 첫 기관 투자를 유치했다. 금액은 비공개다. 올리고스페이스는 우주 발사체 개발에 가장 큰 병목으로 꼽히는 설계 및 제조 문제를 AI 기반 설계 자동화와 2D 판금 제조 기술로 해결하고 있다. 임무 수행 장비를 설계한 뒤 나머지 시스템을 최적화하는 방식이다. 올리고스페이스는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과 나사 제트추진연구소(NASA JPL)에서 탐사선, 발사체 및 인공위성, AI 기반 우주 시스템을 연구한 제이콥 로드리게스 대표와 스페이스X, 구글, 미국 항공우주회사 노스롭 그루먼 등에서 경력을 쌓은 인재들로 구성됐다. 탄탄한 팀 구성을 토대로 첫 투자 라운드부터 미국 스페이스테크 투자사 럭스 캐피탈을 비롯한 미국 유수 딥테크 투자사의 참여를 이끌었다. 우주 발사체 시장의 새 패러다임을 이끌 팀이라는 평이다. 자폰은 여러 개의 AI 에이전트가 상호작용하며 복잡한 작업을 수행할 때 필요한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AI 에이전트가 협업할수록 연산량과 시스템 복잡도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데, 자폰은 이러한 환경에서도 높은 성능과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는 기술을 선보이고자 한다. 보안과 빠른 처리 속도에 강점을 지닌 러스트(Rust) 언어를 기반으로, 다중 AI 에이전트 환경에 필수적인 고성능·고효율 인프라 제공한다는 목표다. 자폰은 스웨덴 왕립 공대 졸업 후 유럽과 미국에서 창업 경험이 있는 연쇄 창업가 노아 엘 대표와 오픈 AI, 테슬라, ARM 등에서 운영체제, 네트워크, 하드웨어, 스토리지 등 시스템 인프라를 구현해 본 경험이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시스템 엔지니어로 구성됐다. 새 시대의 AI 협업 생태계를 구현할 팀으로 주목받으며, 이번 라운드 이후 3개월 만에 미국과 유럽 주요 투자사와 후속 투자를 마무리 중이다. 카카오벤처스는 2024년 글로벌을 전략 방향으로 설정한 이후 투자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연구자 중심 네트워크를 확장하며, 미국 현지 투자 초석을 쌓았다. 반도체 기술기업 에프에스투(FS2), 메드테크 기업 컴파스, 로봇 수술 기업 마그넨도 신규 투자에 이어 AI 기반 투자 인텔리언스 플랫폼 링크알파, 로보틱스 스타트업 콘토로 등에 후속 투자를 단행했다. 올해 역시 필요한 미래를 앞당기는 선행기술을 공격적으로 발굴하고 투자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기술 방향성을 선제적으로 감지하는 극초기 전문 벤처캐피탈로서 독자적인 투자 트랙을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신정호 카카오벤처스 수석 심사역은 "기술이 국경을 넘나들며 진화하는 시대, 좋은 팀을 찾기 위한 투자 역시 경계를 가리지 않는다”며 “카카오벤처스는 미국 탑티어 투자사와 꾸준히 네트워크를 쌓아가며 현지 팀 투자를 적극 진행하고, 국내 기반 글로벌 팀에도 투자를 이어 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도 투자 경계를 허물고 길을 만들어가는 투자사로서 초기 기술 투자 외연을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2025-05-29 08:37:03[파이낸셜뉴스] 국내 항공 금융 투자 경영컨설팅사인 드림스톤파트너스가 미국의 글로벌 항공 금융 투자 운용사 AIP캐피탈과 전략적 컨소시엄을 결성하고 한국 및 글로벌 항공 투자 시장 진출을 본격화한다고 15일 밝혔다. AIP캐피탈은 최근 드림스톤파트너스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며 2대 주주 지위를 확보했다. 이번 컨소시엄을 통해 양 사는 항공기 리싱 및 투자 플랫폼을 구축하여 글로벌 항공 투자 시장에서의 전략적 투자를 가속화할 계획이다. 드림스톤파트너스는 이번 파트너십을 계기로 글로벌 항공기 투자, 리스크 관리, 법률, 운영 등 각 전문분야별 임직원을 대거 영입하고 항공기 투자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를 통해 국내 최초의 항공 전문 투자사로서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드림스톤파트너스의 케네스 강 대표이사는 글로벌 경영컨설팅사 딜로이트 출신 공인회계사로, 2013년부터 국내 항공기 투자 시장을 이끌어온 1세대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다. 케네스 강 대표는 약 3조원 규모의 항공기 투자 및 파이낸싱 자문 트랙레코드를 보유하고 있다. AIP캐피탈은 2023년 잭슨스퀘어 항공기 리싱사 최고투자책임자(CIO) 출신 매튜 아다모(Mathew Adamo)와 골드만삭스 임원 출신 재러드 에일스톡(Jared Ailstock)이 공동 설립한 기업이다. 현재 미국 코네티컷 주 스탬포드에 본사를 두고 뉴욕, 아일랜드, 싱가포르에 지사를 운영하고 있다. 설립 후 2년 만에 운용자산(AUM) 5조원 이상을 확보했으며, 항공기 제조사 보잉과 전략적 제휴를 맺는 등 글로벌 항공기 투자 시장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번 컨소시엄을 통해 양사는 국내 최초의 '항공 투자 플랫폼'을 구축해 투자자들에게 전문적인 투자 자문을 제공할 계획이다. 특히 국내 사모펀드사 및 자산운용사들과 Co-GP 구조로 글로벌 항공 금융 투자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는 기존 국내에서 주로 진행되던 단일 프로젝트 투자구조와는 차별화된 접근 방식으로, 하방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방어하여 보다 안정적인 수익률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컨소시엄은 2025년 하반기에 글로벌 M&A 컨설팅사를 통해 RFP를 진행하고, 국내 사모펀드사들과 함께 글로벌 리싱 플랫폼 인수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미 다수의 투자자들이 이 프로젝트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IP캐피탈은 현재 운용 중인 4500억원 규모의 Pre-Delivery Payment(PDP) 파이낸싱 펀드 및 사모대출 플랫폼을 통해 국내 은행 및 보험사와 협업하여 안전성이 검증된 보잉 737 맥스 기종을 대량 매입, 다수의 글로벌 항공사에 리싱을 계획하고 있다. 앞서 AIP캐피탈은 국내 자산운용사가 소유하고 있던 3천억원 규모의 항공기 4대를 인수하기도 했다. AIP캐피탈의 재러드 에일스톡 공동 대표는 "한국을 기반으로 하는 컨소시엄 항공기 투자 플랫폼을 통해 전문 투자 인력을 영입하고 투자 시스템을 갖춰 한국 투자자들에게 투자 리뷰, 집행 및 사후 관리를 포함한 통합적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며 "이는 기존 외국계 항공기 투자사와 차별화된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드림스톤파트너스는 이미 국내 항공 시장에서 성공적인 투자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2023년 자회사인 드림스톤프라이빗에쿼티(PE)는 150억원 규모의 PEF를 조성해 VIG파트너스의 이스타항공 인수에 메자닌 투자자로 LP투자를 완료했다. 또한 보잉사로부터 737맥스8 항공기 3대를 인도받아 이스타항공에 리싱 지원함으로써 이스타항공의 시장 재진입을 성공적으로 도왔다. kakim@fnnews.com 김경아 기자
2025-05-15 08:48:04부산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먼저 '관광도시'를 떠올리곤 한다. 이런 부산의 관광산업을 키우고 산업의 하드웨어부터 소프트웨어까지 다양한 콘텐츠를 채워나가는 곳들은 부산 관광기업이다. 이러한 관광기업들이 자금난, 인력난 등을 이겨내고 잘 성장할 수 있도록 물밑 지원하는 기관이 있다. 바로 부산관광기업지원센터다. 센터는 지난 2019년 전국 최초로 부산에서 관광기업을 전문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기관으로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 부산관광공사와 부산시, 영도구가 함께 운영한다. 센터는 설립 첫 해 지원기업의 매출액이 4억원에 그쳤지만 불과 5년 뒤인 지난해 약 251배 성장한 1005억원을 기록했다. 14일 센터에서 만난 홍현선 센터장은 "센터 지원기업에 선정된 예비(창업) 또는 초기기업들이 각종 육성사업을 거쳐 성장한 뒤 관광공사의 성장기업 지원을 받고 있다"며 "이렇게 기업들이 조금씩 커 나가는 모습들을 계속 만들어간다는 점에서 관광기업들의 성장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센터가 설립 첫 해부터 올해까지 발굴한 육성 관광기업은 총 273개사다. 센터는 매년 30~40여개의 관광 스타트업을 육성기업으로 선정해 3년간 각종 지원사업과 프로그램 참여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렇게 매년 센터의 지원 하에 육성되고 있는 관광기업에 초기기업을 위한 교육 아카데미부터 스케일업 프로그램, 시장 진출 지원, 홍보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제공된다. 3년차 육성과정을 마친 졸업기업들은 사후관리로 각종 관광 분야 네트워킹 행사에 초청되는 등 비즈니스 확장 기회를 얻어갈 수 있다. 지역 관광산업 일자리 창출에도 이바지하고 있다. 센터 설립 첫해 육성기업들의 101명 채용을 시작으로 이듬해 256명, 2021명 568명 등 6년간 총 3221명이 센터 육성 관광기업에 취업했다. 지난해에는 센터 최초로 지원기업 가운데 4개사가 해외 진출에 성공하며 부산 관광 스타트업이 해외시장에 첫 발을 디디는 성과를 거뒀다. 여행 교통·수송 관리 플랫폼 그라운드케이가 싱가포르에, 해양레저 인프라 운영사 블루윙과 서핑 레저 서비스 기업 서프홀릭은 베트남에, 국제회의 기획·연출 서비스 기업 '만만한녀석들'은 말레이시아에 각각 진출했다. 특히 부산의 해양자원을 살린 관광기업들도 센터의 지원 하에 성장을 이어오며 부산 관광의 매력을 더해주고 있다. 그 가운데 외국인 전용 관광패스인 '비짓부산 패스'의 제휴시설로 등록돼 있는 요트홀릭은 부산 해수욕장 일대에서 요트를 즐기는 콘텐츠로 바다 관광의 맛을 더해주고 있다. 또 해외 진출에도 성공한 서프홀릭은 지난해 센터의 해외판로개척 사업과 연계해 '2024 베트남 마이스 로드쇼'에 참가할 기회를 얻은 바 있다. 행사에서 베트남 현지 서핑 서비스 기업인 서프로와 적극적인 비즈니스 소통에 나선 결과, 베트남 현지 프랜차이즈 계약을 맺으며 서프홀릭 다낭점 오픈 계약을 성사시켰다. 홍 센터장은 "부산 관광은 전통적인 관광업인 숙박업, 여행업 뿐 아니라 최근 커피·주류와 같은 F&B(식음료) 업종, 레저스포츠 업종 등 그 범위가 예전보다 다양해지고 있다. 이에 지역 내 관광과 결합한 다양한 업종, 형태의 유망 기업들을 발굴해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관광기업들이 당면한 여러가지 문제점도 있다. 그는 "부산 관광 스타트업들은 여타 기술 스타트업과 같이 투자에 대한 수요가 높다. 그러나 다수의 투자사가 수도권에 몰려 있으며 테크기업 위주의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에 센터는 올해부터 투자유치와 판로 지원 사업을 더 강화할 예정이다. 실질적으로 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해외 진출 사업도 더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홍 센터장은 대부분의 국내 또는 해외 OTA(숙소·항공 등 예약 플랫폼) 주력 상품들이 아직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는 문제점을 짚었다. 오늘날 수많은 여행객들이 여행 관련 플랫폼으로 예약하는 추세인 가운데, 국내 관광상품은 수도권 지역의 점유율이 상당히 높은 현실이라는 것. 그는 "올해부터 OTA의 부산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OTA사들과 협업해 플랫폼 내 부산 글로컬 관광 상품을 점차 확장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내달 중 '케이케이데이'와 '프렌트립(프립)' 2개 OTA와 협약을 맺고 부산지역 관광 상품을 적극 발굴, 판매할 예정"이라라고 강조했다. lich0929@fnnews.com 변옥환 기자
2025-05-14 19:15:58차기 정부에 바라는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의 핵심 키워드는 단연 '진흥'이다.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동력으로 부상한 인공지능(AI)은 물론 플랫폼, 통신, 게임 등 규제가 아닌 육성 중심의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지배적인 목소리다. 특히 AI는 국가기간기술로 부상한 만큼 업계는 차기 정부가 정부 조직, 법·제도, 인프라 전략 전반의 구조적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기술진화 속도에 비해 제도·조직·투자 모두 뒤처진 현 상태로는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위기감이 그 배경이다. ■"AI는 속도전…전담부처 신설해야" AI 부문에서 가장 먼저 지목된 것은 정부 조직체계 개편이다. 바른과학기술사회실현을위한국민연합(과실연)은 6월 대선을 앞두고 차기 정부를 향한 과학기술·AI 정책 제언으로 AI 전담 부처인 'AI디지털혁신부'와 예산 기획권을 가진 대통령실 AI수석 신설을 제안했다. 외교와 안보까지 아우르는 통합 AI 거버넌스의 중요성이 커진 만큼 장관급 부처와 대통령실 산하 조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중복된 AI 정책 연구로 인해 발생하는 비효율을 해결하기 위한 국가AI정책연구소 설립 필요성도 강조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 등 ICT 유관협·단체 7곳이 모인 디지털경제연합(디경연)도 최근 공개한 정책제안서에서 'AI디지털혁신부'(가칭) 등 AI와 디지털 산업을 총괄하는 독립부처 신설을 제시했다. 디경연은 "AI 관련 전체 가치사슬(인프라·개발·활용)에서 역량을 보유한 국가는 한국, 미국, 중국뿐이다. 가치사슬 전반에 걸친 역량이 곧 국가 경쟁력의 핵심"이라며 "AI 선두그룹을 향한 전략적 핀셋지원, AI인재 병역특례 확대 등 인재 확보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디경연은 또 국내 플랫폼 기업이 글로벌 AI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데이터 확보를 위한 규제완화, 인재 양성과 AI 기반 플랫폼에 대한 투자 확대,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을 강조했다. 과실연 역시 AI G3 도약을 위한 컴퓨팅 인프라 확보 중요성을 강조하며 국내 고성능 AI 반도체 확보량을 5년 내 50만장 규모로 늘려야 한다고 제언했다. 'AI 기본법'의 방향성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내년 1월 시행을 앞둔 'AI 기본법'이 진흥보다는 규제에 무게중심이 쏠려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규제 내용이 모호하고 광범위해 산업의 생명력을 오히려 꺾을 수 있다는 업계 우려는 크다. 한국인공지능(AI)법학회는 AI 전문가 65명이 참여한 'AI기본법 개정연구위원회'를 발족하고 '적용범위, 의무사항, 제재 합리화' 등 개정방안을 연구 중이다. 현장의 목소리도 같다. 국내 AI 스타트업 관계자는 "지금은 규제가 아니라 육성과 자율, 산업 활성화를 중심으로 틀을 짜야 할 시점"이라며 "차기 정부는 연구개발(R&D)뿐만 아니라 상용화 단계로 이어지는 성장 사다리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온플법·지도 반출, 차기 정부 손에 정부와 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 중인 '플랫폼공정경쟁촉진법'(일명 온라인플랫폼법)에 대해서도 '진흥' 중심으로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네이버·카카오 쿠팡 등 주요 플랫폼 기업들이 모두 잠재적 규제 대상으로 묶이는 이 법은 사전규제 등의 우려로 여러 비판이 나오고 있다. 미국의 통상압력이 큰 상황에서 업계와 학계는 해외 빅테크는 피해가고 국내 업체만 규제를 받는 역차별 가능성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한다. 한국의 고정밀지도 데이터(1대 5000)의 해외반출 문제는 찬반 논란이 치열하다. 현 정부는 오는 8월 새 정부에서 관련해 결론을 내리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앞서 지난 2007년과 2016년에는 국가안보 등을 이유로 반출 요청이 불허된 바 있다. 가장 큰 우려는 데이터 주권, 안보 위협이다. 업계는 지도 데이터 반출이 장기적으로 국내 생태계 붕괴로 이어질 것이라고 본다. 국가가 오랜 기간 수천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구축한 고정밀 지도를 해외기업에 넘겨줄 경우 향후 자율주행·디지털트윈·도심항공교통(UAM) 등 미래 산업 경쟁력도 해외에 종속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모정훈 연세대 산업공학과 교수는 최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고정밀 지도 반출로 대한민국의 플랫폼 사업이 사라질 우려가 있고, 그에 따른 세수와 고용 상실 우려 등을 고려한다면 우리나라의 장기적인 경쟁력을 위해 국부유출을 방지하는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주원규 기자
2025-05-13 21:04:53[파이낸셜뉴스] "처음 공개하는 건데요." 방산 인공지능(AI) 스타트업인 퀀텀에어로 이사회 전동근 의장(32)이 한국형 방산AI 사업을 하게 된 이유를 묻자 내놓은 반응이다. 태블릿PC를 펼쳐 발송 날짜가 2015년 5월인 메일 하나를 보여줬다. 받는 사람은 김우중 대우그룹 초대 회장이었다. 지난 9일 서울 강남구 언주로의 퀀텀에어로 본사에서 만난 전 의장은 "10년 전 창업을 꿈꾸던 대학생이 창업과 성공, 실패를 경험한 분에게 조언을 듣고 싶어 보낸 메일"이라며 "답장은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답을 받지 못한 메일을 그는 이렇게 요약했다. "한국은 저출산으로 인구 절벽이 찾아올 가능성이 높은데 그렇게 되면 한국의 미래는 어두울 거라는 걱정이 컸어요. 미래 먹거리를 어떻게 찾아야 할까 물었습니다. 놀랍게도 그때 우려가 현실로 다가왔습니다." 방산AI, 저출산의 연결고리 방산AI에 인구 절벽을 연결한 건 이유가 있었다. 전 의장은 "인구가 줄면서 60만명의 병력도 15년 내 20만명으로 급감할 것"이라며 "해결책은 국방 외주를 주거나 AI를 활용한 무인화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국방부도 인구 문제를 인지하고 유무인 무기 체계를 계획하고 있지만, 10~15년 걸린다는 걸 알게 됐다"며 "개발 속도가 빠른 AI 기술을 따라잡기 어려우니 소프트웨어개발키트(SDK) 활용에 주목했다"고 설명했다. SDK는 소프트웨어 개발을 쉽게 해주는 도구를 말한다. 방산AI를 개발하려면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하는데 SDK를 활용하면 이 과정이 단축된다. 전 의장은 "방산용 쿼드콥터 드론을 만들려면 40개월 동안 80명 정도의 박사급 인력이 투입돼야 한다. SDK를 활용하면 AI가 조종하는 X-62전투기를 27개월간, 20명 정도의 박사 인력으로 완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또 SDK는 부가가치 높은 무기를 만들 수 있어 K방산의 경제성을 높여준다"며 "가령 AI파일럿 비행기는 운전석이 필요 없고 무게도 가벼워진다. 전자기파로 적을 방어하는 AI 기술도 접목할 수 있다"고 했다. 맞춤 무기도 만들 수 있다. 전 의장은 "똑같은 무기라도 사막, 산악 등 환경에 걸맞게 프로그래밍해야 한다. 우리는 북한이라는 변수에 산악 지형이 많다"고 주장했다. 퀀텀에어로는 2015년 설립해 창업 9년 만에 8조원 가치를 인정받은 미국 AI파일럿 기술 업체 쉴드AI를 주목했다. 쉴드AI는 SDK인 AI파일럿 소프트웨어 플랫폼 '하이브마인드'와 수직이착륙, 소형 쿼드콥터 드론 등을 보유한 기업이다. 가능성과 상상력을 보다 마음을 먹자 행동으로 나섰다. 지난해 전 의장은 쉴드AI 관계자를 만나겠다며 무작정 카타르로 향했다. '도하 국제 해상 방위 전시회 및 컨퍼런스(DIMDEX) 2024'에 쉴드AI가 참석한다는 걸 확인한 뒤였다. 그리고 쉴드AI와 아시아 최초 독점 파트너십(총판권)을 체결했다. 쉴드AI는 그해 2월 설립한 퀀텀에어로의 '상상력'과 '도전 정신'을 높이 평가했다. 전 의장은 "쉴드AI엔 군 장성 출신 임원들이 많은데 그분들에게 과거 스카이다이빙한 사진을 보여줬다. 젊은이의 도전 정신을 좋게 봤다"면서 "또 군과 행정에 대한 이해가 있으면서 '상상력'을 갖고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조직을 원했는데 우리가 할 수 있다고 본 듯 하다"고 전했다. 퀀텀에어로의 가능성을 쉴드AI만 본 건 아니다. 지난 3월 ST캐피탈, 오픈워터엔젤스 및 전략적 투자자(SI) 2곳으로부터 시드 투자 37억원을 유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산 대기업들과 비밀유지협약을 체결하고 방산 AI 솔루션 제공을 위한 협력도 추진 중이다. 최근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무인전투기 개발을 위한 AI파일럿 공동 연구도 시작했다. 이 밖에도 산불 예방 등을 위해 산림청과 AI파일럿이 모는 무인기로 산림 지역을 24시간 감시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전 의장의 다음 도전은 우주다. '메롱 머스크'라는 별명이 붙여진 것도 이 때문이다. 우주 정복을 꿈꾸던 일론 머스크가 온라인 결제솔루션 페이팔로 시드머니를 만들어 우주탐사기업 스페이스X와 전기차업체 테슬라를 키운 데 빗댄 별명이다. 전 의장은 2017년 수제맥주 스타트업을 세워 퀀텀에어로 창업자금을 마련하고 방산·우주 관련 기업, 전문가들을 후원해 네트워크도 구축했다. "머스크는 성공했지만, 저는 여전히 꿈을 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완성형이 아닙니다. 지인들이 '메롱'이라는 말을 넣어 별명을 붙인 이유죠. '메롱'이 아닌 완성형이 되도록 노력할 겁니다." 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
2025-05-09 19:28:13[파이낸셜뉴스] 정부가 올해 민·군 기술협력사업에 1134억 원을 투자해 수륙양용 기동정찰로봇, 초소형 자폭드론시스템 등 132개 개발과제를 지원한다. 산업통상자원부와 방위사업청은 30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2025년도 민·군 기술협력사업 시행계획을 확정했다. 올해 투자액은 지난해 보다 약 32%(277억 원) 증가했다. 올해 투자액의 약 63%인 720억 원은 인공지능(AI), 반도체, 로봇 등 차세대 방산 소재·부품·장비 핵심기술 자립화에 투입한다. 올해 민·군 기술협력사업 주요 신규 과제로는 △경호 특수차량용 방호소재 및 구조 경량화 기술 개발 △전자식 연료 분사 방식의 소형 무인기용 왕복 엔진 개발 △AI 기반 화학작용제 변색 식별 키트 개발 △AI 체계 신뢰성 시험 표준화 연구 등이 있다. 민·군 기술협력사업은 1999년부터 시작된 대표적인 범부처 협력사업으로 민·군 겸용기술 개발, 민간기술의 국방분야 활용, 국방기술의 민간분야 활용, 민·군 규격 표준화 및 기술정보 교류 사업 등으로 구성돼 있다. 정부는 민·군 소통 협력 플랫폼인 '첨단 민·군 협의체'를 가동해 군 소요와 연계 가능한 첨단기술을 발굴하고, 군의 소요 결정 전이라도 민간 신기술을 신속히 검증할 수 있는 군 시범 운용을 확대한다. 또 한미 간 방산 협력 강화와 수출 지원을 위해 산·학·연·군이 참여하는 '함정 MRO(유지·보수·정비) 민·군 협의체'를 구성하고, MRO 분야 전문 인력 양성과 시험·인증 체계 구축을 위한 신규 사업을 발굴할 예정이다. 아울러 방위산업을 뒷받침할 핵심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기계·소재, 전기·전자, 우주항공 등 방산 기반산업 분야에 연간 600억 원을 투자해 2000명 이상의 전문인력을 양성하기로 했다. 국내 방산기술 및 부품의 글로벌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MIT, 프라운호퍼 등 세계 최고 연구기관에 설치한 '글로벌 산업기술 협력센터'를 거점으로 민·군 겸용성이 높은 공동개발 사업을 발굴하고, 해외 국방 수요를 기반으로 한 수출형 차세대 무기체계 부품 개발도 추진할 계획이다. 아울러 민·군 기술융합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지원을 위해 민·군 기술협력사업촉진법 및 관련 규정도 개정한다고 산업부와 방사청은 설명했다. 박성택 산업부 1차관은 "첨단화되는 미래 방산시장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AI, 드론 등 민간의 첨단기술과 방위사업 간 융복합을 통한 기술 혁신이 중요하다"라며 "방위산업의 수출 전략산업화를 뒷받침하기 위해 범정부 차원에서 민군 협력을 적극 추진하겠다"라고 말했다. 강환석 방사청 차장은 "방위산업을 국가의 미래성장 동력으로 삼기 위해서는 민군 기술의 상호 발전을 통한 선순환 구조의 협력체계가 중요하다"라며 "방위산업 4대 강국 진입을 목표로 민군기술협력사업 관련 정책들을 적극적으로 관리·육성하겠다"라고 밝혔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
2025-04-30 13:45: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