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광주은행은 창립 55주년을 맞아 광주 동구 대인시장 '해 뜨는 식당'에 백미 55포를 후원했다고 24일 밝혔다. '해 뜨는 식당'은 13년째 단돈 천원의 가격으로 백반을 판매하며 어려운 이웃들에게 따뜻하고 든든한 한 끼를 책임져온 식당으로, 나눔의 광주정신이 살아 숨 쉬는 광주공동체의 상징적인 장소로 알려져 있다. 최근 코로나19 등의 상황으로 경영위기에 직면했으나, 지역사회의 관심과 후원으로 명맥을 이어나가고 있으며 이에 힘을 보태기 위해 광주은행은 광주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백미 55포대를 후원했다. 고병일 광주은행장은 "저렴한 비용으로 어려운 이웃들의 식사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 해 뜨는 식당에 진심으로 감사하다"며 "광주은행 또한 지역사회와 소통하며 꾸준한 나눔 활동을 실천해 지역사회 곳곳에 활력을 불어넣겠다"고 말했다. 한편 광주은행은 지역과의 상생발전을 위해 단순한 금융지원에 그치지 않고, 매년 당기순이익의 10% 이상을 사회공헌활동을 통해 지역사회에 환원함으로써 광주·전남 대표은행으로서의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다. seung@fnnews.com 이승연 기자
2023-11-24 13:16:58<40> 이집트 '아스완' ②알 와디 알 가디드 사막 시로와 탄은 동갑내기 부부다. 시로는 주로 꿈을 꾸는 Dreamer이고 탄은 함께 꿈을 꾸고 꿈을 이루어주는 Executor로 참 좋은 팀이다. 일반적으로 배우자에게 "세계여행 가자!" 이런 소리를 한다면 "미쳤어?" 이런 반응이겠지만 탄은 "오! 그거 좋겠는데?" 맞장구를 친다. 그렇게 그들은 캠핑카를 만들어 '두번째 세계여행'을 부릉 떠났다. 아부심벨에 다녀온 아스완의 마지막 날, 배낭족들을 위한 저렴한 숙소를 찾아갔다. 네비를 따라 심상치 않은 골목골목을 들어갔다가 결국 막다른 길에서 차를 어렵게 돌려야했다. 쓰레기가 가득한 험해 보이는 동네에서 겨우 빠져나와 헤메다가 겨우 예약한 숙소를 찾을 수 있었다. 동네 분위기와는 달리 숙소는 4층 건물에 옥상에 설치한 텐트에서 잘 수도 있었고 1층 야외 공간에는 히피족들이 좋아할듯한 알록달록한 의자와 테이블이 있었고 각층의 도미토리도 깨끗한 편으로 나름 예쁘게 잘 꾸며놓았다. 하지만 같은 방 건너 침대의 손님이 늦게까지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메세지를 주고받고 있어서 무음이나 진동이 아닌 소리로 계속 알림음이 띵동띵동 울려 많이 불편했다. 참다참다 다가가서 무음모드로 해달라고 부탁하니 그제서야 핸드폰을 놓는다. 일찍 잠을 자서 인지 새벽 4시에 눈이 떠졌다. 조용히 짐을 챙겨 숙소를 나와 새벽 5시에 출발한다. 아스완을 떠나 이제부터는 카이로를 향해 북쪽으로 올라간다. 남쪽으로 내려올때는 도로상태며 주행시간에 감이 안와 넉넉잡아 룩소르까지를 2박3일에 걸쳐 내려왔다. 하지만 갈때는 이집트 고속도로가 대략 파악이 되었으니 아스완에서 카이로까지 약 911km(12시간)의 훨씬 긴 거리지만 중간에 소하그에서 하룻밤 머물고 이틀에 나눠 이동할 계획이다. 소하그까지는 약 400km(5시간)걸리는데 이번에는 웨스트뱅크, 나일강 서쪽의 안가본 길로 가기로 했다. 모랫빛 사막에서 뜨는 일출은 특별한 아름다움을 선물한다. 알 와디 알 가디드(Al Wadi Al Gadid)사막을 통과한다. 한참 달리고 있는데 앞쪽에 낮은 사암 언덕들이 보인다. 가까와질수록 구불구불 이어진 언덕들에서 범상치않은 기운이 느껴진다. 도로 상태는 갑자기 안좋아져서 아스팔트에 난 구멍을 요리조리 피해야했지만 길 양옆에 인디아나 존스가 나오는 영화에서나 볼법한 그런 협곡이 펼쳐지자 눈이 휘둥그래졌다. "우와, 여기 뭐야?" 몇 천년 전의 고대문서나 유물들이 숨겨진 동굴들을 품고 있는 협곡 같았다. 기기묘묘한 지형들을 보니 옛 이집트 성전 건축가들이 왜 그런 형태의 신전과 기둥과 스핑크스들을 만들었는지 알것 같았다. 자연이 조각한 사암협곡의 형상에서 바로 고대의 건물들이 튀어나올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런저런 많은 나라를 다니고 멋진 장소들을 많이 다녀봐서 웬만한 장면엔 쉽게 감탄이 나오지 않는 우리지만 이곳은 정말 도로가 좀 안좋다는 것 외엔 모래언덕과 세월과 바람이 만든 걸작을 감상하며 다닐 수 있는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였다. 탄이는 이전까지 최고로 꼽았던 흑해 남부의 해안도로도 잊어버렸다고 농담할 정도로 여기가 일등이라고 했다. 굽이굽이 커브를 돌때마다 새로운 볼거리가 펼쳐진다. 이쪽은 패키지여행으로 오면 절대 올 수 없는 곳으로 우리말고는 거의 화물차들만 지나다닌다. 엄청난 크기의 돌덩어리를 싣고 나르는 트럭들이 옆을 지나간다. 이 근처에서 채석을 해서 이집트 각지로 나르는 것 같았다. 자유여행은 책임질 일이 많아 스트레스도 크지만 이렇게 생각지 못한 선물같은 풍경도 종종 만날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 길이 끝나가는 것이 아쉬워 천천히 속도를 줄이며 마음껏 감상을 한다. 조금만 다듬으면 신전이 될수도, 성벽이 될수도, 파라오 석상이나 스핑크스 석상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은 멋진 협곡, 세월이 만든 걸작이다. 이런 멋진 볼거리는 국립공원으로 지정해서 관리하고 관광지로 개발하지 않고 있는 것이 이상할 정도였다. 강 동쪽에 있는 룩소르가 워낙 유명해서 이쪽으로는 관심갖는 사람이 없나보다. 지금까지 이집트에서 본 많은 신전들도 볼만했지만 신이 만든 자연 그대로의 성전의 느낌이 드는 이곳에 비할 바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히 이 곳을 보러 이집트에 왔다해도 과언이 아닐 지경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30여분을 우와, 우와 감탄을 하며 협곡 드라이브를 했다. 오후 5시쯤 소하그에 도착했다. 인구 14만명의 제법 큰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도로포장상태는 별로 좋지 않다. 관광지가 아닌 곳은 정부의 관심이 부족해서 그런가 싶었다. 길가에 야채와 과일을 쌓아놓고 파는 가게를 발견하고 내렸는데 말이 안통한다. 가지고 있는 이집트 돈을 내밀고 사고싶은 것을 가리켰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너무 작은 단위의 지폐를 내밀었었는데 딸기 400원, 오렌지 400원어치가 비닐봉투 2개 가득 묵직하다. 오렌지를 세어보니 8개나 된다. 한개에 50원? 말도 안된다. 완전 득템한 기분으로 예약해둔 호텔을 찾아갔다. 시장 골목을 지나고 이런 곳에 호텔이 있을리가~ 의심을 하며 찾아간 곳에 거짓말처럼 떡하니 예약한 호텔이 있었다. 다행히 주차도 가능하고 시설도 나쁘지 않아 하룻밤 잘 쉬었다 갈 수 있었다. 혹시나 또 아침에 경찰이 대기하고 있지는 않을까 긴장했지만 이곳은 민야보다 훨씬 큰 도시라서 그런지 그런 일은 없었다. 단지 시장상인들의 커다란 화물차가 우리차 앞을 막고 잔뜩 주차를 해놓아 출발이 조금 늦어졌다. 차를 빼느라 조금 애를 먹었지만 무사히 나올 수 있었다. 아침 일찍 카이로를 향해 출발한다. 사막 고속도로를 달려 카이로에 도착했다. 스모그로 뿌연 공기와 공중에 날아다니는 쓰레기들을 보니 카이로에 다시 왔구나 싶다. 카이로에서의 숙소는 탄의 바람대로 피라미드가 보이는 곳을 예약했다. 다른 숙소보다 가격이 비싸고 방 상태는 별로지만 방에서 창문을 열면 피라미드가 너무도 바로 앞에 보이고 옥상에 올라가면 테이블과 의자들이 있어, 앉아서 피라미드를 손에 닿을듯이 가까이 볼 수 있어서 만족했다. 조식이 포함되어 있었는데 아침에 옥상에 올라가니 중동식 차와 편의점에서 팔것같은 비닐포장의 빵을 주었는데 뭐 안주는 것보다 낫다하며 피라미드 뷰를 감상하며 잘 먹었다. 저녁때 우리에게 큰 도움을 주신 황선생님을 만나러 카이로 시내로 찾아갔다. 이집트에서 가장 불안하고 힘들었던 순간에 걱정할 것 없다는 것을 알려주신 고마우신 분을 실제로 뵈니 너무너무 반갑고 좋았다. 40년간 카이로에서 현지인들을 위한 좋은 사업을 하시는 사라선생님과 다른 여러 한인교민분들을 만나 한국 식당에 가서 식사도 하고 현지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다음날 카이로 국제공항에 가서 렌터카를 반납하고 튀르키예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탔다. 안녕 이집트. 2주간 많은 것을 보여줘서 고마워. 바쁜 일정으로 부지런히 다닌 이집트의 한달같은 12일이었다. 글=시로(siro)/ 사진=김태원(tan) / 정리=문영진 기자 ※ [시로와 탄의 '내차타고 세계여행' 365일]는 유튜브 채널 '까브리랑'에 업로드된 영상을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내 차 타고 세계여행' 더 구체적인 이야기는 영상을 참고해 주세요. <https://youtu.be/pTGs6PPtQb0?si=1InNLeJINEEt9501>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4-11-21 16:17:13<37> 이집트 '룩소르②' - 나일강 야경과 카르나크 신전 시로와 탄은 동갑내기 부부다. 시로는 주로 꿈을 꾸는 Dreamer이고 탄은 함께 꿈을 꾸고 꿈을 이루어주는 Executor로 참 좋은 팀이다. 일반적으로 배우자에게 "세계여행 가자!" 이런 소리를 한다면 "미쳤어?" 이런 반응이겠지만 탄은 "오! 그거 좋겠는데?" 맞장구를 친다. 그렇게 그들은 캠핑카를 만들어 '두번째 세계여행'을 부릉 떠났다. 나에게는 이집트에 가게되면 꼭 하고싶은 로망이 몇가지 있었다. 그중 하나는 나일강이 내려다보이는 멋진 발코니가 있는 호텔에 묵는 것이었다. 몇 년 전부터 에어비앤비를 들여다보며 정말 가보고 싶은 멋진 숙소를 점찍어 놨었는데 정작 숙소예약을 해야할 때 보니 안타깝게도 이미 다른 손님이 있는건지 예약이 안되었다. 그래서 우리는 나일강이 보이는 멋진 호텔을 찾으러 룩소르 근처를 돌아다녔다. 졸리 빌 리조트며 룩소르의 고급 호텔들을 이곳저곳 다녀봤지만 아쉽게도 나의 맘에 딱 맞는 곳을 찾을 수가 없었다. 오늘은 무함맛이 일찍 퇴근을 할 수 있으니 함께 시간을 보내자고 한 날이다. 늦은 오후 무함맛과 만나서 무얼할까 하다가 나일강에서 배를 타고 일몰을 보고 싶다고 하니까 잘 아는 곳으로 데려가주었다. 우리끼리였다면 어디에서 어떤 배를 타야할지, 가격은 어느 정도를 내야 사기를 안 당하는지 모든 것이 어려웠을텐데 친구와 함께 오니 아무 걱정 없이 즐겁기만 하다. 하얀 깔라베야(이집트 남자들이 입는 원피스)를 입은 선장님을 만났다. 뱃삯은 인당 10달러. 안내해준 친구 것도 우리가 함께 계산했다. 작은 부두를 걸어들어가니 하얀 작은 보트가 우리가 탈 배라고 한다. 사실 천으로 된 돗이 멋있게 펼쳐진 낭만적이고 옛스러운 보트를 기대했지만 뭐 이것도 감지덕지다. 배이름이 Aswan Moon(아스완 달)이다. 웬지 정감이 가서 이름이 매우 마음에 들었다. 스무명은 족히 탈수있을 만한 크기의 배였는데 우리가 전세냈다. 손님이 우리밖에 없는거 리얼? 이게 웬 호사인가 싶다. 배가 출발한다. 나일강에서 여유롭게 배를 타는 것이 오랜 소망이었는데 드디어 이루어졌다. 28년전에도 나일강에 온적이 있긴 하지만 단체 패키지 여행이었기에 큰 배로 이동을 한 적은 있지만 뱃놀이할 기회는 없었다. 우리만 탄 배에서 고대 이집트를 상상하며 나일의 풍경에 흠뻑 빠지고 싶었다. 몇 천년전 이 강에는 파피루스로 만든 배들이 물건을 싣고 오가고 있었겠지. 그리스, 시리아 등 주변 나라에서 배에 공물을 싣고 이곳에 도착하면 강에서 보이는 거대하고 아름다운 신전들의 위용에 역시 이집트는 대단한 대국이구나 하며 감탄했겠지. 나일에 석양이 진다... 석양은 하늘과 강을 온통 물들여놓아 보는 이에게 깊은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정신없이 강과 노을을 보고 있는데 무함맛이 배 지붕으로 올라가보라고 권한다. "어? 그래도 되나?" 사다리가 있어 올라가도 되는 것 같아 조심조심 올라갔다. 와, 사방에 아무것도 거칠게 없이 그야말로 강과 하늘이 다 보인다. 우리는 감탄사가 절로 나올 정도로 너무너무 기분이 좋았다. 눈이 촉촉해질 정도로 감동적인 풍경을 이렇게 특별하게 감상할 수 있다니. 이 순간은 죽을때까지 잊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지금은 커다란 유람선들이 강가를 차지하고 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강가에 유람선과 건물들에 하나 둘씩 불이 켜지는 모습 또한 아름다웠다. 이 땅, 이 강 자체가 그냥 역사이고 문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일강에서 석양과 일몰, 그리고 야경까지 모든 것을 가득히 기억 속에 담았다. 뱃놀이 후 날이 꽤 어두워져서 무함맛의 추천 맛집으로 저녁을 먹으러 가기로 했다. 시내에는 차를 세우기가 힘들다며 걸어가자고 해서 함께 걸었는데 거리는 꽤 되었지만 룩소르를 걸어다녀보니 차타고 다닐때에는 미쳐 볼 수 없던 거리의 풍경을 하나하나 볼 수 있었다. 관광지답게 마차꾼도 다니고 걷다보면 도로 옆에 신전이 그냥 다 보인다. 한참 걷던 우리를 잠시 멈추게 하고 무함맛은 다리아래를 가리켰다. 타일로 된 길 양옆에 수많은 스핑크스들이 도열해있는 스핑크스 길이었다. 룩소르 신전에서부터 약 3km 떨어진 카르낙 신전까지 이어져있다고 한다. 역시 룩소르는 입장료를 내고 신전에 들어가지 않아도 거리에도 이렇게 볼 것이 많다. 스핑크스마다 조명이 밝혀져있는 광경이 너무 멋있어서 한번 걸어보고 싶다고 하려다 거의 1시간 거리라는 소리에 말이 쏙 들어갔다. 한참을 걸어서 우리는 건물이 통채로 한 식당인 곳에 들어갔다. 딱 봐도 현지인, 외국인들이 자리에 가득가득 찬 것이 맛집포스가 느껴진다. 3층으로 올라가 겨우 자리를 잡고 마흐맛이 시켜주는 대로 음식을 받았다. 병아리콩과 마카로니, 면, 그리고 잡곡인듯한 곡물들을 한그릇 가득 받았고 그 위에 따뜻한 토마토소스인 듯한 것을 부어 섞어 먹는 음식으로 이름은 "쿠사리"라고 한다. 탄이 우리 말에 '핀잔을 듣다'의 의미인 '쿠사리 먹었다'라는 말이 있는 것을 떠올리며 이 음식 이름은 절대 안잊어버리겠다고 너스레를 떤다. 무함맛이 매운 소스도 추가해줄까 묻자 한국인의 맵부심을 부리며 한숟갈 가득 넣었다. 역시 그다지 맵지 않았다. 냄새도 좋고 입맛에 잘 맞아 좋았다. 식사 후 우리가 돈을 내려하자 외국인에게는 비싸게 받는다며 무함맛이 계산을 했다. 얼핏 들었는데 한그릇에 1000원도 안하는 황당하게 저렴한 가격이었던것 같다. 날씨도 기온도 타이밍도 시간도 모든 것이 완벽한 나일강 뱃놀이와 처음 먹어본 쿠사리를 알게해준 무함맛에게 감사하며 숙소로 돌아왔다. 다음날 룩소르를 30년만에 다시 찾은 가장 큰 이유인 카르나크 신전을 방문했다. 오랜 시간이 지났어도 이곳의 거대한 기둥들과 아름다운 고대의 상형문자 부조들의 강렬한 느낌을 잊지못해 꼭 다시 오고 싶었고 탄에게도 몇천년전의 인류의 작품을 마주하는 감동을 오롯이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카르나크는 옛 테베의 북쪽 절반을 지칭하는 지명으로, 그곳에 아몬 대신전을 중심으로 몬트, 무트 신전 등 세 신전으로 구성된 신전군을 통틀어 카르나크 신전이라 한다. 다만 몬트 신전은 거의 남아있지 않고, 무트 신전 역시 일부만 잔존한다. 1월은 이집트 관광 성수기여서 사람들이 붐비기전 문이 열리자마자 들어가려고 인터넷으로 오픈시간을 확인해보니 웬걸, 새벽 6시에 연다고 한다. 낮이 뜨거운 이집트라 새벽과 저녁에 관광객을 많이 받기 위함이 아닐까 싶었다. 오픈시간 즈음해서 카르나크신전에 도착했다. 엄청 넓은 주차장에 차가 두어대밖에 없다. 기념품가게들도 아직 문을 열기 전 조용한 분위기에 새벽공기가 매우 상쾌하게 느껴졌다. 카르나크 신전 방향이 밝아지는 것이 해가 뜨기 시작하는 것 같다. 서둘러 표를 사서 들어갔다. 건물 안에 망자의 배와 카르나크신전의 축소모형이 전시되어 있었다. 신전 모형을 구경하던 중 탄이의 한국말이 들려온다. 사람좋은 탄이는 또 현지인에게 붙잡혀 유료가이드를 쓰라는 권유에 한국말 회피스킬을 시전하고있다. "하하, 그냥 우리끼리 보고싶어요~" 입장권의 QR코드를 찍고 검사대를 들어가는 것은 이제 익숙해졌다. 지하철 봉같은 것을 밀고 들어가 광장으로 나오니 저멀리 카르나크신전 너머로 해가 뜨는 장관이 펼쳐지고 있었다. 넓은 광장을 지나 신전이 가까와지자 또 한번 검사대를 거친다. 중요유산이라 그런지 다른 곳 보다 검색이 매우 삼엄하다. 신전앞의 길에 늘어선 염소머리의 스핑크스들을 보니 어젯밤에 본 룩소신전과 카르나크신전을 잇는 스핑크스 길이 생각났다. '여기서부터 걸어가면 룩소신전이 나온다는 거지' 야외에 설치된 안내지도는 낡아서 거의 알아볼 수가 없었다. 입장료 받아 이런거나 깨끗하게 고쳐놓지. 아쉽지만 뭐 직접 다녀보면 되지 하며 들어간다. 첫번째 안뜰의 옆쪽 건물로 들어가니 벽마다 부조가 보였다. 앞서 방문한 신전들에서도 많이 본 부조이지만 왠지모르게 카르나크의 것은 마음을 울리는 감동이 있다. 몇천년전의 사람이 손수 조각하고 정성스레 채색한 그 손길이 느껴지고 당시 이집트 사람들이 관심있고 아름답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지금 내가 보고있다는 사실이 강하게 다가온다. 신전을 관통하는 중앙 통로를 통해 해가 찬란하게 뜨고 있는 모습이 정말 장엄하고도 환상적이었다. 수천년전에도 해는 이렇게 떴을테니 당시 사람들도 나와 같은 것을 보고 같은 것을 느끼지 않았을까. 아니, 당시엔 화려한 채색으로 완성된 모습이었을테니 더 웅장하고 멋있었을것이다. 찬란한 고대 이집트의 기술이라면 분명 이런것을 다 고려해서 위치를 잡고 신전을 건설했을것 같다. 두번째 큰 탑문에 다가가니 양옆에 커다란 석상이 서있다. 람세스2세와 네페르타리의 석상이라고 한다. 문을 지나 드디어 카르나크 최고의 장관, 대열주전에 들어섰다. 134개의 거대한 기둥들이 주는 위압감이 대단하다. 기둥하나가 사람 여러명이 팔을 벌리고 둘러싸야할 정도로 크다. 기둥사이를 거닐며 내 오랜 지독한 그리움을 달래고 드디어 다시 이곳에 왔음을 충분히 만끽하는 시간을 가졌다. 기둥 하나하나에 새겨진 그림과 문자들을 통해 몇천년의 시간을 거슬러 과거에 머무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수많은 기둥들의 상형문자와 그림을 천천히 관찰하다보니 조각되어있는 방식에 차이가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섬세하고 세련되게 양각부조로 조각되어 있는 것도 있고 투박하고 깊게 심조로 판것도 있다. 나중에 찾아보니 여러 파라오를 거쳐 긴세월동안 지어진 것이라 시대별로 방식과 솜씨가 달라졌다고 한다. 긴 세월을 지나는 동안 많이 소실되고 무너졌던 기둥들이 잘 복원된 것이 감사했다. 하지만 고대의 기둥들은 아마도 완벽한 곡률을 가지고 자로 잰듯 똑같은 모양으로 서있었을텐데 소실된 부분을 새로 만들어 채워놓은 곳은 좀 울퉁불퉁 일정하지 못한 것이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기둥의 방을 지나니 중간크기의 오벨리스크 두개가 보인다.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가보니 저멀리 또 커다란 탑문이 보인다. 또다른 새로운 신전으로 가는 길이다. 거의 무너져내린 탑문이 있는 신전은 아직 복원중인지 들어가볼 수가 없었다. 다시 되돌아가려고 뒤를 돌아보니 우리가 나온 탑문앞에 거대한 석상이 놓여있는 것이 보였다. 원래는 4개의 석상이 일정한 간격으로 탑문앞에 자리하고 있었을것같았는데 현재는 2개만 있었다. 그래도 그 크기와 형상이 무척 멋있고 당대의 위용을 짐작할 수 있게 했다. 신전 안쪽에는 커다란 호수같은 것이 있었는데 물고기도 살고 있었다. 우리나라 궁처럼 연못을 만들어 놓았나보다. 가장 안쪽에는 미로같은 작은 방같은 것들이 많이 있었는데 하나하나 빠짐없이 다 보려고 열심히 돌아다녔다. 그렇게 이곳저곳을 보고있는데 유니폼을 입은 한 경비원이 오라고 손짓을 한다. 나무로된 문이 있는 곳을 열어주더니 들어가보라는 것이다. 일반 관광객은 못 들어가게 막아놓은 곳 인 듯 싶었지만 호기심에 따라 들어갔다. 콘도르의 방으로 안내해준다고 한다. 요리조리 복원이 덜 된 유적 사이를 지나 깊숙히 들어갔다. 천장에 햇빛구멍이 하나 있는 방으로 안내되어 들어갔는데 방안에 형체를 거의 알아볼 수 없이 훼손된 돌덩이가 하나 놓여져있었다. 아마도 이것이 콘도르 석상인가 싶었는데 여기가 코브라이고 이것은 뭐고 설명을 해주는데 듣고 봐도 잘 모르겠다. 한쪽 벽에는 사람들 손때가 타서 까맣게 된 곳이 있는데 탄이에게도 손을 대보라고 한다. 풍뎅이 문양이다. 아마도 이걸 만지면 뭐 재물이 들어온다는 등 그런 의미 같다. 아무튼 남들은 못보는 것을 보았다는 묘한 만족감에 좋았다. 아직 안끝났다. 또 따라오라며 앞장서는 경비원. 아마도 딱히 할게 없는 경비원들이 이런식으로 부수입을 올리려는 것 아닌가 싶었다. 맨 마지막에는 좀 위험한 돌 위를 올라가 아래는 동물을 키우는 곳이고 위는 사람이 사는 방이라는 곳으로 갔는데 채색이 많이 남아있는 아름다운 방이어서 다른 사람들은 아직 많이 못본 벽화를 좋은 기회에 많이 봐두어야겠다 싶은 생각에 열심히 감상했다. 신전의 일하는 사람들이 지냈던 방이라고 하는 듯하다. 안내가 끝나니 역시 자기에게 프레젠트를 하라고 한다. 성의표시는 해야겠지 싶어 천원이 안되는 작은 돈을 팁으로 드렸다. 30년전과는 달리 복원도 많이 되어있고 장애인을 위한 통로 등 여러가지 신경을 쓴 것들이 보였다. 안쪽 구석구석까지 갈 수 있는 곳은 다 들어가고나서야 카르나크 신전관광을 마쳤다. 내가 사랑하는 기둥들을 뒤로하고 언제 다시올지 기약이 없는 발걸음을 돌렸다. 맥도날드에서 간단하게 식사를 마치고 길을 걷는데 서점이 보였다. 혹시 이집트에 관련된 서적이 있을까싶어 들렸는데 상형문자 해석집이며 고대유물의 화보집 등 탐나는 책들이 한가득이다. 특히 책 전체를 오려서 접고 붙이면 신전이 되는 종이공작책이 있어서 한국에 가져가면 만들어보려고 샀다. 서점을 나와 또 걷는데 작은 은세공 전문점이 보였다. 전에 왔을때 이집트 상형문자로 엄마이름을 새겨넣은 금목걸이를 선물해드렸었는데 무척 좋아하시며 아직도 가지고 계신다. 내 이름으로 된 것도 하나 갖고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곳에서 만들어줄 수 있다고 한다. 세공사아저씨가 우리 둘의 이니셜을 즉석에서 상형문자로 번역해 써주신 것을 보니 마냥 신기하고 좋았다. 아버지부터 2대째 이 일을 하고있는 장인이라고 한다. 내 이름을 상형문자로 조각한 은목걸이를 주문해서 받았다. 가격도 생각보다 크게 비싸지않고 세상에 하나뿐인 기념품이라 무척 만족스러웠다. 글=시로(siro)/ 사진=김태원(tan) / 정리=문영진 기자 ※ [시로와 탄의 '내차타고 세계여행' 365일]는 유튜브 채널 '까브리랑'에 업로드된 영상을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내 차 타고 세계여행' 더 구체적인 이야기는 영상을 참고해 주세요. <https://youtu.be/uDrSSwCBnpg?si=FAJJfJx3G1ASoTZX>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4-10-31 17:51:56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에서 여름바다로 떠나는 여행은 예나 지금이나 남녀노소 모두에게 인기가 높다. 계절이 네 번 바뀌는 동안 다채로운 매력을 보여주는 바다이지만 가벼운 옷차림으로 물놀이를 하는 여름과는 단짝처럼 잘 어울린다.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아 한국관광공사는 7월에 가볼 만한 곳으로 바다 여행지를 소개했다. 갯벌을 품은 서해부터 해양스포츠의 천국이라 불리는 동해까지, 취향 따라 찾은 제철 바다에서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보자. ■솔숲, 모래섬, 느릿한 휴식, 인천 대이작도 168개의 섬을 품고 있는 인천에서 대이작도는 연안부두에서 약 44㎞ 떨어진 옹진군에 위치해 있다. 깨끗하게 단장한 3개의 마을과 때 묻지 않은 자연이 소박하게 어우러진 섬이다. 서쪽 끝에서 동쪽 끝까지 4㎞에 불과하지만 2개의 산과 4개의 해수욕장이 있어 다채로운 여행이 가능하다. 해발 159m인 부아산 정상을 오르는 트레킹 코스는 완만한 오솔길이라 가볍게 걷기 좋다. 해변 산책로를 지나면 촛대처럼 뾰족한 모양의 오형제바위, 울창한 숲속의 빨간색 구름다리, 영험한 기운이 서려 있는 삼신할미약수터 등을 차례로 거친다. 대이작도에서 가장 아담한 작은풀안해수욕장에는 솔숲과 고운 모래로 조성된 캠핑장이 있다. 해변 끝, 데크를 따라 걷다 보면, 25억1000만년 전 흔적인 한반도 최고령 암석을 만난다. 또 하루 두 번 썰물 때 드러나는 모래섬 풀등은 파도와 바람에 따라 매일 다른 모양과 넓이, 무늬를 만들어내며 신비로움을 자아낸다. ■동해의이색적인 푸른바다, 어달·대진해변 강원 동해 어달해별은 남쪽 묵호항과 북쪽 대진항 사이에 자리하고 있다. 여름 휴가철에도 피서객들로 크게 붐비지 않아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기 좋다. 여름이면 모래사장 약 300m 구간에 테이블 120여개가 설치된다. 방문객들이 자유롭게 음식을 가져와 먹거나, 인근 지역 식당에서 배달주문한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어달해변과 가까운 어달항에서는 파스텔 색으로 칠한 테트라포드(원추형 콘크리트 블록) 덕분에 이색적인 풍경이 연출된다. 바다의 파고가 적당해 서퍼들이 많이 찾는 대진해변은 어달해변에서 도보로 30분 거리에 있다. 논골담길 마을 정상에 자리한 묵호등대, 2021년 개방한 도째비골스카이밸리 등 볼거리가 많다. 스카이워크와 스카이사이클, 자이언트슬라이드 등을 체험 한 뒤 도째비골해랑전망대로 가면 바다 위 하늘을 걷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가로림만, 바지락, 서산 중리어촌체험마을 충남 서산과 태안 사이에 있는 가로림만은 드넓은 자연 생태가 잘 보존된 갯벌을 품고 있다. 지역 주민들이 참여해 운영하는 중리어촌체험마을에 가면 갯벌 체험에 필요한 시설들이 마련돼 있다. 대표 체험 상품인 '바지락 캐기'는 3월부터 11월까지 운영하며 마을 안내소에서 체험 도구를 대여해준다. 가로림만의 풍경을 마음껏 즐기고 싶다면 하룻밤 묵어가길 추천한다. 인근 명소로는 바다 갈라짐 풍경이 극적으로 펼쳐지는 웅도를 비롯해 의상대사가 창건한 부석사, 충남 4대 사찰로 꼽히는 개심사, 일제강점기에 지어져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랑하는 전통한옥 서산유기방가옥 등이 있다. 가로림만 입구에서 갯벌을 지키고 있는 듯한 코끼리 바위를 보고 싶다면 황금산 등산 코스를 밟아보자. ■해변서 즐기는 산책, 울산 진하해수욕장 진하해수욕장은 부산 기장군과 맞닿은 울산 남단부 울주군 서생면에 자리하고 있다. 한반도에서 해가 가장 일찍 뜨는 일출 명소 간절곶과 가깝다. 물이 맑고 백사장이 널찍해 여름마다 피서객들로 붐빈다. 파라솔과 구명조끼, 튜브, 샤워장, 주차장 등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어 편리하다. 파도와 바람이 좋아 서핑, 윈드서핑, 카이트서핑 같은 해양레포츠 이용객도 몰린다. 해수욕장 운영 기간에는 수상 레저 이용 구간과 유영 구간을 분리 운영한다. 또 긴 해변을 따라 해안 산책로가 잘 정비돼 있다. 해변 남쪽으로 대바위공원, 북쪽으로는 명선교가 볼거리를 더한다. 해변 앞바다에 자리한 명선도(무인도)에는 썰물 때 도보 진입이 가능하다. 이외에도 울산에서는 대한민국 제2호 국가정원으로 지정된 태화강국가정원을 비롯해 장생포고래문화마을, 대왕암공원, 영남알프스 등 한국관광 100선 명소들을 만날 수 있다. ■금모래서 캐는 추억, 고창 구시포해수욕장 전북 고창 구시포해수욕장은 고운 금모래가 드넓게 깔려있어 해수욕에 적합한 천혜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해수욕장 1㎞ 앞에는 둥근 쟁반 같은 자태의 가막도가 그림 같은 풍경을 펼쳐 보인다. 해변의 끝자락에는 기암괴석들이 솟아있어 풍광이 매우 아름답고, 해변을 따라 늘어선 키 큰 소나무들이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준다. 구시포 인근 람사르고창갯벌센터는 고창갯벌 탐방의 중심지다. 1층은 전시관, 2층은 체험장으로 운영된다. 만돌갯벌체험학습장에서는 거대한 트랙터 바퀴를 장착한 트럭에 탑승해 갯벌 체험에 참여한다. 1박 이상 여행이라면 오토캠핑에 도전해보자. 동호국민여가캠핑장에서는 해송 군락에 둘러싸여 서해의 붉은 낙조를 여유롭게 감상할 수 있다. en1302@fnnews.com 장인서 기자
2024-07-04 18:24:21한국시나리오작가협회 산하 영상작가전문교육원(이하 '교육원')이 제63기 교육생을 모집한다. 올해로 33주년을 맞이하는 영상작가전문교육원은 지난 32년간 4천여 명의 수료생을 배출했으며, 수료생 다수가 현재 산업계에서 활발히 활동 중이다. 교육원 측은 "이번 영상작가전문교육원 63기는 기존 20강의 교육과정을 10강으로 조정해 전보다 저렴해진 강의료로 구성될 예정이며, 각 테마별 더욱 심화된 커리큘럼을 선택하여 들을 수 있는 '멀티픽 시스템'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지난 해 12월 19일부터 모집을 시작했으며, 오는 1월 31일까지 원서 접수가 가능하다. 교육원에서 배출한 대표적인 시나리오 작가들로 천만 관객을 동원한 '명량', '싱크홀'의 전철홍 작가, '광해, 왕이 된 남자', '신과 함께'의 황조윤 작가를 비롯, '82년생 김지영'의 각본과 '너의 결혼식' 각색을 맡은 유영아 작가와 '국가 부도의 날'의 엄성민 작가, 최신 흥행작으로는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각본을 맡은 이신지 작가 등이 영화계에서 활약 중이며, 영화뿐만 아닌 드라마 분야에서도 '철인왕후'의 박계옥 작가, '달이 뜨는 강'의 한지훈 작가, '마녀식당으로 오세요'의 이영숙 작가, '징크스의 연인'의 장윤미 작가, '나쁜엄마'의 배세영 작가 등을 포함, 그 외 수많은 교육원 출신 작가들이 현직으로서 활약 중에 있다. 이번 63기 교육 과정에서 주목할 점은 더욱 세분화된 강의 구성이라 할 수 있다. 기존 통합강의로 운영되던 기초반은 기획, 캐릭터반과 장르, 플롯반으로 테마를 나누어 기획 캐릭터반은 '화사한 그녀'의 김우현 작가, 장르 플롯반은 '라듸오 데이즈', '극적인 하룻밤'의 하기호 감독이 강의를 맡아서 초심자들이 더욱 탄탄한 기본기를 갈고 닦을 수 있도록 강의시스템을 구축하였고, 이번부터 신설되는 장르 연구반은 선호 장르만을 전문적으로 학습, 연구할 수 있도록 라인업을 구성하였다. 교육원 측은 "로맨스, 코미디 부문의 왕혜지 작가('연애 빠진 로맨스' 각본), 액션&스릴러 부문의 이상기 감독('무방비도시' 각본/감독), SF&호러 부문의 김민숙 작가('헨젤과 그레텔' 각본·원작), 사극&시대극 부문의 이윤성 작가('간신' 각본) 등으로 세분화하여 장르별 시나리오 교육의 최대치를 보여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업계의 현황과 트렌드를 적극 반영한 네 개의 특별반이 편성돼, 예비 작가들의 진로에 등불 역할을 할 전망이다. 최신 개봉영화 '헌트'의 각본가 조승희 작가가 직접 알려주는 최근 영화제작 전반의 트렌드를 접목한 조승희 특별반, 잘 쓰는 법 만큼이나 중요한 매력적인 소재 발굴 및 발전시키기를 중점으로 마련된 영화 '미씽:사라진 여자들' 홍은미 작가의 아이템 개발반, 이젠 미디어 최상단으로 급성장한 OTT 시리즈물에 대한 강의로는 '킬잇' 최이진 작가의 시리즈&드라마반, 현재 드라마 영화를 장악하고 있는 웹소설 웹툰 원작 기반의 작품들, 그 원작의 주인공이 되는 방법을 알려주는 케나즈 기획팀(이하송 감독, 남윤재 PD)의 웹툰 시나리오 반이 기획과 제작 파트로 분반되어 진행될 예정이다. 교육원 측은 "이 같은 파격적인 커리큘럼에 그치지 않고, 정규 과정 수강생만 뿐만 아닌 전체 대상으로 한 전문가 특강을 월 2회 단위로 진행한다. 영화계 전반적인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현장 전문가 특강부터 의학, 경찰, 경제 등 전문 직업군의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전문 강사진까지 월 2회마다 제공되는 화려한 특강 라인업으로 63기 정규과정 수강생은 특별 할인가로 신청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번 63기는 2024년 1월 31일까지 원서 접수를 진행하며, 다가오는 2월 19일에 개강한다. 모집요강과 커리큘럼 및 원서 접수는 영상작가전문교육원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 가능하다. slee_star@fnnews.com 이설 기자 사진=한국시나리오작가협회
2024-01-04 08:59:43【속초=김기섭 기자】 "바다요. 바다가 보고 싶어요. 쪽빛 속초 바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영화감독이 죽기 전 마지막으로 가장 하고 싶은 게 뭐냐는 질문에 서슴없이 내뱉은 말이다. 동해와 서해, 남해를 따라 자생한 수많은 도시들 가운데 속초가 동경(憧憬)의 도시로 가장 먼저 꼽은 이유는 무엇일까? 속초는 강원특별자치도 18개 시군 중에서도 결이 다른 도시 중에 한 곳이다. 대부분의 도시들은 수백년간 쌓인 흔적들을 쉽게 볼 수 있지만 속초는 도시가 새로 형성되면서 사뭇 다른 분위기가 연출된다. 장엄한 설악산을 한 눈에 담을 수 있으면서도 뒤돌아서면 금세 동해 쪽빛 바다에 발을 담글 수 있는 도시다. 그래서인지 속초는 서울 중심의 산업화 시대 국내에서 몇 안되는 이국적이면서 동경하는 여행지로 각인된 듯 싶다. 관광 도시답게 속초에는 관광객들을 맞이하는 유명한 전통시장이 있다. 속초관광수산시장이다. 시장 이름에 '관광'이란 말이 들어갈 정도로 관광 콘텐츠에 특화돼 있다. 바닷가 도시 답게 수산물이 주를 이루지면 요즘은 핫한 먹거리 아이템도 없는게 없을 정도로 많다. 그러니 어르신들부터 MZ세대까지 모두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시장으로, 그야말로 매일 '북새통'을 이루는 곳이다. 속초관광수산시장은 처음부터 전국구 시장으로 이름을 알리지는 못했다. 2000년대 까지만 해도 고사 위기까지 처했던 속초관광수산시장이 지금처럼 번성할 수 있었던 이유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교체했기 때문. 수백억원을 들여 시설 개보수에 나섰고 현대식 주차장을 갖췄으며 다양한 먹거리와 젊은 세대 상인들이 뛰어들면서 연간 50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는 전통시장으로 발전했다. 속초중앙시장에서 속초관광수산시장으로 환골탈태속초관광수산시장은 다른 도시의 전통시장과는 달리 6·25 전쟁이 끝난 후 형성된 시장으로 역사가 깊지는 않다. 그리고 속초시 형성과도 궤를 같이한다. 6·25 전쟁이 끝난 후 한반도 허리가 잘렸고 강원도 고성군 현내면 명호리에 휴전선이 그어지면서 북쪽에서 전쟁을 피해 내려왔던 피란민들이 더 이상 올라가지 못하고 속초에 보따리를 풀었다. 이후 실향민들이 대거 정착하면서 인구가 갑자기 늘었고 1963년 양양군 속초읍이 속초시로 독립했다. 전쟁이 끝난 직후인 1955년 속초의 인구는 2만8000명에 머물렀으나 실향민들이 계속 몰리면서 1963년 속초시 승격 당시 인구가 5만여명으로 크게 늘었다. 하지만 속초시 면적은 105㎢로 작은데다 왼쪽으로는 설악산을 끼고 산악지형이 많아 바닷가를 중심으로 인구가 밀집될 수 밖에 없었고 시장도 자연스럽게 생겼다. 당시 속초시의 주 산업은 수산업이었는데 명태와 오징어 어획고가 전국에서 1~2위를 다툴 정도로 융성했고 풍어기 생선시장인 파시의 영동지역 중심지였다. 그리고 어판장이 있던 중앙동에 큰 상권이 만들어지면서 속초관광수산시장의 전신인 속초중앙시장이 형성됐고 전국적인 수산물과 건어물 시장으로 자리를 잡았다. 속초중앙시장이 속초관광수산시장으로 거듭나는데는 세번의 도약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우선 처음으로 전국적으로 이름을 알린 건 1976년쯤이다. 이전에도 명태와 오징어 등이 많이 잡히면서 호황을 누렸지만 이 때 설악산 관광이 활기를 띠면서 10여곳에 머물던 점포가 60여개로 늘어났다. 이후 '속초'하면 '오징어'가 떠오를 정도로 오징어를 대표하는 전통시장으로 성장했다. 두번째 도약은 1988년 오래된 재래시장이었던 중앙시장을 현재의 상가건물로 신축하면서다. 상가 신축 건물 1층과 2층에는 모두 505개의 점포가 들어섰으며 이후 주변을 포함해 점포 수만 1500개에 달하는 대형 전통시장으로 명성을 쌓았다. 하지만 이후 다른 재래시장처럼 점차 쇠퇴해가던 속초중앙시장은 2006년 이름을 속초관광수산시장으로 바꾸고 시장 활성화, 현대화 사업을 진행하면서 전국에서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유명한 전통시장으로 성장했다. 2010년까지 진행된 현대화 사업의 가장 큰 핵심은 밀려드는 관광객을 수용할 수 있는 9420㎡ 규모의 대형 주차장을 조성하는 것이었다. 덕분에 지금도 주말이면 관광객이 몰려들지만 주차 걱정을 크게 하지 않아도 된다. 속초시는 관광객들이 만족할 수 있도록 관광수산시장만의 색을 입히고 콘텐츠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전국에서는 처음으로 시청 조직에 과 단위 전담조직을 신설, 공무원 5명을 전통시장에 배치했고 상인들을 대상으로 의식 전환과 경영 마인드 교육을 실시했다. 상인들도 자발적으로 활성화 사업에 참여했으며 아바이순대, 닭강정, 씨앗호떡 등 관광객들을 위한 다양하고 새로운 음식을 개발해 내놓자 관광객들이 폭발적으로 늘기 시작했다. 2009년 서울양양고속도로 개통도 속초관광수산시장의 르네상스 시대를 여는데 한 몫했으며 2011년에는 '여행하기 좋은 전통시장 10선'에 선정되기도 했다. 먹는 재미가 쏠쏠한 속초관광수산시장속초관광수산시장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먹거리다. 여느 전통시장도 없는게 없을 정도로 다양한 상품을 팔지만 속초관광수산시장은 먹거리로 시작해서 먹거리로 끝난다고 할 정도로 특화돼 있다. 이곳을 여행하려면 우선 골목별 업소 정보를 꿰고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골목이 하도 많아 길을 잃기 십상인데다 정작 맛있는 먹거리를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골목은 크게 시장상가 지하 1층과 지상 1층, 지상 2층, 수산물 젓갈골목, 닭전골목, 청과골목, 고추골목, 순대골목, 빛의 거리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시장 상가 1층은 수산물 시장과 횟집으로 특화돼 있고 시장 상가 지상 2층은 의류와 일부 식당들이 들어서 있다. 시장 상가 1층은 정육부터 기름, 포목, 건어물, 의류, 분식 등 40여개 점포가 다닥다닥 붙어있다. 닭전골목에는 닭집들이 20여곳 들어서 있는데 이곳에서 그 유명한 만석닭강정, 중앙닭강정, 인삼닭강정, 북청닭강정 등이 탄생했다. 속초관광수산시장 주차장에 내려 시장으로 들어가다 보면 손에 닭강정 한 박스씩 들고 나오지 않는 관광객들 볼 수 없을 정도고 닭강정 집은 항상 줄을 길게 서는 것이 일상화가 되다시피 했다. 속초 닭강정이 유명해 진 이유는 닭강정은 식어도 파삭파삭해 오래 보관이 가능하고 닭비린내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속초 여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도 파삭파삭한 맛을 유지하는 것이 요리 비결인 듯 싶다. 순대 골목도 여행 순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유명한 골목이다. 여는 전통시장도 순대 골목이 있지만 이곳의 순대골목은 속초 특산물인 오징어 순대와 아바이순대 때문에 더 유명하다. 오징어 순대는 예전부터 오징어잡이 배에서 바로잡은 싱싱한 오징어에 여러가지 밥과 반찬을 넣어 먹던 것에서 유래한 전통식품이다. 요즘은 찹쌀과 신선한 야채로 속을 채운다. 아바이 순대는 함경도 지방의 향토 음식으로 돼지 대창 속에 돼지 선지와 찹쌀, 배추 우거지, 숙주, 배춧잎 등을 버무려 속을 채운 후에 찜통에 쪄서 만든 순대를 말한다. 6·25 전쟁 후 속초에 정착한 실향민들이 그 전통을 이어오면서 속초 대표 특산물로 자리를 잡았다. 중앙상가 지하 수산물회센터도 둘러보면 감탄이 나올 정도로 크고 다양한 생선을 팔고 있다. 이곳에서 일반회와 물회, 매운탕을 맛볼 수 있는데 요즘은 겨울 대방어가 입맛을 사로잡는다. 또한 곰치국으로 알려진 물곰탕이 별미다. 술마신 다음날 물곰탕 한 그릇이면 거뜬하게 해장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그리고 다양한 종류의 젓갈도 판매가 되는데 밥 한그릇을 뚝딱 해치울 수 있는 가자미식해, 명태회무침이 단연 인기다. 군것질거리로는 새우튀김, 수수부꾸미, 메밀전, 메밀총떡, 장떡, 감자옹심이, 호떡, 튀김, 전, 떡 등이 있다. 요즘 핫한 메뉴는 강원도 막걸리빵이다. 이 빵을 사기 위해 주중인데도 10m 이상 줄을 서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요즘 뜨는 신상 먹거리 중 하나는 사형제 문어강정이다. 친 형제가 아니라 노총각으로 맺어진 4명의 형제가 운영하는데 방송을 탈 정도로 유명인이 됐다. 사형제 중 맏형이자 30년동안 속초관광수산시장에서 의류·건어물 점포를 운영했던 함달호씨는 "속초관광수산시장은 10여년 전 현대화, 활성화 사업을 하면서 달라지기 시작했다"며 "지하 회센터 시설이 개선되고 닭강정 같은 시장을 대표하는 핵점포들이 늘어나면서 전국에서 관광객들이 몰려들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닭강정에서 힌트를 얻어 개발한 문어강정은 고성군 대진과 거진에서 잡힌 살아있는 국산 대문어를 재료로 쓰는 훌륭한 먹거리"라며 "아직 동생들과 문어강정 가게를 오픈한지 5개월 정도 뿐이 안 됐지만 속초관광수산시장을 대표하는 먹거리로 성장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겨울철 제철 별미 양미리·도루묵·홍게속초는 오징어로 유명해졌지만 여름 한철 장사인데다 오징어 어획량이 줄어 쉽게 맛볼 수 없다. 하지만 겨울에는 양미리와 도루묵, 홍게가 속초를 대표한 수산물로 자리잡고 있다. 양미리는 까나리와 모습이 비슷하지만 다른 생선이다. 11월부터 잡히기 시작하는 양미리는 어획량이 많아 가격이 저렴한 것이 특징이다. 겨울이라 연탄불이 구은 양미리는 고소해 술안주로 제격이고 말린 양미리는 밥 반찬으로 더 없이 좋다. 도루묵은 조선시대 선조 임금이 피난길에 맛있게 먹었던 생산을 '은어'라고 명명했다가 그 이후 먹어보니 그 맛이 예전과 같지 않다 해 도로 '묵'이라 명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져오는 생선이다. 비린내가 없고 찌개로 끓이면 담백하고 시원해 술이 절로 생각날 정도다. 속초에서는 지난 3일까지 속초관광수산시장에서 직선거리로 500m 떨어진 동명항 양미리 어판장에서 제14회 양미리·도루묵 축제가 열렸는데 주말이면 인산인해를 이룰 정도로 많은 관광객이 찾았다. 양미리와 도루묵은 겨우내 잡혀 쉽게 맛볼 수 있지만 도루묵 알은 1월로 접어들면 조금 질겨지기 시작하니 수놈을 먹는 것이 더 맛있다. 홍게는 동해안에서만 분포하는데 겨울이 제철이다. 동명항에서는 독도 인근에서 잡은 홍게가 수십 박스씩 배에서 내려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대게에 비해 값이 싸 지갑 걱정하지 않고 먹을 수 있는 별미다. kees26@fnnews.com kees26@fnnews.com 김기섭 기자
2023-12-01 15:09:48[파이낸셜뉴스] "수화물 무게 잴 수 있게 라인에 올려주세요." 저비용항공사(LCC)를 이용할 때 마다 항상 긴장되는 순간이었다. 여행을 마치고 한국으로 복귀하는 항공편에 탑승하기 전, 각종 기념품으로 가득 채운 여행가방의 무게를 재는 순간. 공항에 오기 전 호치민 7군에 있는 롯데마트에서 코코넛커피 6여섯 박스, 말린 과일, 과자, 견과류 등을 가득 채운 가방이었다. 부피가 큰 커피 상자는 모두 버리고 내용물만 야무지게 빈틈 없이 캐리어를 가득 채웠다. 어린 시절 자갈, 모래, 물을 순서대로 비커에 가득 채우는 것처럼 캐리어에 옷가지, 물품, 일회용 커피 스틱을 순서대로 꾹꾹 눌러 담았다. 무료로 이동 가능한 무게는 10kg 이었으나 전자 바늘의 숫자는 12.5kg을 표시했다. 순간 머리속으로 '초과 수화물 벌금이 얼마일까?', '초과 수화물 벌금을 내느니 차라리 커피를 버리는 게 나을까?', '캐리어의 짐 일부를 지금 매고 있는 백팩에 옮겨 담아도 되는지 물어볼까?' 등 수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긴장해서 보딩 게이트의 직원이 영어로 건넨 말을 못 알아 듣고 벌금을 내야 하는지 물어보자 티웨이항공의 직원은 "원하면 캐리어를 무료로 위탁 수화물로 보내준다"고 친절하게 안내해 줬다. 벌금을 낼지 고민하던 차에 위탁 수화물 서비스까지 제안 받자 마음이 입춘에 얼었던 계곡물이 녹아 내리듯 따뜻해졌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몰랐다, 앞으로의 몇 시간이 지옥처럼 지루하고 길게 이어질 줄은. ■예고 없는 게이트 변경, 그리고 지연 지난 28일(현지 시간), 인천행 비행기 출발 3시간 전인 오후 7시35분께, 베트남 호치민의 떤선녓 국제공항에서 체크인을 마쳤다. 비행기 티켓에는 출발 30분 전인 오후 10시5분까지 탑승을 마쳐야 한다는 것과 비행기의 출발 게이트는 15번이라고 표기돼 있었다. 간단하게 저녁을 먹고, 남은 베트남 돈을 처리하기 위해 면세점 쇼핑을 마쳤다. 여유있게 15번 게이트로 갔는데 티웨이항공의 비행기가 아닌 다른 회사의 비행기가 출항을 준비하고 있었다. 게이트 위에 있는 TV 화면을 통해 예정된 항공편이 10번 게이트로 변경됐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캐리어를 끌고 10번 게이트로 갔다. 수많은 사람들이 인천행 항공편을 기다리고 있었다. 남아 있는 의자도 없고, 콘센트도 없었다. 스마트폰 배터리가 거의 남아있지 않아 한참 떨어진 게이트로 이동해 스마트폰을 충전하면서 남은 시간을 기다렸다. 탑승 완료 시간 10분 전인 오후 9시55분께 출발 게이트로 다시 왔다. 남아있는 좌석이 없어 바닥에 철푸덕 앉아 탑승을 기다렸다. 하지만 탑승완료 시간인 오후 10시5분까지도 승객 탑승은 전혀 이루어 지지 않았다. 토요일 밤이었고, 그동안 쌓인 여행의 피로와 배고픔, 더위가 짜증으로 슬슬 전환돼고 있었다. 오후 11시쯤 몇몇 승객들이 직원들에게 현 상황을 따지듯 물어봤고, 비행기 정비로 게이트가 변경됐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수백 명의 승객이 기다리고 있었지만 별도 안내 방송은 전혀 없었다. 다만 게이트 입구에 영어와 어설픈 한국어 표현이 적힌 A4 종이만 덜렁 붙어 있을 뿐이었다. '항공기지연안내'라는 제목이었다. 금일 22:35 분 출발 예정인 티웨이항공 122 편은 항공기 안전 점검으로인해 지연 출발 예정입니다. 정확한 출발시간은 정해지는 대로 재 안내드리겠습니다. 이용에 불편을 드려 대단히 죄송합니다. 항공기 지연이 1시간을 지나면서 승객들은 조금씩 동요하기 시작했다. 영상 통화를 하며 가족에게 현재 상황을 알리는 사람들이 몇몇 보였다. 콘센트가 있는 좌석과 복도는 이미 스마트폰을 충전하는 사람들이 모두 차지하고 있었다. 자정이 가까워 오자 게이트에는 또 다른 안내문이 붙었다. 안전 점검으로 인해 항공기가 지연되고 있으니 29일 0시 30분에 기내 식당에서 음료와 간식을 제공한다는 내용이었다. 또 다시 기약 없는 기다림이었다. 짜증이 슬슬 분노로 바뀌려 하고 있었다. 간식을 제공한다는 다른 층에 있는 게이트 주변의 벤치에 자리를 잡았다. 스마트폰으로 20분 단위로 알람을 맞추고 벤치에 누워, 생수병에 물을 채워 베개 대용으로 썼다. 0시 40분쯤 간식을 수령했다. 기내에서 먹는 은박 코일에 들어있는 도시락과 캔음료 1개를 제공받았다. 맛은 없었지만 배가 고파서 일단은 남김 없이 먹었다. 도시락을 먹고 다른 테이블에 있는 한국인 분에게 혹시 이후 일정에 대해 아는 바가 있는지 물었으나 그들도 나와 마찬가지로 아무 정보도 없었다. 직원에게 물어보니 "항공편은 아예 취소가 되었고, 항공사에서 호텔과 호텔까지의 픽업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는 답을 들었다. ■"모르는 사람과 같은 방을 쓰라고?" 밥을 먹고 다시 10번 탑승 게이트로 내려오자 승객들의 분노와 짜증은 극에 달해 있었다. 한 남성 승객은 욕설을 섞어 가며 일행에게 "아니 시X, 지연이 되면 된다고 제대로 설명을 해줘야 할 것 아냐. 어떻게 여기 한국 직원 한 명이 없냐"라고 불만을 쏟아냈다. 일요일 아침에 한국에 도착 예정이었던 다른 많은 승객들도 한국의 직장, 가족 등에게 연착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다. 호치민에서 한국을 가려했던 몇몇 외국인들도 하염 없이 기다릴 뿐이었다. 간호사로 보이는 한 여성은 족히 10줄은 되어 보이는 문자를 썼다가 지웠다를 반복하며 현재의 상황을 어떻게 오해없이 설명할 수 있을지 고심하고 있었다. 그 여성은 동행에게 "어차피 (병원에서) 대체자를 구할텐데 내가 대체자를 구해야 한다고 쓰면 버릇없어 보이니까 그냥 담백하게 현재 상황만 설명하는게 나을 거야"라고 말했다. 한국에 직장이 있어 보이는 한 베트남 여성은 사장님에게 현재 상황을 한국 말로 차분히 설명하고 있었다. 또 다른 안내 문이 붙었다. 아래와 같은 내용이었다. 안녕하십니까 금일 22:35분 출발 예정인 티웨이항공 122 편은 항공기 정비 부품 교체로 출발지연이 예상됩니다. 예정 출발시간은 10월 29일 15시 예정입니다. 이용에 불편을 드려 대단히 죄송합니다. 2인 1실로 제공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일요일 오후 3시 출발이면 한국 시간으로는 도착이 오후 10시에서 11시 사이가 될 것이었다. 몇몇 승객들은 월요일 공항 도착 이후 이동편을 걱정하거나 월요일 출근에 대해 걱정하면서 동요하기 시작했다. 차라리 환불을 해달라는 승객도 있었다. 예정 출발 시간보다 약 3시간이 지난 29일 오전 1시 30분쯤, 호텔로 이동하기 위한 긴 줄이 게이트 앞에 다시 생겼다. 한 중년 남성은 한국말을 할 줄 아는 베트남 직원에게 "혼자 온 사람들도 많은데 모르는 사람과 2인 1실로 자라고 하는게 말이 되냐"며 격하게 불만을 표출했다. 기자 역시 쌓였던 피로가 몰려 오며 될대로 되라는 식이었지만 정말 모르는 사람과 한 방에 배정되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항공사가 제공해준 버스를 타고 다수의 승객들은 호치민 공항에서 약 10분 정도 떨어진 4성급 호텔에 도착했다. 로얄파크 사이공이란 호텔로 1박에 10만원~13만원 정도 하는 호텔이었다. 다행히 기자는 따로 방 하나를 배정 받았다. 아마도 대부분 1인 승객들은 별도 방을 제공받은 것 같았다. 중간에 제대로 한국말로 소통을 할 줄 아는 사람이 없다 보니 "동행이 있는 승객은 2인 1실, 개인 승객은 1실"이라는 설명이 빠졌거나, 승객들의 불만으로 변경이 된 것 같았다. ■16시간 25분 지연, 피해 배상은? 호텔에 도착한 뒤 피로가 쏟아져 샤워를 하고 바로 침대에 누웠다. 하지만 다음날의 일정과 계획에 대한 걱정으로 쉽게 잠이 오지는 않았다. 기자 역시 일요일 예정이던 동료의 결혼식에는 갈 수 없게 됐다. 사업을 하거나, 미팅이 잡혀 있던 다른 모든 승객도 마찬가지일 것이었다. 미국처럼 소송이 많은 나라라면 집단 피해 배상 소송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항공사는 지연에 따라 호텔 숙박비, 왕복 교통비, 호텔 조식비 등을 지급한다고 적힌 A4 용지를 호텔 체크인을 할 때 개별 승객에게 나눠줬다. 29일 아침에 잠을 깨니 방 문틈 사이로 "29일 오전 11시에 호텔에서 모닝콜을 해주고 정오에 공항으로 가는 픽업이 있을 예정"이라고 적힌 메모가 있었다. 현재 시간은 베트남 현지 시간으로 오전 11시13분이다. 약 50분 뒤에 기자는 항공사가 제공해준 호텔 버스를 타고 공항에 갈 예정이다. 다시 한번 입국 수속을 거치고, 운이 좋아 또 한번의 지연이 없다면 이날 오후 10시에서 11시쯤 한국에 도착할 것이다. 해당 비행기 탑승객은 약 180여명 정도로 이들 승객이 낭비한 시간을 합하면 약 3000여 시간에 달한다. 이 기사의 엠바고(온라인 노출)는 비행기가 호치민 공항을 뜨는 29일 오후 3시(한국 시간 오후 5시) 이후가 될 예정이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2023-10-29 13:30:44"단순히 '한 끼'를 대접하는 것을 넘어 여행지에서 가족과 좋은 음식을 나누는 것처럼 추억을 선사하고 싶다. 어린 시절 꿈과 희망의 상징이던 에버랜드에서 따뜻한 한 끼를 대접할 수 있게 돼서 나 역시 기쁘다." 9일 서울 용산구 남영동 베트남 쌀국수집 '남박'에서 만난 남준영 대표(사진)는 자전거를 타고 왔다. 일명 '용리단길'에서 베트남 음식점 '효뜨'를 시작으로 중식당 '꺼거', 이자카야 '키보', 한식당 '사랑이뭐길래'를 연이어 히트시킨 점이 젊은 '백종원'을 보는 것 같았다. 인터뷰를 3시간 앞두고 점심 시간에 남 대표에게는 따로 언질 없이 베트남 식당 '남박'에 들렀다. 메뉴판에는 남준영 대표의 '남'과 아내이자 사업 파트너인 박지은 대표의 '박'을 따서 지은 이름이라고 적혀 있었다. 매운 쌀국수와 짜조를 먹었다. 기본에 충실한 따뜻한 맛이었다. 가게의 영업시간이 오전 8시부터 오후 3시까지라 이상해 연유를 물어보니 다음과 같은 답이 돌아왔다. "베트남에서는 아침에 쌀국수를 많이 먹는데 우리나라엔 그런 곳이 없었다. 저녁 장사를 하지 않으면 가게가 되겠느냐고 말하는 사람도 많았지만 지금은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여러 음식을 시켜 나눠 먹는 손님이 종종 있는데 주인장으로서는 조금 아쉽다. 우리나라 순댓국이나 설렁탕도 첫맛, 중간맛, 끝맛이 있는 것처럼 '한 그릇'에 온전히 담겨 있는 정확한 맛을 전해드리고 싶다." 남 대표는 현재 베트남 식당인 효뜨(4곳)·굿손(7곳)·남박(1곳), 중식당 꺼거(2곳), 이자카야 키보(2곳), 한식당 사랑이뭐길래(1곳) 등 총 17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그의 첫 식당인 '효뜨'는 베트남 음식은 단순한 '식사'라고 알려진 우리나라의 고정관념을 벗어나 술과 함께하는 비스트로 개념을 도입했다. 영화 '비긴어게인'에서 주인공들이 맥주와 함께 베트남 쌀국수를 먹는 것처럼 한국에 새 유행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효뜨를 창업하기 전 베트남에 가서 테이블, 의자, 조명, 젓가락 하나까지 총 180㎏의 화물을 실어와 현지 느낌을 살렸다. 굿손은 유일하게 프랜차이즈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이자카야 키보는 서서 먹는 일본식 이자카야 문화를 도입한 식당이다. 각 브랜드 모두 '기존엔 없던 것' 혹은 '뚜렷한 개성'이 있었다. 성공 비결에 대해 그는 "코로나로 인해 사람들이 베트남 여행에 못 가면서 오히려 사람들은 현지에 대한 추억과 향수를 느끼고, 식사와 함께 그 시간과 공간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했다"며 그가 만든 법인의 이름이 'Time to Travel(여행할 시간)'인 것도 음식과 여행이 갖는 의미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메가스터디와 함께 브랜딩에 관한 책을 준비 중으로, 이르면 연말에 책이 나올 예정이다. 효뜨는 현재 여의도 더현대, 현대백화점 압구정점에 입점해 있고 꺼거는 하남스타필드에 오는 6월 입점 예정이다. 오는 12일부터 21일까지는 용인 에버랜드에서 열리는 푸드축제에 '남박'이 참여한다. 에버랜드는 오는 12일부터 21일까지 '스프링 온 스푼' 페스티벌을 통해 720개 품종 300만송이 장미 향기를 맡으며 인기 맛집을 엄선한 축제를 진행한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2023-05-09 18:28:59[파이낸셜뉴스] 더불어민주당이 31일 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들과 함께 '천원의 아침밥' 사업 지원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민석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당 소속 지자체장들과 긴급 줌회의를 가진 뒤 기자들과 만나 "해당 광역단체들이 추가경정예산 방식으로 지자체 차원에서 참여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회의에는 김 의장을 비롯해 강기정 광주시장, 김관영 전북도지사, 박창환 전남 정무부지사, 염종현 경기도의회 의장, 신우철 기초자치단체장협의회 대표, 박완희 기초의회의원협의회 대표 등이 참석했다. '천원의 아침밥'은 아침 식사 결식률이 높은 대학생에게 양질의 아침밥을 1000원에 제공하는 사업으로 학생과 정부가 각각 1000원을 부담하고 나머지 비용을 학교가 부담하는 구조다. 이에 민주당은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1000원을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김관영 전북도지사는 회의에서 "지방에 있는 학교들은 13년째 등록금이 동결돼 굉장히 어려운 형편"이라며 "저희는 당장 바로 5월에 추경 예산을 편성해 광역지자체와 기초 지자체의 힘을 모아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이 같은 정책이 연속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 예산 확대가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김 의장은 "지자체장들께서 천원의 아침밥을 모든 대학생에게 제공하기 위해 중앙정부가 지금보다 훨씬 더 과감하고 적극적으로 중앙 예산을 늘릴 것을 촉구했다"며 "중앙 정부에 확대를 촉구하는 성명을 (지자체장들과) 내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종종 지자체에서 적극적으로 재정을 동반하는 복지 정책을 시행할 때 중앙정부에서 반대하는 경우가 있다"며 "이 사업은 중앙정부 예산이 들어갔던 사업이어서 지방 정부가 새로 참여하는 부분에 대해 아마 중앙정부와 일정한 협의를 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제도적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복지부와 협의하겠다"고 부연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해 뜨는 식당'도 언급됐다. 김 의장은 "천원 아침 식사를 우선 대학생부터 시작해 비대학생, 청년 산업 단지 근로자로 넓혀 가는 게 중요하다"며 "광주에서 선제적으로 시도되고 있는 해 뜨는 식당을 좀 더 보편적으로, 일종의 '천원 식당' 모델로 시도하는 것을 당 차원에서 적극 검토하겠다"고 했다. act@fnnews.com 최아영 기자
2023-03-31 11:29:00【 제주=이환주 기자】 여행의 경험은 보통 점·선·면으로 발달한다. 지도 위 제주도는 한 마리 번데기 같은 둥그런 타원 모양이다. 처음 여행을 하게 되면 제주도는 한라산, 성산일출봉, 협재해수욕장 등 '점'으로 장소가 기억에 남는다. 이후에는 도보, 자전거, 오토바이, 자동차 등을 타고 직접 발품을 팔며 각 거점들이 선으로 연결된다. 마지막엔 지도 위 평평했던 제주도가 높이를 갖고, 골목 골목 만났던 사람과 스쳤던 풍경이 떠오르며 살아있는 장소가 된다. 화산섬 제주도의 숨겨진 속살을 들여다보고, 일출과 일몰을 함께 즐겨 보자. ■1만년 불의 숨결 따라 걷기 화산섬 제주도에는 총 8개의 용암동굴이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인 제주시 구좌읍에 있는 만장굴이다. 제주 말로 '아주 깊다'는 의미에서 '만쟁이거머리굴'로 불려왔다. 만장굴의 생성을 두고 과거에는 10만~20만년 전이라는 추측이 있었으나 최근에는 약 8000년~1만년 전 생성된 것으로 보고 있다. 만장굴은 제주도의 1시 방면, 구좌읍에 위치한다. 제주도 대표 관광지로 4000원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면 1㎞ 구간 동안 거대한 동굴을 탐험할 수 있다. 평균 온도는 12도 내외로 한 여름에도 한기가 돌 정도다. 동굴 내부 습도는 99%지만 기온이 낮아 불쾌한 느낌은 전혀 없다. 관광객에게 개방된 구간은 만장굴의 일부 구간이다. 만장굴은 크게 1~3구간으로 나뉘는데 2구간을 제외한 1, 3구간은 훼손 방지를 위해 일반에는 공개되지 않는다. 하지만 1, 3구간도 오는 10월 1일부터 16일까지 제주에서 열리는 '2022 제주세계유산축전' 기간에만 특별히 공개된다. 사전 신청을 통해 90대 1의 경쟁률을 뚫은 12명의 탐험대는 이 기간 전 구간을 탐험하고, 향후에 방송 프로그램으로도 일반에 공개될 예정이다. 지난 8월 24~25일 세계유산축전 준비위원회는 기자들에게 만장굴 1, 3구간, 김녕굴, 벵뒤굴 등 평소에는 비공개 되는 제주도의 속살을 공개했다. 만장굴 1, 3구간에서는 8000년 전 용암의 흐름을 더 뚜렷이 살펴볼 수 있었다. 나무의 나이테처럼 'U'자형으로 굳어진 바닥의 흔적은 용암이 위에서 아래로 흘렀다는 증거다. 만장굴은 높이 18m, 폭이 25m로 세계에서 7번째로 큰 용암동굴로 매우 희소하다. 세계유산본부 기진석 학예연구사는 "전 세계적으로 유네스코 유산은 약 1100여개가 있으며 우리나라는 15개가 등록됐다"며 "만장굴과 같은 대형 용암동굴 지형은 하와이를 제외하고 매운 드문 경우"라고 말했다. 벵뒤굴의 경우 화산 분출 당시 지표가 평평해 동굴의 방향이 일정하지 않고, 일부 구간의 경우 성인 1명이 기어서 들어가야 할 정도로 구조가 복잡했다. 라이트와 휴대폰의 불빛을 끄자 바로 앞의 손도 볼 수 없는 완전한 암흑 속에서 지하수 물이 똑똑 떨어지는 소리만 유독 크게 들렸다. 전체가 화산섬인 제주도는 용암동굴 외에도 곳곳에서 각종 오름들을 만날 볼 수 있다. 김상수 '불의 숨길, 만년의 시간을 걷다' 프로그램 운영단장은 "제주도에는 약 380개의 오름이 있는데 각 오름마다 분화구를 가지고 있다"며 "과거에는 기생화산의 제주도 말인 오름을 썼지만 현재는 (개별 화산이라는 뜻의) 소화산체라는 말을 쓴다"고 설명했다. ■성산일출봉에서 보는 일출, 세계유산축전까지 올해로 3회째를 맞는 세계유산축전은 제주도와 함께 경북(안동·영주), 수원 화성 등 총 3곳에서 개최된다. 특히 제주 일출 명소인 성산일출봉에서는 10월 15일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의 대미를 장식하는 기념식도 열린다. 세계유산축전 기간 제주도의 용암동굴, 거문오름 등 사전 선발된 탐험대가 도보 여행을 마무리 짓는 곳도 성산일출봉이다. 강경모 세계유산축전 제주 총감독은 "개막식과 폐막식에 예산을 쓰기보다 기념식을 통해 제주도라는 천연 자연 유산의 가치를 알리고 싶었다"며 "성산일출봉 기념식 장에는 수원 등 다른 지역의 유산축전을 홍보하고, 조각 작품 등도 설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념식 개최 날짜를 맞추지 못하더라도 성산일출봉은 제주도를 찾는 관광객의 필수 코스 중 하나다. 이른 새벽 일출 시간에 맞춰 약 30분가량을 오르면 성산일출봉 정상에서 해가 뜨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일출 명소 성산일출봉과 함께 섬 안의 섬 '우도'에서 즐기는 일몰도 빠뜨릴 수 없다. 우도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제주도 성산포항 혹은 종달항에서 배를 타야 한다. 우도 안에서는 대부분 전기차나 전기자전거 등을 이용한다. 하지만 우도에서 숙소를 잡고 1박을 할 경우 렌터카를 싣고 가는 것도 가능하다. 우도해변 제4경 중 2경인 서빈백사 해변은 관광객은 물론 현지인에게도 유명한 일몰 명소다. 홍조 단괴라는 바다 식물의 퇴적물이 쌓여 만들어진 해변 벤치에 앉아 수면 아래로 해가 떨어지는 것을 보며 하루를 마무리 하는 것도 좋다. 서빈백사 해변의 일몰이 여의치 않다면 제주도 내 최고층 건물인 제주드림타워 복합리조트 최고층에서 칵테일 한 잔과 함께 일몰을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다. 제주드림타워 복합리조트 38층에 위치한 '포차'의 창가쪽에 앉으면 제주도 시내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인다. 잠실에 롯데타워가 있다면 제주에는 '포차'가 있다. 일몰 시간에는 식당의 조명을 꺼줘 붉은 노을을 입은 바다가 해를 삼키는 장면을 더 실감나게 볼 수 있다. hwlee@fnnews.com
2022-09-01 18:06: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