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김용현 국방부 장관은 8일 "적을 압도하는 능력과 태세와 의지가 있어야만 적이 함부로 못 한다"며 "그래서 '즉·강·끝'(즉각·강력하게·끝까지 응징)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우리 군이 북한과 싸울 경우 승리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김 장관은 이날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저한테 누가 '남북한이 싸우면 누가 이기냐'고 물었는데, 당연히 우리 대한민국이 이긴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왜 이기느냐'고 물어보길래 북한은 최고 존엄이 한 놈이고, 우리는 최고 존엄이 5000만으로 5000만과 1명이 싸우면 당연히 우리가 이긴다"고 강조했다. 김 장관은 이어 "그렇지만 싸워 이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전쟁을 억제하는 것"이라며 "전쟁을 억제하기 위해선 압도적인 능력과 태세와 의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야권에서 제기했던 군의 계엄령 준비 가능성을 부인하며 "(국론 분열로 인해) 가장 좋아할 사람은 반국가 세력과 김정은"이라고 밝혔다. 김 장관은 북한의 군사 기술을 묻는 질문엔 "군사정찰위성은 아직 조잡한 수준이고, 핵잠수함을 식별할 정도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소형 무인기는 어느 정도 상당한 수준이 올라와 있고, 중대형 무인기도 고도화되고 있다"고 답변했다. 김 장관은 최근 계엄령 준비 의혹을 제기한 야당으로부터 모욕을 당했다는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을 옹호하면서 비속어를 사용했다 논란이 일자 사과했다. 김민석 민주당 의원이 '윤석열 대통령의 충암고 후배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방첩사를 방문해 충암고 후배인 여 사령관 등을 만났다'라는 질의를 받자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은 "굳이 대답할 필요를 못 느낍니다"라고 답했다. 이에 대해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여인형 사령관처럼 군복을 입은 사람이 국감장에서 저런 태도를 보이는 게 안 좋아 보인다"라고 문제 삼으며 지적했다. 그러자 김 장관은 "아무리 군복을 입어도 할 얘기는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군복 입었다고 할 얘기 못 하고 가만히 있는 건 더 병X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후 여 사령관은 별도 발언 기회를 얻고 "개인적으로 한 달간 공개 석상에서 여러 언론을 통해, 유튜브를 통해 개인적으로 참기 힘든 그런 인격적인 모독도 받았다"며 "의원님들 말씀하신 것에 제가 좀 격하게 반응하는 것이 있다는 점에 대해선 심심하게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선원 민주당 의원은 "장관과 여 사령관이 하는 것을 보면 전두환·차지철 같아서 아주 좋다" "대단한 충동이다"라고 비꼬았고, 이에 김 장관도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라고 답했다. 김 장관은 또 박 의원과 설전을 벌이며 "예의를 지키세요" "정치선동을 계속하신다는 겁니까, 저도 대응하겠습니다"라고 말하자 야당 의원들이 질타했다. 하지만 김 장관은 이날 오후 질의 시작 전 발언 기회를 얻어 "군복을 입었다고 해서 할 말을 못 하면 안되고, 오히려 당당하게 할 얘기가 있으면 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하는 과정에서 표현이 좀 과했던 점에 대해서는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사과했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2024-10-08 16:54:11원자력발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용후핵연료의 처분·관리에 관한 내용을 담은 법안인 고준위 특별법이 폐기 수순을 밟고 있는 가운데 원자력업계 및 관련단체가 마지막 호소를 하고 있다. 21대 국회 내 처리 불발 시 원전 가동 중단은 물론 전기요금 상승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것. 이에 4월 10일 총선 이후 열리는 5월 국회 일정에서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7일 원자력업계와 국회 등에 따르면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체계, 부지 선정 절차, 원전 내 저장시설, 유치 지역 지원 등을 담은 '고준위 특별법'은 21대 국회 상임위원회에 계류중인 상태다. 2월 임시국회 통과를 기대했지만 실패했다. 21대 국회 임기가 5월 29일까지이고, 4월 총선 일정을 고려하면 제정안 통과 가능성은 매우 낮다. 5월 마지막 국회일정이 남아 있지만 이 역시 통과 가능성은 낮다. 통상 국회의원 임기를 마치는 5월 국회에서 통과되는 법안은 최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여야 합의를 마친 법안들이다. 상임위에 계류된 법안이 5월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이처럼 낮은 가능성에도 원자력업계가 '고준위 특별법' 처리를 요구하는 것은 그 어느 문제보다 시급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고준위 방폐물이란 고열과 고농도의 방사능을 보유하고 방출하는 핵종(核種)이며, 대표적으로 사용후핵연료가 있다. 사용후핵연료는 원자로 속에서 핵분열 반응 중에 생긴 핵분열 생성물 때문에 높은 방사능을 갖고 있으며, 핵분열 반응이 끝난 이후에도 계속 열을 발생한다. 이 때문에 수조 등을 갖춘 임시저장고에서 열을 식히고 저장하고 있다. 사용후핵연료 중간저장시설 보관기간은 국가마다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50~60년이며, 이 기간이 지난 사용후핵연료는 인간생활과 영구히 격리하는 최종처분 단계를 밟게 된다. 문제는 우리나라는 임시저장 이후에 처리할 중간저장시설과 영구처분장이 없다는 점이다.고준위방폐장 설립까지 조사계획 13년, 실증연구 14년, 영구처분시설건립 10년 등 최소 37년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당장 건설을 시작해도 포화 시점보다 늦어질 수밖에 없는 상태다.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이 가장 먼저 포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원전시설은 한빛원전으로 2030년으로 예상된다. 이후 한울원전이 2031년, 고리원전이 2032년으로 전망된다. 임시저장시설이 포화되면 원전은 순차적으로 멈춰야 한다. 원전이 멈추면 더 비싼 에너지원으로 전력을 생산해야 한다는 점에서 전기요금 인상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
2024-04-07 19:04:31[파이낸셜뉴스] 최근 에너지 친환경성, 경제성 그리고 에너지 안보의 조건을 충족하며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주목받는 소형모듈원전(Small Modular Reactor, SMR)의 다양한 활용 분야가 제시됐다. 삼정KPMG와 한국원자력협력재단이 5일 공동으로 발간한 ‘미래 에너지 시장의 올라운더(All-rounder)를 꿈꾸는 SMR’ 보고서에 따르면 SMR은 기존 원전 대비 적은 용량(300MW 이하)의 중소형·모듈형 원자로를 통칭한다. SMR의 경우 주요 배관의 용접 등 현장에서의 작업량이 크게 줄어들기 때문에 건설 공기가 짧아지며, 초기 건설 비용 절감과 더불어 민간 주도의 사업이 용이하다. 또한, 피동형·일체형 안전설계로 사고 리스크를 크게 줄였으며, 안전성이 높아 수요지 인근에 건설이 가능하다. 현재 국내에서는 10대 그룹 계열사 절반이 넘는 6곳, 한화가 한화오션(전 대우조선해양)이 인도네시아에서 해상 SMR 사업을 추진하는 것을 감안하면 10대 그룹 중 7곳이 SMR 시장에 뛰어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30년도 상용화를 목표로 전 세계에서 경쟁적으로 개발되고 있는 SMR은 2040년까지 30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원자력기구(International Atomic Energy Agency, IAEA)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약 80여종의 SMR이 개발 중에 있으며, 기술표준은 부재하는 상황이다. 보고서는 SMR이 활용될 수 있는 분야들을 제시하며, 가장 먼저 원자력 발전 부문을 꼽았다. SMR은 대형 원전과는 다르게 전력의 수급 변동에 따라 발전량 조정이 가능하여 재생에너지의 불안정한 간헐성을 보조하면서 분산전원의 역할을 하기에 적합하다. 또한, 대형 전기트럭 충전 등 EV 충전소에서의 활용성도 주목받으며 발전 부문에 활용될 SMR 예상 수요는 2050년까지 51.5% 증가한 72GW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수소 부문도 주목할 수 있으며, 원자력 수소 생산 시 부산물이 산소(O2)뿐이라 천연가스로 만든 수소보다 친환경적이다. 정부는 2050년까지 연간 2,790만 톤 청정수소 공급계획 아래 그 중 300만 톤은 그린수소로 공급한다고 발표했지만, 국내 수소가격이 1800원/kg 수준이 돼야 경제성이 확보될 것으로 분석되는 상황에서 2500원/kg로 예상되는 그린수소는 여전히 비싸다. 이때, 저탄소 발전원 중 가장 저렴한 원자력을 활용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SMR이 활발하게 활용될 다른 분야는 지역난방과 공정 열, 담수 생산 부문이다. SMR의 뜨거운 열로 난방을 공급하고, 공장을 돌리며, 바닷물에서 염분을 제거할 수 있다. SMR을 열 수요지 인근에 건설하면 핵분열로 발생한 막대한 열에너지를 고온의 대용량 열이 필요한 곳에 저렴하고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 이는 화석연료 외의 고온 열 생산수단이 마땅치 않은 산업계의 넷제로 달성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마지막 분야는 우주 산업이다. 우주개발 선도국이 핵추진로켓과 핵추진우주선 개발에 집중하는 이유는 원자력이 우주 탐사에 있어 매우 효율적인 에너지원이기 때문이다. 이는 수소, 메탄 등과 산화제의 화학 반응으로 추진력을 얻었던 기존의 화학 엔진과는 달리 핵분열 반응 시 발생하는 열로 추진체를 가열해 분사하며 추진력을 얻는 방식이다. 화학 엔진과 달리 추진체를 연소시키지 않아 별도의 산화제가 필요 없고, 추진체의 성능을 나타내는 비추력이 화학 엔진보다 2배 이상 높다. 또한, SMR은 우주로 쏘아지는 또 다른 발사체인 인공위성이나 우주기지의 동력원으로도 활용이 기대된다. 삼정KPMG 강정구 부대표는 “신재생에너지원의 간헐성을 보상할 수 있고, 다양한 활용이 가능한 SMR이 넷제로를 위한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기대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언급하며, “한국 정부와 국내기업들이 이러한 골든 타임을 놓치지 않고 새로운 시장을 선점할 기회를 확보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kakim@fnnews.com 김경아 기자
2024-01-05 09:51:41[파이낸셜뉴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재료안전기술연구부 천영범 박사팀이 원전 사용후핵연료 저장용기의 핵심 소재인 중성자흡수재 국산화에 성공했다고 16일 밝혔다. 연구진은 세계 최고 성능을 지닌 중성자흡수 구조재 '코나스(KONAS)'의 물질조성 및 제조방법에 대해 국내 특허 출원을 마쳤고, 이달 중 5개국에 해외 특허를 출원할 예정이다. 내년 말까지 제조공정 최적화 등을 추가로 진행한 후 국내 산업체와 연계해 상용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원자력연구원 측은 "코나스는 해외 소재보다 수 배 이상 성능이 높아 전 세계 5조원 규모에 달하는 중성자흡수재 시장의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중성자흡수재는 원전 핵연료봉에서 나오는 중성자를 흡수해 핵분열을 억제하는 물질이다. 사용후핵연료 조밀저장대나 건식 저장시설에서 저장용기의 핵심 소재로 쓰인다. 현재까지 전 세계 사용후핵연료 발생량은 약 40만t 수준으로 저장을 위한 건식 저장 시장규모는 170조원 이상이며, 저장시설의 성능과 경제성을 좌우하는 중성자흡수재 소재 시장 규모도 5조원에 달한다. 국내서는 미국, 일본 등에서 독점적으로 생산하는 고가의 중성자흡수재를 전량 수입해 사용하고 있다. 해외의 상용화된 알루미늄 붕소탄화물 기반 중성자흡수재는 중성자 흡수 단면적이 크면서도 핵분열을 하지 않아 핵반응 제어 성능은 매우 우수하나, 부서지기 쉬워 구조적 지지 성능이 취약하다. 때문에 3중벽 구조의 금속 지지체를 만들어 그 안에 중성자흡수재를 삽입하는데, 이런 3중벽 구조는 붕괴열 방출 효율이 떨어지고, 복잡한 설계로 제작비용이 증가한다. 연구진은 지지체없이 단일벽 바스켓 구조면서 핵반응 제어와 구조적 지지 성능을 동시에 높일 수 있는 원천 소재 개발에 집중했다. 먼저 열역학 계산과 시뮬레이션을 이용한 기초연구를 통해 외부 충격에 강한 타이타늄 금속 기반 최적의 중성자흡수재 물질 조합을 도출했다. 약 400 여종에 대한 합금 제조와 평가를 통해 최적화된 합금 조성과 열처리 기술을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이 시편을 국내 유일의 연구용원자로인 하나로에서 검증한 결과 중성자흡수 성능이 해외 소재 대비 1.6배 이상 높음을 실험적으로 검증했다. 또한, 변형에 저항할 수 있는 힘의 크기인 항복강도는 2배, 끊어지지 않고 늘어나는 비율인 연신율은 20배나 높은 것도 확인했다. 단일벽 구조의 단일 소재를 통해서도 핵반응 제어 성능과 구조 지지 성능을 한 번에 구현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이를 통해 안전성과 경제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2023-10-16 10:21:12[파이낸셜뉴스]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 특별법의 국회 통과가 지지부진하다. 국회 공전 속에 원전에 쌓여가는 사용후핵연료와 같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을 영구히 처분하는 부지를 선정하기 위한 '골든타임'이 지나고 있는 것. 21대 국회 임기 내 해결하지 않으면 임시저장 중인 사용후핵연료의 저장 용량 포화시점을 맞게 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 경우 기저발전 역할을 하고 있는 원전의 가동을 멈춰야만 하는 최악의 상황이 생길수 있다는 지적이다. 포화시점 다가오는 사용후 핵연료 임시저장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 시설이 가장 먼저 포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원전시설은 한빛원전으로 2030년으로 예상된다. 이후 한울원전이 2031년, 고리원전이 2032년으로 전망된다. 고준위 방폐물이란 고열과 고농도의 방사능을 보유하고 방출하는 핵종(核種)이며, 대표적으로 사용후핵연료가 있다. 사용후핵연료는 원자로 속에서 핵분열 반응 중에 생긴 핵분열 생성물 때문에 높은 방사능을 갖고 있으며, 핵분열 반응이 끝난 이후에도 계속 열을 발생한다. 이 때문에 수조 등을 갖춘 임시저장고에서 열을 식히고 저장하고 있다. 사용후핵연료 중간저장시설 보관기간은 국가마다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50~60년이며, 이 기간이 지난 사용후핵연료는 인간생활과 영구히 격리하는 최종처분 단계를 밟게 된다. 문제는 임시저장 이후에 처리할 중간저장시설과 영구처분장이 우리나라에는 없다는 점이다. 정부는 1983년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을 수립하면서 방폐장 부지선정에 나섰지만, 2005년 경주를 '중저준위' 방폐장 부지로 확정하는데 그쳤다. 고준위방폐장은 지역 주민의 반대로 인해 여러해 동안 공전했다. 고준위방폐장 설립까지 조사 계획 13년, 실증 연구 14년, 영구처분시설 건립 10년 등 최소 37년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당장 건설을 시작해도 포화 시점보다 늦어질 수 밖에 없는 상태다. 계류중인 3개 특별법, 통과는 요원 21대 국회에는 고준위방폐물 관련 특별법 3개가 국회에 계류 중이다. 국민의힘에서는 이인선·김영식 의원이 발의했고,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김성환 의원이 법안을 냈다. 이들 법안은 고준위방폐물 관리위원회 설치, 고준위방폐장 부지선정 절차, 처분장 유치지역 지원체계, 원전 내 임시 저장시설 설치 절차 등을 공통으로 담고 있다. 여야 모두 특별법을 발의했지만 고준위 특별법 논의가 지지부진한 것은 여야 간 이견과 일부 탈핵단체의 반발 탓이다. 대표적 쟁점이 바로 부지내저장시설 사용후핵연료 저장용량이다. 김성환 의원안은 원전 부지 내 저장시설의 용량에 대해 '설계수명 기간 동안의 발생 예측량'으로 규정했다. 즉, 원전이 최초 허가를 받을 때의 설계수명 기간으로 저장용량을 한정해, 수명이 끝나면 저장시설 용량을 늘릴 수 없도록 했다. 반면 김영식 의원안은 '계속 운전을 포함한 운영기간 동안 발생할 것으로 예측되는 양', 이인선 의원은 '운영허가를 받은 기간동안 발생량'으로 명시했다. 원전 수명이 연장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조속히 처리해야할 고준위 특별법이 '원전의 계속운전 여부'라는 에너지쟁점에 발목을 잡힌 셈이다. 특별법은 2022년 11월22일 소위에 첫 상정된 이후 총 8차례 상정됐지만, 여야간 뚜렷한 합의안은 도출되지 않았다. 특히 하반기 총선정국에 들어서면 지난 20대 국회처럼 법안처리는 뒷전으로 흘러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에 원전을 포함했는데, 원전이 무탄소 전원으로 인정을 받으려면 고준위 방폐장을 확보하고 계획을 실행할 수 있는 특별법을 제정토록 하는 요건이 달려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원전 산업 뿐만 아니라 산업계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조속한 처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
2023-06-25 17:08:40[파이낸셜뉴스] 4월 28일(현지시간) 윤석열 대통령은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 '자유를 향한 새로운 여정(Pioneering a New Freedom Trail)'을 주제로 한 연설을 마지막으로 이번 한미 동맹 70주년을 계기로 열린 한미정상회담과 국빈 방미일정을 사실상 모두 마치고 4월 30일 귀국했다. 윤 대통령은 하버드대 연설에서 “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핵 협박은 한반도뿐 아니라 세계 평화와 자유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며 북한 인권 문제를 제기하고 "한미 동맹은 이익에 따라 만나고 헤어지는 편의적 계약관계가 아니라 자유민주주의라는 보편적 가치에 기반한 가치동맹”임을 재강조했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선 핵 억제력 강화를 비롯해 기존에 운영하던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와는 별도의 미국의 핵 능력의 공유를 논의하는 핵 협의체(NCG)의 신설,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확대 등 확장억제의 진전을 보인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북한과 중국, 러시아가 이번 한미회담에 대해 고강도로 비판에 나서면서 연대 강화 움직임을 보이는 등 한반도 안보정세를 둘러싼 한·미·일과의 대립각은 더욱 심화할 조짐이다. 이 때문에 사실상 핵공유다, 아니다 논란을 넘어 향후 한·미 또는 한·미·일 간 실질적인 핵 억제력 실효성 강화를 위한 후속 조치 논의와 실행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NCG는 확장억제를 강화하고 핵 및 전략 기획을 논의하며, 북한의 핵위협을 관리하기 위한 차관보급 범정부 상설협의체 형태로 운영된다. 1년에 분기별로 4차례 정기회의를 갖게 된다. 회의 후에는 결과를 양국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이행체계 수립에 반영할 예정이다. ■ 워싱턴 선언, 핵포함 한미상호방위조약 업그레이드 개념 윤 대통령은 하버드대 연설 후 조세프 나이 하버드대 석좌교수, 참석 학생들과의 질의응답에서 “한국은 핵무장을 하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빠른 시일 내에 심지어 1년 이내에도 핵무장을 할 수 있는 기술 기반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핵이라고 하는 건 단순한 기술의 문제만이 아니다”라며 “핵무기와 관련된 복잡한 정치 경제학과 정치 경제 방정식이란 게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최근 한국 내 핵무장 여론이 높아지는 데 대해 “핵을 보유할 때 포기해야 하는 다양한 가치들과 이해관계가 있지만 국내 여론은 그런 것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한국의 자체 핵개발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워싱턴 선언이 과거 재래식 전력을 바탕으로 맺었던 한미 상호방위조약에 핵을 포함하는 업그레이드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워싱턴 선언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식 핵공유보다 약하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서는 “나토 핵 공유와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그 실효성 면에서는 1대1로 맺은 것이기 때문에 나토의 다자 약정보다는 더 실효성이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4월 27일(현지시간) 미국 상·하원 합동 연설에서 '자유의 동맹, 행동하는 동맹(Alliance of Freedom, Alliance in Action)'을 주제로 약 44분간 진행된 연설에서 기립박수는 23번 박수는 58번이 나올 정도로 모두를 놀라게한 유창한 영어 연설로 호평을 받았다. 우리 대통령이 미 의회 연설에 나선 것은 약 10년 만으로 윤 대통령이 이승만·노태우·김영삼·김대중·이명박·박근혜 대통령에 이은 7번째다. 이승만·노태우·김대중·박근혜 대통령이 영어로 연설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중학생도 알아들을 수 있도록 쉽게 쓰라는 취지로 말하면서 연설 당일 아침까지 연습과 마지막까지 직접 연설문을 가다듬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 미 국방부(펜타곤) 청사를 방문하고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을 비롯한 미군 수뇌부의 보고를 받았다. 한국 대통령이 美 국가군사지휘센터를 찾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4월 26일(현지시간)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선 윤 대통령과 조 바이든 美 대통령은 공동 합의문 '워싱턴 선언(Washington Declaration)'을 발표했다. 핵심은 △한·미 간 차관보급 확장억제 협의체인 '한미핵협의그룹(NCG, Nuclear Consultative Group)'의 신설 △핵무기를 탑재한 공격핵잠수함(SSBN) 등 전략자산의 정기적 한반도 전개 및 미국의 핵자산 관련 정보 공유 확대 △대한민국의 NPT 의무 및 한미 원자력 협정 준수 의지 재천명 등이다. 1991년 11월 노태우 전 대통령의 한반도 비핵화 선언 이후 한반도에서 미군이 배치했던 전술핵무기는 모두 철수했다. 특히 SSBN의 한반도 진입은 1980년대 초반 이후 없었던 것으로 알려져 이번 워싱턴 선언에 따라 SSBN이 한반도에 전개한다면 40여년만인 셈이다. ■美전문가 "핵협의그룹 등 이행 중요, 한국 우려 완화 기대" 美 전문가들은 워싱턴 선언이 한·미 미래 동맹의 청사진을 제시했다는 평가와 함께 미국에도 큰 성과라며 공통적으로 후속 조치 이행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담당 수석부차관보는 27일 윤 대통령의 국빈 방미 동안 한미 동맹의 미래 발전 방안에 대한 중요한 비전을 제시했다며 양자 컴퓨팅, 배터리, 다양한 과학기술 분야에 대한 협력 계획은 한미 동맹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평가하고 이제 한국이 첨단기술의 선도국이며 “기술의 수혜자가 아닌 제공자”라고 강조했다.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비확산·군축담당 특별보좌관은 “핵협의그룹은 확장억제 정책의 입안과 실행에 있어 한국이 더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버트 랩슨 전 주한미국 대사대리는 “미국이 거둔 성과는 핵협의그룹 창설 등 양국 간 확장억제 대화를 강화하는 대신 윤 대통령으로부터 '핵확산금지조약(NPT)을 준수하고 핵무기를 추구하지 않겠다는 확고한 약속을 받아낸 것”이라며 “이 두 가지 조치가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한 한국의 우려를 완화시킬 것으로 기대하지만 결과는 지켜봐야 한다. 양측의 숙제는 정상회담 합의의 후속과 이행”이라고 말했다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 한미정책국장은 과거의 공동성명이 외교와 안보에 집중됐지만 이번엔 우주, 사이버, 청정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협력을 담고 있다고 분석했다. 트로이 스탠거론 한미경제연구소 선임국장도 “경제협력은 이제 한미 관계의 핵심 요소가 됐다”며 한미 정상회담 이전에 이미 양측이 IRA와 반도체법 관련한 우려를 해소하는데 많은 진전을 냈다며,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창설되는 ‘차세대 핵심∙신흥기술 대화’ 등을 통해 협의를 심화하면서 앞으로는 유사한 어려움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 공격핵잠수함(SSBN) 한반도 전개, 북한에 페놉티콘 효과 기대 손대권 서강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는 워싱턴 선언에 대해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 힘은 여러 차례 핵무장 의지와 전술핵 재배치 필요성을 표명해 왔으나 실제로는 이를 미국으로부터 더 강한 확장억지 공약을 끌어내기 위한 카드로 사용했던 걸로 보인다며 실제 한국은 한미정상회담 전에 전술핵 재배치를 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미리 밝힌 바 있다고 짚었다. 손 교수는 NCG를 통해 미국은 자국의 전략자산 운용에 대한 정보를 한국에게 더욱 폭넓게 공유할 것으로 기대하지만 정보 공유 차원을 넘어서 미국의 핵자산 운용 정책결정에 한국이 직접 참여하는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 것으로 관측했다. 다만 한·미 간 NCG가 향후 한·미·일 3국 간의 핵억지 공조협의체로 확대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손 교수는 핵잠수함이 단순히 한국을 '방문'하는 것이라도 사실상 '상시 배치'와 유사한 억지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평가했다. 특히 북한 입장에선 핵잠수함이 와있는지를 알 방법이 없기 때문에 마치 페놉티콘(Panopticon : 중앙의 감시 공간을 어둡게 처리한 죄수들을 교화할 목적으로 설계된 원형감옥)에서 죄수들이 감시를 내면화해 스스로 행동을 규율하듯, 북한도 미핵잠수함의 보복능력을 내면화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손 교수는 한국 측의 입장에서 봤을 때 일반 한국인들이 느끼는 안보 불안이 근본적으로 해소되진 않을 것이라며 이번 조치가 나토식 핵공유와 가장 다른 것은 "나토의 경우 핵심국에 미국의 핵무기가 배치된다는 것인 반면 한국엔 미국 핵무기가 배치되지 않는다"는 명백한 차이가 있다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손 교수는 한국이 NPT와 한미원자력 협정 준수를 재확인했다는 점에서 핵 족쇄는 더 강화된 측면이 있다며 적어도 현 정부 내에선 자체 핵무장 카드 사용과 핵재처리·농축을 통한 핵물질 확보가 어려워져 대미 안보 의존은 더욱 심화되었으며 한국의 전략적 공간은 더 축소돼 한국의 독자적인 Nuclear hedging도 불가능해졌다고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워싱턴 선언’에 북·중·러 잇달아 경고 메시지... 한반도 안보 대립 심화 김여정은 4월 29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한 입장 발표에서 워싱턴 선언에 첫 반응으로 ‘빈껍데기 선언’이라면서도 동시에 “극악한 대조선 적대시 정책의 집약화된 산물”이라는 모순적 태도를 보였다. 그는 또 바이든 대통령이 전 세계가 지켜보는 속에서 북한 '정권 종말'이라는 표현을 공공연히 직접 사용했다며 "남은 임기 2년만 감당해 내자고 해도 부담스러울 미래가 없는 늙은이의 망언"이라는 등 막말 비난과 맞대응을 시사했다. 북한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도출된 '워싱턴 선언'에 첫 공식 반응으로 "앞으로 더욱 강력한 힘의 실체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통신 또 김여정이 "'핵협의그루빠(핵협의그룹·NCG) 조작과 미핵전략 자산들의 정기적이며 지속적인 전개와 빈번한 군사훈련으로 지역의 군사정치 정세는 부득이 불안정한 흐름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됐다"며 "이는 우리로 하여금 새로운 안전 환경에 상응한 보다 결정적인 행동에 임해야 할 환경을 제공했다"고도 보도했다. 그녀는 또 윤 대통령을 향해 "미국으로부터 빈껍데기' 선언'을 '배려'받고도 '미국의 확고한 확장억제 공약을 전적으로 신뢰한다'라고 감지덕지해 한다"며 "자기의 무능으로 안보를 도마 위에 올려놓고도 무슨 배짱을 부리며 어디까지 가는가를 두고 볼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이번 한미 정상의 합의에 대해 "미국과 남조선의 망상은 앞으로 더욱 강력한 힘의 실체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위협하면서 "우리는 핵전쟁억제력 제고와 특히는 억제력의 제2의 임무(선제공격)에 더욱 완벽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신했다"는 위협도 잊지 않았다. 러시아도 워싱턴 선언이 역내 불안정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에 나선 데 이어 28일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는 “윤 대통령이 방미 성과로 강조하는 핵우산은 매우 허술하고 부실해 보이며 또 다른 위험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내외 군사외교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침공이 우크라이나의 일부 또는 전부에서 영토 획득 또는 영향권 확대를 달성하거나 전쟁 중에 러시아가 저강도 핵무기를 사용함으로써 군사적 이점을 얻게 된다면 중국의 대만 통일 시도와 중·러를 뒷배로 한 핵을 앞세운 북한에 의한 한국의 적화통일 시도 등 안보 환경의 변화는 훨씬 빨리 더욱 공세적 위기에 처한다는 군사·정치적 의미가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윌리엄 번스 국장은 지난해 10월 3일(현지시각) C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27년까지 대만을 공격할 준비를 끝낼 것을 중국 인민해방군에 지시했다고 주장하고 “2020년대 후반으로 갈수록 분쟁이 발생할 위험이 커진다는 게 현실이다”라고 덧붙였다. 미국의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올해 1월 9일(현지시각) ‘다음 전쟁의 첫 전투’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중국군이 2026년 대만 점령을 위한 상륙작전을 감행하는 상황을 가정한 ‘워게임’ 결과를 내놓았다. ■워싱턴 선언 효과 극대화 중요...국론 분열과 자중지란 경계해야 24차례에 걸친 이번 시뮬레이션에서 미국의 개입이 없는 한 차례의 상황을 제외하고 미국이 모두 승리하지만 전쟁의 피해는 승리의 기쁨이 무색할 만큼 양측의 피해가 엄청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보고서는 이 과정에서 한국에 주둔한 주한미군의 4개 전투비행대대 중에 2개 대대가 차출돼 전투에 참여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기 전에 한국의 세계 최대의 평택미군 기지를 포함한 주한 미군 공군기지와 사드기지, 일본의 보급선을 방치하지 않을 것으로 조망하면서 중국은 경제난에 몰린 북한에 당근을 제시·사주하면서 주한 미군의 대만 개입의 발목을 잡기 위해 한국에 대규모 국지전 이상의 분쟁을 야기할 것이 유력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러시아의 침공에 의한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의 대만 흡수 통일 시도가 우리의 의도와 달리 대한민국의 안위와 직결돼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 일각에선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미국 본토를 위협할 정도로 고도화하는 가운데 이번 워싱턴 선언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의 한국에 대한 모든 핵 공격은 즉각적, 압도적, 결정적 대응에 직면할 것임을 공식 재확인한 것은 파격적 성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은 이번 방미 성과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실천적 이행과 다각적 분석은 계속되어야 하겠지만 북한에 대응한 결연한 자세와 자주국방에 박차를 가해야 하는 상황임에 분명하다. 특히 한국은 국론 분열과 자중지란을 경계하면서 "내부의 적은 적보다 무섭다"는 명제를 새겨야 할 시점이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2023-04-30 16:35:33[파이낸셜뉴스] 북한의 미사일 도발 등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한반도 핵 위기역시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핵 억제능력에 초미의 관심이 집중된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자체 핵보유'를 언급한 데 대해 바이든 미국 정부가 반대 입장을 밝히는 등 한·미간 핵 억제 능력 공유 등을 둘러싼 이견이 표출되고 있어 향후 한·미간 대 북핵 공조 방향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약 20Kg 무게의 '핵 가방'은 미국 대통령이 핵 공격 결정 시 이 명령을 인증하고 핵 공격에 사용할 장비를 담은 검은색 가방으로, 미 대통령 옆에는 항상 이를 든 참모가 따라다닌다. 하지만 지난 2021년 1월 19일(현지시간) 미 CNN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든 당선인의 취임식에 불참하고 곧바로 퇴임 후 거주지인 플로리다로 떠날 예정이어서 핵 가방 인수·인계가 우려된다는 취지의 보도를 내보냈다. 그러나 핵 가방의 인수·인계엔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취임 당일인 다음날 20일엔 2개의 핵 가방이 움직였다. 하나는 트럼프 대통령을 따라 플로리다까지 갈 핵 가방이고, 다른 하나는 바이든 당선인의 취임식이 열리는 취임식장에 배치됐다. 신구 대통령의 임기 개시·종료 시점인 낮 12시를 기해 핵 가방에 담긴 핵 코드는 자동으로 바뀌었다. 거의 동시간대에 두 개의 핵 가방이 존재했지만, 핵 사용 권한을 통제하는 핵 가방의 정확한 인수·인계가 가능했던 것이다. 임기 종료·개시 시점을 기준으로 플로리다까지 핵 가방을 들고 따라간 전임 트럼프 대통령의 군사 참모는 이를 다시 워싱턴으로 가져왔다. 신임 바이든 대통령의 참모가 이 핵가방을 인수했음은 물론이다. 美 3대 핵전력, 전 세계 무대로 작전 능력 갖춰미 전략사령부는 "국가 안보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3대 핵전력은 전 세계에 24시간, 연중무휴 작전을 펼치면서 육상, 해상, 공중 어디서든 위협에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미 국방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3대 핵전력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전략핵잠수함(SSBN) △장거리 폭격기(B-52H·B-2A)를 말한다. 미국이 보유한 최대 400발의 ICBM 'LGM-30G 미니트맨-3'는 3대 핵전력 가운데 반응 속도가 가장 빠르다. 미국 본토의 ICBM 지하 격납고 사일로에서 가공할 전력의 미니트맨-3가 발사되면 최대 마하 23의 속도로 30분 남짓이면 북한 상공에 도달한다. 미 국방부는 오는 2029년부터 450개의 발사시설을 현대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미 국방부는 또 14척의 오하이오급(수중배수량 1만8000t급) 전략핵잠수함(SSBN)을 운용 중이다. 수중에서 은밀하게 움직이는 잠수함의 특성상 3대 핵전력 가운데 생존확률이 가장 우수하다. 미 국방부 관계자는 "잠수함은 평균 바다에서 77일을 보내고, 정비를 위해 항구에서 35일을 보낸다. 각 잠수함에는 블루(Blue)와 골드(Gold)로 불리는 2명의 승조원이 번갈아 잠수함을 조종하고 순찰한다"며 2030년 초부터는 컬럼비아급(2만810t급)으로 교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군 측은 "발사통제센터와 원격 미사일 발사 시설 사이에 지휘 능력이 상실될 경우 E-6B 항공기에서 즉각 지휘·통제를 한다"면서 "항공기에 탑승한 미사일 전투 승무원은 대통령의 명령을 수행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보잉 707을 개조한 E-6B(머큐리)는 유사시 공중에서 ICBM과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발사를 지휘한다. 이런 임무 때문에 E-4B(나이트 워치)와 함께 '심판의 날 비행기'란 별칭이 있다. 이어 미 국방부는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46대의 전략폭격기 'B-52H 스트래토포트리스'와 20대의 'B-2A 스피릿'으로 폭격기 비행대를 구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 폭격기는 전 세계 어느 곳에서도 짧은 시간 내에 대규모 화력을 투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핵무기와 정밀 유도 재래식 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B-52는 공중급유 없이 1만4000㎞ 이상을 비행해 전략목표 타격과 근접 공중 지원, 공중 요격, 대공 및 해상 작전 등을 수행할 수 있다. 1996년 9월 바그다드 공습 때는 미국 루이지애나 박스데일 공군기지에서 출격해 34시간, 역대 최장 거리인 2만5000㎞를 왕복 비행하는 임무를 수행한 기록이 있다. 미국 핵 태세의 변화, 저위력 핵무기 3원 체계 재편현재 미국과 러시아는 전 세계 핵탄두의 90%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2021년 3월 1일 미국 군축협회(ACA)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 세계에 1만3080기 정도의 핵탄두가 있고 이 가운데 미국에 5550기, 러시아가 6257기가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해 9월 연장된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뉴 스타트)에 따르면 미국은 ICBM 등 핵 전략자산을 665곳에 전략 핵탄두 1389기를 배치한 것을 비롯해 3750기의 핵탄두를 비축하고 있으며, 퇴역 핵탄두는 1800기 정도다. 이 중 900여 기는 상시 발사 태세를 갖추고 있다. 러시아도 핵 전략자산을 527곳에 전략 핵탄두 1458기를 배치한 상태로 이를 포함해 러시아군의 핵탄두 비축량은 4497기 정도이며, 해체를 기다리고 있는 퇴역 핵탄두도 약 1760기가 있다. 중국, 프랑스, 영국은 지난해 기준 각 350기, 290기, 225기 정도의 핵탄두를 보유한 것으로 미국과학자연맹(FAS)은 추산했다. NPT 체제 밖에서 핵을 보유한 국가는 파키스탄 약 165기, 인도 약 156기, 이스라엘 약 90기 등이다. NPT 탈퇴 선언국으로 분류된 북한은 지난해 1월 기준 40∼50개를 만들 수 있는 핵분열물질을 보유해 세계 9위 수준인 것으로 추정됐다고 군축협회는 밝혔다. 하지만 국방연구원은 지난달 12일 공개한 보고서에서 북한이 현재 보유한 핵탄두 수량이 80~90기로 추정하기도 했다. 최근 미국 핵태세의 변화가 있다. 군사전문가들은 미국 내에서도 찬·반 논란은 있으나, 미국은 트럼프 정부 시기 기존 전술핵을 기반으로 한 핵태세를 벗어나 실제 ‘사용 가능’하고 ‘유연한’ 전술핵무기를 적극 활용하는 핵태세로의 재편을 모색 중"이라고 분석했다. 그 구체적 수단으로 △B61-12 중력폭탄 △W80-4형 토마호크 핵순항미사일 △그리고 W76-2형 트라이던트-II 잠수함탄도미사일로 이어지는 이른바 '저위력 핵무기 3원 체계'의 개발과 실전 배치다. 'B61-12'는 1968년 실전배치한 B61 전술핵폭탄의 12번째 개발 모드(mode)로 목표물에 맞게 폭발 위력을 최하 0.3kt(1kt=1000T의 폭발력)에서 최대 50kt까지 조절가능한 '스마트 핵폭탄'으로도 불린다. B61은 ‘0번 모드’부터 ‘11번 모드’도 있는데, 11번 모드는 지하 시설을 파괴하는 ‘핵 벙커버스터’다. 1997년부터 실전배치한 ‘B61-11’은 화강암반의 지하 300m에 위치한 소비에트 연방의 핵전쟁 벙커 ‘코스빈스키 카멘’을 파괴하기 위해 개발했다. ‘B61-11’로도 핵공격 대피소로 알려진 평양 지하철 평균 100~150m 지하와 이보다 수십m 더 깊은 지하에 위치한 것으로 알려진 김정은의 전쟁지휘소인 ‘철봉각’도 쉽게 파괴할 수 있다. 북한의 주요지하 시설인 양강도의 ‘화성-14형’ 발사기지, 신포·원산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설도 파괴가 가능하다고 알려졌다. 이보다 정확도가 훨씬 뛰어난 B61-12는 북한뿐만 아니라 중국 비밀 핵시설인 지하 만리장성, 러시아 지하 벙커까지 모두 손쉽게 파괴할 수 있는 위력을 갖췄다. 지난 2017년 봄 미 MIT(매사추세츠 공과대학)에서 발간한 인터내셔널 시큐리티 지는 ‘새로운 시대의 무력파쇄공격(The New Era of Counterforce)’이라는 논문을 실었다. 이 논문에 따르면 북한 내 다섯 곳의 목표물을 대상으로 트라이던트 II 미사일을 이용해 475kt 위력의 W88 핵탄두(수소폭탄) 10발을 투하했을 경우 남북한에서 200~300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0.3킬로톤의 초저위력 B61 핵폭탄 20발을 투하했을 때 목표지점에서만 100명 미만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미군은 그동안 B61-12를 기존 3대 핵전력뿐 아니라 F-35 A/B/C 3종의 차세대 스텔스 전투기는 물론, F-15E, F-16 등에 통합운용을 추진해왔다. 미국은 이미 독일을 비롯한 이탈리아·터키·벨기에·네덜란드 등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5개 회원국의 6개 기지에 B-61 핵폭탄 100개 정도를 배치해뒀다고 군축협회는 전했다. 상호확증 파괴와 북한의 핵전략 목적..무력에 의한 적화통일상호확증파괴(MAD : Mutual Assured Destruction)는 핵전략의 대표적 개념이자 이론이다. 미소 양극체제 아래서 상호확증파괴가 가능해져 균형이 이루어질 때부터 전통적인 국제정치학 용어인 세력균형(balance of power)과 비교해 공포의 균형(balance of terror)이라 칭하기도 했다. MAD를 상징하는 대표적 전력인 전략 핵잠수함(SSBN)은 선제 핵공격으로도 바닷속에 숨은 원잠까지 모두 파괴할 수는 없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냉전기의 핵전쟁 방지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은 현재 ‘북핵 억제 전쟁’을 치르고 있다. 북한의 핵전략은 자신들의 체제 방어적인 목적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지난 2022년 4월 김정은은 남한에 대한 통일전쟁을 추구를 언급했다. 특히 9월 북한은 언제든지 한국에 대한 핵 선제공격을 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 공표하면서 “영토 완정(完整)” 즉 적화통일이 핵무기 사용의 목적임을 분명히 하면서 한국 공격용 전술 핵무기 대량 생산을 공언하고 나섰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북한의 미 본토 공격력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진단했다. 다양한 사거리의 핵투발 수단의 고도화와 7차 핵실험을 통한 핵 소형화, 북한 ICBM의 핵탄두 대기권 재진입 및 다탄두 기술의 완성으로 시간이 흐를수록 미국의 핵우산은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북은 지난해 핵 탑재가 가능하면서 미사일 방어망에 의한 요격을 회피할 수 있는 극초음속 첨단의 다종의 단거리탄도탄(SRBM)을 제조 및 시험 발사해왔다. 북한의 준중거리탄도탄(IRBM)은 명령하달 후 수분 이내에 발사가 가능한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어 기습적인 핵공격이 가능한 상황으로 분석된다. 저고도 핵 공격이 가능한 SRBM(북한 주장 대형 방사포)도 실전 배치한 상태로 알려졌다. 그러나 다수의 국민은 이상할 정도로 국가의 사활이 걸린 '북핵 억제 전쟁'에 무관심하다. 최근 한국 내 자체 핵무장 찬성여론은 80%에 육박하지만 미국 핵무기의 공유론 등 현실성보다는 당위성에 근거한 논란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여야, 좌우를 중심으로 국론도 분열되어 있고, 심지어 일부 인사들은 아예 북핵 위협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전문가 일각에선 상당수 국민은 북핵은 물론이고, 북한의 일상화된 도발에 대해 피로감 누적에 따른 경계심 상실상태라고까지 진단했다. 지난 정부 한국은 북한과의 대화나 외교적 노력을 통한 비핵화라는 소망적 사고(wishful thinking)에 빠져 북한의 핵전력 증강을 방관 내지 조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 북핵 위협을 심각하게 인식하기 시작해 우리 군에 북한의 도발에 대해 “일전을 불사한다는 결기로 응징”할 것을 주문했고, 지난 1월 11일 외교부와 국방부 연두 업무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북한의 도발 수위가 높아질 경우, 핵무기의 개발이나 미 핵무기의 전진 배치도 배제할 수 없다고 역대 대통령 중 처음으로 공식 언급하기도 했다. 다만 윤 대통령은 "현재로서는 우리가 NPT(핵확산금지조약) 체제를 존중하는 것이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것"이라고 밝혀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미국의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 강화 조치와 핵우산을 신뢰한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뜻 있는 역사학자들은 임진왜란과 6·25전쟁을 초래한 역사적 교훈은 '외부의 요인보다는 내부의 국론 분열과 설마 하는 유비무환(有備無患) 태세의 해이'에서 그 원인을 찾는다. 언제나 전쟁의 발발은 상식과 논리적 합리성에 근거하지 않았다. 핵 공격을 받은 후 생존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대신에 현재의 ‘북핵 억제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것이 합리적이며 국가의 지혜와 역량을 집중해 국가 지도자와 안보 당국뿐 아니라 국민 모두의 단합된 결기와 총력전의 전사가 되어야 북핵 억제라는 보이지 않는 치열한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을 것이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2023-02-06 15:46:34[파이낸셜뉴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한빛 1호기 정기검사를 통해 원전 가동을 안전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재가동을 승인했다. 원안위는 지난 8월 28일부터 정기검사를 실시한 한빛 1호기의 임계를 16일 허용했다. 임계는 원자로에서 핵분열 연쇄반응이 지속적으로 일어나, 안정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원안위는 이번 정기검사에서 총 89개 항목 중 임계 전까지 수행해야 할 81개 항목에 대한 검사결과, 향후 원자로 임계가 안전하게 이뤄질 수 있음을 확인했다. 주요 점검 사항과 결과를 살펴보면 우선 격납건물의 사고 시 방사성물질 누출 방지 기능을 하는 내부철판(CLP)에 대한 건전성 점검에서 열화에 의한 기준 두께인 5.4mm 미만인 부위가 없었다. 또 증기발생기 내부 검사 과정에서 발견된 용접부산물 등 7개의 이물질을 제거했으며, 세관에 대한 비파괴검사가 적절하게 이뤄졌다는 것도 확인했다. 지난 2020년 고리 원전의 태풍으로 인한 정지 사례에 대한 후속조치로 한빛 1호기의 전력선이 외부로 노출되지 않도록 밀폐형으로 개선, 이같은 개선사항은 관련 기술기준을 만족했다. 원안위는 "지금까지의 정기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한빛 1호기의 임계를 허용하고, 앞으로 출력상승시험 등 8가지 후속검사를 통해 안전성을 최종 확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2022-12-16 11:48:51미국 에너지부가 13일(이하 현지시간) 사상 처음으로 핵융합 반응을 통해 점화에 사용된 에너지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생성하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수십년에 걸친 '인공태양' 개발 과정의 주요 걸림돌이 제거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AP 등 외신에 따르면 미 에너지부는 이른바 '순에너지 생성'이라는 이번 결과가 캘리포니아주 로런스리버모어 국립연구소 과학자들이 이뤄낸 업적이라고 밝혔다. 핵융합을 통한 순에너지 생성은 그동안 달성 불가능한 목표로 간주돼 왔다. 핵융합을 이뤄내기 위한 정도의 고온과 높은 압력은 통제가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순에너지 생성이라는 난관이 돌파된 덕에 이제 핵융합 발전, 미래 청정에너지 개발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제니퍼 그랜홈 미 에너지부 장관은 "이번 점화 성공으로 (핵융합이 가능한) 특정 조건을 복제하는 것이 가능해졌다"면서 핵융합은 오직 별들과 태양에서만 발견됐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랜홈 장관은 이번 실험 성공으로 이제 탄소제로의 무한한 핵융합 에너지가 우리 사회에 동력을 공급할 수 있는 길로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핵융합 점화는 21세기의 가장 인상적인 과학 업적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핵융합 발전은 탄소 배출 없이 거의 무한정으로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지구 온난화 주범인 화석연료와 기존 에너지원을 대체할 수 있는 방안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핵융합 발전으로 가정과 회사에 전력을 공급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상용화에는 수십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상용화 기간이 예상보다 단축될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과학기술 발전으로 기술적인 장벽들이 예상보다 빨리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다. 리버모어연구소 소장 킴 부딜은 핵융합 기술 상용화에는 '매우 심각한 걸림돌들'이 있다면서도 최근 수년간 발전 흐름을 보면 상용화 시기가 예상보다 빨리 찾아올 수도 있다고 낙관했다. 부딜 소장은 이전에 예상했던 50~60년이 아닌 '수십년' 안에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핵융합 발전은 수소 원자를 각각 엄청난 압력으로 눌러 서로 융합해 헬륨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나오는 막대한 에너지를 끌어내는 방식이다. 수소원자들은 헬륨으로 융합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에너지와 열을 뿜어낸다. 기존 핵분열 방식의 원자력 발전과 달리 방사성 폐기물도 나오지 않는다. 로체스터대 리카도 베티 교수는 지속가능한 전력을 끌어낼 만큼의 순에너지 생성, 즉 핵융합 발전 상용화로 가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실험 성공을 인류가 석유에서 휘발유를 정제해 이에 불을 붙여 폭발을 불러일으켰던 순간에 비유했다. 이렇게 만든 휘발유로 자동차를 굴리려면 갈 길이 멀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인공태양을 통한 거의 무한정한 에너지 공급 가능성이 높아진 것만은 틀림없다. 영국 런던의 임페리얼 칼리지 플라즈마 물리학 교수 제러미 치텐던은 로런스리버모어 연구소의 실험 결과는 기대를 뛰어넘는 수준이라면서 언젠가는 인류가 이상적인 에너지원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2022-12-14 18:33:51미국 에너지부가 13일(이하 현지시간) 사상 처음으로 핵융합 반응을 통해 점화에 사용된 에너지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생성하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수십년에 걸친 '인공태양' 개발 과정의 주요 걸림돌이 제거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AP 등 외신에 따르면 미 에너지부는 이른바 '순에너지 생성'이라는 이번 결과가 캘리포니아주 로런스리버모어 국립연구소 과학자들이 이뤄낸 업적이라고 밝혔다. 핵융합을 통한 순에너지 생성은 그동안 달성 불가능한 목표로 간주돼 왔다. 핵융합을 이뤄내기 위한 정도의 고온과 높은 압력은 통제가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순에너지 생성이라는 난관이 돌파된 덕에 이제 핵융합 발전, 미래 청정에너지 개발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제니퍼 그랜홈 미 에너지부 장관은 "이번 점화 성공으로 (핵융합이 가능한) 특정 조건을 복제하는 것이 가능해졌다"면서 핵융합은 오직 별들과 태양에서만 발견됐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랜홈 장관은 이번 실험 성공으로 이제 탄소제로의 무한한 핵융합 에너지가 우리 사회에 동력을 공급할 수 있는 길로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핵융합 점화는 21세기의 가장 인상적인 과학 업적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핵융합 발전은 탄소 배출 없이 거의 무한정으로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지구 온난화 주범인 화석연료와 기존 에너지원을 대체할 수 있는 방안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핵융합 발전으로 가정과 회사에 전력을 공급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상용화에는 수십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상용화 기간이 예상보다 단축될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과학기술 발전으로 기술적인 장벽들이 예상보다 빨리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다. 리버모어연구소 소장 킴 부딜은 핵융합 기술 상용화에는 '매우 심각한 걸림돌들'이 있다면서도 최근 수년간 발전 흐름을 보면 상용화 시기가 예상보다 빨리 찾아올 수도 있다고 낙관했다. 부딜 소장은 이전에 예상했던 50~60년이 아닌 '수십년' 안에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핵융합 발전은 수소 원자를 각각 엄청난 압력으로 눌러 서로 융합해 헬륨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나오는 막대한 에너지를 끌어내는 방식이다. 수소원자들은 헬륨으로 융합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에너지와 열을 뿜어낸다. 기존 핵분열 방식의 원자력 발전과 달리 방사성 폐기물도 나오지 않는다. 로체스터대 리카도 베티 교수는 지속가능한 전력을 끌어낼 만큼의 순에너지 생성, 즉 핵융합 발전 상용화로 가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실험 성공을 인류가 석유에서 휘발유를 정제해 이에 불을 붙여 폭발을 불러일으켰던 순간에 비유했다. 이렇게 만든 휘발유로 자동차를 굴리려면 갈 길이 멀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인공태양을 통한 거의 무한정한 에너지 공급 가능성이 높아진 것만은 틀림없다. 영국 런던의 임페리얼 칼리지 플라즈마 물리학 교수 제러미 치텐던은 로런스리버모어 연구소의 실험 결과는 기대를 뛰어넘는 수준이라면서 언젠가는 인류가 이상적인 에너지원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2022-12-14 06:0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