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주주총회에서 행동주의펀드들이 한껏 활동반경을 넓혔으나 전통 자산운용사들의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 필요성은 여전히 높다. 주주를 대신해 투표 권한을 쥐고 있는 만큼 본래 소유자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권리를 실행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거수기'라는 오명을 씻어내고 진정한 대리인으로서 주인 의사를 대변하는 주체로 거듭나야 한다는 것이 지배적인 의견이다. ■지난해 반대 비중 8.37% 6일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자산운용사들은 지분을 가진 기업의 7398개 안건 가운데 8.37%(619건)에 대해서만 반대표(일부 반대 포함)를 던졌다. 2018년(6.59%), 2019년(6.09%), 2020년(7.91%)과 비교해서는 높아졌으나 전년(9.49%) 대비로는 상당 폭 빠진 수치다. 불행사와 중립행사의 비중은 각각 4.76%(352건), 1.37%(101건)에 그쳤다. 특히 49개 운용사 가운데 안건에 반대 의견을 한 차례도 표하지 않은 곳이 20곳(40.8%)이나 됐다. 반대비율 10% 미만이 18곳(36.7%)이었고, 가장 높은 삼성액티브자산운용도 18.9%에 머물렀다. 자산운용사로 대표되는 '대리인(Agency)'들이 '주식소유자(Beneficial Owner)'의 이익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물론 반대 의견만을 적극성의 척도로 삼기는 힘들다. 하지만 이 수치가 평균 10%를 넘지 못 한다면 안건 9할 이상에 찬성하거나 의견을 내지 않고 있다는 뜻인 만큼 활동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운용사들은 자사 펀드의 포트폴리오에 담긴 기업의 지배구조를 감시할 동기가 부족하다. 그 수가 많을 뿐만 아니라 일일이 안건을 분석해 의견을 갖추려면 적잖은 비용이 투입된다. 상품 수익률을 끌어올리는 일이 본업으로 받아 들여지는 상황에서 굳이 다른 곳에 힘을 뺄 이유도 없다. 이 때문에 주주제안 등을 통해 문제 기업을 압박하는 행동주의펀드 등이 만들어졌고, 제도적으론 기관 투자자들에게 적용되는 '스튜어드십 코드'가 도입됐다. 두 축이 함께 돌아가야 보다 효과적이다. 하지만 현재 가입 운용사 57개사 중 주주친화 의결권 지침을 공시한 곳은 16개사(28.1%)에 불과하다. 지난해 신규로 들어온 곳은 한 군데도 없다. ■힘 싣는 금융당국 금융당국은 운용사들이 의결권 행사에 주체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판을 깔아주는 모양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월 '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서 금융투자협회와 '자산운용사 의결권 행사 가이드라인'을 개정하겠다고 말했다. 가이드라인은 2008년에 제정돼 2016년 한 차례 개정됐다. 당시 △지배구조 △이사회 △감사(위원회) △임직원 보상 등 기준이 더 구체화됐으나 아직 재개정은 안 되고 있다. 무엇보다 '새로운 주주총회 이슈는 끊임없이 제기되고 변화하고 있으므로 개별 운용사들은 수시로 의결권 행사 가이드라인을 검토하고 필요시 수정·적용해야 한다'고 명시됐지만 의무사항이 아닌 탓에 안착에는 한계가 있다. 당시 이 원장은 "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일에 고의를 가지고 관여했다면 운용사들은 이사 선임 등에 있어 의사를 내놓는 게 바람직하다"며 "주주 입장을 대변할 대리인으로서 최소한 그 정도 행동은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산운용사도 참여 여지 주인-대리인 문제는 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 투자 규모가 커질수록 심화된다. 주주를 대리해서 맡는 의결권의 몸집도 불어나기 때문이다. 그만큼 책임도 커질 수밖에 없다. 금감원에 따르면 국내 운용자산 규모는 2018년 1019조원에서 2022년 1398조원까지 대폭 증가했다. 행동주의펀드와 결은 다르지만 전통 공·사모운용사도 이 같은 흐름에 동참할 여지는 있다.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 위탁운용사들을 향해 적극적·독립적 의결권 행사를 요구하면서 명분은 갖춰진 상태다. 소수의 지분으로 '대주주' 명함을 달고 경영권을 장악해 주가 상승을 저해하는 행위 등을 단죄한다면 소액주주 지지까지 얻을 수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전통 운용사들이 펀드에 담긴 기업들을 상대로 일일이 행동주의 전략을 취하긴 힘들다"면서도 "가령 해외에 본부를 둔 행동주의펀드를 론칭하는 방식 등 새로운 전략을 택할 가능성은 있다"고 전했다. 이성원 트러스톤자산운용 부사장은 "운용사들이 행동주의 전략을 취할 가능성은 있으나 대형사들의 경우 상장사들과 얽힌 지점이 많아 제약은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이주미 기자
2023-04-06 18:08:34최근 대기업들의 핵심사업 물적분할 후 자회사 상장에 따른 주주가치 훼손 등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면서 그간 ESG(환경·사회·지배구조)와 스튜어드십 코드를 확대한 운용사들의 주주권 요구도 거세지는 모양새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안다자산운용은 SK케미칼 이사회를 상대로 '주주가치를 제고하라'며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는 공개서한을 보냈다. 해당 서한에는 △배당성향 증가 △SK바이오사이언스 지분 일부 매각 △신규사업 투자 △집중투표제 도입 등의 요청이 담겼다. 이번 서한을 보낸 주체는 안다자산운용이 이끄는 '안다ESG사모투자신탁제1호'다. 안다자산운용은 현재 운용하는 역외일임펀드와 합쳐 SK케미칼 지분 총 9만3473주, 지분율 0.53%를 보유 중이다. 이는 SK케미칼의 8대 주주에 맞먹는 지분율로 알려졌다. 안다자산운용은 "SK바이오사이언스의 물적 분할과 상장으로 주주가치가 훼손됐다"며 "이에 회사 주주가치 제고 방안과 장기적 성장 로드맵을 마련할 것으로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SK케미칼이 SK바이오사이언스 지분 일부를 매각해 ESG 경영을 위한 투자도 확대해야 한다"며 "ESG 경영이 필수로 자리 잡아가는 만큼 SK케미칼이 SK바이오사이언스의 백신 산업 외에도 친환경 및 재활용 플라스틱 사업 부문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순이익 대비 배당성향을 30%에서 70%로 크게 끌어올리고 독립적 이사회 운영을 위해 SK케미칼 대표이사와 SK바이오사이언스 사장 겸직도 해소할 것을 요청했다. 트러스톤자산운용도 지난해 말 BYC에 대한 투자목적을 기존 일반투자에서 경영참여로 바꾸고 적극적인 주주활동을 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실제 트러스톤은 지난해 12월 23일 보유 중인 BYC 지분의 투자목적을 경영참여로 변경 공시한 이후 BYC 이사진을 대상으로 주주서한을 보냈다. 해당 주주서한에는 △내부거래 감소 △유동성 확대 △합리적 배당정책 수립 △정기적인 IR계획 수립 △부동산자산의 효율적 활용 등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후 BYC는 트러스톤운용의 제안을 신중히 검토하고 이에 따른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 외에도 주주행동 주의를 표방하는 밸류파트너스운용은 지난해 SGC이테크건설, KISCO홀딩스와 동아타이어 경영진을 대상으로 주주서한을 보내며 주주가치 극대화를 요구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다. 특히 밸류파트너스운용은 기업들이 자사주를 매입해 주주가치에 힘써야 한다고 주장해 눈길을 끈다. 김봉기 밸류파트너스운용 대표는 "자사주 매입 이후 소각 결정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것으로 주식 가치를 높여 주주를 보호하기 위해 최근 상장사들도 관련 행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며 "일례로 미래에셋증권, 코웰페션, 미원에스씨 등이 7~10%의 자사주 매입후 소각을 통해 주주친화 정책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한편 금융투자 업계에선 향후 운용사들의 주주 행동주의가 더 확대될 수 있다고 봤다. 금투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대기업들이 잇단 핵심사업부문 물적분할 이후 자회사 상장에 따른 모회사 주주가치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며 "일반 주주들의 주주권 보호를 위해 스튜어드십 코드와 ESG 운용 전략을 확대한 운용사들의 목소리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kakim@fnnews.com 김경아 기자
2022-01-26 17:58:45[파이낸셜뉴스] 미국 행동주의펀드 달튼인베스트먼트가 콜마홀딩스 지분을 5% 이상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하면서 콜마홀딩스 주가가 19%대 강세다. 7일 는 오전 9시 13분 현재 전일 대비 1380원(14.60%) 오른 824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미국 행동주의펀드 운용사인 달튼인베스트먼트가 한국콜마그룹 지주사인 콜마홀딩스 지분 172만1862주를 보유하고 있다고 지난 6일 공시한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달 지분율 5%를 넘기면서 주요주주에 공시 의무가 생긴 것이다. 달튼은 올해 초부터 한국 증시에 관심을 보이며 콜마홀딩스 지분을 매집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달튼 측은 투자 목적을 '단순 투자'로 밝혔지만 업계에서는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 등 주주행동주의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seung@fnnews.com 이승연 기자
2024-11-07 09:10:12우정사업본부의 우체국예금이 NAV(순자산가치) 기준 약 1조8000억원 규모 국내 헤지펀드 포트폴리오를 관리할 자문운용사 선정에 착수했다. 헤지펀드(전문투자형 사모펀드)는 소수의 투자자로부터 개별적으로 자금을 모아 롱숏 전략이나 퀀트, 행동주의 투자 등 다양한 기법으로 주식, 채권, 파생상품, 실물자산 등 금융상품에 투자해 수익을 올리는 펀드를 말한다. 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우체국예금은 기존에 구축된 국내 헤지펀드 포트폴리오를 자문운용할 운용사 선정에 착수했다. 14일까지 제안을 받아 12월 중 선정한다. 기존 포트폴리오에 대한 주기적 성과 평가 등 유지·관리 등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계약기간은 3년이다. 우정사업본부는 국내 기관 투자자 중 국내 헤지펀드 투자를 처음으로 시도한 곳이다. 우정사업본부는 국민연금에 이은 국내 2위 연기금 투자자다. 우체국예금과 우체국보험을 합쳐 2023년 말 기준 140조원이 넘는 자금을 운용하고 있다. 헤지펀드는 한번 투자하고 묻어두는 바이아웃 위주의 사모펀드(PEF) 투자와 달리 만기가 짧아 유동적이며 주식, 채권, 파생상품, 실물자산 등 다양한 투자가 가능한 펀드다. 이 때문에 운용 전략의 유연성과 만기 측면에서 장점이 많다는 평가다. ggg@fnnews.com 강구귀 기자
2024-11-04 18:03:36[파이낸셜뉴스] 우정사업본부의 우체국예금이 NAV(순자산가치) 기준 약 1조8000억원 규모 국내 헤지펀드 포트폴리오를 관리할 자문운용사 선정에 착수했다. 헤지펀드(전문투자형 사모펀드)는 소수의 투자자로부터 개별적으로 자금을 모아 롱숏 전략이나 퀀트, 행동주의 투자 등 다양한 기법으로 주식, 채권, 파생상품, 실물자산 등 금융상품에 투자해 수익을 올리는 펀드를 말한다. 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우체국예금은 기존에 구축된 국내 헤지펀드 포트폴리오를 자문운용할 운용사 선정에 착수했다. 14일까지 제안을 받아 12월 중 선정한다. 기존 포트폴리오에 대한 주기적 성과 평가 등 유지·관리 등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계약기간은 3년이다. 우정사업본부는 국내 기관 투자자 중 국내 헤지펀드 투자를 처음으로 시도한 곳이다. 우정사업본부는 국민연금에 이은 국내 2위 연기금 투자자다. 우체국예금과 우체국보험을 합쳐 2023년 말 기준 140조원이 넘는 자금을 운용하고 있다. 헤지펀드는 한번 투자하고 묻어두는 바이아웃 위주의 사모펀드(PEF) 투자와 달리 만기가 짧아 유동적이며 주식, 채권, 파생상품, 실물자산 등 다양한 투자가 가능한 펀드다. 이 때문에 운용 전략의 유연성과 만기 측면에서 장점이 많다는 평가다. 헤지펀드는 한가지 전략을 쓰는 싱글펀드와 여러 싱글펀드로 구성된 재간접펀드로 구분된다. 싱글펀드 전략은 주로 주식을 이용한 ‘롱숏’과 각종 이벤트로 인한 가격변동 과정에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이벤트 드리븐’ 등이 쓰인다. 국내 운용사는 운용전략의 편중성을 보이는 등 운용능력에 한계를 보인다는 평가를 받으며 해외 헤지펀드 대비 국내 헤지펀드의 투자가 늦게 시작된 바 있다. 다른 기관 투자자인 국민연금은 2016년부터 헤지펀드에 투자해왔는데 해외 위주다. 투자역량 등을 고려해 재간접펀드 방식으로만 운용해 왔다. 2020년에는 기금운용위원회를 통해 헤지펀드 투자대상 제약요건을 개선키도 했다. 헤지펀드들이 구체적인 투자내역 공개를 꺼리자 펀드 내 구체적 투자내역을 전문업체에 제공하는 경우도 투자대상에 포함했다. ggg@fnnews.com 강구귀 기자
2024-11-04 09:23:04"기업지배구조 개선이라는 잔소리는 전문 경영인을 포함한 직원들은 감히 하지 못한다. '메기'로서 할 일을 했다" 한국 행동주의 1세대로 평가받는 강성부 KCGI(Korea Climate & Governance Improvement Fund) 대표는 24일 파이낸셜뉴스와 만나 출범이후 그간의 소회를 이같이 밝혔다. 강 대표는 한진칼, 오스템임플란트, 현대엘리베이터, DB하이텍 등에서 적극적인 주주활동을 단행해 한국 액티비즘의 선구자로 꼽힌다. 실제 그는 애널리스트였던 2005년 국내 최초로 100대 기업의 지배구조를 분석한 보고서를 발간한 후 자신의 철학을 행동주의를 통해 실행에 옮겼다. 참여한 딜(거래)마다 이슈를 만들어내며 명실상부한 한국 대표 '딜메이커'로서 자리매김했다. 2023년 7월 메리츠자산운용(현 KCGI자산운용) 인수는 새로운 전환점이다. KCGI대체투자운용(옛 케이글로벌, 2021년 창업) 등과 더불어 앞으로 준비할 KCGI금융그룹의 초석이다. 한양증권 인수를 통해 종합금융사로 발돋움할 계획이다. 행동주의를 넘어 좋은 상품을 시장에 제공하는 '딜메이커'로서 DNA를 강화하겠다는 복안이다. 무엇보다 1973년생(51세)으로 한창 현역이지만 은퇴를 준비하고 있다. 경남 함양 출신의 '흙수저'로써 18년간 누구보다 치열하게 새벽 6시에 출근하며 직장을 다녔고 옥탑방에서 신혼생활 한 만큼 치열하게 살아온 그다. 이에 재단은 만들지 않고 은퇴하는 날 현금으로 재산의 50% 이상을 사회에 기부하겠다는 생각이다.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처럼 '투자의 달인'을 꿈꾸면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기 위해 오늘도 좋은 투자처를 발굴하기 위해 현장을 누비고 있다. ―왜 국내에서 생소한 행동주의를 선택 했나 ▲LK투자파트너스 대표로 재직 시절, 기업가치는 좋지만 지배구조가 후진적인 곳에 투자, 구조를 개선하면 기업가치가 향상될 것이란 판단이 있었다. 요진건설 상속과 지배구조개선 문제가 첫 행동주의 투자다. 한국에서도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기업가치를 높이는 투자가 작동한다고 보고 2015년 요진건설 투자 당시 출자자(LP)를 중심으로 2018년 한진칼 투자 펀드를 조성했다. 2018년 7월 1일 KCGI 창업의 배경이다. 행동주의펀드는 당장 대주주 입장에서 거슬리지만 장기적으로 회사가 발전하는 길을 제시한다. 부자가 된 한국의 기업은 주주, 채권자, 직원, 지역사회 등 이해관계자와 나눔의 문제에 있어 큰 벽에 봉착해있다. 한국의 법, 제도는 그동안 엘리트 기업을 중심으로 만들어졌다. 기업이 돈을 벌었더니 지분이 얼마 안되는 오너(경영권 행사 주주)들의 배만 불린다는 우려에 일반 주주들이 주식 투자를 포기한다. 기업의 직원들도 열심히 일할 동기가 없다. 한국 경제의 한 단계 도약을 위해서는 거버넌스(지배구조)에서 선진국이 될 필요가 있다. 모두가 행복하고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모델을 위해 돌하나 얹고 싶다는 마음이 나를 행동주의로 이끌었다. ―KCGI 출범이후 행동주의를 포함한 투자 성과는 ▲창업 후 설립 한달 만에 1600억원 규모 블라인드펀드를 조성했다. 이를 바탕으로 한진칼 투자는 3년 반 동안 수익률 135%를 기록했다. 캠페인 등을 통해 기내식 서비스 매각, 호텔 부지 등 자산 매각에 대한 요구를 한진칼측이 받아들이면서다. 대한항공은 영구채를 포함해 부채비율이 1200%를 넘었지만 200%대까지 떨어졌다. 코로나19 전 비행기 30대 구매를 반대하지 않았으면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은 2000%에 달할 뻔했다. LIG넥스원과 2018년 이노와이어리스에 공동투자한 인연으로 2021년 LIG넥스원에 투자했다. LIG에 1000억원, LIG넥스원 1000억원 등 총 2000억원 규모 투자다. 투자 후 주가는 4배 올랐고 수주잔고는 7배 넘게 늘었다. LIG넥스원은 공격용 무기가 아닌 방어용 무기를 만든다는 점에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투자 정신에 맞고 기술력도 우수하다고 판단했다. 대림코퍼레이션, 오스템임플란트, DB하이텍, 두나무, SBTL첨단소재(2차전지 파우치) 등 9개 포트폴리오에 투자해 IRR(순내부수익률) 20% 이상을 내기도 했다. KCGI자산운용 인수 후 사명을 변경하자 운용자산(AUM)이 4000억원 이상 줄었지만 지금은 인수 당시보다 늘어났다. 고객 계좌 증가는 물론 펀드 수익 확대에 따른 영향이다. 올해 현재 두 자릿수 이상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톱 레벨 연봉 베스트 애널리스트로서 삶을 왜 포기했나 ▲2001년 수 천대 1의 경쟁을 뚫고 대우증권(현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 투자전략부 애널리스트로 시작했다. 채권 부문에서 크레딧(신용) 담당 애널리스트로서 기업의 부도율을 계산하는 것이 주된 업무였다. 동양증권에서 채권 소매영업을 하던 김병철 KCGI자산운용 대표이사 부회장의 제안으로 2004년 동양증권으로 옮겼다. 회사채를 리테일에 판매할 때 심사를 맡는 애널리스트였다. 2013년 동양그룹 기업어음(CP) 및 회사채 사태가 터지기 2년 전 동양그룹에 계열사 채권을 동양증권 지점에 파는 것은 모럴해저드(도덕적 헤이)라고 지적하며 회사를 나왔다. 신한투자증권 리서치센터에서 채권분석팀장을 맡는 등 애널리스트로서 15년 간 있었다. 톱 레벨의 연봉을 받던 애널리스트로서 남은건 리서치센터장였는데 관리보다 필드가 적성에 맞았다. 동문회에서 만난 선배의 '로켓이 연료를 버리지 않고 어떻게 우주로 날아가는가?'라는 한 마디가 인생을 바꿨다. 알량한 연료(연봉)를 아낄려고 그대로 있다가는 퇴직 걱정하며 구조조정을 걱정하는 인생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연봉을 대폭 낮추더라도 사모펀드(PEF) 운용사 대표에 도전하고 싶었다. ― 앞으로 중점을 두는 것이 있다면 ▲투자, 밸류에 있어 새로운 금융상품을 만들어내겠다. 부동산, 펀드에서 행동주의 장르를 만들어낸 것처럼 세상이 바뀐 것에 맞춰 찾아야 한다. 새로운 것이 없다면 세상을 바꾸는 데 도움이 안된다. 특히 세상에 유익하고 한국이 잘 할 수 있는 산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일에 집중하고 싶다. 한국은 EV전환·반도체·AI·방산·조선 강점을 가졌다. 이런 산업을 지속적으로 발굴, 투자하겠다. kakim@fnnews.com 김경아 강구귀 기자
2024-09-24 18:14:45[파이낸셜뉴스] "기업지배구조 개선이라는 잔소리는 전문 경영인을 포함한 직원들은 감히 하지 못한다. '메기'로서 할 일을 했다" 한국 행동주의 1세대로 평가받는 강성부 KCGI(Korea Climate & Governance Improvement Fund) 대표(사진)는 24일 파이낸셜뉴스와 만나 출범이후 그간의 소회를 이같이 밝혔다. 강 대표는 한진칼, 오스템임플란트, 현대엘리베이터, DB하이텍 등에서 적극적인 주주활동을 단행해 한국 액티비즘의 선구자로 꼽힌다. 실제 그는 애널리스트였던 2005년 국내 최초로 100대 기업의 지배구조를 분석한 보고서를 발간한 후 자신의 철학을 행동주의를 통해 실행에 옮겼다. 참여한 딜(거래)마다 이슈를 만들어내며 명실상부한 한국 대표 '딜메이커'로서 자리매김했다. 2023년 7월 메리츠자산운용(현 KCGI자산운용) 인수는 새로운 전환점이다. KCGI대체투자운용(옛 케이글로벌, 2021년 창업) 등과 더불어 앞으로 준비할 KCGI금융그룹의 초석이다. 한양증권 인수를 통해 종합금융사로 발돋움할 계획이다. 행동주의를 넘어 좋은 상품을 시장에 제공하는 '딜메이커'로서 DNA를 강화하겠다는 복안이다. 무엇보다 1973년생(51세)으로 한창 현역이지만 은퇴를 준비하고 있다. 경남 함양 출신의 ‘흙수저’로써 18년간 누구보다 치열하게 새벽 6시에 출근하며 직장을 다녔고 옥탑방에서 신혼생활 한 만큼 치열하게 살아온 그다. 이에 재단은 만들지 않고 은퇴하는 날 현금으로 재산의 50% 이상을 사회에 기부하겠다는 생각이다.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처럼 '투자의 달인'을 꿈꾸면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기 위해 오늘도 좋은 투자처를 발굴하기 위해 현장을 누비고 있다. ▲ 왜 국내에서 생소한 행동주의를 선택 했나 ―LK투자파트너스 대표로 재직 시절, 기업가치는 좋지만 지배구조가 후진적인 곳에 투자, 구조를 개선하면 기업가치가 향상될 것이란 판단이 있었다. 요진건설 상속과 지배구조개선 문제가 첫 행동주의 투자다. 한국에서도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기업가치를 높이는 투자가 작동한다고 보고 2015년 요진건설 투자 당시 출자자(LP)를 중심으로 2018년 한진칼 투자 펀드를 조성했다. 2018년 7월 1일 KCGI 창업의 배경이다. 행동주의펀드는 당장 대주주 입장에서 거슬리지만 장기적으로 회사가 발전하는 길을 제시한다. 부자가 된 한국의 기업은 주주, 채권자, 직원, 지역사회 등 이해관계자와 나눔의 문제에 있어 큰 벽에 봉착해있다. 한국의 법, 제도는 그동안 엘리트 기업을 중심으로 만들어졌다. 기업이 돈을 벌었더니 지분이 얼마 안되는 오너(경영권 행사 주주)들의 배만 불린다는 우려에 일반 주주들이 주식 투자를 포기한다. 기업의 직원들도 열심히 일할 동기가 없다. 한국 경제의 한 단계 도약을 위해서는 거버넌스(지배구조)에서 선진국이 될 필요가 있다. 모두가 행복하고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모델을 위해 돌하나 얹고 싶다는 마음이 나를 행동주의로 이끌었다. ▲KCGI 출범이후 행동주의를 포함한 투자 성과는 ―창업 후 설립 한달 만에 1600억원 규모 블라인드펀드를 조성했다. 이를 바탕으로 한진칼 투자는 3년 반 동안 수익률 135%를 기록했다. 캠페인 등을 통해 기내식 서비스 매각, 호텔 부지 등 자산 매각에 대한 요구를 한진칼측이 받아들이면서다. 대한항공은 영구채를 포함해 부채비율이 1200%를 넘었지만 200%대까지 떨어졌다. 코로나19 전 비행기 30대 구매를 반대하지 않았으면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은 2000%에 달할 뻔했다. LIG넥스원과 2018년 이노와이어리스에 공동투자한 인연으로 2021년 LIG넥스원에 투자했다. LIG에 1000억원, LIG넥스원 1000억원 등 총 2000억원 규모 투자다. 투자 후 주가는 4배 올랐고 수주잔고는 7배 넘게 늘었다. LIG넥스원은 공격용 무기가 아닌 방어용 무기를 만든다는 점에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투자 정신에 맞고 기술력도 우수하다고 판단했다. 대림코퍼레이션, 오스템임플란트, DB하이텍, 두나무, SBTL첨단소재(2차전지 파우치) 등 9개 포트폴리오에 투자해 IRR(순내부수익률) 20% 이상을 내기도 했다. KCGI자산운용 인수 후 사명을 변경하자 운용자산(AUM)이 4000억원 이상 줄었지만 지금은 인수 당시보다 늘어났다. 고객 계좌 증가는 물론 펀드 수익 확대에 따른 영향이다. 올해 현재 두 자릿수 이상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톱 레벨 연봉 베스트 애널리스트로서 삶을 왜 포기했나 ―2001년 수 천대 1의 경쟁을 뚫고 대우증권(현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 투자전략부 애널리스트로 시작했다. 채권 부문에서 크레딧(신용) 담당 애널리스트로서 기업의 부도율을 계산하는 것이 주된 업무였다. 동양증권에서 채권 소매영업을 하던 김병철 KCGI자산운용 대표이사 부회장의 제안으로 2004년 동양증권으로 옮겼다. 회사채를 리테일에 판매할 때 심사를 맡는 애널리스트였다. 2013년 동양그룹 기업어음(CP) 및 회사채 사태가 터지기 2년 전 동양그룹에 계열사 채권을 동양증권 지점에 파는 것은 모럴해저드(도덕적 헤이)라고 지적하며 회사를 나왔다. 신한투자증권 리서치센터에서 채권분석팀장을 맡는 등 애널리스트로서 15년 간 있었다. 톱 레벨의 연봉을 받던 애널리스트로서 남은건 리서치센터장였는데 관리보다 필드가 적성에 맞았다. 동문회에서 만난 선배의 '로켓이 연료를 버리지 않고 어떻게 우주로 날아가는가?'라는 한 마디가 인생을 바꿨다. 알량한 연료(연봉)를 아낄려고 그대로 있다가는 퇴직 걱정하며 구조조정을 걱정하는 인생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연봉을 대폭 낮추더라도 사모펀드(PEF) 운용사 대표에 도전하고 싶었다. ▲ 앞으로 중점을 두는 것이 있다면 ―투자, 밸류에 있어 새로운 금융상품을 만들어내겠다. 부동산, 펀드에서 행동주의 장르를 만들어낸 것처럼 세상이 바뀐 것에 맞춰 찾아야 한다. 새로운 것이 없다면 세상을 바꾸는 데 도움이 안된다. 특히 세상에 유익하고 한국이 잘 할 수 있는 산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일에 집중하고 싶다. 한국은 EV전환·반도체·AI·방산·조선 강점을 가졌다. 이런 산업을 지속적으로 발굴, 투자하겠다. ▲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인생은 운7 기3 이라고 하는데 저야 말로 정말 운이 좋아서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한다. 애널리스트 시절부터 KCGI출범이후 그간 저를 도와주시고 감사한 분들이 너무도 많다 그분들에게 평생 빚을 갚아가며 살고 싶다. kakim@fnnews.com 김경아 강구귀 기자
2024-09-24 05:36:26[파이낸셜뉴스] 투자시장에서 전통 증권인 주식·채권 대신 대체투자, 사모자산이 비중이 키울 것이란 주장이 나왔다. 금리 인하가 다가오는 시점에서 투자자들은 리스크를 품더라도 수익성을 높일 대상을 모색할 것인 만큼 포트폴리오 다각화 차원에서 이 같은 흐름이 예상된다. 캐서린 콕스 슈로더 글로벌 기관 사업부문 대표는 21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2024 글로벌 자산운용업계 동향 및 ESG 트렌드 세미나’에서 “자산운용업계는 비용 상승과 함께 거세지는 수수료 압박에 따른 대대적인 변화 필요성을 깨닫고 있다”며 이 같이 강조했다. 보스턴 컨설팅그룹(BCG)에 따르면 자산운용사들은 2012년부터 2022년까지 이어진 강세장에 힘입어 펀드 포트폴리오를 확장했다. 하지만 최근엔 보다 강력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지속 가능하고 수익성 있는 사업 영역에 집중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단순히 비용을 절감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게 콕스 대표 판단이다. 그는 혁신적 방식으로 비용을 최적화해야 한다며 그 수단으로 대체투자와 사모자산을 언급했다. 콕스 대표는 “투자자들은 금리 인상기였던 2023년 현금 보유량을 늘렸지만, 올해 금리가 고점에 다다르며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면서 다시 리스크 자산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대체투자 운용자산(AUM)은 점차 확대되고 있다. 몇 년 간 이어진 인플레이션에 따라 주식이나 채권 등 전통 자산군이 취약한 모습을 보이면서 반대급부로 나타난 결과다. 2022년 말 기준 글로벌 대체투자 글로벌 AUM은 20조달러 이상으로, 글로벌 투자금 중 21% 해당한다. 2005년(11%) 대비 10%p 상승했다. 수익률도 같은 기간 31%에서 50%로 19%p 뛰었다. 기관뿐 아니라 개인들도 시장에 들어오면서 사모자산 대중화도 진행되고 있다. 콕스 대표는 준 개방형(Semi-liquid), 중도환매 가능(evergreen) 대체투자의 혁신적 성장세가 이어지면서 투자 시 유동성 관리 편의성을 개선시켜줄 수 있다고 짚었다. 이어 발표를 진행한 머빈 탱 슈로더 APAC 지속가능성 부문 대표는 슈로더 투자 철학으로 ‘지속가능성’을 제시하며 “슈로더그룹 펀드매니저와 애널리스트는 투자 과정에서 전통적인 금융 분석과는 별도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요소를 고려한다”고 말했다. 슈로더그룹은 지난 2010년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를 지난 업계 최초 도입한 후 활발한 주주행동주의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슈로더그룹 2023년 글로벌 의결권 활동 결과에 따르면 △기후변화(38%) △인적자본관리(26%) △거버넌스(15%) 테마에서 활발한 경영관여 활동이 이뤄졌다. 글로벌 ESG 규제가 강화되면서 기후 목표를 설정하는 회사와 관련 주주 제안도 늘어나는 추세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에 따르면 기후 목표를 설정한 회사의 비율은 2015년 24%에서 2023년 54%로 늘었다. 같은 기간 한국 수치 역시 15%에서 33%로 2배 이상 증가했다. 국내 상장사들이 접수한 주주 제안 건수는 2018년 대비 2023년 2배가량 증가했다. 탱 대표는 지속가능펀드에 대한 시장 우려에 대해선 “자금 유입세는 둔화되었지만 상대적으로 강한 회복력을 보이고 있다”며 “지속가능펀드 성과는 전통자산 펀드만큼 다양하다”고 답했다. 특히 기후 펀드 시장 점유율은 꾸준히 확대되고 있으며, 아시아·태평양에서 더 큰 자산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탱 대표는 “기후 전환은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카테고리로, 아태 지역에선 기후 솔루션과 청정에너지가 두각을 보인다”고 했다. 정은수 슈로더투자신탁운용 대표는 “슈로더그룹은 지속 가능한 성장에 초점을 맞춰 투자자들 이익 극대화에 힘쓰고 있다”며 “한국법인인 슈로더운용은 보유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이 같은 글로벌 트렌드에 맞춰 국내 시장에서의 사모자산의 확대를 이끌 계획”이라고 말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2024-05-21 10:49:28"행동주의 펀드는 단순히 주가를 올리는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저평가 회사를 조정하는 조정자 역할을 한다. 이 수혜를 연기금의 수익자가 볼 것이다." 강성부 KCGI 대표는 25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에서 열린 2024 FIND·서울국제A&D컨퍼런스 패널토론에서 행동주의 펀드의 긍정적 역할을 강조하며 이같이 밝혔다. 행동주의 펀드가 건강한 기업개선작업을 해 나가고, 장기적으로 연기금에도 도움이 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날 패널토론은 장동헌 법무법인 율촌 고문을 좌장으로 강 대표를 포함해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 임유철 H&Q 코리아 공동대표, 강석구 대한상공회의소 조사본부장이 참석했다. 패널들은 사모펀드가 행동주의 투자 역할을 담당하며 기업밸류를 위한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다는 데 공감했다. ■韓 사모펀드, '기업사냥꾼' 오명 벗어야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는 먼저 국내 사모펀드 산업이 과거 대비 상당 부분 발전한 점을 강조했다. 업계에서 이름을 붙인 '단타' '기업사냥' 등 오명을 만들어낸 과거 행동보다는 기업가치를 높이고 합리적인 수준에 매각하는 방식으로 변화했다는 뜻이다. 다만 "행동주의 펀드가 늘긴 했지만 이제 인수할 회사가 적다"며 "기업을 팔겠다는 쪽은 많이 없는데 경쟁은 치열한 상황이라 돈이 한번 들어오면 대거 투입돼 밸류에이션이 지속적으로 오르는 경우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임유철 H&Q코리아 대표는 "5년 전만 하더라도 저평가 기업에 공개매수 등 밸류업 방안을 제시하면 기업들은 처음에는 관심을 가졌지만, 실행으로 이어지진 않았다"며 "하지만 최근 다시 관심을 가지며 연락이 오는 등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 같은 과도기를 거치며 궁극적으로는 기업가치 개선에 성공할 것"이라며 "지금은 지배구조 개혁에 초점을 두고 있지만, 개혁이 이뤄지면 그다음 단계는 실질적인 기업가치 향상을 위한 움직임이 일어날 것"이라고 짚었다. ■저평가 종목+주주환원으로 주식 성장 기대 강성부 대표는 윤석열 정부가 주도하는 밸류업 프로그램에도 주목했다. 강 대표는 "당장 만족하기는 어렵지만 화두를 던졌다는 측면에서 중요하다"면서 "정부도 1400만 개미투자자의 눈치를 보게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이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관점에서 메인 테마가 될 수 있다"면서 "일본도 밸류업 프로그램의 성과가 (나오기까지) 10년 걸렸다"고 부연했다. 다만 연기금의 행동주의 펀드 투자가 어려운 것과 관련, '헤드라인 리스크'가 있다고 지적했다. 연기금은 여론에 오르내리는 것에 대한 부담이 있다고 봤다. 행동주의 펀드의 실제 투자수익률이 좋은지 입증이 안 됐다는 시각도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강 대표는 "앞으로도 불편한 부분을 개선해야 한다. 수익률 관점에서 보면 가만히 있는 것보다 행동주의를 하는 것이 낫다"며 "한국에 밸류 크리에이팅(가치창출)할 보석 같은 회사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창환 대표는 상장주식 투자에 있어서도 기회가 있을 것으로 봤다. 아직도 기업가치 대비 주식은 제값으로 책정되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이 대표는 "기술의 발전, 개인투자자 유입 등으로 인해 인식이 제고됐다"며 "이는 사회적 합의로 이어지고 지배구조(거버넌스)를 바꿀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오스템임플란트를 사례로 들며 "행동주의가 확대되면서 상장 유지비용이 높아졌고, 이는 딜을 만들어내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핵심자산 매각 등도 많이 나올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패널들은 주주환원 확대 흐름에 사모펀드 운용사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이 대표는 "행동주의 펀드가 늘긴 했지만 이제 인수할 회사가 적다"며 "기업을 팔겠다는 쪽은 많이 없는데 경쟁은 치열한 상황이라 돈이 한번 들어오면 대거 투입돼 밸류에이션이 지속적으로 오르는 경우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밸류업 위해선 상속세 문제 해결해야 주식 밸류업을 위해서는 상속세 등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강석구 대한상공회의소 경제조사본부장은 행동주의 펀드와 기업을 잇는 제도 마련을 통해 양측의 간극을 줄여가야 한다고 했다. 강 본부장은 "현재 행동주의 펀드가 기업을 타깃으로 삼고, 이에 대해 기업이 문제를 제기하는 것 사이에는 제도가 부족하다는 생각"이라며 "(행동주의 펀드와 기업 간 간극은) 우리 경제의 규모는 커졌지만 시스템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에서 비롯됐다"고 진단했다. 강 본부장은 상속세 이슈와 기업의 밸류업 프로그램을 연결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면서 상속세·사외이사 제도 등 지배구조상의 제도적 문제 해결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사외이사 제도 도입 및 촉진 과정에서 국제표준에 부합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했다"며 "공정거래법상 CEO의 사외이사 참여는 막고 있지만 차후에 회사를 경영하게 될 경우 계열사로 편입되는 이슈가 여전하다는 점 등은 손봐야 한다"고 말했다. 시장의 역할이 커지고 있는 만큼 기업의 영리활동 역시 시장친화적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언급했다. 강 본부장은 "동일인 지정제도에 대한 개선이 시급하고 더 나아가 행위에 대한 규제를 없애는 것이 급선무"라며 "시장이 더 크기 위해서는 금산분리 규제도 완화되는 한편 배당을 저해하는 이중과세 문제도 해소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kakim@fnnews.com 김경아 강구귀 김미희 김현정 한영준 김태일 박지연 이주미 김찬미 기자
2024-04-25 19:34:41"한국과 일본이 주도하는 시기지만 중국도 돌아올 것이다."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은 1일 투자자들에게 보내는 연례서한에서 이 같이 언급했다. 김 회장은 "2023년 많은 운용사(GP)들이 변동성 탓에 중국의 비중을 줄였지만 중국이 시장을 주도했던 챕터의 종말을 의미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중국은 10억명의 소비자층이라는 큰 경제권을 갖고 있다. 역사적으로 봐도 중국이 전례가 없는 일을 시도해온 국가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시장이 대내외적 요인으로 주춤한 것은 맞지만 '성장통'의 시기로 판단했다. 김 회장은 "지난해 11월 시장의 논제를 'Asia=K+J'라고 제시한 바 있다"며 "한국과 일본 시장이 상당하고도 지속적인 딜 흐름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에 대해 그는 "(그간은) 재벌 위주의 산업구조가 사모펀드(PE) 시장의 성장에 적합했다"면서 "최근 사이즈는 크지만 비재벌인 기업의 매각 건수가 점차 늘고 있고, 이런 딜 소싱의 다양화는 사모 시장이 성숙하고 있다는 징후"라고 소개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와 관련해서도 "글로벌 기업들과 비교했을 때 한국 기업에 대한 투자는 평균 25% 할인된 가격에서 진행된다"며 "한국은 투자가치를 보유하고 있는 시장"이라고 전했다. 일본 PE 시장의 활황에 대해서는 일본 기업지배구조 헌장과 주주행동주의의 발현이 동시에 수반된 것을 원인으로 꼽았다. 그는 "기업 매각이나 카브 아웃(carve-out·기업의 특정부문을 물적분할 후 매각)이 초래되면서 계열사 포트폴리오에 합리화가 이뤄졌다"며 "공손함이라는 명성에 가려져 있지만 일본은 이제 전세계에서 주주행동주의가 두 번째로 활발한 시장"이라고 강조했다. MBK파트너스는 지난해 아시아 시장에만 공동투자금을 포함, 36억달러(약 4조8567억원)의 투자를 집행했다. 지난해 포트폴리오 운영과 관련, 김 회장은 "코로나 팬데믹으로부터 방어하는 스탠스에서 벗어나 성장을 위해 실적을 드라이브하는 스탠스로 전향했다"고 말했다. 투자에 중점을 둔 분야는 헬스케어와 테크다. 이와 관련, 그는 "(포트폴리오 속) 소비재와 헬스케어, 금융서비스 기업들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이 각각 15%, 22%, 21%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MBK파트너스가 지난해 운용 중인 5개의 펀드에서 거둔 내부수익률(IRR)은 평균 20.5%에 달한다. 김 회장은 "아시아 전역에서 기업공개(IPO) 시장조차 불황이었으나 부분 매각과 자본재조정을 통해 4억1200만달러를 출자자들에 돌려줬다"고 전했다. ggg@fnnews.com 강구귀 기자
2024-04-01 18:25: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