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북한이 12일 73일 만에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발사 도발을 감행한 데 대해, 통일부는 수해 복구 중 무력도발이라는 점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선전하던 ‘애민주의’는 허구임을 자인했다고 비판했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우리 군은 이날 오전 7시 10분께 북한 평양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쏘아 올려진 SRBM 수발을 포착했다. 지난 4~8일 닷새 연속 쓰레기 풍선을 살포하는 저강도 도발을 한 데 이어 탄도미사일 발사로 수위를 높인 것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같은 날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유엔(UN·국제연합) 안보리(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자 한반도의 평화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명백한 도발행위”라며 “특히 수해 피해 복구가 시급한 상황에서 이 같은 도발을 계속하는 건 북한 당국이 주장하는 애민주의 선전의 허구성을 스스로 확인해준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부는 북한이 대남 메시지는 줄이면서 여러 크고 작은 도발들을 감행하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말이 아닌 행동에 나서면서 우리나라 내부의 혼란과 불안감을 조성해 남남갈등을 초래하려는 목적이라는 분석이다.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
2024-09-12 11:18:38'서울의 봄'이 개봉 33일만에 천만 영화에 등극하며 극장가에 봄을 부른 가운데, 김한민 감독의 '노량: 죽음의 바다'가 25일 누적 관객수 200만명을 돌파했다. '노량'은 역대 한국영화 최고 흥행작인 '명량'(2014)과 지난여름 726만명을 모은 '한산: 용의 출현'를 잇는 이순신 3부작의 완결편이다. 임진왜란을 일으킨 장본인인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죽음으로 문을 여는 '노량'은 겨울의 야간전이었던 노량해전과 7년 전쟁에 종지부를 찍으려는 이순신(김윤석 분)의 결의를 조명한다. 김한민 감독은 "허구 같은 장면이 진짜인 경우가 많다. 고증과 본질적 메시지 그리고 그 사이 창작자의 양심 같은 것이 하나로 결합될 때 좋은 사극영화가 완성된다는 생각 하에 연출했다"고 밝혔다. 영화를 보면서 허구인지 진짜인지 궁금한 부분을 정리했다. ■"실제로 막내아들 꿈에 나타나" "내가 죽고 너가 사는 것이 올바른 이치인데, 너가 죽고 내가 살다니." 영리하고 무예가 출중했던 막내아들 면이 죽었다는 편지를 받고(1597년 10월 14일), 이순신은 난중일기에 "아직 목숨은 남아있지만은 마음은 죽고 형상만 남아있을 따름"이라고 적었다. '노량'에서는 자식을 앞세운 아버지 이순신의 고통이 꿈속 장면을 통해 절절히 표현된다. 김한민 감독은 "이순신은 실제로 절대적 순간에 선몽을 많이 꿨다"며 "귀신 장수라고 불린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명량해전이 일어나기 직전에는 꿈속에서 어떤 선인이 이렇게 싸우면 이기고 저렇게 싸우면 진다는 식의 전략 전술을 알려줬고, 죽은 아들 면이 꿈에 나타나 자신을 죽인 자가 아군 진영 포로로 있다는 사실을 말해줬다"고 부연했다. ■북소리에 쓰러진 시마즈 "살아서 본국 귀환" 백윤식이 연기한 일본 장수 시마즈 요시히로는 노량해전의 왜군 지휘관으로 비록 전투에서 패해 전력을 모두 잃었지만, 시마즈가 조선 수군을 공격함으로써 해상 봉쇄가 일시적으로 풀렸고 덕분에 일본군의 퇴로가 열렸다는 점이 인정돼 전후 봉록을 받았다. 또한 '난중잡록' 등에 의하면 이순신을 저격해 전사시킨 조총병 부대가 시마즈 부대라는 설이 유력하다. 김한민 감독은 "시마즈는 지금의 규슈 가고시마현 출신이다. 아이러니하게 메이지 유신(막부체제가 무너지고 천황 중심의 지배체제가 확립된 사건)을 일으킨 지역이고 이후에 우리에게는 일제강점기가 찾아오게 되는데, 그 지역 맹주였던 시마즈가 (노량해전의) 중심에 있었다"고 설명했다. '노량'에서 시마즈는 이순신의 북소리에 고통스러워하며 쓰러지는 장면을 연출한다. 김한민 감독은 "장군의 북소리가 왜군에게 공포를 안겨줬다는 것을 그렇게 표현했다"며 "결국 시마즈 요시히로는 목숨은 건진 채 본국에 돌아갔다"고 말했다. ■"이순신 장군, 북치다 돌아가셨다" '노량'에서 이순신 장군은 백병전 도중 죽은 동료들과 아들의 환영을 본다. 이 장면은 전적으로 영화적 상상이다. 김한민 감독은 "'극락도 살인사건'(2007) 촬영 당시 남해서 일출을 본 적 있는데 장관이었다"며 "그 일출을 400여년 전 이순신 장군이 치열한 전쟁터에서 똑같이 보셨을 것"이라고 이 장면을 연출한 의도를 설명했다. "그 처참한 전장을 환히 들여다보면서, 보통 사람들은 경험하지 못하는 어떤 체험을 하셨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충무공은 환영을 본 뒤 아군을 독려하고, 적을 위협하기 위해 태산처럼 북을 친다. 김한민 감독은 "북소리는 장군의 대의를 함축적으로 표상한다. 장군의 살신성인이 북소리"라고 설명했다. "북소리가 시작되면 히데요시가 신음하고 시마즈도 귀를 막고 몸부림친다. 반면 진린과 같은 우리 편은 젖먹던 힘까지 낸다. 왜군 고니시(이무생 분)가 도주하기로 결심한 것도 이 북소리 때문이라고 본다. 이순신 장군은 실제로 북을 치다가 돌아가셨다." '노량'에서 북소리는 영화의 하이라이트로, 관객의 마음까지 울린다. ■"선조실록에 초신성 폭발" 북쪽의 대장별 "북쪽의 대장별이 오늘따라 밝구나. 저별이 아니었다면 조선은 진작에 명운을 다했을거다." 극중 진린의 대사다. 김한민 감독은 "실제로 진린이 동방의 대장별이 희미해지는 것을 보고, 제갈공명처럼 하늘에 생명 연장을 비는 기도를 올리라고 장군께 조언했는데, 장군이 "천수(天數)는 피하기 어렵다는 답서를 보낸 유명한 일화가 있다"고 말했다. "저 별은 뭘까, 관객들이 알기 쉽게 북쪽의 대장별로 묘사했다"며 "근데 실제로 선조실록에 초신성이 폭발했다는 기록이 있더라"고 부연했다. 전남 청산도에 있는 진린의 비문에 따르면 이순신은 '나의 충성, 덕망, 재주가 무후(제갈공명)만 못하기에 비록 무후의 법을 쓴다한들 하늘이 어찌 이를 들어줄 수 있으리까'라고 답했다. 하지만 후대의 평가는 다르다. 정조는 '홍재전서'에서 이순신에 대해 "참으로 천고 이래의 충신이요 명장"이라며 "제갈공명과 자웅을 겨룬다 하더라도 과연 누가 우세할지 장담할 수 없을 것"이라며 높이 샀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3-12-25 18:29:47[파이낸셜뉴스] 이순신 3부작의 대미를 장식할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가 전편들을 뛰어넘는 시리즈 최고 사전 예매량(32만장)을 기록하며 어제(20일) 개봉했다. '노량'은 역대 한국영화 최고 흥행작인 '명량'(2014)과 지난여름 726만명을 모은 '한산: 용의 출현'를 잇는 이순신 3부작의 완결편이다. 임진왜란 발발 후 7년, 조선에서 퇴각하려는 왜군을 완벽하게 섬멸하기 위한 이순신 장군 최후의 전투를 그린 전쟁 액션 대작이다. 메가폰을 잡은 김한민 감독은 “허구 같은 장면이 진짜인 경우가 많다. 고증과 본질적 메시지 그리고 그 사이 창작자의 양심같은 것이 하나로 결합될 때 좋은 사극영화가 완성된다는 생각 하에 연출했다"고 밝혔다. 영화를 보면서 허구인지 진짜인지 궁금한 부분을 정리했다. ■ 귀신 장수 이순신? “실제로 막내아들 꿈에 나타나” “내가 죽고 너가 사는 것이 올바른 이치인데, 너가 죽고 내가 살다니.” 영리하고 무예가 출중했던 막내아들 면이 죽었다는 편지를 받고(1597년 10월 14일), 이순신은 이렇게 통곡하며 “아직 목숨은 남아있지만은 마음은 죽고 형상만 남아있을 따름”이라며 울부짖었다(‘난중일기’ 더스토리). 임진왜란을 일으킨 장본인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죽음으로 문을 여는 '노량'은 경상도 남해현 노량해협의 겨울 바다에서 살아 돌아가려는 왜와 조-명 연합 수군이 이틀에 걸쳐 펼친 난전과 7년 전쟁에 종지부를 찍으려는 이순신의 결의를 조명한다. 이번 영화에서는 자식을 앞세운 아버지 이순신(김윤석 분)의 고통이 꿈속 장면을 통해 절절히 표현된다. 이 꿈속 장면은 흔히 100% 영화적 상상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는 ‘난중일기’에 기반에 둔 것이다. 김한민 감독에 따르면 이순신 장군은 실제로 절대적 순간에 선몽을 많이 꿨다. “귀신 장수”라고 불린 것도 이 때문. 명량해전이 일어나기 직전에는 꿈속에서 어떤 선인이 이렇게 싸우면 이기고 저렇게 싸우면 진다는 식의 전략 전술을 알려주기도 했고, 죽은 아들이 꿈에 나타나 자신을 죽인 자가 아군 진영 포로로 있다는 사실을 말해줬다. ‘노량’에서는 퇴각하려는 일본군을 조용히 보내 왜와의 물리적 충돌을 최소화하려는 명의 장수 진린(정재영 분)이 왜를 끝까지 섬멸하려는 이순신과 사사건건 부딪히는데, 이러한 과정에서 진린은 면을 죽인 일본군 포로를 이순신에게 내어주며 원한이라도 풀라고 한다. 이순신은 그들의 얼굴을 확인하며 다시 꿈속 장면을 떠올리기도 한다. ■ 북소리에 고통스러워하며 쓰러진 시마즈 “살아서 본국 귀환” 백윤식이 연기한 일본 장수 시마즈 요시히로는 이순신이 전사한 노량해전의 일본 측 지휘관으로 당시 퇴로를 찾다가 관음포에 갇히고, 수차례 탈출 시도를 하다가 어떻게든 탈출에 성공했으나 대부분 함대가 수장된다. 비록 전 투에서 패해 전력을 모두 잃었지만 시마즈가 조선 수군을 공격함으로써 해상봉쇄가 일시적으로 풀렸고 덕분에 일본군의 퇴로가 열렸다는 점이 인정되어 전후 봉록을 받았다. 또한 '난중잡록' 등에 의하면 이순신을 저격하여 전사시킨 조총병 부대가 시마즈 부대라는 설이 유력하다. 김한민 감독은 “시마즈는 지금의 (규슈 최남단) 가고시마현 출신이다. 아이러니하게 메이지 유신(막부체제가 무너지고, 천황 중심의 지배체제가 확립된 사건)을 일으킨 지역이고 이후에 우리에게는 일제강점기가 찾아오게 되는데, 그 지역의 맹주였던 시마즈가 (노량해전의) 중심에 있었다”고 극중 백윤식이 연기한 왜군 장수 시마즈 요시히로를 언급했다. 앞서 백윤식은 “전세가 불리한 상황에서도 쉽게 물러서지 않은 노련한 전력가이자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도 이순신에 맞서는 캐릭터라 맹렬한 모습을 강렬하게 표현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또 (시마즈 의상을 수작업한 일본인 기능보유자가) 고향 분이라 존경하고 자랑스러워한다"면서 "(시마즈를 연기하는 내게) 잘 부탁한다는 말을 전했다"고 돌이켰다. '노량'에서 시마즈는 아비규환의 전쟁 속에서 이순신의 북소리에 고통스러워하며 쓰러지는 장면을 연출한다. 김한민 감독은 “이순신 장군의 북소리가 왜군에게 공포를 안겨줬다는 것을 그렇게 표현했다”며 “결국 요시히로는 목숨만 건진 채 본국에 돌아갔다”고 말했다. ■ 이순신 장군 “북치다 돌아가셨다” ‘노량’에서 이순신 장군은 백병전 도중 죽은 동료들과 막내아들의 환영을 본다. 이 장면은 전적으로 영화적 상상이다. 김한민 감독은 “‘극락도 살인사건’ 촬영 당시 멸치잡이 바지선을 타고 일출을 본 적이 있는데 이루 말할 수 없는 장관이었다”며 “그 일출을 400여 년 전 이순신 장군이 치열한 전쟁터에서 똑같이 보셨을 것”이라며 이 장면을 연출의도를 설명했다. “그 처참한 전장을 환히 들여다보면서, 보통 사람들은 경험하지 못하는 어떤 체험을 하셨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순신 장군은 환영을 본 뒤 아군을 독려하고, 적을 위협하기 위해 바다 가운데서 태산처럼 북을 친다. 김한민 감독은 “북소리는 이순신의 대의를 함축적으로 표상한다. 이순신 장군의 살신성인이 북소리"이라고 설명했다. "북소리가 시작되면 히데요시가 신음소리를 내고, 시마즈도 귀를 막고 고통스러워한다. 반면 진린과 같은 우리 편은 젖먹던 힘까지 낸다. 고니시가 도주하기로 결심한 것도 이 북소리 때문이라고 본다. 이순신 장군님은 실제로 북을 치다가 돌아가셨다”고 말했다. ‘노량’에서 이순신이 치는 북소리는 영화의 하이라이트로, 관객의 마음까지 울린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3-12-20 15:59:52[파이낸셜뉴스] “나는 겨울밤의 찬 공기를 조용히 삼키면서 20분이 넘도록 총성을 들었다. 한남동에 살던 19살 무렵 경험한 그 순간은 오랫동안 기억 속에서 재생되었다. “누가 왜? 누구와 싸우는지”에 대한 강렬한 호기심을 느꼈다. 훗날 '12.12 군사반란'으로 자세한 내막이 알려졌을 때 나는 오래된 의혹이 해소됨과 동시에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 “아니 저렇게 쉽게 권력을 빼앗겨? 그것도 하룻밤 만에??”(김성수 감독 연출의 변 중에서) 영화 ‘서울의 봄’이 12.12 군사반란을 스크린에 옮긴 첫 영화로 관심을 모은다.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대통령 시해 후 12월 6일 최규하 대통령 권한대행이 대통령에 선출된 지 1주일도 안된 시점에 당시 육군 내 불법 사조직 하나회의 일원,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이 주도해 군사 쿠데타를 일으켰다. 바로 제5공화국의 시작이었다. ‘서울의 봄’은 전두환 보안사령관을 모티브로 한 전두광(황정민)과 군사반란에 맞서 진압군을 지휘했던 장태완 수도경비사령관을 모티브로 한 이태신(정우성)을 중심으로 일촉즉발의 9시간을 담았다. 기본 뼈대는 사실 그대로다. 하지만 인물들의 구체적 행적은 극화했다. 정승화 당시 육군참모총장이 전두환을 견제하며 하나회 측의 불온한 움직임을 막으려 대립각을 세웠다면 영화에서는 전두광과 이태신의 대결이 핵심이다. 또 하나회 내부 모습도 감독의 상상력이 발휘됐다. 하나회 무리들은 전형적인 소인배로 그려진다. 실존 인물인데, 왜 허구의 이름을 사용했나? 누구나 다 아는 실존 인물을 모델로 했는데도, 이름을 달리한 이유는 무엇일까? 김성수 감독은 “다큐를 찍는 게 아니고, 이 사건의 맥락 안에 있는 인물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원래 인물의 버릇, 외향, 말투를 재현할 의도는 없었다”며 “다만 황정민이 연기한 전두광은 우리 이야기 안에서 이 사건을 일으키는 핵심 인물이자 이 영화의 출발점이고, 이 역사가 이 영화로 넘어가는 발판과 같은 캐릭터라 실존인물의 외피를 차용했다”고 말했다. “황정민씨에게 실존인물처럼 말하고 행동할 필요는 없지만, 그 실존인물의 외피는 좀 써달라고 요구했다.” “외모적으론 대머리가 완벽하길 바란다. 또 벌렁코면 좋겠다고 말했다. 황정민도 (대중에게 잘 알려진) 자기 외피를 지우고 분장해서,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인물 속으로 관객들이 들어와주길 바랐을 것이다." “전두광은 탐욕의 화신이자 굶주린 늑대 무리의 왕과 같은 인물이다. 황정민은 영화 ‘아수라’에서 함께 작업했는데 불덩이와 같았다. 실존 인물과의 외모 싱크로율과 상관없이 적임자였다. 황정민의 역량과 에너지, 힘을 믿었다. 황정민도 악의 끝판왕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왜 장태신 아니고 이태신이었나? 반면 정우성이 연기한 이태신은 장태완 수도경비사령관을 모델로 했지만 너무 많이 바뀌어서 실존 인물과 매칭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이름도 아예 누군인지 알 수 없게 바꿨다. 그는 “전두광에 혼자 맞서는 외롭고 의로운 남자가 전두광처럼 호통치거나 마초스럽고, 호랑이 같은 남자가 아니길 바랐다”고 말했다. “우리 시대 아버지 중에서 목소리가 크지 않으면서도 완고하고 신념을 지키고, 욕심을 부리지 않으면서도 책임감은 대쪽 같은 아버지도 있다. 점잖지만 근사하고 자상하고 믿음직한 아버지로 만들고 싶었다.” “전두광이 활화산의 용암처럼 뜨거운 탐욕 덩어리라면, 이태신은 올곧은 선비 같은 사람. 어떤 상황에서도 평정심을 유지하길 바랐다. 관객이 이태식을 통해 그때의 상황과 역사를 정확하게 보길 바랐다.” "관객이 마치 그때 그 상황을, 현장에서 목도하는 것처럼 느끼길 바랐다. 당혹스런 혼란의 아수라장으로 (관객들이) 같이 달려가면서 보게 되지 않을까, 그렇게 재미있고 속도감을 있게 만들고 싶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3-11-15 20:35:56[파이낸셜뉴스]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와 함께 핵심 인물로 꼽히던 신현성 전 차이코퍼레이션 총괄대표가 25일 재판에 넘겨졌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단성한 단장)은 이날 테라폼랩스를 창업한 신 전 대표를 비롯한 창립 멤버 3명, 테라 법인 임직원 4명을 자본시장법상 사기적 부정거래 등 혐의로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에 넘겼다. 또 테라를 간편결제 서비스로 도입하는 과정에서 청탁을 받았다는 혐의를 받는 이커머스 기업 '티몬'의 유모 전 대표도 배임수재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신 전 대표의 요청으로 은행 부행장 등에게 승인 청탁 등을 알선한 A씨도 특경법 위반(알선수재)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신 전 대표는 자본시장법 위반(사기적 부정거래·공모규제 위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배임·횡령),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특정금융거래정보법 위반, 배임증재 및 업무상 배임 등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신 전 대표를 비롯한 테라 관계자 8명이 지난 2018년 7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이른바 '테라 프로젝트'가 성공리에 추진되는 것처럼 허위 홍보 및 거래 조작 등을 동원해 가상자산 테라·루나가 판매·거래되도록 보고 있다. 이를 통해 약 4629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득하고 약 3769억원을 상습 편취한 것으로 본다. 신 전 대표는 지난 2020년 2월부터 이듬해 12월까지 차이페이 사업을 '테라 블록체인 기반의 지급결제 서비스로서 할인재원 마련 및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고 속인 뒤 투자를 유치, 투자자들로부터 약 1221억원의 부당이득을 취득한 것으로 검찰은 판단했다. 검찰은 시장원리에 의한 공급조절 및 차익거래 등을 내세운 이른바 '테라 프로젝트'에 대해 "처음부터 실현될 수 없는 허구"라고 강조했다. 검찰 관계자는 "법적 규제로 테라 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사용하는 결제시스템 사업이 운영될 수 없었고, 가격조정 알고리즘 작동에 필요한 테라 코인 수요도 없었기 때문에 테라 프로젝트는 처음부터 불가능한 사업이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테라폼랩스 측은 2018년 9월 알고리즘 실현이 불가능함을 최종 확인했음에도 블록체인 기반을 가장한 지급결제 사업으로 테라 프로젝트 추진을 강행했고 디파이 서비스까지 추진하며 테라 블록체인 경제 생태계가 확대되는 것처럼 조작했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신 전 대표 등 일당이 지난 2018년부터 테라 프로젝트의 성공적 추진을 자신하며 국내외 유력 투자사 등으로부터 약 550억원을 투자받고 조작하는 방식으로 테라 블록체인 발행 코인을 국내외 거래소에 상장시켰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신 전 대표 등은 지난 2020년 12월과 이듬해 3월 디파이 서비스 '미러·앵커 프로토콜'을 출시해 테라 블록체인 수요를 급증시켜 루나 코인 가격이 최고 120달러까지 치솟게 조작했다. 이들의 사기 행각은 지난해 5월 테라 코인 시장 규모가 거래 조작으로 가격고정 가능한 범위를 초과하면서 금이 가기 시작했다. 테라 가격고정이 깨진 지 불과 며칠 만에 루나 코인 폭락으로 시가총액 약 50조원이 증발했다. 검찰은 테라폼랩스 일당이 이 이전까지 최소 4629억원의 이익을 챙긴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테라폼랩스 일당은 이러한 금융사기 과정에서 유모 전 티몬 대표에 대한 금품로비, 일반 간편결제 고객들의 결제정보 무단유출, 테라폼랩스 법인자금 횡령, 유사수신행위 등 중대 범죄를 저질렀다"고 전했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기자
2023-04-25 13:39:24[파이낸셜뉴스] 뮤지컬영화 ‘영웅’이 21일 개봉한 가운데 극적 재미를 위해 어디까지 사실이고 어느 부분이 허구인지 관심이 모아진다. 특히 영화 후반부 안중근 의사와 우정을 나누는 일본인 통역관 캐릭터를 두고 극적 효과를 노린 가상의 인물이 아닌지 궁금해 한다. 윤제규 감독은 “극중 안중근 의사를 존경하는 일본인 통역관은 실존 인물을 모델로 했다”며 “독립운동을 함께한 동지들 중에서 마두식-마진주 남매와 궁녀 출신의 정보원 설희만 가상 캐릭터다. 나머지 동지 3인은 실존 인물에 바탕을 두고 만들었다”고 말했다. “독립군 막내는 실제 17살에 불과했고 명사수 조도선은 러시아 여인과 결혼하여 실제 세탁소를 운영했다. 단지 영화적 재미를 위해 아내와 키스신을 넣은 게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윤감독은 “방학을 맞이한 학생들뿐 아니라 가족 관객 모두가 함께 보고 안중근 의사를 비롯해 우리 근현대사에 대해 짧게나마 대화하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고 바랐다. 이를 위해 영화의 톤앤매너도 "가족 관객을 고려해 너무 무겁지 않게 잡았다"고 부연했다. 동명 뮤지컬이 원작인 ‘영웅’은 1909년 10월,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뒤 일본 법정에서 사형 판결을 받고 순국한 안중근 의사가 거사를 준비하던 때부터 죽음을 맞이하던 순간까지, 생전 마지막 1년을 그린 영화다. ■ 안중근 의사 직업 아셨나요? 윤감독은 “역사 공부가 수학보다 덜 중요하게 여겨지는 게 우리나라 교육이 개탄스럽다”면서 "안중근 의사와 관련된 역사적 사실이 좀 더 많은 대중에게 알려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원작 공연에 없는 내용을 새로 추가했다”고 말했다. 또 "이번 영화를 만들면서 애국심이 커졌다"고 부연했다. 극 초반 안중근의 아내는 독립 자금 대느라 쌀집하다 망하고, 학교하다 망해 남은 돈이 없다면서 자신의 반지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남편에게 잔소리를 늘어놓는다. 윤감독은 “아내의 하소연을 통해 안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기 전에 어떤 일을 하셨는지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한 "안중근 의사 역시 평범한 사람이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세상 모든 남편은 아내의 잔소리를 듣지 않나, 저도 물론이고, 안 의사 역시 예외가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극중 안중근 의사는 독립 운동을 함께하는 청춘 남녀가 부부로 위장하기 위해 팔짱을 끼자, "부부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넌지시 말한다. 윤감독은 "호불호가 있는 대사인 걸 나도 안다"며 "근데 내 생각보다 관객들이 많이 웃음을 터뜨리더라"고 말했다. 안중근 의사는 할아버지가 미곡상을 하여 집안이 부유했다. 문무에 능했는데 특히 말 타기와 사냥에 능했고 명사수로 이름이 났다. 1904년에 러일전쟁이 일어나자 상해로 망명했다가 국내 실력 양성이 중요하다는 선교사의 충고로 귀국했다. 1906년 석탄상회를 경영하다 정리한 뒤 삼흥학교 등을 설립하여 인재양성에 나섰다. ■ 회령전투서 일본군 포로 풀어줘 “처음이자 마지막 실수” 안중근 의사는 1907년 국채보상기성회 관서지부장이 되면서 반일운동에 나섰고, 연해주 의병운동을 일으킨 뒤 대한의군참모중장에 임명됐다. 1908년 6월에 특파독립대장 겸 아령지구군사령관 자격으로 함경북도 홍의동의 일본군을, 경흥의 일본군 정찰대를 격파했다. 하지만 제3차 회령전투에서는 5,000여 명의 적을 만나 처참하게 패배했다. 영화는 이 회령 전투신을 규모감 있게 다룬다. 안중근 의사가 일본군 포로를 풀어주는 일화 역시 다뤄진다. 윤 감독은 “안중근 의사가 단지동맹을 하고 제 한목숨 바치기로 결정하기에 앞서 결정적 사건이 일어났는데 바로 회령전투 참패다”라고 짚었다. 안중근 의사는 동지들의 질책과 반대에도 불구하고 포로로 잡힌 일본군을 풀어준다. 원래는 군인뿐 아니라 민간인도 포함돼 있었다. 안중근 의사는 당시 “만국공법(萬國公法)에 사로잡은 적병을 죽이는 법은 전혀 없다”고 설득했다. 이런 안중근 의사의 대의에 격노한 장교들 몇은 안중근을 떠나가기도 했다고 한다. 윤감독은 “대의명분을 갖고 풀어줬는데 결과적으로 그의 처음이자 마지막 실수가 됐다”며 “앞선 두번의 전투 승리로 따르는 부하가 많았었는데, 횡령전투 패배로 아끼던 부하를 다 잃었다”고 짚었다. ■ 독립운동가 대부 최재형 "기억합시다" 안중근 의사는 1909년 3월 동지 11명과 함께 왼손 넷째 손가락 첫 관절을 잘라 혈서를 쓰고, 조국의 독립 회복과 동양 평화 유지에 헌신할 것을 다짐했다. 당시 이들은 최재형 선생 밑에서 지원과 훈련을 받았다. '한인 부자' 최재형은 안중근뿐 아니라 국경을 넘어 러시아로 이동한 대부분의 민족운동가에게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윤감독은 “최재형이 기여한 바가 컸다. 독립운동가의 대부 최재형을 많은 사람이 기억해주면 좋겠다”고 바랐다. 가난한 소작인의 아들였던 최재형은 러시아에서 자수성가한 인물로, 당시 한인사회에서 러시아 이름인 ‘최 표트르’의 애칭인 ‘최 페트까’ 혹은 ‘최비지깨’로 불리며 오랫동안 존경을 받았다. 러시아 정부의 두터운 신뢰도 얻어 1893년 러시아 최초로 우리의 면장·읍장에 해당하는 도헌에 선출되기도 했다. 러일전쟁 후 국민회를 조직하여 회장이 되고, 의병을 모집했다. 1919년 4월 상하이 임시정부 초대 재무총장에 임명됐으나 이를 사양하고, 그 해 11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의 신한촌에 본부를 둔 독립단을 조직하고 무장투쟁을 준비했다. 1920년 일본의 시베리아 출병 때 재러한인의병을 총규합하여 시가전을 벌이다 순국했다. ■ 일본인 간수 "지바 도시치가 모델" 일본인 지바 도시치는 극중 일본인 통역관의 실제 모델이다. 안중근 의사는 뤼순 감옥에서 일본인 간수 지바 도시치와 특별한 정을 나눈다. 그는 안 의사를 증오했으나 곁에서 지켜보다 안중근 의사의 애국정신과 인품에 감복해 후에는 존경하고 평생 그를 기렸다. 안중근 의사는 순국 직전 지바 도시치에게 '위국헌신군인본분(爲國獻身軍人本分 나라를 위해 몸을 바치는 것은 군인의 본분이다')라는 유묵을 남겼다. 유묵은 지바 도시치의 조카가 소중히 보관하다가 1979년 안중근 탄생 100주년에 한국에 기증했다. 이후 2년 뒤 일본 미야기현 구리하라시에 있는 대림사에 ‘위국헌신군인본분’이 새겨진 안중근 현창비가 절 앞마당에 세워졌다. 그리고 안중근 탄신일(9월2일) 무렵이면 오늘날까지 이곳에선 안중근을 기리는 법요식이 열린다. ■ ‘누가 죄인인가’ 열창 법정신 “고증에 충실하려 노력 " 안중근 의사는 이토를 사살, 현장에서 체포됐다. 안중근은 이때 개인이 아닌 대한의용군사령관 자격으로 총살한 것이라 주장했고 1910년 뤼순 감옥에서 사형 당했다. 영화는 이토 저격 후 법정신을 공들여 찍었다. 윤감독은 “애초 안중근 의사는 이토를 처단하고 자결할 생각이 아니었다”며 “자신의 동양평화사상을 알릴 목적이었다. 이토가 죽었으니까, 세계 언론이 주목했다. 그야말로 세계적 재판이었다. 일본은 자신들이 정당한 절차를 거쳐 재판한다는 것으로 보여주고자 했다”고 말했다. '누가 죄인인가'를 부르는 법정신에서 안중근 의사와 동지 3인은 죄수복 대신에 일반복을 입고 있는데 고증에 따라 준비한 의상이다. 이토 히로부미를 연기한 일본 뮤지컬계의 정성화인 재일교포 배우 김승락씨와 안중근을 뒤쫓는 일본 순사 역할의 한국배우 김중희를 제하고 일본인 간수, 일본인 검사 등 다 일본 배우를 캐스팅했다. 김중희 배우는 일본서 거주한 바 있어 일본어가 원어민 수준이다. 당시 법정에는 한국인의 입장이 불허돼 전부 일본인이었고, 재판을 취재한 서양인 기자들이 포함돼 있었다. 또 안중근 의사가 법정에서 나온 뒤 탔던 마차는 당시 사이즈 그대로 재현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2-12-23 17:00:49【파이낸셜뉴스 구리=강근주 기자】 안승남 더불어민주당 구리시장 후보는 18일 국민의힘 구리시장 후보 경선에서 탈락한 박영순 전 구리시장이 “안승남 민주당 후보가 저질러 놓은 구리한강변도시개발사업이 제2 대장동 사업이라 즉시 중단돼야 하며 기존 중앙정부 차원에서 진행되던 도시계획사업 역시 지속돼야 하고 테크노밸리사업도 즉시 재개돼야 한다는데 큰 틀에서 의견을 같이 했다”고 발언한 점에 대해 집중포화를 날렸다. 먼저 안승남 후보는 한강변 ‘AI플랫폼’ 스마트도시 개발사업은 개발이익 공익환수를 명문화한 민관합동형 개발사업이란 점에선 맥락을 같이 하지만, 대장동 개발사업에서 드러난 특정 소수 민간인에게 천문학적인 초과이익이 돌아가는 등 취약점을 거의 완벽에 가깝게 보완해 공모한 사업이라고 단언했다. 이어 “과연 투명하고 공정한 공모절차를 통해 추진한 한강변 ‘AI플랫폼’ 스마트도시 개발사업을 두고 ‘제2 대장동 사업이라 중단해야 한다’는 말을 박영순 전 시장이 발언할 자격이 있는지 되돌아보라”며 “최소한 그런 말은 과거 ‘구리월드디자인시티(GWDC)’ 조성사업을 추진하면서 사업수행능력도 실체도 입증되지 않은 특정인 K씨에게 모든 개발권한을 임의로 포괄 위임했던 사람이 할 말은 아니라 생각한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안승남 후보는 “테크노밸리도 재개되어야 한다”는 박영순 전 시장 발언에 대해 “현재 사노동에 e-커머스 스마트 혁신 물류단지 사업이 국가최상위계획인 ‘제5차 국가물류기본계획’에 포함돼 추진되고 있는데 이를 구리시장이 백지화하고 대신 테크노밸리사업을 부활시키겠다고 공약한 것은 ‘완벽한 허구’이자 시민을 기만하는 몰염치한 행위라고 덧붙였다. 국가물류기본계획은 10년 주기로 수립되며 5년마다 수정되는데 다음 수정 시기가 민선8기 시장 임기가 끝나는 2026년이라 테크노밸리 부활은 시기적으로 전혀 불가능한 것인데도 명색이 구리시장을 역임했다는 사람이 천연덕스럽게 모르는 척 공약으로 세우는 것을 말리지는 못할망정 선배 시장이란 사람이 거기에 동조해 상대후보를 공격하는 어처구니없는 모습을 결코 시민이 좌시하지 않고 심판할 것이라며 경고했다. kkjoo0912@fnnews.com 강근주 기자
2022-05-21 15:00:08[파이낸셜뉴스]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26일 이재명 경기지사의 기본소득론에 대해 "검증할 여지가 너무나 많고 시기상조다. 과제가 많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특히 이 전 대표는 '기본소득론'의 현실성과 정책효과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는 본격적인 대선 국면 속에서 국무총리와 집권여당 당대표라는 한계에서 벗어난 이 전 대표가 뚜렷한 목소리를 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이 전 대표는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초청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복지 대체나 증세 없이 가능하다고 말하는 분의 설명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한 사람당 매달 50만 원씩만 줘도 300조 원, 나라 예산의 절반 이상이 필요하다"며 "엄청난 돈이 들지만 최근 조사를 보면 양극화 완화에 도움이 안 되고 그 반대라는 의견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부자와 가난한 사람에 똑같은 돈을 나눠주면 양극화 완화에 도움이 될 리 없고 역진적"이라며 "그런 문제에 대한 설명과 대답이 있어야 한다"고 분명히 했다. 무엇보다 이 지사가 내놓은 기본소득론이 국민 여론 수렴과 재원 설계가 부족함을 지적하며 "그게 없다면 허구"라고 질타했다. 올해 국가 전체 예산이 556조원임을 고려했을 때, 국민 1인 당 한 달 기본소득을 100만원씩만 지급해도 국가 전체예산을 뛰어넘는 600조원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한편 이날 이 전 대표는 자신의 국가비전인 '내 삶을 지켜주는 나라'에 기초한 다양한 정책의견을 제시했다. 아울러 '포지티브 차별화'에 기초해 문재인 정부를 계승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우선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전날 급격한 최저인상 임금을 지적하며 '주거랑 사교육비를 줄이면 최저임금 인상 없이 소득주도성장 효과가 난다'고 언급한 것에 대해 "(최저임금 인상률은) 전체 평균을 내면 그다지 높은 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소득주도성장은 송 대표 말 그대로 임금뿐 아니라 다른 여러 방법을 통해 가처분 소득을 올리자는 것"이라며 "일률적으로 그것(임금) 때문에 잘못됐다고 하는 건 과장된 접근"이라고 반박했다. 가상화폐 투자 의향에 대해선 "저는 한심하게 주식 투자도 해본 적 없다"며 "어떤 지사님이 100만원을 투자했다 80만원으로 쪼그라든 것이 정부 책임이라고 하는데 지사님 정도면 그렇게 말하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는 직접 가상화폐에 투자했다가 '쓴맛'을 봤다고 밝힌 원희룡 제주지사를 겨냥한 것이다. 최근 저조한 지지율에 대해선 "사이다 발언을 많이 요구하는데 사이다보다 아침엔 커피를 마시는 것이, 저녁엔 맥주 한잔하는 게 더 낫다"고 답했다. 이는 대선 후보로서 자신의 안정감과 확장성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한편 이 전 대표는 토론회 후엔 시민단체, 특수청소업체 대표 등과 간담회를 하고 청년 고독사 문제를 논의했다. juyong@fnnews.com 송주용 기자
2021-05-26 14:20:334년 전 발매됐다가 잊힌 걸그룹의 곡이 얼마 전 유튜브 알고리즘에 의해 대중에게 소개돼 모든 음원차트에서 1위에 오르는 등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데뷔한 지 10년, 그사이 이렇다 할 히트곡이나 눈에 띄는 활동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멤버도 모두 바뀌고 군부대 위문 무대에 주로 섰던 '브레이브걸스'는 발매한 지 4년이 지난 '롤린'으로 역주행 신화를 썼다. 특히 팀 해체 직전에 극적으로 회생한 스토리가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울림을 주고 있다. 기획사에서 만들어낸 걸그룹들의 인기가 주로 젊은 층에 국한되는 게 일반적이지만 이 팀은 군필 남자들을 포함해 전 연령층이 응원하는 특별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브레이브걸스가 그동안 스스로를 단련시키고 버티며 성공한 과정은 뮤지컬 음악영화 한편의 소재가 돼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새로운 이야기를 발굴하는 작가가 일부러 만들어내려고 해도 쉽지 않을 법한 생생한 드라마가 담겨 있다. 허구의 상황 설정을 만들어 관객에게 콘텐츠로 만들어 파는 사람 입장에서 때로는 이처럼 허구보다 더 허구 같은 현실을 마주한다. 그럴 때마다 모골이 송연해지면서 현실을 이길 수 있는 허구는 없다는 진실을 다시 한번 절감하게 된다. 우리가 겪고 있는 코로나19 사태를 예견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재조명된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영화 '컨테이젼'(Contagion, 2011)도 당시에는 맷 데이먼, 기네스 펠트로, 케이트 윈즐릿, 주드 로 등 초호화 캐스팅으로 눈길을 끌었지만 정작 신종 전염병과 싸우는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다큐멘터리 같고 극적인 재미도 떨어진다는 평을 받았다. 하지만 실제로 관객들은 그동안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팬데믹을 겪으며 그 영화를 다시 보면서 더더욱 극적인 재미에 몰입하기 어렵게 됐다. 이제 현실이 영화보다 더 영화 같다고 느껴버렸기 때문이다. 작년 5·18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 뮤지컬 '광주'가 만들어져 그 시대의 불행했던 현대사를 돌이켜보고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기회가 있었다. 그런데 41년 전 광주에서처럼 올해 미얀마에서도 기습 쿠데타로 정권을 탈취한 군부가 계엄령을 선포하고 무장 군인들을 앞세워 민간인을 무차별적으로 유혈 진압하고 있다. 유가족들은 오열하고, 가재도구를 챙겨 피난을 가는 사람이 즐비하다. '광주'는 이제 비극의 역사를 기록하고 픽션을 가미해 예술로 승화시켰지만 지구 다른 쪽에서는 여전히 유사한 비극이 벌어지며 현실에서 공존하고 있다. 예술가들이 작품 안에서 담고 있는 현실은 허구이며, 일어날 법한 사건이지만 실제로 일어나지는 않아야 한다. 끔찍한 재난은 영화 속에서만 존재하고 우리 현실이 아직 그 정도는 아니기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이 더 아비규환이라서 예술가들이 기껏 구축해놓았던 허구의 세계가 더 이상 흥미를 줄 수 없다면 이제 예술가들은 절필하거나 논픽션 다큐멘터리 작가로 직업을 바꿔야 할 것 같다. 부디 허구를 압도하는 현실이 우리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이왕이면 브레이브걸스처럼 허구보다 현실이 해피엔딩을 가져다준다면 대환영이다. 조용신 연극 뮤지컬 작가·연출가
2021-03-31 18:04:56[파이낸셜뉴스] 한국인이면 모두 아는 회사 이야기다. 체신부 산하기관으로 출발해 공기업으로 독립 후 2002년 민영화돼 굴지의 통신사로 자리 잡은 회사다. 전국 방방곡곡에 통신망을 구축했고, 2G부터 5G까지 온라인 통신과 사물인터넷 시대에 발맞춘 각종 서비스를 선도하며 정보통신 강국 한국의 오늘에 상당히 기여했다. 물론 빛만 있는 건 아니다. 누구보다 개인정보 관리에 심혈을 기울여야 할 통신사임에도 소홀한 관리로 수천 만 명의 개인정보를 유출해 논란을 빚었다. 자유한국당 전 의원 등 유력인사 자녀를 부정채용해 대표가 실형을 받기도 했다. 민영화 이후 반인권적으로 직원들을 강제퇴출시켜온 사실도 문제가 됐다. 관련돼 언론에 보도된 사실만 추려도 다음과 같다. 민영화 직후부터 2003년까지 5505명을 퇴출시켰다. 2009년 12월엔 5992명이 퇴출됐다. 그때마다 단일기업 국내 직원 퇴출기록을 다시 썼다. 형식은 명예퇴직이고 징계해고였으나 사실상 기업 구조조정을 위한 정리해고였다. 보는 내내 이 회사가 떠올랐다 문제는 본사 차원에서 직원을 해고시켰다는 의혹이 있다는 점이다. 2011년 공개된 ‘부진인력(C-Player·CP) 관리 프로그램’ 대상자 1002명 명단엔 사번과 직무, 명퇴요건 대상여부, 노조활동 가담정도 등이 기록돼 있었다. 2005년 작성된 문서로, 당시 공익제보자는 그때까지도 본사 차원에서 이를 관리하고 있다고 증언했다고 보도됐다. 당시 노조는 본사가 직원들을 아웃소싱해 자회사로 퇴출시키고 이에 따르지 않는 직원들에게 불이익을 줬다고 주장했다. 그중에선 서울에서 충청북도로 발령이 나 전신주를 오르다 추락해 반신불수가 된 사례, 콜센터 여성노동자가 대구에서 경북 각지와 울릉도까지 전전하며 전신주 오르기, 풀매기를 강요받은 사례도 있었다. 울릉도까지 가서 전봇대를 올라야 했던 콜센터 노동자는 법원에서 부당해고 판정까지 받았다고 한다. 전임자에 이어 취임한 다음 회장도 8304명 구조조정과 명퇴 거부자에 대한 불이익조치로 논란을 빚었다. 더 적을 수 있는 문제도 많지만 이 글에 꼭 필요한 내용은 여기까지다.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는 보는 내내 실재하는 회사가 떠오른다. 영화 시작과 함께 ‘본 영화는 사실을 모티프로 창작하였으나 공간, 배경, 소재, 인물, 지명, 회사 및 일체 명칭은 허구임을 밝힌다’는 자막이 뜸에도 곳곳에선 이 회사가 떠오르는 설정이 가득하다. 오해일까. 물론 그럴 수도 있겠다. 그리하여 여기 영화 내용을 좀 적어본다. 하청업체 파견돼 송전탑 오른 본청 여직원 본사 대리 박정은(유다인 분)이 지역 하청업체로 파견된다. 하청업체에서 1년을 버티면 다시 본사로 발령내주겠다는 조건이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도착하고 보니 누가 봐도 낙후된 시설에 제가 할 일도 마땅치 않다. 하청업체가 하는 일은 송전탑 보수관리다. 장비를 차고 30m가 넘는 송전탑에 올라야 하니 여자 몸으로 해내기가 쉽지 않다. 더구나 정은은 사무직으로 입사한 본청 정직원이다. 영화는 서서히 본색을 드러낸다. 본사 정은의 책상은 벽을 마주하고 있다. 권고사직을 거부하던 친한 언니는 영정사진으로 등장한다. 정은이 떠난 자리는 정은의 여자 동기가 이어받는다. 하청업체 사장은 난처하다. 본사 직원이 전화해 “그거 하나 쫓아내기가 그렇게 어렵냐”고 윽박지른다. “다른 곳은 잘만 하던데”라며 “못하면 내년 계약도 없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없는 자들끼리 물고 뜯는 세상 하청업체엔 당장 날벼락이 떨어진다. 내년부턴 파견직원 임금도 하청업체가 부담하란 지시다. 박 대리 월급까지 지급하려면 빠듯한 사정에 직원 하나를 해고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그 소식에 당장 위협받는 건 막내(오정세 분)다. 다른 두 직원보다 늦게 들어왔고 편의점이다 대리운전이다 바쁘게 살다보니 근무평정도 좋지 않다. 직원 해고를 하청업체에 떠넘긴 본사방침에 막내와 박 대리의 불편한 공존이 시작된다. 박 대리는 천덕꾸러기일 수밖에 없다. 혼자 여자인데다 현장에서 할 수 있는 일도 없었으니까. 무거운 장비를 들지도 못하고 기본적인 지식도 전무하다. 제풀에 꺾여 나가떨어질 만도 한데, 박 대리는 어떻게든 꾸역꾸역 버틴다. 두려움을 딛고 저 높은 송전탑에 오르고, 할 줄 몰랐던 수리도 조금씩 배워나간다. 제가 나가주길 바라는 막내에게 “해고나 죽는 거나 뭐가 다르냐”고 말하는 박 대리는 어떤 심정이었을까. 울릉도까지 가서 전봇대에 올랐던 콜센터 여직원도 그런 마음이었을 것이다. 사실이지만 '사실' 아니라는 영화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는 끝끝내 어느 실화를 배경으로 했는지, 누구를 비판하고자 하는지를 밝히지 않는다. 신랄한 비판과 집요한 책임추궁 대신, 실재하는 여러 문제를 건드리고 예고된 결말로 나아가 끝을 맺는다. 다소 신파적이고 조금은 감동적인, 다분히 현실성 없는 그런 결말이 이 영화의 무력한 도착지다. 못잖게 아쉬운 건 여러모로 단순한 모티프를 넘어서 있는 배경이 짐작됨에도 이를 드러내지 않은 영화의 선택이다. 분명 처음이 아니다. 차라리 전통이라 불러도 좋을 것이다. 누가 봐도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 노동자 이야기를 다룬 <또 하나의 약속>은 기업명은커녕 대표 광고카피인 ‘또 하나의 가족’조차 그대로 쓰지 않았다. 2007년 이랜드 홈에버 사태를 다룬 <카트>도 마찬가지다. 극중 마트 이름은 ‘더 마트’로 사실상 익명 처리된다. 누구도 이랜드그룹과 상암동 홈에버 월드컵점 노동자들의 이야기라고 입밖에 꺼내어 말하지 않았다. 이쯤 되면 실화를 단순 모티프 삼은 <베테랑> 같은 영화가 실명을 쓰지 못하는 건 당연하다. SK그룹 창업주 최종현 전 회장의 조카로 물류업체 M&M을 경영한 최철원 대표가 SK본사 앞에서 1인시위를 하던 탱크로리 기사 유모씨를 사무실로 불러 야구방망이로 폭행한 사건은 그저 영화 밖에서만 언급될 뿐이다. 폭행 후 한 대 당 100만원씩 맷값 2000만원을 줬다는 최 대표와 <베테랑> 속 인물은 얼마나 닮아있나. 노무현 대통령의 이야기를 다룬 <변호인>, MBC PD수첩의 줄기세포 조작사건 보도를 다룬 <제보자>도 마찬가지였다. ‘실화를 바탕으로 하지만 사실과 다르다’는 자막 뒤에 숨어서야 조용히 진실을 말할 수 있었다. 할리우드가 위대한 건 기술만이 아니다 할리우드는 그저 기술만 앞서있는 게 아니다. 불행히도 영화인의 정신과 그를 뒷받침하는 시민의식, 나아가 문화까지 모두가 훨씬 더 앞서있다. 지난해 개봉한 <다크 워터스>는 글로벌 화학기업 듀폰(DuPont)의 독성 폐기물질 유출실화를 다뤘다. 듀폰은 영화 속에서도 듀폰이다. 언론영화 <스포트라이트> <트루스> 속 언론은 부정적으로 다뤄질 때 조차도 사명 그대로 등장한다. <빅쇼트>는 금융기관과 신용평가기관은 물론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도 실명으로 등장시킨다. 소말리아 해적에 납치되는 <캡틴 필립스> 속 세계최대 컨테이너 선사 머스크, <에린 브로코비치> 속 중금속 유출 대기업 PG&E도 모두 실명 그대로 나온다. 이달 개봉한 스웨덴 영화 <438일> 속 룬딘(Lundin Petroleum) 역시 실제 글로벌 석유회사다. 영화는 이 업체가 에티오피아 정부의 독재와 폭력에 어떤 부정적 영향을 미쳤으리란 강한 의심과 그 뒤에 스웨덴 권력자가 있다는 법적으로 확정되지 않은 의혹을 당당히 제기한다. 기업 이름 썼다면 어떤 문제 생길까 영화계 사건을 주로 맡는다는 곽호성 변호사(법무법인 신원)는 “영화제작 관행상 사전에 회사 동의를 받는 편이 일반적이지만 설령 동의를 받지 않더라도 이를 두고 상표권 침해나 부정경쟁행위, 불법행위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면서도 “단순히 짧게 노출되는 정도를 넘어서 등장인물 또는 장면의 내용과 결부돼 관객에게 부정적 인상을 갖게 할 정도라면 회사의 동의가 없는 이상 손해배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곽 변호사는 “‘법인의 명예나 신용을 훼손하는 행위에는 법인의 목적사업 수행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법인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일체의 행위가 포함된다’는 판례가 있다”며 “('사실과 관련 없다'는 자막을 넣는 건) 영화의 특정 장면이 사람이나 법인의 명예와 인격권을 침해했는지를 판단할 때 일반 관객이나 시청자의 인식도 기준이 되므로, 영화의 내용이 허구란 걸 주지시키려는 이유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한국에선 손해배상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충분하다는 뜻이다. 한국 영화가 하지 못하는 것을 할리우드와 유럽 영화인들이 해내는 모습을 지켜보는 건 영화평론가로 활동하는 나에겐 고역이 아닐 수 없다. 법이 아닌 문화가 이런 차이를 만들어냈다는 건 안타까움을 넘어 치욕스럽기까지 하다. 우리는 더 당당해져야 한다. ■김성호 평론가의 브런치에도 함께 실립니다. '김성호의 영화가난다'를 검색하면 더 많은 글을 만날 수 있습니다. ★★☆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2021-02-12 15:2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