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배우 이혜영과 연출 박정희가 다시 연극 ‘헤다 가블러’로 만났다. 2012년 초연 후 13년 만의 재연이다. ‘헤다 가블러’는 근대 연극의 아버지 헨리크 입센이 1890년 발간한 희곡이다. 남편의 성인 ‘테스만’을 거부하고 아버지의 성이자 자신의 성인 ‘가블러’로 채 살아가는 주인공 ‘헤다’를 통해 남성의 부속품이 아닌 독립적인 여성의 주체를 과감히 드러내며 17세기 남성 중심적 사회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이혜영은 지난 19일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박정희 연출은 단순한 연출가라기보다 ‘헤쳐모여!’라고 하면 모두가 모일 수 있는 믿음직한 중심축 같은 사람”이라며 “우리가 모여서 부족한 점을 채우는 것을 넘어서 작품을 완전히 새롭게 만들기 위해 애썼고 그 결과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현재 국립극단 예술감독이기도 한 박 연출은 이혜영에 대해 “프로덕션을 진행하면서 연출가의 상상을 뛰어넘는 배우가 가끔 있는데, 그중 이혜영이 바로 그런 배우"라며 "대사를 다 없애고 연기로만 풀어보자고 하면, 그가 독창적으로 장면을 완성한다. 독보적인 매력과 재능을 지닌 배우라고 생각하고, 이번 공연에서 더욱 성숙해졌음을 느꼈다"고 말했다. 파괴에서 창조로.. 디오니소스 왜? 마지막 장면에서 헤다가 관객과 극중 인물들에게 총구를 겨누는 동작은 깊은 상징성을 담고 있다. 박 연출은 “이 장면의 움직임과 블로킹은 움직임 선생과 배우, 그리고 내가 함께 만들었다"며 "헤다가 총구를 관객뿐 아니라 브라크, 테스만, 태아에게 겨누는 이유는 헤다가 디오니소스, 즉 파괴와 창조의 신을 경험한 인물이라고 해석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파괴를 통해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것으로 봤다"며 "자신에게 총구를 겨누는 것도 죽음으로 다른 세계로 이동하는 과정으로 해석했다”고 부연했다. "디오니소스는 바커스, 포도주에 대한 탐닉의 신이라고만 알고 있지만 파괴와 창조의 신이다. 근데 창조를 하기 위해선 뭔가를 파괴해야 된다. 시대의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또 또 다른 패러다임이 생성되고 그렇지 않나. 그래서 대사에도 머리에 포도 넝쿨을 두르고라는 대사가 계속 나온다. 헤다 같은 경우 삶과 그 파괴의 은유가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다." 이혜영은 이날 13년 전 초연 당시 연출가이자 극작가였던 고(故) 김의경과의 인연을 소개하며 "김의경 선생님께서 ‘헤다 가블러를 해보자’고 했을 때, 사실 그 작품에 대해 잘 몰랐다”고 돌이켰다. 그는 “하지만 희곡을 읽으며 세련되면서도 충격적인 선택을 하는 헤다의 모습이 인상 깊었다"며 "선생님은 ‘이혜영 같은 배우가 없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이 작품을 못했다’고 말했고 그 말을 믿고 큰 착각을 하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이혜영은 1980년대 데뷔 당시부터 이국적 마스크와 고혹적인 분위기, 압도적 카리스마로 존재감을 과시했다. 가블러 캐릭터와 싱크로율이 꽤 높게 다가온다. 이혜영은 이러한 지적에 “헤다와 나를 동일시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연극이 좋은 이유는 매번 관객과 함께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라며 "관객이 있어야 무대가 완성된다”며 연극의 일회성과 관객과의 상호작용을 연극 무대의 매력으로 꼽으며 답변을 일축했다. "이혜영 같은 배우가 없었기에 못했던 작품, 그 말 믿었다" 이번 연극은 1970년대로 배경을 옮기고 헤다의 캐릭터 해석에도 변화를 줬다. 현대적인 상류층 집의 거실처럼 꾸며진 무대에는 사이키델릭한 음악과 조명이 흐른다. 박 연출은 "히피즘이 성행했던 1970년대 중반으로 배경을 설정했다"며 "무대 미장센보다 배우들의 관계를 중심으로 밀도 있고 함축적으로 인물들 간의 관계를 그리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초연 때는 헤다를 신이 되려는 여성으로 해석해 이혜영의 카리스마가 훨씬 더 있었겠지만 이번에는 인간적으로 접근했다"고 비교했다. 박 연출은 “헤다는 시대를 앞서간 인물”이라며 “그만큼 벽에 부딪혀 무너진 여자이기도 하다. 그 아이러니가 지금 이 시대에도 울림이 있다”고 봤다. “복잡다단한 현대 사회에서도 21세기판 헤다들은 존재한다. 돈, 명예, 권력 등 사회 구조가 수직적으로 제안하는 가치들을 차지하는데 진절머리가 난 이들은 과감히 자기파괴를 행하기도 한다. 헤다는 마침내 자신의 육신까지 저버리지만 그의 실존은 끝끝내 살아남는다. 작품을 하면서 보편적 가치라는 말로 개인을 구속하고 강요하는, 구조주의의 최면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작동하고 있음을 느낀다. 그 최면 속에서 자아의 본질을 찾고자 헤매고 있는 오늘날의 헤다들에게 우리는, 그리고 사회는 어떤 손을 내밀 수 있는가를 질문해 본다.” 6월 1일까지 국립극장 명동예술극장.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5-05-20 10:27:25[파이낸셜뉴스] 배우 이혜영이 주연한 국립극단 연극 '헤다 가블러'가 개막을 연기했다. 7일 국립극단은 내일(8일) 개막을 앞두고 이날 오후 프로덕션 참여자의 위급한 건강 상의 문제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국립극단 측은 "대책 회의를 거친 끝에 프로덕션 참여자의 건강과 안전한 공연 환경이 최우선이라는 판단 하에 개막을 연기하기로 결정했다"고 알렸다. "큰 관심과 응원 보내준 공연에 이러한 소식을 전하게 돼 매우 송구하고 죄송하다"며 "불가항력적인 상황에 부디 너른 마음으로 양해 부탁한다"고 사과했다. '헤다 가블러'는 오는 16일 개막한다. 한편 이혜영이 전설의 킬러로 분한 동명 소설 원작 영화 '파과'는 지난 4월 30일 개봉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5-05-07 18:06:45[파이낸셜뉴스] 내달 8일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에서 개막하는 국립극단 연극 '헤다 가블러'가 티켓 오픈 일주일 만에 전석 매진됐다. 17일 국립극단에 따르면 지난 10일 오후 2시 예매를 시작한 이혜영 주연의 '헤다 가블러'가 오늘(17일) 오전 11시경 22회 전 회차 7144석 전량이 다 팔렸다. 명동예술극장에서 13년 만에 다시 오르는 '헤다 가블러'는 초연 당시 고전 원작 탄생 이후 120여년 만에 처음 한국 프로 무대에 소개되면서 국내 연극계에 돌풍을 일으켰다. 당시 전회차 전석 매진의 신화를 기록했고 당시 주인공 ‘헤다’ 역을 맡은 이혜영에게 ‘헤다의 전형’, ‘한국의 헤다’라는 수식어와 함께 그해 대한민국연극대상 여자 연기상, 동아연극상 여자 연기상 등 수상의 영예를 안겼다. 이번 무대는 국립극단의 현 예술감독이자 초연 당시 연출을 맡았던 박정희가 다시 작품을 이끌고 이혜영, 윤상화, 고수희, 송인성, 김명기, 김은우, 박은호가 출연한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5-04-17 14:06:00[파이낸셜뉴스] 배우 이영애가 연극 '헤다 가블러'로 연극 무대에 복귀한다. 1993년 '짜장면' 이후 32년만이다. 25일 LG아트센터에 따르면 개관 25주년을 기념해 선보이는 새로운 제작 연극 '헤다 가블러'에서 이영애가 여성 햄릿으로 통하는 '헤다'를 연기한다. 이번 작품은 LG시그니처 홀에서 5월 7일~6월 8일 이영애를 비롯한 모든 배우들이 전 회차에 원 캐스트로 출연한다. 지난해 LG아트센트의 제작 연극이자 전도연, 박해수가 주연한 '벚꽃동산'으로 4만 관객을 동원하며 인기몰이 했는데, 이영애가 그 화제성을 이어갈지 관심이 모아진다. 헨리크 입센 원작 '헤다 가블러'는 사회적 제약과 억압 속에서 자유를 갈망하는 여성의 심리를 다룬 작품이다. 주인공 ‘헤다’는 외면은 우아하지만 내면에는 숨겨진 불안과 욕망, 파괴적인 본성을 가진 입체적 인물이다. 이영애를 비롯해 학문적 성취 외에는 관심이 없는 헤다의 남편 ‘테스만’ 역에 김정호, 가까운 곳에서 끊임없이 헤다에게 심리적 압박을 가해오는 판사 ‘브라크’ 역에 지현준, 헤다의 잠들어 있던 욕망을 깨우는 옛 연인 ‘뢰브보그’ 역에 이승주, 헤다의 질투심을 자극하는 친구 ‘테아’ 역에 백지원, 전통적인 가치관을 가진 고모 ‘테스만’ 역에 이정미, 헤다의 하녀 ‘베르트’ 역에 조어진이 출연한다. 이번 공연은 2006년 로렌스 올리비에상 최우수 리바이벌상에 빛나는 리처드 이어의 각색본으로 제작된다. 연출은 제54회 동아연극상 연출상의 주인공이자, ‘치밀한 텍스트 분석의 달인’으로 불리는 전인철이 맡는다. 전인철은 '키리에' '나는 살인자입니다' '지상의 여자들' '목란언니' 등 동시대 이슈를 독특한 방식으로 풀어내며 평단의 주목을 받아왔다. 이번 공연에서 헤다의 다층적인 내면에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의 복잡한 심리와 불안을 담아내고, 주변 인물들을 통해 사회 구조 속에서 반복되는 갈등을 날카롭게 그려낼 예정이다. 3월 7일 오후 2시부터 1차 티켓 판매를 시작한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5-02-25 11:10:26[파이낸셜뉴스]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배우 이혜영을 2025년 연중 브랜드 광고모델로 발탁했다고 15일 밝혔다. 사랑의열매는 "이혜영 배우의 광고 출연은 31년만"이라며 "매 작품에서 보여온 당당한 태도와 나이를 초월한 열정이 사랑의열매 브랜드와 나눔의 가치를 알리는 데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했다. '나눔을 통한 남다른 삶과 열정'을 주제로 이혜영이 출연하는 광고는 8월부터 TV와 온라인, 옥외 매체 등으로 송출될 예정이다. 1981년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으로 데뷔한 이혜영은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카지노', 연극 '헤다 가블러' 등에 출연해 강렬한 인상을 남겼으며 백상예술대상 최우수연기상, 대한민국 연극대상 여자연기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지난 4월 개봉한 영화 '파과'에서는 60대 여성 킬러 역할을 소화했다. 이 작품은 베를린국제영화제와 브뤼셀판타스틱영화제 등 주요 영화제에 초청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2025-07-15 15:03:37[파이낸셜뉴스] 우리카드는 문화의 향기를 통해 바쁜 현대인들에게 마음의 휴식과 영감을 전해줄 '인:우리컬처' 프로젝트를 선보인다고 15일 밝혔다. 프로젝트 첫번째 행사는 사회적 억압과 갈등 속에서 자유를 갈망하는 인간의 내면을 그려낸 국립극단의 연극 '헤다 가블러'로 다음달 8일부터 6월 1일까지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에서 관객과 만난다. 우리카드 고객들을 위한 단독 할인도 마련되어 있다. 국립극단 공식 홈페이지 또는 인터파크를 통해 예매 시 즉시 할인에 더해 우수 회원 추가 캐시백까지 받을 수 있어 최대 30% 할인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이벤트가 오는 6월 1일까지 진행된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기자
2025-04-15 16:42:58공연계에 별들의 진출이 늘고 있다. 지난해에는 전도연이 '벚꽃동산'으로 27년 만에 연극 무대에 복귀하고 조승우가 '햄릿'으로 첫 연극에 도전했다. 올해는 이영애가 32년 만의 무대 복귀를 앞뒀고 손호준, 유승호, 최민호는 두 번째 무대 도전에 나서며 이혜영, 김선영, 정성일은 오랜만에 무대로 복귀한다. 특히 지난 5일 개막한 '랑데부'에서 최민호 출연 무대는 벌써 매진됐다. ■이혜영·이영애 '헤다 가블러' 지난해 '벚꽃동산'으로 4만 관객을 동원한 LG아트센터가 올해는 이영애 주연 '헤다 가블러'를 선보인다. 헨리크 입센 원작 '헤다 가블러'(5월7일~6월8일)는 사회적 제약과 억압 속에서 자유를 갈망하는 여성의 심리를 다룬 작품. 이영애가 우아한 외면과 달리 불안과 욕망, 파괴적 내면을 지닌 '헤다'로 분한다. 이영애는 최근 첫 리딩 현장에서 "운명처럼 다가온 작품"이라며 "배우로 항상 목마름이 있었는데, 50대가 된 지금 여자로서 배우로서 다양한 감정을 쏟아낼 수 있는 캐릭터가 바로 헤다"라며 남다른 소감을 밝혔다. 국립극단 역시 13년 만에 '헤다 가블러'(5월8일~6월1일)를 올린다. 주역은 지난 2월 영화 '파과'로 독일 베를린영화제에 초청된 '한국의 첫 헤다' 이혜영이다. 이혜영은 지난 2012년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한 이 작품을 전 회차, 전석 매진시켰다. 이듬해에는 제49회 동아연극상 여자연기상도 거머쥐었다. 다시 한번 '헤다'를 맡은 이혜영은 "13년이 지났는데 신혼여행에서 막 돌아온 새 신부 역할을 또 맡았다"며 즐거워했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로 친숙한 김선영은 '낫심'이후 7년 만에 연극 무대에 섰다. 지난 2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개막한 '그의 어머니'(2~19일)는 영국 극작가 에반 플레이시 작품. 김선영은 하룻밤에 세 여성을 강간한 10대 아들을 둔 어머니를 맡아 복잡한 심경의 모성을 연기한다. 뮤지컬 무대에 자주 서는 엄기준은 오는 9일~27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하는 거장 아서 밀러 작품 '시련'에 출연한다. 지난 1692년 미국에서 실제로 일어난 마녀재판을 바탕으로 한 이 연극은 1950년대 미국 사회를 휩쓴 매카시즘의 광기를 비판하며, 억압된 사회 구조와 집단 속에서 희생되는 개인의 모습을 그린다. 엄기준은 강필석과 함께 아내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약점을 고백하는 '존 프락터'를 연기한다. 지난해 연극 '앤젤스 인 아메리카'로 무대에 처음 섰던 손호준과 유승호는 다음달 10일~7월20일 서강대 메리홀 대극장에서 공연하는 '킬링 시저'에 나란히 출연한다. 옛 로마의 절대적 지도자 시저를 둘러싼 셰익스피어의 '줄리어스 시저'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연극으로, 손호준은 '시저', 유승호는 '브루투스' 역을 맡았다. ■박성웅·박건형·최민호 '랑데부' 보이그룹 샤이니 출신 최민호는 지난해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에 이어 올해 '랑데부'에 출연한다. 지난 5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개막한 '랑데부'는 무대 위 단 2명의 배우가 퇴장없이 펼치는 100분간의 멜로극. 지난해 초연에 이어 다시 합류한 박성웅을 필두로 이수경, 박건형, 최민호 등이 합류했다. '랑데부'는 아픈 기억에서 벗어나려 자기만의 법칙에 스스로를 가둬버린 과학자와 춤을 통해 자유를 찾는 짜장면집 딸의 특별한 만남을 그린다. 미국과 영국, 한국에서 실험극부터 전통 연극, 상업 뮤지컬까지 다양한 작품을 선보인 요세프 케이(김정한)가 직접 쓰고 연출했다. 최민호는 지난 1일 제작발표회에서 "대본을 읽고 마법에 홀리듯이 반했다"며 "머릿속에 무대가 그려질 정도로 너무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박성웅은 이 작품이 자신의 새 대표작이라며 애정을 표했다. 그는 "대부분 누아르 배우라 여기는데, 이런 멜랑꼴리한 멜로를 제안해 줘서 행복했다"며 "초연을 하면서 첫사랑에 빠진 기분이었다. 이번에 상대 배우가 바뀌면서 그때와 또 다른 설렘을 느낀다"고 말했다. 박성웅의 권유로 첫 연극에 도전한 이수경은 "중간에 포기하고 싶을 때가 많았다"며 결코 쉽지 않은 도전이었음을 내비쳤다. 그는 "그동안 브라운관에서 주로 활동해 놓쳤던 연기의 디테일을 배우는 계기가 됐다"고 연극 데뷔 소감을 밝혔다. 뮤지컬 스타인 박건형은 "음악 없이 언어로만 승부하는 시도가 낯설기도 했다"며 "좀 더 세심하게 신경 쓸 부분이 많았다"고 연기 차이를 비교했다. 이번 연극은 패션쇼 런웨이를 연상시키는 폭 2.5m, 길이 17m의 긴 무대를 중심으로 양쪽에 관객석을 배치한 파격적 무대 구성이 특징이다. 특히 트레드밀(러닝머신)을 설치해 두 인물의 심리적 거리감을 물리적으로 형상화한다. 요세프 케이 연출은 "사람 관계에 대한 작품"이라며 "어떻게 누군가를 품을 수 있고 사랑할 수 있는지 뚜렷하게 보여주기보다 그것을 향해 노력하는 과정 속에 있는 인물을 담았다"고 말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5-04-07 18:29:28[파이낸셜뉴스] 공연계에 별들의 진출이 늘고 있다. 지난해에는 전도연이 '벚꽃동산'으로 27년 만에 연극 무대에 복귀하고 조승우가 '햄릿'으로 첫 연극에 도전했다. 올해는 이영애가 32년 만의 무대 복귀를 앞뒀고 손호준, 유승호, 최민호는 두 번째 무대 도전에 나서며 이혜영, 김선영, 정성일은 오랜만에 무대로 복귀한다. 특히 지난 5일 개막한 '랑데부'에서 최민호 출연 무대는 벌써 매진됐다. 이혜영·이영애, 같은 작품 다른 무대 '헤다 가블러' 지난해 '벚꽃동산'으로 4만 관객을 동원한 LG아트센터가 올해는 이영애 주연 '헤다 가블러'를 선보인다. 헨리크 입센 원작 '헤다 가블러'(5월7일~6월8일)는 사회적 제약과 억압 속에서 자유를 갈망하는 여성의 심리를 다룬 작품. 이영애가 우아한 외면과 달리 불안과 욕망, 파괴적 내면을 지닌 '헤다'로 분한다. 이영애는 최근 첫 리딩 현장에서 "운명처럼 다가온 작품"이라며 "배우로 항상 목마름이 있었는데, 50대가 된 지금 여자로서 배우로서 다양한 감정을 쏟아낼 수 있는 캐릭터가 바로 헤다"라며 남다른 소감을 밝혔다. 국립극단 역시 13년 만에 '헤다 가블러'(5월8일~6월1일)를 올린다. 주역은 지난 2월 영화 '파과'로 독일 베를린영화제에 초청된 '한국의 첫 헤다' 이혜영이다. 이혜영은 지난 2012년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한 이 작품을 전 회차, 전석 매진시켰다. 이듬해에는 제49회 동아연극상 여자연기상도 거머쥐었다. 다시 한번 '헤다'를 맡은 이혜영은 "13년이 지났는데 신혼여행에서 막 돌아온 새 신부 역할을 또 맡았다"며 즐거워했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로 친숙한 김선영은 '낫심'이후 7년 만에 연극 무대에 섰다. 지난 2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개막한 '그의 어머니'(2~19일)는 영국 극작가 에반 플레이시 작품. 김선영은 하룻밤에 세 여성을 강간한 10대 아들을 둔 어머니를 맡아 복잡한 심경의 모성을 연기한다. 뮤지컬 무대에 자주 서는 엄기준은 오는 9일~27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하는 거장 아서 밀러 작품 '시련'에 출연한다. 지난 1692년 미국에서 실제로 일어난 마녀재판을 바탕으로 한 이 연극은 1950년대 미국 사회를 휩쓴 매카시즘의 광기를 비판하며, 억압된 사회 구조와 집단 속에서 희생되는 개인의 모습을 그린다. 엄기준은 강필석과 함께 아내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약점을 고백하는 '존 프락터'를 연기한다. 지난해 연극 '앤젤스 인 아메리카'로 무대에 처음 섰던 손호준과 유승호는 다음달 10일~7월20일 서강대 메리홀 대극장에서 공연하는 '킬링 시저'에 나란히 출연한다. 옛 로마의 절대적 지도자 시저를 둘러싼 셰익스피어의 '줄리어스 시저'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연극으로, 손호준은 '시저', 유승호는 '브루투스' 역을 맡았다. 박성웅·박건형·최민호, '랑데부' 2인극 도전 보이그룹 샤이니 출신 최민호는 지난해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에 이어 올해 '랑데부'에 출연한다. 지난 5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개막한 '랑데부'는 무대 위 단 2명의 배우가 퇴장없이 펼치는 100분간의 멜로극. 지난해 초연에 이어 다시 합류한 박성웅을 필두로 이수경, 박건형, 최민호 등이 합류했다. '랑데부'는 아픈 기억에서 벗어나려 자기만의 법칙에 스스로를 가둬버린 과학자와 춤을 통해 자유를 찾는 짜장면집 딸의 특별한 만남을 그린다. 미국과 영국, 한국에서 실험극부터 전통 연극, 상업 뮤지컬까지 다양한 작품을 선보인 요세프 케이(김정한)가 직접 쓰고 연출했다. 최민호는 지난 1일 제작발표회에서 "대본을 읽고 마법에 홀리듯이 반했다"며 "머릿속에 무대가 그려질 정도로 너무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박성웅은 이 작품이 자신의 새 대표작이라며 애정을 표했다. 그는 "대부분 누아르 배우라 여기는데, 이런 멜랑꼴리한 멜로를 제안해 줘서 행복했다"며 "초연을 하면서 첫사랑에 빠진 기분이었다. 이번에 상대 배우가 바뀌면서 그때와 또 다른 설렘을 느낀다"고 말했다. 박성웅의 권유로 첫 연극에 도전한 이수경은 "중간에 포기하고 싶을 때가 많았다"며 결코 쉽지 않은 도전이었음을 내비쳤다. 그는 "그동안 브라운관에서 주로 활동해 놓쳤던 연기의 디테일을 배우는 계기가 됐다"고 연극 데뷔 소감을 밝혔다. 뮤지컬 스타인 박건형은 "음악 없이 언어로만 승부하는 시도가 낯설기도 했다"며 "좀 더 세심하게 신경 쓸 부분이 많았다"고 연기 차이를 비교했다. 이번 연극은 패션쇼 런웨이를 연상시키는 폭 2.5m, 길이 17m의 긴 무대를 중심으로 양쪽에 관객석을 배치한 파격적 무대 구성이 특징이다. 특히 트레드밀(러닝머신)을 설치해 두 인물의 심리적 거리감을 물리적으로 형상화한다. 요세프 케이 연출은 "사람 관계에 대한 작품"이라며 "어떻게 누군가를 품을 수 있고 사랑할 수 있는지 뚜렷하게 보여주기보다 그것을 향해 노력하는 과정 속에 있는 인물을 담았다"고 말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5-04-04 17:02:49[파이낸셜뉴스] 지난 2022년 10월 강서구 마곡지구로 이전해 ‘LG아트센터 서울’이라는 이름으로 관객을 만나고 있는 LG아트센터가 개관 25주년을 맞이했다. 9일 LG아트센터는 "역삼에서 지난 22년 간 867편의 공연으로 450만명의 관객을, 마곡 개관 후 2년 3개월 동안 113편의 작품으로 65만명의 관객을 만나는 등 지금까지 총 980편의 작품, 누적 관객 515만명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올해도 ‘동시대 우리 관객들이 꼭 봐야 할 혁신적인 작품을 시차 없이 소개한다’는 일관된 프로그래밍 기조 아래 2025년 기획공연 ‘CoMPAS 25’의 라인업을 공개했다. 매튜 본, 영국 로열 발레, 피나 바우쉬, 알렉산더 에크만 대가 공연 무대로 먼저 매튜 본, 영국 로열 발레, 피나 바우쉬, 알렉산더 에크만 등 세계적 대가들의 공연이 무대에 오른다. 먼저 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6월 18~29일)가 초연 30주년을 기념하여 6년만에 LG아트센터 무대를 찾아온다. '백조의 호수'는 LG아트센터에서만 5차례 공연하며 10만 관객을 동원한 인기작이다. 이어 영국 로열 발레가 오는 7월 ‘더 퍼스트 갈라'(7월 4~6일)를 통해 20년 만에 내한한다. 이번 갈라 공연은 로열 발레의 대표작 10여편을 만날 수 있다. 나탈리아 오시포바, 바딤 문타기로프 등 로열 발레를 상징하는 ‘수석 무용수’ 8명을 포함해 입단 7년만에 ‘퍼스트 솔리스트’로 승격한 한국인 무용수 전준혁이 함께 한다. ‘탄츠테아터(Tanztheater)’라는 새로운 장르를 통해 현대무용계의 흐름을 바꾼 20세기 위대한 예술가 중 한 명인 피나 바우쉬(1940~2009)의 대표작 ‘카네이션’(11월 6~9일)은 25년만에 내한한다. 수천 송이 카네이션이 끝없이 펼쳐진 무대 위에서 인간과 소통에 대한 메시지를 담은 피나 바우쉬의 초기 대표작이다. ‘해머’는 스웨덴 출신의 천재적 안무가 알렉산더 에크만이 예테보리 오페라 댄스컴퍼니와 함께 지난 2022년 선보여 센세이션을 일으킨 작품이다. 30여명 무용수의 압도적인 군무, 웅장한 조명, 화려한 스타일을 통해 비주얼 쇼크를 선사한다. 북유럽 최대 현대무용 단체인 예테보리 오페라 댄스컴퍼니의 탁월한 앙상블을 만날 수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피아니스트와 세계적인 오케스트라의 만남 클래식 공연도 주목된다. 올해는 리즈 콩쿠르 최연소 우승자이자 2012년~2013년, 8회에 걸쳐 LG아트센터 무대에서 베토벤 소나타 전곡 연주회를 선보인 피아니스트 김선욱이 그래미상과 그라모폰상을 수차례 수상한 유럽 체임버 오케스트라와 함께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을 선보인다. 김선욱은 지휘와 연주를 동시에 맡아 협주곡 3번 다단조, Op. 37, 4번 사장조, Op. 58, 5번 내림마장조, Op. 73 ‘황제’를 차례로 선보인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파리 오케스트라가 29세 음악감독이자 현재 가장 주목 받는 지휘자인 클라우스 메켈레와 함께 9년 만에 한국을 찾는다. 프랑스 작곡가 라벨의 ‘쿠프랭의 무덤’과 라벨이 편곡한 무소륵스키의 ‘전람회의 그림’을 선보인다.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협연자로 나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4번’을 연주한다. K-씨어터의 힘, 히트메이커들의 신작 릴레이 LG아트센터는 2025년 ‘벚꽃동산’의 성공을 이어갈 새로운 신작을 제작하는 한편, 젊은 판소리 거장 이자람의 신작 ‘눈, 눈, 눈’, 그리고 한국 연극계의 떠오르는 창작 집단 양손 프로젝트의 ‘유령(가제)’ 등 탁월한 한국 아티스트들의 신작 무대를 선보인다. ‘눈, 눈, 눈’은 ‘사천가’, ‘억척가’, ‘이방인의 노래’, ‘노인과 바다’ 등의 작품을 통해 판소리의 새로운 길을 개척해 온 이자람이 선보이는 5년 만의 신작. 러시아 대문호 톨스토이의 단편소설 ‘주인과 하인’을 모티브로, 눈보라 속에서 길을 잃은 상인과 하인의 이야기를 판소리로 재구성했다. 박지혜 연출과 여신동 디자이너가 함께 한다. 연극 ‘헤다 가블러’(5월 7~6월 8일)는 LG아트센터가 제작하는 신작 연극. ‘지상의 여자들’, ‘키리에’, ‘나는 살인자입니다’ 등의 작품으로 평단의 찬사를 받아왔던 전인철 연출과 헨리크 입센의 고전 명작 ‘헤다 가블러’를 제작해 선보인다. ‘여성 햄릿’이라 불릴 정도로 강렬한 비극의 중심에 선 인물 ‘헤다’의 이야기를 통해, 현대 사회와 인간의 정체성을 들여다본다. 연출 박지혜, 배우 손상규, 양조아, 양종욱으로 구성된 ‘양손프로젝트’는 오롯이 네 명이 극작, 연출, 연기를 모두 소화하는 한국 연극계의 주목할 창작 집단이다. 등장인물과 장면, 원작의 시간적 배경마저 해체하고 재조립하는 이들이 극작가 헨리크 입센의 ‘유령’(10월 16~26일)을 재해석한다. 한편 CoMPAS 25의 패키지 티켓은 오는 21일 오전 11시부터, 개별 티켓은 2월 4일 오전 11시부터 판매를 시작한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5-01-09 12:03:48세계적인 연출가 이보 반 호프의 최신작 두 편을 국립극장에서 만나 볼 수 있게 됐다. 국립극장은 오는 18일부터 27일까지 이보 반 호프의 ‘강박관념’, ‘헤다 가블러’를 ‘NT 라이브’로 달오름극장에서 상영한다. NT 라이브는 영국 국립극장이 영미권 연극계의 화제작을 촬영해 전 세계 공연장과 영화관에서 상영하는 프로그램으로, 2009년 시작해 2000여개 극장에서 550만명 이상의 관객을 만났다. 국내에서는 국립극장이 2014년 3월 최초로 도입해 ‘워 호스’를 시작으로 총 13편의 작품을 선보였다. 세계 연극계의 최신작을 2만원이라는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으로 즐길 수 있어 많은 관객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다. 토니상과 올리비에상을 석권한 이보 반 호프는 2016년 영국 ‘가디언’지가 “어디를 가도 이보 반 호프가 있다”고 할 정도로, 세계 연극계가 주목하는 연출가다. 미국 BAM극장, 영국 국립극장·바비칸 센터, 프랑스 오데옹극장·아비뇽 페스티벌 등 전 세계의 영향력 있는 극장과 페스티벌이 앞다퉈 그에게 작품을 의뢰할 정도로 영향력 있는 연출가다. 그리스 비극을 비롯해 아서 밀러의 ‘다리에서 바라본 풍경’과 같이 고전을 바탕으로 하는 작품을 선보여온 이보 반 호프는 원작의 배경을 설명하기 위한 무대 장치와 소품을 과감히 생략하는 도전적인 연출로 잘 알려져 있다. 국립극장에서 상영되는 ‘강박관념’은 1943년 개봉한 루키노 비스콘티의 동명 영화를 무대로 옮긴 작품이다. 지난해 4월 바비칸 센터에서 초연한 작품으로, 영화배우 주드 로의 출연으로 제작 단계부터 화제가 된 바 있다. 작품의 줄거리는 우연히 사랑에 빠진 떠돌이 여행자와 유부녀의 욕망으로 인해 벌어지는 범죄 스릴러에 가깝지만, 이보 반 호프는 그리스 비극에서 찾을 수 있는 본질적 관계의 비극에 초점을 맞췄다. ‘강박관념’은 오는 18일부터 19일까지, 이어 23일부터 25일까지 총 5회 상영한다. 앙코르 상영하는 ‘헤다 가블러’는 노르웨이 극작가 헨리크 입센의 1890년작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작품이다. 2016년 12월 영국 국립극장 초연 당시 이보 반 호프의 연출력은 물론, 헤다 가블러 역을 맡은 루스 윌슨의 연기력에 호평이 쏟아졌다. 루스 윌슨의 헤다 가블러 연기는 오는 20일, 22일, 26일, 27일 총 4회 달오름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2018-05-07 15:1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