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외교·안보 메시지의 축을 '북핵 단계적 해법'과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에 맞추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북핵을 용인하지 않는다는 원칙 아래 위협을 단계적으로 낮추는 현실적 접근을 강조하는 기조다. 여기에 중국을 둘러싼 진영 논쟁에는 국익과 국민 삶을 기준으로 한 유연한 대응도 특징이다. 25일 정상회담을 위해 방미 길 공군1호기에서 간담회를 가진 이 대통령은 북핵 문제의 접근법을 '멈춤→축소→완전한 비핵화'로 설명했다. 당장의 군사·핵 활동을 우선 멈추게 하고 검증 가능한 축소 조치로 위험도를 단계적으로 낮추겠다는 것이다. 이후 이 과정들을 비핵화의 출구로 수렴시키겠다는 취지다. 단번에 성과를 단정하지 않으면서도 목표는 분명히 비핵화에 둔 로드맵이다. 여기에 따르면 억지력 보강과 대화 재개의 병행이 전제된다. 확장억지의 실효성 제고와 연합방위태세의 빈틈없는 운용 역시 강조됐다. 이에 대해 외교·안보 당국 안팎에선 한미 '핵협의그룹(NCG)' 운용 고도화 등이 관측되고 있다. 정보 공유, 공동 기획, 연동 훈련의 체감도를 높여 '유사시 핵우산 작동'에 대한 신뢰를 강화하려는 방향이다. 아울러 연합연습과 연계한 위기관리 절차, 미사일 경보·요격 체계의 연동 강화 등도 추가 검토 대상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억지력을 먼저 단단히 만든 뒤 협상의 여지를 넓히는 순서다. 이른바 '친중' 논란과 관련해 이 대통령은 "외교를 친중·혐중 같은 진영 잣대로 재단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근간은 한미 동맹과 한미일 공조이지만 중국·러시아와의 관계를 일괄적 단절이나 감정의 문제로 다루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공급망·기후·보건·지역경제 협력 등에서 필요한 협력은 하고 안보·규범 영역에서는 원칙을 분명히 하는 선명한 실용이 지향점으로 해석된다. 대통령실 기류는 대북 메시지의 톤을 '냉정한 현실 인식'과 '관리 가능한 단계'에 맞추는 것으로 요약된다. 북측의 전술·심리전 변화에 대해선 과잉해석을 경계하면서 실제 행동 변화를 끌어낼 수 있는 장치 설계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동시에 제재 체제의 실효적 이행과 인도적·보건 협력의 안전장치 등도 병행 검토해 압박과 유인을 함께 갖추려는 접근이 거론된다. 경제·민생과 직결된 외교의 역할도 부각된다. 외교의 최종 평가는 국민 삶의 조건 개선에 있다는 인식이 전제다. 여기에 안보 리스크의 변동성을 낮추고 기업과 시장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는 구상이다. 동맹과의 기술·에너지 협력 확대, 청년·연구 인재 교류 활성화 같은 비군사적 파이프라인을 굵게 만드는 방안이 함께 논의될 전망이다. 안정된 안보환경과 실용적 대외 관계가 내수와 수출 심리에 미치는 파급을 고려한 '경제 안보' 프레임이다. west@fnnews.com 성석우 기자
2025-08-25 18:54:10【파이낸셜뉴스 도쿄(일본)=서영준 기자】이재명 대통령이 24일 "친중 아니냐, 외교에서 친중 혐중이 어디있나. 대한민국 국익에 도움이 되면 가깝게 지내는 것이고, 국익에 도움이 안 되면 멀리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일본에서 미국으로 이동하는 기내에서 간담회를 갖고 "가까우냐 머냐도 외교적 수단 중 하나다. 그래서 저는 천편일률적이지 않으면 좋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 외교의 기본은, 근간은 한미동맹"이라며 "그리고 우리가 자본주의 시장 체제에 있기 때문에 이 가치와 질서, 시스템을 함께 하는 쪽과의 연합·협력이 당연히 중요하다. 그래서 한미일 안보·경제 협력이 당연히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 대통령은 "그렇다고 중국과 절연할 거냐. 절연하고 살 수 있나"라며 "그걸 또 그러면 절연 안하는 걸 친중이라고 한다면 그런 의미의 친중이라면 해야한다. 저한테 친중이라는 것도 주관적 평가의 문제여서 우리는 외교안보 관계에 있어서는 대한민국 국익을 중심으로 실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어느 국가와 관계가 좋기 위해서, 어느 국가를 완전히 배제하거나 절연해서 적대적 관계로 전환할 필요는 없다"며 "근간은 한미동맹, 한미일 협력이 매우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른 중요한 국가의 관계를 단절하거나 적대화 해서는 안된다"고 짚었다. 특히 이 대통령은 "그럼 기준이 뭐냐라고 한다면 그야말로 국익이고 판단의 기준은 우리 국민들의 삶의 질, 우리 국민들의 삶의 조건이 되지 않겠나"라며 "친중, 친북, 친러, 잘하면 친공 그런데 너무 연연하지 않으려고 한다. 대한민국은 특정 몇몇 국가와만 외교해서는 살 수가 없는 나라"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체력 관리 질문에 "해보고 싶은 일을 하고 있는 중이기 때문에 체력적으로 힘든 게 사실이지만 정신적으로는 전혀 힘들지 않고 매우 즐겁다"며 "물론 현안 하나하나마다 스트레스도 엄청나고 가끔씩 이빨이 흔들리기도 하고 하지만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고, 제가 그 중요한 일을 누가 맡았을 때보다 더 잘할 수 있고 또 잘하고 있다고 자부하기 때문에 정신적으로는 즐겁기만 하다"고 밝혔다. syj@fnnews.com 서영준 기자
2025-08-25 06:06:13[파이낸셜뉴스] 문재인 전 대통령이 "계엄 내란을 변명하거나 비호하기 위해 혐중정서를 자극하는 행태들이 참으로 개탄스럽고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28일 문 전 대통령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문재인 정부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을 지낸 노영민 전 실장의 저서 '2025 중국에 묻는 네 가지 질문'을 추천하며 이같이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은 "중국은 경제와 안보, 한반도 평화와 동북아 안정을 위해 우리에게 대단히 중요한 나라"라며 "한미동맹을 아무리 중시하더라도 그다음으로 중요한 나라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중국에게도 한국은 매우 중요하다"며 "우리가 중국을 필요로 하듯 중국도 우리를 필요로 하다. 양국은 옮겨갈 수도 없고 돌아앉을 수도 없는 운명적인 관계"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함께 잘 사는 것밖에 다른 길이 없다"며 "양국은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전 대통령은 "우리가 혐중정서를 자극하거나 증폭시키는 일을 해서는 안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중국도 사드 보복을 위한 한한령, 인문교류 등 민간교류 통제, 북한 핵과 미사일 비호, 주변국에 대한 패권적 행태를 해서는 안 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노 전 실장이) 던진 '중국의 반(反)패권주의는 유지되고 있는가', '중국에 대한 투자는 안전한가', '북한 핵·미사일이 중국의 국익에 부합하나', '동북아 평화유지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무엇인가' 등의 질문은 중국에 보내는 충고이기도 하다"며 "지금 이 시기에 우리가 중국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그리고 한·중 외교가 가야 할 길이 무엇인지 관심이 있다면 꼭 읽어봐야 할 책"이라고 강조했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
2025-02-28 13:51:59[파이낸셜뉴스] 광주의 한 대학교가 '혐중' 발언을 한 유학생의 퇴학 소식을 알리는 공고문에 "한국은 '하나의 중국'을 지지한다"는 표현을 써 논란이 일고 있다. 학교 측은 "문제 학생에 대한 유학생들의 원성이 자자해 이를 누그러뜨리려 쓴 표현"이라고 해명했다. 16일 대학생 온라인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에는 호남대학교 국제교류처가 작성한 중국어 공고문이 올라왔다. 이 게시물에 따르면 호남대학교는 최근 혐중 발언으로 학생들 사이에 갈등을 조장한 22학번 경영학부 중국인 유학생 A씨의 자퇴 신청을 인용했다. A씨는 학교의 인솔 하에 지난 13일 중국으로 출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고문의 내용에 따르면 A씨는 모바일 메신저 '위챗'에 대만 국기를 올리고 기숙사에서 대만 국가를 틀어 중국 유학생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그는 또 중국의 오성홍기를 찢어 신발을 닦는 등 계속해서 중국 유학생들을 도발하는 행동을 이어오며 잦은 싸움을 일으켰다. 이밖에 룸메이트에게 폭행을 당했다며 허위 신고를 하거나, 기숙사 내에서 술을 마시고 학생들과 다툼을 벌였다. 다른 유학생 3명이 A씨를 분리 조치해달라는 진정서를 학교에 제출한 적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학생 기숙사 관리 방침을 여러 번 위반했음에도 반성이나 뉘우침이 없었다는 점도 공고내용에 포함됐다. 이에 호남대학교 국제교류처는 "유학생 관리 조례에 근거해 학교 측과 상의를 거쳐 퇴학을 결정했다"며 "다른 학생들도 이 일을 계기로 이 같은 행동을 주의해 줄 것"을 당부했다. 하지만 논란이 된 것은 학교 명의로 작성된 공고문에 '한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지해왔다(韓國支持一 介中國原則)'는 문구를 포함시켰다는 점이다. 문제의 퇴학처분 공고문은 누군가 익명으로 에브리타임에 올리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공고문에는 "한국과 중국은 30년 이상 우호적인 수교를 맺어왔다. 한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지한다"며 "전교생이 이를 계기로 유학생 관리 조례를 엄격히 준수, 주의하기를 바란다"고 적혔다. '하나의 중국'은 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주장하고 있는 원칙으로 중국과 대만·홍콩·마카오 등은 나뉘어질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에브리타임에 처음 게시된 '우리학교 대단하네'라는 글에는 "학교에서 '한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지해왔다'는 말을 써도 되냐"는 내용이 담겼다. 이 공고문이 온라인 상에 확산되자 누리꾼들은 "이게 중국에 있는 대학교 공지가 아니라 진짜 한국 대학교 공지가 맞냐", "유학생 비중이 높은 학교라 이럴 수밖에 없나 보다" 등 엇갈린 반응을 나타냈다. 논란이 커지자 호남대학교 측은 "공고문은 중국인 교수가 작성한 것"이라며 "중국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분노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작성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교육통계서비스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호남대학교의 총 재학생 수는 9088명으로 이 가운데 중국인 유학생 수는 773명으로 집계됐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2022-10-18 23:12:31[파이낸셜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3일 외교안보 공약과 관련, "미국, 중요하다"면서도 "혐중정서에 편승해 중국과 한국 관계를 이간질하고 정치적 이익을 획득하는 것은 안된다"고 선을 그었다. 한미, 한중외교에 있어 우선순위를 두는 것을 경계한 이 후보는 "굴욕적 중국 사대주의"라는 비판에도 "중국과의 경제적 협력 관계에서 우리가 벗어날 수 없다"며 대중관계에 대한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 후보는 이날 저녁에 열린 방송 3사 합동 초청 TV 토론회에서 "국익 중심의 균형외교, 정말 중요하다. 실용외교를 꼭 해야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후보는 "미국과는 군사동맹으로 시작했지만 경제협력을 포함한 포괄동맹으로 전환되고 있다"며 "중국과는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계속 발전시켜야 한다. 우리 무역의 25%가 중국에 의존하고 있고, 무역수지 흑자가 연간 50조원 이상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친미배중 성향을 구체화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를 겨냥, "저는 정치가 민생을 해쳐선 안 된다고 본다"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도 수도권에 추가 배치하면 중국의 반발만 불러올텐데 경제를 망치려고 하나"라고 비판했다. 이에 윤석열 후보는 "안보가 튼튼해야 주가도 유지되고 대한민국의 소위 말하는 국가 리스크가 줄어든다"며 사드 추가 배치 등 한미동맹 강화를 통한 안보 강화 의지를 피력했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전민경 김나경 기자
2022-02-03 22:35:52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반중(反中)을 넘어 혐중(嫌中)감정이 팽배해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 간의 화웨이 문제 등으로 인해 '제2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보복' 우려도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에 대한 심리적 거리는 시간이 지날 수록 멀어지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반중(反中)' 넘어 '혐중(嫌中)'으로13일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체류 중국인은 107만566명이다. 이는 국내에 체류 중인 전체 외국인 중 45%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중국인들에 대한 한국인들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일각에서는 중국인들에 대한 맹목적인 비난이 도를 넘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온라인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혐중감정은 극단적인 표현들로 이어진다. '착짱죽짱(착한 중국인은 죽은 중국인 뿐이다)' '천안문 사태 때 착한 중국인은 모두 죽었다'는 식의 표현들이 주요 포털사이트와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도배하다시피 하고 있다. 심한 경우엔 '난징대학살(중일 전쟁 때 중화민국의 수도인 난징을 점령한 일본이 군대를 동원해 중국인을 무차별 학살한 사건)'을 '난징대축제'로 일컫기도 하면서 많은 네티즌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비단 온라인 상의 문제만은 아니다. 중국인 유학생이 많은 대학가 역시 혐중감정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서울의 한 사립대학교에서 교환학생으로 유학 중인 중국인 A씨(23)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중국인에 대한 한국 대학생들의 인식이 좋지 않은 것 같다"며 "심한 경우엔 중국인들을 눈앞에 두고도 '짱X' 같은 인종차별적 발언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하소연했다.■"부분의 문제, 전체로 확대해선 안돼"이 같은 혐중감정의 배경으로는 다양한 이유들이 지목된다. 오래전부터 이어진 중국의 동북공정과 2017년의 사드사태 등이 반중감정을 촉발시켰다. 최근 이슈가 된 미세먼지 문제도 반중감정을 악화시키는 데 한몫했다. 일부 중국동포들이 벌인 범죄행각도 중국인들에 대한 감정을 키우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국내 체류 중국인협회의 한 관계자는 "사드부터 미세먼지까지 국가 간 여러 문제로 인해 한국인들이 중국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는 것에 대해선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렇다고 모든 중국인들에 대해 차별적 시각을 가지고 욕설을 내뱉는 일부 행태는 정말 이해하기 힘들다"고 토로했다.전문가들은 개인의 일탈, 혹은 양국 정부 사이의 정치적 문제 등을 이유로 중국인 전체를 싸잡아 비난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최근 불거진 일련의 상황들과 관련해서 감정이 아니라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차분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면서 "중국이 중화사상 등을 앞세워 한국인들의 감정을 자극했을 가능성이 있는데 그걸 똑같은 방식으로 대응하면 국가 차원의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설 교수는 국내 체류 중국인 중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조선족 문제와 관련해서도 이성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원춘, 박춘풍 등이 용서받을 수 없는 극악무도한 범죄자인 것은 맞지만, 그것이 그들이 속한 사회집단 전체를 비난할 근거가 되진 못한다"며 "개인의 일탈을 이유로 중국인 전체를 무조건적으로 비난하는 태도를 지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jasonchoi@fnnews.com 최재성 기자
2019-06-13 17:30:20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반중(反中)을 넘어 혐중(嫌中)감정이 팽배해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 간의 화웨이 문제 등으로 인해 '제2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보복' 우려도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에 대한 심리적 거리는 시간이 지날 수록 멀어지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반중(反中)' 넘어 '혐중(嫌中)'으로 13일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체류 중국인은 107만566명이다. 이는 국내에 체류 중인 전체 외국인 중 45%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중국인들에 대한 한국인들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일각에서는 중국인들에 대한 맹목적인 비난이 도를 넘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혐중감정은 극단적인 표현들로 이어진다. '착짱죽짱(착한 중국인은 죽은 중국인 뿐이다)' '천안문 사태 때 착한 중국인은 모두 죽었다'는 식의 표현들이 주요 포털사이트와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도배하다시피 하고 있다. 심한 경우엔 '난징대학살(중일 전쟁 때 중화민국의 수도인 난징을 점령한 일본이 군대를 동원해 중국인을 무차별 학살한 사건)'을 '난징대축제'로 일컫기도 하면서 많은 네티즌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비단 온라인 상의 문제만은 아니다. 중국인 유학생이 많은 대학가 역시 혐중감정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서울의 한 사립대학교에서 교환학생으로 유학 중인 중국인 A씨(23)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중국인에 대한 한국 대학생들의 인식이 좋지 않은 것 같다"며 "심한 경우엔 중국인들을 눈앞에 두고도 '짱X' 같은 인종차별적 발언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하소연했다. ■"부분의 문제, 전체로 확대해선 안돼" 이 같은 혐중감정의 배경으로는 다양한 이유들이 지목된다. 오래전부터 이어진 중국의 동북공정과 2017년의 사드사태 등이 반중감정을 촉발시켰다. 최근 이슈가 된 미세먼지 문제도 반중감정을 악화시키는 데 한몫했다. 일부 중국동포들이 벌인 범죄행각도 중국인들에 대한 감정을 키우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국내 체류 중국인협회의 한 관계자는 "사드부터 미세먼지까지 국가 간 여러 문제로 인해 한국인들이 중국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는 것에 대해선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렇다고 모든 중국인들에 대해 차별적 시각을 가지고 욕설을 내뱉는 일부 행태는 정말 이해하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개인의 일탈, 혹은 양국 정부 사이의 정치적 문제 등을 이유로 중국인 전체를 싸잡아 비난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최근 불거진 일련의 상황들과 관련해서 감정이 아니라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차분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면서 "중국이 중화사상 등을 앞세워 한국인들의 감정을 자극했을 가능성이 있는데 그걸 똑같은 방식으로 대응하면 국가 차원의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설 교수는 국내 체류 중국인 중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조선족 문제와 관련해서도 이성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원춘, 박춘풍 등이 용서받을 수 없는 극악무도한 범죄자인 것은 맞지만, 그것이 그들이 속한 사회집단 전체를 비난할 근거가 되진 못한다"며 "개인의 일탈을 이유로 중국인 전체를 무조건적으로 비난하는 태도를 지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jasonchoi@fnnews.com 최재성 기자
2019-06-13 11:21:49탄핵 정국을 거치며 반중(反中)정서가 고조된 상황에서 국내 거주 중국인의 범죄 사건까지 이어지자, 중국인을 겨냥한 혐오성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개별 범죄를 특정 집단 전체의 문제로 일반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25일 경찰 등에 따르면 경기 시흥경찰서는 지난 19일 살인 등의 혐의로 중국 국적 차철남(57)을 긴급체포했다. 그는 지난 17일 시흥시 정왕동 소재 자기 집 등에서 2명을 둔기로 살해하고, 이틀 뒤 인근 편의점주와 집 건물주 등 2명을 흉기로 찔러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다. 또 지난 19일 새벽 경기 화성시에선 시민들을 상대로 흉기 난동을 벌인 중국 국적의 40대 남성 A씨가 공중협박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이보다 하루 앞선 18일 오전에는 화성시 병점동 길거리에서 흉기를 휘두른 50대 중국인 B씨가 경찰에 검거되기도 했다. 시민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직장인 박모씨(30)는 "동네에 외국인이 많아 평소엔 별생각 하지 않았는데, 최근 사건들을 접하고 나니 알게 모르게 피하게 된다"고 말했다. 심모씨(35)도 "외국인을 길에서 마주치면 괜히 불안하다"고 털어놨다. 문제는 이런 개별 범죄가 특정 국가 전체에 대한 혐오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탄핵 정국을 거치며 반중정서가 고조된 상황에서 강력범죄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반감이 혐오로 치닫는 모양새다. 실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중국인은 모두 떠나라" 등의 혐오성 게시물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국내 거주 중국 동포들 역시 곱지 않은 시선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에서 만난 중국 동포 C씨(43)는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질 때마다 외부에서 중국 동포를 바라보는 나쁜 시선이 더 강해진다"며 "이상한 사람들 말고 어디선가 열심히 살고 있는 동포들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주면 좋겠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개별 범죄 사례를 전체 외국인 집단에 대한 혐오로 일반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범죄자들이 나쁜 건 맞지만 그 개인을 비난하는 게 아니라 소속된 집단 전체를 동일시해 비난하는 건 옳지 못하다"며 "한국과 중국은 정치·경제적으로 밀접한 관계인 만큼 혐오나 근거 없는 낭설, 가짜뉴스 등이 확산될 경우 결국 양국 관계뿐 아니라 경제적·사회적으로도 부정적 영향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혐오를 부추기기보다는 사회 전반의 인식 전환과 제도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정치권에서 반중 관련한 여러 이야기를 하는 상황에서 끔찍한 사건들이 발생하다 보니 복합적으로 반중정서가 발생하고 있다"며 "범죄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혐오로 발전하는 건 합리적인 방향이 아니고, 왜곡된 시선을 바로잡고 이주민들과의 문화적 이해 격차를 줄일 수 있는 동화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등 제도적 노력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welcome@fnnews.com 장유하 김형구 기자
2025-05-25 18:31:38[파이낸셜뉴스] 탄핵 정국을 거치며 반중(反中)정서가 고조된 상황에서 국내 거주 중국인의 범죄 사건까지 이어지자, 중국인을 겨냥한 혐오성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개별 범죄를 특정 집단 전체의 문제로 일반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25일 경찰 등에 따르면 경기 시흥경찰서는 지난 19일 살인 등의 혐의로 중국 국적 차철남(57)을 긴급체포했다. 그는 지난 17일 시흥시 정왕동 소재 자기 집 등에서 2명을 둔기로 살해하고, 이틀 뒤 인근 편의점주와 집 건물주 등 2명을 흉기로 찔러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다. 또 지난 19일 새벽 경기 화성시에선 시민들을 상대로 흉기 난동을 벌인 중국 국적의 40대 남성 A씨가 공중협박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이보다 하루 앞선 18일 오전에는 화성시 병점동 길거리에서 흉기를 휘두른 50대 중국인 B씨가 경찰에 검거되기도 했다. 시민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직장인 박모씨(30)는 "동네에 외국인이 많아 평소엔 별생각 하지 않았는데, 최근 사건들을 접하고 나니 알게 모르게 피하게 된다"고 말했다. 심모씨(35)도 "외국인을 길에서 마주치면 괜히 불안하다"고 털어놨다. 문제는 이런 개별 범죄가 특정 국가 전체에 대한 혐오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탄핵 정국을 거치며 반중정서가 고조된 상황에서 강력범죄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반감이 혐오로 치닫는 모양새다. 실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중국인은 모두 떠나라" 등의 혐오성 게시물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국내 거주 중국 동포들 역시 곱지 않은 시선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에서 만난 중국 동포 C씨(43)는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질 때마다 외부에서 중국 동포를 바라보는 나쁜 시선이 더 강해진다"며 "이상한 사람들 말고 어디선가 열심히 살고 있는 동포들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주면 좋겠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개별 범죄 사례를 전체 외국인 집단에 대한 혐오로 일반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범죄자들이 나쁜 건 맞지만 그 개인을 비난하는 게 아니라 소속된 집단 전체를 동일시해 비난하는 건 옳지 못하다"며 "한국과 중국은 정치·경제적으로 밀접한 관계인 만큼 혐오나 근거 없는 낭설, 가짜뉴스 등이 확산될 경우 결국 양국 관계뿐 아니라 경제적·사회적으로도 부정적 영향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혐오를 부추기기보다는 사회 전반의 인식 전환과 제도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정치권에서 반중 관련한 여러 이야기를 하는 상황에서 끔찍한 사건들이 발생하다 보니 복합적으로 반중정서가 발생하고 있다"며 "범죄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혐오로 발전하는 건 합리적인 방향이 아니고, 왜곡된 시선을 바로잡고 이주민들과의 문화적 이해 격차를 줄일 수 있는 동화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등 제도적 노력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welcome@fnnews.com 장유하 김형구 기자
2025-05-24 21:11:07[파이낸셜뉴스] 2022 베이징 동계 올림픽을 기점으로 국내에서 반중 정서가 심화되고 있다. 개막식에서 불거진 한복 논란부터 쇼트트랙 편파 판정 논란까지 발생하며 국내 온라인에서는 ‘NO 차이나’ 운동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지난 8일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중국을 비판하는 글이 다수 게시됐다. 전날 열린 쇼트트랙 남자 1000M 경기에서 황대헌과 이준서가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실격됐고 이로 인해 중국 선수들이 메달을 거머쥐자 주최국인 중국을 비판하는 여론이 형성됐다. 지난 4일 개막식에서 한복을 입은 여성이 중국 오성홍기를 전달하는 중국내 소수민족 대표 중 한 명으로 등장해 논란이 시작됐다. 이에 고구려사를 중국 역사로 편입하려는 시도인 동북공정을 빗대 ‘문화공정’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많이 사용되고 있는 해시태그와 단어를 보여주는 트위터 실시간 트렌드에는 ‘페어플레이’ ‘편파 판정’ ‘동네 운동회’ 등이 순위권에 있었다. 누리꾼 사이에서는 베이징 올림픽 로고를 패러디한 ‘눈 뜨고 코 베이징’이라는 이미지도 확산됐다. 일부 네티즌들 사이에선 ‘NO 재팬’ 운동처럼 오성홍기를 넣은 ‘NO 차이나’ 이미지도 공유됐다. 현대중국학회가 2021년 11월 개최한 국제 추계학술대회에서 하남석 서울시립대 교수는 석사과정 학생인 김명준·김준호씨와 함께 ‘한국 청년 세대의 온라인 반중 정서의 현황’을 발표했다. 하 교수팀은 2018년 한국, 중국, 일본 3개국의 20대 대학생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5점 만점의 호감도 조사에서 중국에 대한 호감도는 2.14점이었고, 일본에 대한 호감도는 2.83점이었다. 우리나라에선 2030세대의 반중 기류가 정점에 이르렀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해 주간지 시사인이 한국 성인 남녀 10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58.1%가 “중국은 악에 가깝다”고 응답했다. 해당 매체는 “2030세대가 반중 정서를 이끌어가는 핵심 집단”이라고 분석했다. theknight@fnnews.com 정경수 기자
2022-02-09 07:3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