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인권침해가 발생한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들에게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는 취지의 항소심 판단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 민사33부(김대웅 부장판사)는 7일 형제복지원 피해자 김모씨 등 13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유지했다. 1심은 지난 1월 31일 피해자들이 신체 자유 등을 침해당했으니 국가가 이들에게 손해배상액 38억3500만원과 위자료 7억원, 총 45억3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판결 직후 피해자 단체는 정부의 상고 포기를 촉구했다. 이향직 형제복지원 서울·경기피해자협의회 대표는 이날 서울고등법원 앞 기자회견에서 "정부 측 대리인은 또 한 번 비열한 짓을 했다. 불과 선고일 3일 남기고 변론 재신청을 냈다"며 "지연이자를 지불하면서 변호사 수임료도 지불하며 항소를 이어갔다"고 지적했다. 시간끌기식 소송전을 멈추라는 요구도 나왔다. 또 다른 피해자 이혜율씨는 "정부는 국가기관이 합의금 지불하는 피해자의 선례가 될 것이기에 (지불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이유로 이의제기했다"며 "대법원 상고까지 한다면 시간끌기임을 피할 수 없다. 피해자는 하루빨리 사과받고 배상금 수령받고 잊고 싶어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합의금을 낼 돈이 없다고 주장하면서도 합의금 지연이자와 대리인 선임 수임료를 대는 것은 시간 끌기라는 주장이다. 피해자 측은 1심 판결 이후 별건의 형제복지원 피해자 6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피해자 대리인 측은 "원고가 사망하면 상속인이 없을 경우 국가에게 합의금이 돌아간다"며 "국가가 지급을 면하게 되는 길"이라고 밝혔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경찰 등 공권력이 부랑인으로 지목된 사람들을 해당 시설에 강제수용하고, 심각한 인권침해를 벌인 일이다. 앞서 피해자 김모씨 등은 2022년 5월 80억원 상당의 손해배상 소송을 국가를 상대로 제기했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같은 해 8월 형제복지원 인권침해 사건을 "부당한 공권력에 의한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이라며 국가가 피해자와 유가족에게 공식 사과할 것을 권고했다. scottchoi15@fnnews.com 최은솔 기자
2024-11-07 16:05:03[파이낸셜뉴스] 인권유린을 당했던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들에게 국가와 지자체가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부산지법 민사11부(부장판사 전우석)는 7일 형제복지원 피해자 박모씨 등 70명이 국가와 부산시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6건에서 국가와 부산시가 원고들에게 총 164억여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는 합계 청구액 283억여원 중 약 58%가 인정된 것이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은 부랑인이라는 명목하에 법률적 근거 없이 수용당했고, 이와 같은 피고(국가와 부산시)의 행위는 전체적으로 '공권력의 위법한 행사'에 해당하고 따라서 피고는 원고들이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라고 판단했다. 이어 "피해자들은 수용 기한을 정하지 않고 감금돼 반인권적인 통제하에 가혹행위, 노동력 착취를 당하고 물론 아동의 경우 적절한 교육을 받지 못했다"며 "이를 감독해야 할 부산시와 대한민국 정부는 그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고 위법행위를 묵인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이 형제복지원을 퇴소한 지 수십 년이 지나 소멸시효가 완성됐다는 피고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헌법재판소 결정과 대법원 판결에 따라 민법, 국가재정법 또는 구 예산회계법상 10년 또는 5년의 장기 소멸시효는 적용되지 않는다"며 "원고들은 2022년 8월경이 되어서야 과거사 전문위원회의 진실 규명 결정을 받았다. 그 사실을 통지받음으로써 손해 발생 및 가해자를 알았다고 할 것이고 그로부터 얼마되지 않아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으므로 민법상 3년의 강제 소멸시효 역시 부과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배상액은 원고별 수용 기간 1년당 약 8000만원을 기준으로 하되, 개별 원고의 상황 등을 고려해 산정했다고 재판부는 밝혔다. 판결 이후 박경보 형제복지원피해자협의회 대표는 "당연한 판결이며 사필귀정"이라며 "형제복지원이 있던 부산에서 난 판결이라 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판결은 법원이 형제복지원 사건에 대해 국가 배상 책임을 인정한 세 번째 사례다. 지난해 12월 서울중앙지법은 하모씨 등 피해자 26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200억원 상당의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하고, 국가가 피해자들에게 총 145억80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또 지난달 31일 서울중앙지법은 피해자들이 국가 상대로 제기한 총 2건의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리고 45억30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1960년 7월20일 형제육아원 설립 때부터 1992년 8월20일 정신요양원이 폐쇄되기까지 경찰 등 공권력이 부랑인으로 지목된 사람들을 민간 사회복지법인이 운영하는 형제복지원에 강제수용한 사건이다.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2022년 8월 형제복지원 사건을 국가의 부당한 공권력 행사에 의한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으로 판단했다. 또 수용자들을 피해자로 인정하며 국가 차원의 공식 사과와 피해 복구 방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bsk730@fnnews.com 권병석 기자
2024-02-07 13:53:43"세 살 무렵 아무것도 모른 채 엄마 등에 업혀 형제복지원에 끌려갔다가 몇 년 뒤 덕성원으로 이송됐습니다. 그 이후 엄마의 모습을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채 지금까지 살아왔습니다." 지난 1일 오후 부산 연제구 부산시청 앞 광장에서 덕성원의 진상 규명을 요구하던 안종환 덕성원피해생존자협의회(협의회) 대표는 눈물을 흘리며 이같이 말했다. 제2의 형제복지원이라 불리는 덕성원 피해자들은 자신의 피해 사실을 알리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부랑인을 선도한다는 명목으로 장애인과 고아 등을 불법 감금한 권위주의 정권 시절 대표적 인권유린 사건이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의 진상 규명을 통해 이곳에서 1960년부터 1992년까지 강제노역과 구타, 암매장, 성폭행 등 각종 인권침해가 자행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곳에 수용됐던 피해생존자는 형제복지원·영화숙·재생원 등 부산 부랑인시설과 마찬가지로 상습적인 폭력과 강제노역에 시달렸다고 호소했다. 덕성원은 1952년 동래구 중동에 정착했고, 1996년 사회복지법인 덕성원으로 법인 명칭을 변경한 뒤 2000년에 폐원한 아동보호시설이다. 아직까지 덕성원에 대한 진상 규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피해자들은 수십여년만에 모였고, 거리에 나선 것이다. 현재까지 협의회에 접수된 덕성원 관련 피해 건수는 40여건이다. 안 대표는 "자신들의 피해에 대해 말하지 못한 채 살아가다가 형제복지원과 재생원, 형제원 등의 피해자들이 본인들의 피해를 용기 있게 말하고, 국가로부터 피해자로 인정받는 상황을 보면서 우리가 당시 겪은 피해에 대해서 비로소 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피해자인 심모씨는 수용시설의 참혹한 삶이 어린 시절에서 끝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심씨는 "덕성원 재단은 어른이 돼 덕성원을 나간 원생들을 상대로 사기까지 쳤다"며 "돈을 빌려달라는 명목으로 적게는 몇천만 원, 많게는 몇억원씩 빌린 뒤 아직 갚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함께한 손석주 영화숙·재생원피해자협의회 대표는 "이제라도 국가와 부산시가 이런 문제를 살피고, 철저히 조사해서 어린아이들이 겪었던 한을 꼭 풀어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피해자들이 진상 규명과 피해 보상을 요구하는 상황이지만, 진실 규명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조사 권한을 가진 진화위에서 덕성원에 대한 직권조사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진화위는 내년 5월 만료될 예정인 활동 기간이 1년 연장됐다고 밝힌 바 있다. 접수사건 2만 92건 중 처리 완료된 사건이 53%에 불과해 미처리 사건 진실 규명을 위해서다. 이들은 현재도 미처리 사건이 많은 상황이라 조사 시간과 인력이 부족해 덕성원 사건을 직권조사하기 어렵다고 밝혔다는 게 협의회의 설명이다. 이들은 정부에 피해 입증을 위한 지원을 해달라고 촉구했다. 안 대표는 "덕성원에 거주했던 아동들의 자료를 적극 발굴해 달라"면서 "덕성원 피해자들의 사건이 진화위에 접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해 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2024-02-05 18:50:42[파이낸셜뉴스] 부산시는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에 지원금을 지급하기 위해 29일부터 지급 신청을 받는다고 밝혔다.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는 위로금 500만원, 생활안정지원금 매월 20만원, 연 500만원 한도 의료비를 지원받는다. 신청 대상은 진실화해위원회 진실규명 결정을 받고 신청일 현재 시에 주민등록을 둔 사람이다. 신청은 지급신청서와 각종 구비서류를 시 인권증진팀 또는 피해자종합지원센터에 방문 또는 우편으로 제출하면 된다. 피해자 본인 외에도 대리 신청이 가능하다. 신청서식은 시 누리집 또는 ‘형제복지원 사건 등 피해자 지원센터’에서 받을 수 있다. 위로금과 생활안정지원금은 매 분기 말 본인 계좌로 지급되며, 의료비는 지정한 병원에서 피해자가 진료받으면 시가 사후 정산하는 방식으로 지원한다. 이번 지원금 가운데 위로금과 생활안정지원금은 처음 지원된다. 이는 지난해 5월 박형준 시장이 피해자 대표 등을 직접 만나 피해자의 실질적 지원을 약속한 데 따른 것이다. 시는 지원조례 개정 등의 준비과정을 거쳐 올해 예산 27억9000만원을 편성했다. 박 시장은 지난해 5월 피해자 대표와 간담회를 통해 과거 부산에서 일어났던 국가폭력으로 인한 인권침해에 도의적 책임을 통감하며 실질적인 지원이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박 시장은 "피해자가 사회구성원의 한 축으로 자립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이번 지원사업의 최우선 목표"라며 "국가폭력에 의한 중대한 인권 침해사건에는 국가 차원에서 상응하는 조치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시는 피해자가 기초생활수급자의 경우 수급비가 감액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보건복지부에 지침 개정을 건의하는 등 대상 피해자 모두가 지원금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bsk730@fnnews.com 권병석 기자
2024-01-29 10:19:18[파이낸셜뉴스] 정부가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법원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항소 마감일 하루 앞두고 이날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9부(한정석 부장판사)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여러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만큼 다른 사건들의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항소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재판부는 지난해 12월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 하모씨 등 26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들에 대한 국가의 배상 책임을 처음으로 인정한 판결이었다. 재판부는 위자료 액수를 원고별 수용 기간에 따라 1년당 8000만원으로 산정했다. 이에 따라 26명에 대해 각 8000만원에서 11억2000만원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당시 선고를 마치고 나온 피해자들은 취재진에게 "최근 국가배상 청구 소송에서 국가 패소 시 항소한 바가 거의 없는 것으로 안다"며 "형제복지원 사건은 근현대사상 최악의 인권 유린 사건으로, 국가에서 항소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부랑인 선도 명분으로 내무부 훈령 410호(1987년 폐지)에 따라 1975~1987년 노숙자, 청소년, 장애인 등을 민간 사회복지법인이 운영하는 형제복지원에 강제 수용한 사건이다.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지난해 8월 형제복지원 사건을 국가의 부당한 공권력 행사에 의한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으로 판단했다. 또 수용자들을 피해자로 인정하며 국가 차원의 공식 사과와 피해 복구 방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1975~1986년 형제복지원 입소자는 3만8000여명으로, 밝혀진 사망자 수만 657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
2024-01-10 21:09:43법원이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에 대한 국가의 배상 책임을 처음으로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9부(한정석 부장판사)는 21일 하모씨 등 형제복지원 피해자 26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위자료 액수를 원고별 수용 기간에 따라 1년당 8000만원으로 산정했다. 이에 따라 26명에 대해 각 8000만원에서 11억2000만원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재판부는 형제복지원 수용 근거였던 내무부 훈령에 대해 "법률유보원칙, 명확성 원칙, 과잉금지 원칙, 적법절차 원칙, 영장주의 원칙을 위반해 위법한 조치라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어 "원고들이 이 훈령에 따라 강제수용됨으로써 극심한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겪었을 것으로 보이며, 원고 중 상당수는 학령기 미성년자였는데 강제 노역과 폭행에 시달리며 학습권을 침해받았다"면서 "공권력이 적극적으로 개입하거나 또는 공권력 허가, 지원, 묵인하에 장기간 이뤄진 중대한 인권침해 사안으로 위법성이 중대하고 억제·예방할 필요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국가 측의 '소멸시효 완성' 주장에 대해서는 "이 사건은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으로, 청구권에 대해 소멸시효를 적용하지 않기 때문에 피고 측 주장은 이유 없다"고 일축했다. 위자료 액수 산정 기준을 놓고는 "35년 이상이 지났음에도 오랜 기간 배상이 지연된 점과 그간의 경제 상황, 화폐가치 변화 등을 감안했다"며 "수용 기간은 진술의 구체적인 정도, 남아있는 자료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선고에 앞서 "형제복지원에 강제 수용돼서 그 기간 동안 고통을 겪고 어려운 시간을 보낸 원고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하기도 했다. 법정에 출석한 피해자들은 선고 내내 눈물을 훔치는 모습을 보였다. 선고 결과가 나오자 일부 피해자들은 "감사합니다"라고 외치기도 했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부랑인 선도 명분으로 내무부 훈령 410호(1987년 폐지)에 따라 1975~1987년 노숙자, 청소년, 장애인 등을 민간 사회복지법인이 운영하는 형제복지원에 강제 수용한 사건이다.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지난해 8월 형제복지원 사건을 국가의 부당한 공권력 행사에 의한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으로 판단했다. 또 수용자들을 피해자로 인정하며 국가 차원의 공식 사과와 피해 복구 방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1975~1986년 형제복지원 입소자는 3만8000여명으로, 밝혀진 사망자 수만 657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
2023-12-21 18:04:30[파이낸셜뉴스] 법원이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에 대한 국가의 배상 책임을 처음으로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9부(한정석 부장판사)는 21일 하모씨 등 형제복지원 피해자 26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위자료 액수를 원고별 수용 기간에 따라 1년당 8000만원으로 산정했다. 이에 따라 26명에 대해 각 8000만원에서 11억2000만원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재판부는 형제복지원 수용 근거였던 내무부 훈령에 대해 "법률유보원칙, 명확성 원칙, 과잉금지 원칙, 적법절차 원칙, 영장주의 원칙을 위반해 위법한 조치라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어 "원고들이 이 훈령에 따라 강제수용됨으로써 극심한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겪었을 것으로 보이며, 원고 중 상당수는 학령기 미성년자였는데 강제 노역과 폭행에 시달리며 학습권을 침해받았다"면서 "공권력이 적극적으로 개입하거나 또는 공권력 허가, 지원, 묵인하에 장기간 이뤄진 중대한 인권침해 사안으로 위법성이 중대하고 억제·예방할 필요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국가 측의 '소멸시효 완성' 주장에 대해서는 "이 사건은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으로, 청구권에 대해 소멸시효를 적용하지 않기 때문에 피고 측 주장은 이유 없다"고 일축했다. 위자료 액수 산정 기준을 놓고는 "35년 이상이 지났음에도 오랜 기간 배상이 지연된 점과 그간의 경제 상황, 화폐가치 변화 등을 감안했다"며 "수용 기간은 진술의 구체적인 정도, 남아있는 자료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선고에 앞서 "형제복지원에 강제 수용돼서 그 기간 동안 고통을 겪고 어려운 시간을 보낸 원고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하기도 했다. 법정에 출석한 피해자들은 선고 내내 눈물을 훔치는 모습을 보였다. 선고 결과가 나오자 일부 피해자들은 "감사합니다"라고 외치기도 했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부랑인 선도 명분으로 내무부 훈령 410호(1987년 폐지)에 따라 1975~1987년 노숙자, 청소년, 장애인 등을 민간 사회복지법인이 운영하는 형제복지원에 강제 수용한 사건이다.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지난해 8월 형제복지원 사건을 국가의 부당한 공권력 행사에 의한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으로 판단했다. 또 수용자들을 피해자로 인정하며 국가 차원의 공식 사과와 피해 복구 방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1975~1986년 형제복지원 입소자는 3만8000여명으로, 밝혀진 사망자 수만 657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
2023-12-21 15:11:12"부산에서 형제 복지원에 가게 됐어요, 그리고 덕성원에 갔죠. 어머니를 찾고 싶어요. 덕성원의 진상 규명도 해야 합니다." 형제복지원과 덕성원 피해자인 안종환씨(49·사진)는 아직 진실이 밝혀지지 않은 아동 수용시설 덕성원의 직권 조사를 요구했다. 점촌(경북 문경)에서 태어난 안씨는 젖먹이 시절 원인도 모른 채 가족과 헤어졌다. 형제복지원 때문이었다. 안씨는 어머니인 김성분씨 품에 안겨 점촌에서 부산으로 왔다. 어머니는 지인을 만나기 위해 잠시 부산을 찾았던 것뿐이다. 과정은 정확하지 않지만 부산역에서 경찰과 만나 파출소로 가게 됐고, 거기 있던 사람들과 함께 형제복지원으로 입소를 당했다. 형제복지원 입소 후 결국 안씨와 어머니는 만나지 못했다. 1982년 그가 덕성원으로 옮겨지면서 작은 가능성조차 사라졌다. 안씨에 따르면 덕성원은 형제복지원과 채무 관계를 형성하고 있었다. 형제복지원의 재단 자산을 빼돌려 다른 시설에 빌려주는 식이었다. 안씨는 "덕성원에서 매일 밤만 되면 맞는 기억밖에 없다"며 "매일 집합을 당하고 방망이로 맞았다. 인권 유린의 장소였다"고 말했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부랑인을 선도한다는 명목으로 장애인과 고아 등을 불법 감금한 권위주의 정권 시절 대표적 인권유린 사건이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의 진상 규명을 통해 이곳에서 1960년부터 1992년까지 강제노역과 구타, 암매장, 성폭행 등 각종 인권침해가 자행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안씨 또한 주민등록 자료를 근거로 형의 신원을 확인했다. 형은 찾았지만 어머니는 주민등록이 말소돼 여전히 생사 확인이 어려운 상황이다. 안씨가 가장 궁금해하는 것은 덕성원이다. 덕성원의 진상 규명은 스스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게 안씨의 설명이다. 진실화해위는 내년 5월 활동 기간 만료를 이유로 조사 시간과 인력이 부족해 덕성원 사건을 직권조사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냈다. 혹여나 진실화해위 활동 기간이 연장돼도 덕성원의 직권조사는 미지수라고 통보했다고 한다. 안씨는 성인이 되어서도 덕성원의 그늘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안씨는 1997년 덕성원으로 부터 연락이 왔다. 법인 관련 소송을 치를 돈이 필요하다고 했다. 안씨는 "덕성원 생활이 고통스럽긴 했지만 어린 시절 함께 했던 곳이고 가족 같다는 생각도 함께 있었다"면서 "덕성원측 요청으로 그동안 결혼도 하고 땅도 사고 사업도 키우고 싶어 모았던 돈을 빌려줬다. 매달 500만원씩 돈을 맡긴다는 생각으로 총 5년 동안 3억원을 건넸다"고 전했다. 안씨는 "당시 덕성원장 부인이 장가갈 때 주겠다며 공증까지 써줬지만 돈을 갚지는 않았다"면서 "내가 25살 무렵 결혼할 여자가 생겼으니 맡긴 돈을 돌려달라고 했지만, 그 사람은 끝내 돈을 내놓지 않았다"고 말했다. 안씨 등 덕성원 피해자들은 진상 규명을 요구하며 다음달 집회를 예고한 상황이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2023-11-13 18:07:35[파이낸셜뉴스]길거리에서 회칼을 들고 배회한 남성이 경찰에 의해 구속송치됐다. 23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혜화경찰서는 이날 60대 남성 박모씨를 특수협박 혐의로 구속송치했다. 박씨는 지난 17일 오후 9시25분께 길이 20cm가 넘는 회칼을 들고 서울 종로구 성균관어학원 별관 인근 약 300m를 배회한 혐의를 받는다. 위협을 느낀 주민이 박씨를 경찰에 신고 했고, 박씨는 신고 1시간 만에 종로구 자택에서 긴급 체포됐다. 조사 이후, 경찰이 박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하자, 시민단체 홈리스행동은 그가 중증 발달장애인이라며 불구속 상태에서 조사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내용의 탄원서 1015장을 제출했다. 박씨는 부산 형제복지원에 끌려가 국가폭력을 당한 피해자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19일 범죄의 중대성와 도망 염려, 재범 위험 등을 근거로 박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
2023-08-23 16:59:02박형준 부산시장이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 지원을 지속해서 확대해 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23일 부산시에 따르면 박형준 시장은 지난 22일 오후 시청 7층 의전실에서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와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간담회는 박 시장이 해외출장 중이던 지난 5월 15일 이성권 경제부시장과의 면담에서 최대한 이른 시일 내 시장과의 간담회 자리를 마련하겠다는 약속 이행 차원에서 마련됐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박 시장은 간담회에서 형제복지원 사건과 관련해 과거 국가폭력에 의한 인권침해에 도의적 책임을 통감하며 실질적인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시는 형제복지원 수용 피해자들이 지금까지 생활고에 시달려온 만큼 경기도 선감학원 피해자 지원 사례 등을 참고해 유사한 수준의 위로금과 생계비를 2024년 예산에 반영하기로 하고 지원방법 등 세부기준을 정해 추후 안내하기로 했다. 선감학원 피해자의 경우 위로금 500만원과 생활안정지원금 월 20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또 지난해 11월부터 부산의료원을 통해 시행한 의료비 지원사업을 시 관내 병원과 협의해 권역별 지정병원을 추가로 확보해 지원할 계획이다. 아울러 진상규명 조사와 피해지원체계 강화를 위해 전담팀 구성 또는 인력 증원 등을 조직진단을 통해 구체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한편 시는 지난해 피해자와 합동으로 사회복지시설 13개소에 대해 입증자료 발굴 조사를 실시했으나 수용 사실 입증에 어려움을 겪는 피해자가 아직 많은 상황으로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조사하지 못한 정신요양시설 8개소 등 잔여 시설에 대한 추가 조사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이 외에도 기존 피해자종합지원센터에서 운영하는 심리상담 프로그램을 강화하고자 2024년 국비 지원을 소관 부처와 협의 중이며 이를 통해 전문 심리상담사를 추가 채용하는 등 후유장애 치유 프로그램의 전문성을 높이고 서비스 수준도 강화할 계획이다. 노동균 기자
2023-05-23 18:4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