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대 커플 A씨와 B씨는 소개팅으로 만난 후 가까워져 부모들 몰래 혼인신고하고 동거에 들어갔다. 사소한 말다툼이 쌍방폭행으로 이어지기 다반사였고, 누군가의 외도로 이들은 성병도 걸리게 된다. B씨와 A씨는 폭행, 특수폭행, 상해, 강간 등의 죄명으로 각각을 형사고소했다. 이들은 혼인무효 소송과 재산분할, 위자료청구 소송도 시작했다. 이들은 가정법원에서 혼인무효소송도 냈다. 재판장은 솔로몬의 묘안을 꺼냈다. 혼인무효를 인정해 줄 테니 각각 형사고소 취하하고, 재산분할, 위자료 관련 분쟁을 그만 두라는 것. 이들은 이를 받아들이고, 각자의 길을 가게 됐다. 재판장의 현명한 선택으로 이들은 자신의 서류에서 '이혼'이 아닌 '혼인 무효'를 인정받게 됐다. 초혼 후 사이가 나빠진 부부는 이왕이면 '이혼'보다 '혼인 무효'를 선호한다. 다시 운명의 커플을 만날 경우 재혼 과정에서 어려움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선 A씨와 B씨 커플의 사례는 운이 좋은 케이스로 봐왔다. 이혼을 인정하돼 '혼인무효'까지 인정하지 않았던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혼인무효' 인정 판례를 만들어내 앞으로는 혼인을 무효화하는 경우가 더 수월해 질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까다로운 '혼인 무효'원칙적으로 혼인무효는 법원에서 엄격하게 따진다. 그동안 혼인 무효가 인정되기는 법적으로 쉽지 않았다. 민법에서 혼인 무효사유로 △당사자간에 혼인의 합의가 없는 때 △혼인이 근친혼에 해당할 때 △당사자간에 직계인척관계가 있거나 있었던 때 △당사자간에 양부모계의 직계혈족관계가 있었던 때 이렇게 4가지만을 무효사유로 두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혼인 합의가 있다고 인정되면 이를 무를 수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법원은 혼인무효 인정을 함에 법률의 문언적 해석에 충실히 해 왔다. 혼인무효 소송을 제기해도 무효사유가 있는지 까다롭게 살피다보니 혼인무효로 인정되기 쉽지 않았다. 여기서 혼인 무효와 관련해 빈번히 문제가 되는 것은 당사자간에 혼인의 '합의'가 없었던 때에 해당하는지이다. 혼인신고를 할 당시에는 그래도 혼인에 대한 생각이 있었으나, 살아가는 과정에서 혼인신고를 무르고 싶은 사정이 나타나 혼인 신고하게 된 과거의 사유를 부각시켜 혼인무효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상당하다. 과거 법원은 이러한 형태의 혼인무효 소송에서 혼인 신고당시 혼인의사가 있다고 해 혼인무효를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 전원합의체, '혼인 무효' 인정하지만 점차 이러한 법원의 태도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당사자 사이의 분쟁을 원만히 종식시키기 위해 혼인무효 인정에 재량을 폭넓게 발휘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당사자들도 '이혼남', '이혼녀'의 꼬리표가 붙지 않게 되니 분쟁을 종결하고, 혼인무효 제안을 잘 받아들인다. 법조계는 지난 23일 나온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이런 경향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고 평가한다. 대법 전원합의체는 이날 이혼했더라도 당사자 간에 실질적 합의가 없었다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혼인을 무효로 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이혼한 부부의 혼인을 무효로 돌릴 법률상 이익이 없다는 입장에서 40년 만에 대법원의 기존 입장이 변경된 것이다. 대법원은 "혼인 관계를 전제로 수많은 법률관계가 형성돼, 그 자체의 무효 확인을 구하는 것이 관련된 분쟁을 한꺼번에 해결하는 유효·적절한 수단일 수 있다"며 "이혼으로 혼인 관계가 이미 해소된 이후라고 하더라도 혼인무효의 확인을 구할 이익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즉, 대법원도 혼인무효가 당사자간 복잡하고 치열한 분쟁의 종식에 해결기능을 한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이번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사례는 '혼인한 상태에서 자녀 한 명을 뒀고, 이들은 3년 뒤에 이혼조정을 통해 이혼신고를 한 이후, 15년 뒤에 혼인무효 소송을 제기한 사건'이다. 당초 하급심은 "단순히 여성이 혼인했다가 이혼한 것처럼 호적상 기재돼 있어 불명예스럽다는 사유만으로는 혼인무효를 구할 확인의 이익이 없다"면서 사건을 각하했었다. ■ 지운 흔적'은 그대로'가짜 혼인무효 소송'이 남발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결혼 후 상습적으로 혼인 무효소송을 낼 수도 있다는 우려다. 하지만 알아 두어야 할 것이 있다. 혼인무효가 됐다고 하더라도 과거 혼인했던 기록 자체가 지워지는 것은 아니다. 혼인사실 자체가 지워지는 것이 아니라 혼인무효가 됐다는 기록이 남는 것이다. 아파트 등기부등본에 과거 근저당권 설정과 관련된 기록이 모두 남아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극히 예외적 사유가 아니면 가족관계등록부가 재작성 되지는 않는다. 혼인 한 기록조차도 전혀 남지 않게 하려면 '가족관계등록부의 재작성에 관한 사무처리지침'에 따라 가족관계등록부가 재작성 돼야 한다. 이론적으로 혼인무효사유가 한쪽 당사자나 제3자의 범죄행위로 인한 혼인신고의 경우에만 가능한데 사실상 이런 경우는 매우 드물다. wschoi@fnnews.com 최우석 변호사·법조전문기자
2024-05-26 18:36:14[파이낸셜뉴스] #. 30대 커플 A씨와 B씨는 소개팅으로 만난 후 가까워져 부모들 몰래 혼인신고하고 동거에 들어갔다. 모아둔 돈으로 아파트 청약도 했지만 그들의 생활은 오래 가지 못했다. 사소한 말다툼이 쌍방폭행으로 이어지기 다반사였고, 누군가의 외도로 이들은 성병도 걸리게 된다. B씨와 A씨는 폭행, 특수폭행, 상해, 강간 등의 죄명으로 각각을 형사고소했다. 이들은 혼인무효 소송과 재산분할, 위자료청구 소송도 시작했다. 이들은 가정법원에서 혼인무효소송도 냈다. 재판장은 솔로몬의 묘안을 꺼냈다. 혼인무효를 인정해 줄 테니 각각 형사고소 취하하고, 재산분할, 위자료 관련 분쟁을 그만 두라는 것. 이들은 이를 받아들이고, 각자의 길을 가게 됐다. 재판장의 현명한 선택으로 이들은 자신의 서류에서 '이혼'이 아닌 '혼인 무효'를 인정받게 됐다. 초혼 후 사이가 나빠진 부부는 이왕이면 '이혼'보다 '혼인 무효'를 선호한다. 다시 운명의 커플을 만날 경우 재혼 과정에서 어려움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선 A씨와 B씨 커플의 사례는 운이 좋은 케이스로 봐왔다. 이혼을 인정하돼 '혼인무효'까지 인정하지 않았던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혼인무효' 인정 판례를 만들어내 앞으로는 혼인을 무효화하는 경우가 더 수월해 질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까다로운 '혼인 무효'원칙적으로 혼인무효는 법원에서 엄격하게 따진다. 그동안 혼인 무효가 인정되기는 법적으로 쉽지 않았다. 민법에서 혼인 무효사유로 △당사자간에 혼인의 합의가 없는 때 △혼인이 근친혼에 해당할 때 △당사자간에 직계인척관계가 있거나 있었던 때 △당사자간에 양부모계의 직계혈족관계가 있었던 때 이렇게 4가지만을 무효사유로 두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혼인 합의가 있다고 인정되면 이를 무를 수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법원은 혼인무효 인정을 함에 법률의 문언적 해석에 충실히 해 왔다. 혼인무효 소송을 제기해도 무효사유가 있는지 까다롭게 살피다보니 혼인무효로 인정되기 쉽지 않았다. 여기서 혼인 무효와 관련해 빈번히 문제가 되는 것은 당사자간에 혼인의 ‘합의’가 없었던 때에 해당하는지이다. 혼인신고를 할 당시에는 그래도 혼인에 대한 생각이 있었으나, 살아가는 과정에서 혼인신고를 무르고 싶은 사정이 나타나 혼인 신고하게 된 과거의 사유를 부각시켜 혼인무효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상당하다. 과거 법원은 이러한 형태의 혼인무효 소송에서 혼인 신고당시 혼인의사가 있다고 해 혼인무효를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 전원합의체, '혼인 무효' 인정하지만 점차 이러한 법원의 태도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당사자 사이의 분쟁을 원만히 종식시키기 위해 혼인무효 인정에 재량을 폭넓게 발휘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당사자들도 ‘이혼남’, ‘이혼녀’의 꼬리표가 붙지 않게 되니 분쟁을 종결하고, 혼인무효 제안을 잘 받아들인다. 법조계는 지난 23일 나온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이런 경향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고 평가한다. 대법 전원합의체는 이날 이혼했더라도 당사자 간에 실질적 합의가 없었다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혼인을 무효로 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이혼한 부부의 혼인을 무효로 돌릴 법률상 이익이 없다는 입장에서 40년 만에 대법원의 기존 입장이 변경된 것이다. 대법원은 "혼인 관계를 전제로 수많은 법률관계가 형성돼, 그 자체의 무효 확인을 구하는 것이 관련된 분쟁을 한꺼번에 해결하는 유효·적절한 수단일 수 있다"며 "이혼으로 혼인 관계가 이미 해소된 이후라고 하더라도 혼인무효의 확인을 구할 이익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즉, 대법원도 혼인무효가 당사자간 복잡하고 치열한 분쟁의 종식에 해결기능을 한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이번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사례는 '혼인한 상태에서 자녀 한 명을 뒀고, 이들은 3년 뒤에 이혼조정을 통해 이혼신고를 한 이후, 15년 뒤에 혼인무효 소송을 제기한 사건'이다. 당초 하급심은 “단순히 여성이 혼인했다가 이혼한 것처럼 호적상 기재돼 있어 불명예스럽다는 사유만으로는 혼인무효를 구할 확인의 이익이 없다”면서 사건을 각하했었다. '지운 흔적'은 그대로‘가짜 혼인무효 소송’이 남발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결혼 후 상습적으로 혼인 무효소송을 낼 수도 있다는 우려다. 하지만 알아 두어야 할 것이 있다. 혼인무효가 됐다고 하더라도 과거 혼인했던 기록 자체가 지워지는 것은 아니다. 혼인사실 자체가 지워지는 것이 아니라 혼인무효가 됐다는 기록이 남는 것이다. 아파트 등기부등본에 과거 근저당권 설정과 관련된 기록이 모두 남아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극히 예외적 사유가 아니면 가족관계등록부가 재작성 되지는 않는다. 혼인 한 기록조차도 전혀 남지 않게 하려면 ‘가족관계등록부의 재작성에 관한 사무처리지침’에 따라 가족관계등록부가 재작성 돼야 한다. 이론적으로 혼인무효사유가 한쪽 당사자나 제3자의 범죄행위로 인한 혼인신고의 경우에만 가능한데 사실상 이런 경우는 매우 드물다. wschoi@fnnews.com 최우석 변호사·법조전문기자
2024-05-26 14:07:42이미 이혼했더라도 혼인을 무효로 할 수 있다는 새로운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혼인 무효와 이혼은 다르기 때문에 소송 당사자에게 법률적 실익이 있다는 취지다. 이로써 이혼으로 혼인 관계가 해소됐다면 혼인을 무효로 할 법률적 이익이 없다는 지난 1984년의 대법원 판례가 40년 만에 바뀌게 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3일 A씨가 전 남편 B씨를 상대로 낸 혼인무효 확인 청구 상고심에서 원심의 각하 판결을 대법관 전원 일치된 의견으로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가정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01년 12월경 결혼해 2004년 10월 조정 이혼했다. 이후 A씨는 혼인 신고 당시 의사를 결정할 수 없는 극도의 혼란과 불안, 강박 상태에서 실질적 합의 없이 혼인신고를 했다고 주장하며 혼인을 무효로 해달라고 소송을 냈다. 민법 815조는 당사자 간에 혼인의 합의가 없었거나 근친혼일 경우 혼인을 무효로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대법원은 지난 1984년부터 이혼 부부의 혼인은 사후에 무효로 돌릴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혼을 통해 '이미' 혼인 관계가 해소됐기 때문에 혼인무효 확인의 실익이 없다는 취지다. 이 같은 대법원 판례에 따라 1심과 2심 재판부는 모두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날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무효인 혼인과 이혼은 법적 효과가 다르다'며 혼인 관계가 해소됐더라도 혼인 무효 확인을 구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있다고 판단했다. 무효인 혼인은 처음부터 혼인의 효력이 발생하지 않은 상태지만 혼인 관계가 이혼으로 해소됐더라도 이혼 전에 혼인을 전제로 발생한 법률관계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이유에서다. 즉 두 관계의 차이가 있는 만큼, 혼인 무효를 통한 실익이 인정된다는 의미다. 대법원은 "이혼으로 혼인 관계가 이미 해소됐다면 기존 혼인 관계는 과거의 법률관계가 되지만 혼인 관계는 그것을 전제로 수많은 법률관계가 형성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에 대해 일일이 효력의 확인을 구하는 절차를 반복하는 것보다 과거의 법률관계인 혼인 관계 자체의 무효 확인을 구하는 편이 관련 분쟁을 한꺼번에 해결하는 유효·적절한 수단일 수 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 판결로 인해 이미 해소된 혼인 관계의 무효 확인을 구하는 경우, 현재 법률관계에 직접적이고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지 개별적으로 따질 필요가 없어졌다"며 "무효인 혼인 전력이 잘못 기재된 가족관계등록부 등으로 불이익을 받아 온 당사자의 실질적인 권리구제가 가능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정원일 기자
2024-05-23 21:12:04[파이낸셜뉴스] 이미 이혼했더라도 혼인을 무효로 할 수 있다는 새로운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혼인 무효와 이혼은 다르기 때문에 소송 당사자에게 법률적 실익이 있다는 취지다. 이로써 이혼으로 혼인 관계가 해소됐다면 혼인을 무효로 할 법률적 이익이 없다는 지난 1984년의 대법원 판례가 40년 만에 바뀌게 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3일 A씨가 전 남편 B씨를 상대로 낸 혼인무효 확인 청구 상고심에서 원심의 각하 판결을 대법관 전원 일치된 의견으로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가정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01년 12월경 결혼해 2004년 10월 조정 이혼했다. 이후 A씨는 혼인 신고 당시 의사를 결정할 수 없는 극도의 혼란과 불안, 강박 상태에서 실질적 합의 없이 혼인신고를 했다고 주장하며 혼인을 무효로 해달라고 소송을 냈다. 민법 815조는 당사자 간에 혼인의 합의가 없었거나 근친혼일 경우 혼인을 무효로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대법원은 지난 1984년부터 이혼 부부의 혼인은 사후에 무효로 돌릴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혼을 통해 '이미' 혼인 관계가 해소됐기 때문에 혼인무효 확인의 실익이 없다는 취지다. 이 같은 대법원 판례에 따라 1심과 2심 재판부는 모두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날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무효인 혼인과 이혼은 법적 효과가 다르다’며 혼인 관계가 해소됐더라도 혼인 무효 확인을 구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있다고 판단했다. 무효인 혼인은 처음부터 혼인의 효력이 발생하지 않은 상태지만 혼인 관계가 이혼으로 해소됐더라도 이혼 전에 혼인을 전제로 발생한 법률관계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이유에서다. 즉 두 관계의 차이가 있는 만큼, 혼인 무효를 통한 실익이 인정된다는 의미다. 대법원은 "이혼으로 혼인 관계가 이미 해소됐다면 기존 혼인 관계는 과거의 법률관계가 되지만 혼인 관계는 그것을 전제로 수많은 법률관계가 형성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에 대해 일일이 효력의 확인을 구하는 절차를 반복하는 것보다 과거의 법률관계인 혼인 관계 자체의 무효 확인을 구하는 편이 관련 분쟁을 한꺼번에 해결하는 유효·적절한 수단일 수 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 판결로 인해 이미 해소된 혼인 관계의 무효 확인을 구하는 경우, 현재 법률관계에 직접적이고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지 개별적으로 따질 필요가 없어졌다”며 “무효인 혼인 전력이 잘못 기재된 가족관계등록부 등으로 불이익을 받아 온 당사자의 실질적인 권리구제가 가능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one1@fnnews.com 정원일 기자
2024-05-23 14:55:20'계곡 살인 사건'으로 무기징역을 확정받은 이은해와 피해자인 남편 윤모씨의 혼인이 무효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천가정법원 가사3단독 전경욱 판사는 윤씨 유족 측이 이씨를 상대로 낸 혼인 무효 소송에서 전날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혼인신고 당시부터 윤씨의 사망에 이르기까지 이씨에게는 참다운 부부관계를 바라는 의사가 없었다"며 "경제적으로 이씨와 윤씨가 공동으로 생활을 운영했다기보다 이씨가 윤씨를 일방적으로 착취하는 구조였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이씨가 스스로 형사사건에서 윤씨와의 혼인은 '가짜 결혼'이라고 언급한 점, 이씨 지인들이 윤씨와의 혼인신고를 몰랐거나 실제 부부가 아니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점 등도 혼인 무효 판단의 근거가 됐다. 앞서 윤씨 유족은 이씨가 결혼생활을 할 의사 없이 재산상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윤씨와 결혼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민법 제815조는 당사자 간에 혼인의 합의가 없었을 때 혼인을 무효로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실제 이씨와 윤씨는 2017년 3월 혼인 신고만 했을 뿐 상견례나 결혼식을 하지 않았다. 혼인 기간 동안 윤씨와 이씨는 함께 살지도 않았고, 이씨는 다른 남성과 동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내연남 조현수와 함께 지난 2019년 6월 경기도 가평군 용소계곡에서 윤씨를 물에 빠지게 해 살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돼 지난해 9월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을 확정받았다. 당시 수영을 못하는 윤씨에게 구조 장비 없이 4m 높이의 바위에서 3m 계곡으로 뛰도록 강요해 숨지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윤씨의 보험금을 노리고 범행에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
2024-04-20 10:32:52[파이낸셜뉴스] ‘혼인무효가 한쪽 당사자나 제3자의 범죄행위로 인한 것임을 소명하는 서면 첨부’를 규정한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조항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의 첫 판단이 나왔다.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해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세계 최대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 ‘웰컴투비디오’ 운영자 손정우(28)와 한 때 혼인신고를 했던 A씨가 청구한 헌법소원심판을 재판관 8명 전원 일치 의견으로 지난 25일 기각 결정했다. 손정우와 2019년 4월 혼인신고를 한 뒤 같은 해 11월 혼인무효 판결을 받은 A씨는 가족관계등록부 정정까지 끝냈다. 그러나 A씨가 혼인관계증명서(상세)를 발급받아 보니, 당초 신고했던 혼인 부분에 선이 그어진 상태로 정정사유 등이 표시돼 있었다. 쉽게 말해 왜 혼인신고가 무효가 됐는지 담겨 있다는 의미다. 이 증명서는 정정된 가족관계등록부를 기초로 하기 때문이다. 가족관계등록부의 정정, 폐쇄, 재작성 등에 관한 규정인 가족관계등록부의 재작성에 관한 사무처리지침에는 ‘혼인무효사유가 한쪽 당사자나 제3자의 범죄행위로 인한 것임을 소명하는 서면(형사판결문 또는 검사의 기소유예처분 결정문 등)을 첨부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A씨는 기본권이 침해됐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헌재는 그러나 “심판대상조항은 신분관계의 이력 노출로 인한 부당한 피해 방지와 진정한 신분관계의 등록·관리·증명을 통해 국가행정 기초자료를 제공하려는 가족관계등록제도의 입법목적 달성에 적합한 수단”이라며 “혼인이 처음부터 효력이 없게 됐다고 해서 그에 관한 기록을 보존할 필요가 없게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혼인무효 판결을 받아 등록부를 정정하는 경우 이를 보존하고 재작성을 제한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헌재는 또 △등록부의 기록사항에 대해 목적 외 이용이나 공개가 엄격히 제한되는 점을 고려하면, 침해의 최소성이 인정되는 점 △청구인 개인정보를 새로 수집·관리하는 것이 아니고, 이 정보가 법령에 따른 교부 청구 등이 없는 한 공개되지 아니하므로, 청구인이 입는 불이익이 중대하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가족관계의 변동에 관한 진실성을 담보하는 공익은 훨씬 중대하므로 법익균형성이 인정되는 점 등도 기각의 근거로 제시했다. 헌재는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해 청구인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헌재 관계자는 “혼인무효로 정정된 가족관계등록부의 재작성과 관련해 헌재에서 처음 판단한 사건”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2024-01-28 08:56:50[파이낸셜뉴스]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던 한 여성이 이혼을 준비하다가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됐다. 초혼이라던 남편은 애 딸린 이혼남이었으며 심지어 전처에게 오랫동안 양육비를 보내고 있었다. 지난 3월 30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는 '혼인 무효'를 청구하고 싶다는 여성 A씨의 사연이 전해졌다. A씨는 지인 소개로 만난 남편과 사랑을 키우다가 결혼에 골인했다. 하지만 남편은 결혼하자마자 다른 사람이 됐다. 남편은 화가 난다고 A씨를 주먹으로 때리고 발로 차는 등 무차별 폭행과 욕설을 일삼았다. 남편의 폭력에 더 이상 참을 수 없게 된 A씨는 이혼을 하기 위해 서류를 떼러 갔는데 남편의 혼인관계증명서에서 '이혼'이라는 글자를 발견하게 됐다. 알고 보니 남편은 자녀까지 있는 이혼남이었던 것이었다. 남편은 처음에 "여동생의 아이를 호적에 올려준 것"이라고 거짓말했지만, 전처에게 꽤 많은 돈의 양육비를 지급하고 있다는 사실까지 들통났다. A씨는 "남편이 초혼이라고 해서 결혼을 한 건데 혼인을 무를 수는 없겠냐"고 조언을 구했다. 답변에 나선 김예진 변호사는 "안타깝지만 우리나라 민법상 A씨의 경우에는 혼인 무효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근친혼이거나 결혼 의사의 합의가 없었던 관계에 해당해야 하는데 A씨의 경우에는 양 당사자 모두 결혼 의사가 있었기 때문이다. 대신 A씨는 사기를 당해 혼인한 것으로 간주돼 '혼인 취소'는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법원에서는 전혼 여부나 전혼 자녀의 유무 여부는 결혼을 결정할 만한 중요한 요소라고 보기 때문이다. 즉, 상대에게 고지할 의무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다만 주의할 점이 있다. 사기 또는 강박에 의한 혼인은 사기를 알게 된 날 또는 강박을 면한 날로부터 3개월을 경과한 후에는 청구할 수 없게 돼 있으므로 기한을 넘기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한다. 만약 3개월이 지났다면 이혼 소송으로 가야 한다. 아울러 A씨는 혼인 취소 소송 제기와 함께 남편에게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도 있다. 과거 법원은 유사한 사건에서 위자료와 재산 분할을 청구한 것에 대해 모두 인정해 준 사례가 여럿 있다. 한편 '혼인 취소'는 혼인관계 증명서에 혼인사실 및 혼인 취소 사유가 기재된다. '혼인 무효'는 일반 혼인관계 증명서에는 혼인사실 및 무효 사실이 나타나지 않지만 상세 증명서를 출력할 경우에 기재된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2023-04-02 11:17:20[파이낸셜뉴스] 결혼식을 앞둔 여성이 예비신랑의 숨겨둔 빚과 복잡한 여자관계에 대해 알게 되면서 ‘혼인무효’를 하고 싶다는 사연이 논란이다. 30일 YTN라디오 ‘양소영 변호사의 상담소’에는 연애 1년 차로 올해 5월 결혼을 앞둔 공무원 A씨의 사연이 소개됐다. A씨는 신혼부부 대출을 받기 위해 예식을 올리기 전 남자친구였던 B씨와 혼인신고를 마쳤다. 현재 A씨는 B씨와 함께 살고 있는 상황이다. A씨는 “결혼 전이지만 같이 살기 시작했는데 신랑의 행동이 뭔가를 숨기는 거 같았다”며 “전날 저녁 남편과 연락이 안 되는 시간이 있었는데 왠지 찜찜해 남편의 휴대전화를 보고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됐다”고 털어놨다. B씨는 오랜 기간 두 명의 여자와 연락하며 성관계를 해 온 상태였다. 심지어 그 중 한 명은 유부녀였다. 또 남편 B씨는 3000만원 정도의 채무가 있다고 했지만 사실은 2억원이 넘는 빚이었다. 남편에 대한 배신감으로 며칠 괴로워하던 A씨는 결국 남편에게 휴대전화를 봤다고 이야기를 꺼냈고, 남편은 “모두 예전 일이고 빚도 다 갚을 수 있다”는 변명을 했다. A씨는 “전날까지 여자와 메시지를 주고받았던데 그걸 제가 믿어야 하느냐. 더 막막한 이유는 신혼부부 대출 때문에 이미 혼인신고를 했다는 것”이라며 “아직 결혼식은 올리지 않았는데 혼인무효가 가능한가”라고 조언을 구했다. 이에 대해 안미현 변호사는 “안타깝지만 ‘혼인 무효’의 성립은 어려워 보인다”며 “민법에 따르면 혼인무효는 크게 근친일 때와 혼인의 합의가 없었을 때 두 가지로 나뉘는데 둘 다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남편의 잘못이 두드러지고 크기는 하지만 애초부터 아내와 혼인할 의사가 전혀 없이 금전을 편취할 의사로 혼인신고를 했다는 사정은 인정되기 어렵다”고 했다. 다만 ‘혼인 취소’는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안 변호사는 “B씨가 혼인신고 전부터 외간 여자를 만나 관계를 가진 것은 민법상 혼인 취소 사유에 명백히 부합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있다”면서도 “2억원의 부채를 밝히지 않은 부분으로는 혼인 취소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혼인 취소는 시효를 정하고 있다. 제척 기간이 있기 때문에 사기 또는 강박으로 인한 혼인은 사기를 안 날, 강박을 면한 날로부터 3개월이 경과하면 취소 청구를 할 수 없다”며 “그렇기에 그 안에 혼인 취소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또한 “혼인 취소에 책임이 있는 상대방은 피해자에게 재산상 손해뿐 아니라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도 지급해야 한다. 이 사연에서는 누가 봐도 남편이 아내에게 혼인 취소가 되는 경우에라도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B씨와 부적절한 관계를 가진 두 여성에게도 위자료를 달라고 할 수 있다”며 “다만 두 여성이 B씨가 배우자가 있는 사람임을 알고도 부정행위를 저지른 사실은 A씨가 입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3-01-30 18:52:39[파이낸셜뉴스] 8촌 이내 혈족 사이의 혼인을 금지하고 이를 혼인무효 사유로 규정한 민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지만, '8촌 이내 혈족이 혼인 했을 경우 혼인 무효'라는 조항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27일 '8촌 이내 혈족 혼인 무효' 법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에서 재판관 전원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했다. 다만 혼인 금지 법 조항인 민법 제809조 제1항에 대해서는 재판관 5대 4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헌재는 '8촌 이내 혼인 무효' 법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이유로, 무효가 아닌 이혼과 같은 혼인 취소를 통해 관계를 해소한다면 일단 형성된 결혼 당사자나 자녀의 법적 지위를 보장하면서 입법 취지를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헌법불합치는 법 조항의 위헌성을 인정하지만 바로 무효화할 경우 발생할 혼란을 막기 위해 한시적으로 존속시키는 결정이다. 입법부가 법을 개정하지 않으면 이 조항은 2024년 12월 31일 이후 효력을 잃는다. 심판대상은 민법 제809조 제1항으로 '8촌 이내의 혈족(친양자의 입양 전의 혈족을 포함한다) 사이에서는 혼인하지 못한다'는 근친혼 금지 조항이다. 이를 위반할 경우 민법 815조에 따라 혼인 무효 사유가 된다. 지난 2016년 5월 A씨는 B씨와 혼인신고를 했지만 3개월 뒤인 2016년 8월 B씨가 혼인무효 확인 소송을 냈다. 혼인무효 확인 소송 이유는 A씨와 6촌 사이라는 것으로 이에 대해 1심 법원은 B씨 손을 들어 혼인무효 판결했다. 이후 항소심 과정에서 A씨는 민법 제809조 등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으나 기각되자 2018년 2월 헌법소원을 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2022-10-27 14:54:06주선업체를 통해 국제결혼 한 베트남 출신 배우자가 입국 한 달 만에 가출했다는 것 만으로는 혼인 무효를 인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결혼 초반이라 상호 신뢰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문화적인 부적응 등으로 단기간에 결혼생활을 포기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A씨가 B씨를 상대로 낸 혼인무효확인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창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6일 밝혔다. A씨는 2017년 6월 국제결혼 주선업체를 통해 베트남 출신인 B씨와 혼인신고를 하고 같은 해 11월 입국한 뒤 A씨 집에서 함께 생활했다. 그런데 B씨가 한 달 후 외국인등록증을 받은 뒤 여권 등을 챙겨 가출한 뒤 연락 두절되자 A씨는 혼인무효 소송을 냈다. 1심은 B씨가 가정에 적극적이지 않았고 국제결혼 신상확인서에 직업 등을 허위로 기재했다는 이유를 들어 A씨 주장을 받아들였다. 2심도 1심 판단을 유지했다. 그런데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외국인 상대방이 결혼 뒤 단기간에 가출했다는 등의 사정 만으로 쉽게 혼인 무효를 인정할 수 없다고 본 지난해 12월 대법원 판례에 따른 판단이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2022-03-06 18:23: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