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 돈으로 이자도 못 내는 기업이 10곳 중 7곳까지 급증할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지방 부동산 시장 침체 등 대내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미국 관세인상 등으로 글로벌 무역갈등이 심각해지고, 환율 변동성이 격화될 경우 국내 경제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이자보상배율 1 미만 기업의 비중은 지난해 43.7%에서 대내외 불확실성 요인들이 현실화되는 비관 시나리오에서 62.6%로 높아지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자보상배율은 영업활동을 통해 창출한 수익으로 이자비용을 어느 정도 부담할 수 있는지를 나타낸 지표다.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기업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충당할 수 없다는 의미다. 내수와 수출이 동반 침체되는 가운데 신용위험이 높아지는 심각 시나리오에서는 비중이 67.0%로 상승, 지난해 말보다 24%p 가까이 급증했다. 전체 기업들의 평균 이자보상배율도 지난해 4·4분기 3.8%에서 올해 말 역대 최저 수준인 0.3%까지 떨어지는 등 기업의 평균 영업이익이 적자 마지노선에 매우 근접하며 국내 기업들의 이자 상환능력이 사실상 소멸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자동차, 기계장비 등 수출기업 비중이 높거나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업종은 글로벌 교역규모 축소 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금속, 전기전자 등 중간재 수출 비중이 높은 산업들도 미국 관세인상에 따른 제3국으로의 수출 감소로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환율 변동성도 변수로 꼽힌다. 한은이 환율 변화가 기업의 영업이익에 미치는 영향을 추정한 결과 석유화학과 일부 내수업종은 영업이익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기간에 환율이 크게 변동할 경우 환헤지 비용 증가, 투자결정 애로 등 산업 전반에 걸쳐 부정적 영향이 초래될 가능성도 있다. 국내에서는 지방 부동산시장 침체가 주요 리스크로 지목됐다. 토목공사 감소 및 업체 간 경쟁 심화로 중소업체들의 매출 창출이 제약되고,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의 현실화 가능성이 확대되면서 건설 및 부동산업의 재무안정성이 저하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기업대출 부실 가능성도 급증했다. 은행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지난해 4·4분기 0.7%에서 심각 시나리오 현실화 시 올해 4·4분기 1.6%로 급등할 것으로 우려된다. 지난해 말 약 12조원 규모였던 국내은행의 부실 기업여신 규모도 약 16조원 증가할 것으로 추정됐다. 업종별로는 석유화학, 기계장비 등 수출 관련 업종과 건설·부동산, 경기 민감업종에 기업 신용부실이 집중될 것으로 우려됐다. 한은은 이 같은 스트레스 상황에서는 은행의 기업대출 증가율이 둔화돼 신용공급이 위축되고, 이로 인해 기업의 재무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저신용 중소기업 신용대출 금리가 최근 상승하는 가운데 금융기관들이 대손충당금 적립을 확대하는 등 신용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고 있어 기업 신용경색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기업의 신용리스크가 확대될 경우 금융시장 전반의 안정성도 위협받을 수 있다. 금융불안지수(FSI)는 비관 시나리오에서 위험 단계(24 이상)에 진입하고, 심각 시나리오에서는 2020년 팬데믹 당시의 금융불안 수준을 크게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물부문의 부진이 대외, 비은행 등 금융시스템 전반에 걸쳐 리스크를 증폭시킬 수 있다는 것이 한은의 경고다. 이종렬 한은 부총재보는 "금융안정 위험요인에 대응하여 정부와 긴밀한 협력을 통해 시장안정 노력을 이어가는 한편 금융 불균형이 재차 축적되지 않도록 통화정책과 거시건전성정책 간의 공조를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
2025-06-25 18:13:12[파이낸셜뉴스] 브라질의 장기물 금리가 15% 에 육박하면 브라질 채권형 펀드에 국내외 자금이 몰리고 있다. 26일 금융투자업계와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글로벌 펀드 중 브라질 채권펀드(뮤추얼펀드, ETF)는 올해 1~4월 중 7억4000만달러(1조123억원)가 순유출됐으나 이달 7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통화정책회의 이후 이달 21일까지 12억 달러(1조 6416억원)가 순유입됐다. 국제금융센터는 보고서에서 "주요국 금리 인상 사이클이 종료된 2023년말 이후 브라질 채권에 대한 관심이 지속되고 있다"면서 브라질 장기채의 높은 금리에 주목했다. 브라질 국채금리 10년물은 13~15% 수준으로 타 신흥국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콜롬비아 12%, 남아공 10%, 멕시코 9%, 인도네시아 7%, 인도 6% 수준(5월 21일 기준) 이다. 신지원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완만한 글로벌 정책금리 인하 기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국내외 투자자 사이에서는 높은 표면금리와 비과세 혜택이 있는 브라질 채권 투자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브라질 장기금리는 긴축적 통화정책 기조의 정점 근접 인식 등을 기반으로 당분간 10% 중반에 가까운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연말 통화정책 방향 전환 모색 시기에는 금리 하락에 따른 자본 이득(채권 시장가치 상승) 여지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에 국내 개인투자자들의 올해(1월 1일~5 21일) 브라질 채권 펀드에 대한 순투자금액은 0.24억 달러(약 328억원) 수준에 달했다. JP 모간 등 글로벌 투자은행(IB)에 따르면 올해 말까지 브라질의 인플레이션이 5.4~5.6% 수준에 머무른 뒤 내년에 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들은 올해 6월 회의에서 BCB가 기준금리를 25bp 인상 또는 동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어 올해 말 또는 내년 상반기부터 인하 사이클로 진입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신중론도 제기된다. 신 연구원은 "당분간 브라질 채권이 높은 수익률을 유지할 수 있는 대내 여건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향후 미국발(發) 관세 충격을 비롯한 글로벌 불확실성과 BCB의 통화정책 방향 전환 모색, 내년 대선을 둘러싼 정치 및 재정 불안 등 잠재 변동성 요인들이 부각될 가능성을 감안할 때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통화정책 기조 전환기에는 금리뿐만 아니라 환율 변동성도 한층 더 커지면서 자금 유출입 변동성도 확대될 소지도 있다. 브라질 헤알화는 글로벌 주요 통화 중 변동성이 높은 통화에 속한다. khj91@fnnews.com 김현정 기자
2025-05-25 15:10:42#OBJECT0# 【파이낸셜뉴스 밀라노(이탈리아)=김동찬 기자】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최근 원화 강세 현상이 얼마나 유지될 지 예단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특히 환율 문제를 협상 테이블에 올린 미국 재무부의 정확한 속내를 알지 못하는 만큼 원·달러 환율이 어느 방향으로 갈지 불확실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 총재는 5일(현지시간)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동행기자단과 가진 만찬 간담회에서 “환율은 뉴스와 기대에 따라 크게 변하기 때문에 변동한다”며 예단하기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지난달 9일 장중 1487.6원까지 오르며 1500원을 넘본 원·달러 환율은 지난 2일 장중 1391원까지 하락했다. 저가 기준 환율이 1300원대로 내려온 것도 비상계엄 사태 이후 처음이다. 이 총재는 최근 환율 변동성의 원인으로 두 가지 요소를 꼽았다. 그는 “이 총재는 “미국이 개별국가를 만나면서 환율 얘기를 하고 있다는 게 알려졌다”며 “미중 간에 협상 타결이 성사될 확률이 높아졌다는 기대감도 커졌다”고 설명했다. 다만 변동성이 굉장히 큰 만큼 방심하기엔 이르다는 평가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4월 중 원·달러 환율의 평균 변동 폭과 변동률(전일 대비·주간 거래 기준)은 각각 9.7원, 0.67%로 집계됐다. 이는 3월(4.3원·0.29%)에 비해서도 2배 이상으로 확대된 것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속도 조절 기대로 환율이 급등락했던 지난 2022년 11월(12.3원·0.9%) 이후 변동성이 가장 컸다. 그는 “아시아 통화가 전반적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까지 내려온 것은 좋은 소식”이라고 “최근 상황을 보다시피 변동성이 굉장히 커서 이제 저 레벨로 내려왔냐고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협상의 불확실성이 여전하다는 평가다. 그는 “미중 갈등이 지난달 2일에는 굉장히 나쁘게 흘러가다가 지금은 갑자기 잘 되는 분위기여서 실제적으로 어떤 일이 일어나는 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며 “기대감이 어떻게 현실화될 지를 지켜봐야 해서 환율 변동이 끝난 건 아니다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2+2 통상협의 테이블에 환율 정책을 의제로 꼽은 것을 두고도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요구하는지 파악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이 총재는 “미국이 환율에 대해서 무엇을 요구할 지도 정해지지 않았다”며 “아시아 전체에 요구할지, 혹은 개별 국가에 따로따로 요구할 지도 불분명한 상태”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고민해야 하는 건 미국이 원하는 것이 강달러인지 약달러인지를 파악해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 총재는 환율의 상방과 하방 변동성을 모두 신경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과 달리 우리 외환시장은 딜을 하는 사람이 굉장히 제한적이기 때문에 한 방향으로 쏠릴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번에 환율이 1400원 후반으로 갔을 때 금융통화위원회가 금리를 결정하면서 외환시장을 크게 고려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며 “고환율 상황에서 금리를 쉽게 내릴 경우 대외에 한국의 중앙은행이 환율을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는 시그널을 줘서 시장에 큰 혼란이 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
2025-05-06 02:07:22[파이낸셜뉴스] 원·달러 환율이 1473원을 넘기며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미국과 중국의 관세전쟁에 불이 붙으면서 글로벌 위험회피 심리가 확산된 결과다. 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5.4원 오른 1473.2원(오후 3시30분 기준)에 장을 마쳤다. 지난 1일(1471.9원)에 이어 이달에만 두 번째 1470원대에 마감했다.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13일(1483.5원) 이후 최고치다. 이날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보다 3.2원 오른 1471원에 개장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인사의 매파적인 발언에 미국 국채 금리가 오른 영향이다. 아드리아나 쿠글러 연준 이사는 "무역정책 변화가 물가에 약간의 상방 압력을 주고 있다는 징후가 포착됐다"며 "인플레이션 억제를 우선순위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후 장중 1466.3원까지 하락했으나 오후 들어 반등했다. 오후 3시 무렵에는 1473.9원까지 오르며 1474원선을 위협하기도 했다. 지난 7일 33.7원 오른데 이어 이틀 동안의 환율 상승폭(39.1원)이 40원에 육박한다. 이 같이 원화값이 급격하게 하락한 이유는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행정명령에 변동성이 확대된 영향이다. 특히 중국의 보복관세 맞대응이 시작되면서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위험회피 심리가 자극됐고, 안전자산인 달러화에 대한 선호도는 강해졌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지난 7일 102선에서 이날 103.5까지 올랐다. 중국 인민은행이 이날 오전 달러-위안 거래 기준환율을 전장 대비 0.0058위안(0.08%) 오른 7.2038위안에 고시한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위안화 절하 고시는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 하락을 의미하는 것으로, 원화도 동조 하락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원화 약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 "중국의 보복관세에 대응해 트럼프가 또 다시 중국에 대한 관세를 올리겠다고 발표하면서 관세전쟁 확산 우려 심화됐다"며 "위험회피 심리가 금융시장에 만연해 위험통화인 원화의 약세도 계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위재현 NH선물 연구원은 "중국에서 협상 소식이 들려오지 않는다면 외환시장 변동성은 추가로 확대될 여지가 있다"며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이 격화되면 원화의 추가적인 약세도 불가피하고, 중국의 입장 표명에 따라 원화도 급등락을 반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
2025-04-08 16:06:17[파이낸셜뉴스] 1400원 중반대를 유지하고 있는 원·달러 환율이 향후 변동성을 더 키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중 간 관세협상 과정에서 양국의 성장 및 통화정책 차별화가 부각될 경우 원화 하방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불확실성이 크게 확대된 가운데 중국의 경기 침체로 아시아에 대한 외국인의 투자심리가 위축될 경우 국내 증권투자금의 유출 우려도 확산될 전망이다. ■미·중 갈등 시 원화 변동성 확대 전망한은은 13일 ‘3월 통화신용정책 보고서’를 통해 미·중 간 무역 갈등이 격화된다면 원·달러 환율 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달러화 강세와 위안화 약세가 심화될 경우 원화 가치가 달러화뿐 아니라 위안화 가치 변동에도 크게 영향 받는 점을 고려한 분석이다. 다만 위안화의 약세폭은 제한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은은 “현재까지는 위안화 절하 정도가 크지 않은 가운데 시장에서는 중국 외환당국이 당분간 환율 안정을 우선시할 것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앞으로도 위안화가 제한적인 수준에서 점진적인 약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한은은 중국의 성장세 둔화가 심화되는 가운데 미국발 관세 불확실성이 크게 확대될 경우 아시아지역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돼 국내 외국인증권투자 자금의 유출 압력이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미·중 간 금융시장 차별화 진행 상황과 국내 외국인 투자자금 및 환율움직임에 대해 계속 유의하며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은은 “미국과 중국 금융시장 지표는 양국 간 경제 펀더멘털 격차 및 이에 따른 통화정책 기조 차이 등으로 차별화된 움직임을 보여왔다”며 “트럼프 신정부 출범 이후 차별화 정도가 확대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금융시장 차별화 지속 가능성한은은 경제 펀더멘털 측면에서 미국 경제는 비교적 양호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으나, 중국은 소득 여건 악화, 소비심리 위축 등으로 소비가 둔화되는 가운데 구조적인 취약성(△기업 실적 악화에 따른 일자리 부족 및 임금상승세 둔화 △부동산 가격 하락 △급격한 저출산·고령화 등)이 성장의 제약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통화정책의 경우 미 연준의 금리인하는 더딜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중국의 통화정책은 완화적으로 운용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 중국은 지난해 12월 열린 중앙정치국 회의에서 통화정책 기조를 ‘온건’에서 ‘적절히 완화적(moderately loose)’으로 수정하며 더욱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실시할 것을 예고한 바 있다. 이에 더해 대규모 에너지·인공지능(AI) 투자계획, 대규모 감세, 규제완화 등 친기업 정책 등 ‘미국 우선주의 정책’ 추진이 미국 경제의 성장에 끼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나, 중국 경제에는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평가했다. 트럼프 정부 1기와는 달리 중국의 대미 수입의존도가 낮아졌기 때문이다. 아울러 관세 이외에 △반독점 조사 △사이버 보안 심사 △신뢰할 수 없는 기업 리스트 △투자 제한 등 다양한 대응 수단들을 보유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양국 간 갈등이 심화되면서 부정적 영향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한은은 “미·중 금융시장의 차별화는 앞으로도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
2025-03-13 08:45:30[파이낸셜뉴스] 최근 외국인의 국내 증권투자가 주식자금을 중심으로 순유출되는 가운데 환율 변동성 민감도가 상승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환오픈 형태 위주의 투자로 글로벌 환율 변동성에 상당히 민감한 주식자금 비중이 확대되는 만큼 자금유출입 모니터링 시 환율 변동성 지표에 더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6일 한국은행이 발간한 BOK 이슈노트 ‘최근 미국 뮤추얼펀드 국내 증권투자의 주요 특징 및 시사점’에 따르면 외국인 국내 증권투자자금은 주식자금을 중심으로 대체로 순유출되는 추세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리스크의 상당폭 등락 등으로 자금유출입 폭이 과거보다 확대되고 있다. 한은은 투자전략, 환헤지 상세내역 등의 세부 정보를 담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미국 뮤추얼 펀드 공시자료를 외국인 국내 증권투자에 대한 대용치로 활용했다. 분석 결과 미국 뮤추얼 펀드의 국내 증권투자는 가치평가 효과(valuation effect)를 제외할 경우 2019년 이후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해외투자 감소에 따른 것으로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현상은 아닌 것으로 분석됐다. 팬데믹 이후 미 국채의 안전자산으로서의 지위가 부각되고 빅테크 등이 양호한 실적을 보이면서 글로벌 투자자금이 미국에 집중된 영향이다. 투자전략별로는 ETF 중심의 패시브 자금의 비중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지난해 3·4분기 기준 미국 뮤추얼펀드 국내 증권투자 잔액의 50%를 상회하고 있다. 한은의 분석 결과, 매매가 편리해 글로벌 리스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ETF 중심의 패시브 자금의 증가에도 미국 뮤추얼펀드 국내 증권투자자금 유출입의 글로벌 리스크 민감도는 자산가치 변동 제외 시 과거보다 높아지지 않았다. 다만 한은은 환율 변동성에 민감한 주식 자금의 비중이 확대되고 있는 만큼 자금 유출에 대한 모니터링 시 환율 변동성 지표에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봤다. 한은이 주식자금과 환율변동성 지수 간 상관계수를 분석한 결과, 주식자금과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 시티 매크로 리스크 인덱스(Citi MRI) 등 다른 글로벌 리스크 지표보다 큰 것으로 나타났다. 채권자금과 달리 대부분 환오픈 형태로 투자되면서 환변동 위험에 크게 노출된 결과다. 한은은 올해 11월 우리나라의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으로 이를 추종하는 채권자금이 유입될 경우, 전반적인 환헤지 비율의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미국 뮤추얼펀드의 증권자금 유출입이 원·달러 환율에 미치는 영향은 현재보다 작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기본적으로 이자수익을 목표로 하는 채권 투자는 수익률 관리를 위해 환헤지를 통한 환변동 위험 축소가 중요하기 때문에 투자자금 대부분을 환헤지 한다. 다만 대부분 환오픈 형태로 투자되는 주식자금의 비중도 높아지고 있는 만큼 미국 뮤추얼펀드의 증권자금 유출입이 환율에 미치는 영향은 두 자금 간 상대적인 유출입 규모에 따라 좌우될 전망이다. 이에 글로벌 증권자금 유출입에 대한 모니터링 시 환율 변동성 지표에 더 유의해야 한다는 것이 한은의 설명이다. 조상흠 국제금융연구팀 과장은 “올해 우리나라의 WGBI 편입은 외화자금시장의 수급 불균형 완화, 국고채금리 하락, 국내 기업(또는 공공기관)의 자금조달여건 개선 등에 전반적으로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만 미국 뮤추얼펀드가 국채를 제외한 여타 채권은 대부분 현지통화가 아닌 미 달러화 등 기축통화 표시 채권으로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원화발행 회사채의 리스크 프리미엄을 낮추는 데는 제약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
2025-03-06 11:42:25#OBJECT0# [파이낸셜뉴스] 국회의 대통령 탄핵 가결로 당분간 국내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시장에선 정치 불확실성 해소로 인식돼 주식시장의 경우 단기 변동성은 확대되겠지만 내년 초에는 회복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3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2.34p(0.50%) 오른 2494.46에 장 마감했다.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 이후 국내 증시는 정치 리스크로 등락폭이 커졌다. 지난 3일 외국인 투자자들의 순매수세에 힙입어 2500선을 탈환했던 코스피는 갑작스러운 비상계엄 선포 직후 4거래일 동안 2360.58까지 급격히 빠졌다. 이후 저가매수세 유입 등으로 10일을 기점으로 반등세를 이어갔다. 개인 투자자 비중이 높은 코스닥 역시 비상계엄 선포 이후 개인 '패닉셀'로 낙폭을 확대했지만 진정국면에 들어섰다. 지난 9일 630이 붕괴되기도 했지만 13일에는 693.73까지 회복했다. 이날 전문가들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단기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정치 불확실성 해소로 반등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주도주가 기존 밸류업 프로그램, 유틸리티, 방산 등에서 대외 제조업 경기 개선과 중국 정책 변화에 따른 수혜로 반도체, 철강, 화학 등으로 이동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박석중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헌재 판결 전까지 정치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되기는 어렵겠지만, 적어도 완화될 가능성은 높다"이라며 "국정 동력 소실과 사회 혼란 및 시위 확산은 소비주와 기존 주도주 투자심리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추가 계엄 가능성 소멸과 정치 리스크 완화 수순은 낮아진 밸류에이션 매력을 높이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헌재 판결 이후에는 빠른 회복세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정치보다 통화정책 변화와 경기에 주목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과거 탄핵시기와 달리 현재 국내외 중앙은행은 금리 인하 기조를 이어가고 있으며 수출 경기가 둔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전 탄핵 정국에선 미국 연준 등의 금리 인상이 증시에 부담요인이 됐지만, 국내 수출경기는 개선되면서 지수를 받쳤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2004년 대통령 탄핵 기간 코스피는 9.5% 하락했지만, 2017년은 3.6% 상승했다. 2017년 코스피 연간 수익률은 22%로 높았고 일시적 조정은 있었어도 급락은 없었다"며 "정치 불안의 돌파구는 통화 확장 정책과 수출 경기 개선"이라고 말했다. 환율 역시 당분간 불안한 흐름이 우려된다. 과거 탄핵소추안 국회 표결이후 달러·원 환율 변동성이 대체로 확대됐기 때문이다. 지난 2004년 3월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 통과 당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1.8원 상승했고, 2016년 12월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이 통과된 후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7.4원 올랐다. 위재현 NH선물 이코노미스트는 "2016년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사건 당시 환율은 탄핵소추 발의 이후 약세를 보였으나 이는 국내재료로 인한 원·달러 단독 약세가 아닌 당시 트럼프 당선으로 인한 강달러 영향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견제와 한국의 대미 수입 압박 확대 등으로 단기간 원·달러 환율이 1450원대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우선순위에 따라 원·달러 환율의 상승 시점은 달라지겠지만 중국에 대한 견제는 집권 1기때보다 빠른 속도로 추진될 수 있다"며 "이는 원·달러 환율의 동반 상승을 유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dschoi@fnnews.com 최두선 이승연 서혜진 기자
2024-12-13 16:22:34[파이낸셜뉴스] 원·달러 환율이 1430원대 진입을 시도하며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이 폐기되면서 외환시장 불확실성이 확대된 결과다. 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보다 6.8원에 오른 1426원에 개장했다. 기장가 기준 지난 2022년 11월4일(1426원) 이후 2년1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후 환율은 장 초반 1430원을 터치한 뒤 1420원대 후반에서 움직이며 오전 9시 50분께 1425.3원에 거래됐다. 이는 지난 7일 국민의힘 의원들의 불참으로 윤 대통령의 탄핵안 국회 표결이 폐기되면서 불확실성이 확대된 여파다. 야권이 공언한대로 매주 탄핵안이 상정될 경우 정치권발 불안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정국 불안에 시장은 원·달러 환율 상단 전망을 상향 조정하고 있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이날 원·달러 환율은 한국 정국 불안 연장이 원화 위험자산 투심을 극단적으로 위축시키며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일련의 사태가 원화 가치 추락으로 이어질 악재라고 진단해 단기적으로 상단을 1450원으로 상향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주원 대신증권 연구원도 “국내를 포함해 여러 정치 불확실성이 잔존한 가운데, 당분간 원·달러 환율 상단은 열어둘 필요가 있다”며 “정치 불확실성이 완화되기 전까지 환율은 높은 레벨에서 변동성이 큰 모습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외환당국은 이달 내로 구조적 외환수급 개선방안을 마련하는 등 원화 가치 방어에 분주한 상태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등이 참석한 거시경제·금융현안간담회를 열고 "외환 유입을 촉진하기 위한 구조적 외환 수급 개선방안을 조속히 관계기관 협의를 마무리해 12월 중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필요시 외화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등을 통해 외화유동성을 충분히 공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
2024-12-09 10:07:11[파이낸셜뉴스] 외환당국이 원 달러 환율이 급등세를 보이며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불리는 1400원 선을 뚫고 올라가자 구두 개입에 나섰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4일 서울 전국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에서 “금융·외환시장 변동성이 과도하게 확대되는 경우에는 적극적 시장안정조치를 적기에 신속히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는 한국은행 총재, 금융위원장, 박춘섭 경제 수석,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 등이 참석해 미국 대선 이후 국내외 금융시장 동향을 점검하고 향후 대응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은 미국 신 정부의 정책기조 변화 가능성 등으로 미국 국채 금리와 달러 가치가 상승하는 등 변동성이 높아져 있는 상황이다. 특히 원/달러 환율과 주가는 변동성이 큰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기재부는 참석자들이 '미국 대선 이후로 신정부 출범 전까지 과도기적 상황에서 정책기조 변화에 대한 불확실성 등으로 변동성이 과도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도 인식을 같이했다고 전했다. 구두 개입은 보유 달러를 사고파는 실개입(직접개입)과 달리, 시장에 개입하겠다는 메시지를 통해 환율 급등락을 줄이는 정책수단이다. 이번 구두개입은 중동 정세 불안으로 환율이 1400원 부근까지 상승한 지난 4월 중순 이후 7개월 만에 이뤄진 것이다. 원달러 환율은 미국 대선 직전인 지난 5일 1370원대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 당선 직후 연일 오름세를 기록하고 있다. 전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의 주간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는 3.1원 오른 1406.6원을 기록했다. 주간거래 종가 기준으로 지난 2022년 11월 4일(1419.2원) 이후 2년 만에 가장 높았다. 최 부총리는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현재 운영하고 있는 시장 안정 프로그램들을 2025년에도 종전 수준으로 연장 운영할 계획이라며 "채권·단기자금시장 안정을 위한 최대 37조6000억원 규모의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과 최대 53조7000억원 규모의 PF 연착륙 지원 프로그램 등을 차질 없이 운영해 달라"고 당부했다. spring@fnnews.com 이보미 기자
2024-11-14 09:27:52[파이낸셜뉴스] 당국, 환율 구두개입…최상목 "변동성 확대되면 적극 안정조치" 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
2024-11-14 09:06: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