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감사보수' 인하경쟁 격화로 중소형 회계법인들이 고사위기에 몰리고 있다. 외부감사인 지정제에서 풀린 상장사들은 늘고, 경기 악화 전망은 짙어지면서 대형 회계법인들이 제살깎기식 보수 수수료 인하로 기업 유치를 위한 치열한 물밑경쟁에 나서고 있어서다. 중소형 회계법인들은 상대적으로 수수료를 더 낮춰야 수주가 가능한 출혈경쟁에 내몰리고 있다. 20일 회계업계에 따르면 외부감사 주기적 지정제에서 자유선임제로 전환된 상장사들이 늘면서 회계법인 빅4(삼일·삼정·안진·한영)'의 보수 수수료 인하경쟁에 불이 붙고 있다. 하지만, 중소형 회계법인들은 수수료 추가 인하로 수주하기도 어렵지만, 일감을 따내도 출혈이 불가피하다. 주기적 지정제는 기업이 6년을 연달아 감사인을 자유 선임하면 다음 3년 간은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직접 지정해주는 제도다. 증선위는 앞서 2014~2019년 6년 동안 자유선임을 해온 기업들을 대상으로 처음 2020~2022년 3년 동안 감사인을 지정했다. 첫 주기적 감사인 지정 기업들이 지난 2023년 자유선임제로 전환되기 시작됐다. 이들 '1기' 기업 220곳은 그 이듬해부터 감사인을 자유선임을 할 수 있는 권한을 얻게 됐고 회계법인들 역시 해당기업 대상으로 감사보수 인하 경쟁에 나섰다. 2021년 감사인 지정을 받은 기업들은 2024년(434곳), 2022년 지정을 받은 기업들은 2025년(593곳)에 자유선임이 가능해지는 등 순차적으로 경쟁 시장에 고객들이 풀리고 있는 셈이다. 감사인이 지정되는 경우 감사보수는 회계법인과 기업 간 1대 1 협상으로 정해져 굳이 가격을 내릴 동기가 없으나, 자유선임이 되면 회계법인들의 보수 인하를 통한 유치 경쟁이 치열해진다. 특히 올해는 빅4들이 지정 감사 보수 대비 30% 이상 낮은 가격을 제시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중소형 회계법인들은 이보다 더 낮춘 보수 수수료를 제시해야하는 상황이다. 한 회계법인 고위 관계자는 "기업들이 회계법인 빅4가 더 싸게 제안했다고 하면 어쩔 수 없이 더 낮출 수밖에 없다"며 "대형 법인은 이미 지정도 비교적 많이 받고 고객도 다수 확보하고 있어 큰 타격이 없지만 중소형 회계법인은 매출에 타격을 받게 된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행태의 원인으로 회계법인 감사부문 내 경쟁 구도가 꼽히기도 한다. 빅4는 모두 총괄대표 등을 필두로 법인이 한 몸처럼 움직이는 수직구조인 '원 펌' 형태이지만 부문 아래 부서별로 수주 실적을 내야하는 탓에 감사보수 등을 일괄 통제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점을 감안해도 신 외부감사법 도입 취지에 역행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주기적 지정 3년 동안은 이른바 '기업에 잘 보이지 않아도 되고', '적정한 감사보수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만 이후 다시 6년간의 자유선임 시기가 돌아오면 이 같은 문제가 재발한다는 의미다. 과열 경쟁으로 가격이 도로 낮아지면 결국 회계업계 전체 수익성을 깎아먹는 결과를 맞게 되는 것이다. 한 회계업계 관계자는 "빅4도 최근 트럼프 2기 영향 등에 따른 경기 악화로 딜이나 컨설팅 부문 적자가 예상돼 감사 수주를 최대화하려는 입장인 건 이해된다"면서도 "선도 그룹이 업계 중장기적 수익성을 저해하는 방향으로 가선 안 될 것"이라고 짚었다. 이에 지정 감사보수 대비 특정 비율 이상으로 금액을 낮추는 경우 다음 주기적 지정 때 지정기업 수를 줄이는 방안 등도 대안으로 거론된다. 최운열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은 "신 외감법도 결국 향후 (지정제 없이 감사 계약이) 자율화됐을 때도 회계 투명성을 보장하기 위한 구조를 짜는 장치"라며 "보수 과당경쟁은 중장기적으로 회계업계 어려움을 자초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최 회장은 "기업 감사위원회도 감사인 선임 시 가격 항목에 가중치를 높게 두는 현 방식을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김경아 기자
2025-02-19 14:26:38[파이낸셜뉴스] 국내 빅 4회계법인들이 트럼프 2기 행정부 통상 대응 전략에 맞춰 조직 개편 및 인재 영입, 세미나 등 보폭 확보에 나서고 있다. 지난 달 20일 출범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예상대로 중국, 멕시코, 캐나다 등을 상대로 관세 부과 정책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한국을 비롯한 유럽연합(EU), 베트남 등도 관세 부과 사정권에 들어오면서 한국 기업의 적시 대응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1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현재 삼일PwC, 삼정KPMG, 딜로이트안진, EY한영 등이 트럼프 통상대응과 관련해 분주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우선 삼일PwC는 지난해 12월 관련 조직을 제일 먼저 구축하고, 산자부 출신 전문가를 영입했다. 실제 오는 27일 오후 2시 서울 용산구 본사 2층 아모레홀에서 ‘트럼프 취임 한 달, 통상규제 대응전략’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한다. 이번 세미나는 삼일PwC 글로벌통상솔루션센터(Global Trade Solution Center)의 리더인 강명수 센터장이 맡을 예정이다. 강 센터장은 트럼프 1기 당시 산업부 통상협력국장을 역임했으며 산업부 대변인, 무역위원회 상임위원 등을 거치며 산업 및 무역 통상 정책에 역량을 발휘해 왔다. 강명수 삼일PwC 글로벌통상솔루션센터 센터장은 “트럼프 행정부의 취임 한 달을 맞아 통상규제 정책의 방향성과 기업 비즈니스 전략에 대해 재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이번 세미나가 미국 통상규제 정책의 변화 방향을 이해하고 기업 전략을 수립하는 데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삼정KPMG는 그간 트럼프 1기 행정부 이전부터 FTA(USMCA 포함) 원산지 판정 시스템 구축, 수입규제 조사 대응, 이전가격 통합 자문, IRA 대응 시스템 구축 등을 통해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 및 현지 법인 운영을 지원해 왔다. 특히 삼정KPMG는 글로벌 기업을 대상으로 무역 및 관세(Trade & Customs, T&C) 관련 자문을 제공하며, 해외 생산법인 설립, SCM의 물류·창고·통관 흐름 최적화 등의 과정에서 원산지 및 직접운송 규정을 반영한 프로세스 재설계를 지원한다. 또한 해외 관세조사로 인한 추징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구매, 수출, 전산, 법무 등 다양한 업무의 프로세스를 진단·개선해 본사와 해외 법인의 무역 및 관세 규제 대응을 효율화하고 각국 조사당국의 추징 위험을 줄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삼정KPMG 무역관세팀은 국내 최대 관세 전문 컨설팅 조직으로, 지난 2020년부터 TP(Transfer Pricing)팀과 통합본부로 운영 중이다. 앞서 지난 5일에는 ‘트럼프 2.0 시대 국세∙관세∙통상 전략 세미나'를 개최하며, 트럼프 2.0 시대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새로운 통상 정책을 넘어 한국 기업들이 국제 무역 환경에서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는 전략을 제시했다. 지난 10일 EY한영도 글로벌통상자문팀(Global Trade Advisory Team)의 공식 출범을 발표했다.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영향으로 급변하는 국제 통상 환경에서 한국 기업들이 관세 부담은 최소화하고, 효율적인 공급망을 구축할 수 있도록 미국 현지 전문가들과 협업해 보다 현지화된 통상 자문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EY한영 글로벌통상자문팀은 고경태 세무부문 대표가 총괄하며, 미국 입지선정 및 인센티브 협상, 미국세법 전문가인 정일영 파트너가 실무 팀장을 맡는다. 이전가격 전문가인 정인식 본부장, 국제조세 전문가인 장남운 파트너, 관세 전문가인 박동오 파트너 등 분야별 전문가들로 구성됐다. 여기에 딜로이트안진도 지난 11일 ‘통상&디지털 통합서비스 그룹’ 조직을 신설했다. 리더로는 배두용 전 LG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이자 대표이사를 영입했다. 한국 딜로이트 그룹은 관계자는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후 미국발 관세 전쟁이 빠르게 현실화됨에 따라 국내 수출 기업의 글로벌 통상 이슈 및 공급망 재편 대응이 중요한 경영 현안으로 부상했다”며 “다년간 LG전자에서 재무, 통상 등 업무를 총괄한 배 리더를 영입해 수출기업에 차별화된 통합 자문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배 리더는 4대 그룹 핵심 계열사 CFO 및 대표이사를 역임한 경력을 보유하고 있다. kakim@fnnews.com 김경아 기자
2025-02-17 14:37:29[파이낸셜뉴스] 상속·증여 전문 재정회계법인이 한울회계법인과 관련 세무 서비스 제공을 위해 전략적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29일 전했다. 이날 서울 강남구 재정회계법인에서 열린 협약식에는 나철호 재정회계법인 대표, 신성섭 한울회계법인 대표 등이 참석했다. 재정회계법인은 상속·증여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고, 한울회계법인은 업계 7위로서 서울(본점)과 전국 4개 지점에서 공인회계사 350여명이 근무하고 있는 중견 회계법인이다. 재정회계법인은 부설 한국상속증여연구소를 설립해 국내에서 유일하게 관련 세무서비스 노하우 전수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수장인 나 대표는 ‘상속을 지금 준비하라’라는 서적을 매년 개정해 출판하고 있기도 하다. 재정회계법인은 앞서 지난 9월 1500여명의 공인회계사 회원을 두고 있는 한국공인회계사 감사반연합회와 상속증여 업무협약을 맺은 것을 시작으로 부산과 대전을 대표하는 안경회계법인, 금강회계법인과도 협약을 체결했다. 한울회계법인은 지난 2003년 12월 설립된 이래 회계, 세무, 컨설팅 전 분야에 걸쳐 빠르게 성장하며 연매출 1000억원이 넘는 규모로 성장했다. 신 대표는 “상증세 업무는 역량을 가진 전문가가 필요하기 때문에 한 단계 상향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재정회계법인과 업무 협약을 맺게 됐다”고 말했다. 나 대표는 “지난 20여년 간 쌓아온 상속·증여에 대한 지식을 배타적으로 사용하지 않고 공인회계사들에게 무상으로 전수함으로써, 국민들이 관련 문제가 발생했을 때 가장 먼저 공인회계사를 찾아올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2024-11-29 13:54:38[파이낸셜뉴스]금융당국이 7일 새 보험회계기준(IFRS17)의 주요 계리가정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며 보험사들의 '실적 부풀리기'에 제동을 걸었다. 보험사들의 '고무줄 회계' 주범으로 지목된 무·저해지 상품 해지율에 원칙모형을 제시하고, 단기납 종신보험에는 보너스 지급시점에 30% 이상 추가해지를 적용하도록 했다. 보험부채 산출시 손해율은 연령을 구분해 산출하도록 했다. 금융당국은 이번 개정으로 보험업권의 전반적인 건전성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추정했지만 전문가들은 일부 보험사의 경우 실적 및 경영정책에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원칙 모형 적용..단기납 종신보험 추가해지 설정 이날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4일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 주재로 제4차 보험개혁회의를 열어 'IFRS17 주요 계리가정 가이드라인'과 '보험부채 할인율 현실화 연착륙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무·저해지 상품 해지율에 대해 완납시점 해지율이 0%에 수렴하는 '로그-선형' 모형을 원칙 모형으로 제시했다. 무·저해지 상품은 납입기간 중 해지시 환급금이 없거나 적어 보험료가 일반 보험상품보다 10∼40% 저렴하다. 올해 상반기 기준 전체 보험사 신계약의 63.8%를 차지할 정도로 보험사들이 경쟁적으로 판매한 상품이다. 그동안 보험사들은 무·저해지 상품에 완납 직전까지 자의적으로 높은 해지를 가정해 상품의 수익성을 높게 산출함으로써 보험계약마진(CSM)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고무줄 회계이익'을 냈다는 비판을 받았다. 금융당국이 제시한 원칙모형을 선택하지 않는 보험사는 예외적으로 선형·로그 모형과 로그·로그 모형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감사보고서와 경영공시에 예외모형 선정 근거와 원칙모형과의 차이를 상세히 공시해야 하고, 금감원의 현장점검도 받아야 한다. 금감원은 계리법인에 대해서도 감리근거를 신설해 외부검증의 적정성을 집중 점검할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대다수 보험사들이 입증 부담 등으로 원칙 모형을 선택할 것으로 예상했다. 단기납 종신보험에 대해서도 표준형 상품의 누적 유지율을 활용해 해지 수준을 역산하거나 30% 이상으로 추가해지를 설정토록 했다. 보험부채 산출시 손해율 가정에 경과기관 및 담보별 구분뿐만 아니라 연령별 구분도 추가했다. 예를 들어 산업통계상 상해수술 담보 손해율의 경우 30대 89%, 40대 103%, 50대 140%, 60대 186% 등으로 연령이 높아질수록 손해율이 상승하는데 이를 보험부채 산출시 반영해야 한다. 보험부채 할인율과 관련해서는 연착륙 방안을 마련했다. 내년 최종관찰만기를 20년에서 30년으로 확대하기로 돼 있던 것을 3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확대키로 했다. ■보험·전문가들 "실적·경영 활동에 타격" 이번 안은 올해 연말 결산부터 적용된다. 단, 손해율 가정은 물리적 한계가 있는 경우 내년 1·4분기까지 반영할 수 있다. 할인율 연착륙 방안은 내년 1월부터 작용한다. 금융당국은 이번 개편으로 보험업권 전반의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했다. 금융당국이 최근 전 보험사를 대상으로 재무영향평가를 시행한 결과 국고채 10년물 금리 3.0% 기준 보험업권 K-ICS 비율은 지난 6월 말(217.3%) 대비 약 20%포인트(p) 하락할 것으로 추정됐다. 보험사들은 원칙모형 적용의 실효성 문제와 함께 잦은 회계제도 개편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생보업계의 단기납 종신 상품의 경우 해지 환급금이 가입 목적이지만 무·저해지 상품의 경우 저렴한 보험료와 보장이 목적"이라며 "계약을 변경하고 리모델링하는 부분을 보수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IFRS17 제도 자체가 자율성에 기반해 회사별로 맞는 계리적·경제적 가정을 적용하라는 것인데 이렇게 계속해서 제도가 변동될 경우 보험사 재무제표에 대한 국제적 신뢰성이 떨어질 수 있다"며 "투자자 보호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개편으로 보험사별 충격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과 함께 일부 보험사의 경우 원칙모형을 선택하지 않을 가능성도 예상했다. 이병건 DB투자증권 연구원은 "로그-선형 방식이 경험통계와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 있어 공시 부담을 무릅쓰고 다른 방식을 사용하는 회사들이 적지 않을 수 있다"며 "단기납 종신보험 추가해지 상승으로 해당 상품의 판매비중이 높은 일부 대형사 영향이 매우 클 것"으로 내다봤다. 또 다른 전문가는 "이번 발표로 보험사들의 배당 정책 등 정상적인 경영 활동에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내년 단기납종신 보험 등 무·저해지 보험의 보험료 인상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해지율 가정이 강화되면 자동적으로 무·저해지 상품의 보험료가 크게 인상될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고영호 금융위원회 보험과장은 "단기적으로 일부 보험료 상승 요인이 되겠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장기적으로 봤을 때 지속가능한 상품을 개발해주는 것이 의미있는 발전이라 본다"고 말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김예지 기자
2024-11-07 16:44:39[파이낸셜뉴스] 지난해 보험업권에 새 회계기준(IFRS17)이 시행된 이후 무·저해지 상품을 둘러싸고 ‘실적 부풀리기’ 논란이 제기되자 금융당국이 칼을 빼들었다. 당초 보험사 자율에 맡겼다가 '고무줄 논란'이 벌어지자 일률적인 기준을 제시한 것이다. 무·저해지 상품 해지율 추정에 원칙 모형으로 제시하고 예외 모형을 선택하는 보험사에 대해서는 원칙 모형과 차이 등을 상세히 공시하도록 하는 한편 금융감독원 현장조사를 예고했다. 대표적인 무·저해지 상품인 단기납 종신보험에 대해서는 표준형 상품을 활용해 해지수준을 역산하거나 30% 이상으로 추가해지를 설정하도록 했다. 금융당국은 이번 방침으로 보험업권 신지급여력(K-ICS) 비율이 약 20%포인트(p) 내외로 하락하는 등 전반적인 건전성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업계 반발한 '로그·선형 모형' 원칙 모형 제시..단기납 종신보험에 30% 이상 추가해지 설정 7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4일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주재로 제4차 보험개혁회의를 개최해 'IFRS17 주요 계리가정 가이드라인'과 '보험부채 할인율 현실화 연착륙 방안'을 논의했다. 이는 지난 5월 킥오프 회의에서 '건전성 관리를 통한 신뢰회복'을 보험개혁회의 핵심과제 중 하나로 발표한 이후 회계제도 측면에서 학계·업계·전문가 실무반을 통해 마련한 최종 방안이다. 금융당국은 우선 그동안 '자의적 가정'과 '고무줄 회계이익'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계리가정 산출 방식에 메스를 들었다. 고영호 금융위 보험과장은 "보험회사들이 자의적 가정을 사용할 경우 단기적으로는 손익에 드러나지 않지만 미래로 위험이 이연되고 누적된 위험으로 인해 미래 상황에 따라 건전성이 갑자기 저하될 우려가 있다"며 "이 경우 보험사 부실, 장래 보험료 급증 등을 유발해 보험계약자에게 피해가 고스란히 전가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우선 무저해지 상품 해지율에 대해 완납시점 해지율이 0%에 수렴하는 로그·선형 모형을 원칙 모형으로 설정했다. 앞서 국내 주요 10개 손해보험사가 금융당국에 무·저해지 해지율 개편안을 반대하는 공동의견서를 제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원칙 모형을 선택하지 않는 보험사는 선형·로그 모형과 로그·로그 모형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하고 감사보고서와 경영공시에 예외 모형 선정 근거와 원칙모형과의 차이(CSM, K-ICS, 당기순이익)를 상세히 공시해야 한다. 금감원은 예외모형을 선택한 모든 회사에 대해 현장점검을 실시하고 계리법인에 대해서도 감리근거를 신설해 외부 검증의 적정성을 집중 검점할 예정이다. 최근 보험업계에서 경쟁적으로 판매해 문제가 됐던 단기납 종신보험에 대해서는 표준형 상품의 누적 유지율을 활용해 해지 수준을 역산하거나 30% 이상으로 추가해지를 설정하도록 했다. 또한 보험부채 산출시 손해율 가정에 경과기관 및 담보별 구분 뿐 아니라 연령별 구분도 추가하도록 했다. 고영호 과장은 "연령에 따른 손해율 추세가 반영되지 않아 향후 보험부채와 CSM이 부정확하게 산출될 수지가 있다"며 "경험통계가 충분하고 연령 구분에 따른 통계적 유의성이 있는 담보에 대해서는 손해율을 연령 구분해 산출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산업 통계상 상해수술 담보 손해율의 경우 30대 89%, 40대 103%, 50대 140%, 60대 186% 등으로 연령이 높아질수록 손해율이 상승하는데 이를 보험부채 산출시 반영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보험부채 할인율 관련해서는 연착륙 방안을 마련했다. 내년 최종관찰만기를 20년에서 30년으로 확대하기로 돼있던 것을 3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금융당국 "보험업계 전반 건전성 문제 없어..경과조치 적용 원하면 이달까지 신청" 금융당국은 이번에 발표된 보험건전성 감독 방안이 보험업권 전반의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했다. 금융당국이 최근 전 보험사를 대상으로 재무영향평가를 시행한 결과 국고채 10년물 금리 3.0% 기준 보험업권 K-ICS 비율은 지난 6월 말(217.3%) 대비 약 20%p 내외로 하락할 것으로 추정됐다. 개별 회사에 대한 영향은 기존 경과조치에 포함해 수용성을 높일 예정이다. 이태기 금융감독원 보험리스크관리국장은 "경과조치 적용은 금융 환경의 변화가 있을 때 회사가 신청하면 금감원장이 받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진다"며 "올해 12월 말부터 경과조치 적용을 받고 싶다면 금감원에 이달 말까지 신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안은 2024년 연말 결산부터 적용된다. 단 손해율 가정은 회사 내 결산 시스템 수정 등 물리적 한계가 있는 경우 내년 1·4분기까지 반영할 수 있다. 할인율 연착륙 방안은 내년 1월부터 작용한다. 김소영 부위원장은 "지속 가능한 보험산업을 위해서는 보험회계의 불신을 반드시 타파해야 한다"며 "이번 개선조치를 통해 보험사가 계리적 가정을 합리적으로 산출하는 기틀을 마련하고 산업이 장기적인 시계에서 성숙하는 토대가 확립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2024-11-07 10:12:07[파이낸셜뉴스] 무·저해지 환급형 상품 경쟁이 과열되고 보험사들이 '고무줄식 회계 이익'을 낸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금융당국이 개선방안을 내놓자 보험업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로그-선형 모형'이라는 원칙 모델을 제시한 것부터 보험사에 자율성을 부여한다는 새 회계기준(IFRS 17)의 취지에도 맞지 않고, 투자자에 대한 신뢰도 저하 위험이 크다는 지적이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지난 4일 보험개혁회의를 통해 무·저해지 상품 완납시점 해지율이 0%에 수렴하는 로그-선형모형을 원칙모형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경험통계 부재를 이유로 완납 직전까지 무·저해지 상품에 높은 해지를 가정함에 따라 상품 쏠림현상이 발생한 것을 개선한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보험업계는 예상 해지율이 급격히 떨어져 보험사들이 충격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로그-선형모형을 원칙모형으로 설정한 것은 국제 회계기준에서 동떨어진 '갈라파고스'를 자처하는 것이라며 비판했다. 무·저해지 보험의 상품 특성 상 지나치게 보수적인 해지율 가정의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보험사들은 "생보업계의 단기납 종신 상품의 경우, 해지 환급금이 가입 목적이지만 무·저해지 상품의 경우 저렴한 보험료와 보장이 목적"이라며 "계약을 변경하고 리모델링하는 부분을 보수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짚었다. 투자 관련 리스크가 커지는 것도 걱정거리다. 업계 관계자는 "IFRS 17 제도 자체가 자율성에 기반해 회사별로 맞는 계리적·경제적 가정을 적용하라는 것인데, 이렇게 계속해서 제도가 변동될 경우 보험사 재무제표에 대한 국제적 신뢰성이 떨어질 수 있다"며 "투자자 보호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통상 보험사의 기업 가치는 투자자산 가치에 보유자산의 가치와 보험계약 가치를 더해 산출되는데, 당국에서 가이드라인을 배포해 회사 별로 최소 추정된 보험계약마진(CSM)이 깎일 경우 투자 벤치마크(기준지표)가 사라진다는 지적이다. 이에 국내 주요 10개 손해보험사가 금융당국에 무·저해지 해지율 개편안을 반대하는 공동의견서를 제출하는 등 업계 반발이 거세지자 당국은 수렴점을 0.1%로 설정하고 상대적으로 완만하게 해지율이 낮아지는 '선형-로그모형'도 예외모형으로 허용했다. 일부 보험사들은 "예외모형을 채택할 경우 원칙모형보다 자본 감소 속도가 덜해 지급여력비율(K-ICS)가 한번에 깎이지 않는다"며 선형-로그모형 적용도 검토 중이다. 다만 감사보고서, 경영공시에 원칙모형과의 차이를 상세 공시하고 예외모형을 선택한 모든 회사에 대해 현장점검을 실시하는 등 제약조건이 다소 까다롭다는 점을 감안하면 결정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 대부분의 보험사들은 영업현장에서 무·저해지 보험으로 경쟁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100세까지 보장을 제공하는 '세만기 보험'이 대부분 무·저해지 보험인데, 보험사 입장에서는 CSM이 높게 나오기 때문에 앞다퉈 관련 상품 판매에 나선 것이다. 납입기간 중 환급률을 낮춰 가격 경쟁력 확보도 가능했다. 그러나 이번 당국의 조치로 해지율을 낮게 잡으면 보험료가 높게 나올 수밖에 없어 보험사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이에 당국은 손해율 연령구분을 내년 1·4분기까지 반영할 수 있도록 기간을 연장하는 등의 대응책을 내놨다. 보통 보험료 개정 시점이 4월이기 때문에 3개월 가량 유예기간을 둔 것인데, 이 기간에 소비자 편익과 재무 건전성 사이에서 판단을 내리라는 취지다. 그러나 보험사들은 이번 가이드라인이 결산시점부터 반영될 경우 내년 1월 1일자로 모형을 변경하고 상품 개정을 진행하면서 보험료가 올라가고, 4월에 한번 더 보험료가 인상되면서 '절판 마케팅'만 성행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yesji@fnnews.com 김예지 기자
2024-11-04 10:15:21오는 7월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을 앞두고 가상자산 관련 B2B 업계가 분주하다. 가상자산 회계처리 등 전사적자원관리(ERP)와 가상자산 수탁업무(커스터디) 등이 대표적이다. 11일 금융당국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은 지난 1월부터 가상자산 회계처리 감독지침을 강화한데 이어 오는 7월 19일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을 시행한다. 이른바 가상자산 1단계 입법을 통해 가상자산이 제도권에 진입하면서 관련 B2B 사업자들도 채비가 한창이다. 블록체인 시장 초기부터 데이터 분석 플랫폼 역할을 해온 쟁글은 삼정KPMG와 손잡고, 웹3 전문 ERP 솔루션으로 사업영역을 넓히고 있다. 사전신청한 70여개 기업을 대상으로 최근 규율 환경에 맞춘 회계처리와 토큰 엔지니어링 등이 가능한 웹3 ERP 솔루션 '쟁글 ERP'를 베타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상반기 중 정식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쟁글 관계자는 "쟁글 ERP를 활용하면 웹3 회계처리 시간을 최대 80%까지 줄일 수 있다"며 "온체인 유통량도 실시간 모니터링할 수 있기 때문에 자칫 상장폐지까지 이어질 수 있는 컴플라이언스 리스크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본에서도 웹3 ERP 대한 관심이 높아 일본 파트너사인 긴코와 이달 19일 일본기업 대상 쟁글 ERP 웨비나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가상자산 커스터디(수탁)기업 한국디지털에셋(KODA)의 수탁고는 8조원(2023년 말 기준) 수준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고객을 대신해 가상자산을 수탁받아 보관 및 관리해주는 커스터디 서비스는 은행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실제 해외에서는 골드만삭스 같은 대형은행이 직접 커스터디 서비스를 제공한다. 법인·기관을 위한 원스톱 디지털자산 수탁 서비스를 제공하는 코다는 2020년 11월 KB국민은행, 블록체인 투자사 해시드, 블록체인 기술 기업 해치랩스가 공동 설립한 가상자산 전문 커스터디 업체다.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에 가상자산 사업자로 등록된 코다를 이용하는 법인고객은 50여곳이다. 코다 조진석 대표는 "가상자산 제도화와 맞물려 전문 커스터디 기업 필요성이 대두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용자 보호에 이어 당국이 추가로 준비하고 있는 가상자산기본법(2단계 입법)에서는 산업육성 내용들이 더욱 구체화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현재 가상자산 산업이 가상자산 거래소 위주로 형성되고 있는 만큼 2단계 입법 과정에서는 가상자산 산업에 대한 규정을 더욱 세분화, 각각의 사업자에게 맞는 규율이 마련돼야 한다는 그의 주장이다. 조 대표는 "2단계 입법에서는 다양한 가상자산업을 인정해야 한다"며 "코다의 경우 향후 전통금융의 신탁사처럼 자본금 규제나 조직에 대한 가이드가 마련되면 반드시 준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likim@fnnews.com 김미희 기자
2024-03-11 18:01:34[파이낸셜뉴스] 삼일PwC가 회계 업계 최초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공시 지침을 제시하는 국제기관인 GRI(Global Reporting Initiative) 공식 인증 파트너로 선정됐다고 13일 알렸다. 이와 함께 GRI 공시 기준에 대한 해설서(GRI E-book)를 자체 제작해 ESG 통합정보 플랫폼인 ‘삼일ESG.com’에 무료 공개했다. 존 나이츠(John Knights) GRI 서비스본부 총책임자는 “이번 인증을 통해 삼일PwC가 GRI 공식 ‘GRI Software & Tool’ 파트너로 합류하게 됐다”며 “지속가능성 관련 정보를 공개하려는 한국 기업들이 GRI 기준을 이해하고 활용하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 1997년 설립된 GRI는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 EU지속가능성공시기준(ESRS), 자연기반 재무정보공개 태스크포스(TNFD) 등과 함께 글로벌 공시기준의 표준화 작업을 진행해오고 있다. ISSB와 ESRS가 올해 ESG 공시 기준 최종안을 발표한 가운데, GRI도 주요 ESG 공시기관과 협력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번에 배포한 GRI E-book에는 그동안 영어로만 제공됐던 GRI기준 용어집과 GRI토픽 기준서 필수 공개 지표 국문 해설본이 담겼다. 공통 기준인 GRI 1,2,3의 전체 국문본도 순차적으로 공개될 예정이다. 스티븐 강 ESG플랫폼 리더는 “GRI E-book을 통해 모든 기업이 ESG 경영을 실천하고 사회적 가치를 창출해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2023-12-13 09:57:01[파이낸셜뉴스]금융감독원이 27일 ‘새 회계기준(IFRS17) 가이드라인 회계처리 관련 설명회’를 열었다고 밝혔다. 이명순 금감원 수석부원장이 주재한 이번 설명회에는 주요 보험회사 최고경영자(CEO), 생명·손해보험협회장, 회계법인 감사부문 대표 등이 참석했다. 금감원은 설명회에서 새 회계기준(IFRS17) 계리적 가정 가이드라인이 적용된 회계처리 방안에 대한 설명은 물론 향후 계획 안내했다. 업계에 따르면 IFRS17 적용으로 실적이 마이너스(-)로 돌아설 회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은 지난 6월 보험회사가 서로 다른 회계기준으로 소비자 혼란이 초래되는 것을 막기 위해 새 기준을 마련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13일 “일부 보험사가 만기보유채권을 시가평가로 바꾸면서, 금리 예측을 정확히 못하는 바람에 평가 차익으로 인한 재무제표의 변동 가능성이 너무 커지면서 보험사들이 어려움을 겪었다”며 “조금 냉정하게 말하면 보험사들이 평가할 때 CEO나 CFO가 아무래도 단기 평가를 좋게 하려는 유인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회계상의 왜곡이 있는지 살피는게 금감원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금감원은 이날 보험회사별로 회계 기준을 바꾸는 과정에서 전진 및 소급 적용에 관한 논란이 이어지자 전진 적용 원칙을 분명히 했다. 일부 보험회사가 가이드라인의 수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꾸준히 제기하자, 회사 CEO는 물론 업계 이익단체인 협단체장과 전문가(회계법인)를 모아 원칙을 재확인해 논란을 종식시키겠다는 구상이다. 금감원은 계리적 가정 변경효과가 회계추정치의 변경에 해당하기 때문에 전진 적용을 결정했다. 단, 보험회사가 과거 재무제표의 소급할 경우 새로운 회계제도가 시행된 첫해인 점을 감안해 올해 3·4분기까지는 공시강화를 조건으로 걸고 허용한다. 금감원은 지난 6월 발표된 가이드라인이 △금융당국은 물론 △보험회사 △생·손보협회 △회계기준원 △회계법인 등이 참여한 실무협의체에서 결정된 사항이기에 수정할 수 없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회사별 유불리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수정 및 재논의가 IFRS17 시행과정 논란을 부추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해석 금감원 보험리스크제도실장은 “지난 6월 전진 적용 원칙을 이미 밝혔는데 일부 회사가 전진 이외에 소급도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해 와 금감원이 개입해서 중재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계리적 가정 적용 가이드라인 및 회계 적용 시점에 혼란이 있는 부분 명확히 하겠다”고 말했다. mj@fnnews.com 박문수 기자
2023-07-27 13:55:14[파이낸셜뉴스] 국제표준 전산언어(XBRL), 최근 금융당국이 정착에 애쓰고, 회계업계는 새로운 먹거리로 여기는 대상이다. 미국·유럽 등에선 이미 활발히 쓰이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시민 일반은 물론 기업 재무·회계 담당자들에게도 낯설다. ‘eXtensible Business Reporting Language’ 약자로, 일단 말부터 어렵다. 쉽게 풀면 모든 기업 정보(재무공시)를 디지털 방식으로 일괄 정리해 유통하는 제도다. 적용되면 투자자들이 재무제표나 주석 등을 엑셀 등을 통해 쉽게 정리·분석해 활용할 수 있게 되고, 영어를 비롯한 각국 언어로 자동 변환됨에 따라 투자자 외연도 확장된다. ‘공시’에 ‘태그’를 붙인다 10일 회계업계에 따르면 XBRL은 공시되는 정보(Fact)에 표준이름(Tag)을 붙여 문서를 작성하는 제도를 일컫는다. 해당 ‘Tag’는 금융감독 기관이 제시한 택소노미(Taxonomy), 즉 분류체계에 따라 일정 양식으로 정해진다. ‘표준화’ 과정을 거치는 셈이다. 이에 따라 동일 기준에 맞춰 공시정보라는 데이터가 정리됨으로써 일괄 비교가 가능해진다. 구체적으론 차세대 언어인 확장마크업언어(XML) 형태로 전환한 결과를 뜻한다. 현재는 각 기업 보고서를 내려 받은 후 개별 값을 일일이 대응시키는 매핑(mapping)과 주석사항을 검색해 비교하는 과정을 거쳐야하는 불편함이 있다. 또 다른 특징은 ‘자동번역’이다. 가령 사업보고서가 국문으로 공시돼도 즉시 영문으로 확인이 ‘실시간’ 가능하단 뜻이다. 국제회계기준(IFRS) 분류체계 사용 시 영어를 비롯해 일본어, 불어, 아라비아어 등 14개 언어로 자유롭게 전환도 가능하다. 외국인 투자자를 국내 시장으로 끌어들일 가장 큰 유인책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금감원 관계자는 “국내외 정보이용자가 상장사나 주요 비상장법인 재무데이터를 엑셀 등 데이터 분석 도구를 활용해 쉽게 분석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IR보고서 등 후행자료에 의존하던 외국인 투자자에게 시의적절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등 국제 신뢰도 제고도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업 입장에선 표준 데이터 내 내장된 연산 기능을 통해 재무제표와 주석 간 내용 불일치를 방지해 정확도를 향상시킬 수 있다”며 “당국은 한계기업, 산업 리스크 등을 신속·정확히 식별하고 회계법인은 감사 전문화를 통해 회계 투명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누가, 언제부터? 금융감독원은 해당 제도 적용 대상 범위를 차츰 넓어갈 계획이다. 현재 국내에선 비금융업 상장사 재무제표 ‘본문’만 유일하게 XBRL 공시가 의무화돼있다. 금감원에서 직접 개발한 전용 프로그램(작성기)을 활용하면 된다. 교육을 통해 익숙해지기만 하면 별다른 지식 없이도 쓸 수 있다는 게 금감원 측 설명이다. 재무제표 본문의 경우 올해 3·4분기 보고서(11월14일까지 제출)부터 금융업 상장사(유가증권·코스닥시장)와 사업보고서 제출 및 IFRS 적용 대상인 비상장법인까지 적용한다. 주석은 2023년 사업보고서(2024년 3월경 제출)부터 적용되는데, 일단 비금융업 상장사만 그 대상이다. 이때 3개 그룹으로 나뉘는데, 각각 직전사업연도 개별자산 총액 기준 △2조원 이상 △5000억원 이상 2조원 미만 △5000억원 미만이다. 첫 그룹부터 시작해 각각 2023년, 2024년 2025년 사업보고서부터 제출하면 된다. 금융업 상장사는 시스템 개선 후 2024년 중 시행을 검토할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미국·유럽 등 주석 공시사례를 참고해 공시 수준을 원칙적으로 세부 항목 단위 속성 값 부여(Detailed Tagging) 방식으로 결정했다”며 “문장위주로 구성된 항목 등에 대해선 하나의 영역으로 처리한다”고 짚었다. 해외는 어떻게 하고 있나 전자인식기호를 이용해 계정과목의 대차관계, 계산방식, 표시순서 등을 정의하는 기업재무정보 국제 표준화 언어인 XRBL은 현재 전 세계 60여개국에서 사용하고 있다. 특히 미국, 유럽, 일본, 대만 등은 금융을 포함한 전 업종에 대해 적용 중이다. 또 한국과 달리 본문뿐 아니라 주석 일부도 표준 데이터화 대상이다. 가령 주석사항을 비교하고 싶을 때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선 정기보고서 내 주석 목차 및 내용을 직접 검색하고 수집해야 하는 반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전자공시시스템(EDGAR)에선 각 데이터를 쉽게 조회할 수 있도록 별도 화면까지 제공된다. “新 먹거리” vs “부담” 다만 현재 회계업계와 재계 입장은 엇갈리고 있다. 국내 ‘빅4(삼일·삼정·안진·한영)’는 수요 증가에 대비해 부서를 신설하고 인력을 확충하는 등 재빠르게 움직이는 모습이지만, 비상장법인 등 이에 익숙하지 않은 기업들 중심으론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삼일은 올해 초 XBRL 전문 인력을 충원하고 전담팀을 만들었다. XBRL 태스크포스(TF)를 운영 중인 삼정은 지난 4월 28일 ‘XBRL과 재무공시 선진화 세미나’를 개최했다. 안진은 지난달 초 기업 재무정보 전문가 30여명으로 구성된 ‘XBRL센터’를 출범시켰고, 한영 역시 인력을 추가 영입했다. 하지만 기업들은 당국의 적극적 추진 흐름과 회계업계 움직임에 난감한 분위기다. 회사 규모가 작고 인프라가 미흡한 곳들은 당장 6개월 앞으로 다가온 ‘재무제표 본문 XBRL 적용’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향후 그 범위가 주석까지 확대된다면 기업 회계담당자 부담은 더욱 가중될 것이란 볼멘소리도 나온다. 한국은 지난 2007년 K-GAAP 기반 XBRL 시스템을 처음 도입하고, 2011년 K-IFRS 기반 공시시스템으로 전환했으나 9년여 간 이 상태를 유지했고 2020년에야 선진환 로드맵 수립 작업이 개시됐기 때문에 최근 몇 년 간 이뤄지는 빠른 추진 속도가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금융업종은 은행연합회, 금융투자협회 등 소속 협회를 통해, 비금융업종은 한국공인회계사회 등을 통해 지원하겠단 계획이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2023-05-09 12:12: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