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출산율 저하에 대응하기 위해 유럽 국가들이 국내총생산의 3~5%를 투입하고 있지만, 출산율을 끌어올리는 데는 역부족이라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WSJ는 유럽의 인구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감소세에 접어들어 2050년께 지금보다 4000만명 가까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고 유엔 통계를 인용해 전했다. 올해 1월 기준 유럽연합(EU) 총인구가 4억4920만명으로 집계된 것을 고려하면 20여 년 동안 인구 10%가 감소한다는 것이다. WSJ은 "유럽과 한국, 싱가포르처럼 인구학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다른 아시아 국가들은 부모에게 후한 혜택을 줌으로써 이런 흐름을 밀어내려 했다. 하지만 거의 모든 연령대와 소득, 교육 수준에서 출산율 저하가 지속됐다"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을 극적으로 보여준 국가는 헝가리와 노르웨이다. 1980년대부터 인구 감소를 우려해 2000년대부터 저출산에 대응에 나선 헝가리의 현재 인구는 1000만명도 채 되지 않는다. 이에 국내총생산(GDP)의 5%가 넘는 예산을 저출산 대책에 쏟아부었고, 덕분에 2021년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 수)이 1.6명까지 회복됐지만, 이후 2년 연속 다시 하락세를 보이며 2023년에는 1.5명으로 떨어졌다. 노르웨이 역시 GDP의 3% 이상을 저출산 대책에 투입했지만 출산율을 끌어올리지는 못하고 있다. 신생아 부모에게 1년 가까운 유급휴가를 나눠 쓸 수 있게 하고, 남편에게도 15주 육아휴직을 반드시 쓰도록 규정하는 방안을 오랫동안 유지해왔지만 합계출산율은 1.4명에 그치고 있다. 인구통계학자들은 부모들이 아이를 갖는 걸 꺼리는 이유는 재정적 이유보다는 근복적으로 문화가 바뀐 것이라고 지적했다. 과거에는 성인이 되면 결혼해 가정을 꾸리고 자녀를 낳는 것이 당연시 됐지만, 지금은 개인의 삶을 더 중요시하는 문화로 여건이 충분해도 출산을 하지 않는 남녀가 많다는 의미다. 때문에 1960년부터 선진국을 중심으로 시작된 저출산 심화 현상을 중국이나 러시아도 최근 국가적 우선 과제로 삼고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실패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올해를 '가족의 해'로 선언하고 출산 장려에 나섰다. 미국에선 차기 대선을 앞두고 출산시 6000달러(약 815만원) 상당의 지원금 지급 등 공약이 나오고 있다. longss@fnnews.com 성초롱 기자
2024-10-15 13:52:21살림살이와 생각은 변한다. 살아있는 사람들이 문화의 주체이기 때문에, 문화는 변동할 수밖에 없다. 과거에는 그러한 현상을 문화변동이라고 하여 별도로 취급하는 경우도 있었다. 인위적인 변화는 안 된다는 소리도 하지만, 변화란 본시 인위적이다. 문제는 그 방향과 속도에 있다. 관혼상제 중에서도 관례는 없어진 지 오래되었고, 상례도 상당히 축소되었다. 제례도 마찬가지다. 죽은 자 중심의 의례는 사라지고 산 자 중심의 의례만 성황이다. 세계관이 사자 중심으로부터 생자 중심으로 대체되고 있음도 드러난다. 엄청나게 내용이 변한 혼례도 가관이다. 가족이라는 현상 그리고 그것을 구성하는 과정의 필연적인 결혼. 이것과 관련된 변화는 참으로 복잡하고 골치 아픈 사회문제가 되어 버렸다. 오죽하면 비혼(非婚) 가족이라는 말까지 통용되고 있을까. 흔히 '리우데자네이루'로 불리는 도시에 가면 '히우'(강이란 뜻)라고 부른다. 범죄도시 2위라면 서러울 정도로 치안이 불안하다. 빈부차의 결과다. 재래시장의 옷가게에서 배달 점원으로 살아가는 펠리페의 가족을 만나러 갔다. 브라질에서 사람을 구분하는 기준은 유럽계와 인디오 그리고 아프리카계의 세 계통이 가계를 구성함에 어떠한 조합을 이루고 있는가에 따라서 명칭이 20여개로 갈라진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빈도를 보이는 '모레노'는 유럽계와 인디오의 혈통으로 이어진 집단이다. 펠리페의 가계는 모레노에 속한다. 밀집한 서민 아파트의 입구에 공용의 철창 입구가 있고, 아이들이 참으로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26세의 펠리페는 아프리카계가 섞인 24세의 크리스티앙 사이에 어린 남매를 두었고, 52세의 장모와 함께 살고 있었다. 방 두 칸의 서민 아파트에 거주하는 펠리페는 본시 빈민가 출신이었다. 크리스티앙과 만나서 결혼식도 없이 살림을 차렸고, 크리스티앙의 아버지는 가출한 지 오래되었다. 이른바 모중심가족의 비율이 높은 라틴아메리카 빈민촌이다. 펠리페의 출신지는 이 세상에서도 으뜸가는 빈민가라고 알려진 '도나 호싱야'(薔微村)다. 히우의 시가지와 코파카바나 해변 그리고 멀리 빠옹디아수카르(砂糖峯)를 한눈에 내려다보는 '꼴꼬바도(Corcovado)'라고 불리는 예수상의 후면부 골짜기다. 그는 본가의 식구들에 비하면 많이 성공한 셈이다. 빈민들이 대를 이어서 살아가는 도나 호싱야를 탈출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파트 옆에는 아이들로 가득한 축구장에서 연신 공들이 이리 날고 저리 튄다. 어릴 때부터 공을 발에 달고 사는 남자아이들. 모든 것을 한 손에 거머쥐는 희망은 축구스타가 되는 길밖에 없다. 펠리페가 퇴근 후와 휴일에 함께 놀아주는 다섯 살의 아드리아노에게도 축구공이 전부다. 언제나 느긋한 펠리페가 섬뜩 긴장하는 순간은 장모의 호출이다. 나에게 눈웃음을 던지면서 "소그라(sogra·장모)!"라고 나지막이 얘기한다. 브라질의 서민들은 대부분 처거제(妻居制)로 살아간다. 우리에게 익숙한 표현으로는 처가살이를 말한다. 텔레비전 광고에서도 "소그라"라는 소리에 놀라는 사위의 모습이 등장하는 정도다. 장모인 마리아는 일주일에 세 번 화려한 무도복을 입고 삼바학교에 나간다. 부활절에 맞추어서 행하는 카니발에 출전할 수 있는 팀에 속하면 대박이다. 골목마다 삼바학교가 있을 정도다. 마리아가 속한 삼바학교가 예선을 통과하여 700m 길이의 삼바드롬으로 출전할 수 있는 자격을 따게 되면, 그때부터 월급도 나온다. 그야말로 피나는 연습을 한다. 지구촌을 들썩이는 화려함의 이면에 가난의 슬픔도 안고 있는 것이 히우의 카니발이다. 장모의 삼바 연습에 지성으로 성원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일요일은 더욱 바쁜 펠리페다. 삼바에 흥얼거리는 장모의 심기에 긴장하랴, 아이들과 축구공으로 놀아주랴, 몸치장에만 열중하는 크리스티앙 대신에 장보기도 하고 부엌일도 하고. 가족들이 다 참석하는 성당의 미사는 조는 시간이다. 크리스티앙의 아버지가 일찍이 사라진 점도 일말의 이해가 간다. 처가살이란 말은 어쩌다 들었던 것이지 일반적인 관행이 아니었다. "얼마나 못났으면 처가살이를 다 하나." 이런 말도 있었다. 한국 사회는 전통적으로 부거제(夫居制)를 해왔다. 신혼부부가 남편의 본가에서 사는 방식이며, 신부 입장에서 보면 시집살이다. 그런데 한 30년 전부터 거주율(신혼부부가 거주지를 결정하는 규칙)에서 중대한 변화가 감지되었다. 딸네들이 친정 부모가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로 모이는 유형이 등장했고, "딸이 있어야 노후가 편하다"는 말이 유행했다. 말을 바꾸면, 남자는 처가로 가까이 가고 있다. 처가살이라는 단어의 의미가 변했다. 부거제하의 처가살이라는 의미가 처거제로 향하고, 신혼부부는 당연히 부인의 본가로 들어가는 제도로 향하고 있다는 말이다. 인간관계에 개입된 권력이라는 현상을 생각하면 양자의 차이는 누구의 뿌리를 뽑느냐의 문제이고, 뽑힌 쪽이 불리한 인생살이를 할 수밖에 없다. 며느리가 뽑히면 시집살이가 되고, 사위가 뽑히면 처가살이가 된다. 2000년 전 '후한서 동이전'에 기록된 '서옥(壻屋·사위집)'이란 내용이 '서류부가(壻留婦家)'제라고 민속학자 손진태 선생께서 풀이하셨다. 친영(親迎)을 기본으로 하는 한족들의 눈에 장가 드는 방식의 동이족이 기이하게 보였던 기록이다. 장가가는 방식이 선행의 전통으로 있었고, 조선 후기 이후 시집가는 방식으로 변하였음을 알아야 한다. 혈통원리에서 부계제를 유지하면서 거주율에서도 부거제를 하면, 가부장제의 기반인 남성 중심의 사회구조로 간다. 부계혈통을 하면서 처거제를 취했던 동이족 선조들이 성별권력 관계의 균형을 유지했던 혜안을 보였다. 역사적 경험의 축적을 생각한다. "사람이 살기 위해서" 장가가는 방식에서 시집가는 방식으로 변했고, 이제 300년 만에 시계의 추는 반대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대목에서 슬기롭게 대처해야 한다. 과격한 페미니즘이 선동되었던 점도 반성해야 한다. 사회구조의 혈통원리는 부계제인데, 공계제(共系制)를 하는 서구식의 양성병행(兩姓竝行)을 주장하면 문제가 된다. 공계혈통을 따르는 브라질의 펠리페 가족과 보낸 3박4일이 나에게는 한국 가족의 역사적 문제를 비추어 주는 거울이 되었다. 남이 나를 위한 거울이고, 제도는 변한다. 살기 위해서 변한다. 변화에 대한 저항의 과정도 있지만,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 코로나 바이러스도 살기 위해서 변종으로 다시 등장하는데, 하물며 두개골이 1400㏄나 되는 사람인들 변하지 않을쏘냐! 변화를 생각하면, 존재하는 모든 것은 과정에 불과하다. 전경수 서울대 인류학과 명예교수 jsm64@fnnews.com 정순민 기자
2024-09-02 19:36:01"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노력에도 여전히 인플레이션은 높다. 구조적인 문제가 있어 해결이 쉽지 않다." 린다 알랜 미국 뉴욕시립대 버룩 칼리지 경영대 교수가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를 인상하고 있지만 효과가 나타나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다. 리스크 관리, 신용위험 분야 전문가인 알랜 교수는 이어 "개발도상국들은 특히 이에 취약하다.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세계적인 기준에 맞게 높여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가상자산 투자에 대해서는 "블록체인 기술은 가상자산투자와 별개다. 정부는 투자자 보호보다는 투기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연준 금리가 5.25~5.50%에 달한다. 추가 인상 가능성도 내비쳤다. 이런 정책이 경제에 미치는 일반적인 영향은.▲이에 답하기 위해서는 먼저 유례없는 금리인상의 원인을 알아야 한다. 코로나19 기간 세계 각국 정부는 경기침체를 방지하고자 재정·통화 정책을 통해 자금을 올바르게 주입했다. 하지만 이 정책들이 성공적임을 넘어서 너무 성공적이었다. 정부들은 부양책들을 경기가 안정된 시점(이르면 2020년 5월)에 멈추기보다는 2022년까지 계속해 나갔다. 그 결과 물가 수준이 전례 없이 높아졌다. 연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전례 없는 금리인상을 통한 인플레이션과의 추격전을 펼치고 있다. 이로 인해 물가가 다소 하락했다는 증거는 있지만 여전히 인플레이션 수준은 높다. 즉 연준의 금리인상이 인플레이션의 허용 가능한 수준(약 2.0%)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고, 그 배후에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이는 코로나19 제한이 해제된 후에도 노동력 참여도가 상승하지 않은 것을 통해 알 수 있다. 앞서 언급한 각국 정부의 과도한 부양책으로 인해 많은 사람이 조기퇴직하거나 직장을 완전히 떠났다. 노동공급 감소는 물가상승을 초래하는 병목현상을 초래했다. 더구나 금리인상은 생산과 투자를 위축시켜 공급난을 가중시켰다. 즉 연준은 총수요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아직 해결되지 않은 총공급 문제가 세계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금리환경 변화가 개발도상국들에 미치는 영향은. ▲개발도상국들은 위에서 설명한 문제에 특히 취약하다. 공급부족은 생산공정에 필요한 수입을 방해한다. 또한 선진국의 생산둔화는 개발도상국에서 오는 원자재에 대한 수요를 손상시킨다. 물론 이러한 선진국발 공급부족을 전 세계적으로 채울 수 있는 역량을 갖춘 개발도상국들에는 기회이기도 하다. ―금리환경이 은행 및 금융기관에 시사하는 점은. ▲은행 및 금융기관들은 수년 동안 저금리 '중력열차'를 타왔다. 즉 은행들은 자금조달비용이 '0'에 가까운 혜택을 누려왔다. 하지만 금리인상으로 인해 이제는 환경이 역전됐다. 실리콘밸리은행(SVB)처럼 높은 금리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은행들은 부도위험이 높아질 것이다. 특히 모기지대출과 기업 투자가 높은 이자율로 인해 위축됨에 따라 은행들은 이윤창출을 위해 더 열심히 노력해야 할 것이다. ―한국보다 미국 금리가 2.0%p 더 높은 현상이 벌어졌다.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역사적으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미국 연방기금(FF) 금리 이상으로 유지하려 한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 가장 큰 이유는 자본유출을 막기 위해서다. 예를 들어 투자자가 미국달러 보유자산에 투자해 더 높은 이자율을 얻을 수 있다면 그렇게 할 것이다. 특히 미국달러의 위험이 낮을 경우 더욱 그렇다. 따라서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세계적 기준에 맞게 높여야 할 것이다. ―올해 상반기 SVB 디폴트, 크레디트스위스(CS)의 피인수합병이 발생했다. 두 사건이 공유하는 주요 경제적 의미는.▲SVB와 CS 사태를 유발한 근본적 위험요소는 완전히 다르며, 연결되어 있지 않다. SVB는 단기부채로 자금을 조달한 장기자산이 있는 고전적 금리위험 문제에서 실패했다. 반면 CS는 지난 수년 동안 문제에 휩싸였으며 정체성을 찾지 못했다. 실제로 원준성씨와의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CS 실패는 은행의 부도에도 불구하고 30억달러의 가치를 받은 주주들이 주도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SVB의 경우 이러한 측면이 없다. 즉 이 두 사태 사이에 직접적인 연결고리는 없다. 단 SVB와 CS(시그니처뱅크도 포함) 모두 내가 'meme bank run(meme 뱅크런)'이라고 부르는 새로운 현상이라는 점은 유사하다. 즉 SNS는 각 은행에 대한 우려를 확산시켜 무보험 예금자들을 철수시킨다. 뱅크런이 정당하든 그렇지 않든 어떤 은행도 뱅크런에 맞설 수 없다. 따라서 두 은행의 실패의 가장 근접한 원인은 SNS를 통해 급속도로 전송된 신뢰의 상실이었고, 이는 뱅크런의 이유가 되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스트레스 테스트 및 바젤 III 자본 요건과 같은 금융기관을 향한 수많은 규제조치가 시행되고 있다. 최근 이슈들이 규제의 불완전함으로 인해 야기된 문제들인가. ▲최근 이슈들은 규제의 문제도 아니고, 규제를 통한 해결책도 없다. 은행이 고객의 신뢰를 잃으면 파산하게 된다. 오늘날 유일한 차이점은 신뢰상실 속도가 빠르다는 점이다. SNS가 지배적인 오늘날 SNS의 움직임이 성공할 것이라고 우려하는 합리적인 고객에 의해 수십억달러가 은행에서 빠져나간다. 이것은 뱅크런의 현대판이다. 예를 들어 어느 날 한 은행원이 단순히 아파서 고객들이 은행에 줄을 서게 된다. 이 긴 줄을 보고 있는 은행의 다른 고객들은 은행에 문제가 있다고 추측하고 온라인으로 돈을 서둘러 인출한다. 은행 고객 입장에서 온라인으로 하는 것이 합리적인 이유는 설계상 은행은 모든 예금 인출을 처리하기에 충분한 유동자금이 없고 인출은 선착순으로 제공되기 때문이다. 아무도 은행에서 현금이 바닥날 때 줄의 마지막에 서 있고 싶어 하지 않는다. 도덕적 해이를 고려한 일반예금보험 외에는 이러한 현상을 막을 규제나 감독은 없다. ―2023~2024년 (전 세계 및 미국) 금융권에서의 시스테믹 리스크 가능성은. ▲현시점에서는 은행 및 금융기관들이 시스테믹 리스크 증가의 원인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핀테크 산업은 지난 몇 년간 각광을 받았다. 핀테크 회사를 독특하게 만드는 측면은.▲그동안 핀테크의 정의가 명확하지 못했다. 핀테크는 금융의 신기술이 아니다. 핀테크는 정보기술과 인공지능을 사용하여 금융증권의 구매자와 판매자를 모으는 것이다. 이것은 전통적인 금융중개 역할이다. 그렇기에 나의 연구에 따르면 핀테크는 전통적인 은행의 영역을 침투하고 있다. 은행은 딜러 역할(레버리지를 사용하고 위험한 대차대조표를 사용해야 하기에 더 비싼)에서 브로커 역할로 전환하고 있다. 반면 독립형 핀테크 회사는 역사적으로 브로커 역할에 딜러 역할을 추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예를 들어 온라인 대출 시장(미국의 LendingClub 등)이 도입되었을 때 그들은 차용자에게 대출자금을 제공하기 위해 대출기관을 유치함으로써 전적으로 브로커 역할을 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동안 'LendingClub'은 이러한 대출 중 일부를 자체 장부에 보관하기 시작하여 딜러(또는 시장 조성자) 역할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교수님의 최근 연구 결과에 의하면 핀테크 회사는 가계를 위한 신용공급의 격차를 메워준다. 이러한 공급탄력성을 가능케 한 핀테크 기업의 측면은. ▲핀테크 회사가 전통적인 은행보다 더 민첩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것은 그들의 활동에 의한 것이 아닌 그들의 태도에서 비롯된다. 전통적인 은행은 기존의 우선적인 지위에 따라 후한 안전망 혜택과 독점 임대료를 받는 데 익숙해졌다. 따라서 그들은 시장 기회를 찾고, 식별하고, 대응할 유인이 적다. 따라서 자연재해와 같은 이변으로 인해 주택담보대출 수요가 증가할 때 전통적 은행은 신속하게 대응할 수 없다. 반면 독립형 핀테크 회사들은 기업가적이고 민첩해 적시에 시장 기회에 대응한다. ―핀테크 기업들이 신용공급 격차를 메우고 있는 역할이 기업 부문까지 확장될 수 있을까. ▲현재로서는 데이터가 없기 때문에 직접 검증할 수는 없지만 이론적으로는 그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택담보대출과 같은 상품들보다는 효과가 덜 명확하다. 그 이유는 표준화되고 완전한 담보화가 가능한 주택담보대출과는 달리 기업 대출은 일반적으로 그러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기업 대출 중에도 팩터링론, 운전자본 자금 조달 등 핀테크에 적합한 유형이 있다. 미국에서는 Square, Kabbage와 같은 핀테크 회사들이 이러한 상품들에 대한 관여도가 증가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한국 투자자들은 가상자산 투자에서 손실을 입었다. 정부는 블록체인 기술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가상자산을 어떻게 규제해야 할까. ▲블록체인 기술은 가상자산 투자와 별개다. 블록체인 기술은 재무기록 보관의 속도, 효율성 및 보안을 향상하는 백오피스 기술의 중요한 개선사항이다. 반면 가상자산은 쉽게 조작할 수 있는 투기성이 높은 투자다. 가상자산에 있어서 한국 정부의 역할은 투자자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투기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정부는 가상자산 투자자들이 상당한 위험에 노출되어 있음을 알려야 한다. 그들이 계속하고 싶다면 그것은 그들의 책임이다. 정부가 이익으로부터 투자자를 보호하지 않는 것처럼 정부는 손실이 발생할 경우 투자자를 보호해서는 안 된다. 과거에나 현재에도 투자에 대한 보호는 정부(즉, 납세자)가 구제할 것이라고 믿는 개인이 과도한 위험을 감수하는 막대한 도덕적 해이를 유발한다. 대담 = 원준성 美 뉴욕시립대 버룩 칼리지 경영대학 박사과정정리 =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한미재무학회(KAFA)는 지난 1991년 미주지역 재무 연구자들의 학술적 발전 및 상호교류 증진을 목적으로 발족한 학술단체다. 30여년간 발전을 거듭해 현재 미주는 물론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과 유럽, 호주 지역 한인 연구자들의 모임으로 발전했다. 파이낸셜뉴스는 지난 2007년부터 한미재무학회의 학문적 성취를 장려하기 위해 KAFA를 후원하고 있다.
2023-09-24 19:23:13【 실리콘밸리(미국)=홍창기 특파원】 구글과 페이스북 등 실리콘밸리 빅테크(거대 정보기술) 기업에서 근무하다가 정리해고를 당한 근로자들이 더 이상 빅테크 재취업을 고집하지 않고 있다. 빅테크에서 해고를 당한 사람들 2명 중 1명이 빅테크 기업이 아닌 식음료 기업이나 중소기업에서 근무하는 등 전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일부 근로자의 경우 정리해고의 트라우마로 다시 해고를 당하지 않기 위해 정규직이 아닌 비정규직 파트타이머로 나서기도 한다. ■빅테크 해고자 2명 중 1명 '전직' 9일(현지시간) 미국의 인적자원 전문 리서치 기업 리벨리오랩스에 따르면 빅테크에서 근무하다가 정리해고를 당한 근로자들이 빅테크가 아닌 비 빅테크로 전직하는 비율은 올해 2월말 현재 51%로 집계됐다. 지난 1년간 빅테크 기업들이 단행한 구조조정으로 감축된 인원이 10만 명에 육박한다는 것이 미국 경제매체 CNBC의 분석인데 이에 따르면 5만 명 정도가 빅테크라는 화려한 '스펙'을 버리고 업종을 바꿔 취업한 것이다. 빅테크에서 근무했던 근로자들이 빅테크 재취업을 고집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빅테크의 엄중한 정리해고 분위기가 가장 크다는 분석이다. 수 년 간 빅테크 기업들은 후한 보상과 복리후생 등으로 인재를 영입해왔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빅테크 기업들은 사람들이 온라인에서 더 많은 시간을 영원히 보낼 것이라는 생각에 채용을 크게 늘렸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빅테크 기업들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다. 페이스북 모기업 메타의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가 "2만명 이상의 일자리를 줄이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며 올해를 '효율의 해'로 명명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에 따라 빅테크의 구조조정 이전에 빅테크과 인재 확보 전쟁에서 열세였던 기업들이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인력 기술 기업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털 셈퍼비렌스의 제너럴 파트너인 앨리슨 바움 게이츠는 "금융 기업과 서비스 및 물류 기업들이 빅테크 기업에 근무했던 인재들을 채용하는 행운을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식음료 제조기업·유통기업으로빅테크에서 근무했던 근로자들은 다양한 업군으로 옮겨가고 있는데 기술과 전혀 상관이 없을 것 같은 식음료 제조업체인 크래프트하인즈나 월마트에서 일하기 위한 지원자도 상당하다는 설명이다. 월마트 도나 모리스 최고인사책임자(CPO)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요즘은 우리가 그들에게 조금 더 밝게 빛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회사의 글로벌최고 인사책임자인 멜리사 워넥도 "이제 우리는 그들이 회사의 문을 더 많이 두드리는 것을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빅테크에서 근무하다가 정리해고를 당한 이들 중 일부는 현재 고용시장이 너무 불안정하다는 생각으로 정규직 일자리를 찾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WSJ은 일주일에 몇 시간씩 여러 회사에서 근무하는 파트타이머들이 증가하고 있다"면서 "정규직 대신 컨설팅이나 자문 역할을 하려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고 전했다. 반대로 빅테크와 협력하는 IT 기업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구하는 해고 근로자들도 상당하다. 사이버 보안 기술 컨설팅 기업이나 관련 스타트업에 재취업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 최대 규모인 미국 컴퓨터공업협회(CompTIA·컴티아)의 최고연구책임자 팀 허버트는 "중소 규모의 기술 서비스 및 소프트웨어 개발 기업들이 가장 많은 빅테크 기술 인력을 흡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theveryfirst@fnnews.com
2023-04-10 18:22:15【실리콘밸리(미국)=홍창기 특파원】 구글과 페이스북 등 실리콘밸리 빅테크(거대 정보기술) 기업에서 근무하다가 정리해고를 당한 근로자들이 더 이상 빅테크 재취업을 고집하지 않고 있다. 빅테크에서 해고를 당한 사람들 2명 중 1명이 빅테크 기업이 아닌 식음료 기업이나 중소기업에서 근무하는 등 전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일부 근로자의 경우 정리해고의 트라우마로 다시 해고를 당하지 않기 위해 정규직이 아닌 비정규직 파트타이머로 나서기도 한다. 빅테크 해고 근로자 2명 중 1명 '전직' 9일(현지시간) 미국의 인적자원 전문 리서치 기업 리벨리오랩스에 따르면 빅테크에서 근무하다가 정리해고를 당한 근로자들이 빅테크가 아닌 비 빅테크로 전직하는 비율은 올해 2월말 현재 51%로 집계됐다. 지난 1년간 빅테크 기업들이 단행한 구조조정으로 감축된 인원이 10만 명에 육박한다는 것이 미국 경제매체 CNBC의 분석인데 이에 따르면 5만 명 정도가 빅테크라는 화려한 '스펙'을 버리고 업종을 바꿔 취업한 것이다. 빅테크에서 근무했던 근로자들이 빅테크 재취업을 고집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빅테크의 엄중한 정리해고 분위기가 가장 크다는 분석이다. 수 년 간 빅테크 기업들은 후한 보상과 복리후생 등으로 인재를 영입해왔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빅테크 기업들은 사람들이 온라인에서 더 많은 시간을 영원히 보낼 것이라는 생각에 채용을 크게 늘렸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빅테크 기업들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다. 페이스북 모기업 메타의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가 "2만명 이상의 일자리를 줄이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며 올해를 '효율의 해'로 명명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에 따라 빅테크의 구조조정 이전에 빅테크과 인재 확보 전쟁에서 열세였던 기업들이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인력 기술 기업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털 셈퍼비렌스의 제너럴 파트너인 앨리슨 바움 게이츠는 "금융 기업과 서비스 및 물류 기업들이 빅테크 기업에 근무했던 인재들을 채용하는 행운을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식음료 제조기업·유통기업으로...정규직 고집도 안해 빅테크에서 근무했던 근로자들은 다양한 업군으로 옮겨가고 있는데 기술과 전혀 상관이 없을 것 같은 식음료 제조업체인 크래프트하인즈나 월마트에서 일하기 위한 지원자도 상당하다는 설명이다. 월마트 도나 모리스 최고인사책임자(CPO)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요즘은 우리가 그들에게 조금 더 밝게 빛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회사의 글로벌최고 인사책임자인 멜리사 워넥도 "이제 우리는 그들이 회사의 문을 더 많이 두드리는 것을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빅테크에서 근무하다가 정리해고를 당한 이들 중 일부는 현재 고용시장이 너무 불안정하다는 생각으로 정규직 일자리를 찾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WSJ은 일주일에 몇 시간씩 여러 회사에서 근무하는 파트타이머들이 증가하고 있다"면서 "정규직 대신 컨설팅이나 자문 역할을 하려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고 전했다. 반대로 빅테크와 협력하는 IT 기업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구하는 해고 근로자들도 상당하다. 사이버 보안 기술 컨설팅 기업이나 관련 스타트업에 재취업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 최대 규모인 미국 컴퓨터공업협회(CompTIA·컴티아)의 최고연구책임자 팀 허버트는 "중소 규모의 기술 서비스 및 소프트웨어 개발 기업들이 가장 많은 빅테크 기술 인력을 흡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IT 인력 서비스 업체인 리비에라파트너스의 크리스 라이스 파트너스(대표)도 "빅테크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임원들을 잘 알려지지 않은 기업으로 영입하는 것이 예전보다 더 쉬워졌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theveryfirst@fnnews.com 홍창기 기자
2023-04-10 11:31:42[파이낸셜뉴스] "업무 중에 에어팟 빼요" "저는 노래를 들으며 일해야 능률이 올라가는 편입니다" MZ세대를 조직생활에 어울리지 못하는 모습으로 풍자한 콘텐츠들이 주목받고 있다. 정말 MZ세대는 사회성이 낮은 것일까? MZ세대 풍자한 콘텐츠에 불편 최근 인기를 끌고있는 쿠팡플레이 프로그램 SNL ‘MZ 오피스'에서는 "회사 내에서 에어팟을 끼고 일하는 직원", "회식 자리에서 반찬 리필, 수저 놓기, 고기 굽는 일 등을 하지 않는 막내 사원" 등을 소재로 MZ세대 내부 갈등이나 기성세대와의 갈등을 다뤘다. 하지만 미디어 상에서 그려진 MZ세대에 대한 편견을 깨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코로나19 시대 MZ세대의 사회성 발달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MZ세대의 전반적인 사회성 점수가 기성세대인 X세대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국민 5271명을 대상으로 '쉽게 친구를 사귄다', '친구 혹은 직장동료에게 먼저 말을 건다', '학교나 직장에서 정한 일은 내가 싫더라도 지킨다’ 등 사회성을 측정하는 항목들을 평가했다. 그 결과 청소년 나이대에 해당되는 후기 Z세대들이 사회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 뒤를 이어 후기 Z세대 대학생(49%), 전기 M세대(42%), 후기 M세대(20%) 순으로 사회성이 높은 그룹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았다. 다만 기성세대인 X세대는 19%로 가장 낮은 비중을 차지했다. 기성세대보다 사회성 뛰어난 MZ 사회성이 낮은 것으로 평가되는 '비일반 패턴의 불안정한 사회적 행동' 그룹에서는 Z세대가 42%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스스로의 사회성 발달 정도를 가장 높이 평가한 세대도 X세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10점 만점에 평균 7.32점을 준것으로 나타나, 각 세대 집단 중 가장 후한 자기 평가를 했다. 그 뒤를 이어 Z세대 학생 청소년 7.29점, 전기 M세대 7.01점, Z세대 대학생이 6.97점 순으로 나타났다. 이에 최근 미디어 콘텐츠가 MZ 세대의 특징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블라인드 등 익명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SNL 등에서 MZ세대의 부정적인 면이 많이 과장된 것 같다", "주변에 비슷한 사례는 본 적이 없는데 세대 갈라치기인가", "우리 회사는 젊은 친구들이 더 적극적인데 혐오 조장 아니냐" 등의 의견이 올라왔다. yon@fnnews.com 홍요은 기자
2023-03-16 15:12:03성인이라면 대부분 최소 한장 이상의 신용카드를 갖고 있을 겁니다. 올해 7월 말 기준 개인 신용카드가 총 1억1083만장이니 성인들은 1인당 3장 가까이 신용카드를 발급받은 격입니다. 개인의 신용카드 못지않게 카드시장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법인카드입니다. 부서 회식이나 거래처와의 자리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는 그 카드 말입니다. ■코로나도 맥 못춘 '법카의 힘' 27일 통계청에 따르면 7월 말 현재 국내 법인카드 숫자는 1064만장 정도입니다. 발급 숫자로는 개인 신용카드의 9.6% 정도인데 사용금액을 보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3·4분기 개인카드는 승인금액이 232조3000억원, 법인카드는 53조3000억원이었습니다. 발급 규모는 10분에 1에도 못 미치지만 결제금액으로는 4분에 1에 가까울 정도로 '알짜 카드'인 셈입니다. 실제로 법인카드의 평균 승인금액은 13만6280원인데 개인카드는 이보다 훨씩 적은 3만6421원 정도입니다. 법인카드는 혹독했던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도 꿋꿋한 성장세를 보였습니다. 코로나 직전인 2019년 126조7799억원이던 법인카드 사용액이 2020년 130조1909억원, 2021년에는 147조5627억원으로 증가할 정도이니 말입니다(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실). 다만 법인카드 결제는 물품 결제 같은 비소비성 사용이 90%에 달합니다. 일반인이 생각하는 법인카드의 사용과는 많이 다릅니다. 나머지 10%를 차지하는 소비성 업종 사용 중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곳은 음식점으로, 지난해에만 총 11조4355억원이 결제됐습니다. 작년 외식업 매출 총액이 101조5000억원 규모였던 것을 감안하면 법인카드 손님은 소상공인에게는 중요한 고객임이 분명합니다. 음식점 다음으로는 백화점이 2조294억원, 골프장에서 1조9160억원 사용됐습니다. 룸살롱, 단란주점 같은 유흥업소에서 사용액은 2120억원으로 전년 대비 반토막이 났습니다. 눈에 띄는 부분은 골프장에서의 법인카드 사용액입니다. 2019년 1조2892억원, 2020년 1조5195억원, 2021년 1조9160억원을 기록해 코로나19에 아랑곳 않고 급성장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소비성 업종의 법인카드 사용액이 대부분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 이후 감소하는 것과 대조적인 상황인 것이죠. 코로나19로 인한 해외여행 중단의 최대 수혜업종이었던 골프장의 호황을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기업들 지급은 후해도 관리는 '깐깐' 그렇다면 기업들은 법인카드를 어떻게 사용할까요. 국내 대표기업들에 법인카드를 어떻게 운용하는지 물어보니 의외의 답변을 받았습니다. 생각보다 법인카드 지급이 자유로운 기업이 많았고, 한도도 인색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그만큼 결제내역에 대한 사후관리는 철저했습니다. 법인카드 발급에 가장 후한 기업은 현대자동차로, 직급에 관계없이 업무상 필요한 경우 신청이 가능합니다. 한도는 100만~300만원이지만 예산한도 내에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회사 업무로 인정받을 수 있는 업종에서만 사용이 가능하고 병원이나 학원, 피트니스 같은 곳에서는 금지됩니다. LG화학은 기본적으로 선임 직급부터 법인카드가 지급되지만 업무 직군에 따라 사원도 발급이 허용됩니다. 한도는 300만원부터 시작하고, 회사가 업무상 허용하는 범위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재계 맏형인 삼성전자는 임원에게 법인카드가 지원된다고 합니다. 임원 미만 직원들은 업무상 지출이 필요한 경우 개인카드로 결제 후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에 영수증을 입력하면 정산이 됩니다. 다만 개인카드는 음식점, 카페 같은 곳의 결제만 인정된다고 합니다. 법인카드라고 해도 과다지출은 처리가 안 된다는군요. 삼성전자는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지난해 7월 '특별방역기간 내 오후 6시 이후 법인카드 사용을 자제하라'는 지침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재미있는 부분은 기업들에 어떻게 법인카드를 운용하는지 물었을 때 사명이 공개되면 알려줄 수 없다는 곳이 많았다는 것입니다. 이들 기업의 법인카드 운용방식 역시 크게 다르지는 않았습니다. 대부분 팀이나 직급별로 한도가 다르고, 대외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을 중심으로 법인카드를 발급했습니다. 유흥업소 등에서는 사용이 금지된 것도 비슷합니다. 그럼에도 상당수의 기업이 조심스러운 것은 여전히 우리 사회가 법인카드를 '판도라의 상자'처럼 인식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인 듯합니다. 애초에 논란의 빌미를 주기 싫다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대세는 클린카드 실제로 법인카드를 클린카드로 바꾸는 곳도 많습니다. 클린카드는 단란주점, 유흥주점, 룸살롱, 나이트클럽 같은 곳을 제한업종으로 지정하고 여기서 사용하면 결제가 사전에 차단됩니다. 공공기관들이 2005년부터 도입해 온 카드로, 이제는 사기업도 도입하는 곳이 늘었습니다. 결제가 사전에 막히다 보니 재미있는 상황도 벌어집니다. 한 대기업 직원의 얘기입니다. 서울 여의도에서 거래처와 점심 미팅을 한 후 커피숍에서 얘기를 더 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카페마다 자리가 없었고 이곳저곳을 헤매다 겨우 커피를 판다는 안내가 붙어 있는 곳에서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런데 결제를 하는데 느닷없이 승인거부가 뜨더랍니다. 알고 보니 손님이 없는 낮시간에는 커피를 파는 유흥주점이었던 것이죠. 당황한 사이에 거래처 쪽에서 결제를 해 위기를 넘겼지만 클린카드라는 것을 실감하게 됐다고 합니다. 법인카드는 지난해 2·4분기 사상 처음으로 1000만장을 넘어선 이후로도 꾸준히 발급이 늘고 있습니다. 굳이 클린카드라는 별도의 법인카드가 필요 없는 세상을 꿈꿔 봅니다. cynical73@fnnews.com 김병덕 신입에디터
2022-11-27 19:54:38[파이낸셜뉴스] PC 수요가 더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PC는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재택근무·온라인 수업이 주류로 자리를 잡으면서 수요가 폭증했지만 일상생활 복귀 흐름 속에 다시 수요가 급감하고 있다. 델 컴퓨터 모기업인 델 테크놀러지스는 21일(이하 현지시간) PC 수요가 앞으로도 더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델, PC 매출 17% 급감 22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델은 전날 장 마감 뒤 3·4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PC 수요가 큰 폭으로 줄었다는 점을 확인했다. 전체 매출은 1년 전보다 6% 감소했고, 특히 노트북 컴퓨터와 데스크톱 컴퓨터 등 PC 매출은 개인·기업 고객의 수요 감소 속에 17%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델 최고재무책임자(CFO) 토머스 스윗은 애널리스트들과 실적 전화회의에서 4·4분기에는 감소폭이 더 가파를 것이라고 우려했다. 스윗은 "경제 성장 둔화,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오르는 금리, 달러 강세 등 지속적인 글로벌 거시경제 요인들이 고객들의 수요를 압박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PC 출하, 20년만에 최저 앞서 시장조사업체 가트너 등이 지난달 공개한 통계에 따르면 전세계 PC 수요와 출하는 급속도로 위축되고 있다. 가트너에 따르면 3·4분기 전세계 PC 출하는 1년 전보다 19.5% 급감해 20여년만에 가장 가파른 감소세를 기록했다. 1년전 8450만대에서 올 3·4분기 6800만대로 급감했다. 또 다른 시장조사업체 IDC 집계로도 3·4분기 전세계 PC 출하는 7430만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5% 급감했다. PC 출하대수가 차이를 보이는 것은 두 업체 간에 집계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체들도 고전 PC 수요 둔화로 반도체 업체들도 고전하고 있다. PC 중앙처리장치(CPU) 양대 산맥인 인텔과 AMD 모두 수요 둔화를 우려하고 있다. 경쟁사들에 비해 기술이 뒤처지면서 옛 명성을 뒤로 하고 점점 시장을 잠식당하고 있는 인텔은 매출 감소 속에 비용 절감에 나서고 있다. 인텔은 PC용 CPU 매출이 줄자 반도체를 하청 받아 생산하는 파운드리 사업에도 진출하고 있다. 인텔의 아성을 위협하며 빠르게 성장하는 AMD도 고전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인텔에서 시장을 계속 빼앗아 오고 있다며 애널리스트들로부터 후한 평가를 받고 있지만 PC 시장 자체의 파이가 작아지는 흐름 앞에서는 달리 뾰족한 수가 없기 때문이다. AMD도 1일 실적발표에서 우울한 전망을 내놨다. 이같은 흐름에서 비켜서 있는 업체는 고유 생태계를 구축한 애플 정도에 불과하다. PC 수요 둔화로 대부분 업체들이 힘들어 하고 있지만 애플은 지난달 27일 실적발표에서 사상최대 매출을 공개했다. 루카 매스트리 애플 CFO는 신형 노트북 컴퓨터, 이전 주문 물량 등에 힘입어 매출이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2022-11-23 05:02:01【전국종합】 "임인년 범띠해, 우리의 소원은 '평범'을 되찾는 것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경기 수원에 거주하는 오유경씨(40·여)는 새해 소원을 묻는 말에 망설이지 않고 이같이 말했다. '평범'은 최근 서울의 한 미디어아트쇼에서 공개된 '어서와 평범'을 시작으로 사람들 사이에 유행하는 말로, 범띠해를 맞아 일상회복에 대한 바람을 호랑이에 빗대 만든 말이다.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하루 확진자가 2만명을 넘어서는 등 코로나19가 생계는 물론 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치면서 이에 대한 해결보다 더한 소원은 없는 듯했다. 설날 민심을 들어보기 위해 연휴기간 이곳저곳 기웃거리면서 들어본 이야기는 '정치보다는 생계'로 대부분 비슷했다. 오는 3월 예정돼 있는 대통령 선거에 대한 이야기라도 꺼내보려 하면 만나는 사람들 모두 "그런 건 묻지 말라"고 손사래를 쳤다. 역대 최악의 대선이라는 오명을 실감할 정도로, 새해를 시작하는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대선보다는 2년 넘게 진행되고 있는 코로나19와의 전쟁이 더 중요해 보였다. 특히 사회적 거리두기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소상공인들은 정부 방역대책에 대한 적극적인 원망과 비판을 쏟아냈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 모두 "코로나19는 나랏님도 해결해주지 못한다"는 정치 불신이 깊은 듯 보였다. ■정치보다 생계 "대선 얘기 묻지마라" 정치에 대한 불신과 무관심에 대한 전국적인 분위기는 비슷했다. 울산에 사는 이모씨(47)는 "오랜만에 고향을 찾은 친구들과 술자리를 가졌지만 대선과 관련해서는 서로 눈치를 보며 말을 아꼈다"며 "친구들이 어떤 후보를 지지할지 평소 정치 성향으로 알 수 있는데 괜한 말 한마디로 자리만 불편해질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씨가 전한 울산 설 민심은 정부 정책과 대선 후보에 대한 평가가 오갔지만 "어려운 시기 가족 간 또는 친구 간 괜한 갈등이나 생기지 않을까 서로가 조심스러운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또 최모씨(52·인천)는 "연일 TV뉴스에서는 대선 후보들과 가족과 관련된 비리 의혹 등 좋지 않은 이야기만 나온다"며 "이런 이슈들은 가족이나 친구들끼리 만나더라도 입에 올리기조차 기분 나쁘다. 좋은 후보가 한 명도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씨는 "그보다는 3차 백신접종을 해야 할지, 어떻게 하면 코로나19가 끝날지를 두고 고민 깊은 이야기를 나눌 때가 더 많다"며 "정치보다는 생계와 관련된 한숨 섞인 이야기들을 하며 서로 위로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래도 대선 묻는다면 "예전과는 다른 분위기" 그래도 3월 대선에 대한 분위기를 묻지 않을 수 없었기에 한마디라도 해달라는 부탁에는 저마다 "예전 같지 않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는 지역별로 보수와 진보 확실한 지지층이 형성돼 있던 분위기가 뭔가 모르게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전북에서 알려온 설 민심은 명절임에도 불구하고 썰렁한 지역 분위기가 이번 대선을 바라보는 전북도민의 싸늘한 민심과 비슷하다고 전해왔다. 전북도민들은 경제적 안정과 상대적 박탈감 해소를 바라고 있지만, 고질적인 경제난과 오랜 코로나19 사태로 정치권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는 것이다. 이모씨(45·전주)는 "전통적으로 민주당 계열을 지지해온 전북이지만 이번 대선만큼은 더불어민주당도 압도적인 득표를 장담할 수 없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를 뒷받침하듯 지역 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이 전북에서 역대 최대인 20% 득표율을 목표로 제시한 것만 보더라도, 민주당에 대한 반감을 갖는 전북도민이 증가하고 있다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더불어민주당 텃밭인 광주·전남에서도 "민주당 후보에 대한 지지세가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이 지역 정가의 분위기라고 알려왔다. 그런가 하면 역대 대선 때마다 보수정당에 몰표를 준 대구·경북에서는 정치적 풍토 탓에 밥상머리 민심은 정권 연장보다는 정권 교체에 무게감이 실리고 있지만, 변화는 감지되고 있었다. 김모씨(50·대구)는 "이번 대선이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의 초접전 승부로 끝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면서, 주변사람들도 예단하기 힘들 것이라는 말을 많이 한다"며 "정서상 보수정당에 기대하는 분위기가 높게 나타나고 있지만 윤석열 후보에 대한 평가가 그리 후한 점수를 받지는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소상공인들 "우리가 가장 큰 피해자" 이런 가운데 2년 넘게 사회적 거리두기 영향을 맨몸으로 버텨왔던 소상공인들은 정부의 방역대책에 대해 강도 높은 비난을 쏟아냈다. 지난해 운영하던 음식점 2곳 중 1곳을 폐업했다는 정모씨(48·수원)는 "폐업하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만족스러운 보상은 없었다"며 "음식점 사장은 가게를 잃었고 5~6년을 함께 일해온 종업원들은 직장을 잃었다. 그런데도 소상공인만 피해 보는 거리두기는 여전히 변한 게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설 대목 장사를 기대했던 음식점 주인 조모씨(48·울산)는 "정부의 3차 접종 독려와 방역패스 도입까지는 좋지만 영업시간과 사적모임 제한은 너무 지나친 것 같다"며 "결국은 모든 피해를 자영업자들이 떠안아야 하는 현실이 힘들고 고통스럽다"고 전했다. 그런가 하면 대전 동구 대전역전시장에서 생선가게를 운영하는 최모씨(56)는 "이번 설연휴 경기는 지난 추석 때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형편없다"면서 "코로나 확산으로 생계를 위협받고 있는 소상공인들에 대한 정부의 획기적인 대책이 절실하다"고 말하며, 올해도 희망 없이 힘들기만 할 것 같은 임인년 새해 민심을 이야기했다. jjang@fnnews.com 장충식 기자
2022-02-02 18:22:50【도쿄=조은효 특파원】 일본에서 지난 2년간 유지돼 온 '코로나 확산=총리 지지율 하락' 이란 공식이 깨졌다. 올들어 코로나19 감염자가 폭증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지지율이 되레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 변이종인 오미크론 확산을 막지는 못했으나, 늑장 대처로 비판을 받은 아베, 스가 두 정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잘한다"는 인상을 주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아베·스가 방역 실책'에 따른 반사효과인 셈이다. 요미우리신문이 17일 발표한 여론조사(지난 14~16일 실시)에 따르면 응답자의 66%가 기시다 내각을 지지한다고 답했다. 이는 지난달 3~5일, 직전 조사 때보다 4%포인트 상승한 것이자, 지난해 10월 기시다 내각 출범 후 가장 높은 수치다. NHK가 이달 8∼10일 실시한 조사에서는 내각 지지율이 한 달 전보다 7%포인트 오른 57%였다. 연초 하루 500명대였던 일본의 코로나 확진자는 전날 2만5000명을 넘어서며 50배 폭증했다. 코로나 확진자 수와 내각 지지율 하락이 연동해 움직였던 아베 신조, 스가 요시히데 두 총리 때는 다른 양상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유권자들이 기시다 총리에게 비교적 후한 점수를 주고 있는 것은 정책결정의 속도감 측면에서다. 이는 역으로 속도 자체만으로도 앞서 정권과 다르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아베 신조, 스가 요시히데 두 총리들은 과거 5차례 코로나 확산기 때, 방역 타이밍을 놓치거나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여, 거센 비판에 시달렸다. 두 총리의 실책을 반면교사로 삼은 기시다 총리는 남아프리카에서 오미크론이 보고된 지난해 11월 말 외국인 신규 입국 전면 금지 등의 조치를 전격 발표했다. 일시 해외 체류 자국민의 경우라도 입국을 막겠다고 했다가 거센 항의를 받고 철회하기는 했으나, 신속한 대응이라는 점에서 유권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 것으로 보인다. 발열 등 코로나 증상이 있거나 밀접 접촉자인 경우에 한해 실시해 온 코로나 무료 검사를 무증상자 등 희망자 전원으로 전환한 것도 긍정적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 당초 현금과 쿠폰을 섞여 지급하기로 한 18세 이하 대상 10만엔(약 104만원)급부 정책도 전액 현금 지급으로 결정한 것도 지지율 상승 요인으로 지목된다. 요미우리는 코로나 오미크론 감염자 가운데 사망자나 중증자가 적은 것도 지지율에 영향을 준 것으로 설명했다. 코로나 감염에 의한 사망자는 지난 15일 6명, 16일 0명을 기록했다. 중증자는 전날 기준으로 235명으로 앞서 일본의 제5차 확산기 때 가장 많았던 지난해 9월 4일(2223명)과 비교하면 큰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2022-01-17 14:35: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