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의 2018년 아동학대 현황에 따르면 평균 4만여건의 신고와 2만4600여건의 학대가 발생했다고 한다. 또 최근 5년간 아동학대로 숨진 아동이 134명이었고, 지난해에만 42명에 달했다. 올 들어 여행용 가방에 아홉살짜리를 7시간 동안 가둬 숨지게 한 천안사건과 잠시 목줄이 풀린 사이 탈출한 창녕 학대사건에 이어 또다시 발생한 16개월 정인이 학대 사망사고가 온 국민의 분노를 부글부글 끓게 하고 있다. 아동학대는 80%가 가정 내에서 벌어지고, 가해자의 77%가 부모라는 믿기 어려운 통계가 있다. 보호시설이 부족하다보니 피해아동이 문제의 가정으로 돌아가는 비율이 무려 82%다. 이 같은 재학대 발생건수는 지난 한 해에만 3431건이 발생했다. 비뚤어진 양육문화의 영향이 크다. 우리는 '훈육을 위한 최소한의 징계'와 '폭력적 체벌'을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 훈육용 징계는 신체적 고통과 정신적 고통을 주는 체벌과는 전혀 다르다. 이웃 일본에서는 예의범절을 가르치는 가정교육(시스케)을 이유로 아동학대 사건이 지속적으로 발생하자 부모는 물론 양육기관의 아동 체벌을 전면금지하는 법을 만들어 지난해 4월부터 시행 중이다. 서구권은 아동 체벌금지 원칙이 일찍 확립됐다. 1979년 스웨덴을 비롯해 59개 나라에서 부모는 어떠한 이유로도 아동을 체벌할 수 없다는 규정을 마련했다. 우리도 부모의 징계권을 인정한 민법 제915조를 삭제하는 민법개정안이 발의 중이다. 양부모에게 끔찍하게 학대당한 뒤 지난해 10월 사망한 정인이 사건 이후 "정인아 미안해"라는 국민의 외침에 국회가 응답했다. 특히 국민의힘 당내 조직인 청년의힘은 '아동학대 방지 관련 4법'을 가장 먼저 발의하면서 이 법의 이름을 '16개월 정인이법'이라고 명명했다. 정인이의 짧은 삶이 헛되지 않도록 양육문화 전환의 계기가 됐으면 한다. 어린이는 대한민국의 미래다. 사랑의 매는 없다.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 joo@fnnews.com 노주석 논설위원
2021-01-05 17:55:00[파이낸셜뉴스] 입양된 지 10개월 만에 양부모 학대로 사망한 고 정인양(입양 후 안율하·사망 당시 16개월) 사건에 대한 공분이 일고 있다. 생전 3차례나 경찰 조사를 받는 등 아동학대 정황이 있었음에도 경찰과 아동보호기관의 안이한 대처로 끝내 사망했기 때문이다. 시민들은 '#정인아미안해' 챌린지를 통해 사건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인스타그램엔 4일 오후 1시 기준 4만5000여개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일선 경찰관들 사이에선 '이 같은 비난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경찰은 없다'는 개탄도 나온다. 안이한 대처 이면엔 아동학대 의심 아동을 부모와 분리하기 어려운 제도가 있다는 것이다. ■다른 경찰은 달랐을까? 일선 경찰 '글쎄' 수사기관에 따르면 16개월 입양아 정인양 사망사건과 유사한 사례가 발생해도 현 제도에선 뚜렷한 대응방안이 없다. 지난해 5월과 7월, 9월까지 3차례 아동학대 의심 신고가 있었지만 구체적인 학대 물증이 나오지 못한 상황에서 경찰이 아동을 부모와 분리시키는 결정을 내리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현행 아동학대처벌법은 ‘재학대의 가능성이 급박하거나 현저한 경우’ 가해자를 피해아동로부터 격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격리하기 위한 요건이 까다롭다는 점에 있다. 정인양 사건에서 경찰이 격리조치를 했을 경우 가해 양부모가 해당 경찰공무원에게 민원제기 및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 격리를 할 만한 사유가 있었다는 점을 경찰이 입증해야 하는데 아동학대 범죄 특성상 피해아동이 가해자의 편을 드는 경우가 많고 증거 확보도 어렵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일례로 지난해 6월 충남 천안에서 가방에 갇혀 있다가 숨진 아동 사건에서도 학대의심 신고가 접수됐지만 뚜렷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분리되지 않았다. 아동학대 사건에서 부모와 피해의심 아동을 분리한 경찰관이 재판에 넘겨지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이 안 되긴 했지만 처음이랑 두 번째 신고내용만 가지고 부모랑 분리하기는 경찰관 부담이 크다”며 “학대를 입증할 만한 명확한 증거가 없는 게 대부분인데 이것만 가지고 분리조치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평가는 경찰 징계에서도 드러났다. 5월과 7월 경찰 신고를 처리한 경찰관 6명은 징계위원회 회부 대신 주의와 경고 등 가벼운 처분만 받았다. 경찰과 보건복지부는 의심신고가 2번 접수되면 아동과 부모를 즉시 분리하고 아동학대 정황을 구체적으로 파악하도록 하는 개선안을 뒤늦게 발표했다. ■'살인죄' 미적용도 소극적인 법적용? 검찰이 살인혐의 대신 아동학대치사죄를 적용한 점도 소극적 자세의 결과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상대적으로 입증이 어려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대신 명확한 아동학대치사죄만 적용하는 게 공소유지에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두 범죄의 법정형에는 큰 차이가 없지만 실제 법원에서 선고되는 형량 차는 명확하다. 아동학대치사죄는 대법원 양형기준상 최대 15년의 징역형이 권고된다. 살인죄보다 형량이 크게 적은 게 일반적이다. 법조계에서도 살인죄 적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여성변호사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양모 장씨에 대해서는 아동학대치사 등 혐의, 양부 양씨에 대해서는 방임 등 혐의로 기소된 것으로 보도되는 바, 현출 증거자료만 봐도 살인죄로 의율하는 데 무리가 없다고 판단된다”며 “살인죄 의율을 적극 검토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정인양 사건 첫 공판기일은 오는 13일로, 검찰이 공소장을 변경할지 관심이 모인다. 한편 정인이는 생후 8개월째인 지난해 1월 몸무게 9kg 상태로 입양됐다. 이후 3월부터 지속적인 학대를 당해 생후 16개월째인 지난해 10월 숨을 거뒀다. 숨질 당시 몸무게는 8kg대로 전신에 멍이 발견됐다. 국과수 부검 결과 췌장 절단은 물론 서로 다른 시기 발생한 7군데 골절과 피하출혈이 보고됐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2021-01-04 14:32:05[파이낸셜뉴스] 입양된 지 10개월 만에 학대로 사망케 한 혐의를 받는 정인양(입양 후 안율하·사망 당시 16개월)의 양부모 1심 선고를 앞두고 양모 장모씨에게 살인 혐의가 인정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지난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장씨에게 사형을, 양부 안모씨에겐 징역 7년6개월을 구형한 바 있다. 장씨는 정인양을 발로 밟은 적이 없다며 살인의 고의를 부인하는 상태로, 법원이 미필적 고의를 어디까지 인정할지가 핵심으로 꼽힌다. 장씨는 육아 스트레스로 정인양을 손바닥 등으로 수차례 가격한 적은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 같은 타격으로는 아이가 사망에 이르기 어려워 논란이 된다. ■1심 선고 앞둔 법원, 살인 인정될까 서울남부지법 형사13부(이상주 부장판사)는 14일 오후 살인 등의 혐의로 기소된 장씨와 아동복지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안씨의 선고공판을 진행한다. 이날 공판의 최대 관심사는 장씨의 형량이다. 지난달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하며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장씨 측 변호인은 정인양을 상습 폭행한 사실은 있지만 사망에 이를만한 강한 충격을 가한 사실은 없다고 항변했다. 적용된 살인혐의 자체를 부인하고 아동학대치사 혐의만 인정하는 입장으로 풀이된다. 살인혐의를 입증하기 위해선 사망에 이른 결정적 타격과 그 타격이 발생한 일시 및 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특정할 필요가 있는데, 장씨 측은 이를 부인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 증인신문 과정에서 드러난 정인양의 부상 정도 및 관련자 증언은 검찰의 혐의 입증에 힘을 싣는다. 지난 3월 4차 공판에 증인으로 나선 국과수 부검의 A씨는 "지금까지 봤던 아동학대 피해자 중 제일 심한 상처"라며 "(사망하기) 5일 전에 (췌장에) 심각한 손상이 있었을 것"이라고 증언했다. 정인양을 부검한 당사자인 A씨가 정인양이 사망에 이르게 된 치명상 2개(장간막 파열, 췌장 절단)가 최소 5일의 차이를 두고 발생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이다. 생후 16개월로 또래보다 영양이 불균형하고 취약한 상태던 정인양의 상황을 고려할 때 이 같은 손상 및 그로 인한 변화를 장씨와 안씨가 모를리 없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지난 4월 공판에선 장씨가 학대 사실을 인정한 정황으로 보이는 증언도 나왔다. 이대목동병원에서 정인양 사망 당시 CPR을 진행한 의사 B씨는 "심폐소생술 중 엄마가 아이에게 다가와 '내가 죽일 년이야' '미안해'하고 말했다"며 "아동학대를 인정하는구나 생각했다"고 증언했다. B씨는 CPR을 시도한 다른 전공의들도 똑같이 느꼈다고 말했다고 회상했다. 또 다른 의사 C씨는 내원 당시 유아의 심정지 상황에 구급차가 아닌 택시를 타고 온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언급한 것으로 파악됐다. ■살릴 수 있었던 아이, 한 풀어줄까 한편 정인양은 생후 7개월 때인 지난해 1월 안씨와 장씨 부부에게 입양됐다. 정인양은 9개월 만인 지난해 10월 13일 서울 양천구 목동 한 병원에서 사망했다. 온 몸에 멍이 들어 있었고 복부와 뇌에 큰 상처가 발견됐다. 장씨는 “아이가 소파에서 매트가 깔려 있는 바닥에 떨어졌다”고 주장했지만 병원은 아동학대를 의심하고 신고를 접수했다. 이후 밝혀진 사실은 충격적이기까지 했다. 양모 장씨는 입양하고 겨우 한 달이 지난 시점부터 정인양이 숨진 10월까지 지속적인 학대와 폭력을 행사했다. 지난해 5월부터 총 3차례 아동학대 의심 신고가 있었지만 경찰은 구체적인 학대 물증을 찾지 못했다며 정식 사건으로 전환하지도, 분리조치를 하지도 않았다. 수사과정을 감시해야 할 강서아보전 역시 이렇다 할 조치를 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검찰이 공개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정인양 사인은 췌장 절단으로 인한 복강막 출혈이었다. 국과수는 췌장 절단 외에도 복수의 장기 손상과 광범위한 출혈이 있었다는 결과를 내놨다. 발생 시기가 다른 골절상 7곳과 다수 피하출혈 흔적도 함께 발견됐다. 지난 2차 공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어린이집 원장 A씨는 한동안 어린이집에 나오지 않던 정인양이 9월에 등원한 모습을 회상하며 눈물을 흘려 주목받기도 했다. 당시 A씨는 “제가 안아보니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가벼웠다”며 “어린이집 생활이 어려울 것 같아 병원에 확인하고 싶어서 데려갔다”고 증언했다. 이날이 9월 23일로, 아이를 진찰한 소아과 원장이 직접 경찰에 신고했지만 서울 양천경찰서는 내사종결 처리했다. 3번째이자 마지막 신고였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2021-05-14 10:01:31[파이낸셜뉴스] 입양된 지 10개월 만에 양부모 학대로 사망한 고 정인양(입양 후 안율하·사망 당시 16개월) 사망사건에서 치명적 외력이 최소 2차례 이상 있었다는 결정적 증언이 나왔다. 정인양 사체를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의가 췌장과 장간막 손상이 최소 5일 차이를 두고 이뤄졌다고 증언한 것이다. 부검의는 췌장 절단과 장간막 찢어짐은 성인이 성인에게 주먹으로 쳐도 입히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부연했다. 고작 생후 16개월 아이에게 치명적 외력이 상당한 시차를 두고 2차례 이상 가해졌음이 받아들여질 경우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 입증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췌장 손상은 당일 아닌 최소 5일 전"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이상주 부장판사) 심리로 17일 열린 정인양 양모 장모씨(35)와 양부 안모씨(37) 4차 공판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의 김모씨가 출석해 치명적 외력이 최소 2회 이상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증언했다.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혐의 입증에 핵심적 근거가 될 것으로 판단돼 검찰과 피고인 측 변호인도 열띤 공방을 주고받았다. 김씨는 “손상 이후에 회복하며 단단하게 만드는 조직이 콜라젠 섬유인데, 그게 며칠 지나야 생긴다”며 “췌장이나 복강 내 손상부위에 (콜라젠 섬유가) 있어서 최소한 수일 이전에 심각한 손상이 있었을 걸로 생각한다”고 증언했다. 이에 재판장이 “얼마나 됐다고 보느냐”고 묻자 “개인적으로는 5일 전에 심각한 손상이 있었을 것”이라며 “최소한이다”라고 주장했다. 췌장 절단 또는 절단에 준하는 손상이 사망 당일이 아닌 최소 5일 전에 있었다는 주장이다. 실제 해외 논문 등에 따르면 췌장은 심각한 수준의 손상에도 며칠 간 생존이 가능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있다. ■최소 2번 치명적 충격, 살인이냐 학대냐 다만 사인이 된 장간막 찍어짐으로 인한 과다출혈에 대해선 “장간막은 그렇게 크게 찢어진 상태로 오래 방치되기 어려워서 사망할 정도로 크게 찢어진 건 (사망)당일”이라고 설명했다. 피고인 측 변호인이 병원에서 이뤄진 CPR 및 전문 지식이 없는 장씨의 구호활동으로 손상이 이뤄질 가능성을 제기했으나 부검의는 “췌장은 그럴 수 있지만 장간막은 아니다”라고 말해 가능성을 일축했다. 췌장과 장간막 손상이 최소 5일 차이를 두고 이뤄진 사실을 입증한다면 정인양에 대한 지속적인 치명적 가해가 있었음을 주장할 수 있다. 둘 모두 단순히 주먹으로 때리는 정도로는 입히기 어려운 상해임을 고려하면 어떤 방식으로 이 같은 상처를 입혔는지도 쟁점이 될 수 있다. 피고인 측 변호인은 장씨 등에 의한 CPR 및 단순 추락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질의를 이어갔으나 부검의는 부합하는 답을 내놓지 않았다. 한편 3800여건을 부검한 경력 20년차 부검의 김씨는 “지금까지 봤던 아동학대 피해자 중 제일 심한 상처”라고 증언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날 공판에 출석한 장씨와 안씨는 정인양 부검 당시 사진이 띄워진 스크린을 등지고 앉아 한 차례도 돌아보지 않았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2021-03-17 15:28:09[파이낸셜뉴스] 입양된 지 10개월 만에 양부모 학대로 사망한 고 정인양(입양 후 안율하·사망 당시 16개월) 사건에 시민들의 공분이 일고 있다. 정인양 생전 3차례나 경찰 조사를 받는 등 아동학대 정황이 있었지만 경찰과 아동보호기관의 안이한 대처로 끝내 사망했다는 사실에 비판이 제기된다. 시민들은 '#정인아미안해' 챌린지를 통해 사건에 대한 관심을 드러낸다. 인스타그램엔 4일 오전 11시 기준 4만1000여개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16개월 입양아 사망··· 명백한 人災 경찰에 따르면 서울 양천경찰서는 지난해 5월과 7월, 10월까지 총 3차례에 걸쳐 정인양 학대 신고를 접수했으나 가해 양부모와 분리조치를 하지 않았다. 5월 첫 신고자는 정인양이 다니던 어린이집 교사였다. 정인양 몸 곳곳엔 멍자국이 관찰됐다. 교사는 의도적 폭행이라고 직감했다. 신고를 받은 서울강서아동보호전문기관은 경찰에 수사의뢰했다. 경찰에 출석한 양모 장모씨와 양부 안모씨는 아이에게 안마를 하는 과정에서 생긴 멍이라고 진술했다. 혐의점을 찾지 못한 경찰은 내사종결처리했다. 정인양은 이후 어린이집 결석이 잦아졌다. 7월엔 10번, 8월엔 20번이나 결석했다. 7월부터 9월까지 정상등원한 날은 불과 6일이었다. 이 기간 양부모 친딸 안모양은 정상 등원했다. 두 번째 신고는 어린이집 결석이 잦아지던 7월에 있었다. 동네 주민이 신고자였다. 정인양이 차량에 수십분간 방치되는 등 학대정황이 있다는 게 이유였다. 이번에도 아동보호전문기관을 거쳐 수사의뢰가 이뤄졌다. 경찰에 출석한 양부모는 아이를 방치한 게 '수면교육'의 일환이라고 주장했다. 아이가 혼자 잠을 자는 습관을 들이기 위한 교육 차원에서 차 안에 둔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경찰은 이번에도 혐의점이 없다며 아이를 부모에게 돌려보냈다. 이후 장씨가 예민한 태도를 취해 어린이집에도 정상적으로 등원하지 않는 일이 빚어졌다. 경찰이 이 당시라도 아동학대 정황을 심각하게 보고 수사했다면 이어질 비극을 막을 수 있지 않았겠느냐는 비판이 나온다. 마지막 신고는 정인양이 사망하기 불과 20여일 전에 이뤄졌다. 이번엔 전문가인 소아과 병원장이 직접 신고했다.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데려온 아이를 진단하며 심각성을 느낀 원장은 경찰에 아동학대로 의심된다는 견해를 전달했다. 경찰은 이번에도 태만했다. 상처가 있고 영양상태도 좋지 못했으며 전문가 진단까지 나왔지만 아동학대의 고의가 없다고 판단했다. 앞서 두 차례나 신고가 있었음에도 정식 사건으로 전환하지 않았다. 정인양은 다시 부모 품으로 돌아갔다. 생후 15개월, 입양 당시인 생후 8개월때보다 몸무게가 줄어있는 상태였다. 정인양은 20일 뒤인 10월 13일 낮 서울 양천구 목동 한 병원으로 실려왔다. 온 몸에 멍이 보였다. 정인양은 심정지로 끝내 사망했다. ■살해 고의 없었나··· 살인죄 미적용 경찰과 검찰의 수사결과는 지난해 12월 8일 나왔다. 서울남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이정우 부장검사)는 정인양 양모를 아동학대치사, 상습아동학대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하고, 이를 방치한 양부를 아동학대, 아동유기 및 방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관심을 모은 미필적고의에 의한 살인 혐의는 적용되지 않았다. 검찰은 “적용할 근거가 부족했다”며 “추가기소는 없다”는 입장을 확인했다. 비판여론이 일자 부검의 3명에게 재감정을 의뢰했으나 유의미한 입장변화는 나오지 않았다. 서울남부지검 앞엔 분노한 시민들이 보낸 근조화환이 늘어섰다. 아동학대치사죄는 대법원 양형기준상 최대 15년의 징역형이 권고된다. 살인죄보다 통상 형량이 적게 나온다. 검찰 수사결과와 같은 날 공개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정인양은 사망 당시 췌장이 끊어져 있었다. 서로 다른 시기 총 7개 뼈가 골절됐다는 사실도 함께 드러났다. 사망 당시 생후 16개월이었음에도 몸무게가 8kg에 불과했다. 입양된 지난 1월엔 9kg이었다. 몸도 잘 가누지 못하고 의사표현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아이에게 지속적인 방치와 가해가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경찰은 사건이 화제가 된 뒤에야 3차 신고를 처리한 양천서 경찰관 5명을 징계위에 회부했다. 1, 2차 신고 관련 경찰관 6명에겐 주의와 경고 처분을 내렸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2021-01-04 11:07:40[파이낸셜뉴스] 이른바 '정인이 사건'이 발생한 2021년부터 매년 수억원대 금액을 기부하고 있는 익명의 독지가가 올해도 4억원 가량을 쾌척했다. 지난 25일 임실군에 따르면 익명을 요구한 '키다리 아저씨' A씨는 지난 10일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4억2800만원을 쾌척했다. 임실이 고향이라는 독지가, 아이들과 주민 위해 쾌척 임실군 삼계면이 고향인 A씨는 2021년부터 올해까지 4년간 총 16억8000만원을 고향 어린이와 소외 주민을 위해 써달라고 맡겼다. A씨는 "어려운 상황에서 아이를 키우는 분들께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라며 "임실이 이웃 간에 돕고 사는 따뜻한 고장이 되기를 바랍니다"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특히 올해는 "경제가 어려워졌는데 더 많이 못 보내드려 죄송합니다"라는 아쉬움을 표했다고 한다. 지난해에는 "혹한과 '난방비 폭탄' 등 취약계층의 어려움을 고려해 가구당 지원금을 더 늘려서 도와달라"라고 구체적으로 명시하기도 했다. 정인이 사건 이후 시작된 기부 "아이들 위해 써주세요" 그는 신상 정보를 일절 비밀에 부치고 있다. 이 독지가는 '정인이 사건'이 발생한 2021년 임실지역 아이들을 위해 써달라며 3억7000여만원을 기부한 데 이어 2022년 4억3000여만원, 2023년 4억5000만원을 각각 기탁했다. 정인이 사건은 양모가 태어난 지 16개월 된 입양아 정인이를 학대해 숨지게 한 사건이다. 독지가의 기탁 조건은 단 세 가지로, 익명 보장, 대상자들의 삶에 도움이 되도록 5개월 동안 일정한 날에 입금, 5개월 후 지원 결과를 받아보는 것이다. 이에 군은 오는 31일부터 저소득층 1206가구에 기부금을 지원할 예정이다. 자녀 수에 따라 1명 30만원, 2명 40만원, 3명 이상 50만원씩 앞으로 5개월간 같은 날짜에 대상자 계좌에 직접 입금하는 방식이다. 자녀가 없는 저소득층에겐 일시금으로 20만원을 지원한다. 지원 결과는 5개월 뒤 독지가가 일러준 방식대로 통보할 예정이다. 심민 군수는 "한결같은 마음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웃을 먼저 생각하고 큰 금액을 기탁한 기부자께 깊이 감사드린다"라며 "성금은 기부자의 뜻에 따라 소중히 전달하겠다"라고 약속했다. [따뜻했슈] 보고싶지 않는 뉴스가 넘쳐나는 세상, 마음 따뜻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토닥토닥, 그래도 살만해" 작은 희망을 만나보세요. yuhyun12@fnnews.com 조유현 기자
2024-01-26 09:52:17[파이낸셜뉴스] 배우 이영애가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 전 대통령 기념관 건립 기금 조성을 위한 국민 모금 운동에 후원 의사를 먼저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12일 ‘이승만대통령기념관건립추진위원회’에 따르면, 이영애는 추진위원회가 발족하기 전인 지난 7월 후원 의사를 재단 측에 전했다고 한다. 재단 관계자에 따르면 이영애는 지인을 통해 “기념관 건립 취지에 뜻을 함께 한다”며 기부 의사를 전달했다. 위원회 측은 11일 '(재) 이승만 대통령 기념재단'을 통해 모금 운동을 시작했다. 첫날에만 2,052명으로부터 약 3억 원의 후원금이 모였다. 한편 이영애의 기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국내 뿐 아니라 해외 소외 이웃과 재난 사태에도 각별한 관심을 보여왔다. 지난 8월 미국 하와이 산불 피해 이재민을 위해 5000만원을 기부한 이영애는 그동안 구룡마을 화재, 충청지역 수해, 코로나19 및 우크라이나 분쟁 피란민 구호 등 도움이 필요한 이웃들을 위해 아름다운 선행을 펼쳐왔다. 앞서 2021년 1월에는 양부모 학대 끝에 16개월 짧은 생을 마감한 정인이의 묘소를 찾은 데 이어, 정인이 같은 아픈 어린이들을 위해 써달라며 1억원을 조용히 기부했다. 2014년에는 조산한 대만 임산부를 돕기 위해 병원비 1억원을 대신 납부했다. 또 2015년에는 ‘대한민국 부사관 사랑 음악회-더 히어로스’의 경비인 4억 원 전액을 후원한 바 있다. 그 해 8월에도 북한의 DMZ 지뢰 도발로 부상을 당한 김정원 하사와 하재헌 하사에게 위로금을 전달하고 전방에서 고생하는 부사관들을 위한 공연에 써달라며 5000만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지난해는 드미트로 포노마렌코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가 “이영애의 편지와 기부에 큰 감동을 받았다”며 1억원과 함께 위로의 편지를 보냈다는 사실을 밝히기도 했다. 이승만 전 대통령 기념관 사업은 독립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전액 정부 예산으로 진행할 수 있다. 그러나 국민 참여 속에 추진하기 위해 70%를 국민 모금으로 충당하기로 했다. 건립 추진위원회는 김황식 전 국무총리가 위원장을 맡았으며, 이영일 대한민국역사와미래재단 고문, 주대환 조봉암기념사업회 부회장, 한화갑 한반도평화재단 총재 등 23명이 건립추진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2023-09-12 13:54:36【파이낸셜뉴스 광주=장충식 기자】 양부모의 학대와 방치로 숨진 '정인이'의 추모 공간을 만들겠다며 후원금을 모집했던 유튜버가 횡령 혐의로 지명수배됐다. 경기 광주경찰서는 유튜버인 40대 남성 A씨에 대해 지명수배를 내리고 소재를 추적 중이라고 20일 밝혔다. 경찰은 지난해 10월 다른 유튜버 B씨로부터 A씨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고발장에는 "A씨가 '정인이'를 추모하기 위한 갤러리를 만들겠다며 지난해 7∼9월 인터넷 방송 등을 통해 개인 계좌로 후원금 2600만원을 받았으나, 이 중 일부를 자신의 식비·숙박비·통신비 등으로 사용했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경찰은 올해 초 A씨 자택에 출석 요구서를 보냈지만 반송됐으며, A씨와 연락도 닿지 않는 등 소재 파악이 되지 않자 지명수배를 내렸다. 경찰은 A씨가 지난 8월 경기 광주에서 서울로 주거지를 옮긴 것으로 보이나, 여전히 소재 파악이 어려운 상황으로, 전담 추적팀을 편성해 A씨의 소재를 신속하게 파악할 계획이다. '정인이 사건'은 지난 2020년 10월 입양한 생후 16개월 아이를 지속적으로 학대해 사망에 이르게 한 양부모가 경찰에 구속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대법원은 정인이를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살인·상습아동학대 등)로 기소된 양모 장모씨에 대해 지난 4월 징역 35년형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으며, 양부 안모씨는 징역 5년이 확정됐다. jjang@fnnews.com 장충식 기자
2022-10-20 10:24:07[파이낸셜뉴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 12일 양부모의 학대와 방치로 숨진 ‘정인이 사건’ 2주기를 하루 앞두고 고인의 묘소를 찾아 추모한 것으로 전해졌다. 13일 대통령실 등에 따르면 김 여사는 2주기를 하루 앞둔 전날 경기 양평 안데르센 메모리얼 파크를 찾아 고인을 추모하고 묘소 주변을 정리했다. 안데르센 묘원은 정인이를 비롯한 어린이들을 무료로 안치해 주는 시설이다. 김 여사는 지난해 10월 13일 정인이 사건 1주기 당시에는 묘역 방문 제안에 "고인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고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 국면에서 공개석상 등판 압박을 받던 와중에 정인이 묘역 방문이 아이디어로 거론되자 김 여사가 “예의가 아니다”라며 거절한 것. 정인이 사건은 2020년 당시 16개월이던 정인이를 양부모가 학대,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이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정인이를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살인·상습아동학대 등)로 기소된 양모 장씨에 대해 징역 35년형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장씨의 학대를 방조하고 학대에 일부 가담한 양부 안씨에 대해서는 5년형이 내려졌다. 판결이 확정됐지만 취약 아동 보호를 위한 사회적 보호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탓에 아동학대를 막지 못했다는 국민적 공분도 여전하다. 여야는 아동학대 대응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한 상태다. sanghoon3197@fnnews.com 박상훈 수습기자
2022-10-14 07:11:24'검수완박' 법안이 국회를 거쳐 국무회의 의결로 마무리된 가운데, 아동학대 수사가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검수완박 입법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법조계 및 시민단체는 독소조항으로 꼽히는 고발인의 이의신청권 배제를 포함해 이번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아동학대 사건에 대한 수사가 난항을 겪을 것이라고 비판해왔다. 아동학대 사건의 경우 여타 범죄와 달리 부모, 양부모 등이 가해자인 경우 훈육과 학대의 구분이 까다로워 조사와 입증이 어렵다. 개정안에 따르면 아동학대가 의심되는 고발인이 고발했는데, 사건이 잘못돼도 경찰에 이의신청을 할 수 없게 된다. 검찰의 항고나 법원의 재정신청도 불가능하다. 검찰이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지만 경찰이 따라야 할 의무는 없다. 아동이나 장애인처럼 스스로 고소하기 어려운 이들이 경찰의 수사가 잘못돼도 권리를 구제 받을 길이 사라지는 것이다. ■조사·입증 까다로운 아동학대 사건 8일 보건복지부 통계자료에 따르면 2020년 아동학대 신고접수는 총 4만2251건으로 전년 대비 약 2.1% 증가했다. 이 중 아동학대 의심사례는 3만8929건으로 2016년 2만5878건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학대행위자에 대해 법적조치가 이뤄진 사례는 1만1209건에 그쳤다. 2020년 기준 아동학대 행위자 중 2만5380건(82.1%)가 친부모와 계부모, 양부모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28일 16개월 아동인 정인이를 학대·살해한 혐의로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5년을 확정받은 양모 사건의 경우, 당초 경찰은 정인이 계모를 '아동학대 치사죄'를 적용해 검찰에 넘겼다. 그러나 검찰은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 복부 손상 감정 등 추가수사를 통해 살인죄를 적용했다. 대검은 "구속 기간 10일 내에 추가 수사 없이 경찰이 보낸 기록만으로 판단을 해야한다"면서 "전문가 감정, 대검 통합심리분석 등 추가 수사를 할 수 없고 추가적인 범행도 추가 인지할 수 없어 아이들의 억울한 죽음을 밝힐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발인 이의신청 배제에 아동 피해 이번 형사소송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 중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의신청 대상에서 고발인을 제외하는 조항은 독소조항으로 꼽힌다. 아동학대·장애인학대 등 공익관련 범죄 대부분 고발인이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형소법 개정안 본회의(5월3일)에 앞서 배진교 전 정의당 원내대표는 "장애인, 아동 대상 범죄 등 사회적 약자들과 공익 고발, 신고의무자의 고발 등에 있어 시민들의 현저한 피해가 예상 된다"고 말했다. 현행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르면 고소권자는 아동학대 피해아동, 아동학대 피해아동의 법정대리인, 아동학대 피해아동의 친족으로 규정하고 있다. 2020년 아동학대 신고자 유형 중 고소권자를 제외한 신고자는 3만8929건 중 26006건(67.3%)이다. 아동학대 사건의 경우 아동학대처벌법 제24조에 따라 경찰이 전건을 법정 송치하게 돼있지만, 개정안에 따르면 고발인은 경찰의 처분에 이의신청을 할 수 없다. 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는 검수완박 법안에 대해 "아동학대, 장애인학대, 공익관련범죄 대부분 고발인의 역할이 결정적임에도, 고발인만 있는 사건은 경찰이 끝내면 어떤 방법으로든 사건을 다시 살릴 수 없다"고 비판했다. koreanbae@fnnews.com 배한글 기자
2022-05-08 18:15: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