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미국의 오픈AI 샘 올트먼 대표 해임 소동을 이해하려면 그의 동료 일리야 수츠케버 수석과학자의 동선을 따라가는 것이 편하다. 지난달 손에 땀을 쥐게 했던 이 배반의 드라마 한복판에 그가 있다. 알려진 대로 수츠케버는 인공지능(AI)의 대부 제프리 힌튼의 수제자다. 힌튼은 1980년대 중반 사람의 뇌와 비슷한 방식으로 컴퓨터를 학습시키는 획기적인 방법을 개발, 지금의 챗GPT 모델의 근간을 제공한 인물이다. 하지만 지금은 자신의 50년 가까운 AI연구 전체를 후회한다. 20년 전인 2003년, 17세 수츠케버는 약속도 없이 혼자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인 힌튼을 찾아갔다. 힌튼은 수츠케버와 몇 마디 나눈 뒤 그의 천재성을 바로 알아챘다. 그길로 사제지간이 된 둘은 스타트업을 공동창업했고, 이 회사를 구글이 인수하면서 두 사람은 구글의 식구가 됐다. 선량한 천재 과학자 수츠케버를 구글에서 빼내 비영리단체 오픈AI로 끌어들인 이는 다름 아닌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였다. 훗날 머스크도 수츠케버가 포함된 이사진에 의해 해임되는 운명에 처하지만 2015년 이들의 출발은 의미심장했다. AI가 사고로 인간을 제거하는 일을 막을 것, 그러기 위해선 오픈AI가 AI 기능의 최첨단에 있을 것. 오픈AI의 영혼을 말해주는 비전이었다. 올트먼은 오픈AI의 화려한 면면의 공동창업자 중 한 명이었다. 올트먼은 19세에 스탠퍼드대를 중퇴한 뒤 자신의 기술로 창업을 했고, 이를 발판으로 벤처캐피털로 진출해 수많은 유니콘 기업의 산파 역할을 했다. 공유숙박업체 에어비앤비도 그중 하나였다. 암을 정복하고, 핵융합발전을 성공시키고, 초음속 비행기를 만드는 일에도 관심이 지대했다. 거대한 계획을 세우는 것을 즐겼고, 썰렁한 농담도 주저하지 않았다는 실리콘밸리의 괴짜. 그는 설득 능력이 탁월한 수완가이면서 야심에 찬 사업가였다. 오픈AI 창립 3년 만에 머스크가 떠나고 그 이듬해 대표가 된 올트먼은 천문학적 개발비를 조달키 위해 영리 자회사를 설립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19년 이후 지금까지 100억달러 이상을 투자했다. 수백억원대 연봉이 수두룩한 700여명의 개발자들 월급도 여기서 나왔다. 올트먼은 이 두뇌들과 지난해 11월 생성형 AI '챗GPT'를 완성, 인류 기술 패러다임의 한 획을 긋는다. 최선두를 지켜야 하는 올트먼은 자금줄을 일본, 중동 거부로 넓히면서 AI 수직계열화 물밑작업까지 추진했다. 그러는 사이 수츠케버의 근심은 커져갔다. 언론에 "챗GPT가 약간의 자의식이 있는 것 같다"고 한 말은 섬뜩한 암시다 개발진이 궁극의 목표로 삼았던 AGI(범용일반지능)에 근접한 것인지 모르겠다는 의미로 볼 수 있었다. AGI는 사람의 통제에서 벗어나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지능을 말한다. 여기서 한발만 더 나가면 인간의 지능을 능가하는 슈퍼AI가 된다. 수츠케버의 과학자그룹은 개발 중인 '큐스타 모델'이 학습하지 않은 새로운 수학 연산 문제를 응용해 능숙하게 푸는 것을 보고 충격에 휩싸였다고 한다. 진격의 올트먼을 멈춰 세우라. 수츠케버가 배반의 총대를 멨다. 자신을 포함한 6인의 이사 중 4명이 올트먼 제거에 동의했다. 올트먼 해임을 단행한 뒤 후임에 기술책임자(CTO) 미라 무라티를 앉혔다. 하지만 상황은 우리가 봤던 대로 급반전한다. 올트먼을 다시 데려오라는 개발자가 700여명 중 85%였다. 이들 없이 오픈AI 미래도 없다고 본 수츠케버는 "몹시 후회한다"며 사태를 수습해갔다. 5일 천하 쿠데타는 끝나고 수츠케버는 이제 말이 없다. 돌아온 올트먼, 뉘우치는 수츠케버. 외신은 수츠케버를 패자라고 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세상에 이번처럼 AI 위험성이 와닿은 적이 있었던가. 수츠케버의 반란이 이것으로 끝일까. 더 격렬해질 세계 AI 대전, 그 핵심에 AI 인재가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의대 광풍에 허우적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최진숙 논설위원 jins@fnnews.com jins@fnnews.com 최진숙 기자
2023-12-06 18:55:37【파이낸셜뉴스 인천=한갑수 기자】 인천시는 석남·가정동 일대에 추진 중인 ‘50년을 돌아온, 사람의 길’ 도시재생 뉴딜사업구역 내 위치한 20년 이상 노후주택 및 상가를 대상으로 주택·상가 리모델링 지원사업을 실시한다고 1일 밝혔다. 이 사업은 지난 2018년 공모사업으로 선정된 ‘50년을 돌아온, 사람의 길’ 중심시가지형 도시재생 뉴딜사업의 일환으로 노후 외벽 등 건축물 외부를 정비해 지역 생활여건을 개선하고 주거 안정성 및 경관 개선을 확보하는 사업이다. 서구 석남동과 가정동 일대 약 21만㎡가 대상지역으로 심사를 거쳐 선정되면 건축물당 최대 900만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 주택의 경우 외부 경관 개선(옥상, 외벽, 창호 등)(자부담금 10% 이상), 상가는 내·외부 개선 리모델링(자부담금 90% 이상)을 지원해준다. 모집기간은 6월 14일까지로 인천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서구 가정로 214)에서 참여 희망자 상담 및 접수 받는다. 자세한 대상지역 및 지원대상 여부, 지원기준과 절차, 구비서류 등은 인천시 홈페이지 공고게시판 또는 현장지원센터 블로그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광호 시 고속도로재생과장은 “재생구역 내 주요 가로변을 중심으로 주민들이 가로경관 개선효과를 확실하게 체감할 수 있도록 노후주택 외관정비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kapsoo@fnnews.com 한갑수 기자
2022-05-31 14:59:23【파이낸셜뉴스 인천=한갑수 기자】 인천시는 서구 ‘50년을 돌아온, 사람의 길’ 도시재생 뉴딜사업구역 내 20년 이상 노후주택 및 상가를 대상으로 리모델링 지원 사업 참여자를 오는 28일까지 모집한다고 23일 밝혔다. 주택·상가 리모델링 지원 사업은 지난 2018년 공모사업으로 선정된 ‘50년을 돌아온, 사람의 길’ 중심시가지형 도시재생 뉴딜사업의 일환으로 주거환경 정비를 통해 지역 생활여건을 개선해 주거 안정성 및 경관 개선을 확보하는 사업이다. 지원 금액은 최대 1100만원을 지원받을 수 있으며 주택은 외부 경관 개선(지붕, 옥상, 외벽, 창호 등), 상가는 내·외부 개선 리모델링을 지원한다. 신청은 오는 28일까지 인천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서구 가정로 214)에서 참여 희망자 상담 및 접수를 받는다. 자세한 지원기준과 절차, 구비서류 등은 인천시 홈페이지 공고게시판 또는 현장지원센터 블로그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임상균 시 고속도로재생과장은 “주민들이 이번 주택·상가 리모델링 지원 사업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kapsoo@fnnews.com 한갑수 기자
2021-07-23 09:05:08【파이낸셜뉴스 인천=한갑수 기자】 인천시는 서구 ‘50년을 돌아온, 사람의 길’ 도시재생 뉴딜사업구역 내 주민 모임 등을 대상으로 하반기 주민공모사업 참여자를 이달 30일까지 모집한다고 21일 밝혔다. ‘50년을 돌아온 사람의 길’ 도시재생 뉴딜사업은 인천대로 일반화사업과 연계해 주변지역의 원도심 재생 및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이 중 주민공모사업은 올해 1억원 규모로 예산이 편성돼 상반기 선정된 6곳이 현재 진행 중에 있다. 이번 하반기 주민공모사업의 공모유형은 우리 마을 만들기(공동체 중심의 마을 가꾸기, 공간조성 등), 기획공모(마을기록화사업, 지역브랜드개발 등)로 최대 1000만원을 지원한다. 신청자격은 도시재생 뉴딜사업구역 내 거주, 직장, 학업 등으로 생활하는 생활권자 및 단체이다. 시는 응모한 공모사업을 대상으로 필요성, 공익성, 사업비 적정성 등에 대해 서류 및 대면심사, 시 보조금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최종 선정해 9월부터 주민들이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임상균 시 고속도로재생과장은 “주민들이 직접 마을의제를 설정하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사업으로 보다 개선된 마을을 만들기 위해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바란다”고 말했다. kapsoo@fnnews.com 한갑수 기자
2021-07-21 09:27:05【파이낸셜뉴스 인천=한갑수 기자】 인천시는 서구 ‘50년을 돌아온, 사람의 길’ 도시재생 뉴딜사업구역 내 167세대 규모의 행복주택·창업지원주택과 복합문화시설, 창업보육시설을 조성한다. 인천시는 서구 ‘50년을 돌아온, 사람의 길’ 도시재생 뉴딜사업구역 내 행복주택 건립을 위해 국토교통부에 주택건설사업계획승인을 신청했다고 21일 밝혔다. 시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공동으로 석남 어울림센터(2975㎡)에 행복주택 109세대, 상생협력상가, 문화커뮤니티센터 등 복합문화시설을, 거북이기지(2224㎡)에 창업지원주택 58세대, 상생협력상가, 창업지원시설을 건설한다. 이와 함께 주변 주차난 해소를 위해 사업부지에 94대의 지하 주차장을 확보해 도시재생과 주거복지의 새로운 틀을 마련할 계획이다. 행복주택 및 창업지원주택은 대학생, 청년, 신혼부부 등에게 주변 시세의 60~80% 수준의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될 예정이다. 장두홍 시 고속도로재생과장은 “창업지원을 통한 상권 활성화와 청년계층 인구 유입이 기대된다”며 “내년 10월에 착공할 수 있도록 사업추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kapsoo@fnnews.com 한갑수 기자
2020-10-21 09:36:03[파이낸셜뉴스] 인천시는 서구 석남역 일원에 추진 중인 ‘50년을 돌아온, 사람의 길’도시재생 뉴딜사업을 본격적으로 진행된다고 4일 밝혔다. 50년간 경인고속도로로 인해 정체되고 쇠퇴된 지역의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활력 회복을 위해 공공의 역할과 지원을 통해 주민 중심의 자생적 성장기반을 확충하는 사업이다. 이 사업은 면적 21만3392㎡로 국비 150억원을 포함한 300억원 규모의 도시재생뉴딜사업 및 부처협업사업, 지자체사업, 공기업 투자사업 등 총 1580억원 규모로 추진될 예정이다. 주요 사업으로는 석남거북이기지(청년창업보육시설) 및 석남어울림센터 등 거점조성, 공원·도로 등 기반시설 정비, 상권친화거리 조성, 주민공모사업을 비롯한 공동체 활성화 지원사업, 주택·상가 리모델링 지원 사업 등이 있다. 이번 사업은 2018년 8월 국토교통부 중심시가지형 도시재생뉴딜사업으로 선정되어 2018년 12월 도시재생 선도지역으로 지정됐다. 올해에는 도시재생사업 전반의 지원 및 주민의견 조정 등을 위해 현장지원센터를 개소하고, 주민 중심의 사업진행을 위한 주민협의체를 구성했다. 주민역량강화를 위하여 도시재생대학을 운영했다. 또 인천시와 서구청, LH 및 지역주민 등이 지역발전과 도시재생을 위해 도시재생활성화계획(안)을 수립했으며, 이는 국토교통부 평가 중에 있다. 시는 앞으로 ‘50년을 돌아온, 사람의 길’뉴딜사업이 이달 중 도시재생특별위원회에서 활성화계획(안)이 승인되면, 2020년부터 2023년까지 본격적인 사업을 시행할 계획이다. 최태안 시 도시재생건설국장은 “도시재생뉴딜사업으로 도시가 활성화되고, 지역 공동체가 회복되는 등 경인고속도로로 불편을 겪었던 시민들에게 좋은 계기가 될 것”고 말했다. kapsoo@fnnews.com 한갑수 기자
2019-12-04 16:21:10매년 5월 1일은 메이데이(May Day.노동절), 근로자의 날이다. 올해 근로자의 날은 징검다리 연휴와 함께 돌아왔다. 공휴일, 대선일 등이 겹치면서 최장 11일간의 '황금 연휴'를 즐길 수도 있다.아마도 이 때만을 손꼽아 기다리며 업무 스트레스를 견뎌온 직장인들도 적지 않을터. 오랫만에 돌아온 황금 연휴 동안, 국내나 해외로 여행을 떠나거나 공연.영화 등 여유를 즐길 수도 있겠지만 한 권의 책을 완독하기에도 좋은 시간이다.근로자의 날을 맞아 교보문고는 5권의 '올해의 직장인 필독서'를 내놨다. 여행지에서나 집에서나 어디서든 펼쳐 읽어볼 만한 책들이다. 세계에서 근로시간이 두번째로 많은 나라에서 매일매일 치열한 생존경쟁을 이겨내고 있는 직장인들에게 이 책들이 한 줄기 위안과 용기가 될 수도 있다. 교보문고는 올해로 5년째 매년 회원제 지식서비스 '북모닝CEO'를 통해 '올해의 직장인 필독서'를 선정하고 있다. 올해는 '인생의 발견'(시어도르 젤딘·어크로스), '컬처 DNA'(거넥 베인스·시그마북스), '재러드 다이아몬드의 나와 세계'(재레드 다이아몬드·김영사), '탁월한 사유의 시선'(최진석·21세기북스), '구글의 미래'(토마스 슐츠·비즈니스북스) 등 5권이 뽑혔다.'인생의 발견'은 우리 삶의 가장 근본적인 물음에 대해 답을 함께 찾아가는 친구 같은 책이다. 가치 있는 삶이란 과연 무엇인지, 살아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부와 가난 그리고 종교에 대해 어떻게 이해를 해야 하는지 등 누구나 한번쯤 고민해봄직한 주제들이 가득하다. 저자 시어도어 젤딘은 영국의 석학으로 유럽에서도 존경받는 역사학자다. 그는 전작 '인간의 내밀한 역사', '프랑스인' 등을 통해 인간과 삶에 오랜 기간 천착해왔으며 이 책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다. 지난 수천년간 옛사람들이 남기고 간 지혜의 정수를 찾아 종횡무진 역사를 가로지른다. 마지막 책장을 덮고나면 어둡게만 보였던 이 세상이 좀더 밝은 곳이 될 수 있으리라는 그의 믿음에 공감하게 된다.'컬처 DNA'는 같음과 다름이 반대말이 아님을 알려주는 책이다. 왜 나라마다 같은 사물을 놓고 다른 해석이 존재하는 걸까. 여기에서는 옳은 것이, 저기에서는 옳지 않은 것이 되는 이유는 뭘까. 이러한 국가간, 문화권간 차이가 발생하는 원인과 양상을 동시에 파고든다. 사실 문화 차이라는 개념이 대두된 것은 그리 멀지 않다. 가깝게는 20세기 후반부터, 멀게는 제국주의 열강이 세계 식민지화를 할 때부터였다. 그 당시로부터 시작된 문화 차이에 따른 갖가지 문제가 오늘날까지도 세계를 불행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해법은 간단하다. 서로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부터 이 문제가 시작된다는 것을 깨닫고, 각 문화권을 온전하게 이해할 때 비로소 인류는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다.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나와 세계'는 '총, 균, 쇠'로 국내에서 잘 알려진 세계적 석학 재러드 다이아몬드의 또 다른 책이다. 이런 질문을 받았다고 생각해보자. "인류에게 남은 시간이 단 50년뿐이라면 당신은 무엇을 하시겠습니까?" 머릿속은 복잡하겠지만 뾰족한 생각은 도무지 들지 않을 것이다. 세계적인 지성 재레드 다이아몬드 교수는 인류의 위기를 초래한 7가지 중대한 문제들이 무엇인지 조목조목 들여다보고 그 해결책을 찾아나간다. '문명의 붕괴' '어제까지의 세계' 등 인류가 걸어온 길과 앞으로 나아갈 길을 탐구해온 저자는 이번 책에서 우리가 맞닥뜨린 갖가지 문제에 대해 역사적.제도적.지리적 요인으로 분석한 결과물을 펼쳐놓는다. 불쑥불쑥 일상을 침범하는 불운한 소식들은 해가 바뀌어도 끊임이 없다. 연이은 대형 재난과 정치적 혼란, 추한 스캔들, 빈부의 격차와 그로 인한 사회적 문제들을 접할 때마다 왜일까 잠깐 생각해보지만 오래 가지는 못한다.'탁월한 사유의 시선'은 우리가 왜 철학을 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책이다. 흔히 우리는 내 삶의 현실적 문제들과 철학은 아주 많이 떨어져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철학은 당면한 문제와 고민을 다루는 학문이며, 실생활 속에서 실천돼야 할 일상적 활동이다. 기적과 같이 국난을 극복하고 눈부신 발전을 이뤄냈지만 21세기 들어 정체에 빠진 듯한 대한민국, 그리고 이 나라에서 살아가는 '나'를 위한 대각성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2015년 건명원에서 진행한 다섯 차례의 철학 강의를 묶은 이 책이 그 역할을 담당하려 한다.4차 산업혁명은 최근 대선 국면에서도 뜨거운 화두 중 하나다. '구글의 미래'는 최고 혁신 기업으로 꼽히는 구글의 미래 전략을 파헤친 책이다. 선진국들은 4차 산업혁명의 흐름을 간파하고 주도해나가려고 하고 있고, 이제부터라도 우리나라도 뒤따라가야 한다. 저자는 책을 쓰기 위해 구글의 내·외부 관계자 수십 명을 인터뷰해 그 조각을 이어붙여 구글의 앞으로의 행보라는 큰 그림을 그렸다. 구글이 현재 진행중인 연구와 사업, 인수합병 등이 어떤 청사진에 따라 추진되고 있는지 면밀하게 파악해나간다. 인공지능사업을 비롯해 안드로이드와 자율주행자동차, 우주 엘리베이터, 나노 알약, 생명 연장 프로젝트 등을 통해 구글은 무슨 꿈을 꾸고 있는지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2017-04-26 18:01:08매년 5월 1일은 메이데이(May Day·노동절), 근로자의 날이다. 올해 근로자의 날은 징검다리 연휴와 함께 돌아왔다. 공휴일, 대선일 등이 겹치면서 최장 11일간의 ‘황금 연휴’를 즐길 수도 있다. 아마도 이 때만을 손꼽아 기다리며 업무 스트레스를 견뎌온 직장인들도 적지 않을터. 오랫만에 돌아온 황금 연휴 동안, 국내나 해외로 여행을 떠나거나 공연·영화 등 여유를 즐길 수도 있겠지만 한 권의 좋은 책을 완독하기에도 좋은 시간이다. 근로자의 날을 맞아 교보문고는 5권의 ‘올해의 직장인 필독서’를 내놨다. 여행지에서나 집에서나 어디서든 펼쳐 읽어볼 만한 책들이다. 세계에서 근로시간이 두번째로 많은 나라(OECD 회원국 기준)에서 매일매일 치열한 생존경쟁을 이겨내고 있는 직장인들에게 이 책들이 한 줄기 위안과 용기가 될 수도 있다. 교보문고는 올해로 5년째 매년 회원제 지식서비스 ‘북모닝CEO’를 통해 ‘올해의 직장인 필독서’를 선정하고 있다. 올해는 ‘인생의 발견’(시어도르 젤딘·어크로스), ‘컬쳐 DNA’(거넥 베인스·시그마북스), ‘재러드 다이아몬드의 나와 세계’(재레드 다이아몬드·김영사), ‘탁월한 사유의 시선’(최진석·21세기북스), ‘구글의 미래’(토마스 슐츠·비즈니스북스) 등 5권이 뽑혔다. ‘인생의 발견’은 우리 삶의 가장 근본적인 물음에 대해 답을 함께 찾아가는 친구 같은 책이다. 가치 있는 삶이란 과연 무엇인지, 살아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부와 가난 그리고 종교에 대해 어떻게 이해를 해야 하는지 등 누구나 한번쯤 고민해봄직한 주제들이 가득하다. 저자 시어도어 젤딘은 영국의 석학으로 유럽에서도 존경받는 역사학자다. 그는 전작 ‘인간의 내밀한 역사’, ‘프랑스인’ 등을 통해 인간과 삶에 오랜 기간 천착해왔으며 이 책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다. 지난 수천년간 옛사람들이 남기고 간 지혜의 정수를 찾아 종횡무진 역사를 가로지른다. 마지막 책장을 덮고나면 어둡게만 보였던 이 세상이 좀더 밝은 곳이 될 수 있으리라는 그의 믿음에 공감하게 된다. '컬처 DNA'는 같음과 다름이 반대말이 아님을 알려주는 책이다. 왜 나라마다 같은 사물을 놓고 다른 해석이 존재하는 걸까. 여기에서는 옳은 것이, 저기에서는 옳지 않은 것이 되는 이유는 뭘까. 이러한 국가간, 문화권간 차이가 발생하는 원인과 양상을 동시에 파고든다. 사실 문화 차이라는 개념이 대두된 것은 그리 멀지 않다. 가깝게는 20세기 후반부터, 멀게는 제국주의 열강이 세계 식민지화를 할 때부터였다. 그 당시로부터 시작된 문화 차이에 따른 갖가지 문제가 오늘날까지도 세계를 불행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해법은 간단하다. 서로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부터 이 문제가 시작된다는 것을 깨닫고, 각 문화권을 온전하게 이해할 때 비로소 인류는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다.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나와 세계'는 '총, 균, 쇠'로 국내에서 잘 알려진 세계적 석학 재러드 다이아몬드의 또 다른 책이다. 이런 질문을 받았다고 생각해보자. "인류에게 남은 시간이 단 50년뿐이라면 당신은 무엇을 하시겠습니까?" 머릿속은 복잡하겠지만 뾰족한 생각은 도무지 들지 않을 것이다. 세계적인 지성 재레드 다이아몬드 교수는 인류의 위기를 초래한 7가지 중대한 문제들이 무엇인지 조목조목 들여다보고 그 해결책을 찾아나간다. '문명의 붕괴' '어제까지의 세계' 등 인류가 걸어온 길과 앞으로 나아갈 길을 탐구해온 저자는 이번 책에서 우리가 맞닥뜨린 갖가지 문제에 대해 역사적.제도적.지리적 요인으로 분석한 결과물을 펼쳐놓는다. 불쑥불쑥 일상을 침범하는 불운한 소식들은 해가 바뀌어도 끊임이 없다. 연이은 대형 재난과 정치적 혼란, 추한 스캔들, 빈부의 격차와 그로 인한 사회적 문제들을 접할 때마다 왜일까 잠깐 생각해보지만 오래 가지는 못한다. '탁월한 사유의 시선'은 우리가 왜 철학을 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책이다. 흔히 우리는 내 삶의 현실적 문제들과 철학은 아주 많이 떨어져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철학은 당면한 문제와 고민을 다루는 학문이며, 실생활 속에서 실천돼야 할 일상적 활동이다. 기적과 같이 국난을 극복하고 눈부신 발전을 이뤄냈지만 21세기 들어 정체에 빠진 듯한 대한민국, 그리고 이 나라에서 살아가는 '나'를 위한 대각성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2015년 건명원(建明苑)에서 진행한 다섯 차례의 철학 강의를 묶은 이 책이 그 역할을 담당하려 한다. 4차 산업혁명은 최근 대선 국면에서도 뜨거운 화두 중 하나다. '구글의 미래'는 최고 혁신 기업으로 꼽히는 구글의 미래 전략을 파헤친 책이다. 선진국들은 4차 산업혁명의 흐름을 간파하고 주도해나가려고 하고 있고, 이제부터라도 우리나라도 뒤따라가야 한다. 저자는 책을 쓰기 위해 구글의 내·외부 관계자 수십 명을 인터뷰해 그 조각을 이어붙여 구글의 앞으로의 행보라는 큰 그림을 그렸다. 구글이 현재 진행중인 연구와 사업, 인수합병 등이 어떤 청사진에 따라 추진되고 있는지 면밀하게 파악해나간다. 인공지능사업을 비롯해 안드로이드와 자율주행자동차, 우주 엘리베이터, 나노 알약, 생명 연장 프로젝트 등을 통해 구글은 무슨 꿈을 꾸고 있는지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2017-04-26 14:41:30\r \r 國手조훈현 "죽을 힘을 다해 싸웠다면, 그것으로 이긴 것이다"다섯살, 바둑과 만나다목포 재벌집 자식이던 아버지는 사업에 실패한 후 바둑을 두기 시작하셨다. 그때부터 아버지를 따라 기원에 다녔다.나의 스승, 세고에 겐사쿠 그 분은 제자들에게 바둑보다 당신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줬고, 인격을 배우게 하셨다. 그 분의 정신세계는 아직도 내 안에 흐르고 있다.1989년 9월, 역사적 한수세계프로바둑선수권대회에서 중국의 고수를 누르고 승리했다. 최후의 한수를 어떻게 생각해냈는지 지금도 모르겠다. 내가 답을 찾은 게 아니라 생각이 답을 찾아냈다.패배가 가르쳐 준 것전성기는 짧았다. 열다섯살 제자 이창호에게 타이틀을 하나씩 내줬다. 올라갈 땐 정상만 보였다. 내려오니 오히려 마음이 편했다. 나도 질 수 있다는걸 깨달았다.고수에게 다시 바둑을 묻다바둑은 체력이다. 아무리 관록이 깊어도 젊음을 이길 수 없다. 나는 아직 현역이다. 그만둘 이유가 없다. 바둑이 100이라면 이제 고작 2~3을 아는 것 같다. 예전엔 이기기 위해 뒀다면 이젠 바둑이 좋아 둔다. \r \r \r \r \r \r \r \r \r \r \r 국내 모든 타이틀을 차지하며 한국 바둑계를 평정했던 조훈현 국수는 "예전엔 이기기 위해 뒀다면 이젠 바둑이 좋아서 둔다"며 "고수가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예의는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박범준 기자 \r \r \r \r \r \r 바둑의 총량이 100이라면 이제 겨우 2~3을 깨우쳤다고 했다. 그는 대한민국의 '국수(國手)'다. 바둑의 실력이 한 나라에서 가장 높은 사람을 칭하는 말이다. 최고령, 예순일곱 나이에 왕좌전에 오른 일본의 후지사와 명인은 바둑을 얼마나 아느냐는 물음에 "100 중에 6~7밖에 모른다"고 답했다고 한다. 그 말에 한국의 국수가 웃었다. "6~7이면 엄청 많이 아시는 거죠. 나는 고작 2~3밖에 모르겠는데." 국수 조훈현(62)을 서울 평창동 그의 자택에서 만났다. 바둑계에서 그는 '살아있는 역사'다. 아직도 깨지지 않은, 세계 최연소인 아홉살에 바둑 프로기사로 입문했고 세계 최다승(1938승), 세계 최다 우승(160회) 기록을 보유해 '전설의 승부사'로 불린다. 그리고 50년이 흘러 백발이 성성한 지금도 여전히 현역으로 활동 중이다.―바둑은 어떻게 처음 접했나.▲할아버지가 전남 목포에서 소위 재벌이었다. 나의 아버지는 3남 중 막내였는데 아들 셋을 모두 일본으로 유학 보낼 능력이 있을 만큼 풍족한 집안이었다. 일본에서 유학하면서 아버지가 바둑을 알게 됐다. 내가 태어나고 전쟁통에 제주도로 피란을 가고 하면서 가세가 기울었다. 사업에 실패한 아버지가 할 일이 없어지다보니 바둑을 두기 시작했는데 그때부터 아버지를 따라 기원을 다녔다. ―몇 살부턴가.▲다섯살 무렵이다. 어린애가 바둑을 둔다고 하니 할아버지들이 귀엽다고 매일 바둑을 두자고 했다. 지겨워서 두다 말고 도망가면 그런 나를 붙잡으려고 용돈도 주고, 과자도 사줬다. 과자 먹고 한 수 두고, 100원 용돈 받으면 두 수 두고 하면서 점차 실력이 늘었다.―신동이었나.▲그랬던 것 같다. 당시 바둑은 일본의 정석을 많이 따랐는데 나는 단지 이기기 위해 내 멋대로 두다보니 어른들이 당해내질 못했다. 만 여섯살이 됐을 때 재주가 있으니 서울서 가르쳐보라는 말을 듣고 아버지가 무작정 서울로 이사를 왔다. 열살이 되던 해 그는 일본으로 유학을 떠나 일본의 세고에 겐사쿠 명인의 내제자(스승의 집에서 동거하며 바둑을 배우는 제자)가 된다. 열여덟살 군 입대를 위해 한국에 돌아올 때까지 세고에의 마지막 내제자로 9년을 함께 살았다. 한국말을 모두 잊어버릴 만큼 긴 시간이었다.―너무 어린 나이다. 바둑이 그렇게 좋았나.▲바둑이 좋고 나쁘고를 생각해 본 적 없다. 바둑을 제일 잘해서 갔고, 제일 잘 두려고 갔다. 오로지 바둑만이 내 길이라고 생각해서 다른 생각은 하지 않았다. 일본어도 배워야 하고, 바둑도 배워야 해서 외로움을 느낄 틈도 없었다.―스승은 어떤 분인가.▲나를 포함해 단 세 명의 제자를 받으셨고 모두 일류로 키워내셨다. 그분은 9년 동안 바둑은 물론 바둑을 대하는 자세, 그 정신세계까지 주셨다. 앞에 앉혀놓고 일일이 가르치고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는 모습, 당신의 인성, 인품, 인격을 늘 보여주면서 제자가 보고 배우게 하신 것이다. 그렇게 스며든 그분의 정신세계는 지금도 내 안에 흐르고 있다.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1980년부터 국내 기전을 전부 휩쓸며 1986년까지 세 차례나 한국기전 전관왕에 올랐다. 최고 11관왕까지 국내 모든 타이틀은 전부 조훈현의 차지였다. 그리고 1989년 9월, 한국 바둑 70년 역사상 최고의 사건을 만든다. 세계 프로바둑선수권 대회인 제1회 응창기배에 진출, 중국의 고수 녜웨이핑을 누르고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조훈현이 거둔 승리는 그의 이름을 세계에 알릴 뿐 아니라 변방으로 평가받던 한국 바둑을 단숨에 세계 정상으로 끌어올린 역사적 사건이기도 했다. 그날 조훈현과 녜웨이핑의 결승 기보(바둑을 둔 내용을 기록한 것)는 인기 드라마 '미생'의 원작 웹툰에도 등장한다. \r \r \r \r \r \r \r \r \r \r \r \r \r \r ―승리를 만든 최후의 한 수를 기억하나.▲상대는 잔펀치를 날리다 마지막 KO펀치를 날리려고 하는 중이었고, 나는 잔펀치를 맞다가 정신을 번뜩 차린 상황이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막다른 골목에 서 있었다. 죽기 살기로 둬야 한다고 생각하는 순간, 최후의 한 수가 보였다. 어떻게 생각이 났는지는 지금도 모른다. 내가 답을 찾은 것이 아니라 생각이 답을 찾아낸 것이다. 그는 최근 발간한 '고수의 생각법'이라는 책에서 그 순간을 이렇게 회상했다. "나는 고요한 생각의 결 안으로 들어갔다. 거칠었던 호흡이 편안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순간 주변의 모든 것이 사라졌다. 조바심도, 초조함도, 이기고 싶어하는 욕망도 사라졌다. 바둑과 나, 단 둘만 남았다. 그 절대적인 고요의 순간, 모든 것이 선명하게 보였다." 하지만 그의 전성기는 길지 못했다. 불과 5개월 후 열린 제29기 최고위전에서 43세의 조훈현은 15세의 제자 이창호에게 챔피언 자리를 내준다. 1984년 내제자로 그를 받아들인 지 6년 만의 일이다. 그리고 이후 5년 동안 이창호는 조훈현이 가졌던 모든 타이틀을 하나씩 가져갔다. 1995년 2월, 마지막 남은 대왕 타이틀을 빼앗기던 날, 그는 20년 만에 무관 신세로 전락했다.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었을 것 같다.▲무관 신세가 돼서 집으로 돌아오는데 이상하리만치 홀가분했다. 정상에 오를 때는 정상만 보며 올랐고, 오르기만 하다보니 진다는 걸 몰랐다. 하나둘씩 뺏길 때는 불안에 떨었는데 더 이상 아무것도 잃을 게 없으니 오히려 편해졌던 것 같다. ―어떻게 그렇게 긍정적일 수 있나.▲아무리 해도 못 이기는 걸 속상해하면 뭐하나. 그때부터 내가 언제든 질 수 있는 사람이란 걸 받아들였다. 어차피 지는데 한 번이라도 이겨보자. 열 번 지는 건 당연한 거고 한 번 이기면 득이라는 마음을 가졌다. 그러니 편안해지고 엔도르핀이 도니 체력도 좋아졌다. 자연스레 경기도 잘 풀리기 시작했다. 그는 이후 더 열심히 대회에 참가했다. 1996년에는 사흘에 한 번꼴로 대회에 나갔다. 수없이 지면서도 웃음이 많아졌다. 그리고 1998년 국수전에서 다시 이창호를 만나 그를 꺾는다. 조훈현은 자신의 책에서 그 순간을 이렇게 회상했다. "(이)창호를 이기는 게 중요한 건 아니었다. 나는 그저 다시 정상에 올라갈 수 있다는 게 중요했다. 물론 정상에 올라도 곧 떨어질 수 있는 운명이지만, 적어도 호락호락하게 물러서지는 않음으로써 나 자신을 증명해 보였다는 데 의미가 있었다." 그가 여전히 현역으로 활동 중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스포트라이트가 모두 사라진 곳에서 전설은 여전히 자신의 길을 걷고 있다. 예전에 이기기 위해 뒀다면, 이제는 바둑이 좋아서 둔다. 그는 "고수가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예의는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고 했다. \r \r \r \r \r \r \r \r \r \r \r \r \r \r ―바둑은 체력 싸움이라고 들었다.▲체력이 있어야 정신력이 따라온다. 그래서 바둑은 아무리 경험과 관록의 깊이가 깊다 해도 젊음을 이길 수가 없다.―은퇴할 생각은 없나.▲왜 그만둬야 하나. 나는 아직 선수다. 우승을 못해 관심을 받지 못할 뿐 누구보다 열심히 바둑을 두고 있다. 바둑은 자신이 원하면 언제까지고 계속 활동할 수 있는 스포츠다. 이제 이기고 지는 건 중요하지 않다. 내가 해야 할 일, 걸어야 할 길을 최선을 다해 갈 뿐이다.―60년 바둑을 둬보니 어떤가.▲처음 배울 때는 알 것 같았고, 점점 더 깨우칠 때는 다 아는 것 같지만 정상에 막상 올라서고 보니 그때부터 아무것도 안 보였다. 남의 수를 익혀 올라갔지만 정상에 오른 후부턴 나의 새로운 수를 찾고 개발해야 하니 막막했다. 바둑은 갈수록 어렵다. 바둑이 100이면 이제야 고작 2~3을 아는 것 같다. ―너무 겸손한 거 아닌가.▲깨달음이다. "나 이렇게 바보야"라고 얘기할 수 있는 것. 그 자체를 깨닫는 것이 고수다. 그래서 더 노력하고, 그만큼 더 내려놓을 수 있다. ―바둑과 함께한 인생은 어땠나.▲바둑판에서 얻은 깨달음이지만 어느 인생이나 근본은 같다. 대통령도, 길거리 노숙자도 인생이 힘든 것에는 큰 차이가 없다. 몸이 힘드냐, 마음이 힘드냐의 차이 정도가 있을까. 그렇게 본다면 어차피 힘든 길, 조금이라도 즐겁도록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긍정적 생각을 갖고 어디서나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인터뷰를 마치고 그의 책에 사인을 청했다. '무심(無心)', 직접 쓴 글자가 눈에 띄었다. 이겨야겠다는 욕심을 비워내고 평상심으로 최선을 다하기 위한 좌우명이라고 했다. 말머리에 밑줄을 그어두었던 구절을 다시 읽었다. "죽을 힘을 다해 싸웠다면, 그것으로 우리는 이긴 것이다." 전설의 승부사가 인생을 통해 몸소 보여준 말이 가슴 찡한 위로를 안겼다. seilee@fnnews.com 이세경 기자△62세 △전남 목포 △1962년 9세 나이로 프로 입단 △1966 일본기원 초단 △1980년 한국바둑 전관왕(9관왕) △1982년 9단 승단, 한국바둑 전관왕(10관왕) △1986년 한국바둑 전관왕(11관왕)△1989년 제1회 응창기배 우승 △2002년 바둑문화상 우수기사상, 은관문화훈장 △2010년 제1기 대주배 시니어최강자전 우승 △2013년 바둑대상 시니어기사상, 제4회 대주배 시니어 최강자전 우승, 바둑nTV배 팀서바이벌 우승 △2014년 시니어 바둑 클래식 시니어기왕전 우승, 국수산맥 국제바둑대회 국제페어바둑대회부문 우승 △2015년 시니어 바둑 클래식 왕중왕전·시니어기성전·시니어국기전 우승 \r \r
2015-08-02 16:24:34▲ 3년 전 '만화방창' 전시 후 아프리카를 여행하며 바라봤던 삶의 치열한 현장을 화려한 원색으로 경쾌하게 풀어낸 화가 사석원이 자신의 그림 앞에서 "하쿠나마타타, 다 잘될 것"이라며 해맑게 웃고 있다. '다 그래를 뒤집어라' '올레∼' 최근 유행하는 KT 광고 시리즈는 습관적으로 당연하다고 믿는 '다 그래'를 가볍게 깨뜨린다. 혁신은 '다 그래'란 생각에 의심을 품고 뒤집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미술시장의 블루칩 작가 사석원(50)도 역발상으로 성공했다. 지금은 현란한 색채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서양화가 같지만 그에게 장르 구분은 무의미하다. 이미 20여년 전 '한국화는 다 그래'를 뒤집었다. 색에 대한 독한 갈증이 있었다. 1989년 서울 관훈동 송원화랑(현 노화랑)에서 첫 개인전 때 한지에 과슈·유화·아크릴을 사용한 그림을 내놓았다. 대학에서 한국화를 전공하고 화가로 데뷔무대였던 이 전시는 고정관념을 깨버렸다. 수묵화와 달리 톡톡 튀는 색감이 화려한 그림은 의외로 반응이 대단했다. 작품은 첫날 다 팔렸다. 그의 인생에 찬란한 빛이 함께하는 순간이었다. 사석원은 1984년 포장마차 풍경을 담은 수묵담채화로 대한민국 미술대전 대상을 수상한 '스타 작가' 원조다. 당시 전두환 정권 인재관리정책 수혜로 대상 수상과 함께 군면제 '1호'이자 마지막 행운아다. 상금 500만원, 5년간 직업을 바꾸지 않는다는 조건이었다. 당시 500만원은 대형 아파트 한 채 값이었다. 국비장학생으로 프랑스 파리에 유학을 갔다. 파리8대학에서 원시미술을 전공했다. 그가 최근 '하쿠나마타타'(스와힐리어로 '걱정마세요. 다 잘될 겁니다'란는 뜻) 하며 나타났다. 세상 끝을 경험해 본 사람은 어린아이의 얼굴을 닮는 것일까. '만화방창' 금강산 그림으로 돌풍을 일으킨 후 3년 만에 다시 동물 그림으로 전시장에 돌아온 그는 지천명의 나이답지 않게 해맑았다. 두려움은 의심에서 오는 것. 1년의 반을 여행 다니며 기쁘면 기쁜 대로 슬프면 슬픈 대로 삶에 순응하는 법을 배웠다. 닭, 호랑이, 당나귀, 올빼미. 따뜻하고 해학적이면서 세련된 원시성을 지닌 동물 그림으로 유명한 그는 이제 이름 석자만으로 미술시장 바코드가 됐다. 수더분하고 소탈해 보이는 그는 '다 그래'를 뒤집은 것처럼 '거꾸로 디자인된' 안경을 쓰고 있다. 평범하지 않다는 증표 같았다. ―그림엔 아프리카에 다녀온 흔적이 역력하다. ▲3년 전 '만화방창' 전시가 끝난 후 아프리카 케냐, 탄자니아로 여행을 갔다. 그곳에서 질긴 생명력의 근원을 느꼈다. 아프리카에선 삶과 죽음의 경계선을 도처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버팔로를 물어뜯는 사자, 누 떼가 바다를 건너는 순간 악어가 나타나 잡아먹는 광경 등 곤두선 삶의 비늘들을 숨막힌 채 바라봤다. 힘센 자에게 희생당하지 않으려고 단 1초도 긴장을 늦추지 않는 동물들의 모습을 보면서 산다는 것의 강한 고뇌를 느꼈다.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삶은 지금도, 이 순간에도 지워지고 있다. ▲ ▲ 하쿠나 마타타/왕의귀환/195x120cm/2009 ―캔버스가 아니라 칠판에 그린 그림, 이유는 무엇인가. ▲칠판 그림은 2010년 한정판이다. 더 이상 이 작업은 하지 않을 것이다. 삶의 고통과 환희를 함께 표현하고 싶어 선택한 재료다. 아프리카서 느낀 생존 문제를 고민하다 타국에 와서 고생하는 외국인노동자를 생각했다. 가난한 외국인노동자들의 처절한 존재감과 아프리카 초원에서 생존투쟁을 벌이는 야생동물의 존재감이 중첩됐다. 2007년 말부터 인천 남동공단 등지를 찾아다니면서 칠판에다 모국어로 짧은 글을 써 달라고 했다. 고통이나 원망보다는 가족에 대한 그리움, 모국에 대한 자부심, 더 나은 삶을 살고자 하는 희망이 주를 이뤘다. 그래서 삶은 살 만한 것이다. 글을 받은 40∼150호짜리 칠판을 코팅한 후 동물과 인물이 어우러진 원색의 화려한 그림을 그렸다. ―현란한 원색, 아낌없이 바른 물감, 재료비 만만치 않을 것 같다. ▲물감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긴 한다.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에서 수입해서 쓴다. 물감은 유독 어느 한 색이 먼저 없어질 때가 많은데 그 한 색을 위해 물감을 주문하는 일이 쉽지 않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물론 국내 물감도 써 봤지만 느낌과 질이 다르다. 색을 섞지 않는 것도 원시성 그대로, 생생한 생명력을 그대로 전달하는 의미다. 팔레트를 쓰지 않는다. 튜브를 화면에 팍팍 튀겨 저절로 그려지는 순수함이 좋다. 두툼한 물감이 마르려면 한 50년은 걸릴 것이다. 아마 내가 살아있는 동안에도 마르지 않을 것 같다. ―가나아트센터의 오랜 전속 작가다. ▲1988년에 가나화랑 전속 작가가 됐다. 그땐 '구름 위를 걷는다는 게 이런 거구나'를 느낄 정도였다. 파리 유학 당시 가나화랑을 처음 알았다. 당시 피악(FIAC·세계 3대 아트페어)에 한국 화랑으로는 유일하게 가나가 최종태 작품으로 참가했다. 그때 프랑스에는 그랑팔레에서 박생광 화백 회고전이 열려 파리 시내에 포스터가 가득했었다. 이 두 가지 일은 내게 사건 같은 충격이었다. 가나화랑은 대단한 이미지로 내게 새겨졌다. 1988년 귀국 후 입시학원 강사를 하다가 이렇게 살면 안되겠다 싶어 포토폴리오를 만들어 무작정 가나화랑을 찾아갔다. 이호재 사장은 앨범을 보더니 실물을 봐야 알 것 같다며 연락하겠다고 했지만 보름이 지나도 연락이 없었다. 바닥난 용기를 긁어모아 작품을 싣고 갔다. 당시 작품을 실을 용달비는 갈 돈만 있고 올 돈은 없었다. 거부하면 버리고 오겠다는 각오였다. 그런데 이 사장이 그림을 보더니 전속작가로 허락을 했다. 전업작가의 길로 들어선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였다. ―사석원에게 화가란. ▲아프리카 사막을 건너가는 거북이들을 본 적이 있다. 느린 걸음으로 사막을 건너려면 얼마나 힘이 들까 생각했다. 화가들의 삶은 녹록지 않은 예술의 길을 힘들게 헤쳐 나가는 느린 거북이와 같다. 화가는 모든 사람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사회적으로 힘들 때 작가로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고민했다. 이번 전시는 불황으로 지친 이들에게 힘이 되고 한번쯤 웃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전시가 끝나면 또 새로움을 찾기 위해 다시 아프리카로 떠날 계획이다. 앞으로 좀 더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다. 언젠가 묵화를 할 것이다. 그의 작품은 두려움 없는 대담한 붓질로 역동적이다. 유쾌하고 경쾌하게 표현되어 동화 같기도 하지만 온몸의 태엽을 한번 감아주듯 응집된 에너지가 전달된다. 튄들 어쩌랴. 순수한 날것 그대로의 생동감 넘치는 원색조와 의도하지 않는 형태미학은 자유로움과 기운생동을 더욱 부추긴다. 사석원 16회 개인전 '하쿠나마타타'는 24일부터 부산 중동 가나아트 부산, 26일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4월 18일까지 열린다. /hyun@fnnews.com 미술칼럼니스트
2010-03-25 16:3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