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10일 홍콩H지수 연계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 판매 사태와 관련 "제도를 어떻게 바꿀지 논의하고 있다"면서 "의견이 나뉘는 부분이 있어서 공청회를 거치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은행에서 고위험 상품을 팔기 위해 고객을 고위험군으로 내몬 것 아니냐는 더불어민주당 박상혁 의원의 질의에 "ELS 사태 이후 고위험 상품에 대해 유의하고 있다"며 이같이 답변했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업무현황 자료에서 만기 손실이 확정돼 자율배상에 동의한 소비자들은 지난달 13일 기준 판매사들로부터 손실금액의 평균 31.6%를 자율배상 받았다고 보고했다. 홍콩H지수 연계 ELS 계좌 중 손실이 확정된 계좌 17만 건 중 81.9%인 13만9000건과 관련해 소비자들이 배상에 동의했다. 손실이 확정된 계좌의 원금은 10조4000억원, 손실금액은 4조6000억원이다. 금융당국은 홍콩 H지수 ELS의 손실이 확대됨에 따라 현장검사를 실시하고 지난 3월 자율 배상을 위한 분쟁조정기준안을 발표한 바 있다. 금융당국은 고난도 상품 판매 관련 다양한 전문가 의견과 해외사례를 검토해 재발 방지 방안 마련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김 위원장은 이날 국정감사 인사말에서 "최근 ELS 사태와 관련해 피해자에 대해 자율배상 등 보호조치를 시행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2024-10-10 15:52:58[파이낸셜뉴스]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을 발행한 A 증권사는 발행 당시 금융위원회에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손실위험 분석기간을 과거 20년으로 명시했다. 그러나 해당 상품을 판매하는 B 은행은 운용자산설명서 작성시 손실위험 분석기간을 10년으로 줄여 잡았다. 이로 인해 홍콩H지수가 고점 대비 4분의 1 토막 난 2007~2008년 금융위기 기간이 손실위험 분석기간에서 제외되면서 손실위험은 0%으로 축소 기재됐다. B은행은 더 나아가 영업점에 배포한 안내자료(과거 10년간 손실발생 0건) 및 권유멘트(과거 10년 동안 원금손실이 단 한번도 없었던 검증된 상품입니다)를 통해 해당 상품이 안전상품이라고 고객들에게 설명하도록 유도했다. #지난 2021년 1월 C은행 판매직원은 투자자 D씨 투자성향 분석 결과가 주가연계신탁(ELT) 가입이 불가한 위험중립형으로 나오자 "가입이 불가하다"고 안내하고 나서 작은 목소리로 '이 상품에 가입하고 싶어요'라고 말하라고 유도했다. 판매직원이 이처럼 무리한 영업을 한 이유는 C은행이 과도한 영업목표를 설정하고 성과지표를 부적절하게 설계해 전사적으로 해당 상품 판매를 독려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C은행의 2021년 영업점 성과평가지표(KPI)에서 ELT 판매와 직·간접적으로 연동되는 지표의 배점 비중은 60% 이상이었다. 2021년 신탁수수료 목표 증가율은 전년 예상실적 대비 20%를 상회했다. #지난 2021년 3월 E은행 판매직원은 영업점을 찾은 87세 고령 투자자 F씨의 투자성향 분석을 진행했다. 투자성향 분석을 마친 뒤 판매직원은 F씨에게 '예금을 선호하는 것으로 체크하면 홍콩H지수 기초 ELS 상품 가입이 안되기 때문에 가입할 수 있도록 투자성향을 상향했다'고 안내했다. 지난 2021년 6월 G은행 영업점에서도 고령 투자자의 투자성향 분석을 조작하는 등 무리한 영업행태가 벌어졌다. G은행 판매직원은 투자성향 분석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87세 H씨가 청력이 약해 '들리지도 않고 알지도 못하겠다'는 취지로 얘기했는데도 '이해했다'고 답할 것을 반복 요청했다. '중도해지수수료'에 대해서도 '가능하면 해지하면 안된다는 내용'이라고 거짓 설명했다. E은행과 G은행 모두 해당 연도 신탁수수료 목표를 전년 예상실적 대비 20~40% 이상 대폭 상향 설정한 상태였다. 올해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에서 약 6조원의 대규모 손실이 예상되는 가운데 H지수 기초 ELS 판매사들이 투자자 손실 위험이 확대되는 시기에도 판매한도를 오히려 확대하거나 영업 목표를 과도하게 설정하는 등 전사적으로 상품 판매를 독려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별 영업점에서도 투자자 성향 분석 결과를 왜곡하거나 고객 대신 대리 가입 또는 허위녹취를 진행하는 등 불완전판매 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판매사 위법사례 '천태만상'..변동성 커지는데 오히려 '판매한도' 확대 금융감독원은 11일 "홍콩H지수 기초 ELS 판매사 11곳에 대해 현장검사 및 민원조사를 실시한 결과 본점의 판매시스템 설계 미흡으로 인한 판매규제 위반 및 일선 판매현장의 다양한 불완전판매 사례 등 위법·부당사항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1월 8일부터 이달 8일까지 2개월 간 5개 은행(국민, 신한, 하나, 농협, SC제일)과 6개 증권사(한국투자, 미래에셋, 삼성, KB, NH, 신한) 등 총 11개 주요 판매사에 대해 현장검사 및 민원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금감원 측은 "지난 파생결합증권(DLF) 및 사모펀드 사태 이후 금융소비자법 등 소비자 보호 규제 및 절차가 대폭 강화됐지만 이같은 소비자 보호장치들이 실제 판매 과정에서 충실히 작동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현장검사 및 민원조사 결과 △본사 차원에서 무리한 실적경쟁 조장(판매정책·고객보호 관리체계 미흡) △고객 투자성향 고려 소홀(판매시스템 부실) △영업점 단위 불완전판매 등 문제가 포착됐다. 우선 판매사들은 H지수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시기에 오히려 영업 목표를 상향하고 영업점에서 ELS 판매를 확대하도록 성과지표를 설계해 전사적으로 판매를 독려한 것으로 드러났다. 예를 들어 A은행의 경우 주가연계신탁(ELT) 등 고위험 특정금전신탁에 대해 신탁수수료의 최대 2배를 성과이익으로 평가해 고위험 상품 판매를 유도했다. 일부 판매사는 주가지수 변동성이 커질 경우 판매한도를 감축하도록 규정한 내부 리스크관리기준을 변경, 판매한도를 분기별 목표의 50%에서 80%로 확대하기도 했다. 금융투자상품의 선정·판매·사후관리를 책임지는 비예금상품위원회도 형식적으로 운영하고 모니터링 역시 소홀히 해 고객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것을 막지 못했다. 고객 투자성향 상향해 가입시켜..영업직원이 대리가입도 위험상품 투자에 적합하지 않은 고객에게 상품판매가 가능하도록 상품판매 기준을 임의조정한 사례도 확인됐다. 일부 판매사들은 투자자 성향분석 시 필수 확인 항목을 누락하고, 고난도 장기위험상품에 부적합한 투자자에게 판매가 가능하도록 판매시스템을 설계하기도 했다. ELS 상품 판매시 설명해야 하는 손실위험 시나리오, 투자 위험 등급 유의사항 등을 누락하거나 왜곡하는 사례도 확인됐다. 본사가 실적 올리기에 급급하다 보니 개별 영업점에서도 판매과정에서 다양한 형태의 불완전판매가 발생했다. 예를 들어 안정적 성향의 투자자에게 투자성향을 상향하도록 유도하거나 영업점 방문이 어렵다는 투자자를 대신해 투자성향진단설문지, 상품가입신청서 등을 대리작성·서명하는 사례들이 발견됐다. 금감원 측은 "이번 검사 결과 확인된 위법부당행위에 대해서는 관련 법규 및 절차에 따라 엄중 조치할 예정"이라며 "다만 해당 판매사가 고객 피해 배상과 검사 지적사항 시정 등 사후 수습 노력을 할 경우 참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한 금감원은 금융위원회와 이번 검사결과를 면밀히 분석하고 ELS 등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판매제도를 종합적으로 진단해 제도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다. 금감원 측은 "이같은 사태의 재발 방지에 초점을 두고 해외사례 연구 및 전문가 의견 수렴 등을 거쳐 금융소비자 보호와 금융산업 발전을 균형있게 고려한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2024-03-11 00:32:48[파이낸셜뉴스]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대규모 손실을 앞두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이달 초 언급한 '자율 배상'에 대한 금감원과 판매 금융회사의 의견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금감원은 소비자 편익을 고려해 배상기준안이 마련되기 전 금융회사가 인정하는 만큼이라도 민원인에게 선(先)배상하면 좋겠다는 입장이지만 금융회사는 이를 보수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올 들어 홍콩H지수 ELS 손실규모가 5000억원을 넘어선 가운데 금감원은 이번 주 2차 현장검사에 돌입, 이르면 이달 말 책임분담 기준안을 내놓겠다는 계획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홍콩H지수 ELS 사태와 관련 이 원장이 자율 배상을 언급한 데 대해 "누수가 발생하면 관리사무소가 나서서 어디가 누수됐는지, 얼마를 배상해야 하는지 정리할 수 있지만 가해자와 피해자 간 해결하는 방법도 있는 측면"이라며 "알아서 서로 잘 해결되면 좋은데 서로 의견이 맞지 않으면 관리 사무소가 나서야 한다"고 설명했다. 당사자 간 상호 합의만 선행된다면 제3기관인 금감원을 끼지 않아도 된다는 설명으로 이를 통해 불필요한 행정 비용 등을 아낄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는 막대한 손실로 인해 괴로움을 호소하고 있는 투자자를 위한 방침으로 해석된다. 이 원장이 지난 5일 '2024년 금감원 업무계획 브리핑'에서 "금융사들도 (불완전판매 혐의를) 인정하는 부분이 있다. 배상 규모가 일부 차이가 있더라도 금융사들이 수긍하고 자발적으로 일부를 배상해주면 소비자 입장에서 일단 유동성이 생길 수 있다"고 언급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다만 판매 금융회사에서는 금감원이 주문하는 선배상, 자율 배상 방침에 대해 난색을 표하고 있다. 공모펀드인 홍콩H지수 ELS 배상 비율을 일률적으로 정하기 어렵고 자칫 주식회사로서 배임 문제가 불거지거나 자본시장법에도 위배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아직 불완전 판매 여부조차 갈리지 않았는데 배상부터 하라는 건 선후 관계가 잘못됐다"며 "너무 많이 배상했다고 판단되면 나중에 돌려줄 것도 아니고 금융회사에서 부담해야 하는 금액이 너무 크다"고 토로했다. 결국 금융당국이 마련하는 책임분담 기준안이 가이드라인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금감원은 이달 중 책임분담 기준안 발표 목표로 오는 16일 2차 현장검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홍콩H지수 ELS 판매 과정에 있었던 본점 차원 문제를 점검하고 민원인과 은행, 금감원이 삼자대면하는 방식으로 진행 중인 민원조사를 지속해 영업점 차원 문제도 유형화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장 검사와 민원 사례를 바탕으로 최선을 다해 기준안을 만들겠다"고 했다. seung@fnnews.com 이승연 서혜진 기자
2024-02-13 16:14:47[파이낸셜뉴스] 이번 설 연휴 밥상에선 통상적인 정치·경제 이야기 외에 특정 현안이 입에 오르내렸다. 홍콩H지수 기초 ELS(주가연계증권) 상품이다. 올해 7조원 내외가 손실로 증발할 것이라는 불안이 퍼져있어서다. 11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심상치 않는 손실 규모에 대통령실도 불완전판매에 초점을 두고 살피고 있지만, 뾰족한 해법이 나올지는 장담키 어렵다는 분위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5대 은행이 판매한 홍콩ELS 중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상품은 총 15조4000억원 규모다. 상반기에만 10조2000억원이 고객에게 상환될 예정인데, 손실률이 절반이 넘을 공산이 큰 상황이다. 당장 지난 2일까지 만기가 찬 7061억원의 경우 상환액은 3313억원에 그쳐 평균 손실률이 53.1%다. 이대로라면 올해 홍콩ELS 가입자의 투자원금 7조원 내외가 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은행권과 홍콩ELS 가입자들 간에 분쟁이 커지자 금융감독원이 조사에 나섰다. 불완전판매 여부 등을 살펴 합당하게 손실을 배분하는 분쟁 배상안을 마련키 위해서다. 이복현 금감원장이 지난 4일 KBS에 출연해 불완전판매 사례들을 확인했다고 밝히면서, 이번 설 연휴 이후 1차 검사 결과를 발표하고 추가 검사에 돌입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경우 내달 안에는 배상안이 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복수의 대통령실 관계자들에 따르면 2~3월에 만기가 도래하는 홍콩ELS 상품이 상당한 만큼, 그 전에 어떤 식이든 메시지와 해결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는 게 대통령실과 정부의 인식이다. 일단 초점을 맞추는 건 불완전판매다. 금감원 조사가 완료되진 않았지만, 이 원장이 밝힌 것과 같이 원금 보장과 수익률 등을 과장하는 상품 설명과 홍보 사례들이 상당히 확인됐다는 점에서다. 또 정부로서는 불완전판매가 확인되는 것이 뚜렷한 분쟁 배상안을 마련하는 데 용이하다는 이유도 있다. 변수는 불완전판매 사례의 비중이다. 만일 전체 홍콩ELS 가입자 중 불완전판매라고 판단되는 비율이 소수일 경우, 분쟁 배상안을 마련하는 것이 정부로서는 쉽지 않아진다. 은행권에 과징금을 부과하거나 배상을 요구할 명분을 구하기 어려워서다. 정부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명백하게 불완전판매라고 볼 수 있는 사례들이 그렇게 높은 비율은 아닐 수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며 “손실을 본 가입자들 중 불완전판매가 소수인 것으로 드러나면 정부로서는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고 말했다.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
2024-02-09 18:08:42금융위원회가 홍콩H지수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해 약 3년 만에 ELS 상장을 재검토하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구조화증권이 또 한번 문제가 된 만큼 ELS 장내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상장을 통해 직접판매가 될 경우 불완전판매 개연성이 사라지고, 표준화된 ELS가 상장할 경우 투자손실 위험이 낮아진다는 것이다. ■불완전판매 가능성 사라져 17일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내년 만기를 앞둔 은행권 판매 H지수 연계 ELS는 총 13조4000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당장 내년 1·4분기 만기가 도래하는 상품은 3조8000억원이다. 2021년 H지수가 1만~1만2000원에서 움직이자 안전하다는 인식이 부각되면서 가입이 급증했다. 하지만 최근 3년 사이 H지수가 급락하면서 투자자들은 내년 상반기 대규모 원금손실 위기에 처했다. 전문가들은 장외파생상품인 ELS를 상장시켜 투자자 보호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표준화된 ELS를 상장할 경우 손실 위험이 낮은 원금보장형(ELB), 부분보장형 위주로 상장돼 투자손실 위험이 낮아진다는 것이다. ELS가 장내화되면 직접판매로 불완전판매 개연성이 사라진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이번 홍콩H지수 연계 ELS 사태의 쟁점 중 하나는 불완전판매 여부다. 금융당국은 불완전판매 여부를 두고 은행과 증권사의 조사에 돌입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ELS가 상장될 경우 거래소에서 직접판매가 되기 때문에 불완전판매 개연성이 사라진다"며 "은행 채널을 통해 개인에게 판매되는 국가는 한국 외에는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ELS를 상장할 경우 손실 위험이 낮은 원금보장, 부분보장형을 중심으로 상장이 되기 때문에 투자자의 손실 위험성이 낮아지는 장점이 있다"며 "은행들이 신탁보수 형태로 받는 판매보수도 사라져 투자자들에게 수익증대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표준화된 ELS가 상장되면 투자자가 직접 상품을 비교하고 선택할 수 있어 불완전판매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며 "스위스, 독일, 오스트리아 등 유럽에서는 이미 ELS가 상장돼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다"고 전했다. ■3년 전 추진했지만 무산 넘어야 할 산도 많다. 먼저 발행마진이 줄어드는 증권사의 반발이다. 지난 2020년 금융위원회는 ELS 상장을 추진한 바 있다. 2019년 수천억원대 손실을 발생시킨 독일 국채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의 하나로 ELS 등 구조화증권의 상장을 추진한 것이다. 한국거래소도 '건전한 자산관리 시장 육성을 위한 구조화증권 시장 개편 방안'을 주제로 연구용역을 진행해 ELS 상장을 검토한 바 있다. 하지만 업계의 반발로 상장까지는 이어지지 못했다. 상장수수료가 늘고, 발행마진이 줄어 증권사 수익성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목소리가 거셌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2020년 추진 당시 금융투자협회 측의 반발이 심했다"며 "ELS 등 장외파생상품의 경우 높은 판매보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증권사와 은행들의 반대로 추진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상장 후 거래량이 저조할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실제로 지난 2003년 삼성증권 KELS 1·2호 등 ELS가 한국거래소에 상장됐지만 거래가 이뤄지지 않아 만료 후 상장폐지됐다. 유안타증권 정인지 연구원은 "ELS가 장내화될 경우 상장지수증권(ETN) 형식으로 상장을 한다고 하더라도 추가적인 인프라 구축은 필요할 것"이라며 "문제는 그만큼 투자 수요와 거래량이 나올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짚었다. hippo@fnnews.com 김찬미 기자
2023-12-17 17:59:15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와 연계된 주가연계증권(ELS) 가입자의 수조원대 손실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홍콩증권거래소 상장 50개 우량 중국 국영기업들로 구성된 H지수는 2021년 초에 비해 반토막으로 추락했다. 침체일로인 중국 경기를 감안할 때 짧은 기간 안에 반등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에 따르면 H지수 연계 ELS 가운데 약 8조4100억원어치가 내년 상반기에 만기를 맞는다. H지수가 현재 수준에 머문다면 내년 상반기에만 3조원 넘는 손실이 불가피한 셈이다. 증권업계의 해당 상품 판매잔액도 3조5000억원에 달해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금융당국은 27일 관련 상품을 판매한 은행과 증권사들이 가입자들에게 손실 가능성, H지수의 변동성 등을 충분히 설명했는지에 대한 전수조사에 나섰다. 조사 결과에 따라서는 과거 라임·옵티머스·파생결합펀드(DLF) 등 여러 펀드 사태 당시 불거진 '불완전 판매' 논란이 다시 일어나 민원과 분쟁에 휘말릴 소지가 높다고 하겠다. 금융권에서 판매 규모가 가장 큰 KB국민은행에서는 금감원 은행검사1국의 현장조사가, 하나·신한·우리·NH농협 등 주요 판매 은행들에 대해선 서면조사가 진행된다. 증권사 중에서도 최대 판매사인 미래에셋증권과 KB증권 등 5∼6곳이 조사대상이다. ELS 상품 가입자 중 노후자금을 맡긴 고령자층이 상당수에 달한다. 증권업계의 경우 ELS 판매경로의 약 80%가 '비대면 채널'이기도하다. 어떤 가입자는 "국채보다 안전하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한다. 또 다른 가입자는 "나라가 망하기 전까지는 절대 원금손실 날 일이 없다"는 상품 소개를 받았다고 분노를 표출했다. 문제는 불완전판매를 증명하는 일 자체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에서 불완전판매를 판정하면 최대 80%까지 금융사에 책임이 부과되지만 현실적으로 녹록지가 않다. 2021년 금융소비자보호법 도입 이후에는 금융상품을 판매할 때 관련된 특징들을 설명하는 녹취를 시행하고 있어서 불완전판매를 인정받기가 더욱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홍콩발 시한폭탄이 째깍대고 있다. 완전판매를 하려면 한 상품을 파는 데 40∼50분이 걸리고 절차가 매우 복잡해서 현실적으로 완전판매는 가능하지 않다는 점이 급소로 작용할 수 있다. 모든 투자에는 자기 책임 원칙이 있다지만 사모펀드 사태에 이어 또다시 대규모 원금손실이 발생한다면 금융 신뢰도가 땅에 떨어지는 걸 감수해야 한다. 수수료를 챙기려고 고위험 투자상품에 대한 불완전판매 행태를 제대로 개선하지 않은 금융권에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게다가 문제가 터지고 나서야 늑장 대응에 나서는 감독당국의 뒷북 시스템도 이번 기회에 손봐야 할 대상이다.
2023-11-27 18:16:16[파이낸셜뉴스] 금융당국이 홍콩 H지수 ELS(주가연계증권) 판매사인 은행과 증권사 등을 상대로 전방위적인 조사에 나섰다. 지수 하락으로 대규모 손실이 예상되는 가운데 판매과정에서 불완전판매가 있었는지 여부를 조사하기 위해서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KB국민은행을 비롯해 신한은행, NH농협은행, 하나은행, SC제일은행, 우리은행 등을 상대로 서면조사 등을 통해 홍콩 ELS 판매경위와 판매 과정, 고위험상품 사전고지 원칙을 지켰는지 여부 등을 조사중이다. 이 가운데 최대 판매사인 KB국민은행에 대해서는 지난 20일부터 현장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ELS는 기초자산으로 삼은 주가지수에 따라 수익 구조가 결정되는 파생상품이다. 일정 구간에서는 수익을 지급하지만, 손실 구간(녹인·Knock-In)에 진입하면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금감원은 내년 홍콩 ELS 만기가 대거 도래함에 따라 미리 현장 점검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홍콩H지수 ELS 발행잔액은 현재 총 20조5000억원이다. 이 가운데 은행 판매분이 15조8000억원으로 전체의 77%에 달한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KB국민은행의 판매잔액이 4조7447억원으로 절반을 넘는다. 이어 △신한은행 1조3329억원 △하나은행 7380억원 △NH농협은행 7330억원 △SC제일은행 6187억원 등이다. 은행 판매분 가운데 8조3000억원가량이 내년 상반기 만기 도래하는데 이 중 손실 가능구간에 진입한 물량은 4조7000억원으로 절반이 넘는다. 지수가 ELS 판매시점(2021년)과 비교해 크게 하락한 만큼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H지수는 2021년 고점 1만2000선에서 절반가량 내린 6040선에 거래되고 있다. 내년까지 지수가 30% 이상 반등하지 않으면 대규모 손실이 예상된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2023-11-26 12:09:07#30대 직장인 김씨(37)는 2년 전 1000만원을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주가연계증권(ELS)에 투자했다. 한 은행 부지점장이 "믿고 맡겨도 된다"고 했지만 그해 1만4000을 넘던 H지수는 30% 넘게 폭락했고, 김씨는 아직도 원금을 되찾지 못했다. 김씨는 "원금 손실 가능성에 대해 제대로 설명했다면 절대로 가입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다시는 ELS를 쳐다보지 않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내년부터는 김씨와 같이 ELS 불완전판매로 눈물을 흘리는 개인투자자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28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ELS 등 파생상품을 은행, 증권사에서 판매할 때 녹취를 의무화하다는 방안을 올해 내로 완료해 2018년 1월부터 시행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는 지난해 11월 금융당국이 '파생결합증권시장 건전화 방안'을 내놨을때 포함됐던 항목이다. 하지만 은행이 수십억원의 추가 비용 발생을 이유로 난색을 표하자 금융위는 시행 시기를 유예하다 내년 1월부터는 시행할 수 있도록 올해 내로 자본시장법 시행령을 개정하기로 했다. ELS·DLS(파생결합증권) 등 파생상품은 수익구조가 복잡하고 변동성이 커서 원금을 되돌려 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안정적인 투자를 지향하는 고령자들이 은행 창구를 통해 김씨와 같이 위험성 등에 대한 설명을 제대로 듣지 못하고 투자했다 원금을 잃고 항의하는 사례가 크게 늘어났다. 실제 지난해 2월 기준으로 은행 4곳과 증권사 4곳의 개인투자자를 분석한 결과 50대 이상 투자자 비율이 약 57%로 가장 높았고, 70대 이상 고령 투자자는 1인당 평균 투자금액이 약 1억1000억원에 달했다. 이 같이 금융당국은 투자자 보호 장치의 시급성이 높아지자 지난해 말 판매 과정에서 녹취를 의무화하고 청약 후 2일 내 상품 계약을 취소할 수 있는 숙려기간을 부여하는 방안을 내놨다. 하지만 녹취 의무화는 저축은행 사태, 동양사태 등 투자자들이 리스크가 큰 상품을 사서 피눈물을 흘린 와중에서도 쉽게 도입되지 못했다. 동양사태 때는 전화 녹취본을 당시 동양증권이 제공하지 않아 그해 국정감사가 열려서야 겨우 투자자들이 녹취본을 제공받기도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은행이 녹취를 위한 인프라 설치 비용이 과도하다고 반대했지만 현장에서는 원금 손실을 입은 투자자 항의로 정상 업무가 어려울 정도라며 오히려 녹취를 허용해달라고 요구했다"면서 "ELS 상품에 대한 판매 녹취가 의무화되면 투자자 보호 뿐만 아니라 판매자도 제대로 설명했다는 사실을 투자자한테 알려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상품 청약 후 2일 내 상품계약을 취소할 수 있는 숙려기간제는 지난 4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저·중위험 투자 성향의 투자자는 ELS 등 공모 파생결합증권에 가입 시 영업일 기준 2일 간의 숙려기간 후 최종 투자를 결정할 수 있고, 70세 이상의 초고령자는 초고위험 투자성향이더라도 ELS 가입 시 무조건 숙려기간을 거치도록 했다. gogosing@fnnews.com 박소현 기자
2017-06-28 16:33:36꼭 1년 전의 일이다. 설날을 맞아 큰집에 모인 친척들이 주식 추천 종목을 물어왔다. 경제지 증권부에서 1년가량 시장을 지켜본 '여의도 짬밥'이 있으니 뭐 하나라도 더 알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을 게다. "중국 펀드나 주가연계증권(ELS) 사세요." 종목은 불안하지만 중국 '시장'에 투자하는 건 괜찮을거라고 했다. 직접 투자하는 게 불안하면 ELS를 사도 은행 이자보다는 많이 받을 수 있다며 예찬론을 펼쳤다. 중국 시장이 불안하다 싶으면 6개월 있다가 바로 뺄 수 있다는 얘기도 해줬다. 반년이 지난 추석쯤에는 봄에 ELS를 사들인 투자자들이 조기상환을 못하게 됐다. 1년이 지난 지금은 기초자산으로 주로 쓰였던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가 1년 전의 절반 수준까지 떨어지면서 손실을 걱정하게 됐다. 친척들이 고민하다가 다른 데 투자했다고 해 마음의 짐을 덜었다는 점이 차라리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ELS의 위험성을 몰랐던 것은 아니다. 불과 몇달 전 종목형 ELS의 연이은 손실로 피해를 봤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기도 했고 배럴당 100달러까지 치솟았던 국제유가가 몇달 새 반토막 나면서 파생결합증권(DLS) 투자자의 손해로 이어졌다는 기사를 쓰기도 했다. "종목도 아니고 지수가 40% 이상 빠지기야 하겠어?" 중국이나 홍콩 시장은 '이제 오르기 시작한 것'이라는 생각이 앞섰던 것 같다. 지난해 3월, 한 달 동안 발행된 ELS가 10조원어치 이상이었다는 점은 기자뿐 아니라 많은 투자자들이 "중국이나 홍콩 시장이 반토막 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갖고 있었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 아닐까 한다. 각광받는 지수형 ELS도 위험이 있다는 사실은 판매사도, 투자자도 분명히 알고 있었다. 단지 만기까지 그 가능성이 희박할 것이라는 생각에 위험성에 대한 경고는 모두 무시했을 것이다. 판매 단계에서 충분한 설명이 있었더라면 이 사달이 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최소한 지난해 봄과 같은 과열까지 이어지지는 않았을 테니 말이다. 지난 1일 금융위와 금감원 합동으로 ELS 상황점검반을 만든다고는 했지만 구체적인 대책이 나오지는 않았다. 불완전판매에 대한 모니터링, 증권사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하겠다는 이야기만 나올 뿐이다. 이미 나버린 손실이야 돌이킬 수 없겠지만 지금이라도 ELS 불완전 판매를 막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가능성이 작더라도 위험이 있다면 이를 충분히 설명하도록 강제하는 것이 금융당국의 역할이다. sane@fnnews.com 박세인 기자
2016-02-11 16:49:15증권사 정기협의체 구성, 채권시장 투명성 높이고 불완전판매 위험지수로 고위험 상품 판매 점검 금융감독원이 금융투자업계의 불건전한 판매·운용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팔을 걷어 부쳤다. 금감원은 폐쇄적으로 운영된 채권시장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인프라를 개선하고, 금융투자협회와 함께 주식시장의 건전한 리서치 문화 정착을 위한 정기협의체를 만들기로 했다. 주가연계증권(ELS) 같은 복잡한 구조의 파생결합증권이 늘어남에 따라 불완전 판매를 예방하기 위해 고위험상품 판매실태도 점검한다. 6월 30일 금융감독원은 "불합리한 금융투자상품 판매·운용 관행 쇄신 방안을 마련해 공정한 영업관행을 확립하고 자본시장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고 밝혔다. ■채권거래·증권사 보고서 개선 금감원은 먼저 장외시장 중심으로 폐쇄적인 거래가 이뤄지는 채권시장의 투명성을 높이기로 했다. 최근 일부 증권사에서 메신저 등 사설 통신수단을 통해 채권파킹거래 등 불법거래를 하다 적발된 사례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협상 과정에서부터 호가를 체계적으로 유지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을 추진하고 사설통신수단 사용에 대한 내부통제와 기록 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는 지 점검을 강화할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채권 거래와 관련된 모든 내용을 저장토록 하고 내부 준법감시인을 통한 철저한 통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부 펀드매니저에게 미공개 정보를 사전에 제공하거나 매수의견 위주로 분석보고서를 발표하는 증권사들의 관행을 뿌리뽑기 위해 금감원은 금융투자협회, 각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과 공동으로 정기협의체도 신설한다. 금투협을 주축으로 오는 7월 처음 모임을 가질 예정이며 반기마다 정기모임을 가질 예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애널리스트가 독립적으로 분석 기업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투자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것"이라며 "정당한 정보를 제공하면서 자본시장이 발전하고 그 혜택이 기업에게 돌아간다는 것을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LS 불완전판매 뿌리뽑는다 불완전 판매를 줄이기 위해 '불완전판매 위험지수'도 도입된다. 이를 통해 금감원은 고위험 상품 판매실태를 점검할 계획이다. ELS, 해외채권, 구조화상품 등 고수익·고위험 상품에 대한 투자수요가 늘어나고 있지만 투자위험이 제대로 설명되지 않고 상품이 판매된 후에도 투자자들이 대규모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있어서다. 위험지수는 11가지 기준을 4개 분야로 나눠서 점수화 시킨다. 금융투자상품에 가입한 개인투자자들의 자료를 정리해 어떤 증권회사, 어떤 지점에서 위험한 상품을 판매하는지 점수로 나타내면서 감시한다는 설명이다. 투자자들이 상품의 위험성에 대해 정확한 설명을 듣지 못할 경우 투자자 보호에 공백이 생긴다는 점을 고려해 각 사 내규에 상품조사숙지의무 이행 과정, 사후관리에 대한 사항을 구체적으로 규정하도록 했다. 증권사들과 공동으로 인센티브 구조 개선도 논의할 방침이다. sane@fnnews.com 박세인 기자
2015-06-30 17:58: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