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쿄=김경민 특파원】 일본의 우주탐사를 이끄는 두 사람, 하야부사2의 쓰다 유이치와 화성 위성 탐사계획(MMX)의 가와가쓰 야스히로. 이들은 질문을 던진다. 수십억㎞ 너머로 향하는 탐사의 진짜 목적은 무엇인가. 목표를 정하고, 결정을 내리고, 실패를 감수하고 결단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것이 이들이 말하는 우주의 본질이다. 본지가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소속 프로젝트 매니저인 그들의 우주 이야기를 24일 들어봤다. ■숫자보다 믿음으로 움직인 우주선 "우리가 본 건 숫자와 그래프뿐이었다." 쓰다 교수는 탐사선 하야부사2를 그렇게 기억했다. 2014년 발사 이후 6년간 사람의 눈에 비친 적 없는 탐사선을 오직 데이터로만 조종했다. 그 탐사선이 대기권을 뚫고 캡슐 형태로 돌아오는 모습을 호주 밤하늘에서 육안으로 확인한 순간, 그는 "거대한 수학문제가 눈앞에서 정답을 낸 것 같았다"고 떠올렸다. 그는 과학기술이란 결국 사람의 감정과 선택에서 비롯된다고 믿는다. "계산이 가능하다는 것과 실제 결정을 내리는 일은 전혀 다르다. 중요한 건 그 간극을 메우는 용기다." 그는 "일본 우주개발은 지속가능한 도전을 선택해왔다"면서 "우리 방식은 느리고 작지만 세밀하고 확실한 길을 간다. 그게 일본의 방식"이라고 덧붙였다. ■인간은 어디까지 갈 수 있나 가와가쓰 교수는 MMX 프로젝트를 이끌며 '기록'과 '신뢰'라는 단어를 되풀이했다. "이 프로젝트가 제 마지막 탐사일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더 체계적으로 문서를 남기고, 다음 세대가 이어가기 쉽게 만들고 싶다." MMX는 일본이 처음으로 화성권에서 샘플을 지구로 가져오는 임무다. 그러나 가와가쓰는 성과보다 과정, 기술보다 태도를 강조한다. 협력은 기술의 분담이 아니라 투명한 설명과 신뢰의 구축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리더로서 중요한 덕목을 '설명하는 힘'이라 했다. 결정을 내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왜 그런 결론에 이르렀는지를 투명하게 설명하는 것이 팀과의 신뢰를 쌓는 첫걸음이라는 것이다.
2025-06-24 18:19:57【 도쿄=김경민 특파원】 '트럼프 라운드'로 미국은 새로운 통상 패러다임을 꺼내 들었다. 관세를 전략무기로 활용하고, 동맹국을 축으로 한 공급망·기술 블록화를 가속화하겠다는 것이다. 1995년 출범한 세계무역기구(WTO) 체제는 2019년 이후 제 구실을 하지 못하면서 다자 규범의 구속력이 크게 약화됐다. 미중 패권 경쟁이 격화되면서 세계 무역질서도 흔들리고 있다. 자유무역의 종언과도 같은 이 같은 변화 속에서, 일본은 경제안보와 기술주권 강화를 국가전략의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미일 동맹을 중심에 둔 생존전략을 공식화한 것이다. 해방 80년, 전후 80년을 맞은 올해는 한국에도 중대한 분기점이다. 두 나라는 모두 대중 의존도를 줄이고 전략산업 경쟁력을 키워야 하는 동일한 과제를 안고 있다. ■미일 '경제·기술 동맹' 가속 2022년 제정된 경제안보추진법은 일본 정부가 안보와 직결되는 산업·기술을 직접 관리·지원할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법은 △공급망 강화 △핵심 인프라 보호 △첨단기술 개발 지원 △기술비밀 유출 방지 등 4대 축으로 구성됐다. 반도체·배터리·의약품·위성통신 등 14개 중요 품목을 지정했다. 대표 사례가 일본 정부 주도로 도요타·키옥시아·소니·NTT 등 8대 기업이 참여한 '라피더스'의 2나노 반도체 양산 프로젝트다. 일본 정부는 최대 1조7200억엔(약 16조원)을 투입하고, 내년 양산을 목표로 인력·장비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여기에 대만 TSMC와의 합작공장(JASM) 건설에 4760억엔의 보조금을 지원하며, 첨단 레지스트·포토마스크·극자외선(EUV) 노광장비 국산화 연구비를 병행 지원하고 있다. 인공지능(AI)과 우주 분야에서도 미일 협력은 제도권에 들어왔다. 일본은 미 항공우주국(NASA)의 '아르테미스 계획'에 참여해 달 착륙선 부품, 로봇팔, 우주선 내부설비를 공급한다.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는 소형위성 발사체 공동개발을 진행 중이다. AI에서는 NTT·NEC가 미국 빅테크와 데이터·연산 자원을 공유하는 플랫폼을 만들고, 양국이 AI 윤리·표준 규범 공동안을 제안하는 작업을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틀 안에서 진행하고 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은 미일 경제·기술 동맹을 한층 가속화했다. 지난 7월 워싱턴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반도체 소재·장비 공급망 공동관리, 니켈·리튬 등 핵심광물 공동조달, 양자·AI 공동연구 플랫폼 설립을 합의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미일 경제안보 파트너십이 공식 발효됐고, 5년간 총 500억달러 규모의 공동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배경에는 미국 통상정책의 급격한 변화가 있다. 트럼프 2기 들어 미국은 세이프가드·반덤핑을 넘어 국가안보를 명분으로 한 전략관세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산 전기차에 100% 관세, 태양광 모듈에 50% 관세를 부과하며 공급망 재편 압박을 강화했다. 일본은 이런 흐름에 맞춰 전략산업의 대미수출 전략을 재설계하고, 미국 내 생산거점 확보와 미일 공동 인증체계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는 단순한 통상대응을 넘어 미일 기술동맹의 실행력을 높이는 기반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공급망 안정에서 '경제공동체'로 한국과 일본의 산업구조는 상호보완성이 뚜렷하다. 한국은 메모리·파운드리, 이차전지 셀 제조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췄고 일본은 첨단 소재·부품·장비, 배터리 전해액·분리막 기술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이 조합을 활용하면 미중 기술패권 경쟁 속에서 한미일 전체의 산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반도체에서는 EUV 마스크 블랭크 공동개발, 첨단 공정용 포토레지스트 공동생산, 한국 파운드리(위탁생산)·일본 소재기업 간 전략적 생산라인 연계가 가능하다. 배터리 분야에서는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 기술 개발, 북미 전기차(EV) 시장 공동 진출, 재활용·재자원화 기술협력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AI·우주 분야에서도 데이터센터 인프라 공유, 위성부품 공동생산, AI 표준 공동제정 등 구체적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다. 한일 협력이 단순한 공급망 안정 너머 '경제공동체' 수준으로 도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고지 아키요시 일한경제협회장(아사히홀딩스 회장)은 "한일 양국의 경제협력은 더 이상 경쟁이 아닌 상호보완적 파트너십으로 진화해야 한다"며 "한국과 일본이 출입국 수속 간소화부터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협력까지 함께 나아갈 때 진정한 경제공동체 형성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협력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한일 정부는 산업협력 채널을 복원하며 반도체·배터리 핵심 소재·부품 분야의 공동 연구개발(R&D)과 인력교류 확대를 의제로 올렸다. 구체적인 프로젝트 착수는 아직 초기 단계지만, 민간기업 간 기술협력과 공동 표준 제정 논의가 병행되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지난 6월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기업의 56.4%가 "한일 경제협력이 한국 경제발전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또 62.4%는 "향후에도 지속돼야 한다"고 답했다. 보호무역주의 등 글로벌 통상 이슈 공동대응을 가장 필요한 협력 방식으로 꼽았다. km@fnnews.com
2025-08-12 18:34:58【도쿄=김경민 특파원】 '트럼프 라운드'를 꺼내들면서 미국은 새로운 통상 패러다임을 꺼내 들었다. 관세를 전략 무기로 활용하고, 동맹국을 축으로 한 공급망·기술 블록화를 가속화하겠다는 것이다. 1995년 출범한 세계무역기구(WTO) 체제는 2019년 이후 제 구실을 하지 못하면서 다자 규범의 구속력이 크게 약화됐다. 미중 패권 경쟁이 격화되면서 세계 무역 질서도 흔들리고 있다. 자유무역의 종언과도 같은 이 같은 변화 속에서, 일본은 경제안보와 기술주권 강화를 국가전략의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미일 동맹을 중심에 둔 생존 전략을 공식화한 것이다. 해방 80년, 전후 80년을 맞은 올해는 한국에도 중대한 분기점이다. 두 나라는 모두 대중 의존도를 줄이고 전략산업 경쟁력을 키워야 하는 동일한 과제를 안고 있다. ■트럼프 2기, 미일 '경제·기술 동맹' 가속 2022년 제정된 경제안보추진법은 일본 정부가 안보와 직결되는 산업·기술을 직접 관리·지원할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법은 △공급망 강화 △핵심 인프라 보호 △첨단기술 개발 지원 △기술비밀 유출 방지 등 4대 축으로 구성됐다. 반도체·배터리·의약품·위성통신 등 14개 중요 품목을 지정했다. 대표 사례가 일본 정부 주도로 도요타·키옥시아·소니·NTT 등 8대 기업이 참여한 '라피더스'의 2나노 반도체 양산 프로젝트다. 일본 정부는 최대 1조7200억엔(약 16조원)을 투입하고, 내년 양산을 목표로 인력·장비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여기에 대만 TSMC와의 합작공장(JASM) 건설에 4760억엔의 보조금을 지원하며, 첨단 레지스트·포토마스크·극자외선(EUV) 노광장비 국산화 연구비를 병행 지원하고 있다. 인공지능(AI)과 우주 분야에서도 미일 협력은 제도권에 들어왔다. 일본은 미 항공우주국(NASA)의 '아르테미스 계획'에 참여해 달 착륙선 부품, 로봇팔, 우주선 내부 설비를 공급한다.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는 소형위성 발사체 공동개발을 진행 중이다. AI에서는 NTT·NEC가 미국 빅테크와 데이터·연산 자원을 공유하는 플랫폼을 만들고, 양국이 AI 윤리·표준 규범 공동안을 제안하는 작업을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틀 안에서 진행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은 미일 경제·기술 동맹을 한층 가속화했다. 지난 7월 워싱턴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반도체 소재·장비 공급망 공동관리, 니켈·리튬 등 핵심광물 공동조달, 양자·AI 공동연구 플랫폼 설립을 합의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미일 경제안보 파트너십이 공식 발효됐고, 5년간 총 500억달러 규모의 공동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배경에는 미국 통상정책의 급격한 변화가 있다. 트럼프 2기 들어 미국은 세이프가드·반덤핑을 넘어 국가안보를 명분으로 한 전략관세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산 전기차에 100% 관세, 태양광 모듈에 50% 관세를 부과하며 공급망 재편 압박을 강화했다. 일본은 이런 흐름에 맞춰 전략산업의 대미 수출 전략을 재설계하고, 미국 내 생산거점 확보와 미일 공동 인증체계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는 단순한 통상 대응을 넘어 미일 기술동맹의 실행력을 높이는 기반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공급망 안정에서 '경제공동체'로 한국과 일본의 산업구조는 상호보완성이 뚜렷하다. 한국은 메모리·파운드리, 2차전지 셀 제조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췄고, 일본은 첨단 소재·부품·장비, 배터리 전해액·분리막 기술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이 조합을 활용하면 미중 기술패권 경쟁 속에서 한미일 전체의 산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반도체에서는 EUV 마스크 블랭크 공동개발, 첨단 공정용 포토레지스트 공동생산, 한국 파운드리(위탁생산)·일본 소재기업 간 전략적 생산라인 연계가 가능하다. 배터리 분야에서는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 기술 개발, 북미 전기차(EV) 시장 공동 진출, 재활용·재자원화 기술 협력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AI·우주 분야에서도 데이터센터 인프라 공유, 위성부품 공동생산, AI 표준 공동 제정 등 구체적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다. 한일 협력이 단순한 공급망 안정 너머 '경제공동체' 수준으로 도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고지 아키요시 일한경제협회장(아사히홀딩스 회장)은 "한일 양국의 경제협력은 더 이상 경쟁이 아닌 상호보완적 파트너십으로 진화해야 한다"며 "한국과 일본이 출입국 수속 간소화부터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협력까지 함께 나아갈 때 진정한 경제공동체 형성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협력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한일 정부는 산업협력 채널을 복원하며 반도체·배터리 핵심 소재·부품 분야의 공동 연구개발(R&D)과 인력 교류 확대를 의제로 올렸다. 구체적인 프로젝트 착수는 아직 초기 단계지만, 민간 기업 간 기술 협력과 공동 표준 제정 논의가 병행되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지난 6월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56.4%가 "한일 경제협력이 한국 경제 발전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또 62.4%는 "향후에도 지속돼야 한다"고 응답했다. 보호무역주의 등 글로벌 통상 이슈 공동 대응을 가장 필요한 협력 방식으로 꼽았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2025-08-12 13:31:10【 도쿄=김경민 특파원】 일본의 우주탐사는 '가장 멀고도 작고 어려운 대상'을 향하고 있다. 미국이 달과 화성 본체에 집중하고, 중국이 유인탐사 확대에 속도를 내는 사이 일본은 소행성과 위성이라는 '틈새 궤도'를 공략하고 있다. 그 대표 사례가 '하야부사2'와 '화성 위성 탐사계획(MMX)' 프로젝트다. 둘 다 거대 천체는 아니다. 그러나 탐사 성공 여부를 좌우하는 복잡한 궤도 계산, 정밀착륙 기술, 극한환경에서의 샘플 채취 등 우주기술의 총합이 요구되는 심우주 난이도 최상급 임무다. 일본은 이를 정밀성과 응용성의 무대로 삼고, 고유 탐사철학을 정립해가고 있다. ■하야부사2, 6m의 기적2014년 발사된 하야부사2는 6년간 52억㎞를 비행해 지구에서 3억㎞ 떨어진 소행성 '류구'에 도달했다. 가장 극적인 장면은 착륙지점이었다. 당초 계획은 직경 100m의 평탄한 지형이었지만, 실제 류구는 바위와 크레이터투성이였다.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는 대폭적인 계획 수정 끝에 지름 6m 남짓한 착륙지점을 선택했다. 더 큰 선택은 그다음이었다. 1차 착륙에 성공한 상황에서 2차 착륙을 시도할 것인가. 내부 논쟁은 컸다. 샘플을 확보했는데 위험을 무릅쓸 필요가 있느냐는 신중론과 더 깊은 채굴을 통해 과학적 가치를 키우자는 도전론이 맞섰다. 쓰다 교수는 결국 후자를 택했다. 팀은 '할 수 있다'고 했고, 그 믿음을 따랐다. 하야부사2는 2020년 지구로 귀환했고, 수백㎎의 류구 암석 샘플은 지금도 분석 중이다. 하야부사2의 추진기술은 일본만의 독자성이 반영돼 있다. 핵심은 '마이크로파 방전식 이온엔진'. 일반적 이온엔진은 전극을 통해 방전하지만 일본은 전극을 없앤 마이크로파 방전방식을 채택해 마모를 줄이고 긴 수명을 확보했다. 미세하지만 지속가능한 이 추진방식 덕분에 장거리·장기 비행이 가능했다. 또한 착륙 과정에서는 사전 투하된 '타깃 마커'를 기준으로, 고해상도 카메라와 거리 측정 레이저를 복합 활용해 무려 10㎝ 단위로 착륙위치를 제어했다. 이는 세계 최초 수준의 정밀도였다. ■MMX, 포보스를 향한 정밀비행 JAXA가 다음 도전 대상으로 택한 건 화성도 달도 아닌 화성의 위성 '포보스'다. 직경 20㎞ 남짓의 이 위성은 중력이 지구의 1000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 그런 천체에서의 착륙과 샘플 채취는 기술적으로 가장 섬세한 설계를 요구한다. MMX 프로젝트는 하야부사2에서 쌓은 샘플 리턴 기술을 바탕으로, 2026년 H3 로켓으로 발사될 예정이다. 탐사선은 '왕복 모듈-탐사 모듈-귀환 모듈'로 3단 분리 설계됐고, 비행 중 불필요한 모듈을 분리함으로써 중량을 줄이는 방식으로 추진효율을 극대화했다. 착륙 후에는 로봇암을 통해 2㎝ 깊이의 흙을 최소 10g 채취하는 것이 목표다. JAXA는 중력에 가까운 상황을 시뮬레이션하기 위해 마이크로그래비티 실험을 수차례 수행했다. ■일본은 왜 '작은 것'들을 탐사하나 "일본 우주탐사는 도전적이다. 크지 않지만 독창적이고, 깊이 있는 과학을 추구해왔다." 쓰다 교수의 이 말은 JAXA의 전략 방향을 요약한다. 일본은 미국이나 중국처럼 거대자본과 로켓을 앞세운 우주패권 대신 작고 정밀한 기술력을 선택했다. 하야부사2는 탐사 대상과의 거리뿐 아니라 그 미세한 착륙 오차를 극복해낸 고정밀 엔지니어링의 총결산이었다. MMX는 세계 최초로 화성권 샘플을 지구로 가져오려 한다는 점에서 또 하나의 도전이다. 이러한 방향성은 정책 차원에서도 확인된다. 일본 정부는 2024년 우주항공청을 신설해 JAXA와 민간기업, 대학연구소 간의 삼각협업을 제도화하고 있다. 중소기업 중심의 우주 부품 산업도 글로벌 틈새시장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들은 대형 궤도 위성보다는 큐브샛, 심우주용 통신기기, 극저온 센서 등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JAXA 내부에서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달에 발을 디딜 때 우리는 먼 소행성에 손을 댔다"는 자부심이 있다. 일본은 우주 기술을 단순한 산업이 아니라 국가가 가진 기술문화의 집약체로 본다. 이 문화는 효율성보다 책임과 정밀함을 우선시한다. 이제 일본의 우주개발은 단지 기술을 넘어서 국제사회에서 협력을 주도하는 과학외교의 영역으로 진입하고 있다. 향후 국제표준 구축이나 데이터 공유 협정에도 일본 주도의 구상이 담길 전망이다. km@fnnews.com
2025-06-24 18:19:50【 도쿄=김경민 특파원】 일본 우주 스타트업 아이스페이스가 6일 달 착륙을 시도한다. 성공할 경우 아시아 민간기업 최초의 달 착륙 사례로, 민간 우주 수송 시장에서 일본 우주산업의 존재감이 커질 전망이다. 2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 1월 발사돼 현재 달 궤도를 비행 중인 착륙선은 6일 오전 4시 24분께 '얼음의 바다' 인근에 착륙할 예정이다. 이번 도전은 두번째다. 2023년 첫 시도는 착륙선이 고도를 잘못 인식해 실패했으나 아이스페이스는 이 경험을 바탕으로 센서와 알고리즘을 개선했다. 하카마다 다케시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기술 정밀도를 높여 재도전에 나선다"고 밝혔다. 프로젝트에는 일본항공(JAL), 시티즌, 스즈키 등 주요 일본 기업들이 협력 중이다. 연료 배관 설계, 착륙 구조 분석, 경량 소재 제공 등 다양한 기술이 집약됐다. 착륙선에는 지상에서 가져온 물을 전기분해하는 장치도 탑재돼 달 자원 활용 가능성도 실험한다. 미쓰이스미토모은행으로부터 100억엔을 조달했고,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유럽우주기구(ESA)와의 협업도 병행 중이다. 업계는 달 관련 시장이 2040년까지 누적 1700억달러(약 235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달의 금속 자원 활용, 우주 거점 기지 건설도 미래 구상에 포함된다. 중국은 2013년 달 착륙에 성공한 데 이어 2019년에는 세계 최초로 달 이면 착륙에 성공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30년까지 미국에 맞서는 우주강국을 내걸었고, 2035년 유인 기지 건설도 추진 중이다. 미국은 아르테미스 계획을 통해 2027년 유인 달 착륙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26년 예산안에서 아르테미스용 대형 로켓 발사를 2027년까지만 허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동시에 화성 탐사에는 10억달러 이상을 투입하며 전략을 전환하는 모습이다. km@fnnews.com
2025-06-02 18:28:47【 도쿄=김경민 특파원】 일본 우주 스타트업 아이스페이스가 6일 달 착륙을 시도한다. 성공할 경우 아시아 민간기업 최초의 달 착륙 사례로, 민간 우주 수송 시장에서 일본 우주산업의 존재감이 커질 전망이다. 2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 1월 발사돼 현재 달 궤도를 비행 중인 착륙선은 6일 오전 4시 24분께 '얼음의 바다' 인근에 착륙할 예정이다. 이번 도전은 두번째다. 2023년 첫 시도는 착륙선이 고도를 잘못 인식해 실패했으나 아이스페이스는 이 경험을 바탕으로 센서와 알고리즘을 개선했다. 하카마다 다케시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기술 정밀도를 높여 재도전에 나선다"고 밝혔다. 프로젝트에는 일본항공(JAL), 시티즌, 스즈키 등 주요 일본 기업들이 협력 중이다. 연료 배관 설계, 착륙 구조 분석, 경량 소재 제공 등 다양한 기술이 집약됐다. 착륙선에는 지상에서 가져온 물을 전기분해하는 장치도 탑재돼 달 자원 활용 가능성도 실험한다. 미쓰이스미토모은행으로부터 100억엔을 조달했고,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유럽우주기구(ESA)와의 협업도 병행 중이다. 업계는 달 관련 시장이 2040년까지 누적 1700억달러(약 235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달의 물을 수소와 산소로 분해해 연료로 활용하면 지구에서 운반하는 것보다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어 실용성이 높다. 달의 금속 자원 활용, 우주 거점 기지 건설도 미래 구상에 포함된다. 중국은 2013년 달 착륙에 성공한 데 이어 2019년에는 세계 최초로 달 이면 착륙에 성공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30년까지 미국에 맞서는 우주강국을 내걸었고, 2035년 유인 기지 건설도 추진 중이다. 미국은 아르테미스 계획을 통해 2027년 유인 달 착륙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26년 예산안에서 아르테미스용 대형 로켓 발사를 2027년까지만 허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동시에 화성 탐사에는 10억달러 이상을 투입하며 전략을 전환하는 모습이다. 스페이스X를 이끄는 일론 머스크는 화성 이주를 목표로 민간 개발을 가속화하고 있다. 인도는 2023년 세계 네번째 달 착륙국이 됐고, 일본도 지난해 JAXA의 '슬림(SLIM)'을 통해 고정밀 착륙에 성공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달 착륙 기술은 일부 국가와 기업만이 확보한 고난도 기술"이라며 "아이스페이스의 이번 시도는 일본 민간 우주 기업이 상업 탐사 시장에 본격 진입할 수 있을지를 가늠할 시험대"라고 설명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2025-06-02 13:34:42【 오사카=김경민 특파원】 "이게 진짜 화성에서 왔다고요?" 붉은 조명을 받으며 전시된 암적색 암석 하나가 관람객들의 발걸음을 멈춰 세운다. 2025 오사카·간사이 엑스포에서 가장 많은 플래시가 터지는 이 전시물은 일본관의 핵심 콘텐츠로, 일본 연구진이 남극에서 발견한 실제 화성 기원 운석이다.개최국 일본은 화성 운석인 '화성의 돌'을 핵심 전시물로 내세웠다. 2000년 남극 일본기지 주변에서 발견된 이 돌은 엑스포를 통해 처음 일반 관람객과 만난다. 일본관은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와 협업해 '달에서의 하루'를 주제로 전시를 구성했다. 중력 시뮬레이터를 이용해 직접 걷는 체험을 할 수 있으며 유인왕복선의 내부 설계와 구조를 상세히 보여준다. 화성의 돌은 약 1000만∼1300만년 전 화성이 커다란 운석과 충돌했을 때 방출된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에 있는 화성의 돌 중 세번째로 크다. 길이는 29㎝, 높이는 17.5㎝로 럭비공 정도이며, 무게는 12.7㎏다. 물과 반응해 생기는 점토 광물이 내부에 있어 화성에도 물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자료로 알려졌다.미국관은 아르테미스 계획의 상징인 우주발사체(SLS) 로켓 모형과 아폴로 17호가 1972년 12월 달에서 가져온 돌을 공개한다. 아폴로 17호는 인류가 달에 마지막으로 보낸 유인우주선이다. 달 탐사선과 유전자 복제기술을 함께 배치해 우주탐사가 생명과학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시각적으로 전달한다. "달은 목표가 아니라 출발점"이라는 슬로건이 인상적이다. 중국관은 창어 5호, 6호가 달 뒷면에서 역사상 처음으로 채취한 토양 샘플과 '톈궁' 우주정거장 시스템을 공개한다. 화성기지 가상투어와 AI 기반 생명유지 시스템을 통해 중국이 구상하는 폐쇄형 생태계의 미래를 보여준다. 독특한 체험형 전시도 관람객의 이목을 끈다. 헬스케어관에 설치된 '인간 세탁기'는 1970년 오사카 만국박람회에서 처음 선보였던 자동 목욕기계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이 기계는 일본의 샤워기 제조사인 사이언스가 개발한 '미라이 인간 세탁기'로 사용자가 캡슐형 기기에 앉기만 하면 자동으로 세정과 건조가 이루어진다. 샤워와 건조까지 약 15분이 걸린다. 시현을 지켜본 관람객들은 "황당하게도 진짜 세탁한 느낌"이라며 웃음을 터뜨린다. '감정 반응형 색채 벽'은 관람객의 얼굴 표정을 분석해 실시간으로 배경색과 조명을 바꾸며 함께 선 사람과의 감정 동조도 시각화해준다.엑스포 조직위는 "기술이 드러나지 않고, 그저 체험이 남는 전시가 이번 기획의 핵심"이라며 "기술은 보이지 않을 때 가장 인상적"이라고 강조했다.
2025-04-13 17:58:03【 오사카=김경민 특파원】 "이게 진짜 화성에서 왔다고요?" 붉은 조명을 받으며 전시된 암적색 암석 하나가 관람객들의 발걸음을 멈춰 세운다. 2025 오사카·간사이 엑스포에서 가장 많은 플래시가 터지는 이 전시물은 일본관의 핵심 콘텐츠로, 일본 연구진이 남극에서 발견한 실제 화성 기원 운석이다. 생명 확장의 상징이자, 우주를 둘러싼 기술·정치·철학이 집약된 '작은 돌덩이'는 지금 이곳에서 가장 뜨거운 주목을 받고 있다. "내가 제일 잘나가" 미·일·중, 우주 경쟁개최국 일본은 화성 운석인 '화성의 돌'을 핵심 전시물로 내세웠다. 2000년 남극 일본 기지 주변에서 발견된 이 돌은 엑스포를 통해 처음 일반 관람객과 만난다. 일본관은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와 협업해 '달에서의 하루'를 주제로 전시를 구성했다. 중력 시뮬레이터를 이용해 직접 걷는 체험을 할 수 있으며 유인 왕복선의 내부 설계와 구조를 상세히 보여준다. 화성의 돌은 약 1000만∼1300만년 전 화성이 커다란 운석과 충돌했을 때 방출된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에 있는 화성의 돌 중 세번째로 크다. 길이는 29㎝, 높이는 17.5㎝로 럭비공 정도이며 무게는 12.7㎏다. 물과 반응해 생기는 점토 광물이 내부에 있어 화성에도 물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자료로 알려졌다. 미국관은 아르테미스 계획의 상징인 우주발사체(SLS) 로켓 모형과 아폴로 17호가 1972년 12월 달에서 가져온 돌을 공개한다. 아폴로 17호는 인류가 달에 마지막으로 보낸 유인 우주선이다. 달 탐사선과 유전자 복제 기술을 함께 배치해 우주 탐사가 생명 과학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시각적으로 전달한다. "달은 목표가 아니라 출발점"이라는 슬로건이 인상적이다. 중국관은 창어 5호, 6호가 달 뒷면에서 역사상 처음으로 채취한 토양 샘플과 '톈궁' 우주정거장 시스템을 공개한다. 화성 기지 가상 투어와 AI 기반 생명 유지 시스템을 통해 중국이 구상하는 폐쇄형 생태계의 미래를 보여준다. 인간 세탁기·감정 벽…보지말고 느끼세요 독특한 체험형 전시도 관람객의 이목을 끈다. 헬스케어관에 설치된 '인간 세탁기'는 1970년 오사카 만국박람회에서 처음 선보였던 자동 목욕 기계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이 기계는 일본의 샤워기 제조사인 사이언스가 개발한 '미라이 인간 세탁기'로 사용자가 캡슐형 기기에 앉기만 하면 자동으로 세정과 건조가 이루어진다. 샤워와 건조까지 약 15분이 걸린다. 시현을 지켜본 관람객들은 "황당하게도 진짜 세탁한 느낌"이라며 웃음을 터뜨린다. '감정 반응형 색채 벽'은 관람객의 얼굴 표정을 분석해 실시간으로 배경색과 조명을 바꾸며 함께 선 사람과의 감정 동조도 시각화해준다. SNS상에서는 "엑스포판 MBTI 체험관"으로 관객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엑스포 조직위는 "기술이 드러나지 않고, 그저 체험이 남는 전시가 이번 기획의 핵심"이라며 "기술은 보이지 않을 때 가장 인상적"이라고 강조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2025-04-13 10:47:21'작사'(JAXA·Japan Aerospace Exploration Agency)는 2003년 설립된 일본의 우주항공연구소다. 2007년 달 탐사선, 2015년 금성 탐사선, 2018년 수성 탐사선(공동) 성공을 발판으로 2018년에는 '하야부사'(매를 뜻하는 일본어)를 쏘아서 소행성 '류구'로부터 세계 최초로 샘플 채취에 성공해 지구에는 없는 광물질을 보고했다. 이 분야는 미국의 나사(NASA)를 앞섰다. 하야부사가 발사된 후 궤도상에 오르자 프로젝트의 책임자 요시카와 마코토 박사는 "과학적으로는 완벽하다. 이제 할 수 있는 것은 '이노루시카나이'"라고 하면서 두 손을 모으는 장면이 텔레비전으로 생중계됐다. "비는 일만 남았다"는 주문(呪文)이다. 누구에게 빈다는 것인가. 신(神)에게 빈다는 것인가? 이 신은 영어로 쓰는 유일신의 GOD와는 다르다. 일본사람들은 팔백만 신을 믿고 '삼계만령(三界萬靈)'이라는 말도 한다. 존재하는 모든 것에 영혼이 있다는 얘기다. 과학자인 요시카와 박사는 인공물인 인공위성의 영혼에 빌었고, 성공 여부는 '하야부사'에 달렸다고 생각했다. 일본에서 매년 2월 8일은 침공양(針供養)의 날이다. 1934년 아키타현 오가(男鹿)의 농가일지에도 2월 8일에 부인들이 침공양을 했다는 민속지를 읽었다. 12월 8일에도 했다. 나는 2004년과 2019년 두 번의 도쿄 사찰에서 '침공양제전'에 대한 관문참여(觀聞參與) 기회를 가졌다. '대동경화복재봉교사회(大東京和服裁縫敎師會)'란 깃발이 보였고, 병원 측에서 온 남성들과 간호사들도 참가했다. 커다란 향로에서 타는 향불 냄새가 짙었고, 부러지거나 구부러진 바늘 그리고 압침에 이르기까지 침과 바늘 형상인 것들은 모두 모아서 가지고 왔다. 작은 병이나 통에 담긴 바늘을 한 개씩 꺼내어 깨끗한 두부판 위에 꽂는다. 한 개씩 꽂을 때마다 무엇이라고 주문을 외운다. 무엇이라고 말했는지를 물었다. "그동안 고생하셨으니 이제 편히 쉬세요"라고 했다. 주로 두부판을 준비하지만, 곤약 전분으로 만든 묵판에 꽂기도 한다. 양재학원생들은 단체로 봉재용 침(손잡이 끝에 작은 플라스틱봉이 붙은 것)들을 가지고 왔다. 평생 딱딱한 것들을 찌르면서 고생했으니, 이제 부드러운 곳에 안치해 드린다는 얘기다. 공양의 주체는 침이고, 사람과 침은 혼효될 수도 있다. 현상학적 인식론에 한술 더 뜬 사상이다. 어떤 부인은 작은 병에서 바늘들을 꺼내어 '침총(針塚)'이라고 음각된 돌상자인 바늘 무덤에 넣는다. 마찬가지로 주문을 외운다. 구두수선공이 가지고 온 바늘은 크기도 달랐다. 타투업을 하는 사람은 문신에 사용하는 아주 길게 생긴 특이한 침을 가지고 왔다. 사찰의 스님에게 물으니 두부판 위의 바늘들은 나중에 모두 침총으로 들어간다고 했다. 봉제업자와 구두수선공, 병원 간호사들이 공양의 주체가 아니다. 침공양이라고 했는데, '공양'의 의미를 잘 새겨야 한다. 심청전에 나오는 '공양미 삼백석'의 '공양'과는 의미가 다르다. 심봉사의 눈을 뜨게 할 공양미는 쌀이 객체이고, 심봉사가 주체이다. 사람이 주체가 되니 사람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한 톨의 쌀알이 아니고 삼백석이나 바쳐야 한다. 욕망에 비례해서 공양미의 양이 커지기 마련이다. 침공양에서는 부러진 바늘 한 개가 공양의 주체다. 사찰의 한쪽에는 '만총(鰻塚)'이라는 석비가 서 있다. 일본에는 여름에 장어(鰻)를 먹는 날이 따로 정해져 있다. 복날이나 마찬가지의 개념이다. 장어의 영혼에 공양을 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장어를 잘 먹게 해달라는 공양이 아니다. 그 옆에는 전사자영령비가 있고, 건너편에는 '필총(筆塚)'도 있다. 동식물을 숭배해 조상으로 여기는 신앙을 토테미즘이라고 한다. 육당 최남선은 일찍이 토템을 족령(族靈)이라고 번역했다. 단군과 관련되는 곰 신앙이 토템이고, 닭은 신라의 시조 박혁거세와 관련이 있다. 그런데 이 땅에는 인공물에 영혼의 개념을 부여한 적이 없다. 일본은 다르다. 산이나 강과 같은 자연뿐만 아니라 사람이 만든 인공물에도 영혼이 있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버리는 쓰레기나 빗자루에도 영혼이 있다고 생각한다. 일본의 길거리에 쓰레기가 없는 이유의 기본이 여기에 있고, 쓰레기통에 부러진 바늘이 있을 리가 없다. 한국사람들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가와바타 야스나리(1899~1972)의 '설국(雪國)'의 세계를 얼마나 이해할까? 알 듯 말 듯한 표현을 '미지의 세계'라고만 해석하니, 일본 동북 지방을 배경으로 만물의 영혼이 뒤섞여서 전개된 일본인들의 정신세계를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에서 드러나는 표현들에 한국 청소년들이 매료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꿀렁거리는 액체 질감의 표현은 '모노노케 히메'의 시시가미·다이다라봇치(사슴신)와 '센과 치히로'의 오물신으로부터 드러난다. 인물의 감정변화를 나타낼 때 동물의 털이 서는 것처럼, 무엇인가 부풀어오르는 소름의 표현들은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와 그의 다른 작품들에서 단골 메뉴로 등장한다. 다카하타 이사오의 작품에서도 사람과 물건과 동물이 뒤섞이는 장면은 마찬가지로 등장한다. 대상의 그림이 식물이건 동물이건 무생물이건 구름이건 차이가 없다. 그야말로 극치와 골수의 애니미즘 세상이다. 삼라만상이 동일선상에서 표현되는 일본 특유의 문화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오천년 전 암사동 사람들이 이런 유의 생각을 하였을까? 문화상대성이라는 말이 있다. 모든 문화는 상대적이기 때문에, 어떤 다른 가치에 의해서 재단돼 평가되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다. 과연 이런 생각이 어느 정도까지 용납될 수 있는가? 애니메이션의 일본문화는 좋아할 수 있고, 동일한 뿌리에서 나온 가미카제와 같은 특공대의 일본문화는 싫어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일본문화의 특수성에서 드러나는 문제를 인류 보편의 윤리적인 가치로 제어할 수 있는 통로가 보편성이다. 문화의 특수성과 보편성은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이 원칙은 일본문화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한국문화에서도, 이슬람문화에서도 그리고 그 하위를 구성하는 기업과 정당에서도 기본적으로 수용되어야 한다. 그래야 이 세상의 사람들이 어디에서나 편안하게 살아가는 삶의 기본이 조성된다. 세계사와 세계지리만 가르친다고 세상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이해를 위해서 타 문화를 가르쳐야 한다. 세계화 시대의 공생은 타 문화 이해가 기본이다. 전경수 서울대 인류학과 명예교수 jsm64@fnnews.com 정순민 기자
2025-02-03 18:40:17'작사'(JAXA, Japan Aerospace Exploration Agency)는 2003년 설립된 일본의 우주항공연구소다. 2007년 달 탐사선, 2015년 금성 탐사선, 2018년 수성 탐사선(공동) 성공의 발판으로 2018년에는 ‘하야부사’(매를 뜻하는 일본어)를 쏘아서 소행성 ‘류구’로부터 세계 최초로 샘플 채취에 성공해 지구에는 없는 광물질을 보고했다. 이 분야는 미국의 나사(NASA)를 앞섰다. 하야부사가 발사된 후 궤도상에 오르자, 프로젝트의 책임자 요시카와 마코토 박사는 “과학적으로는 완벽하다. 이제 할 수 있는 것은 ‘이노루시카나이’”라고 하면서 두 손을 모으는 장면이 텔레비전으로 생중계됐다. “비는 일만 남았다”는 주문(呪文)이다. 누구에게 빈다는 것인가? 신(神)에게 빈다는 것인가? 이 신은 영어로 쓰는 유일신의 GOD와는 다르다. 일본사람들은 팔백만 신을 믿고, '삼계만령(三界萬靈)'이라는 말도 한다. 존재하는 모든 것에 영혼이 있다는 얘기다. 과학자인 요시카와 박사는 인공물인 인공위성의 영혼에게 빌었고, 성공 여부의 주체는 ‘하야부사’에게 달렸다고 생각했다. 일본에서 매년 2월 8일은 침공양(針供養)의 날이다. 1934년 아키타현 오가(男鹿)의 농가일지에도 2월 8일에 부인들이 침공양을 했다는 민속지를 읽었다. 12월 8일에도 했다. 나는 2004년과 2019년 두 번 도쿄의 사찰에서 '침공양제전'에 대한 관문참여(觀聞參與)의 기회를 가졌다. '대동경화복재봉교사회(大東京和服裁縫敎師會)'란 깃발이 보였고, 병원 측에서 온 남성들과 간호사들도 참가했다. 커다란 향로에서 향불 타는 냄새가 짙었고, 부러지거나 구부러진 바늘 그리고 압침에 이르기까지 침과 바늘 형상인 것들은 모두 모아서 가지고 왔다. 작은 병이나 통에 담긴 바늘을 한 개씩 꺼내어 깨끗한 두부판 위에 꽂는다. 한 개씩 꽂을 때마다 무엇이라고 주문을 외운다. 무엇이라고 말했는지를 물었다. “그동안 고생하셨으니 이제 편히 쉬세요”라고 했다. 주로 두부판을 준비하지만, 곤약의 전분으로 만든 묵판에 꽂기도 한다. 양재학원생들은 단체로 봉재용 침(손잡이 끝에 작은 플라스틱봉이 붙은 것)들을 가지고 왔다. 평생 딱딱한 것들을 찌르면서 고생했으니, 이제 부드러운 곳에 안치해드린다는 얘기다. 공양의 주체는 침이고, 사람과 침은 혼효될 수도 있다. 현상학적 인식론에 한술 더 뜬 사상이다. 어떤 부인은 작은 병에서 바늘들을 꺼내어 '침총(針塚)'이라고 음각된 돌상자인 바늘 무덤에 넣는다. 마찬가지로 주문을 외운다. 구두수선공이 가지고 온 바늘은 크기도 달랐다. 타투업을 하는 사람은 문신에 사용하는 아주 길게 생긴 특이한 침을 가지고 왔다. 사찰의 스님에게 물으니 두부판 위의 바늘들은 나중에 모두 침총으로 들어간다고 했다. 봉제업자와 구두수선공과 병원의 간호사들이 공양의 주체가 아니다. 침공양이라고 했는데, '공양'의 의미를 잘 새겨야 한다. 심청전에 나오는 '공양미 삼백석'의 '공양'과는 의미가 다르다. 심봉사의 눈을 뜨게 할 공양미는 쌀이 객체고, 심봉사가 주체다. 사람이 주체가 되니 사람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서 한 톨의 쌀알이 아니고 삼백석이나 바쳐야 한다. 욕망에 비례해서 공양미의 양이 커지게 마련이다. 침공양에서는 부러진 바늘 한 개가 공양의 주체다. 사찰의 한 쪽에는 '만총(鰻塚)'이라는 석비가 서 있다. 일본에는 여름에 장어(鰻)를 먹는 날이 따로 정해져 있다. 복날이나 마찬가지의 개념이다. 장어의 영혼에 공양을 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장어를 잘 먹게 해달라는 공양이 아니다. 그 옆에는 전사자영령비가 있고, 건너편에는 '필총(筆塚)'도 있다. 동식물을 숭배해 조상으로 여기는 신앙을 토테미즘이라고 한다. 육당 최남선은 일찍이 토템을 족령(族靈)이라고 번역했다. 단군과 관련되는 곰 신앙이 토템이고, 닭은 신라의 시조 박혁거세와 관련이 있다. 그런데 이 땅에는 인공물에 영혼의 개념을 부여한 적이 없다. 일본은 다르다. 산이나 강과 같은 자연뿐만 아니라 사람이 만든 인공물에도 영혼이 있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버리는 쓰레기나 빗자루에도 영혼이 있다고 생각한다. 일본의 길거리에 쓰레기가 없는 이유의 기본이 여기에 있고, 쓰레기통에 부러진 바늘이 있을 리가 없다. 한국사람들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카와바타 야스나리(1899~1972)의 '설국(雪國)'의 세계를 얼마나 이해할까? 알듯 말듯한 표현을 '미지의 세계'라고만 해석하니, 일본 동북 지방을 배경으로 만물의 영혼이 뒤섞여서 전개된 일본인들의 정신세계를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에서 드러나는 표현들에 한국의 청소년들이 매료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꿀렁거리는 액체 질감의 표현은 '모노노케 히메'의 시시가미·다이다라봇치(사슴신)와 '센과 치히로'의 오물신으로부터 드러난다. 인물의 감정변화를 나타낼 때 동물의 털이 서는 것처럼, 무엇인가 부풀어 오르는 소름의 표현들은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와 그의 다른 작품들에서 단골 메뉴로 등장한다. 타카하타 이사오의 작품에서도 사람과 물건과 동물이 뒤섞이는 장면은 마찬가지로 등장한다. 대상의 그림이 식물이건 동물이건 무생물이건 구름이건 차이가 없다. 그야말로 극치와 골수의 애니미즘(animism) 세상이다. 삼라만상이 동일선상에서 표현되는 일본 특유의 문화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오천년 전 암사동 사람들이 이런 류의 생각을 하였을까? 문화상대성이라는 말이 있다. 모든 문화는 상대적이기 때문에, 어떤 다른 가치에 의해서 재단돼 평가되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다. 과연 이런 생각이 어느 정도까지 용납될 수 있는가? 애니메이션의 일본문화는 좋아할 수 있고, 동일한 뿌리에서 나온 카미가제와 같은 특공대의 일본문화는 싫어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일본문화의 특수성에서 드러나는 문제를 인류보편의 윤리적인 가치로 제어할 수 있는 통로가 보편성이다. 문화의 특수성과 보편성은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이 원칙은 일본문화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한국문화에서도 이슬람문화에서도 그리고 그 하위를 구성하는 기업과 정당에서도 기본적으로 수용되어야 한다. 그래야 이 세상의 사람들이 어디에서나 편안하게 살아가는 삶의 기본이 조성된다. 세계사와 세계지리만 가르친다고 세상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이해를 위해서 타문화를 가르쳐야 한다. 세계화 시대의 공생은 타문화 이해가 기본이다. 전경수 서울대 인류학과 명예교수 jsm64@fnnews.com 정순민 기자
2025-01-17 14:3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