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미국 시애틀, 오클랜드에 이어 LA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친 걸그룹 에스파가 공연 수익금 일부를 LA 화재 피해자 지원금으로 내놓는다. 3일 에스엠 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에스파는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기아 포럼에서 '2024-25 에스파 라이브 투어-싱크 : 패러렐 라인'을 진행, 전석 매진으로 약 1만2000명의 관객을 만났다. 이번 공연에서 에스파는 메가 히트곡 ‘슈퍼노바' ’아마겟돈', ’위플래시'를 포함해 멤버별 솔로곡과 다양한 노래를 소화했다. 이날 현장에는 그래미 어워즈 2관왕의 미국 싱어송라이터 토리 켈리와 소속사 선배인 엑소 수호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또한 에스파는 지난 2022년 LA 유튜브 시어터에서의 쇼케이스, 2023년 크립토닷컴 아레나에서의 첫 미주 투어에 이어 이번이 LA에서의 세 번째 공연인 만큼, 이번 공연의 수익금 일부를 최근 LA에서 발생한 화재 관련 피해자들을 위해 기부할 예정이라고 밝혀 의미를 더했다. 한편, 에스파는 2월 4일 멕시코 멕시코시티에서 투어를 이어간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5-02-03 14:54:47[파이낸셜뉴스]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최근 발생한 대형 산불이 최소 40년 내에 캘리포니아주의 도시 지역을 가장 크게 태운 화재라고 AP통신이 분석했다. AP는 위스콘신대 실비스 연구소의 화재 데이터를 자체 분석한 결과, 적어도 1980년대 중반 이후 캘리포니아에서 이렇게 큰 규모로 인구가 밀집된 도시에 피해를 준 산불은 없었다고 17일(현지시간) 전했다. 캘리포니아 산림·소방국에 따르면 지난 7일 LA 카운티 내 서부 해변과 동부 내륙에서 각각 발생한 '팰리세이즈 산불'과 '이튼 산불'의 피해 면적은 현재까지 각각 96㎢, 57.1㎢로 집계됐다. AP는 이들 두 지역에서 산림을 제외하고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도시 지역의 면적만을 합하면 4제곱마일(10.4㎢)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2018년 11월 LA에서 발생한 '울시 산불'로 소실된 도시 면적의 2배가 넘는 규모라고 AP는 설명했다. 울시 산불은 전체 피해 면적이 현재의 팰리세이즈·이튼 산불보다 더 컸지만, 불탄 지역 대부분은 사람이 살지 않는 곳이었다. 당국에 따르면 이날까지 11일째 이어지고 있는 팰리세이즈 산불과 이튼 산불의 진압률은 현재 각각 31%, 65%를 기록 중이다. 두 산불 모두 닷새째 피해 면적을 그대로 유지하며 더는 확산하지 않고 있다. 이번 산불로 인한 사망자 수 집계치는 총 27명으로 늘었다. 당국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이튼 산불로 파괴된 구조물이 총 7555채로, 이 가운데 약 58%인 4천356채가 주택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앞서 당국은 팰리세이즈 산불 지역까지 합한 이번 화재의 전체 건물 피해 규모를 1만2000여채로 추산한 바 있다. cjk@fnnews.com 최종근 기자
2025-01-18 11:23:38[파이낸셜뉴스] 흑인 남성이 하얀색 큰 가방을 어깨에 둘러 맨 체 거리를 걷고 있다. 뒤로는 화염에 휩싸였거나 검은 연기가 치솟는 집이 보인다. 전환된 영상에선 또 다른 흑인 남성들이 대형 TV를 급하게 들고나온다. 지난 9일(현지시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스레드에 올라온 이 영상엔 "약탈자들이 집을 뒤지고 있다"는 간단한 설명이 달렸다. 이후 해당 영상은 옛 트위터인 엑스(X)나 인스타그램으로 퍼졌다. 이 글엔 "늘 그래왔던 것처럼 그들의 약탈이 다시 일어났다"거나 "이민자들'이라는 댓글과 함께 '흑인'이라고 특정했다. USA투데이는 해당 영상의 진위를 확인한 뒤 '약탈자가 아니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영상 속 남성들은 LA화재의 위험에 노출된 한 여성의 집에서 물건을 훔치는 게 아니라 물건을 이동하는 데 도움을 줬다. USA투데이는 스레드에 게시된 영상의 경우 근거없이 약탈을 주장하고 있다며 근거를 제시했다. 바로 LA지역 방송국인 KTLA의 취재 영상이다. KTLA 영상엔 SNS에서 약탈 당했다고 주장하는 집 주인의 인터뷰가 담겨 있다. 집 주인은 "대피 명령이 떨어지면서 우리는 최대한 물건들을 챙기려고 했다. 그들이 우리의 물건을 챙기는 데 도와줬다"고 말했다. 인터뷰하는 여성의 옆에 바로 하얀 가방을 둘러 맨 남자가 있다. USA투데이는 현재 스레드가 운영 정책에 따라 해당 게시물 하단에 "거짓 정보가 포함돼 있다"는 내용과 함께 해당 보도의 링크를 걸어놨지만, 여전히 SNS엔 잘못된 정보와 함께 영상이 게시되고 있다고 전했다. 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
2025-01-12 03:21:32[파이낸셜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1일 "LA(로스앤젤레스) 산불 화재가 사흘째 이어지며 피해가 상상하기 힘든 규모로 확산되고 있다"며 "희생자분들께 진심어린 애도를 표한다"고 했다. 이날 이 대표는 '미국 국민들께 깊은 애도와 연대의 뜻을 전한다'라는 제목으로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이 대표는 "큰 슬픔과 충격에 빠져 계실 유가족들과 미국 국민들께도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생명 앞에 국경은 없고 어려울 때 함께 걷는 것이 동맹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동맹국으로서 한국 국민들 또한 LA 교민들, 나아가 미국 국민이 겪고 계실 고통에 함께 아파하고 있다는 말씀을 꼭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신속한 구조와 화재 진압, 빠른 피해 복구로 모든 분들이 삶의 터전을 되찾을 수 있길 기도하겠다"고 덧붙였다. 10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와 LA 카운티 당국 등에 따르면 미국 서부 도시 로스앤젤레스에서 동시 다발한 산불이 나흘째 이어지면서 서울시 면적 4분의 1가량에 해당하는 규모가 불에 탔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2025-01-11 10:36:34[파이낸셜뉴스] 차바이오텍은 최석윤 전 메리츠증권 고문( 사진)을 부회장으로 영입해 오는 31일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대표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라고 30일 밝혔다. 40여 년간 투자은행 업계에서 일해온 최석윤 부회장은 JP모건을 시작으로 대우증권 도쿄와 런던 현지법인에서 근무했고, 크레디 스위스, 바클레이즈, RBS 한국대표와 골드만삭스 한국 공동대표 등을 역임했다. 이후 모교인 서울대 경영대학에서 3년간 강의한 뒤 메리츠화재 기업부문 사장, 메리츠증권 고문을 역임했다. 차바이오텍은 또 일본 병원 사업을 비롯한 아시아 헬스케어 시장 확대를 위해, 다이와증권에서 25년간 일하며 도쿄와 런던에서 다이와의 투자은행 부문 글로벌 대표를 역임하고 코트라의 인베스트 코리아 대표로 4년간 활동한 한기원 사장도 영입했다. LA 차병원의 경영 효율화를 위해서는 뉴욕과 LA에서 35년간 공인회계사로 활동한 김창욱 전 KPMG 파트너가 현지 병원 관리법인 대표로 합류했다. 차바이오텍은 이와 함께 내부 조직과 계열사 관리를 효율적으로 강화하기 위해서는 삼성그룹 금융사와 구조본 및 런던 현지법인 등에서 30여 년간 근무했고 삼성선물 대표를 지낸 박번 사장을 기용했다. 이에 앞서 차바이오그룹은 2024년 7월 KBS 경제주간과 KBS비즈니스 대표를 역임한 박유한 사장을 전략기획본부장으로 영입해 그룹 전반의 조직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2025-03-28 14:13:26[파이낸셜뉴스]삼성이 최근 대형 산불로 고통을 겪는 경북·경남 지역 주민을 위로하고 피해 복구를 돕기 위해 30억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고 26일 밝혔다. 이번 성금 기부에는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SDS,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물산 등 8개 관계사가 참여했다. 성금은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전달될 예정이며, 경남 산청과 경남 하동, 경북 의성, 울산 울주 등 특별재난지역의 피해 복구에 사용될 계획이다. 삼성은 임시 대피소에서 생활하는 이재민을 위해 생필품 등으로 구성된 재해구호키트 1000개와 거주용 천막 600개도 제공한다. 삼성은 국내외에 대규모 자연재해가 발생할 때마다 위기 극복을 위한 사회적 노력에 적극적으로 동참해 왔다. 앞서 2022년과 2023년에도 산불과 집중호우 당시 각각 성금 30억원을 기부하고, 긴급구호키트를 제공하기도 했다. 올 초에는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대형 산불 발생시 가전·태블릿·PC 등 100만 달러 상당의 전자제품을 기부했고, 2023년 튀르키예 대지진 발생시에도 구호 성금 등 총 300만 달러를 긴급 지원했다. soup@fnnews.com 임수빈 기자
2025-03-26 16:40:42[파이낸셜뉴스] 산림청은 조달청의 수출선도형 시범구매 제품에 대형산불 억제를 위한 ‘산불지연제 및 고체진화제’가 혁신제품으로 최종 선정됐다고 24일 밝혔다. 이로써 산림청은 산불지연제 약 68톤(4억 7600만 원)을 조달청으로부터 지원받아 본격적으로 해외 실증에 나선다. 혁신제품 수출선도형 시범구매 사업은 국가연구개발사업(R&D) 등을 통해 개발된 혁신적인 중소기업 제품을 공공기관에서 실제 사용하고 인증하는 사업이다. 이를 통해 제품 신뢰성을 확보하고, 해외 시장에서의 제품 실증을 통해 수출 가능성을 높이고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게 된다. 최근 미국 로스엔젤레스(LA)에서 발생한 대형산불 대응과정에서도 화재진압을 위해 사용된 산불지연제는 헬기나 항공기를 통해 산불 위험지역에 미리 살포하며 물보다 3배 이상 산불을 억제·차단하는 효과가 있다. 이번에 선정된 국산 산불지연제는 산림청에서 연구예산 2억 8000만 원을 투자하고 국립산림과학원과 ㈜대명하이테크가 협력해 개발한 제품으로, 살포 후 시간당 5㎜의 강우에서도 3개월간 발화억제 효과가 지속된다. 또한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 등 전문 인증기관의 무독성 시험을 통과해 산불 예방뿐만 아니라, 토양과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도 최소화한 것이 특징이다. 산림청은 한국임업진흥원을 협업기관으로 지정해 실증사업 업무전반을 대행하도록 하고, 조달청 및 ㈜대명하이테크와 시범사용 협약을 체결해 이르면 올해 상반기부터 캄보디아와 파라과이에서 처음으로 산불지연제의 실효성을 검증할 예정이다. 임상섭 산림청장은 “산불 지연제가 최초로 해외 실증 혁신제품으로 선정된 것은 우리 산림 R&D 기술이 세계적 수준에 도달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성과”라며, “첫 해외 실증인 만큼 철저한 관리를 통해 수출 확대를 지원하고, 한국의 선진 산불 예방 기술 보급에도 적극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kwj5797@fnnews.com 김원준 기자
2025-02-24 11:13:01【청도(경북)=유선준 기자】 "작품의 기본적 개념은 '순환'입니다. 베니스 전시의 작품을 태우는 것은 지나간 과거를 없애고, 새롭게 시작한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정월 대보름인 지난 12일 오후 5시, 경상북도 청도의 청도천. 해가 떨어지고 땅거미가 내려앉자 화약 터지는 소리와 함께 청도천의 9917㎡ 규모 작은 섬 곳곳에 화염이 오르고 불꽃과 연기가 피어올랐다. 미술품 컬렉터 100여명의 환호성이 터진 가운데, 화재에 대비한 구급대원과 경찰관들이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이배 작가(사진)의 개인전 '달집태우기(La Maison de la Lune Brulee)'의 피날레가 이날 이 작가의 고향인 청도에서 화려하게 개최됐다. 그는 지난해 제60회 이탈리아 베니스 비엔날레의 공식 연계 부대 전시로 '달집태우기'를 선보였다. 앞서 지난해 2월 청도에서 달집태우기를 시작해 베니스로 향한 후 다시 청도로 돌아와 이날 순환의 여정을 완성했다. 달집태우기는 청도 주민들이 해마다 정월 대보름에 모여 행하는 전통 의례다. 보름달이 떠오를 때 나무나 짚으로 만든 달집에 불을 질러 주위를 밝히는 놀이로, 액을 쫓고 복을 부르는 염원을 담은 행사다. 이날은 짚으로 만든 달집 대신, 청도천의 작은 섬 전체에 흰 종이가 덮어씌워졌다. 그 아래에는 이 작가가 베니스 전시 때 사용하고 가져온 붓질한 종이, 소원을 담아 적은 한지, 베니스 전시장 벽을 장식했던 도배지 등이 채워졌다. 조현화랑 주관으로 펼쳐진 이번 달집태우기는 사람의 문화와 자연의 화합, 비움의 순환, 자연의 호흡과 리듬 등을 의미했다. 이날 참관인들도 염원을 적은 종이를 전달해 퍼포먼스가 의미를 더했다. 이 작가는 행사 직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날 청도천에서 지난해 베니스 비엔날레의 여정을 마무리한다"며 "이는 한국 전통문화의 현대적 해석을 통해 순환과 흐름을 나타내는 염원을 담은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전시 제목을 '달집태우기'로 정한 데 대해 "한국의 민속 의식을 현대미술로 재해석하고자 하는 내 나름의 의미를 담은 것"이라며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이 세계적으로 뜨거운 시대에 한국 작가로서 우리의 전통이나 역사, 문화를 느끼게 해줄 수 있는 전시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태우기' 행위와 '소멸과 생성을 통한 순환'이라는 의미에 대한 글로벌 공감대가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 작가는 "서구권에는 가톨릭의 '생장' 의식이 있는데, 나쁜 것을 태우고 새로운 것을 맞는다는 의미로 달집태우기와 비슷하다"며 "베니스 전시 당시 참관인 중 퍼포먼스를 보고 감동을 받아 우는 사람도 많았는데, 특히 비엔나(빈)에서 차로 24시간을 달려 일부러 달집태우기를 보러 온 한 참관객을 잊을 수 없다"고 회상했다. 이 작가는 "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는 '순환'"이라며 "지난해 달집을 태우고 그 영상과 타고 남은 숯으로 베니스에서 전시한 뒤 다시 청도로 돌아왔다는 점에서 일종의 '순환'으로 이번에 달집을 태운 것"이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퍼포먼스 장소로 청도천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청도는 내 고향이며 작품의 어머니 같은 곳"이라며 "봄에 냉이를 캐어 먹던 순수한 마음에 대한 추억이 남아 있는 이곳에서 오늘날 환경, 전쟁, 인간성 상실 등 두려움을 일소하고 순환과 회복을 통해 대자연과 함께 새로운 생명과 시작을 염원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이날 그의 말처럼 과거의 흔적들이 화염 속에 모두 사라졌지만, 하얀 눈밭에 피어오르는 소멸의 흰 연기와 함께 새롭게 시작되고 있었다. rsunjun@fnnews.com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2025-02-13 19:43:07【청도(경북)=유선준 기자】 "작품의 기본적 개념은 '순환'입니다. 베니스 전시의 작품을 태우는 것은 지나간 과거를 없애고, 새롭게 시작한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정월 대보름인 지난 12일 오후 5시, 경상북도 청도의 청도천. 해가 떨어지고 땅거미가 내려앉자 화약 터지는 소리와 함께 청도천의 9917㎡ 규모 작은 섬 곳곳에 화염이 오르고 불꽃과 연기가 피어올랐다. 미술품 컬렉터 100여명의 환호성이 터진 가운데, 화재에 대비한 구급대원과 경찰관들이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이배 작가의 개인전 '달집태우기(La Maison de la Lune Brulee)'의 피날레가 이날 이 작가의 고향인 청도에서 화려하게 개최됐다. 그는 지난해 제60회 이탈리아 베니스 비엔날레의 공식 연계 부대 전시로 '달집태우기'를 선보였다. 앞서 지난해 2월 청도에서 달집태우기를 시작해 베니스로 향한 후 다시 청도로 돌아와 이날 순환의 여정을 완성했다. 달집태우기는 청도 주민들이 해마다 정월 대보름에 모여 행하는 전통 의례다. 보름달이 떠오를 때 나무나 짚으로 만든 달집에 불을 질러 주위를 밝히는 놀이로, 액을 쫓고 복을 부르는 염원을 담은 행사다. 이날은 짚으로 만든 달집 대신, 청도천의 작은 섬 전체에 흰 종이가 덮어씌워졌다. 그 아래에는 이 작가가 베니스 전시 때 사용하고 가져온 붓질한 종이, 소원을 담아 적은 한지, 베니스 전시장 벽을 장식했던 도배지 등이 채워졌다. 조현화랑 주관으로 펼쳐진 이번 달집태우기는 사람의 문화와 자연의 화합, 비움의 순환, 자연의 호흡과 리듬 등을 의미했다. 이날 참관인들도 염원을 적은 종이를 전달해 퍼포먼스가 의미를 더했다. 이 작가는 행사 직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날 청도천에서 지난해 베니스 비엔날레의 여정을 마무리한다"며 "이는 한국 전통문화의 현대적 해석을 통해 순환과 흐름을 나타내는 염원을 담은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전시 제목을 '달집태우기'로 정한 데 대해 "한국의 민속 의식을 현대미술로 재해석하고자 하는 내 나름의 의미를 담은 것"이라며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이 세계적으로 뜨거운 시대에 한국 작가로서 우리의 전통이나 역사, 문화를 느끼게 해줄 수 있는 전시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태우기' 행위와 '소멸과 생성을 통한 순환'이라는 의미에 대한 글로벌 공감대가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 작가는 "서구권에는 가톨릭의 '생장' 의식이 있는데, 나쁜 것을 태우고 새로운 것을 맞는다는 의미로 달집태우기와 비슷하다"며 "베니스 전시 당시 참관인 중 퍼포먼스를 보고 감동을 받아 우는 사람도 많았는데, 특히 비엔나(빈)에서 차로 24시간을 달려 일부러 달집태우기를 보러 온 한 참관객을 잊을 수 없다"고 회상했다. 이 작가는 "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는 '순환'"이라며 "지난해 달집을 태우고 그 영상과 타고 남은 숯으로 베니스에서 전시한 뒤 다시 청도로 돌아왔다는 점에서 일종의 '순환'으로 이번에 달집을 태운 것"이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퍼포먼스 장소로 청도천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청도는 내 고향이며 작품의 어머니 같은 곳"이라며 "봄에 냉이를 캐어 먹던 순수한 마음에 대한 추억이 남아 있는 이곳에서 오늘날 환경, 전쟁, 인간성 상실 등 두려움을 일소하고 순환과 회복을 통해 대자연과 함께 새로운 생명과 시작을 염원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이날 그의 말처럼 과거의 흔적들이 화염 속에 모두 사라졌지만, 하얀 눈밭에 피어오르는 소멸의 흰 연기와 함께 새롭게 시작되고 있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2025-02-13 11:20:57[파이낸셜뉴스] 1989년 미국에서 제작돼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애니메이션이 된 '심슨 가족(The Simpsons)’은 가상의 도시 ‘스프링필드’에서 살아가는 심슨 가족의 이야기다. 심슨가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다양한 에피소드는 미국 사회와 문화, 중산층의 삶을 풍자적으로 묘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심슨 가족에 유명세를 보탠 건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에피소드들이 현실화되는 사례가 생기면서 '현대판 노스트라다무스'라는 별칭을 얻으면서다. 대표적인 예측이 디즈니의 폭스 인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트위터 차단과 의사당 난입, 조 바이든 46대 미국 대통령 취임식 등이 있다. 새해 시작과 함께 미국에서 대형 사건, 사고들이 발생하면서 온라인에선 또 다시 심슨 가족의 예언 찾기에 나서고 있다. 지난 2일(현지시간) 유튜브에는 '심슨이 예측한 게 2025년 실제가 됐다'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에서 소개한 여러 에피소드들 중 하나는 2008년 방영된 '여객기 충돌로 혼란에 빠진 스프링필드'다. 여객기는 불길이 타오른 채 저수지로 추락하고 있다. 이를 지켜보는 스프링필드 주민들은 충격을 받아 불안한 모습을 보여준다. 지난달 29일 미국 워싱턴 DC 인근 로널드 레이건 공항 부근에서 소형 여객기와 군 헬리콥터가 공중 충돌한 뒤 포토맥강으로 추락하면서 탑승자 전원이 사망하는 비극적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사고의 참혹함 말고도 유사한 건 또 있다. 영상을 올린 유튜버는 해당 에피소드에 대해 "스프링필드 시장 등 관료주의에 빠진 공무원들의 일 처리 방식을 조롱하기 위해 만들었다. 모든 책임을 항공 관제사에게 전가하는 모습을 보인다"면서 "이는 워싱턴에서 발생한 사고도 다르지 않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20일 넘게 이어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산불과 흡사한 내용도 심슨 가족의 에피소드에 나온다. SNS 틱톡엔 심슨 가족이 이미 LA 산불을 예언했다는 내용의 영상이 올라와 있다. 2007년에 방영된 에피소드 '작은 큰 소녀'다. 에피소드를 소개하는 영상 속 내레이션은 "스프링필드가 마을과 주민들을 위협하는 파괴적인 산불에 직면한다"면서 "(심슨 부부의 아들인) 바트는 장난으로 화재를 일으키고 불은 빠르게 번진다. 에피소드는 자연 재해에 직면한 지역 사회의 취약성을 강조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에피소드의 장면은 최근 사건과 소름 돋을 정도로 비슷하다. 다양한 지역에 산불이 퍼지고 재산이 파괴되며 소방관들이 불길을 잡으려고 끊임없이 노력한다"고 전한다. 바로 LA 산불이다. 두 사건·사고 외에도 심슨 가족의 에피소드는 올해 상황을 다양한 시각에서 예측한다. 인공지능(AI), 가상화폐의 활성화를 예측하는 내용도 있다. 그런 점에서 워싱턴 항공기 추락 사고와 관련해 심슨 가족의 연관성을 설명한 유튜버의 마지막 말은 의미심장하다. 이 유튜버는 "심슨 가족이 허구와 현실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드는 사례를 하나씩 추가하고 있다"고 했다. 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
2025-02-04 11:35: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