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 고전은 연극계의 단골 레퍼토리다. 하지만 누가 연출하고 연기하는지에 따라 보는 맛이 다르다. 올해는 이호재·전무송·박정자·손숙 등 60년 경력의 베테랑 배우부터 연극배우 출신 스타 연기자 황정민이 무대에 오른다. 오는 6월 9일 개막하는 '햄릿'은 연극계 베테랑 배우들이 총출동하는 손진책 연출의 세번째 시즌 무대라면, '맥베스'는 황정민과 아내 김미혜 프로듀서가 설립한 샘컴퍼니가 여섯번째로 선보이는 연극 작품이다. ■'햄릿' 박정자·손숙 등 연극계 베테랑 한자리 "'햄릿'은 모든 배우들이 선망하는 작품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영광인 것은 함께 참여하는 배우들이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대배우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사실이 감개무량하다."(햄릿 역 배우 이승주) 내달 개막하는 '햄릿' 세 번째 시즌은 이호재, 전무송, 박정자, 손숙, 정동환, 김성녀, 길용우, 남명렬, 정경순, 길해연, 전수경 등 공연계 베테랑 배우들이 총출동하는 작품이다. 여기에 햄릿에 더블 캐스팅된 강필석, 이승주를 필두로 오필리아 역 에프엑스 루나 등 젊은 배우들까지 24명이 장장 80일 동안 불멸의 고전을 무대에 올린다. 배삼식 극본, 손진책 연출에 이태섭(무대), 정영두(안무), 박명성(프로듀서) 등 공연계 스타 제작진이 함께한다. 오필리어의 아버지 폴로니우스 역에 합류한 박지일은 지난 7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 시대 전설적 배우들과 함께 하게 돼 영광"이라며 "연습장 분위기는 다 청년이나 다름없다. 열기가 뜨겁다"고 말했다. 막내 루나 역시 "연극을, 그것도 '햄릿'을 하게 돼 영광"이라며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손진책 연출은 앞서 "연극이 인간학이라면 '햄릿'은 죽음학"이라고 했다. 그는 "한 SF소설가가 쓴 책의 서문에 '지구에 다녀간 생명이 천억명. 현재 1인당 30명의 유령을 등에 지고 산다'는 글을 읽었는데, 무척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연극 속 인물들이 마치 사령(死靈)처럼, 죽은 채로 살아있는 '비존재의 존재'로서 움직인다. 유령의 상태에서 산 사람들의 동태를 살피는 것이 이 연극의 기본 시선"이라고 말했다. 그는 '햄릿'의 명대사 '사느냐 죽느냐 이것이 문제로다'를 언급하며 "메인 대사며 주제인데, 산다고 해도 비겁하게 살면 살아도 죽은 것이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허물어 삶을 다시 보고, 삶의 가치를 다시 음미해보자는 생각으로 이번 작품을 만들고 있다"고 부연했다. 신시컴퍼니 박명성 프로듀서는 올여름 대극장 연극이 많은데 공연 기간이 연극치곤 다소 길다는 물음에 "좋은 작품을 믿고, 새로운 공연 문화를 만들어보자는 의미로 시도했다"며 "훌륭한 대가들과 함께 하니, 객석을 어떻게든 채우려 한다"고 말했다. 공연은 내달 9일부터 9월 1일까지 서울 대학로 홍익대 대학로아트센터 대극장. ■황정민, 탐욕의 끝 쫓는 연극 '맥베스' 영화 '서울의 봄'에서 '탐욕왕'을 연기했던 황정민이 이번에도 탐욕의 끝을 쫓는 인물로 분한다. 연극 '맥베스'로 다시 무대에 서는 황정민은 지난 10일 제작발표회에서 "타이틀롤에 대한 부담이 없진 않지만 연극 작품을 할 때 너무 힐링이 되고 행복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맥베스'는 샘컴퍼니가 여섯번째로 선보이는 연극 작품이다. '고전은 어렵다'는 편견을 깬 샘컴퍼니 연극 시리즈는 '해롤드&모드'를 시작으로 '로미오와 줄리엣', '리차드 3세', '오이디푸스', '파우스트' 등을 줄줄이 히트시켰다. 이번 '맥베스' 역시 황정민과 김소진, 송일국, 송영창, 남윤호 등 베테랑 배우들의 원캐스트 출연으로 화제에 올랐다. 연출가 양정웅과 프로듀서 김미혜, 무대미술·조명디자이너 여신동 등 유명 창작진의 참여, 세계적인 아트 디렉터 요시다 유니와의 협업 등으로 기대를 모은다. 양정웅 연출은 이날 "2004년 제 개인적인 해석을 담아 동양적인 맥베스를 시도해본 적이 있다"면서 "이번에는 셰익스피어 비극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도록 정통에 가깝게, 또 현대적인 미장센과 함께 멋있게 만들어볼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배우 김소진은 맥베스를 파멸로 몰고 가는 '레이디 맥베스'를 열연한다. 맥베스의 절친한 친구이자 동료인 '뱅코우' 역은 배우 송일국이 맡았다. 송일국은 "지금 있는 국립극장은 제가 첫 연극을 했던 장소이고, 그때가 배우 인생 가장 행복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기억에 남는 연극으로 2016년 국립극장에서 관람한 '햄릿'을 꼽으며 "당시 매우 벅찬 감동을 주었던 공연장에 발을 디딘다는 것 자체가 대단히 설레고 큰 영광"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요시다 유니가 참여한 '맥베스' 공식 포스터도 이날 공개됐다. 뒷지퍼가 열린 블랙 원피스는 살인을 부추기는 검(劍)의 형상을, 가슴 디자인은 맥베스가 쓰게 될 왕관을 떠올리게 한다. 공연은 오는 7월 13일부터 8월 18일까지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jashin@fnnews.com 신진아 장인서 기자 jashin@fnnews.com 신진아 장인서 기자
2024-05-13 18:25:20[파이낸셜뉴스] 물가상승(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을 진행 중인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주택 시장이라는 막판 변수로 고전하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크게 오른 주택 임대료가 기대만큼 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급등한 임대료가 물가를 연준의 목표인 2%로 끌어내릴 마지막 지표이나 지난 1년반 동안 의도대로 떨어지지 않고 있으며 불가능할 것이라는 불안도 생기고 있다고 보도했다. 임대료를 포함한 주택 관련 비용은 연준이 물가 동향을 파악하는데 참고하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의 약 3분의 1, 개인소비지출(PCE)물가지수의 6분의 1을 차지한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임대료가 결국 떨어질 것으로 기대하면서 단지 늦어지고 있을 뿐이라고 보는 반면 주택 시장의 역학 변화로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며 금리 인하를 어렵게 만들 것이라는 우려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신규 임대비용은 근로자들의 임금이 큰폭으로 상승하고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급증, 낮은 판매용 또는 임대용 주택 재고로 인해 3년전 크게 올랐다. 데이터 분석업체 코어로직에 따르면 1가구용 주택 임대료는 지난 2022년 14% 상승했다가 신규 아파트 공급 증가로 지난 2월에는 3.4%까지 떨어졌다. 연준과 뉴욕 월가 투자자들, 이코노미스트들은 2022년말부터 임대료가 크게 떨어질 것으로 기대했으나 느리게 진행돼왔다. 미국 텍사스주의 한 아파트 소유 업체는 주택 인플레이션이 1년전 8.2% 떨어졌으나 지난 3월에는 기대보다 큰 5.6%으로 줄어드는데 그쳤다고 했다. 최근 수개월 동안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물가지수 하락세가 둔화된 것도 주택 관련 인플레이션 때문으로 지적됐다. 근원 PCE물가지수는 2022년 5.6%까지 상승한 후 떨어지기 시작했으나 지난 3월 2.8%로 12월의 2.9%에 비해 변동폭이 작았다. 오스턴 굴즈비 시카고 연방은행 총재는 주택 인플레이션이 기대했던 만큼 떨어지지 않았다며 하락하지 않는다면 “물가 목표 2% 달성하는데 고전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지난 2022년봄 급등하기 시작한 미국 CPI는 그해 9.1%까지 올랐다가 연준가 금리를 11회 올리면서 꾸준히 떨어져 지난 3월 3.5%를 기록했다. 저널은 인플레이션 2% 회복을 위해서는 주택 부문의 인플레이션이 현재 5.8%에서 3.5%로 줄어야 가능한 것으로 분석했다. 경제전문가들은 높아진 주택담보대출 이자로 인해 주택 임차인들이 구매보다는 임대 연장을 선호하는 추세여서 주택 인플레이션이 꺾이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주택이 전체 물가를 끌어내리는데 기대만큼 기여를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임금과 소득에 민감해 이것이 오를 경우 임대료가 크게 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신규 아파트 공급량 증가가 임대료를 안정시키고 있으나 이민자 증가와 탄탄한 고용 시장, 임금 상승으로 인해 이마저도 오래가지 못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편 미국 노동부는 오는 15일 4월 CPI를 발표할 예정이며 3월의 3.5%보다 0.1~0.2%p 떨어지면서 3개월 연속 상승세가 꺾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2024-05-13 09:34:52애플이 중국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다는 점이 23일(현지시간) 다시 확인됐다. 애플은 올 1·4분기 중국 시장에서 아이폰 판매가 19.1% 급감했다. 같은 기간 경쟁사인 중국 토종업체 화웨이는 70% 가까이 판매가 폭증했다. 미국이 화웨이를 블랙리스트에 올리면서 반도체 공급을 차단한 뒤 스마트폰 사업을 접다시피 했던 화웨이가 다시 스마트폰 시장에 등판한 것이 애플에 직격탄을 날렸다. 시장 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는 23일 보고서에서 1·4분기 중국 시장에서 애플 아이폰 판매가 토종 브랜드인 화웨이 등과 극심한 경쟁 속에 급감했다고 발표했다. 애플은 1·4분기 중국 시장에서 아이폰 판매가 1년 전 같은 기간에 비해 19.1% 급감했다. 화웨이가 스마트폰 사업을 재개하면서 급부상한 것이 주된 배경이다.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화웨이 스마트폰 판매는 1·4분기 69.7% 폭증했다. 화웨이가 출시한 메이트60 스마트폰이 아이폰15을 제친 것이다. 미국은 2019년부터 화웨이를 블랙리스트 기업 명단에 올려 첨단 기술 접근을 차단했고, 그 여파로 화웨이는 사실상 스마트폰 사업을 접을 위기에 몰린 바 있다. 그러나 화웨이는 낙관을 극복하고 스마트폰 시장에 성공적으로 복귀했다.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화웨이는 애플에 이어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4위를 기록하고 있다. 카운터포인트는 비록 애플이 1·4분기에 고전하기는 했지만 우려했던 것보다는 사정이 양호하다고 판단했다. 지난 달 카운터포인트 조사에서 애플 아이폰은 올 들어 6주 동안 중국내 판매가 전년동기비 24% 급감한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1분기 전체 감소폭이 19.1%라는 것은 1·4분기 후반에 애플 판매 부진이 완화됐다는 뜻이다. 애플의 가격 인하 전략 등이 소비자를 다시 끌어들이는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카운터포인트 선임 리서치 애널리스트 아이번 램은 애플이 고급 스마트폰 시장에서 화웨이에 밀리고, 폰 교체 수요 역시 지난해만 못하면서 고전했지만 2·4분기부터는 사정이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램은 아이폰에 새 색상이 더해지고, 공격적인 가격 인하까지 가세하면서 아이폰이 2분기에는 분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2024-04-24 18:57:31[파이낸셜뉴스] 4·10총선에서 3명이상이 맞붙는 지역이 전체 선거구의 절반을 넘어서면서 다자구도의 치열한 선거전이 펼쳐지고 있는 가운데 제3지대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거대양당 당 대표 출신의 이준석·이낙연 대표가 양당제 폐해 극복과 정치개혁을 앞세워 주요 격전지에 제3지대 후보로 전면에 나섰지만, 지금까지 이렇다할 파괴력을 보이지 못하면서 남은 선거기간 동안 지지율 끌어올리기에 안간힘을 쓰고있다. ■3지대 파괴력 아직은 미흡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총선 지역구 254곳 중 3명 이상의 후보가 출마하는 선거구는 총 131곳으로 전체의 51.6%를 차지한다. 지역구 후보를 가장 많이 낸 제3정당은 개혁신당으로, 43곳에서 후보들이 뛰고 있다. 이어 새로운미래(28곳), 녹색정의당(17곳) 순이다. 하지만 신당 간판급인 당 대표들의 지지율마저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당초 예상과는 달리 '찻잔속 미풍'에 그치는게 아니냐는 비관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 경기 화성을에 출사표를 낸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KSOI(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CBS노컷뉴스 의뢰로 지난달 28~29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27.1%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공영운 민주당 후보가 46.1%로 가장 높았고, 이 대표는 한정민 국민의힘 후보(22.9%)와 오차범위내 접전을 펼치는 모양새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4.4%p.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새로운 미래 이낙연 대표는 광주 광산을에서 민형배 민주당 후보에게 약 50%p 밀리는 여론조사가 나오면서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광주일보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달 28~29일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민 후보는 65.4%, 이 대표는 15.5%의 지지를 획득했다. (표본오차 95%신뢰수준에 ±4.4%p) 최수영 정치평론가는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제3지대 당대표들이 몸집 불리기에만 신경쓰다 보니 당의 정체성을 확보하지 못했다"며 "이들의 생환여부가 제3지대 생명의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한편 최대 격전지 서울에서 경쟁률이 가장 높은 곳은 '7 대1'인 '정치1번지' 종로구다. 국민의힘 최재형·민주당 곽상언 후보·개혁신당 금태섭 후보· 새로운미래 진예찬 후보 등이 열전을 펼치고 있다. ■무소속 돌풍 나올까반면 악조건속에서도 활약중인 무소속·제3정당 후보들도 있다. 경북 경산에선 국민의힘을 탈당한 최경환 무소속 후보가 4파전속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다. 경북매일신문이 에브리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28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최 후보가 42.4%의 지지율로 국민의힘 조지연 후보(33.8%)보다 높은 지지율을 보였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7%p) 진보 진영 텃밭인 경기 고양갑에선 중량급 정치인 심상정 녹색정의당 후보가 국민의힘 한창석·민주당 김성회 후보에 밀려 고전하고 있지만 녹색정의당측은 선거가 종반전으로 갈수록 심 후보의 정치적 진가가 발휘되면서 막판 대역전극이 펼쳐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막말 논란으로 여당 공천이 취소되자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장예찬 부산 수영구 후보는 이날 정연욱 국민의힘 후보에게 '보수 단일화'를 제안했다. 하지만 정 후보는 "주민을 이용하는 처사"라며 단일화 가능성을 일축했다. ming@fnnews.com 전민경 기자
2024-04-01 16:30:25[파이낸셜뉴스] 미국과 유럽의 물가상승(인플레이션)이 예상 밖으로 끈질기게 이어지면서 중앙은행들에게 골칫거리가 되고 있으며 투자자들이 세계 경제를 지나치게 낙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22년 9~10%까지 치솟았던 미국과 유럽의 소비자 물가가 떨어지고 공급망 문제 개선과 에너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이 정상으로 회복됐으나 물가와의 전쟁 마지막 단계에서 고전하고 있다. 떨어졌던 물가 다시 반등 투자은행 JP모건은 선진국들의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가 지난해 하반기 3%로 떨어졌다가 3.5%까지 반등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따라서 물가가 2% 가까이 떨어질 것으로 기대했던 투자자들은 물가가 또 다시 반등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JP모건은 서비스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고 지난해 떨어졌던 소비자 물가가 다시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따라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와 유럽중앙은행(ECB)은 물가 끌어내리기 마지막 단계가 앞으로 험난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이들 중앙은행들은 금리 인하는 좀 더 물가를 지켜보고 단행할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 금리 인하는 횟수와 상관없이 단행 그 자체만으로도 글로벌 경제과 시장에 큰 파장을 일으키는 것으로 연준이 연내 3회를 내릴 것이라고 확인한 것만으로도 미국 증시의 상승세를 일으켰다. 최근 미국 물가는 연준이 참고하는 개인소비지출(PCE)물가지수가 2월에 2.5%로 전월 보다 0.1%p 올랐으며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하면 3.5%로 더 높은 등 상황은 밝지만은 않다. 크리스토퍼 월러 미 연준 이사는 최근 금리 인하 횟수를 줄이거나 다시 더 인상할 수 있다고까지 말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달 29일 물가 목표인 2%로 가는 길이 험난하며 견고한 미국 경제 성장률로 인해 연준은 더 상황을 지켜보게 만들 것이라고 했다. ECB 통화정책 위원회 소속인 요아힘 나겔 독일 분데스방크 총재도 “지난 2월 유로존(유로 사용 20개국) 물가가 1999~2019년 평균 보다 2%p 높다며 "금리를 너무 일찍 또는 큰폭으로 내리는 것은 물가 목표 달성을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나겔 총재는 국제통화기금(IMF)이 최근 공개한 통계에서 1970년대 이후 발생한 대형 인플레이션 충격 10개 중 4개가 5년이 넘어서야 해소된 사실도 언급했다. 미국의 경우 연준이 물가가 급격히 치솟으면서 지난 2년간 11회에 걸쳐 금리를 0%에서 5.25~5.5%로 인상했는데도 경제가 잘 버텨왔다. 애틀랜타 연방은행은 지난 1·4분기(1~3월) 미국 경제가 2.3% 성장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상무부는 2월 소비지출이 전년 동기비 5% 증가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예상 밖의 소비로 인해 금리를 서둘러서 내릴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미국과 유로존 모두 고용과 임금상승률도 좋으며 특히 유로존은 지난해 11월 이후 임금이 4% 상승세를 이어오고 있다. 중앙은행이 문제의 주범?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해 가을부터 금리 인하 전망을 꺼내면서 소비를 부추기게 하는 등 최근의 물가상승 압력에 대해 중앙은행들이 자초한 것으로 분석했다. 이 신문은 미국과 유로존의 이민자 증가가 임금 상승을 억제시키고 생산성을 향상시킬 것이나 다만 얼마나 오래 이어질지는 예상하기 힘들다고 전했다. 최근 다시 반등하고 있는 국제유가가 소비자물가지수(CPI)를 다시 끌어올릴 소지가 있다. JP모건에 따르면 중국이 부동산 시장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제조활동과 수출을 크게 늘리면서 수출제품 가격이 최근 상승세 조짐을 보이고 있다. 끈질긴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중앙은행들이 금리 인하를 미루는 것은 정부와 기업들에게 부담이 될 것이나 물가를 목표로 더 강하게 밀어 부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는 최근 공개한 연구에서 정부들의 방위비와 청정에너지 지출이 늘고 지정학적 긴장으로 인한 무역 부진은 중앙은행들이 앞으로 수년간 높은 물가를 묵인하게 만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구 공동 저자 중 한명인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는 “중앙은행의 독립 강화와 신뢰받을 수 있는 공동 부채 정책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2024-04-01 14:41:06논어 교육에 평생을 바친 부남철 영산대 명예교수가 고문헌 213책을 국립중앙도서관에 기증했다. 국립중앙도서관은 부 교수로부터 고문헌 213책을 기증받아 ‘혜훈문고’를 설치하고, 오는 25일 기증식을 개최한다고 21일 밝혔다. 부 교수의 호를 딴 ‘혜훈문고’의 자료는 논어, 맹자 등의 유교 경전이 주종을 이루고, 전운옥편(全韻玉篇) 등 한자음 조사에 필요한 사전류가 포함돼 있다. 이 가운데 성균관이 1790년(정조 4년) 간행한 논어집주대전(論語集註大全)은 국립중앙도서관에 소장되지 않은 희귀 목판본이다. 부 교수는 30년 이상 조선시대 정치사상사를 전공하면서 동양철학의 고전인 논어·대학·중용·맹자의 사서에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집중적으로 연구해왔다. 논어정독(論語精讀)·맹자정독(孟子精讀) 등의 동양고전 입문서를 저술했으며, 2014년부터는 경남 양산 주민을 위한 동양고전 교육에 열의를 쏟고 있다. 부 교수는 “오랜 기간 연구를 위해 수집해 온 책을 국가기관에 기증해 많은 사람들이 보고 공유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혜훈문고’ 자료는 내달부터 국립중앙도서관 고문헌실(본관 5층)에서 신청하면 열람할 수 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2024-03-21 10:10:56[파이낸셜뉴스] 홍해 항로 차질에 따른 수에즈운하 접근 차단 여파로 컨테이너 해운사들이 고전하고 있다고 세계 6위 해운선사인 일본 오션네트워크익스프레스(ONE)가 20일(이하 현지시간) 경고했다. 물류 전문가들은 홍해항로 차질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컨테이너 화물선 운송 능력이 급격하게 늘어 해상 물류 공급은 큰 타격을 입지 않을 것으로 낙관해왔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주요 항로인 홍해-수에즈 항로가 사실상 막히면서 선박들은 아프리카 희망봉을 도는 우회항로를 택하고 있다. 5200km 넘게 돌아야 하고, 이에따라 항해일정도 짧게는 열흘, 길게는 2주까지 길어지고 있다. 여기에 항만 적체까지 겹치면서 컨테이너 화물선이 부족사태를 겪고 있다고 ONE 최고경영자(CEO) 제러미 닉슨이 경고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닉슨은 현재 상당수 해운선사들이 항해일정을 짜는데 애를 먹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침공한 뒤 이스라엘과 하마스간 전면전이 벌어지자 홍해 입구에 자리잡고 있는 예멘 후티반군은 이스라엘, 또는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나라들의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선언했다. 이후 후티반군의 공격은 무차별적으로 이뤄지고 있고, 이에따라 홍해와 수에즈운하를 지나는 것이 매우 위험해졌다. 수에즈운하만 어려운 것이 아니다. 대서양과 태평양을 관통하는 파나마의 수에즈운하는 극심한 가뭄으로 통행량이 제한되고 있다. 닉슨 CEO는 FT에 현재 모두가 선박 항해일정을 조율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울러 이른바 주요 '허브' 항만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덧붙였다. 항해가 차질을 빚으면서 한꺼번에 선박들이 몰려 아시아와 지중해 허브 항만들에 적체가 빚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싱가포르, 두바이, 지브롤터 해협 항만들이 상당한 압박을 받고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닉슨은 컨테이너 선박이 공급초과 상태여서 수에즈 운하 차질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란 전문가들의 분석도 반박했다. 그는 항해일정이 길어지면서 선박 수가 달려 정상적인 컨테이너선 공급이 어렵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세계 2위 해운사인 덴마크 AP몰러-머스크와 전문가들의 판단은 다르다. 머스크는 최근 해운업계가 컨테이너 화물선 공급과잉 상태에 있다면서 회사 실적도 압박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해 주가가 급락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전세계 해상 운송 능력은 올해 약 8% 증가해 수요 증가 전망치 약 3%를 크게 웃돌 전망이다. 공급 초과는 해상 운임 하락을 압박한다. ONE은 지난 2018년 일본 NYK해운, K해운, 몰(Mol) 등 3개 컨테이너 해운사가 합병해 새로 출범한 해운사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2024-02-21 04:32:18[파이낸셜뉴스] #. 직장인 조모씨(31)의 최근 퇴근 후 취미는 '메이플랜드'다. 학창 시절 친구들과 함께 즐겼던 감성 그대로를 살린 게임이라 어렵지 않게 게임에 빠져들 수 있었다. 그는 "2000년대 초반에 함께 메이플스토리를 즐겼던 다른 친구들에게도 게임을 하자며 권유하고 있다"며 "어릴 때 추억이 깃든 게임이라 더 재밌게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최근 과거 감성을 살린 게임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이용자들 향수를 자극한 덕분이다. 이에 게임사들도 적극적으로 '레트로(복고)' 열풍에 동참하고 있다. 옛날에 즐기던 게임이 그리운 이용자들 모였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4일 기준 89만7486명의 이용자가 '메이플랜드'를 플레이한 것으로 나타났다. 메이플랜드는 넥슨의 인기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메이플스토리' IP를 기반으로 한 미니 게임이다. 넥슨이 '메이플스토리'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해 누구나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 수 있도록 열어둔 '메이플스토리 월드' 플랫폼을 통해 만들어졌다. '확률형 아이템 미고지 이슈' 등으로 시끄러운 현재 메이플스토리와 달리 메이플랜드는 큰 인기를 얻고 있다. 2010년 메이플스토리 게임을 대대적으로 개편한 빅뱅 업데이트 이전의 환경을 구현했다는 점이 주된 이유로 꼽힌다. 실제 게임을 해보면 요즘 게임처럼 편의성이 좋진 않지만, 과거 메이플스토리를 떠올리게 한다는 점에서 흥미가 돋는다. "클래식 이즈 더 베스트" 과거 인기 게임 계속 간다 이 같은 이용자들의 관심에 게임사들도 레트로풍의 다양한 신작을 공개할 예정이다. 앞서 라인게임즈는 1995년에 출시된 ‘창세기전2’를 기반으로 개발된 게임 '창세기전 모바일: 아수라 프로젝트'의 정식 서비스를 9일 시작했다. '창세기전' 시리즈는 이용자들에게 꾸준히 사랑 받고 있는 고전 IP다. 넥슨과 슈퍼캣은 1990년대 큰 인기를 끌었던 PC게임 ‘환세취호전’을 계승한 ‘환세취호전 온라인’을 연내 출시 목표로 준비 중이다. 넷마블은 공상과학(SF) MMORPG 'RF 온라인 넥스트'를 올해 출시한다. 게임은 2004년 출시돼 글로벌 54개국에서 2000만명 이용자들에게 사랑을 받았던 ‘RF 온라인’의 IP를 계승했다. 3개 국가 간의 대규모 전투 콘텐츠(RvR) 특징으로 한다. RF 온라인 넥스트는 PC와 모바일에서 플레이 할 수 있도록 개발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메이플랜드의 인기도 그렇고 과거 고전 게임의 감성을 그리워하는 이용자들이 많다"며 "이용자들이 쉽게 유입될 수 있다는 점에서 고전 IP를 살린 신작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전했다. soup@fnnews.com 임수빈 기자
2024-01-24 16:18:47"중국에선 늦었고, 일본에선 너무 빨랐다." 현대자동차·기아의 중국, 일본 시장 전략을 둘러싸고 최근 시장에서 이같은 평가가 나오고 있다. 현대차·기아의 중국·일본시장 점유율이 좀처럼 날아오르지 못하고 있다. 전동화 모델을 앞세워 지난해 두 시장에서 실적 회복의 원년으로 삼겠다고 선언했으나 중국에선 1%대, 일본에선 0.1%대 점유율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14일 일본 자동차 수입조합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차는 일본 시장에서 489대를 팔아 일본 수입차 시장의 0.19%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1월 일본 시장에 진출한 중국 전기차 BYD가 같은 기간 1446대(0.58%)를 판매했다. 지난 2009년 일본 시장에서 철수했던 현대차는 전기차 아이오닉5와 수소연료전지차 넥쏘 등 2개 차종을 앞세워 지난 2022년 5월 일본시장에 재진출했다. 내연기관차를 배제한 채 순수 전기차만 출시했다. 전통적인 딜러망 구축 대신, 테슬라식 온라인 판매를 선보인 것도 특이점이다. 달라진 모습을 십분 부각시킨다는 전략이었으나, 재진출 2년차를 맞이한 지난해는 되레 판매 실적이 전년에 비해 소폭 감소하는 등 좀처럼 존재감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예상보다 일본의 전기차 전환이 더딘 것도 이유다. 일본의 전기차 판매비율은 전체의 2.2%밖에 되지 않는다. 시장 여건이 성숙되지 않은 만큼 중형의 고가 전기차로만 공략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당분간 현대차는 이미지 구축 및 시장 여건을 다지는 기간이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전국 판매망 구축에 나선 BYD가 일본 수입차 2위인 BMW(지난해 3만4001대)에 필적하는 연 3만대(2025년) 목표를 제시하며, 공격적 마케팅을 예고한 만큼 현대차의 일본시장 전략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시장도 고전 중이다. 중국승용차시장정보협회(CPCA)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누계 판매실적으로 현대차·기아는 중국에서 28만5942대를 팔아 1.48% 점유율을 기록했다. 2016년 179만대로 7.7%였던 점유율은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사드) 사태를 계기로 곤두박질치면서 여전히 1%대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후 중국 전기차 업체의 가파른 성장이 2차 타격을 가했다. 중국 현지에서 중국 겨냥 전략차종인 EV5 첫 공개와 EV데이 등 마케팅을 집중했지만 100여개사가 넘는 중국 토종 전기차 업체의 물량공세를 당해내기엔 역부족으로 풀이된다. 폭스바겐, 도요타 등이 중국시장에서 뒷걸음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미국, 유럽시장이 받혀주고 있지만 중국 전기차 시장의 성장성을 감안할 때 보급형 전기차 모델 출시 등 공격적 마케팅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2024-01-14 18:58:34"저 역시 고전을 많이 보러 다니던 관객은 아니었죠. 셰익스피어 고전이라는 부담감도 들었고요. 지금도 하고 있고 가장 많이 하는 고민은 무대만의 재미예요." 연극 무대의 단골 레퍼토리인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중 하나인 '맥베스'가 창작뮤지컬로 거듭난다. 서울시뮤지컬단이 오는 12월 2일~30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뮤지컬 '맥베스'를 올린다. 조윤지 연출은 "숏츠 전성 시대에 때로는 공연 보러 오는 관객이 신기할 정도"라며 "공연 보는 행위가 이만큼 귀하구나. 사명감을 갖고 무대만의 재미를 주려고 한다"며 당찬 모습을 보였다. ■고전의 뮤지컬화, 실험적 시도 '맥베스' 김덕희 서울시뮤지컬단 단장은 고전을 뮤지컬화한 이번 시도에 "창작뮤지컬의 다양성을 위해서라도 탄탄한 텍스트를 기반으로 한 고전 뮤지컬을 제작할 필요성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잘 만들어도 본전일 수 있는 이 어려운 일에 과감한 시도를 주저하지 않는 '신인' 조윤지 연출을 기용했다. 뮤지컬 '실비아, 살다'로 주목받은 그는 배우 출신이다. 김 단장은 "연극 '빵야' '목란언니' 등을 쓴 김은성 작가의 깊이, '다윈 영의 악의 기원' '작은아씨들'에 곡을 붙인 박천휘 작곡가의 노련함 그리고 조윤지 연출가의 과감함이 새로운 색깔의 '맥베스'에 잘 어울릴 것이라고 봤다"고 말했다. '맥베스'는 11세기 스코틀랜드에서 충신이었던 맥베스가 마녀들의 예언에 현혹되고, 부인 맥버니의 부추김에 힘입어 던컨 왕을 살해하면서 시작된다. 뮤지컬 '맥베스'는 참혹한 왕위쟁탈전과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내밀한 심리와 욕망을 동시대적 감각으로 선보인다. 김덕희 단장은 셰익스피어 비극 중 '맥베스'를 택한 이유로 "'맥베스'가 가장 사건이 뚜렷하고, 서사의 진행 속도가 빠르며, 캐릭터 몰입도가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조윤지 연출은 이 작품을 1시간40분으로 속도감 있게 압축했다. 지난 24일 '맥베스' 연습실을 찾았을 때 원작과 달라진 결말 부분이 시연 중이었다. 원형경기장처럼 계단식 무대에서 맥베스와 맥버니를 제외한 모든 배역들이 배우와 코러스를 겸하는 구조를 취해 입체감이 돋보였다. 조윤지 연출은 "마녀의 예언이라는 미신적 요소가 사라지고 맥베스와 맥버니가 본인 욕망에 따라 선택하고 결정한다는 점이 현대인의 공감을 살만하다"고 말했다. 셰익스피어 특유의 문학적 대사는 어떻게 됐을까? 조 연출은 "이미 김은성 작가의 언어로 바뀌어 있어 이렇게도 가능하구나 싶었다"며 "대사와 캐릭터가 주는 힘이 좋다. 상황과 인물에 맞는 대사와 가사"라고 귀띔했다. "맥버니는 마치 아이처럼 자신의 욕망에 솔직하죠. 남편을 부추겨 앞일을 도모한 뒤 한참 등장하지 않다가 죄책감에 자살하는 원작과 달리 우리 작품에선 맥베스와 맥버니가 늘 함께해서 마치 소울메이트처럼 보입니다." 연출에서 가장 주안점을 둔 부분은 "재미와 드라마"다. "재미없는 것을 못견뎌 한다"는 그는 "지루하게 않게 만들려고 했다"며 "노래도 드라마적으로 연결되는 것을 중시했다"고 했다. ■"악역 주인공 거리두기로 미화 자제" 무대는 원세트로 마치 원형경기장 혹은 극장 관객석처럼 꾸몄다. 조 연출은 "무대적인 재미도 고려했지만 주인공이 악역이라는 점도 컸다"고 말했다. "(살인하는) 맥베스가 '죽일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고 노래하니 전 불편하더라고요. 그의 행동이 정당화될 수 있어 '거리두기'가 필요했죠." 코러스를 중요하게 활용한 것도 그 연장선상이다. 그는 "또 다른 시선의 필요성을 느꼈다"며 "그 시선이 무대 위에 존재해야 악역 미화가 안될 것 같았다"고 했다. "왕관을 차지하기 위해 서로를 죽이고 죽이면서 그 주인공이 달라지는 것이 허무하고 덧없다고 생각됐죠. 그래서 때로는 조롱하고 냉소적이거나 무관심한 태도를 취하는 코러스를 통해 그런 감각을 (관객에게) 주고자 했어요." 무대 전환은 3번에 불과하다. "원래 무대전환을 자제하는 스타일"이라는 그는 "맥베스는 신념이 있던 인물인데 욕망에 눈이 멀어 자신의 왕과 전장을 함께 누볐던 동료, 급기야 양민까지 죽이는 지경에 이른다"며 "살인의 느낌이 달라질 때마다 장면 전환이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뮤지컬단은 그동안 연말에 가족뮤지컬 '애니'와 같은 따뜻한 작품을 올렸다. 김덕희 단장은 "'맥베스'가 다소 무거운 이야기나 관객의 다양한 요구에 잘 어울리는 작품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고전은 역시 고전입니다. 시대를 관통하는 보편적인 주제는 시간이 바뀌어도 장르가 바뀌어도 관객들에게 의미있는 작품이 될 것입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3-11-27 18:3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