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정치의 모습은 시민의 눈에 잘 보인다. 관련 이야기가 언론 매체와 개인 SNS에 범람한다. 특히 선거철에 그렇다. 반면 지성의 정신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언론이나 일상 대화에 별로 안 나온다. 그래도 지성의 정신이 살아 현실 정치를 견제·순화해야 한다. 그래야 양자의 균형과 조화를 통해 국가체제가 원활히 작동할 수 있다. 오늘날처럼 지성의 정신이 위축·실종되면 현실 정치의 논리가 블랙홀처럼 모든 걸 빨아들이며 큰 병폐를 낳는다. 석학 로버트 K 머튼은 약 80년 전 사회과학을 논하며 지성의 정신을 네 가지로 요약했다. 첫째, 보편성(universalism)으로서 지성은 지엽적 경계를 넘어 폭넓게 많은 사람에게 적용될 수 있는 생각, 전체를 지향하는 생각을 추구하게 한다. 둘째, 공동체성(communality)으로서 지성은 여러 사람이 서로를 인정하며 공동의 소통을 통해 생각을 모으게 한다. 셋째, 불편부당성(不偏不黨性·disinterestedness)으로서 지성은 편견과 편향에 휘둘리지 않고 사적 가치에 초연함을 유지하게 한다. 넷째, 비판적 사고(critical thinking)로서 지성은 맹신·맹종을 거부하고 사안의 명암을 냉철하게 따져보게 한다. 공감 가는 분석이다. 이 지성의 정신이 어느 정도라도 영향을 끼쳤다면 현실 정치의 모습은 요즘과 같을 수 없다. 오늘날 정치를 보면 보편성보다 지엽성·편협성이 우선되며, 각종 특수이익을 노리는 '꾼'들이 염치 없이 나와 사회 일각의 세를 모으고 있다. 공동체성은 사라지고 정파적 집단들이 소통 없는 선악 대결을 벌여 사회를 쪼개고 있다. 불편부당성의 반대인 사적·감정적 편향성이 팽배하며 이성의 대화를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비판적 사고는 실종되어 내 편을 맹종하고 상대편을 무조건 배척하는 흑백논리가 국민에게 집단 최면을 걸고 있다. 정치는 이런 병폐적 모습을 보이며 블랙홀처럼 주변을 빨아들이고 있다. 양극적 정치 대결이 모든 영역을 지배하며 경제·안보·사회·문화의 이슈들마저 양극적 정치 논리에 물들게 하고 있다. 국가체제가 여러 위기 증후군에 시달리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정치 블랙홀의 무한 팽창을 지성의 정신이 막아야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 오늘날 지성마저 블랙홀로 흡수돼 사라지고 있다. 지성의 정신을 지켜야 할 지식인 중 상당수는 정치권에 편입되어 어느 한쪽을 편드는 데 동원되고 있다. 정치권 편입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다만 학자든 언론인이든 법·경영·의료·과학기술 전문가든 특정 정치 진영으로 갔으면 거기서 지성의 정신을 퍼뜨려 정치의 극단적·정파적 논리를 순화시켜야 하는데, 그러기는커녕 현실 정치에 묻혀 버린다는 데 문제의 심각함이 있다. 정치권에 영입된 고명한 지식인도 그악스러운 정치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오히려 정치 논리에 매달리고 지성의 정신을 잊는다. 지성의 힘으로 정치를 순화하려면 정치권 바깥에서 엄한 비판의 목소리로 견제해야 한다. 안으로 발을 디미는 순간 격랑에 휩쓸려 헤쳐나올 수 없는 게 정치 블랙홀이다. 정치권에 들어가는 즉시 집단주의적 진영 논리에 휘말리게 된다. 설혹 정치권에서 탈진영의 소신과 양심을 펼치려 해도 곧 내부 도태된다. 정치 불신이 높은 유권자에게 호응을 얻지도 못한다. 20세기 초 미국 '개혁주의 운동'을 이끈 지식인 리더들은 대부분 특정 정당을 편들지 않고 외곽에서 정치권 전체와 국정운영 전반에 비판을 가했다. 광야에 흩어져 지성의 정신을 외친 이들 덕에 각종 병폐로 가득했던 미국 사회가 점차 깨어났고, 부정부패로 얼룩졌던 정치권이 쇄신될 수 있었다. 오늘날 지성계의 인사들은 정치 블랙홀의 팽창이 곧 지성의 위기라는 점을 유념해 정치권 외부에 머물며 비판적 견제를 주도할 필요가 있다.임성호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2024-04-01 18:21:05[파이낸셜뉴스] 2019년에 발표한 M87 블랙홀이 확실하다는 사실을 국내 연구진을 비롯한 국제 공동연구진이 입증했다. 뿐만아니라 블랙홀 주변의 플라즈마 난류들의 움직임이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예측한 것과 일치한다는 것을 관측을 통해 입증해냈다. 한국천문연구원은 국제 공동 연구진이 사건지평선 망원경(EHT)으로 M87 은하 중심에 위치한 초대질량 블랙홀의 그림자와 빛의 고리 구조를 또다시 포착했다고 18일 밝혔다. 연구진은 2017년과 2018년에 관측한 블랙홀 영상을 비교 분석해 '천문학과 천체물리학(Astronomy and Astrophysics)'에 발표했다. 블랙홀 영상화팀의 공동 리더인 천문연구원·연세대학교 박사후연구원 조일제 박사는 "2018년에 블랙홀을 다시 관측해 2017년 관측 영상과 비교해보니 크기가 동일했다"며 "이는 우리가 봤던 것이 진짜 블랙홀이라는 것을 증명한 셈"이라고 말했다. 블랙홀 그림자와 빛의 고리 구조 크기는 블랙홀의 질량에 의해서 결정된다. M87 블랙홀의 질량은 매우 천천히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인류의 역사보다 긴 시간이 지나더라도 질량에는 거의 변화가 없어야 한다. 이번에 관측한 블랙홀의 그림자와 빛의 고리 구조 크기는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에 맞게 변화가 없었다. 이번 국제 공동 연구의 총괄 책임자인 대만중앙연구원 천문천체물리연구소 소속 케이치 아사다 박사는 "블랙홀 그림자의 존재를 새로운 관측을 통해 확인했다는 것은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을 확실하게 입증하는 중요한 결과"라고 말했다. 다만 블랙홀 주변 빛의 고리 구조는 지속적으로 변하고 있었다. 이는 블랙홀 주변에 있는 많은 플라즈마가 난류처럼 움직이면서 빛 고리의 밝은 부분이 랜덤하게 변했다. 연구진은 지금까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블랙홀 주변에 있는 플라즈마 때문에 밝기가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예측해왔다. 이번 관측을 통해 예측이 맞다는 것을 입증한 셈이다. 연구진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이용한 후속 연구를 통해 고리 구조의 밝기 변화를 분석함으로써 블랙홀 주변 물질 유입 및 방출 과정에 대한 더 큰 실마리를 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HT는 2017년을 시작으로 2018년, 2021년, 2022년에 M87을 관측했으며, 2024년에도 관측을 수행할 예정이다. 특히 올해는 한국천문연구원이 운영하는 한국우주전파관측망(KVN)이 관측에 직접 참여한다. 연구진은 KVN의 참여로 더 정확한 블랙홀 영상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조일제 박사는 "블랙홀 영상화는 페타바이트에 달하는 방대한 관측 자료를 과학연구에 필요한 영상으로 변환하는 중요한 과정"이라며 "이번 영상화 과정에서 한국 연구자들이 영상화팀의 공동 리더를 맡음으로써 거대 국제 협력 프로젝트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했다"고 강조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2024-01-18 17:04:54인도가 새해 첫날 세계에서 두번째로 블랙홀을 비롯한 천체 탐사용 로켓을 발사하는데 성공했다. 1일(현지시간) BBC방송은 인도 스리하리코타 우주 발사 기지에서 인공위성 엑스포새트(XPoSat)를 발사시켜 목표 궤도에 안착시켰다고 보도했다. 지난 2021년에는 미국 항공우주국(나사)가 천체 연구용 인공위성을 발사시키는데 성공했다. 이번에 발사된 인공위성은 엑스선 폴라리미터로 광학활성을 측정하는 기기로 빛의 편광평면을 회전시키는 물질의 특성을 측정한다. 엑스포새트는 탑재한 장비로 앞으로 블랙홀과 중성자성(별), 은하계 핵 등 천체 물체가 발산하는 엑스선을 연구하게 된다. 인도우주연구기구(ISRO)는 앞으로 과학자들이 블랙홀에 대한 지식을 넓힐 것이라며 큰 기대감을 나타냈다. 인도는 위성 제작에만 2억5000만루피(약 3000만달러·약 39억원)를 투입됐으며 수명은 약 5년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에 세계 최초로 무인 달 탐사선을 달 남극에 착륙시켜 주목을 받은 인도는 올해도 여러 우주 탐사 계획을 갖고 있다. ISRO 국장 S 소마나트는 "올해는 우주승무원 3명을 지구의 저궤도로 보내 3일뒤에 귀환시키는 것을 위해 준비하는 해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ISRO는 지난해 10월과 시험 비행을 가졌으며 2025년에 유인 비행을 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2024-01-02 18:23:05[파이낸셜뉴스] 인도가 새해 첫날 세계에서 두번째로 블랙홀을 비롯한 천체 탐사용 로켓을 발사하는데 성공했다. 1일(현지시간) BBC방송은 인도 스리하리코타 우주 발사 기지에서 인공위성 엑스포새트(XPoSat)를 발사시켜 목표 궤도에 안착시켰다고 보도했다. 지난 2021년에는 미국 항공우주국(나사)가 천체 연구용 인공위성을 발사시키는데 성공했다. 이번에 발사된 인공위성은 엑스선 폴라리미터로 광학활성을 측정하는 기기로 빛의 편광평면을 회전시키는 물질의 특성을 측정한다. 엑스포새트는 탑재한 장비로 앞으로 블랙홀과 중성자성(별), 은하계 핵 등 천체 물체가 발산하는 엑스선을 연구하게 된다. 인도우주연구기구(ISRO)는 앞으로 과학자들이 블랙홀에 대한 지식을 넓힐 것이라며 큰 기대감을 나타냈다. 인도는 위성 제작에만 2억5000만루피(약 3000만달러·약 39억원)를 투입됐으며 수명은 약 5년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에 세계 최초로 무인 달 탐사선을 달 남극에 착륙시켜 주목을 받은 인도는 올해도 여러 우주 탐사 계획을 갖고 있다. ISRO 국장 S 소마나트는 “올해는 우주승무원 3명을 지구의 저궤도로 보내 3일뒤에 귀환시키는 것을 위해 준비하는 해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ISRO는 지난해 10월과 시험 비행을 가졌으며 2025년에 유인 비행을 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2024-01-02 15:23:59한국천문연구원을 포함한 세계 45개 기관 79명의 국제 공동 연구진은 블랙홀이 팽이처럼 흔들리면서 회전하고 있다는 것을 최초로 밝혀냈다. 국제 연구진은 23년간 우주를 관측해 블랙홀 제트의 세차운동이 11년 주기로 일어난다는 사실을 과학 저널 '네이처(Nature)'에 28일(한국시간) 발표했다. 연구진은 지구에서 5300만 광년 떨어진 M87 블랙홀을 2000~2022년 각국의 여러 전파망원경을 이용해 관측했다. 관측 결과, M87 블랙홀의 제트는 11년 주기로 회전하고 있다. 즉 블랙홀의 회전축이 원을 그리면서 움직이는 현상, 세차운동을 발견한 것이다. 연구진은 "세차운동이 있다는 것은 블랙홀이 실제로 회전하고 있다는 분명한 증거"라고 밝혔다. 많은 양의 물질들이 블랙홀에 회전하면서 끌려 들어갈때 만들어지는 부착원반(강착원반)의 축과 블랙홀의 축이 서로 어긋나 있었다. 이 때문에 위아래로 엄청난 양의 액체·기체·플라스마가 분출되는 제트의 움직임이 세차운동으로 연결된 것이다. 한국천문연구원 손봉원 박사는 "회전하는 블랙홀 고유의 중력 효과인 틀 끌림 현상(Frame dragging)를 독자적으로 입증한 이번 연구는 한국과 동아시아 연구진과 연구시설의 능력을 입증한 쾌거"라고 말했다. 이번 블랙홀 세차운동 발견은 한국·일본·중국의 동아시아 우주전파관측망 (EAVN)과 이탈리아, 러시아까지 포함해 총 17개의 전파망원경을 활용했다. 이 전파망원경 네트워크를 연결하면 직경이 1만㎞에 육박하는 전파망원경과 같아 높은 감도와 자세한 공간 해상도를 얻을 수 있다. 여기에는 천문연구원의 한국우주전파관측망(KVN)에 속한 21m 전파망원경 3기가 포함돼 있다. 특히 총 79명의 연구자들 중 23명의 한국 연구자가 참여해 관측 제안 및 스케줄, 관측 결과의 영상처리 및 분석과 같은 연구의 전반적인 과정에 기여했다. 천문연구원 노현욱 박사후연구원은 "우리가 주도적으로 운영하는 전파관측망과 상관처리센터에 힘입어 천체에 대해 오랜시간 지속적으로 관측할 수 있었다"면서 "이것이 우리 연구의 가장 큰 장점으로 앞으로 EAVN 주도로 계속될 M87 모니터링에서 기존에 발견하지 못했던 블랙홀의 새로운 현상들을 발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2023-09-27 16:29:11[파이낸셜뉴스] 한국천문연구원을 포함한 세계 45개 기관 79명의 국제 공동 연구진은 블랙홀이 팽이처럼 흔들리면서 회전하고 있다는 것을 최초로 밝혀냈다. 국제 연구진은 23년간 우주를 관측해 블랙홀 제트의 세차운동이 11년 주기로 일어난다는 사실을 과학 저널 '네이처(Nature)'에 28일(한국시간) 발표했다. 연구진은 지구에서 5300만 광년 떨어진 M87 블랙홀을 2000~2022년 각국의 여러 전파망원경을 이용해 관측했다. 관측 결과, M87 블랙홀의 제트는 11년 주기로 회전하고 있다. 즉 블랙홀의 회전축이 원을 그리면서 움직이는 현상, 세차운동을 발견한 것이다. 연구진은 "세차운동이 있다는 것은 블랙홀이 실제로 회전하고 있다는 분명한 증거"라고 밝혔다. 많은 양의 물질들이 블랙홀에 회전하면서 끌려 들어갈때 만들어지는 부착원반(강착원반)의 축과 블랙홀의 축이 서로 어긋나 있었다. 이 때문에 위아래로 엄청난 양의 액체·기체·플라스마가 분출되는 제트의 움직임이 세차운동으로 연결된 것이다. 한국천문연구원 손봉원 박사는 "회전하는 블랙홀 고유의 중력 효과인 틀 끌림 현상(Frame dragging)를 독자적으로 입증한 이번 연구는 한국과 동아시아 연구진과 연구시설의 능력을 입증한 쾌거"라고 말했다. 이번 블랙홀 세차운동 발견은 한국·일본·중국의 동아시아 우주전파관측망 (EAVN)과 이탈리아, 러시아까지 포함해 총 17개의 전파망원경을 활용했다. 이 전파망원경 네트워크를 연결하면 직경이 1만㎞에 육박하는 전파망원경과 같아 높은 감도와 자세한 공간 해상도를 얻을 수 있다. 여기에는 천문연구원의 한국우주전파관측망(KVN)에 속한 21m 전파망원경 3기가 포함돼 있다. 특히 총 79명의 연구자들 중 23명의 한국 연구자가 참여해 관측 제안 및 스케줄, 관측 결과의 영상처리 및 분석과 같은 연구의 전반적인 과정에 기여했다. 천문연구원 노현욱 박사후연구원은 "우리가 주도적으로 운영하는 전파관측망과 상관처리센터에 힘입어 천체에 대해 오랜시간 지속적으로 관측할 수 있었다"면서 "이것이 우리 연구의 가장 큰 장점으로 앞으로 EAVN 주도로 계속될 M87 모니터링에서 기존에 발견하지 못했던 블랙홀의 새로운 현상들을 발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2023-09-27 12:48:02[파이낸셜뉴스] 블랙홀의 제트가 10광년까지 멀리 분출되고 있음에도 빛과 비슷한 속도로 뻗어나가면서 그 강도가 우주속 물질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천문연구원은 한일 공동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블랙홀에서 엄청난 양의 액체·기체가 분출되는 제트의 자기장 강도를 추정해 내는데 성공했다고 30일 밝혔다. 블랙홀에서 약 10광년 떨어진 거리에 있는 제트의 자기장 강도가 지구 자기장보다 최대 5배 컸다. 즉 먼 거리까지 플라즈마가 분출됐음에도 자기장의 강도가 크게 약해지지 않은 것이다. 천문연구원 노현욱 박사는 "제트가 블랙홀에서 분출되면서 팽창하는 정도에 비례해 자기장의 강도가 줄었다"며 "우주 속 여러 물질과 부딪히지만 그 영향은 거의 없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제트는 블랙홀에서 액체·기체가 플라즈마 상태로 빛의 속도만큼 빠르고 강력하게 분출되는 것을 말한다. 이제까지 제트의 자기장 강도는 제트의 밀도가 높은 블랙홀 근처에서만 제한적으로 추정이 가능했지만, 연구진은 이보다 100배 먼 거리의 자기장을 관측해냈다. 한국과 일본에 있는 우주전파망원경 7개를 활용했다. 이 전파망원경 네트워크를 연결하면 전파망원경 직경이 2000㎞와 같은 높은 감도와 자세한 공간 해상도를 얻을 수 있다. 이 전파망원경으로 지구에서 5300만 광년 떨어진 M87 블랙홀의 제트와 그 자기장 강도를 관측했다. 연구진은 이번 관측에서 제트가 방출되는 과정에서 플라즈마가 냉각되는 '싱크로트론 복사냉각 현상'을 분석해 자기장 강도를 추정해냈다. 연구진에 따르면, 복사냉각은 자기장 강도의 제곱에 반비례한다. 이를 통해 서로 다른 주파수대 22㎓, 43㎓에서 관측한 복사냉각 분포를 분석하면 자기장 강도를 추정할 수 있다. 그 결과, 블랙홀로부터 약 2~10광년 떨어진 제트의 자기장 강도가 0.3~1가우스로 추정됐다. 지구의 자기장은 약 0.2~0.65 가우스다. 연구진은 "이는 M87 제트의 자기장이 블랙홀 중심부에서부터 약 10광년의 거리까지 방출되는 동안 다른 외부 요인으로 인해 크게 소실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천문연구원 손봉원 박사는 "여러 주파수 VLBI 관측의 비교 분석은 제트의 물리적 특성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연구 기법"이라며 "블랙홀 연구는 여러 주파수대 동시 관측이 가능한 한국우주전파관측망(KVN)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분야라 앞으로도 지속적인 공동 연구와 성과를 예상한다"고 말했다. 노현욱 박사는 "이를 통해 제트 자기장의 전반적인 분포를 파악하고 기존 제트 이론 연구와 비교해 제트 형성 원리를 검증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2023-08-30 09:48:51#. 슬하에 초등학교 6학년 아들을 두고 있는 이모씨(37)는 최근 학부모 모임에서 깜짝 놀랄 만한 소식을 접했다. 한 학부모가 자신의 아이를 '의대반'이 있는 학원에 보낼 계획이라고 말하면서다. 현재 이씨 아들은 종합반 학원과 미술학원에 다니고 있다. 이씨는 벌써부터 아이를 의대반에 보내야 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한편으론 아들의 미래를 생각하자니 지금 다니는 학원을 바꿔야 할지, 학원 수를 늘려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안정된 직장과 고소득을 보장하는 의과대학의 인기가 갈수록 높아지면서 '의대 열풍'이 한참 뛰어놀 나이의 초등학생을 조기 입시 사교육의 장(場)으로 내몰고 있다. 아직 가치관이나 인생관이 정립되기도 전인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학원에서 의대반까지 신설하는 이른바 '초등 입시 의대반' 현상이 강남지역을 중심으로 성행, 씁쓸한 대한민국 사교육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앞으로 유명 학원가 지역에 초등 의대반 운영이 토착화될 경우, 그렇잖아도 미래의 대학 및 직업관련 인재분포가 특정 분야에 쏠리고 있는 상황에서 의대 쏠림현상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초·중생 5명 중 1명은 "의대 목표" 4일 교육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를 중심으로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의대반이 확대되고 있다. 통상적으로 초등학교 4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 연령대가 다니는 이들 학원은 10명 이하의 소수 정예로 운영되는 경우가 다수다. 학생들은 의대반에 들어가기 위해 시험을 치러야 하며, 경쟁률은 최대 10대 1까지도 올라간다고 전해졌다. 학원가의 이런 의대반 운영 풍토는 최근 입시 분위기를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우수한 이과 인재가 모두 의대로 쏠리기 때문에 교육계에선 '블랙홀'과 같다는 말까지 나온다. 실제로 부산 고신대 의예과 정시모집 일반전형 경쟁률은 2021년 13.3대 1에서 올해 32.7대 1로 치솟았다. 대구가톨릭대도 12.5대 1에서 28.7대 1로 상승했다. 2023학년도 대입 수시모집의 경우 서울과 수도권 소재 12개 의대에서 이월인원은 1명도 나오지 않기도 했다. 초·중학생 5명 중 1명은 대학 진학 시 의학계열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메가스터디교육이 지난 4월 10~24일 초등부 엘리하이·중등부 엠베스트 사이트를 통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21.6%가 의학계열을 최종 목표로 두고 있다고 답했다. 학교급별로 보면 초등학생이 23.9%로 중학생 20.2%보다 높았다. ■"가장 우수한 인재는 성형외과 의사가 된다" 의대 선호현상이 뚜렷해지는 원인으로는 타 직업 대비 소득수준과 안정성이 높다는 점이 등이 꼽힌다. 보건복지부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의사 평균임금은 2억3069만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같은 해 통계청이 공개한 일반 정규직 근로자의 연봉 4431만원보다 5배 이상 많은 금액이다. 또한 의사의 임금은 최근 10년간 연평균 5.2%가 올랐을 정도로 상승률이 높다. 이와 관련, 한 서울 사립대 총장은 "의대 쏠림현상은 노동시장의 불균형이 만들어낸 하나의 병리현상"이라며 "사회 불안정성이 커지면서 비교적 안전한 미래를 보장받는 의사 등 전문직에 대한 선호도가 지나치게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정부는 극심한 의대 쏠림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범부처 솔루션'을 검토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저출산처럼 한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로 판단하고 근본적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나선 것이다. 특히 이공계 인력 유출이 더 심화될 경우 정부가 핵심 국정과제로 삼고 있는 반도체 인력 양성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 문과에서 이과로 움직이고, 이과에선 이공계보다 의대를 선택한다"며 "이후 의대에선 생명과 직결되는 전공보다는 피부과나 성형외과로 가는 학생이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결국은 돈 잘 벌고 편한 직업을 택하는 것. 가장 우수한 학생들이 성형외과 의사가 되는 추세"라며 "반도체 인재를 육성하려면 의사에 준하는 파격적인 처우를 보장하고 의대와 대칭을 맞춰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2023-05-03 18:25:56한국연구진이 참여한 국제공동연구팀이 블랙홀 중력에 의해 주변 기체들이 빨려 들어갈 때 만들어지는 '회오리 모양'의 부착원반을 처음으로 포착했다. 그동안 이론으로만 예측해 오던 블랙홀 주변 부착원반 구조를 직접 포착해 과학적 사실로 입증한 것이다. 이는 지난 2019년에 관측한 블랙홀 영상에서는 볼 수 없었던 것을 이번에 관측한 것이다. 또 블랙홀에서 품어져 나오는 기체와 액체인 제트도 확인했다. ■블랙홀 물질 흡수방식 실마리 제공 한국천문연구원과 경북대가 참여한 국제공동연구팀은 27일 'M87' 은하 중심의 블랙홀 그림자와 강력한 제트를 최초로 동시에 포착해 과학저널 '네이처(Nature)'에 발표했다. 박종호 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수십년간 예측만 무성했던 블랙홀 부착원반을 사상 최초로 직접 영상화해 존재를 증명했다는 점에서 블랙홀 연구에 중요한 전환점이 되는 결과"라고 말했다. 또 "블랙홀이 주변의 물질을 어떤 방식으로 흡수하는지, 그 과정에서 어떻게 막대한 에너지를 분출시켜 블랙홀로부터 멀리 떨어진 별과 은하의 진화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실마리가 될 것"이라 밝혔다. 블랙홀은 강한 중력으로 주변 물질들을 흡수하는데 이 물질들은 블랙홀 중심부에 부착원반 구조를 이루고 있을 것으로 예상해 왔다. 이제까지 블랙홀 부착원반 존재에 대한 간접적인 증거는 제시됐으나 부착원반의 구조를 분해해 영상화한 적은 없었다. 이번 관측으로 부착원반에서 나온 빛이 블랙홀 주변의 고리 구조를 만들어 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 M87과 같은 무거운 타원 은하의 블랙홀들이 주변의 물질들을 천천히 흡수한다는 기존의 예측도 증명했다. ■블랙홀 그림자와 제트도 함께 포착 국제공동연구진은 EHT 관측에서 사용한 빛 파장대(1.3㎜)보다 긴 3.5㎜의 파장대에서 블랙홀 주변의 고리 구조를 발견했다. 관측한 고리 구조의 크기는 EHT로 관측한 고리 구조에 비해 약 50% 크게 나타났다. 1.3㎜ 파장대에서 관측한 EHT 이미지에서는 블랙홀 주변의 광자 고리만 나타났지만 더 긴 파장대에서 관측한 GMVA+ALMA 이미지에서는 광자 고리 이외에 블랙홀보다 규모가 큰 바깥쪽 부착원반의 플라즈마에서 나온 빛이 함께 포착됐기 때문이다. 또 연구진은 최초로 M87 블랙홀의 그림자와 제트도 동시에 포착했다. 해당 결과는 블랙홀이 강한 중력으로 주변 물질을 흡수할 뿐만 아니라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제트를 만들어 블랙홀로부터 멀리 떨어진 별과 은하들의 진화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시사한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2023-04-27 17:57:27[파이낸셜뉴스] 한국연구진이 참여한 국제공동연구팀이 블랙홀 중력에 의해 주변 기체들이 빨려 들어갈 때 만들어지는 '회오리 모양'의 부착원반을 처음으로 포착했다. 그동안 이론으로만 예측해 오던 블랙홀 주변 부착원반 구조를 직접 포착해 과학적 사실로 입증한 것이다. 이는 지난 2019년에 관측한 블랙홀 영상에서는 볼 수 없었던 것을 이번에 관측한 것이다. 또 블랙홀에서 품어져 나오는 기체와 액체인 제트도 확인했다. ■블랙홀 물질 흡수방식 실마리 제공 한국천문연구원과 경북대가 참여한 국제공동연구팀은 27일 'M87' 은하 중심의 블랙홀 그림자와 강력한 제트를 최초로 동시에 포착해 과학저널 '네이처(Nature)'에 발표했다. 박종호 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수십년간 예측만 무성했던 블랙홀 부착원반을 사상 최초로 직접 영상화해 존재를 증명했다는 점에서 블랙홀 연구에 중요한 전환점이 되는 결과"라고 말했다. 또 "블랙홀이 주변의 물질을 어떤 방식으로 흡수하는지, 그 과정에서 어떻게 막대한 에너지를 분출시켜 블랙홀로부터 멀리 떨어진 별과 은하의 진화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실마리가 될 것"이라 밝혔다. 블랙홀은 강한 중력으로 주변 물질들을 흡수하는데 이 물질들은 블랙홀 중심부에 부착원반 구조를 이루고 있을 것으로 예상해 왔다. 이제까지 블랙홀 부착원반 존재에 대한 간접적인 증거는 제시됐으나 부착원반의 구조를 분해해 영상화한 적은 없었다. 이번 관측으로 부착원반에서 나온 빛이 블랙홀 주변의 고리 구조를 만들어 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 M87과 같은 무거운 타원 은하의 블랙홀들이 주변의 물질들을 천천히 흡수한다는 기존의 예측도 증명했다. ■블랙홀 그림자와 제트도 함께 포착 국제공동연구진은 EHT 관측에서 사용한 빛 파장대(1.3㎜)보다 긴 3.5㎜의 파장대에서 블랙홀 주변의 고리 구조를 발견했다. 관측한 고리 구조의 크기는 EHT로 관측한 고리 구조에 비해 약 50% 크게 나타났다. 1.3㎜ 파장대에서 관측한 EHT 이미지에서는 블랙홀 주변의 광자 고리만 나타났지만 더 긴 파장대에서 관측한 GMVA+ALMA 이미지에서는 광자 고리 이외에 블랙홀보다 규모가 큰 바깥쪽 부착원반의 플라즈마에서 나온 빛이 함께 포착됐기 때문이다. 또 연구진은 최초로 M87 블랙홀의 그림자와 제트도 동시에 포착했다. 해당 결과는 블랙홀이 강한 중력으로 주변 물질을 흡수할 뿐만 아니라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제트를 만들어 블랙홀로부터 멀리 떨어진 별과 은하들의 진화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시사한다. 공동연구팀은 한국우주전파관측망(KVN), 천문연이 운영에 참여하고 있는 하와이의 제임스 클러크 맥스웰 망원경(JCMT), GMVA, ALMA를 활용해 M87 블랙홀을 한 달간 네 차례 추가 관측할 예정이다. 이를 바탕으로 M87에서 관측되는 강한 제트의 형성 원인과 블랙홀 주변의 플라스마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 계속 연구할 예정이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2023-04-27 08:3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