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는 우리를 바쁘게 한다. 이 시대는 우리를 번거롭게 한다. 그렇다. 이 시대는 우리를 방황하게 만든다. 이 세상은 너무나 할 것이 많은 것처럼 보인다. 또한 뭐든 해서 될 것처럼도 보인다. 하나를 딱 선택하기가 너무나 어려워 보인다. 광고, 홍보 뭐 이런 것 때문일까? 어디를 봐도 좋다고, 이것이면 인생은 모두 다라고 떠들고 있다. 날마다 우리는 과도하고 황홀한 홍보를 들으며 살고 있다. 문제는 사람의 의식이고 판단이다. 지금 이 시대는 가장 인간의 올바른 판단력을 필요로 하고 있다. 사람들은 그 하나의 선택으로 인생을 살아야 하니까. '재미'를 따진다. 인생에 재미가 없으면 그것은 인생이 아니라고 말이다. 과연 재미있는 생이란 뭘까. 우리는 너무 지나치게 재미를 강조하는 것 같다. 그러나 무심하게, 덤덤하게 사는 일도 쉽지 않은 일이어서 그 정도만 살아도 재미있는 삶이 아닐까 생각하기도 한다. '적당히'보다 더 어려운 말은 없다. 맛을 따진다. 건강을 셈한다. 그리고 미래를 생각하는 것이 지금 시대의 가장 뚜렷한 화두다. 우리들 나이쯤 되면 자식들을 모두 혼인시켜 보내 놓고 부부가 안정적으로 사는 친구들이 많다. 여기서 안정적이라는 말은 자식 다 혼인시키고 얼마만큼 생활비를 걱정하지 않고 주변에 이렇다 할 걱정거리가 적은 사람들을 말하는 것이다. 내 친구들은 거의 그렇게 산다. 부부가 감동적으로 눈부시게 살지 않는다고 해도 집 안에서 마주치면 눈웃음 한번 치지 않고 살고 있지만 그들은 나쁘지 않다. 그들은 말한다. 심심하다고. 늙은 아내를 바라보는 일과 늙은 남편을 바라보는 일이 싱겁다고. 아니 귀찮다고까지 한다. 그러면서 담담하게 웃는 그들이 행복하게 보인다. 그 편안한 행복이(나는 행복으로 보인다) 젊은 날 오직 하나의 길을 걸어 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들의 그 평범한 행복이 젊은 날 오직 주어진 일을 성실하게 살아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들은 인생은 짜릿한 게 아니고 오히려 덤덤하다고 말하면서 재미없다고 말한다. 재미? 그것은 너무 과분한 욕심이다. 그들이 말하는 재미는 그들이 젊은 날에 모두 까 먹은 밤이다. 하얀 속살을 다 파 먹은 밤 같은 것이라고 내가 말한다. 그리고 그들은 오직 하나를 위해 잠을 줄이고 육체적·정신적 노동을 늘렸다. 지금은 다른 재미를 찾아야 한다. 젊은 날에는 고생만 했으니 무슨 재미가 있었느냐고 말하지만 결국 생의 재미는 누구에게나 고르게 나누어져 있다. 젊은 날이라고 하늘이, 햇살이, 꽃이, 새가 없었겠는가. 그저 정신 놓고 사느라 그런 무상의 선물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했던 것이다. 제대로 쳐다보지 못하고 살아 온 그 엄청난 예술을 이제야말로 넉넉히 바라볼 수 있다는 점에서 노년은 결코 나쁘지 않은 것이다. 다 끝낸 것처럼 보내는 친구들 사이에 보석같이 아름답게 사는 내 친구 부부가 있다. 이들 부부는 다 퇴직을 하고 앞으로의 설계도를 만들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이 돈 많이 안 주고 가장 즐거운 것을 많이 하자는 것으로 두 사람의 마음을 모았다고 한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가까운 산에 가고, 자연의 변화를 보고, 식사는 두 사람이 돌아가면서 뭐든 해내고, 맛이 없어도 웃으며 먹는다. 오후는 돈 안 주고 구경할 수 있는 그림 전시회를 일주일에 두 번은 꼭 간다는 것이며, 젊은이들이 노는 대학로를 걷고, 때로는 버스나 기차를 타고 한국의 가 보지 않은 도시를 구경하는 일이란다 그러나 그중에 내가 가장 놀라워 한 것은 두 사람이 꼭 지키는 일주일에 한 권씩 읽는 책이다. 책 목록을 정하고 읽고, 독후감도 써 보고, 서로 웃고, 잘 쓰지 않아도 되고, 부족하면 그런대로 다시 웃고 그렇게 사는 부부가 있다. 더욱 예뻐 보이는 것은 자식들에게 전화보다 편지를 더 많이 쓴다는 사실이다. 언제 우리가 자식들에게, 친구들에게 고요히 마음을 다듬고 편지를 써 본 적이 있는가. 퇴직 후는 그런 시간이 있다고 그는 말한다. 그뿐만이 아니라 그중에서도 남들이 하기 어려운 고시를 서로 읽는 것인데, 이달에 읽은 시가 이옥봉의 그 아름다운 절창의 노래였다고 한다. 근래의 안부는 어떠신지요 사창에 달 떠오면 하도 그리워 꿈속 넋 만약에 자취 있다면 문앞 돌길 모래로 변하였으리 1550년에서 1600년 사이의 생을 살다간 아름다운 이옥봉은 보고 싶은 애인의 창가를 너무나 많이 밟아서 돌이 모래가 되었을 것이라고 말하는 눈물나는 절창을 노래한 것이다. 얼마나 님을 그리워 했으면 돌이 모래가 되도록 님의 창가를 맴돌았을 것인가. 과장법이겠지만 그 애타는 그리움은 잘 전해 오는 시다. 나는 시를 서로 주고받고 서재에 가서 없는 시는 서점에도 가서 사기도 하며 사는 내 친구 부부가 가장 명품인생을 사는 것처럼 보인다. 그들이라고 견디어야 할 것이 없겠는가, 속 터지는 일이 왜 없겠는가. 그러나 훌훌 털고 가끔은 하늘을 보며 다시 시작하는 것이리라. 소주도 가끔 거나하게 마시는 이 늙은 부부가 그렇게 함께하는 것은 어느 예술품보다 훌륭하게 보이기도 한다. 그뿐만 아니라 그들의 고향, 앞선 선조들까지 빛나 보이게 하는 힘이 있어 보인다. 더 중요한 것은 귀찮으면 한 달쯤은 아무것도 안하고 각자 알아서 산다는 대목이다. 그 친구는 내게 새로운 힘을 부여했다. 나 혼자서라도 할 수 있는 명품을 찾게 하는 힘을…. 신달자 시인 jins@fnnews.com 최진숙 기자
2023-06-20 18:16:09[파이낸셜뉴스] 팔순에 아픈 몸을 이끌고 오히려 독자들을 위로하는 시인이 있다. 바로 신달자 시인이다. 4년 만에 펴낸 17번째 시집 '전쟁과 평화가 있는 내 부엌'(민음사)을 통해 육신에 대한 통렬한 응시와 상흔을 안아낸 화해의 언어를 풀어냈다. 자신 보다 남을 먼저 위로하고, 80년을 지탱해준 육신과의 끝 없는 '화해의 대화'로 성찰의 과정을 그려낸 것이다. 이번 신 시인의 시집 출판사인 '민음사'는 80여편의 주옥 같은 시 가운데 3편을 꼽았다. 우선, 이번 시집 표제작인 '전쟁과 평화가 있는 내 부엌'이다. 신 시인은 이 시를 통해 나이든 몸의 고통을 절절하게 그려 낸다. '늙어 가는 몸에서 비롯되는 찌르는 통증들은 결코 사라지지 않지만 그 몸을 달래고 어르는 전쟁 같은 삶의 한가운데에는 매일같이 반복되는 먹는 일이 있다'고 시작한다. 신 시인의 부엌은 얼음과 숯불 사이, 생과 죽음 사이를 오가며 먹을 것을 만들어 내는 평화로운 보금자리이자 전쟁의 한복판이며 원숙하고도 고통스러운 노년의 삶에 대한 통렬한 비유라는 평가다. '관계 없음'도 이번 시집의 대표 시이다. '관계 없음'은 "정신이 말을 안 들어도 몸을 낮췄다. 그래서 내 것인데 내 말을 잘 안 듣는 육신이 미운 적 있다. 육신이 정신을 앞지르는 나이에 이르러 쇠한 육신에게 미안해한다"라는 시인의 말과 가장 밀접한 시다. 시는 결코 극복할 수 없는 통증을 한 치의 과장 없이 그려 낸다는 게 신 시인의 지론이다. 2부의 시작을 알리는 '오늘의 공연' 연작 시는 아름답고 간결한 언어가 삶을 들여다보는 성숙한 시선과 만나는 신 시인의 시력을 여실히 보여 준다. '공연'과 '오늘의 공연' 연작 시에서 신 시인은 무대 위에 자신의 생애를 올려놓고 스스로 관객이 돼 그것을 바라본다. 무대 위에는 젊은 날의 생기가 반짝이고,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삶을 채우고 있는 애환들이 생생하고 절절한 느낌이다. 무대와 관객석 사이를 쾌활하고 노련하게 오가는 동안 희노애락이 고요 속에서 생생하게 숨 쉰다. 그는 "이번 시집은 내 몸과 앓는 몸을 가진 분들에게 건네는 위로의 시집"이라고 규정했다. 신 시인은 1964년 스무살의 나이에 등단해 '열애', '종이', '북촌' 등의 시집을 펴냈다. 60여년을 쉼 없이 시를 쓰며 정지용문학상, 대산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2023-04-24 17:43:50[파이낸셜뉴스] 폐일까? 뇌일까? 척추 4, 5번 휘어진 뼈대 옆일까? 피딱지처럼 말라붙어 있는 것들이 오래 엉겨붙어 떨어지지 못한 격한 것들이 일제히 깃발을 들고 일어선다. 창밖으로 펼쳐지는 단풍 든 나무들이 각자 개인 사연들을 움켜쥐고 줄지어 섰다. -'피딱지처럼 붙어 있는 것들이'에서 신달자 시인(80)은 지난 4년간 정신 보다 육신의 고통이 더 컸다. 교통사고로 두 달간 누워 있었고, 빙판 길에서 미끄러져 오른쪽 팔을 다쳤다. 지난해 초에는 장기 일부를 제거하는 큰 수술도 받았다. 육신과 관련한 시상(詩想)이 떠오를 때마다 병실·부엌 등에 놔둔 메모지에 적었다는 그는 4년 만에 펴낸 17번째 시집 '전쟁과 평화가 있는 내 부엌'(민음사)을 통해 육신에 대한 통렬한 응시와 상흔을 안아낸 화해의 언어를 풀어냈다. 신 시인은 "하고 싶은 얘기가 많은 시기였고, 기댈 곳이 없었다"며 "이번 시집은 내 몸의 통증, 신음과의 화해"라고 설명했다. 육신이 상한 데서 시작한 그의 시는 쌀 한 톨, 달, 집 앞 인릉산, 가족 등 신 시인의 시선이 닿는 곳마다 이어졌다. 신 시인은 "육신의 소중함을 알게 되자 내 몸을 담은 집과 가족, 친구, 심지어 볼펜 하나마저 소중해졌다"고 회상했다. 표제시는 일상의 공간인 부엌이다. 그는 이곳에서 전쟁과 평화의 공존을 '발견' 한다. 물과 기름이 끓고 칼이 번뜩이고 믹서기가 돌아가는 공포 속에서 만들어지는 따뜻한 한 끼를 떠올린다. 신 시인은 "어느 날 계란 프라이를 하다가 이런 부엌에서 평화를 찾는 게 모순 같았다"며 "지금도 세계에서 전쟁이 일어나는데, 우린 아무렇지 않게 평화를 누리며 살지 않나. 평화의 틀을 넓히는 게 우리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시집 '전쟁과 평화가 있는 내 부엌'은 신 시인의 등단 59년을 새기고, 아픈 이들에게 심심한 위로의 글을 전해 '육신과의 대화'를 이끌어낸다. 그는 "이번 시집은 내 몸과 앓는 몸을 가진 분들에게 건네는 위로의 시집"이라고 규정했다. 신 시인은 1964년 스무살의 나이에 등단해 '열애', '종이', '북촌' 등의 시집을 펴냈다. 60여년을 쉼 없이 시를 쓰며 정지용문학상, 대산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2023-04-20 11:47:15화해와 치유의 작가 신달자 시인이 매달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고단한 삶에 아프고 지친 이들을 위한 위로의 글을 전해드립니다. 시인은 시뿐 아니라 수필, 소설까지 넘나들며 많은 사랑을 받은 국내 대표적 여성 문학인입니다. 삶의 지독한 고통 속에서 끌어낸 절절한 이야기들은 지금도 수많은 독자들의 가슴에 남아 있습니다. 팍팍한 시대 시인과 함께 따뜻한 걸음을 할 수 있길 바랍니다. <편집자주> 나에게 가장 많은 것은 '타인의 생각'이다. 인간의 성장은 타인의 생각으로 이루어진다. 나도 타인의 생각으로 여기까지 왔다. 아기, 어린이, 학생, 청소년, 처녀, 아줌마, 선생님, 노인, 어른, 할머니까지 오는 데 가장 많은 영양분은 '타인의 생각'이었다. 학교에서 배우는 과목 모두가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익히고 배우는 과정이다. 자신의 생각 하나로 인간 사회 안에서는 생활이 어렵다. 타인의 생각을 받아들일 때 내 생각이 설 자리가 생긴다. 그것이 사회인이 되는 과정이고, 그것을 인간의 품성이고 인격이라고도 한다. '타인의 생각'으로 성장한 우리, 남을 존중할 때 내 설자리도 생겨 그것이 인간의 품성이고 인격 타인의 생각을 가장 편안하고 내 것으로 가질 수 있는 방법은 바로 책과 신문이었다. 한 달에 책 3권, 하루에 3개의 신문만 읽어도 하루의 영양은 벅차고 넘친다. 좋은 생각, 알아야 할 지식, 반드시 나도 실천해야 할 일들이 책과 신문 안에는 있다.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이야기를 만나면 신문값을 더 내고 싶어진다. 이렇게 '타인의 생각'으로 정신의 영양을 채우면서 산 결과 중에 중요한 하나는 '삶의 너울'이다. 생명은 물속에서 태어나서일까. 삶에는 분명 파도가 있다는 것이다. 그 뼈대가 고통이다. 우리는 기쁨, 즐거움, 환희를 좋아하고 그것이 왔을 때 오는 미소, 웃음소리, 벅찬 충만감을 좋아하고 그것을 갖기 위한 '희망'이란 말, '소망'이란 말을 좋아한다. 그런데 인생사는 기쁨, 즐거움, 환희가 절대로 공짜로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밤 다음에 아침이 오고, 겨울 다음에 봄이 오고, 고통 그다음에 생명을 얻듯이 내가 무엇인가 견디고 이를 악물었을 때 그다음에 기쁨과 즐거움과 환희가 온다는 것은 거의 철칙처럼 보였다. 그리고 인간에게 누구나 반드시 죽음이 온다는 것도 사무치게 두려운 경고라는 것을 신문에 실리는 부고란이나 책에서 많이 보아 온 사례인 것이다. 누가 신문을 잘 차려진 밥상이라고 했던가. 이 밥상에서 밥과 국은 기쁨과 고통이라고 생각된다. 기본 주제라는 이야기다. 우리 삶에는 분명 파도가 있어 고난 뒤 '철칙'처럼 따라오는 건, 기쁨이라는 벅찬 충만감 '부잣집 딸' '장미집 딸'이라는 이름을 들으며 성장했고 여고 시절을 부산에서, 대학은 서울에서 다니며 시골 여학생이었던 나는 어머니의 외로움을 빼고는 고통이라는 것을 몰랐다. 용돈은 넉넉해서 여고 시절 부산의 부자 냄새가 나는 청탑 그릴에서 친구들을 데리고 함박스테이크를 먹었고 신나게 돈을 냈다. 그러나 그렇게 잘나가지 못했다. 아버지의 사업이 와르르 무너졌고, 우리 가족도 더불어 무너졌다. 결혼생활도 막막했다. 아이 셋을 낳고 막내가 두 살 때 남편이 쓰러졌고, 우리 가족은 모두 땅바닥을 기어야 했다. 다음 해 시어머니가 쓰러져 내 옆방에 누우셨고, 나는 거대환자 두 명과 아이들이 있는 집에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가장(家長)이 되어 있었다. 그러나 나는 생각한다. 내게 그런 악몽의 시간들이 없었으면 내 자신의 삶의 진로에 대해 어려운 것은 슬쩍 피했을 수 있다. 삶을 싸움이라고 인식할 때 단 한 번도 남에게 이겨 본 적 없는 무능한 내 도전력에 근육이 붙기 시작한 것도 무너져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내 삶이 팍팍한 사막이었을 때도 물줄기가 있다는 확신 버리지않아 그 믿음이 나를 여기까지 데려와 '타인의 생각'으로 성장하면서 얻은 지식은 금덩어리하고는 무게가 달랐다. 보이지 않는 도전 속에 목표설정이 이루어지고, 지금의 부끄러움을 허용하고, 내일 미래의 부끄러움을 용서치 않는 경건한 자기약속을 쌓아가는 것이다. 한때 나는 6인용 입원실 변기 위에서 글을 썼고 한 시간 안에 적어도 열 번은 더 문을 열고 나갔다 들어갔다. 그래도 썼고 그래도 희망을 믿었다. 이상하지. 그 캄캄한 시간에도 빛이 존재함을 의심하지 않았다. 운명의 뺨을 내리치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뺨을 치는 에너지를 그런 것에 빼앗기고 싶지 않았다. 내가 그린 삶의 길이 팍팍한 사막이었지만 반드시 물줄기가 흘러 올 것이라는 확신에 매달렸다. 그 확신이 내가 바라는 지점에 데려다줄 것을 나는 믿었던 것이다. 그래도 푸른 하늘이, 그래도 시퍼런 나무들이, 그래도 태양이, 그래도 달이 별이, 그래도 찬란한 꽃들이, 그래도 처절함으로 작은 생명들에게 위로를 주는 예술품이 함성을 지르고 있거니. 그래도 '타인의 생각'을 존중하며 믿고 가는 사회가 있으리라는 믿음으로 밥을 씹었다. 그러니'타인의 생각'의 주인공들의 경험이야말로 말로, 글로 남긴 그 소중한 자산이야말로 살이 으스러지도록 간절함으로 살아가려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축복된 것인가를 나는 지금도 눈물겹도록 되새긴다. 타인의 생각이여! 스승이여! 생명으로 태어나 가장 존귀한 인연들이여! 감사합니다. ■신달자 시인은... 1943년 경남 거창에서 태어났다. 숙명여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64년 '여상' 여류신인문학상 수상으로 등단한 뒤 1972년 박목월 시인 추천으로 재등단했다. 평택대 국문과 교수, 명지전문대 문창과 교수, 한국시인협회장 등을 지냈다. 은관문화훈장, 대한민국문학상, 한국시인협회상 등 화려한 문학상 수상 경력이 있다. 시집 '봉헌문자' '아가' '겨울축제' 등을 냈다. 수필집 '백치애인', 소설 '물 위를 걷는 여자' 등은 선풍적 인기를 끌며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jins@fnnews.com 최진숙 기자
2023-01-17 18:10:19제28회 김달진문학상 수상자로 시 부문에 신달자 시인(75) , 학술평론 부문에 심경호 고려대 교수(63)가 선정됐다고 김달진문학상 운영위원회가 1일 밝혔다.수상작은 신달자 시집 '북촌'과 심경호 연구서 '김삿갓 한시'.김달진문학상은 시인이자 한학자인 월하(月下) 김달진(1907∼1989)을 기리기 위해 1990년 제정됐다. 김달진문학상을 기념하는 시낭독회는 오는 9일 오후 6시30분 고려대 100주년기념관 국제세미나실에서, 시상식은 오는 8일 오후 4시 창원시 진해문화센터 대공연장에서 열린다. 김성원 기자
2018-06-01 17:16:05제28회 김달진문학상 수상자로 시 부문에 신달자(75) 시인, 학술평론 부문에 심경호(63) 고려대 교수가 선정됐다고 김달진문학상 운영위원회가 1일 밝혔다. 수상작은 신달자 시집 '북촌'과 심경호 연구서 '김삿갓 한시'. 김달진문학상은 시인이자 한학자인 월하(月下) 김달진(1907∼1989)을 기리기 위해 1990년 제정됐다. 김달진문학상을 기념하는 시낭독회는 오는 9일 오후 6시30분 고려대 100주년기념관 국제세미나실에서, 시상식은 오는 9월 8일 오후 4시 창원시 진해문화센터 대공연장에서 열린다.
2018-06-01 15:10:20우리 시대의 멘토이자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여성작가로 평가받는 신달자 시인이 8일 2함대 제주함 장병과 함께 서울 북촌으로 인문소풍을 떠난다. '인문소풍'은 인생나눔교실의 명예멘토로 활동하고 있는 사회 저명인사들이 전국 각지에서 청소년 및 청년과 만나 인생의 경험과 지혜를 나누는 일일 멘토링 봉사다. 이번 인문소풍에서 신달자 시인은 최근 발간한 시집 '북촌'의 배경인 북촌 한옥마을에서 지난 2년여 동안 생활하며 지내온 발자취를 장병들과 함께 거닐며 나눌 예정이다. '북촌에서 만난 이야기'라는 주제로 진행되는 신달자 시인의 인문소풍은 시집 '북촌'의 주무대인 정독도서관과 유심사 터, 백인제 가옥, 가회동 성당 등을 장병들과 둘러보며 명예멘토가 시인이자 자연인으로 북촌생활에서 느낀 시적 감성과 인생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이번 행사를 기획한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시인의 인생이자 작업 공간으로 떠난 북촌 인문소풍을 통해 장병들이 천고마비의 계절 가을에 시와 함께 훈련으로 지친 몸과 마음을 위로받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2016-11-07 17:56:43우리 시대의 멘토이자 '백치 애인', '물 위를 걷는 여자' 등으로 한국 문학에서 대표 여성작가로 평가받는 시인 신달자가 오는 8일 2함대 제주함 장병과 함께 서울 종로구 북촌으로 인문소풍을 떠난다. '인문소풍'은 인생나눔교실의 명예멘토로 활동하고 있는 사회 저명인사들이 전국 각지에서 청소년 및 청년과 만나 인생의 경험과 지혜를 나누는 일일 멘토링 봉사이다. 시인 신달자는 세대 간 소통을 통해 인생의 경험을 나누는 인생나눔교실의 명예멘토로 활동하고 있다. 이번 인문소풍에서는 최근 발간한 시집 '북촌'의 배경인 북촌 한옥마을에서 지난 2년여 동안 생활하며 지내온 발자취를 장병들과 함께 거닐며 나눌 예정이다. '북촌에서 만난 이야기'라는 주제로 진행되는 신달자 시인의 인문소풍은 시집 '북촌'의 주 무대인 정독도서관과 유심사 터, 백인제 가옥, 가회동 성당 등을 장병들과 둘러보며 명예멘토가 시인이자 자연인으로 북촌생활에서 느낀 시적 감성과 인생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이후에는 시인 김지하가 설립한 문화사랑방 카페 '싸롱마고'에서 장병들이 북촌에서 느낀 감성을 직접 시로 써보고 명예멘토와 함께 낭송하는 시간도 보낸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시인의 인생이자 작업 공간으로 떠난 북촌 인문소풍을 통해 장병들이 천고마비의 계절 가을에 시와 함께 훈련으로 지친 몸과 마음을 위로받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2016 인생나눔교실 사업의 일환인 '인문소풍'은 문체부가 주최하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관하며 연말까지 2회 더 진행될 예정이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2016-11-07 12:39:10대한출판문화협회는 '2016 서울국제도서전'의 올해의 주목할 저자에 신달자 시인을 선정했다고 23일 밝혔다. '올해의 주목할 저자'로 선정된 신 시인은 서울국제도서전의 홍보대사로 '2016 서울국제도서전'의 취지를 살리고 널리 알리기 위해 다양한 행사에 참여해 독자들과 소통할 예정이다. 신 시인은 '살 흐르다' '엄마와 딸' 등을 비롯한 다수의 작품을 비롯해 최근까지도 왕성한 활동으로 한국 여성시를 대표하는 작가로 평가 받고 있다. 최근 '제29회 지용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번 전시회에서 자신의 작품을 다양한 콘텐츠와 접목시켜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하는 등 위촉식 이후부터 서울국제도서전의 얼굴로 공식 행보를 시작하게 된다. 고영수 출협 회장은 "한국 여성시를 대표하는 신달자 시인은 글로써 많은 이들의 마음을 위로해 온 작가"라며 "이번 도서전을 통해 전 세대를 아우르는 독서문화 확산의 촉매제 역할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신 시인은 "한국을 대표하는 도서전인 서울국제도서전의 '올해의 주목할 저자'가 무척이나 영광스러운 자리인 만큼, 독자중심의 책문화 축제인 서울국제도서전의 정체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한편 2016 서울국제도서전은 오는 6월 15일부터 19일까지 서울 강남 코엑스(COEX) A홀에서 진행되며 한불 수교 130주년을 기념해 '컬쳐 포커스' 국가로 프랑스를 선정, 서로의 문화를 교류한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2016-05-23 09:45:28"너무 거칠었던 격분, 너무 뜨거웠던 적의. 우리들 가슴을 누르던 바위 같은 무겁고 치열한 싸움은 녹아 사라지고, 가슴을 울렁거리며 입이 근질근질 하고 싶은 말은 작고 하찮은 날씨이야기, 식탁 위의 이야기. 국이 싱거워요? 밥 더 줘요? 뭐 그런 이야기." - 신달자 시인의 시 ‘여보 비가 와요’ 중에서 신달자 시인이 결혼의 의미를 되새겨보게 만드는 특별한 강의를 펼쳤다. 지난달 31일 JTBC ‘게릴라 특강쇼 바운스’에 명사로 출연한 신달자 시인은 “사랑하니까 결혼한다고들 하는데 이건 틀린 것”이라며 “사랑하기 위해 결혼하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신달자 시인이 결혼 9년 만인 35살에 뇌졸중으로 쓰러진 남편을 24년간 수발하며 겪은 이야기는 여러 방송 등을 통해 회자되며 많은 사람의 감동을 이끌어 낸 바 있다. 하지만 이날은 남편 이야기에 앞서 먼저 부모의 이야기를 풀어놓으며 청중에게 부부가 결혼 생활에서 서로를 위해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설명했다. 신달자 시인은 지난달 31일 JTBC ‘게릴라 특강쇼 바운스’에 명사로 출연해 부모의 결혼 생활과 본인의 결혼 생활에 대해 말하며 결혼의 의미를 되새겨보게 하는 특별한 강의를 펼쳤다. ⓒJTBC ◇ 외로웠던 아버지, 고독했던 어머니 “너희들은 모른다.” 신달자 시인이 매일같이 싸우는 부모에게 왜 싸우느냐고 이유를 물으면 돌아오는 말이었다. 자주 외박하는 아버지와 밤늦도록 주무시지 못하는 어머니를 보며 어머니만 외로울 것이라 생각한 신달자 시인은 중학교 2학년 때 아버지가 애지중지하던 금고에서 우연히 아버지의 일기장을 봤고, 뜻밖의 글을 접했다. “아버지의 일기장 첫 줄에 ‘오늘도 나는 외로웠다’고 쓰여 있었다. ‘왜 사람에게는 날개가 없나. 있으면 멀리멀리 날아가고 싶다’는 말도 있었다. 아버지는 감성적인 사람이었고 나약하고 연약한 사람이었다. 엄마는 이성적인 사람이었다. 아빠의 습관, 결정에 대해 늘 따지고 들었다. 그게 아빠를 외롭게 하고 엄마도 힘들게 만드는 이유였다.” 신달자 시인은 그럼에도 어머니가 좋은 음식은 반드시 아버지만 드리던 것에 대해 말했다. “엄마가 악을 쓰고 살았던 모습은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며 어머니의 사랑의 언어가 달랐음을 설명했다. ◇ “옥수수 먹지 마”가 남편의 사랑 표현 부모의 싸움을 보고 자란 아이가 ‘나는 저렇게 하지 말아야지’ 하고 커서 결혼한다면 부모와 같은 행동을 반복하지 않을 수 있을까. 신달자 시인은 “부부는 학습이 소용없는 것”이라 말하며 “그런 부부를 보고 살았으면 더 지혜로워야 할 텐데 우리도 자주 싸웠다. 남편은 말이 안 되는 남자였다. 우리 아버지는 그에 비해 준수했다”고 말했다. “사랑 표현도 없고 인색한 사람이었고, 때로 죽이고 싶을 때도 있었다”며 남편과의 충돌이 있었음을 고백했다. 하지만 신달자 시인은 남편이 달콤한 말과 행동은 하지 않았지만 그만의 사랑법이 있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신달자 시인은 “나는 위장이 약해서 옥수수를 먹으면 탈이 잘 났다. ‘그거 먹지 마’, ‘다신 옥수수 사지 마’라고 말하는 게 그 사람의 사랑법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좋은 남자였다. 성실했고, 살아가는데 자기 몸을 아끼지 않았고, 우리 아이들을 사랑했다. 그땐 그 점이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남편들은 집에 가는 길이면 쓸쓸하다고 말하고, 아내들은 남편이 나를 사랑하는 걸까 안달하며 외롭다고 한다. 우리나라 부부의 가장 큰 문제인 것 같다. 대화가 없다는 점이다. 본심을 말해본 적이 있나. 부부끼리는 말 안 해도 아는 거라는 말은 틀린 말이다. 서로의 본심을 드러내서 이야기하는 게 부부다”라고 설명했다. ◇ 신달자 시인이 생각하는 부부 5계명 “중도 포기 유전자를 삶아 먹어라.” 신달자 시인은 부부 사이에 지켜야 할 첫 번째 계명이 이것이라고 말했다. 의견에 충돌이 있거나 싸울 일이 있을 때 충돌 자체를 피하거나 상대방에 대해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막히는 부분을 풀어가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이와 비슷하게 적용할 수 있는 두 번째 계명이 ‘한 달에 한 번 감정계산서를 쓰라’는 것인데, 쌓여있는 감정을 풀 수 있는 날을 정해 대화하는 것이다. 세 번째 계명은 ‘서로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하라’는 것이다. 신달자 시인은 “상대방을 바꾸려고 하는 버릇이 있는 사람이 있다. ‘왜 그렇게 해?’라는 투의 말을 하지 말아라. 부부는 전혀 다른 사람 두 명이 한 사람으로 만들어지는 과정을 만들어내는 관계다. 통일점을 한 번 만들어 보자는 마음으로 조금씩 닮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네 번째로 신달자 시인은 특히 아내들을 향해 ‘마음 속 자궁으로 남자를 품으라’는 말을 건넸다. 신달자 시인은 “대개는 남자가 약하다. 삐치는 것도 훨씬 많이 삐친다. 그만큼 연약하다는 말이다. 여러분이 남편의마음을 좀 알아주길 원한다. 남편도 마찬가지로 생각하고 서로 품어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끝으로 “물은 100도에서 1도만 모자라도 끓지 않는다. 여러분의 마음의 온도를 조금만 올려달라. ‘잘 갔다 와’, ‘점심 잘 챙겨 먹어’ 이런 한 마디가 링거 한 번을 맞는 것보다 더 큰 힘이 될 것”이라며 다섯 번째 계명으로 ‘부부 열정에 1도를 올리라’를 제시했다. 신달자 시인은 “행복은 우체부가 배송해 주는 게 아니다. 부부의 행복은 ‘만들어지는’ 행복이다. 오늘 여러분 가정에 쌓여있는 행복과 기쁨을 만나 진한 악수를 나누기 바란다”고 조언했다. /wedding@fnnews.com 파이낸셜뉴스 웨딩뉴스팀 김고은 기자
2013-09-06 08:3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