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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에게 먹이는 마약' 가중처벌 부족한 한국

타인이 준 마약 몰라서 복용한 사례 상당수
마약법상 타인 투약 처벌은 미비
상해나 성범죄 없다면 별도로 처벌 못 받아

'남에게 먹이는 마약' 가중처벌 부족한 한국
/사진=뉴시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약물 성범죄 감정의뢰 현황
연도 감정의뢰(건) 양성 감정(건)
2017 1274 286
2018 1382 359
2019 1979 399
2020 1622 420
2021 2538 501
(신현영의원실)


[파이낸셜뉴스]국내에서 타인에게 마약을 투약하게 하는 범죄가 잇따르고 있지만 가중처벌 규정은 미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국내 마약 관련 법률은 마약 '관리'에 대한 법이므로 자가 복용과 타인 투약에 대해 차별화된 처벌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26일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약물에 의한 성범죄 의뢰 사건'은 2017년 1274건, 2018년 1382건, 2019년 1979건, 2020년 1622건, 2021년 2538건으로 증가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감정 결과 약물류 양성이 나온 건수는 매년 20%가 넘어 2017년 286건에서 2021년 501건으로 5년새 2배 늘었다.

마약류를 경험한 여성 가운데 타의로 마약을 시작한 사례도 상당수를 차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2019년 발표된 유상희 치유상담대학원대학교 교수의 '한국 여성의 마약류 경험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2018년 검찰의 교육이수조건부 기소유예프로그램에 참여한 여성 136명 중 마약을 인식이 없는 상태에서 타의로 시작한 경우가 17명(12.5%)에 달했다. 술과 커피 등에 몰래 들어간 마약을 복용한 사람람은 8명(5.8%)이었다.

하지만 타인 투약에 대한 가중처벌은 미미하다. 국내에서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마약 관련 범죄를 처벌한다. 하지만 해당 법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이다 보니 마약류 자가 복용·유통·거래·소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마약류 자가 복용과 타인 투약에 대해 차별화한 처벌 규정이 없다. 마약 투약으로 인한 상해가 발생하거나 이후 성범죄로 이어질 경우 '형법'에 의해 처벌받을 수 있지만 타인의 의사에 반해 마약을 하도록 한 행위 자체로는 그 의도를 입증하기 어려워 별도 가중처벌이 쉽지 않다.

유튜버로 유명해진 프로골퍼 A씨(30)는 지난해 7월 서울 강남의 유흥주점에서 엑스터시를 스스로 복용하면서 동료여성에게도 숙취해소제로 속이고 투약한 혐의(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최근 서울중앙지법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미국에서는 '데이트강간 약물 금지법'을 통해 마약류 및 속칭 '물뽕'이라고 불리는 GHB 등을 이용하다 붙잡히면 최대 20년까지 징역형, 단순소지에 대해서도 3년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이범진 아주대학교 약학대학 교수이자 마약퇴치연구소장은 "지금은 아직 타인 투약에 대한 법적 기준이 없으니까 관련해 강화된 법안을 입법하는 것이 마약 사범을 줄이는 데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김보람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국회에서 타인 투약에 대한 법률안도 많이 발의되고 문제를 제기하시는 사람도 많다"며 "입법·정책적으로 검토해볼 필요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yesyj@fnnews.com 노유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