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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대역사 인천 신공항] 높이 멀리 세계로…이륙 카운트 다운


여의도 면적의 18배나 되는 1700여만평의 거대한 부지에 들어서는 인천국제공항.
‘동북아 물류기지로 자리매김 하자’는 슬로건을 내걸고 지난 92년 11월 살을 에는 듯한 칼바람을 맞으며 서해안 한가운데서 첫 삽을 뜬 지 7년5개월,이제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다.
내년 3월 말 개항을 앞둔 인천국제공항 건설 현장은 하루 평균 1만3000여명의 근로자들이 휴일도 잊은 채 구슬땀을 흘리고 2200여대의 중장비가 굉음을 울리고 있다.
◇미래형 공항=인천국제공항은 영종도와 용유도 사이에 만조시 평균 수심 1m의 바다를 메워 건설하고 있다.또 2040년까지 주변 부지를 레저센터 등 부대시설로 개발한다.
우선 1단계로 4000m급 장대형 활주로 2개,여객터미널 1동,교통센터,관제탑,계류장,종합정보통신센터 등이 마련된다.투입예산만 해도 천문학적 액수인 5조8000억원이다.

공항의 가장 중요한 건물인 여객터미널은 단일 터미널로는 세계 최대인 연면적 15만여평. 축구장 60개가 들어갈 규모로 연면적 5만3000평인 여의도 63빌딩의 3배다.

계류장에는 153대의 항공기가 수용된다.교통센터에는 5000여대의 자동차가 동시에 주차할 수 있다.1단계로 5만3000평의 화물터미널이 건설된다.지난 5월31일 현재 64.2%의 공정률을 기록 중이다.

이미 지난해 7월 수하물 처리시설을 시작으로 관제탑,열병합발전소,종합정보통신센터 등 12개 계통군이 정상적으로 운행되고 있다.특히 항공기 예약,발매,화물통제 등 공항의 신경망 역할을 하는 종합정보통신센터는 지난 4월부터 실제 시험 가동을 하고 있다.

이달 말 여객터미널,계류장 등 항공기 운항에 필요한 기본 시설이 완공된다.앞으로 9개월간 개별 및 종합시운전을 거쳐 내년 3월 말쯤 국제공항으로서 역사적인 개항을 맞게 된다.

◇동북아 물류기지=규모면에서 세계 유수의 공항과 견주어 조금도 뒤지지 않는 인천국제공항.내년 3월 말 개항과 동시에 처리될 수 있는 물류량은 후발주자임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공항공사 관계자는 내년 3월 국제선 전용공항으로 24시간 운영되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연간 2700만명,2005년 3500만명,2010년 5000만명,최종단계인 2040년에는 연간 1억명의 승객이 이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 예상승객인 2700만명은 경쟁관계인 일본 간사이공항 2500만명,홍콩 첵랍콕공항 3500만명,상하이 푸동공항 2000만명인 점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44개의 탑승구가 들어설 여객터미널에는 252개의 체크인카운터가 설치되어 시간당 6400명의 여객을 처리할 수 있게 되며 입·출국 수속도 각각 30분 내에 이루어진다.

수화물 처리능력은 시간당 3만2000여개 정도.출발 수화물은 15분 이내,도착 수화물은 5분 이내,국제선간 환승수화물은 10분 이내에 처리된다.

또 헬스,사우나,미니호텔,비디오 감상실,전문오락실,비즈니스룸,각종 패션부틱과 전문식당 등 다양한 편의시설이 24시간 운영돼 환승객들의 불편을 없앤다.

인천국제공항이 특히 역점을 두고 있는 분야는 동북아 물류기지로서의 역할이다.내년 개항시 연간 170만t의 화물을 처리할 수 있는 4개 동의 화물터미널이 이달 말 완공된다.2003년에는 시설을 확장해 연간 215만t,최종단계인 2020년에는 연간 700만t의 화물을 처리할 계획이다.

화물의 특징에 따라 입·출고,분류,저장 등의 작업이 동시에 진행된다.화물터미널 내 첨단시설의 예기치 않은 사고를 예방 또는 대비하기 위해 각종 시스템을 설치,‘무중단 물류’ 실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인근에 들어설 자유무역지역(Free Trade Zone)도 공항의 물류기지화에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우선 2010년에 30만평,2020년에 60만평의 부지에 각종 시설이 들어선다.
이곳에 입주하는 업체나 기관에는 관세 면제는 물론 외환자유를 통한 국제금융활동 보장,외국인 투자에 대한 각종 규제 최소화,국제비즈니스 활동 지원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추정되는 물동량은 2005년 124만t,2010년 217만t,2015년 330만t,2020년 500만t이다.

◇최적의 입지조건=인천국제공항이 동북아 물류기지인 동시에 허브공항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은 세 가지 이유에서다.

첫째,자연환경의 이점이다.바다 한가운데 있는 섬에 들어서기 때문에 소음문제가 없어 24시간 운항이 가능하다.또 바람이나 안개로 발생되는 결항률이 0.48%로 김포공항의 2.48%와 비교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둘째,지리적 이점이다.중국과 일본의 중간지점에 위치하고 있어 미국과 유럽에서 무착륙 운항이 가능하다.특히 비행시간 2∼3시간인 반경 1000㎞ 내에 10억명의 잠재적인 시장이 형성되어 있다.공사는 이를 위해 현재 15%대인 환승객의 비율을 35% 이상으로 늘려 나가고 외국 유력 항공사와 다국적 기업의 아시아 지역본부도 유치할 계획이다.또 최근 경기회복과 함께 에어프랑스나 캐세이퍼시픽 등 8개 주요 외항사들이 증편 운항을 하고 있다.이같은 움직임은 2001년이면 2000만명,2010년이면 37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셋째,공항 조성비의 최소화다.인천국제공항은 1단계 공사비로 약 52억달러가 들어갔다.그러나 경쟁 공항인 간사이 135억달러,첵랍콕 90억달러와 비교하면 매우 낮은 편이다.

◇쾌적한 교통시설=지난 93년부터 건설 중인 인천국제공항∼경기도 고양시 고속도로가 오는 11월 개통될 예정이다.전장 40.2㎞ 가운데 공항∼노오지분기점 28.2㎞는 왕복 8차선,노오지분기점∼고양시 12㎞는 왕복 6차선이다.이 고속도로가 개통되면 서울에서 국제공항까지 시속 100㎞로 30분 정도 걸린다.고속도로 예상 교통수요는 2001년 기준으로 하루 왕복 11만대다.

공항을 거쳐야 할 화물을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해 공항은 국제공항철도를 올해 착공,오는 2007년 완공할 계획이다.인천국제공항∼인천지하철 1호선 귤현역∼김포공항∼서울역 등의 노선으로 전장 61.5㎞.수도권 서부의 물류수송에 큰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인천∼행주대교를 잇는 경인운하는 빠르면 올해 착공돼 2004년 완공될 예정이다.이 운하는 폭 100m,수심 6m,전장 18㎞ 규모로 연간 4800만t의 화물을 운송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운하를 통해 시속 40노트의 쾌속선을 이용하면 인천에서 서울 행주대교까지 20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

이들 정부의 입체 교통망과는 별도로 인천시는 인천국제공항과 송도매립지를 잇는 전장 14.6㎞의 제2연륙교 건설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타공항을 교훈 삼아야=인천국제공항의 동북아 물류기지화의 성패는 시설의 전체 규모나 겉으로 드러나는 청사의 모습이 아니라 서비스와 효율적인 물류 시스템이다.지난 98년 7월 홍콩 첵랍콕공항은 홍콩반환 1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무리하게 개항했다.그러나 충분한 사전 종합시운전을 하지 않는 바람에 공항시스템이 마비돼 홍콩 지역총생산(GDP)이 0.1%나 떨어져 책임을 묻는 청문회까지 열렸다.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 세팡공항도 개항을 서두른 나머지 홍콩 첵랍콕공항의 전철을 밟았다.

이들 공항은 공항 인력에 대한 충분한 교육 부족과 시설간 연계가 완벽하게 이뤄지지 않아 공항 시스템이 마비되는 등 공항 운항이 중단돼 국가 이미지에 흠집을 냈다.

전문가들은 인천국제공항도 개항 전 김포공항과 긴밀한 협조체계를 갖추는 동시에 충분한 예행연습을 실시,개항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제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이를 위해 정부는 물론 지방자치단체와 국민의 지속적인 관심과 애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 hbkim@fnnews.com 김환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