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의선 20㎞를 잇는 것은 자금과 기술 측면에서 별 문제가 없다. 이미 남북한 장관급 회담을 통해 다음달부터 복원 공사를 시작해 내년 가을께 완공한다는 복안이 나왔다.
신의주까지 이어지는 경의선은 국경을 넘어 중국횡단철도(TCR)와 맞닿는다. TCR는 다시 시베리아횡단철도(TSR)와 이어지기 때문에 이를 이용하면 대중(對中) 수출은 물론 중앙아시아와 유럽행 수출의 길이 트인다. 현재 TCR에 물건을 실으려면 먼저 배로 중국 동해안 롄윈(蓮雲) 항까지 운반해야 하나 앞으론 이런 수고를 덜 수 있다.
경원선 복원도 시간 문제다. 이건영 아주대 교수는 지난 4∼5일(한국시간) 하와이 동서문화센터(EWC)에서 열린 ‘동북아 지역교통 시스템 세미나’에서 경의선에 이어 “남한 신탄리와 북한 평강을 이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경원선은 두만강 건너 러시아 시베리아횡단철도의 시발점인 보스토치니와 연결된다.
이렇게 되면 지금처럼 서울에서 수출품을 부산까지 트럭으로 싣고 내려가 배에 옮겨 실은 뒤 다시 보스토치니 항으로 갈 필요가 없다.
경의선과 경원선이 남북으로 이어지면 이른바 한반도종단철도(TKR)가 완성된다.
철도를 이용한 수출은 해상 운송에 비해 기간이 짧고 비용이 절약되는 이점이 있다. 이건영 교수는 운송기간이 보름 정도 줄고 비용은 컨테이너 당 700∼1000달러 가량 절감될 것으로 예상했다.
문제는 철도 서비스의 질이다. 예컨대 시베리아횡단철도는 상품의 잦은 파손과 연착 등이 고질적 문제로 지적돼 왔다.
교통개발연구원 전일수 부원장은 “운송기간이 빠르고 돈이 몇 백 달러 절약된다고 귀중한 상품을 아무렇게나 수송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또 철도는 아직 운송경로를 추적하는 트래킹 시스템이 허술하다.
반면 해상운송은 정확한 도착과 안전운송,항로 추적이 가능하다.
각국 국경을 통과할 때마다 관세를 이중으로 물어야 하는 것도 수출업자들이 철도 이용을 꺼리는 요인이다.
이에 대해 블라디보스토크 ‘극동 해상연구 디자인 기술연구소’의 야로슬라브 세메니힌 소장은 “러시아 정부의 노력으로 이중 관세 방지,절도 예방 등 눈에 띄는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시베리아횡단철도는 정시 도착을 가장 강조하고 있다”며 “연착은 물론 예정 보다 도착이 이른 것도 시정 대상”이라고 덧붙였다.
궤간도 문제다. 현재 러시아·몽골 철도는 1520㎜(광궤)이지만 남북한·중국은 1435㎜(표준궤)로 좁다. 이 때문에 보스토치니 역에서 환적(換積)이 불가피하다.
북한 철도의 단선 시스템도 문제로 지적된다. 교통개발연구원 하헌구 교통경제연구팀장은 “단기적으로 양쪽에서 열차가 오갈 수 있도록 대피소를 설치할 필요가 있으며,장기적으로 복선화를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북한 철도 5214㎞ 중 98%가 단선이다.
일본은 해저터널을 뚫으면 한반도종단철도와 연결된다. 그러나 해상운송 길이 넓게 열려 있고,보스토치니까지 배로 운송하면 시베리아횡단철도를 이용할 수 있는 상황에서 굳이 해저터널을 원할 지는 의문이다.
부산부터 베를린까지 이른바 ‘철도 실크로드’의 겉모습은 화려하지만 현실은 만만찮은 장벽이 버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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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ulk@fnnews.com 【호놀룰루=곽인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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