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속 경찰의 눈을 피하려 가슴 졸이던 밀입국자들이 이제 숨까지 죽여야 할 판이다.지난달 1일을 기해 프랑스에 도입된 밀입국 감시장치 때문이다.이 장치는 화물칸에서 나오는 비정상적인 이산화탄소(CO2)량을 측정해 밀입국자를 찾아낸다.이산화탄소량이 많으면 누군가 호흡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단속의 칼을 들이댈 수 있다.
이 장치를 처음 도입한 곳은 영·불 해협에 인접한 항구도시 칼레의 상공회의소다.항만시설을 관리하는 칼레 상공회의소는 항만시설을 이용하는 트럭 운전자들에 대한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밀입국자 감시에 팔을 걷어붙였다.운전자도 모르게 화물칸에 몰래 올라탄 밀입국자를 찾아내는 서비스다.지난 4월 영국 정부가 화물칸에서 밀입국자가 발견될 경우 트럭 운전자에게 2000파운드(약 334만원)의 벌금을 물리기로 함에 따라 ‘억울한’ 운전자를 사전에 보호한다는 취지에서 이런 궁여지책이 나왔다.
칼레 상공회의소가 4000만프랑(약 62억 3200만원)을 들여 문제의 장치를 도입한 지난달 1일부터 이달 15일까지 6주 동안 모두 2543명의 밀입국자를 적발해 장치 도입 전에 비해 3배의 성과를 올렸다.
얼마전 밀입국 단속이 허술한 벨기에의 즈볼레항에서 영국으로 건너간 중국인 밀입국자 58명이 떼죽음 상태로 화물적재칸에서 발견됐다.이들이 좀더 일찍 발견됐더라면 적어도 목숨만은 건졌을 것이다.
정작 밀입국을 시도하는 사람들은 이 장치를 좋아할까 싫어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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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ympna@fnnews.com 송경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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