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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높이 경제―외환보유액은 한국은행 금고에 있을까]보관땐 국제금리만큼 손실 발생


외환보유액은 중앙은행이 갖고 있는 외국돈을 말한다. 중앙은행이 외국돈을 보유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나라의 외화사정이 어려워져 외국에 대해 수입대금을 지급하지 못하거나 빌린 돈을 갚지 못하는 등 긴급한 외환수급 불균형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따라서 외환보유액은 한 나라의 국부이자 대외 지급준비 또는 결제능력이라고도 달리 말할 수 있다. 이러한 까닭에 외환보유액은 한 나라의 신용등급을 평가하는 핵심적인 지표의 하나로 간주되며 외환위기 발생의 경보지표로서 활용되기도 한다.

수출이 잘 되고 나라경제도 안정되어 대외신인도가 높은 경우에는 기업이나 금융기관들이 국제금융시장에서 외국돈을 빌리기 쉽다. 또 빌린 돈을 갚는 경우에도 원금을 전부 갚지 않고 일부만 갚은 채 나머지는 상환기간을 연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수출이 잘 되지 않거나 기업의 재무구조가 건실하지 않은 경우에는 외국으로부터 새로운 빚을 빌리는 것은 물론 기존 빚의 만기연장도 곤란하게 된다. 이러한 일이 한 기업에 그치지 않고 나라 전체로 확산되면 외국돈에 대한 수요가 일시에 크게 늘어나게 된다. 중앙은행은 이런 경우에 사용할 목적으로 충분한 양의 외국돈을 갖추고서 대비하고 있다.

이밖에 외국자본의 예상하지 않은 유출에 대비하거나 외환시장개입에 사용하기 위해서도 외국돈을 충분히 확보해 둘 필요가 있다. 외환보유액이 충분하지 못하면 나라경제가 외부충격에 매우 취약한 것으로 평가되고 나아가 국가신용등급의 하락과 외환위기를 초래하게 됨을 우리는 지난 97년말국제통화기금( IMF) 구제금융을 통하여 경험한 바 있다.

그러면 중앙은행은 외국돈을 어떠한 형태로 갖고 있는 것일까. 중앙은행이 유사시 외환보유액을 즉각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금고에 쌓아두는 것이 안전할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는 국제금리 만큼의 기회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외환보유액이 적은 규모라면 그 비용을 무시해 버릴 수도 있겠지만 규모가 늘어날수록 비용은 커질 것이다. 따라서 각국의 중앙은행은 외환보유액의 일부를 외국의 유가증권 등에 투자하고 있다. 일반적으로는 외환보유액의 속성상 언제라도 대외지급에 사용할 수 있도록 유동성을 갖추고 그 가치가 안정되어 있으면서 여러나라에서 잘 받아 들여지는 외화자산에 운용하고 있다.

중앙은행이 특수한 목적의 외환보유액을 운용함에 있어 일반 금융기관이나 기업처럼 수익성을 주로 고려하여서는 곤란하다. 하지만 안전성과 유동성을 확보한 범위내에서는 운용수익을 최대한 높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경우 외환보유액은 안전성이 높은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의 국채나 국제기구 발행채권, 은행예치금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한국은행은 수익을 높이기 위해 투자대상을 다양화하는 등 치밀하게 운용하고 있다. 국가별로도 우리나라와의 무역거래 비중, 외채의 규모와 통화별 구성 등을 고려하여 적절히 분산하여 투자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97년말 89억달러에서 지난해 11월말 933억달러로 대폭 확충되었는데 이러한 증가에는 외환보유액의 운용을 통해서 얻은 수익도 상당한 기여를 하였다.

/조한상 한국은행 국제금융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