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앞으로는 금융기관들에게 개인 및 법인의 적색(네가티브)정보 뿐만아니라 청색(포지티브) 정보까지도 공유할 수 있도록 새로운 신용정보풀을 구축키로 한 것은 궁극적으로 신용대출활성화의 기반을 더욱 확고히 다지기 위한 것이다. 국내 금융기관들의 경우 지금은 고객의 연체나 부도내역 등 적색정보만 공유하고 있을 뿐 고객별 우량정보는 개별 보유하거나 아예 평가시스템조차 갖추지 못한 곳이 대부분이다. 또 이런 상황에서 개별 신용에 근거한 신용대출이 활성화될리 만무하다.
금감원은 은행 등 금융기관들이 대출고객의 신용을 판단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지 못하다 보니 옥석 구분없이 무조건 대출금을 회수하거나 담보대출에만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은 최근 금융권의 현대전자 지원문제와 관련, “외국계 은행들이 현대전자를 긍정적으로 전망하고 지원에 나서는 반면 국내 금융기관들은 제대로 된 신용평가를 못해 대출금 회수에 나서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국내 은행들의 경우 어떤 고객이 우량한지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신용대출 기능이 마비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개인이나 기업 고객이 금융기관 한 군데에서라도 우량성이 입증되고 이같은 정보를 전 금융기관이 공유하게 될 경우 그 고객은 신용대출을 받는데 한결 수월해 질 것으로 금감원은 보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우호 정보 공유화 작업에 금융기관들의 자발적 참여를 어떻게 끌어내느냐 하는 점이다. 금융기관들은 불량고객에 대해서는 공통의 이해 때문에 적극적으로 정보를 공유하고 있지만 영업을 통해 확보한 고객들의 우량한 정보만큼은 선뜻 제공하기를 꺼리고 있다.
금감원이 청색정보 공유화 작업을 민간에 맡기지 않고 직접 주도하려는 것도 바로 이 점 때문이다.금감원은 각 금융기관들이 갖고 있는 우량 고객에 대한 정보를 공적인 기관에서 모두 취합해 일반적인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할 계획이다.
현재 국내 금융기관 중에는 신한은행과 하나은행 정도가 독자적인 시스템상 감독 당국의 방침에 부합하는 신용평가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금감원은 이러한 시스템을 갖춘 기관들을 중심으로 전체적인 시스템 통합 작업에 착수하는 한편 외국기관도 참여시키겠다는 방침을 갖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국내에 진출해 있는 비자카드 등 일부 외국계 금융기관들이 한국내 영업 강화를 위해 청색정보 시스템 구축에 적극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해 왔다고 밝혔다. 또한 이들 외국계 금융기관은 청색정보 시스템 구축에 대한 경험도 풍부해 한국내에서 동일한 시스템을 만드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금감원은 기대하고 있다.
시스템이 구축되면 각 금융기관들이 보유하고 있는 우량 고객 정보에 가중치를 부여해 개인이나 법인 등 특정 고객의 전체적인 신용도를 측정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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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chang@fnnews.com 장경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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